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늪에 빠진 호랑이 떼 지면기사
조선왕조 효종∼숙종 때의 선비 홍만종(洪萬宗)의 평론·속담집인 '순오지(旬五志)'를 보면 '포호함포(咆虎陷浦)'라는 말이 나온다. '개펄에 빠진 호랑이가 으르렁거리듯 시끄럽기만 하고 되는 일, 성취하는 일은 없다'는 뜻이다. 지금 이 나라가 꼭 그런 형국, 형세가 아닌가 싶다. 아니, 한 마리의 호랑이도 아닌 숱한 호랑이 떼가 늪에 빠져 온통 뒤죽박죽 엎치락뒤치락 으르렁거리는 꼴이다. 대외·대내적인 숱한 난제들이 처녑(천엽)에 똥 쌓이듯이 쌓여 있고 떼어내고 해결해야 할 일들이 홍수 지난 뒤의 시냇가 버드나무 가지에 너덜너덜 걸려 있는 비닐 조각 같거늘 그래도 '나는 몰라라' 어느 지도자 있어 쾌도(快刀) 한 자루 꼬나들고 나서는 사람 없고 뾰족한 대책 하나 들고 나오는 사람 없다니 기가 막힐 일이다. 도대체 '인간이 인간에게 늑대(Homo homoni lupus)'처럼 싸우고 '만인의 만인에 대한 싸움'으로 난마처럼 마구 뒤얽힌 이 사회상, 이 나라꼴을 언제까지 방치하고 있을 것인가. 소크라테스가 즐겨 쓰던 그리스어에 '아포리아(aporia)'라는 말이 있다. 뚫고 나갈 통로와 수단이 없다는 뜻이다. 사유(思惟)가 궁하고 말라 도무지 해법이 없는 난관, 도저히 방치할 수 없는 논리적인 난점이 아포리아다. 지금 우리 사회가 바로 아포리아 사회, 이 국가가 다름 아닌 아포리아 수렁이다. 다시 말해 질서와 통제력을 상실한 무정부 상태, 선장도 없이 항해하는 무(無) 대통령 국가를 방불케 하지 않는가. 무정부, 무대통령 국가의 '비근(卑近)'한 예가 아니라 '비원(卑遠)'한 예가 바로 유고슬라비아 연방인 세르비아다. 지금 그 나라는 1년 3개월째 정부 부재, 대통령 부재의 무정부, 무대통령 사태에 빠져 있다. 밀로셰비치 정권 붕괴 3년이 지났는데도 극성스런 정쟁과 경제 혼란, 국민의 정치 무관심에 빠진 세르비아는 작년 9월 대통령 선거를 치렀지만 투표율 50%에 못 미쳐 무효가 됐고 석달 뒤의 같은 선거도 마찬가지 결과였다. 그래서 지난 11월 16일 세르비아 민주연합의 미추노비치 등 6명이 입후보한 채 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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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회사로 키우면 되잖아" 지면기사
중소기업에 취직해 새내기 직장인이 된 청년이 동네 가게집 아저씨에게 인사한다. 조그만 회사라고 겸손해하지만 그래도 즐거운 표정이다. 그런데 그 아저씨는 축하한다는 말을 건네며 '앞으로 큰 회사로 키우면 되잖아' 하면서 청년을 격려한다. 30여년 된 드링크제 TV 광고 '첫 출근'에 나오는 카피다. 큰 회사로 키우라는 아저씨의 당부는 요즘 우리 젊은이들의 취업관을 바로세워주고 취업의 희망을 주는 것같아 은근히 미소짓게 한다. 어떤 젊은이는 취업걱정에 마음이 무겁다가도 이 광고를 보면 기분이 좋아진다고 했다.요즈음 신문·방송을 들여다 보면 온통 '취업전쟁' 얘기로 떠들썩하다. 청년실업은 물론이거니와 40~50대 장년실업까지 걱정거리로 등장해 일자리 문제가 사회문제화하고 있다. 10월말 현재 정부가 추산한 실업자 70여만명 가운데 주당 18시간 미만으로 일하는 불안한 취업자가 59만명, 아예 구직을 포기한 구직단념자 10만명, 4년제 대학 휴학생중 군복무자를 제외한 23만명을 포함하면 전체 실업자수는 165만명에 이른다는 주장도 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할 때 1년간 24만명이나 증가한 수치다. 그래서 신문에는 취업경쟁이 전체적으로 87대1이니, 어느 회사는 320대1이라는 기록을 세웠다고 대서특필한다.230여개 세계 여러 나라가 극심한 경제불황과 취업난을 겪고는 있다지만 현실만 탓하는 것은 너무 무책임한 일이다. 정부나 사회, 기성세대들 모두의 잘못이다. 사정이 이렇다고 해서 이대로 주저앉을 수만은 없는 일이다. 주변을 잠시라도 돌아보는 여유가 필요하다. 아니, 눈높이를 낮추어본다면 취업이 그리 불가능한 일도 아니라는 생각이다. 중소기업에서는 사람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라는 소리도 들린다. 필자도 얼마 전 레미콘 공장장인 친구로부터 구직자 추천을 의뢰받은 적이 있다. 4년제 대학 출신중 관리사원으로 키우겠다는 생각이었다. 그러나 여기저기 수소문해 보았지만 여러가지 조건을 다는 바람에 추천을 포기하고 말았다. 다른 중소기업들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물론 직업은 생계수단 뿐만 아니라 자신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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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게임중독 지면기사
인터넷은 현대사의 총아요 문명의 최대 이기임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인터넷이 발달할수록 이에따른 사회 병리현상 또한 만만치 않다. 인터넷의 사이버세계에서는 듣도 보도 못한 용어들이 하루가 멀다하고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다. 혈맹, pk, 공성, 파티, 득템…등 언뜻 듣기에는 알것 같지만 생소한 게임단어들이다. 하지만 젊은층 사이에서는 이를 모른다면 좀처럼 대화하기 쉽지 않다는 것이 청소년 대중론이다.그런 가운데 요즘 우리 사회에서는 청소년 인터넷 중독증이 심각한 사회 병리현상으로 떠오르고 있어 여간 문제가 아닐수 없다. 이젠 위험수위를 넘고 있음이 여러곳에서 감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중 하나가 최근 청소년들이 게임에 깊이 빠져들면서 일부는 중독증세까지 보여 병원을 찾는 사례가 빈번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개중에는 부모의 무지에서 병세를 심화시키는 반면 설사 병원을 찾아도 아직은 이들이 전문치료를 받을 만한 시설이 없는 것이 현실이다.가상의 게임 아이템이 실생활에서 불법으로 거래되고 ID도용과 사기, 폭행, 갈취 등 각종 범죄가 빈발하고 있어 온라인 게임이 사이버 범죄의 온상이 되는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결국 중독증으로 인해 현실과 가상의 세계에서 청소년들의 가치관은 크게 혼란을 겪으며 자신도 모르는 사이 범죄에 빠져드는 중독증 폐해의 내상을 당하고 있는 꼴이다.형사정책연구원에 따르면 13세에서 19세 사이의 청소년 2천700여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하루 평균 인터넷 사용시간은 4시간15분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 대상자의 77%가 인터넷 게임을 즐기고 있으며 인터넷 게임을 즐기는 시간도 하루평균 2시간이 넘는 것으로 밝혀져 부모들의 지도가 절대 필요한 것으로 드러났다. 무방비 상태로 노출되고 있는 온라인 게임의 시간 소비에서 볼수 있듯이 부작용과 역기능이 시대 전환기적 통과의례라고 치부하기에는 너무 정도를 넘어섰다는 판단이다.요즘의 온라인게임은 과거의 오락이라는 단순한 개념에서 바라보면 정말 시대적 착오일 수밖에 없다. 과거와는 달리 단계를 거치는 '스테이지(stage)형' 게임으로 스릴을 더해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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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은 그 입 다물라 지면기사
정치권이 제대로 걸려들었다. 'SK 비자금 스캔들'의 수렁에 단단히 발목이 잡혔다. 도덕성을 집권 기반으로 했던 대통령의 측근이 11억원을 당겨 썼고 이를 미리 보고받은 노무현 대통령은 눈앞이 캄캄하다고 했다. 집권이 유력했던 제1야당 한나라당이 100억원을 꿀꺽 삼켰고 대통령이 될 뻔한 이회창 전 총재는 떨리는 목소리로 감옥갈 각오가 돼 있다고 밝혔다. 대통령을 비롯한 여야 정치권 인사 모두가 불법정치자금으로 부터 자유로운 정치인과 정당은 없다고 자백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마디로 '검은 돈'에 대해 정치권은 공동정범의 처지로 전락한 것이다.그런데 이상하다. 범죄 피의자들이 범죄의 실체를 밝히는 수단과 범위 뿐 아니라 처벌수위에 이르기 까지 이러쿵 저러쿵 간섭하고 있으니 말이다. 피의자들이 엄정한 법집행을 방해하고 왜곡하는 말과 행동을 함부로 하고 있으니 지켜보는 국민들로서는 그들의 철면(鐵面)에 소름이 돋을 정도다.정치권은 이제 부터라도 검찰수사에 영향을 미칠 일체의 언행을 자제해야 한다. 먼저 노 대통령부터 말을 아낄 필요가 있다. 대통령은 지난 2일 “(SK 자금 뿐 아니라) 대선자금 전모를 밝혀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매우 부적절한 발언이다. 일단 범죄행위에 대한 수사는 대한민국 검찰의 고유 권한이다. 대통령의 권한이 아무리 커도 간섭해서는 안되는 성역이다. 간섭이라고 인식되는 순간 검찰의 공정성이 무너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검찰이 수사 범위를 5대 재벌 등 불법 정치자금을 조성한 단서가 있는 모든 기업으로 확대할 의지를 보이고 있지만, 대통령의 사전 발언으로 검찰의 의지가 아닌 정권의 의지로 곡해되는 상황이 이를 증명한다.“일반 정치자금이나 보험성 정치자금을 제공한 기업에 대해 사면하고 넘어가자고 제안할 용의가 있다”는 말 또한 문제가 있기는 마찬가지다. 불법 정치자금 수수 범죄는 국정운영 주체인 정치인을 타락시키는 국기문란 범죄로 그 피해가 고스란히 국민에게 전가되는 중대 범죄다. 준 쪽이나 받은 쪽이나 쌍방을 처벌하지 않고는 근절이 힘들다. 범죄의 양형(量刑)은 그 양상에 따라 사법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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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賞 콤플렉스 지면기사
노벨상 콤플렉스의 달 10월도 내일 모레면 꼬리를 감춘다. 올해도 노벨상은 한국인을 외면했다. 미국이 2백 하고도 수십 명, 일본이 10여명에다 베트남, 티베트, 나이지리아, 남아공까지 타고 부자(父子)도 타고 2관왕도 있는데 우리라고 하는 콤플렉스가 해마다 도진다. 하긴 단 한 번의 노벨상…2000년 6월 노구(老軀)의 DJ가 등이 휘도록 햇볕을 싸 짊어지고 불원천리 아들 뻘의 '장군님'을 찾아가 껴안은 공로로 바로 그 해 10월 평화상을 타기는 탔으니 그나마 위안으로 삼아야 할지도 모른다.한데 필자의 눈엔 노벨이라는 사람부터가 좀 그렇다. 그는 초등교육만을 받은 일개 공업 기술자와 화학자에 불과했고 평생 독신으로 살았다. 그런 그가 어쩌다가 다이너마이트를 발명했고 무연(無煙) 화약을 개발해 영국, 독일 등에까지 공장을 세웠는가 하면 1886년 다국적 회사인 '노벨 다이너마이트 트러스트'를 설립한 웬만한 기업가일 뿐이다. 노벨이라면 다이너마이트부터 연상한다. 다이너마이트란 파괴와 멸망의 신이 보낸 선물이지 결코 평화의 상징은 못된다. 하기야 '건설을 위한 파괴'라는 역설이 나올 수도 있다. 아무튼 인류사상 가장 파괴 수단에 이바지한 사람이 노벨이고 전쟁 파괴에 가장 공헌한 사람이 노벨이다. 발명으로 치더라도 에디슨이 발명왕이라면 그는 '발명 장관' 급에도 미치지 못한다.그런 그가 산처럼 쌓았던 돈을 굳이 인류에게 나눠주려 했다면 그 유언부터 달리 했어야 했다. "내 상을 만들되 '파괴상'은 몰라도 평화상은 만들지 말라. 모두들 낄낄거릴까 두렵다. 또 문학의 '문'자도 모르는 내가 문학상을 준다는 것도 좀이 아니라 아주 그렇다. 의학상도 그렇고…. 다만 화학상 정도면 적당하지 싶구나…" '노벨 평화상'이라니, '노벨 문학상'이라니! 지독한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선정된 작가들도 된통 그렇다. 스칸디나비아 문학 전공자가 아니면 전혀 모를지 싶은 라게를뢰브, 하이덴스탐, 칼펠트, 라게르크비스트, 사크스욘손, 마르틴손 등이 놀랍게도 모두 스웨덴 출신 노벨 문학상 작가들이다. 반면 톨스토이, 입센, 체호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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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한병과 쪽방 노인 지면기사
술은 인류역사와 함께 하고 있다. 가장 처음 술을 빚은 생명체는 사람이 아닌 원숭이로 알려져있다. 원숭이가 움푹 파인 곳에 저장해둔 과실이 우연히 발효된 것을 인간이 먹어보고 맛이 좋아 계속 만들어 먹었고 바로 이 술을 원주(猿酒)라고 했다. 최초의 과실주에서 소주나 위스키와 같은 증류주는 한참 후에 알려진 제조술이다. 재미있는 현상 하나는 술의 원료가 주식과 밀업한 관계가 있어 어패류나 해수(海獸)를 주식으로 하는 에스키모족들은 술이 없었다는 사실이다.한국의 전통술은 탁주·약주·소주로 대표된다. 이중 탁주가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고, 탁주에서 약주가 나왔으며, 이를 증류하여 소주가 만들어졌다. 일명 막걸리인 탁주는 우리 민족의 토속주로서 제조술에 따라 그 맛도 다른 것이 특징이다. 특히 소주는 일반 양조주의 결점을 보완해 증류로 얻는 술로 선조들이 오랫동안 약용으로 귀하게 여겨왔다. 하지만 잘 먹으면 약이 되는 술이 때로는 독주로 변해 자칫 이로 인해 패가망신하는 사례는 수도 없이 많다. 이미 대중화되어버린 폭탄주가 세인의 도마 위에 올랐던 사실을 기억하고 있다. 또한 얼마 전 감사원 직원이 취중에 옆사람과 경찰에 행패를 부렸으나 술 때문에 기억에 없다며 선처를 바라는가 하면 어떤 이들은 사소한 일로 경찰에 불만을 품고 만취 상태로 차를 몰아지구대를 들이받아 한 인생을 담보하기를 반복하고 있다. 우리 주변이 크게 병들어가고 있다는 방증이다.최근 우리 사회는 정치권과 국정의 여러가지 난맥상으로 일대 혼란을 겪으며 평형심을 유지하기 위해 몸살을 앓고 있다. 경제는 한치 앞이 안 보인다고 아우성이고 350만의 신용불량자와 수십만의 청년실업자가 양산되는 과정을 밟고 있다. 늘어만 가는 서울 도심 외딴 섬 쪽방과 노인 자살을 비롯해 급기야는 차량에 불을 질러 가족이 동반자살하거나 어린 자식을 아파트 난간에서 떠밀고 자신도 귀따르는 무모한 사거닝 잇따르고 있다. 예전엔 보도 듣도 못한 인터넷 자살 사이트가 유행병처럼 번진다고 한다.중·장년의 기성인들은 언제부터인가 공동체적 사회질서가 무너지고 있다는 위기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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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바람과 닭고기 스프 지면기사
강화군 불은면 덕성리와 김포시 대곶면 송마리 사이에 있는 물목인 '손돌'은 폭이 좁고 물이 감돌아 물살이 세고 빠르기로 유명하다. 이런만큼 이곳에서 부는 바람 또한 매섭기가 그지없다. 겨울날씨와 관련 국어사전에 조차 ‘손돌이바람’은 물살이 센 ‘손돌’에서 부는 매서운 바람이고, ‘손돌이추위’는 센 바람으로 인해 ‘손돌’에서 발생하는 심한 추위라는 뜻으로 기록되어 있다. 겨울날씨의 대명사인 셈이다. 비슷한 말로는 '칼바람'이있다. 매서운 바람의 북한말로 우리나라 사전에는 나와 있지 않는 말이다. 그러나 날씨와 상황의 살벌함을 나타낼때 자주 사용한다.요즘 무너지는 경제의 후유증이 매서운 칼바람이 되어 나이든 서민들의 마음을 파고 들고 있다. 겨울이 오려면 아직 멀었지만 속도도 한파를 동반한 음력시월 스무날의 심한 추위만큼 빠르다.불황의 골이 깊어지면서 외환위기 이후 잠잠했던 명예퇴직 바람이 다시 불고 경기침체라는 칼바람 속에 기업이 쓰러지고 있기 때문이다. 경쟁력을 잃은 생산업체는 줄줄이 외국으로 떠나고 구조를 바라는 중소기업인들의 애처로운 호소는 공허한 메아리가 되어 종업원의 텅빈가슴을 때릴뿐이다. 최근 은행 등 금융권에 불고있는 구조조정바람도 심상치 않다. 일부 보험사들과 부실에 허덕이는 카드사들도 발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모은행은 인건비부담을 덜기위해 콜센터 자체를 중국으로 옮기는 방안도 추진중이다. 국내 상담원 월 급여가 130만원인데 중국에선 13만원이면 충분하다는 계산이어서 통신비를 감안 하더라도 이익이라는 판단에서라고 한다. 고임금을 피해 생산공장을 해외로 이전하는 사례는 많았지만 은행같은 서비스업마저 외국으로 이전을 꾀하기 시작했다는 것은 충격으로 다가오기 충분하다. 이땅에 기업과 공장은 없고 실업자만 가득할수 있다는 기우(杞憂)마저 생긴다.실적이 좋은 기업들도 신규 채용 여력을 늘리고 조직을 젊게 만들기 위해 인력 감축에 적극적이다. 이래저래 내몰리는 계층은 중년들이다. 이달초 5천500명을 퇴직시킨 KT의 38세까지라는 명퇴신청 나이만 보더라도 '사오정'은 옛말이 됐다. 나이에 관계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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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소속 대통령은 힘들다 지면기사
청와대는 엊그제 노무현 대통령이 민주당을 탈당해 당분간 무소속으로 남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대한 민주당의 악에 받친 비난과 한나라당의 정략적 비판은 일단 접어둔다 해도 청와대를 불안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국민정서를 외면하기는 힘들다. 국민은 무소속 대통령이 과연 우리 앞에 놓인 험난한 시련을 헤쳐나갈 수 있을지 걱정하고 있다. 대화 빈곤과 협력 부재의 한국적 정치관행과 무소속 대통령이 빚어낼 혼란이 두렵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대통령의 무소속 행보에 대해 여야 의원들과 사안별로 대화하고 크로스보팅(자유투표)도 도입하는 미국식 대통령제 방식으로 국정을 운영하겠다고 한다. 그러나 이는 정당정치의 기본을 망각한 언사이자 우리를 위협하는 안팎의 엄중한 현실을 외면한 한가한 소리다.여러 국정현안마다 의원들을 설득해 국회의 협력을 받겠다고 하지만 그것은 대통령 자신이 대표하는 정당을 가졌을 때 가능한 것이다. 국회는 국민이 선출한 국회의원들로 구성된 정당이 지배하는 국민 대의기관이다. 정당이 지배한다는 이유는 의원 개개인이 헌법기관으로서 자유로운 것 같지만 정당이 국민에게 약속한 정강과 정책의 틀 속에서 자율적으로 자신을 통제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국회의원은 '국익 선택의 자유'와 '양심의 자유'를 구속받지 않는 한 소속 정당의 정강 정책 실현을 위해 봉사할 의무를 다해야 하고 대통령은 소속 정당이 앞세운 정강 정책을 상징하고 실현하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대통령이 정당의 발판을 딛고 있어야만 여러 국정현안에 대한 국민의 찬반의사가 소통될 수 있고 그 과정을 거쳐야만 국익실현을 위한 여야 정당의 타협이 가능하다는 얘기다.그런데 청와대는 이라크 파병 문제는 국회내 보수세력의 지원을 받고, 정치개혁은 신당과 공조하며, 예산안 처리는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협조를 받겠다는 구상이다. 이는 대통령의 이념적, 정책적 정체성과 지지세력의 기반을 스스로 부정하고 파괴하는 발상이다. 또한 국회를 한낱 대통령에 대한 협조기관으로 전락시키자는 반의회적 발상으로 오해받을 소지가 다분하다. 만일 국민 대다수가 반대하는 추가파병을 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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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이 평양된다'? 지면기사
최근 출간된 두 일본인의 책이 눈길을 끈다. 미 허드슨연구소 수석연구원 히타카요시키(日高義樹)의 '미국은 북한을 핵공격한다'와 일본 산케이(産經)신문 서울지국장 구로다가쓰히로(黑田勝弘)의 '서울이 평양이 된다'는 것이다. 구로다는 “한국의 좌익과 진보파가 북한 김정일 체제를 사상적으로 비판하지 않고, 비판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분위기가 된 것이야말로 서울이 평양이 되는 것”이라고 했고 히타카는 북한이 미국의 이라크 다음 목표가 될 것으로 전망,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을 회유(懷柔)할 뜻이 전혀 없는 데다 북한은 북한대로 강경하기 때문에 미국의 군사 공격은 멀지 않았다”고 주장한다.북폭(北爆)에다 “서울이 평양이 된다'? 그런데 우선 궁금한 건 구로다의 지적처럼 우리는 북한 체제를 비판할 수 없는 분위기인데다 '설마'하고 태연하기만 한데 왜 일본인들은 그토록 북핵에 민감한가 하는 점이다. 그야 그럴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들은 태평양전쟁 말기 히로시마(廣島), 나가사키(長崎)에 투하된 핵폭탄의 위력과 그 피해와 후유증이 대를 이어 얼마나 끔찍하고 심각한가를 뼈저리게 통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걸 겪지 않은 우리는 그 혹독한 심각성을 모른다는 것이다.히로시마시가 지난 6월16일 북핵 메이커 김정일에게 초청장을 보낸 까닭은 바로 그 점을 깨우쳐 주기 위함이었다. “오는 8월6일 '원폭의 날' 기념식에 참석해 피폭지의 참상과 흔적이 어떠한가를 살펴달라”는 취지였다. 그러나 그는 초청에 응하지 않았다. '왜'였을까. '그깐 ×들 원폭의 날 기념식에 내가 왜…'였을까, 아니면 '굳이 거기까지 가 보지 않더라도 히타카의 예견처럼 미제가 폭격을 해 오면 어차피 피할 수 없는 게 핵전쟁이거늘…' 그런 쪽이었을까. 하긴 2000년 6월 DJ에게 '서울 답방'을 약속하고서도 3년째 오지 않은 그가 아무 데나 '함부로' 갈 사람은 아닐 것이다. 그는 DJ와의 약속을 지켰어야 했고 하늘이 두 쪽 난다 해도 그 틈서리로 서울에 왔어야 했다.그런데도 오지 않은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나름대로 계산상의 숫자는 포함됐는지 모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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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심은 천심이다 지면기사
'하늘은 모든 일을 귀밝게 듣고, 눈밝게 본다. 백성의 바람으로 한다. 백성의 소리는 하늘의 소리이고 민심(民心)은 천심(天心)이라 하늘에 대신하여 나라를 다스리는 자는 이것을 잊어서는 안되는 것이다'. 중국 오서중의 하나인 서경(書經)에 나오는 말이다. 조선왕조 정치철학인 성리학의 민본사상(民本思想)에서도 백성은 나라의 근본이라고 했다. '백성은 귀하고, 사직(社稷·나라, 토지, 곡식)은 다음이며, 국왕은 가볍다(民爲貴, 社稷次之, 君爲輕)'는 경중의 순서가 말해지고 있다.요즘 이같은 민심이 흉흉하다. '지역주민을 만나기가 겁날 정도였다. 농사는 흉작에 정치권은 싸움박질만 해 욕할 기운조차 없다. 주민들이 대통령에 대한 기대를 아예 접은 것 같더라'. 추석연휴기간중 지역구를 다녀온 국회의원들의 귀향보고서가 이구동성이다. '예로부터 농사가 잘되고 안되고는 나랏님과 신료들이 선정을 베풀었는지, 아닌지에 달렸다고 했어. 지들끼리 찧고 까불고 제 욕심 챙기기에 급급했지, 어디 민심을 읽기나 했겠어?' 시골에서 만난 한 어르신은 흉년이 든 것도 모두 위정자 탓이란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추석연휴 막바지에는 태풍 매미가 한반도를 휩쓸고 지나 100여명의 인명피해와 함께 황금들녘은 폐허로 변해 버렸다.민심을 챙겨왔다는 정치권은 또 어떤가. 국민들은 정치에 이미 등을 돌린지 오래지만 이들의 이전투구(泥田鬪狗) 양상은 정말 볼썽사납다. 각종 부패·비리 사건이 터졌다 하면 국회의원, 권력실세 이름이 거명되는 것은 다반사요, 정치권의 혼란과 폭력사태는 새삼스런 일도 아니다. 국민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겠다던 약속은 어디 가고 민심을 대표하겠다고 자처한 국회의원들이 이 수준밖에 안된다는 사실에 국민들은 서글퍼하고 있는 것이다.아무리 재미있는 드라마라 할지라도 질질 끌면 시청자나 관객들이 짜증을 낸다. 결과가 뻔한데도, 재미라고는 한 군데도 없고 폭언과 폭력으로 얼룩진 난장판을 방영하면서 6개월이나 지루한 싸움을 계속하고 있다. 시청하는 사람조차 없는 민주당의 이 '신당 드라마'는 지난 87년 대선때도 이혼했고, 3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