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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밥솥과기둥뿌리 지면기사
IMF 환란(換亂) 때 이런 속설이 나돌았다. 이승만 대통령이 마련한 밥솥에다 박정희 대통령이 쌀밥을 지었는데 엉뚱하게도 전두환 대통령이 그 쌀밥을 맛있게도 잡수셨는가 하면 노태우 대통령은 누룽지까지 박박 긁어 뭇 사람의 입에 군침이 돌도록 어떻게 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김영삼 대통령은 어쩌다가 그만 그 무쇠 솥을 IMF의 깡드쉬, “깡통이나 드슈(차슈)”라는 뜻이 아닌가 싶은 기묘한 이름의 사나이한테 빼앗겨버렸다는 것이다. 이 얼마나 배꼽 움켜쥘 우스개 소리란 말인가. 초대 이승만 대통령이 '대한민국'이라는 이름의 건국(建國) 밥솥을 어렵사리 만들긴 만들었어도 그 밥솥에다 쌀밥 한 번 제대로 못 짓고 꿀꿀이죽, 시래기죽, 강냉이죽만 쑤어오던 것을 박정희 대통령이 “새벽종이 울렸네/ 새 아침이 밝았네…” 해가며 불철주야 노력으로 기름기 자르르한 쌀밥을 짓긴 지었어도 당신께선 제대로 잡수시지도 못한 것을 숟가락만 들고 있던 전두환 대통령이 고스란히 물려받아 맛있게 잡수셨고 노태우 대통령은 노릇노릇한 누룽지까지 아삭아삭 처치해버렸다는 것이 아닌가. 그런데 YS는 IMF 사태로 대한민국의 밥솥 자체를 빼앗겨버리고 말았다는 비유였다. 그럼 15대 DJ의 사명은 무엇이었던가. 그야 YS가 어 어, 비명 한 번 올릴 사이도 없이 빼앗겨버린 대한민국 무쇠 밥솥을 찾아오는 일이었고 그는 무난히도 그 일을 해내 천둥 같은 국민의 박수를 받았다. 거기까진 좋았다. 그런데 취임 초의 '제2의 건국'이라는 슬로건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제2의 건국'이라니! 그럼 이승만 초대 대통령이 1948년 건국한 이래 1998년 두 번째로 나라를 바꿔 세우겠다는 뜻인가 무엇인가 묻고 싶었다. 그런 뜻이었다면 건국이래 50년 현대사가 일말의 가치도 없는 과정이었고 더는 두고 볼 수 없이 형편없는 꼴이었다는 뜻이던가. 그렇다면 건국의 아버지인 이승만과 민족 부흥의 아버지인 박정희는 물론 나름대로 임기 중의 공로를 인정받을 역대 대통령이 지하에서, 지상에서 얼마나 고약하게 심기가 뒤틀릴 것인가. 물론 '제2의 건국'이라는 평을 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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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벌과 '사랑의 매' 지면기사
학교교육의 현장에서는 학생들의 소질과 능력을 계발하고 신장시키기 위해 여러 가지 이론과 방법이 동원된다. 체벌도 그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체벌이란 매를 때리는 것 만이 아니다. 꿇어 앉히기, 일어서 있기, 팔 들고 서있기 등 피교육자의 교정(矯正)을 위해 신체에 가하는 행위 일체를 말하는 것이다. 순수 교육적 체벌이 아닌, 비교육적 구타 또는 폭력은 어떤 경우에든 교육 현장에서 단연코 배격돼야 함은 물론이다. 순수 교육적 체벌이라도 그것이 교육에 무효, 무익하다면 교육 현장에서 철저히 배제돼야 하겠지만, 교육에 유효, 유익하다면 당연히 교육의 한 방법으로 인정돼야 한다. 요즘 들어 체벌과 관련한 일련의 사건들을 접하면서 마음이 씁쓸하다. 수원시내 한 초등학교에서 주의가 산만한 어린이의 통제가 어렵자 담임교사가 학급 간부들을 시켜 차례로 뺨을 때리게 했다고 하여 야단이다. 수년 전 교육차원의 체벌은 정당하다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있었지만 체벌의 방법치고는 너무 했다는 생각이다. 인천의 한 사립초등학교에서는 체벌교사와 이를 옹호하던 교사에 대해 학교측이 사표를 수리하자 이제는 학부형과 어린이들이 사표수리는 '너무하다'며 전학도 불사하겠다는 기세로 농성을 벌인다고 한다. 급기야 경남 창원의 한 초등학교에서는 수업도중 6학년 어린이를 마구 때린 57세의 담임교사가 부모의 고소로 인해 구속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공자(孔子)는 교육에서의 체벌을 이렇게 말했다. “가엾게 여기는 아이에겐 매를 많이 때리고, 미운 아이에겐 밥을 많이 주어라.” 여기서 ‘가엾게 여기는 아이’는 잘 되어야 할 아이인데 어쩐지 잘 안되고 있어서 걱정되는 그런 아이를 가리킨다. 성경에도 “아이의 마음에는 미련한 것이 얽혔으니, 징계하는 채찍이 이를 멀리 쫓아내리라. 말에게는 채찍이요, 나귀에겐 재갈이요, 미련한 자의 등에는 막대기니라”고 했다. 성인(聖人)들도 체벌을 인정했다고나 할까. 한 자녀 시대에 자기 중심적 사고로 자란 요즘 아이들은 어지간해서 부모나 교사의 권위를 인정하려 하지 않는다. 과거에는 윤리의식과 인성이 가정교육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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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가 자살하는 세상 지면기사
어린소녀가 세상에 태어난지 11년만에 스스로 목숨을 거두어 갔다. 사회를 책임지고 있는 우리 기성인들은 어떻게 해서 이런 불행이 일어날 수 있었는지 작금의 세태를 되돌아 보게 하는 사건이 아닐 수 없다.컴퓨터의 사이버 세계가 빚어낸 이번 폐해를 보며 하루가 다르게 눈부신 발전을 하는 컴퓨터는 과연 우리 자식들의 인생을 어떤 세계로 끌고 갈지 심히 우려되는 바가 크다. 우리 모두는 컴퓨터가 인간에게 미치는 환상을 얼마나 알고 있으며 또한 아이들 교육에 어떻게 대처하고 있는지 의문을 갖게 하는 대목이다.어린 아이가 컴퓨터 게임에 빠져 결국 헤어나지 못한 채 얼마 안되는 돈 때문에 -물론 아이에게는 천문학적 숫자지만 마음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인터넷 상술에 한(?)을 품고- 이땅에서의 짧은 생을 마감하는 비극을 불렀다. 1주일전 수원에 사는 초등학생인 K양이 인터넷 유료 콘텐츠를 사용해 오다 급기야 엄청난 이용 부과 요금을 두고 어머니에게 꾸중을 들은 뒤 자신의 방에서 목숨을 끊었다. 참으로 불행한 소식이다.하지만 자식을 키우는 사람은 사실 누구에게나 일어날 여지가 항상 도사린 사회 현상으로 결코 가볍게 넘길 일이 못된다는데서 한 아이의 죽음이 크게 다가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아이를 죽음으로 몰고간 인터넷의 아바타 게임이 도대체 무엇이기에 이지경에 이르렀는가.최근 어린이는 물론이고 청소년들에게까지 광범위 하게 퍼지고 있는 아바타는 사이버상에서 나를 대신하는 가상의 캐릭터 정도로 인식하면 무리가 없을 듯 싶다. 문제는 대리만족의 캐릭터를 엔간히 두고 보는것 만이 아닌 행복하게 해주는데 있다. 가상의 나를 위해 아름답게 꾸밀 수 있는 옷이며 액세서리, 이 모든 것이 수백원에서 수천원까지 유료 서비스를 받게 된다는데 주목해야 한다. 처음에 접하는 경우는 소액에 지나지 않는다.그러나 이게임에 푹빠져 있는 어린 아이들은 대부분 돈에 대한 개념이 없거나 아예 무시한다는데 원인이 발생한다. 더욱이 유료임을 알아도 유혹을 이기지 못하는 이유로는 일부 인터넷 업체들의 결제방식이 마음만 먹으면 유선전화를 이용한 쉬운 접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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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줄 타는 사회의 위기 지면기사
우리의 민속놀이판에 가보거나 외국의 서커스를 시청하다 보면 빠지지 않는 종목이 줄타기이다. 허공에 걸린 외줄 위에서 광대나 곡예사가 벌이는 아슬아슬한 기예는 지켜보는 사람의 간을 졸이게 마련이다. 그러나 곡예사들이 허공의 외줄을 그냥 걷던가. 하나 같이 몸의 균형을 잡아줄 도구를 사용하게 마련이다. 우리의 광대들은 주로 한 손에 부채를 활짝 펴들고 균형을 잡고, 외국 곡예사들은 기다란 균형대에 의지해 빌딩 사이사이를 오간다.한국 사회는 지금 외줄을 타고 있다. 그것도 균형을 유지해 줄 부채도 균형대도 없는 위험한 줄타기이다. 너도 나도 서로의 주장을 허공에 줄로 매어놓고 위험한 줄타기를 자청하고 있으니 웬 소란인지 모를 일이다. 여기저기서 위험을 알리는 고성이 터지고 지켜보는 국민들은 간담이 서늘할 지경이다.조흥은행 파업 타결의 전말을 지켜보면 외줄타기의 구조적 심각성을 잘 알 수 있다. 신한금융지주와의 합병을 반대한 조흥은행 노조는 예금인출 사태와 은행전산망 마비의 위험성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파업이라는 외줄에 올라탔다. 요구안 관철아니면 공멸의 추락이라는 양자택일의 줄타기를 벌인 것이다. 결국 3년간 독자경영, 임금인상, 통합이후 고용보장을 관철해냈지만, 합병대상 기업에게 독자경영은 물론 임금인상까지 약속하는 비상식이 관철되자 국내 경영인이나 외국인 투자가 모두 '난센스'를 합창하고 있다. 이 뿐인가. 인천을 비롯한 대도시 지하철 노조, 민주노총, 버스·택시 노조 등 외줄을 타거나 걸어놓은 노조가 줄줄이 대기중이다.그러나 외줄은 노조만 타란 법은 없는가 보다. 노조의 외줄타기에 분기탱천한 경제 5단체가 23일 “정부가 법대로 안하면 기업이 법대로 하겠다”며 외줄을 매달고 나섰다. 노조의 불법에 민·형사 책임을 묻는 등 법대로 하겠다는 것이다. 그래도 안되면 기업들은 회사문을 닫거나 해외로 이전할 수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정부가 노조에 대해 법보다는 대화를 앞세웠는지, 노무현 정부의 친노(親勞) 경향이 지나친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경영자들의 인식은 '그렇다'는 것이고, 그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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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덜사모'와 재미있는 대통령 지면기사
프랑스 제3공화정(共和政) 제4대 대통령 카르노(Carnot) 때 얘기다. 파리의 어느 손꼽히는 부호가 조야의 명사들을 초대해 잔치를 벌였다. 물론 카르노 대통령도 참석했다. 그런데 자리에 앉으려고 상석으로 다가간 카르노는 자신의 육안을 의심했다. 최고의 상석엔 철도회사의 기사장(技師長)이 버티고 앉아 있고 다음 자리엔 유명한 문학자, 그리고 대학 교수 순서에다가 겨우 16번째 자리에 가서야 '대통령 카르노'라는 이름표가 붙어 있는 게 아닌가.얼굴이 노래진 대통령을 대신해 좌중의 한 사람이 '몹시 부당한' 좌석 배치의 연유를 항의하듯 물었다. 그러나 주인은 자신감 넘치는 톤으로 말했다.“상좌의 기사장으로 말할 것 같으면 누구도 그 사람을 대신할 수 없는, 그 사람이 아니면 안되는 전문적인 기량을 평생 쌓아올린 분입니다. 그 다음의 문학자, 화학자도 같은 이유입니다. 하지만 무엄한 말씀 같지만 대통령이야 당장 그만두신다 해도 대신할 분들이 줄을 서 있지 않습니까.”물론 이 전설 같은 얘기에 코웃음을 치지 않을 대통령은 대한민국은 물론 전세계 전·현직을 통틀어 거의 없을지도 모른다. 장쩌민(江澤民) 중국 주석이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사 회장을 두 번 만나는 동안 빌 클린턴 대통령은 한 번밖에 만나 주지 않았다고 해서 '빌 C'보다는 '빌 G'가 더 세다는 세속의 입방아에도 클린턴은 힝 코웃음을 쳤을 것이다. 더구나 래리 피플스라는 한 사내가 술집에서 “클린턴과 그 마누라는 미국의 조상과 우리에게 수치스런 존재다. 그들을 없애버릴 것이다”고 소리를 치다가 '국가원수모독죄'로 체포, 기소(94년 1월14일)가 되는데도 말리지 않은 그였다.그런 별난 죄는 아직도 도처에 있다. 프랑스의 르 몽드지가 95년 '모로코의 하산 2세 국왕(99년 사망) 측근들이 마약 밀매에 관련됐다'는 기사를 썼다가 모로코 정부의 항의를 받은 프랑스 정부에 의해 '국가원수모독죄'로 기소를 당한 사건만 해도 그렇다. 그러나 유럽인권재판소는 작년 6월25일 “1881년 제정된 '국가원수모독죄'는 시대착오적이며 언론자유와 관련된 권리를 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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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정신으로 다시 뭉치자 지면기사
우리는 근대사에 있어 국민이 한 덩어리가 된 감격적인 순간들을 두 번 경험했다. 한번은 88 서울올림픽이었고 또 다른 한 번은 지난해 한국과 일본이 공동 개최한 월드컵 축구대회였다. 88서울올림픽이 한국인의 저력을 지구촌에 알린 계기가 되었다면 월드컵 축구는 한국인으로서의 긍지와 실력 그리고 그 위상을 세계에 각인시킨 기회였다. 더욱이 남북으로 갈라진 분단 한반도에서 해냈다는 데 더 큰 보람과 감격이 있었다. 특히 월드컵 4강 신화의 감격은 지금도 가슴에 용솟음치고 있다. 전국을 붉게 물들인 응원 물결은 너무나 감격적이었다. ‘대~한민국’, ‘오! 필승 코리아’라는 함성은 한국을 뛰어넘어 전 세계인의 가슴을 감동시켰다. 그것은 진실로 누가 시켜서 한 것이 아니었다. 온 사회는 하나로 통합되었고 젊은이들은 한국에 태어난 것이 자랑스럽다고 너나 할 것 없이 좋아했다. 우리 생애에 그처럼 환희에 찼던 한 달이 또 있게 될지 의문스러울 만큼.지난해 이 무렵 동방의 '작은 나라' 한국이 그토록 엄청난 기적의 드라마를 연출하리라고 예상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고 그야말로 감동의 물결이었다. 세계 축구의 강호들을 차례로 물리친 태극전사들의 선전을 보면서 경기장에서, 거리에서 서로 얼싸안고 '오 필승 코리아' '대~한민국'을 목이 터져라 외치며 응원하던 시민들은 주체할 수 없는 환희의 물결 속에 춤추고 노래했다. 한·일 월드컵을 통해 우리는 이념과 지역, 계층간 갈등을 넘어 국민대통합을 이루었다. 전국에서 수백만의 인파가 거리로 쏟아져 나왔지만 훌리건으로 대표되는 서구의 폭력적인 응원과는 극적으로 대조되는 질서정연하고 열광적인 모습의 응원은 해외 언론들이 극찬했고 우리 스스로도 놀라운 체험을 했던 것이다. 지금도 코 끝이 '찡'할 정도다.그래서 당시 정부는 어려워진 경제현실과 국내·외 여건들을 풀어나가는 방법의 하나로 '포스트 월드컵'대책을 세우고 월드컵을 통해 얻어진 '코리아 브랜드'의 효과를 최대한 활용, 국민의 결집력을 경제, 사회발전의 원동력으로 삼겠다고 천명했다. 그러나 월드컵 이후의 1년을 되돌아보면 착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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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LL 침범은 어리석은 행위다 지면기사
▲09:54=북 경비정 1척 NLL 월선 ▲09:54=해군 고속정 '퇴각' 경고방송, 고속정 2척 대응기동 ▲10:01=북 경비정 또 1척 NLL 3마일 월선. 해군 고속정 2척 대응 ▲10:15=해군 고속정 4척, 북 경비정에 근접 퇴거 시도 ▲10:25=NLL 3마일 월선 북 경비정 선제사격. 해군 고속정 1척 피격 ▲10:25=해군 고속정 2척 응사 ▲10:35=해군 고속정 2척 교전지점 증원 ▲10:43=북 경비정 1척 화염발생 ▲10:50=북 경비정 NLL 북상중 계속 사격 ▲10:56=남북한 사격중지, 상황종료. 지난해 6월29일 당시 남북 해군 경비정간 숨막히는 서해교전 31분 상황을 시간대별로 정리한 내용이다. 이날 교전으로 우리측은 4명이 사망하고 1명이 실종됐으며 고속정 1척이 침몰하는 순간이기도 했다. 북측 경비정 1척도 대파된 상황이다. 서해 연평도 서쪽 북방한계선(NLL) 근해에서 지난 99년 6월 이후 3년만에 남북한 해군 함정이 총격전을 벌인 것이다. 그 때의 참상과 전사자 유가족의 슬픔을 우리는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지금 또 다시 그곳에서는 서해교전 시점과 유사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어 우리 군당국이 한시도 긴장을 늦추지 못한채 무력충돌 예방에 만전을 다하고 있다고 한다. 물론 어느 때보다 높은 위기 의식에 대한 경계는 철통같이 이뤄지리라는 것은 짐작하고 남음이 있겠으나 작금의 북측 태도는 여간 우려되는 것이 아니다. '살아남은 자의 슬픔. 모두가 죽기를 각오하고 싸웠다. 그러나 하늘은 그들의 운명을 갈라 놓았다.' 당시 서해교전에서 살아남은 전우들은 아픈 가슴을 부둥켜 안고 꽃같은 젊음이 허망하게 지는데 대한 분함을 감추지 않았는데, 아직도 사라지지 않은 악몽을 되새기는 일련의 상황 전개들은 참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행동이다. 자칫 국지전이 전면전으로 비화될수 있는 한반도 정세를 악용하는 북측의 무모한 도발행위는 비난받아 마땅하다. 우리 해군은 99년과 2002년 두차례에 걸친 서해교전을 치르며 북측의 NLL 침범에 촉각을 세우고 있는 가운데 지난 5월26일 어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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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춘칼럼]노대통령 100일의 문제점 지면기사
1972년 워터게이트사건으로 황폐화된 미국은 새로운 이상으로 도덕과 인권을 내세운 지미 카터를 새 대통령으로 뽑았다. 그러나 중앙정치에 무경험자인 카터는 처음부터 큰 착각을 했다. 도덕성 회복과 인권옹호만 외치면 국민들은 언제나 박수를 쳐 줄 것으로 오해했다. 백악관의 요직에 전문가들 대신 조지아주에서 어울리던 촌티나는 조지아마피아단을 두루 기용했다. 그러나 취임한지 100일도 안돼 경제가 요동을 치고 얼마 후에는 소련이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하자 백악관은 대응책을 내놓지 못한 채 우왕좌왕했다.집권 3년째인 1979년 엄청난 위기가 몰려왔다. 휘발유값 폭등과 인플레이션, 실업률 급증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카터는 캠프데이비드 산장에서 1주일동안 각계 전문가들과 만나 경제난 타개책을 논의했다. 하지만 카터가 내놓은 것은 에너지장관 교체 외에 일반적 대책이어서 국민에게 실망만 안겨주었다.이런 상황속에 이란의 팔레비국왕을 축출한 호메이니 과격파 일당은 테헤란 주재 미국대사관을 점거, 150여명의 외교관을 억류하는 중대한 사건이 발생했지만 카터는 400여일동안 발만 구르다 물러났다.카터에게 실망한 미국 국민들은 새대통령으로 뽑은 레이건이 이란대사관의 인질들을 석방, 송환시키는데 안도하면서도 영화배우 출신의 그가 과연 대통령직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까 걱정했었다. 취임 몇달후 그의 능력을 테스트할 계기가 왔다. 민항기 조종사들이 처우개선을 요구하며 파업을 벌여 전국의 항공교통이 마비된 것이다.레이건은 이들의 파업이 적법하지 않았음을 알고 해제를 명령했으나 듣지 않자 3군의 조종사들을 동원, 대체하면서 직장에 복귀하지 않은 조종사들을 무조건 파면조치케 했고 조종사들은 끝내 항복하고 말았다. 국민의 뜨거운 박수를 받았음은 두말할 여지가 없다.합리적 국정운영, 작은 정부, 감세(減稅), 국민의 자유확대, 반공반소(反共反蘇)를 국가경영의 신조로 내세운 레이건은 모든 권한을 각부 장관 등에게 일임하되 위기가 닥칠 때는 언제나 선두에 서서 결단을 내림으로써 국민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었다. 이런 업적으로 미국 국민들은 그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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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나키'와 '아노미' 지면기사
사람의 얼굴에 난 7개의 구멍은 아무렇게나 뚫린 게 아니다. 이목구비의 입지(立地) 조건에 의해 가장 적절한 자리에 뚫려 있고 각자가 가지런한 질서를 유지한다. 서로의 구실에 대해 참견하는 법도 없고 침해하는 일도 없다. 오직 각자의 위치에서 생래(生來)의 고유한 구실과 책임을 다할 뿐이다. 이런 상태가 가로되 '질서정연'이고 본형(本形)이다. 따라서 '얼굴의 무질서'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입이 이마로 올라간다든지 시각과 청각 기능이 뒤바뀐다든지 그런 뒤죽박죽 두루뭉수리 상태를 떠올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얼굴의 혼돈이란 있을 수 없는 가정(假定)에 불과하다.고대 중국의 '혼돈(混沌)'의 신(神)도 바로 이런 모습이었다. 다른 신들은 이목구비 7개의 구멍이 모두 뚫린 정상적인 모습으로 창조됐는데 반해 혼돈의 신만은 그 7개의 구멍이 만들어지는 일곱째 창조의 날에 그만 죽고 말았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미처 정리가 되지 못한 두루뭉수리 얼굴이 되고 말았다. 이를 일본에서는 '놋페라보'라 이른다. 혼돈을 뜻하는 영어 '카오스(chaos)'도 마찬가지다. 그리스어 'Khaos'에서 온 '카오스'는 그리스 신화 또는 우주개벽설에서 일컫듯이 우주가 생성되기 이전의 원초적인 뒤죽박죽 무질서 상태를 가리킨다. 하늘과 땅이 열리기도 전의 상태, 해가 서쪽에서 뜰 수도 있던 상황이 즉 카오스 상태였다.그런 카오스 극복이 천지창조 신의 몫이었고 엉망진창 두루뭉수리 얼굴을 가진 혼돈의 신 또한 천지창조 신이 책임질 일이라면 인간 사회의 무질서는 전적으로 인간의 몫이다. 인간 사회의 무질서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가시적인 무질서와 눈에 보이지 않는 그것이다. 전자가 거리와 공공장소 등의 무질서라면 후자는 사회 정의와 도덕, 규범과 기강, 진실의 질서가 무너진 상태에서 일어나는 온갖 부정부패와 문란, 해이(解弛) 등의 무질서다.국가 원수의 공식 행사길이 시위대에 막혀 뒷문으로 들어가고 5·18 영령을 추모하는 대통령의 조화가 무참히 짓밟힌다는 것은 극심한 사회적 무질서, 즉 아노미(anomie) 상태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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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호칼럼]골프장지어 경기부양이라니 지면기사
'골프 만세 만만세' 소리가 날로 높아지나 보다. 경기가 나쁘다지만 골프장을 예약하기란 하늘의 별 따기만큼 어렵단다. 예나 지금이나 달라진 게 없단다. 그러다 보니 그 무서운 사스 바람이 몰아친다는 곳으로 비행기에 골프채를 싣고 나들이 가는 이들도 적지 않은 모양이다.노무현 대통령이 부인과 함께 참모진을 대동하고 골프를 쳤다고 해서 화제다. 서민 대통령답지 않게 골프를 쳤다고 말이 많은 것이 아니다. 그보다는 소비진작을 위해 골프채를 들었다는 후문 때문이다. 대통령이 골프를 친다고 경기가 좋아진다니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골프장은 이미 만원이라는데 말이다.노 대통령이 골프를 즐긴 데 이어 골프장 면적규제를 완화한다는 소식이 뒤따랐다. 정부가 이르면 하반기부터 시·군·구별로 건설, 운영할 수 있는 골프장의 총면적을 지역별 임야면적의 3%에서 5%로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클럽하우스의 면적제한도 없앤다고 한다. 또 스키장 부지가 전체 슬로프 면적의 200배를 넘어서는 안 된다는 규정도 폐지했다. 갑자기 산림훼손을 허용하는 정책이 나온 것은 경기부양을 위해서라고 한다.경기도에만 100개 이상의 골프장이 더 들어설 판이다. 그런데 군사보호지역, 개발제한구역 등을 감안하면 실제로는 35∼40개를 새로 건설할 수 있다고 한다. 골프장 1개를 건설하면 800억∼1천억원의 투자효과와 함께 50억∼90억원의 세수증대가 기대된다고 한다. 이에 앞서 재경부는 국세청이 추진하던 골프장 및 룸살롱 등 이른바 향락성 접대비에 대한 손비처리 불허방침을 뒤집었다. 소비경기를 위축시킬 우려가 있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골프장은 돈 많은 서울 사람들이 드나들기 편한 경기도에 몰려 있다. 전국에 골프장이 210개인데 그 중에 절반에 가까운 102개가 경기도에 밀집해 있다. 여기에다 건설계획중인 골프장이 30여곳이나 된다고 한다. 그러니 정부가 면적규제를 풀기만 하면 경기도 곳곳에서는 산허리를 잘라내고 산중턱을 깎아내는 굉음이 요란할 듯하다.경기도에서 골프장이 차지하는 면적은 전체의 1%나 된다. 전국비율 0.2%와 비교하면 5배나 높은 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