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경인칼럼
칼럼니스트 전체 보기-
일자리 나눔의 아름다움 지면기사
반월공단의 자동차부품업체인 신창전기 노사가 지난달 16일 아주 중요한 결정에 합의했다. 임금의 자진반납과 각종 복리후생을 양보하는 조건으로 단 한명의 근로자도 해고하지 않기로 한 것이다. 지금처럼 기업의 구조조정이 화두인 이 때 노사가 '양보와 나눔'의 정신으로 상생의 길을 택해 오히려 '일자리 나눔(Job Sharing)'을 화두로 떠오르게 하고 있다. 아직도 일해야 할 수많은 장년과 중년들이 삶의 터전을 타의로 떠나고 실업자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는 현실에서 이영희 노동부장관이 최근 이 회사를 방문, 격려했을 만하다. 과장이상 사장까지 연봉의 20~40%를 자진 반납형식으로 회사에 돌려주고, 연간 800%에 이르던 상여금도 300(생산직)~360(사무직)% 반납키로 합의했다. 또한 근로자의 날 선물이나 생일 추석 설선물, 야유회 및 체육대회 경비 등도 60%선으로 줄인다는 것이다. 자동차업계의 세계적 불황으로 매출이 50% 줄어든 상황에서 대규모 감원이 불가피했으나 이같은 노사협력을 통해 820명 근로자 단 1명도 정리해고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이다.충청남도와 시군들도 회식비, 소모성 경비와 행사비를 줄여 680억원을 모아 1만4천여개의 일자리를 만든다고 한다. 전국의 다른 지방자치단체에까지 이를 적용한다면 절감액은 조(兆)단위를 넘고 생기는 일자리는 수십만개다. 단순 수치로만 계산한 논리지만 가능성이 없는 얘기는 아니다. 성남시도 경상비와 공무원 봉급 반납분 수십억원을 이용해 일자리 창출에 쓰겠다고 밝혔다. 이같은 일자리 나눔은 확산되고 있어 바람직한 일이다. 우리 국민들은 예로부터 품앗이로 바쁜 일손을 서로 나누는 일을 미덕으로 여겨왔다. 이웃의 어려움을 살피는 우리의 미덕은 상생과 사회통합까지도 이룰 수 있다. 이윤호 지식경제부장관도 얼마 전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일자리 나누기 사업을 외환위기 당시 벌였던 금모으기 차원의 범국민운동으로 확산시켜나가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취업자 수가 사상 최대로 줄어드는 현재의 고용위기 국면에서 일자리 나누기를 새로운 형태의 기업구조조정 모델로 정착시키겠다는
-
과학자에게는 국경이 있다 지면기사
일본 경제산업성이 '대학과 연구기관 등의 정보관리 가이드라인'을 발표한지 1년이 되었다. 일본은 자국의 외환관리법에 기초하여 대학이나 연구소가 지켜야 할 기술정보의 내용들을 담고 있다. 우리나라의 '산업기술의 유출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을 벤치마킹하여, 법률을 만드는 과정에서 나온 지침이 우리의 주목을 끈다. 특히 기술유출의 사각지대라고 할 수 있는 대학과 연구기관에 대해 외환관리법을 빌려 규제를 시도한 점은 우리들도 반드시 검토해야 할 사안이기 때문이다.지침은 첫째, 특허출원에 대해 신중한 판단을 요청하고 있다. 대학 등에서 연구 결과를 보호하기 위해 특허 출원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출원된 기술 정보는 공개되기 때문에 해외의 표적이 된다는 이유다. 특히 기술정보 중에는 국가안보와 직결된 예민한 기술이 포함되어 있으므로, 특허를 통한 수익과 특허 출원 내용 공개에 따른 국가안보위험을 비교 형량하여 특허 출원을 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둘째, 대학 등의 연구 성과발표에 대한 신중한 판단요구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일본의 경우도 학술논문 발표나 특허출원의 경우 외환관리법 등에 의한 허가대상이 아니다. 그러나 연구 결과가 규제 대상기술이 포함되는지 여부를 확인하고, 포함된 경우에는 허가를 받도록 하고 있다. 연구 성과가 군사적으로 전용될 수 있다는 것을 이유로 들고 있다. 미국에서도 군사용과 상업용이 동시에 가능한 이른바 듀얼유스(Dual-use·양용기술)에 대한 보안이 문제가 되고 있다. 테러나 군사적 전용을 막기 위한 조치라고 하지만 대학에는 새로운 부담일 수밖에 없다.셋째, 기술보호의 차원에서 유학생 등에 대한 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유학생 등에게 규제 대상 기술이나 소스 코드 등을 제공하는 경우 일정한 제약이 있다는 것을 주지시키고 있다. 테러 위험국가로 의심받고 있는 국가의 유학생들이 본국에 귀국해 군수기업 등에 취업 할 가능성이 있다면, 연구실 배치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원자력·생명공학·항공우주 등 군사전용 관련 기술에 대한 연구 등의 경우 기술정보 관리를 엄격하게 할 것
-
뉴타운의 조건 지면기사
도시 뉴타운이 이 시대 최대의 화두다. 도시에서 낙후된 지역을 재개발해 현재에 맞는 새로운 개념의 도시를 건설하는, 도시환경개선사업 측면으로 보면 당연한 선택이다. 언덕바지에 자동차의 진입이 어려운 계단 및 골목길, 구르마와 지게로 겨울철 필수품인 연탄을 날라야 하는 아궁이 집, 오래돼 바람과 빗물이 들이치는 낡은 집 등등. 아파트와 넓은 길로 단장한 신 재생도시와 근접한 마을의 풍경이 이렇다면 서둘러 주변 환경과 어울리는 도시건설의 욕망은 그 도시의 장이면 누구나 가질 수 있다.그래서 인지 정치인들은 선거철 유세에 빠짐없이 재개발개념의 뉴타운을 주창한다. 뉴타운 건설 여건이 갖춰졌다고 생각하는 구 도심 주민들의 요구 또한 많아지고 있다. 표를 먹고 사는 정치인이 지역구의 목소리에 부응, 슬럼화하는 도시를 정비해 번듯한 도시로 재탄생시킨다면 나쁘지 않은 빅딜이다. 사업 초기인 지구 지정 단계에서부터 그 속에서 생활하고 있는 주민들의 속사정을 살피고 여론을 수렴하는 일은 가장 중요한 과정이어야 함은 물론이다.한데 문제가 발생했다. 뉴타운사업을 위한 법인 '도시재정비촉진을위한특별법' 탄생부터 조급성을 보였다. 2005년 6월 서울시가 특별법 제정을 건의했고, 국회는 의원발의안 3개를 뭉뚱그려서 6개월만인 그해 12월 말 도촉법을 내놨다. 도깨비 방망이로 새법을 만들어냈다는 표현이 맞을 듯 하다. 그 이후 뉴타운으로 대표되는 도시재생의 광풍이 수도권을 뒤덮었다. 낙후된 지역의 정비를 내세워 부동산 가격 상승을 바라는 주민들의 기대심리를 이용한 정치권의 계산이 작용했다는 분석을 가능케 하는 대목이다.뉴타운 개념은 19세기 하워드의 전원도시론(田園都市論)에서 시작됐다. 영국은 이후 뉴타운법에 의한 뉴타운정책을 국가정책으로 채택했고, 이 것이 세계적인 도시 정책으로 정착된다. 뉴타운정책에는 엄격한 조건을 제시하고 있다. "인구는 일정수의 상한선을 두고 계획해야 한다. 자립·자족적인 도시경제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토지이용을 다양화해야 한다, 개발제한 구역이 도시 주위를 둘러싸고 있어야 한다. 단계적 개발을 계획하
-
새 술을 헌 부대에 담아서야 지면기사
일전 어느 모임에서 있었던 일이다. 국가경쟁력강화위원장 인사와 관련한 김병주 교수의 하마평에 대해 모 교수가 농담 삼아 올드보이(old boy)들의 부활이라 평가했다. 또 다른 교수는 항간에 "꺼진 불도 다시 보자"는 말이 회자되고 있다며 응수, 좌중을 한바탕 웃겼다.김병주 교수는 남덕우·이승윤·김종인 교수와 함께 한때 서강학파의 대표주자이자 과거 압축성장시대를 상징하던 관변이코노미스트였다. "노병은 사라질 뿐"이라는 맥아더장군의 명언이 허언(虛言)처럼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역사속의 인물들이 다시 부활하는 사례는 드물지 않다. 이명박 정부에서도 맥아더 장군을 무색케 하는 사례들이 적잖게 확인된다. 사공일 21세기위원회 위원장과 한승수 총리, 최시중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도 같은 케이스이고 강만수 전 기획재정부장관과 장수만 국방차관은 1997년 외환위기 초래와 직접관련이 있었던 공직자들로서 불명예 퇴진한 바 있다.한물간 인물 혹은 정책실패로 도중하차했던 자들에 대한 중용(重用)이 반드시 잘못된 것은 아니다. 실패사례조차 소중한 경영자원인 때문이다. 가정이나 사회적으로 중심이 흔들리는 요즘 같은 때일수록 경륜있는 어르신들의 역할이 특히 중요한데 국가경영의 경우에는 재론의 여지가 없다. 대표적인 사례가 일본이다. 학문세계는 물론이고 각종각양의 조직마다 장노(長老)들을 중심으로 늙건 젊건 모든 구성원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인다. 그렇다고 일본문화가 고리타분한 것은 아니다. 전통과 현대를 교묘하게 조화, 특유의 모더니제이션으로 업그레이드시킨 탓이다. 반세기 이상동안 자민당 일당독재체제가 유지될 수 있는 것도 일본특유의 고층(古層)에 기반을 둔 집단문화 혹은 화(和)의 문화에 기인한 것이다.이명박 정부의 일련의 경제정책을 보노라면 과거 개발연대가 연상된다. 지난해 의도적으로 원화약세를 유도한데서 60, 70년대의 수출드라이브정책이 떠올려지고 제2롯데월드 건축허가 추진이나 출자총액제한제폐지·금산분리완화 등도 군부독재시절의 재벌육성정책과 많이 닮았다. 이 정부의 최대프로젝트인 녹색뉴딜사업은 복고풍의
-
이대로는 강대국이 될 수 없는 이유 지면기사
'위기가 기회다. 살아남는 자가 강자가 된다. 버티면 대박의 기회가 다시 온다'. 지치고 힘든 우리 기업과 근로자들에게 보내는 격려의 메시지다. 그러나 이 메시지는 우리만의 목표나 구호가 아니라 중국의 구호이자 일본의 목표이기도 하다. 세계 제 1위의 외환보유고와 위안화를 무기로 갖고 있는 중국이 우리에게는 경쟁 상대이자 위협 대상이다. 세계적인 실용과학기술과 엔화로 무장한 일본 역시 강자의 지위를 확고히 할 기회로 삼고 있다.IMF이후 10년 공부가 허사가 된 지금. 그렇다면 어떻게 위기를 기회로 만든다는 것인가. 눈물로 보따리를 싸던 10년 전을 상기시키면서 위기를 극복하자는 호소는 구차하다. 정부의 호소에 미동도 하지 않는 국민들이 묻는다. 위기가 극복되면 과연 어떤 모습이 된다는 것인가. 지난 10년간 애용한 신자유주의도 결국 가진 자를 위한 이데올로기에 불과하지 않았던가. 그것이 불신과 분노의 핵심이다. 그래서 절실하게 지금, 새로운 '강대국'전략과 목표가 필요하다. 강대국의 길을 가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첫째, '민족의 힘'을 모아야 한다. 화교자본이 오늘의 중국을 만들었다고 말하면서도 우리들은 해외 동포들을 위해 무엇을 했던가. 외국투기자본은 그렇게 우대하면서도 해외동포를 배려하는 정책에는 인색했다. 북한의 문제도 마찬가지다. 정치 혹은 이데올로기 차원에서 접근하는 한 강대국의 꿈은 달성할 수 없다. 남북한의 통합과 포용없이 우리들이 강대국으로 진입할 방법은 없다.둘째, '역사의 힘'을 바탕으로 삼아야 한다. 중국은 끊임없이 서북공정과 동북공정을 추진하고 있다. 광대한 중국의 영토와 이른바 소수민족을 포섭하기 위해 문화와 역사를 최전선에 내세우고 있는 것이다. 사회주의를 내세우면서도 홍콩과 마카오 등을 제도적으로 공존시키는 이유다. 역사상 강대국들이 포용정책을 펼친 것과 같은 모습이다. 그러나 우리는 피를 나눈 조선족 동포들에 대해서도 차별적이다. 보수와 진보라는 정치적 잣대로 역사와 문화를 뭉개면서 곳곳에서 혈투를 벌이고 있다. 그러나 다양한 사상과 문화 그리고 역사의 경험을 스스로 짓
-
기본과 뒷모습 지면기사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 우리말 속담으로, 윗사람이 잘하면 아랫사람도 따라서 잘하게 된다는 아주 평범한 진리가 담겨져 있다. 그렇다면 대통령의 친인척 등은 어느 위치의 사람들일까. 이들을 따르는 부류나 모시는 분에게는 분명 윗사람이 맞는 듯한데 맑은 물은 아닌 분들이 꽤 있다. 걱정이 아닐 수 없다. 단지 그들만의 축재라면 죄값만 치르면 되겠지만, 권력자 주변 인물이라는 점에서 사회적으로 미치는 영향과 그 파장이 적지 않아서다. 특히 자기의 위치에서 경제회생을 바라며 착실하게 살아가는 많은 서민들에게 박탈감과 소외감을 더 얹어 주기에 충분하다. 이는 우리 사회의 어두운 그늘만 넓어짐을 의미한다. 그래서 2009년 소의 해 바람은 우직함, 즉 정직을 배울 수 있는, 기본이 충실한 풍토 조성에 두고 싶다.친인척형 비리사건 등은 정권이 바뀌면 그 모습을 드러낸다. 전 정권에서 감추고 싶은 치부가, 계기가 마련되면 여지없이 밝혀지기 때문일 것이다. 전두환 전 대통령을 비롯, 노태우·김영삼·김대중 정권하에서는 물론 친인척의 철저한 배제를 다짐했던 참여정부도 형님에게 '발목'을 잡히는 등 가족 옥살이가 정권마다 반복돼 왔다. 심지어는 이명박 정권도 집권 초기 영부인의 사촌 언니가 비례대표 공천 청탁과 관련된 사기 혐의로 구속되는 오점을 남겼다.친인척 등의 비리는 어느 정권에서나 경계대상 1호다. 유혹의 손길에서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가족이 많을수록 관리대상도 많아지게 마련이다. 전문가들은 청와대에서 가족의 일거수 일투족을 철저하게 관리하면서도 비리가 끊이지 않는 이유의 첫 번째로 대통령 1인에게 권력이 집중되는 '제왕적 대통령제'를 꼽고 있다. 가족만을 중시하는 가정문화와 그로 인한 온정주의도 무관치 않다고 한다. 떠나면서 아름다워야 하는 대통령의 뒷모습이 쓸쓸해 보이는, 무언가에 짓눌려 무겁고 아픔을 간직한 듯한, 결코 아름답지 못한 모습의 근원이기도 하다. 기본이 무시되는 우리 사회의 자화상이며, 미래를 걱정해야 하는 우리의 현실이다.바뀌어야 산다. 가장 청렴해야 하고 본이 돼야 할 대통령
-
주목되는 마르크스 부활메시지 지면기사
지난 6일 경찰의 총격으로 16세 소년이 사망한데 대한 아테네 시민들의 반정부시위가 그리스 전역은 물론 반(反)세계화단체들이 가세하면서 유럽과 미국에까지 확산되고 있다. 시위의 성격도 미국발 금융위기가 초래한 극심한 경제불황에 대한 항의데모로 변질되었다. 러시아에서도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청년실업률이 비상히 높은데다 상당수의 '700유로 세대', 한국판 '88만원세대'들이 경제적 고통을 더 이상 감내키 어려운 상황에 직면한 탓이다.그 와중에서 칼 마르크스 부활의 목소리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미국과 유럽의 은행 국유화 등 구제금융정책에 무덤속의 마르크스가 미소를 짓고 있다"고 전하고 있으며 영국 성공회의 로완 윌리엄스 캔터베리 대주교는 "자본의 방종을 경고한 마르크스가 옳았다"며 한술 더 뜬다. 옛 동독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최근의 설문조사에서도 응답자의 43%가 "자본주의보다 사회주의를 선호한다"고 응답했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지난해 영국 국방부가 2035년의 세계를 전망한 '미래전략환경 전망보고서'에서 세계적 불평등의 심화로 미구에 마르크시즘이 부활할 것을 확신하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에서도 최근 공자와 함께 마르크스가 다시 강조되고 있다. 대학생 전원은 마르크스주의 강좌를 의무적으로 수강해야 하며 고교생들도 마르크스주의시험에 합격해야만 대학입시에 응시할 수 있도록 제도화했다. 승자독식의 신자유주의가 초래한 빈부격차 확대를 저지할 마땅한 대안이 없는 때문이다. 무자(戊子)년 지구촌의 세모(歲暮)는 '메리 크리스마스' 대신 마르크스 부활외침으로 대미를 장식한 것이다.근자 들어 우리나라 서점에서도 오래전에 사라진 자본주의의 구조적 모순을 지적한 서적들이 다시 팔리고 있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존 K 갤브레이스의 '대폭락 1929'는 물론 1997년 외환위기 당시 인기를 끌었던 '대공황전후 유럽경제', '대공황의 세계적 충격', '금융제국 JP모건' 내지는 심지어 마르크스의 '자본론'을 찾는 이들도 점차 늘어나고 있단다. 그동안 팔리지 않아 창고에 처박아 두었던 고물(?)들이 다시 햇
-
장·차관들은 괜찮았나 지면기사
"우는 아기 젖준다"고 한다. 하지만 아무리 울어도 젖을 물리지 않는 엄마도 있다. 아직은 젖줄 시간이 안됐다면서…. 즉 규칙적으로 시간을 맞춰 줘야 하는데, 아무 때나 운다고 젖을 물리면 습관이 나빠지고 건강을 해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백번 옳은 말처럼 들린다. 그러나 만에 하나 아기가 평소보다 소화를 잘 시켜, 정말 배가 고파서 우는 것이라면, 그래도 시간을 맞춰야 한다며 계속 내버려둬야 하는 것일까. 야당과 시민단체는 물론, 여당 내부에서도 나오는 개각 요구 및 설에 대해 한사코 부인하는 이명박 대통령을 보면서 문득 떠올려본 생각이다."쇄신이다. 이런 식의 인사는 과거 방식이고, 독재국가에서 정치적으로 이용할 때 쓰는 방식이다. 과거엔 한해가 지나고 새해가 오면 새로운 정치방안을 내놓곤 했지만, 어느 시점에 새로운 것을 내놓고 그런 거보다는 적시(適時)에 필요할 때 필요한 사람으로 바꿔나가는 원칙을 갖고 있다." 이 대통령이 개각 불가 입장을 거듭 밝히면서 한 말들이다.심지어 그는 조기 개각설이 나오자 "왜 자꾸 이런 게 (언론에)나가느냐"고 반문, 우회적으로 불쾌감을 나타냈다고도 한다. 이런 걸 볼 때 분명 가까운 시일내 개각은 없을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그런데 느닷없이 몇몇 부처 1급 공무원들이 잇달아 일괄사표를 제출하면서, 공직사회의 대대적 물갈이를 예고하고 있다. 물론 여기서 '느닷없이'란 표현을 쓰긴 했으나, 엄밀히 말해 그렇게 느닷없는 일만은 아니었다. 최근 이 대통령이 "내뜻이 공무원들에게 잘 먹혀들지 않는다"고 말한 것을 비롯, 청와대 및 여권 주변에서 "고위 공무원들이 움직이지 않아 정책 침투가 안된다"며 물갈이 필요성을 계속 제기해왔던 것이다. 특히 여권 관계자들은 최근들어 부쩍 "정부가 열심히 하려 해도 코드가 안맞는 공무원들이 잘 움직이지 않는다"고 불평하는가 하면, 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정권이 바뀌면 정책이 바뀌고 사회 전반이 바뀌어야 한다"고 하기도 했다.이런 정황들로 미뤄 볼 때 공직인사 쇄신은 이미 예고됐다고 여겨진다. 단지 개각설이 부인되는 와중에 일어난 일
-
고향 친구들과 형님 예산 지면기사
시골에서 초등학교 친구들이 버스를 대절해서 인천에 온단다. 전화를 받고 서둘렀다. 감기 기운으로 몸이 으스스 했지만 핑계가 통하지 않는 모임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택시를 타고 가면서 걱정이 앞섰다. 중년의 티를 벗어날 수 없는 친구들의 뱃살과 얼굴을 보면서, 낄낄대던 그 언제부터인가. 친구들의 이름이 바로 떠오르지 않는다. 여자동창생들의 경우에는 얼굴도 이름도 가물가물하다. 건넛마을의 누구라고 하지만 이름 따로 얼굴 따로다. 졸업한지 38년의 세월이 만든 우리들의 자화상이다. 그래서 차라리 먼저 물어본다. "친구야. 이름은. 동네는."섭섭해 하는 표정도 한 순간, 벌써 할아버지가 됐다는 친구는 정말 할아버지처럼 너그럽다. 시집보내야 할 딸을 둔 동창은 걱정이 앞서 있다. 대학을 보내야 할 친구는 수능 때문에 걱정이 태산이다. 연로하신 부모님을 모신 친구들은 병수발에 걱정이다. 그렇게 한바탕 인사와 생사확인이 끝났다.그리고 너나할 것 없이 무대에 나와 한잔의 동동주를 안주 삼아 구성지게 노래를 부른다. 친구가 이리저리 사진을 찍는다. 그 때 갑자기, 그 흔한 앨범도 없이 계단에 모여앉아 찍었던 한 장짜리 초등학교 졸업사진이 생각난다. 궁금하다. 180여명의 친구들은 과연 무사한가.몇몇 친구들은 소식이 끊어진지 오래다. 제 2의 IMF가 온다고 하니 더 조바심이 난다. 지난 10년간 잘 나가던 친구들 몇몇은 IMF의 위기를 극복하지 못했다. 은행이나 회사에서 잘려나간 친구들이 밖에서 할 일이란 없었다. 시도한 사업마다 실패했다. 후회를 했다. 어느 날, 농사나 지었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시골에 남아 농사일을 한 친구들도 어렵기는 마찬가지였다. 예나 지금이나 농사일은 힘들고, 정부정책에 속을 대로 속은 친구들이다. 밤늦게 시골로 향하는 버스를 향해 손을 흔들고, 또 흔들었다. 제발 꿋꿋하게 버텨내어, 내년 송년회에서 다시 만나자고.그러나 어렵게 대학을 졸업시킨 자식들 마저 제 2의 IMF와 청년실업에 내몰리고 있다. 이미 주변은 더욱 어려워졌다. 펀드실패나 아파트 폭락은 대화거리도 아니다. 겉은
-
구직자가 두 번 울어야할 이유 지면기사
일전에 필자는 취업과 관련해서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었다. 모 국립연구기관이 석사급 연구원 1명을 모집하는 내용의 광고를 신문에 냈는데 전국에서 7천여명의 이공계 고급 두뇌들이 몰려들었단다. 대학졸업자도 아니고 석사학위 소지자들의 경쟁률이 무려 7천 대 1이라니! 취직이 '낙타가 바늘구멍 통과하기' 만큼이나 어렵다는 표현이 실감되는 순간이었다. 더 놀라운 점은 채용관련 내막이었다. 이 연구소는 사전에 모 대학 교수와 접촉, 그 교수 제자의 채용을 미리 확정해 놓은 후에 모집공고를 냈다는 것이다.이 얘기가 사실이라면 문제는 심각하다. 7천여 구직희망자들의 면접기회 부여는 언감생심이고 원서접수와 동시에 서류전형 탈락이란 추론이 성립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민간기업도 아닌 국가기관이 국민을 기만했을 뿐만 아니라, 헌법에 보장된 국민들의 직업선택의 자유까지 제한했다는 점에서 명백한 범법행위다. 밀실전형을 통해 사전에 선발한 연구원의 능력이나 자질이 7천여 원서접수자들보다 뛰어난지도 의문이려니와 한 푼이 거금인 시기를 맞아 신문광고비만 낭비했다는 비난도 면할 수 없다. 제한된 연구분야의 고급인력을 필요로 하는 연구소의 특수한 사정을 모르는 바 아니다. 또한 이 연구소가 국민들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만큼 직원채용에 대한 정보공개도 당연하다. 그러나 아무리 예쁘게 봐주려 해도 너무했다는 생각이다.'신도 부러워한다'는 공공기관들이 최고경영자, 연구원 등 소수의 인재들을 채용할 때 필요인력을 사전에 확보해 놓은 후 모집공고를 내는 식의 잘못된 채용방식이 횡행하고 있음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그러다 보니 이런 내막을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은 채용공고가 신문에 소개되더라도 아예 눈길조차 주지 않는다. 공연히 남의 들러리 노릇 하기가 싫은 탓이다. 공공기관의 채용방식이 이런 실정이니 구직희망자들은 정계 혹은 관계(官界)의 힘 있는 사람들에 연줄을 댈 수밖에 없고 그 와중에서 각종 채용비리가 발생하는 것이다. 제대로 된 인재선발도 담보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낙하산 시비가 불거질 개연성도 높다.공기업들의 채용실태가 이 지경인데 민간기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