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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석 구석이… 지면기사
수억원대 금품을 강탈당한 피해자와 강탈범 사이 신사협정(?)이 맺어졌다. "서로 신분을 알리지 말고 신고도 하지 말자"고. 지난 세기 마지막 해인 1999년의 일이다. 그해 7월 희대의 장기 탈옥수 신창원이 검거됐을 때 드러난 사실이다. 그보다 몇달 전인 그 해 3월 소위 고관 갑부집 전문털이범이 검거돼 밝혀진 내용 역시 가관이었다. 그는 분명 "고관 갑부들 집에서 어마어마한 액수의 금품들을 훔쳤다"고 자백했는데, 정작 피해자인 고관 갑부들은 한사코 "도적맞은 적 없다"고 강력히 부인한 것이다. 관대하다고 해야할지, 어이없다고 해야할지…. 그러나 뭐니 뭐니 해도 그 해의 백미는 이른바 '옷 로비 사건'이다. 내로라 하는 재벌총수 부인이 수천만원짜리 옷들을 구입, 소위 권력 실세 장관 사모님들께 바쳐왔다는 이 사건은, 그 해 내내 핵심 이슈가 됐다. 특히 관련 사모님들의 책임 떠넘기기식 '거짓말 대행진'은 캐면 캘수록 지독한 악취를 뿜어내며 흥미(?)를 돋우었다.20세기의 마지막 해를 장식한 낯 뜨거웠던 추태들로, 영원히 사라져 주기를 바랐던 대표적 사건들이었다. 당시만 해도 IMF(국제통화기금) 구제금융을 받은지 불과 2년밖에 안되던 때다. 여전히 기업들 도산이 이어지고 노숙자가 늘고, 먹고 살길이 막막해 멀쩡했던 가정들이 해체되는 등 백성들 고난이 극심했던 때였다. 그런데도 일부 고관 갑부들의 행태가 이랬으니 그 실망과 분노가 오죽했겠으랴. 이제 새 세기(21세기)에 들어선지도 8년이 됐다. 그리고 지금은 현 정부의 임기가 다 끝나가는 마지막 해 연말이기도 하다. 그러면 올 한 해는 또 어떤 재미(?)있는 일들이 벌어졌을까. 아무리 더듬어 봐도 그 때(1999년)만큼 흥미진진한 사건들은 눈에 띄지 않는다. 대신 그 때보다 몇갑절 더 심한 악취를 뿜는 추태들만 연이어 생각난다. 우선 모대학 유명 여교수의 가짜학위 파문과, 그녀와의 부적절한 관계가 드러난 청와대 정책실장의 염문이 잠시 흥미를 돋우는 듯했다. 하지만 그가 치정 유지를 위해 권력을 남용, 막대한 국가 예산을 부당 배정하는 등 비리를 저지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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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의 성찬 지면기사
말의 성찬(盛饌), 말의 계절이다. 5년마다 찾아오는 대선 때면 국민들은 나라의 새 일꾼을 뽑는다는 설렘과 자부심, 미래에 대한 청사진 등 신선함을 맛보게 된다. 하지만 이러한 느낌은 잠시뿐 예나 다름없이 스트레스를 더 받는 것이 상례였다면 너무 심한 말일까. 많은 국민이 넘쳐나는 약속의 말에서, 말의 유희와 막말에서 우선 실망하게 된다. 아직도 자극적인 언어가 국민의 마음을 움직여 선택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데 동의하는 분들로 인해 많은 국민이 스트레스를 받고, 많은 청소년이 우리말을 순화해 사용하기를 꺼려하고 있는데도, 시대어인 양 못되고 난폭한 언어를 거리낌없이 사용하는 현실이 안타까운 계절이다.대권을 꿈꾸며 17대 대선에 출마한 후보들은 나름대로 공약을 내놓고 있다. 또한 유권자에게 자신의 정책방향과 공약의 특징을 각인시키기 위해 슬로건으로 정리하는 노력도 게을리하지 않는다. 공약(公約)을 실천하든, 공약(空約)으로 변질돼 폐기되든 그것은 나중의 일로 우선 제시한 정책에서 선택받고 싶어한다. 한데 이에 앞서 벌어지는, 대세를 선점하기 위한 기싸움이 가관이며, 공약발표 이후 벌어지는 립서비스와 상대의 공약을 공격하는 말의 전쟁도 볼 만하다. 소모적이고 비생산적인 말의 공방과 말의 학대로 우리말을 사랑하는 국민들을 불쾌하게 하면서도 당당하다.말은 살아 있는 생물체로 비유되곤 한다. 그래서 말에서 인격을 찾고, 인물 됨됨이를 살핀다. 또한 미래를 점치기도 한다. 이러한 말이 정치권에서는 용도폐기된 듯한 난감함을 경험하게 된다. 호소력있는 포장된 말의 톤이 비슷하며, 자가당착형 말의 풍토가 만연해서다. 국민들의 판단을 흐리게 하는 이러한 행태는 대선 정국에서는 더해, 신뢰와는 거리가 멀게 느껴져도 그런 말을 하는 후보 중 한 분을 선택해 나라의 일꾼으로 삼는 일을 국민들은 한다. 어리석은 행위지만 선택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외람되나 가끔은 말을 계량화해 대권 도전자의 말을 점수로 환산하면 몇 점이나 될까? 늘 궁금하면서도, 국민들이 낙점한 대통령의 점수가 수준 이하로 나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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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시민대장정과 로스쿨 지면기사
1997년 7월 1일 0시. 중국인들은 홍콩의 반환을 환호했다. 그러나 150년 동안 홍콩에 휘날리던 국기를 내린 영국인들은 눈물을 흘렸다. 선전(深 ). 북한의 김정일 위원장이 중국형 자본주의를 학습한 장소로 잘 알려진 곳이다. 홍콩을 능가하는 컨테이너 터미널이 장관을 이루고 있는 신항만이자 우리식으로 표현하자면 경제자유구역이다. 광저우(廣州). 우리에게는 질병 사스로 알려진 도시다. 그러나 'Made in China'라는 이름을 붙인 수출상품의 3분의 1이 이 지역에서 만들어진다. 생각할 수 있는 물건은 모두 있다고 자부할 정도로 세계의 공장역할을 하고 있다.바로 이곳을 210여명의 인천시민들이 최근에 다녀왔다. 이름도 비장하다. '인천발전을 위한 시민대장정'. 상하이와 부산·광양에 이어 3번째다. 행사의 주최와 후원에 여러 단체와 기관이 앞장을 섰다. 그러나 행사를 성공으로 이끈 일등공신은 새얼문화재단의 지용택 이사장이다. 그의 열정과 사랑이 이번 행사를 가능케 했다는 총평이 결코 공치사가 아니었다. 7대의 버스로 시작된 투어에 참가한 분들은 인천에서도 뵙기 어려운 분들이었다. 강동석 전 건교부장관, 박호군 인천대 총장, 서정호 항만공사 사장, 오경환 신부, 이창구 인천행정부시장, 한광원 국회의원, 홍승용 인하대 총장, 기업대표와 시민단체 그리고 시민 등. 인천의 미래를 생각하면서, 자발적 참여한 분들이었다. 모래알 같다는 인천에서 이처럼 많은 분들이 각자 비용을 부담하면서 참여한 사실 부터가 기록될 만한 사건이었다.그동안 인천지역은 국가적 혹은 지역현안이 등장할 때마다 타 지역보다 응집력이 부족하다고 타박 받아왔다. 선거 때마다 지역주의가 망국병이라고들 하지만 색깔이 없어 탈이라는 하소연도 들었다. 그러나 인천의 시각으로 주장 삼각지를 둘러 본 전문가들과 시민들의 얼굴은 밝지 못했다. 홍콩 첵랍콕 공항의 물류 시스템과 선전의 컨테이너 터미널은 엄청나게 성장해 있었다. 과연 따라 잡을 수 있을까. 항만의 경우 중국에 추월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하지만 이 정도로 앞서고 있는지는 생각하지 못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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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 스스로 구태를 벗어야 지면기사
"용서하라. 그러나 잊지는 마라."1941년 12월 8일 일본 전투기들에 진주만이 어이없이 기습공격을 당한 후 미국인들간에 자주 회자되었던 말이다. 이날은 마침 일요일이자 하늘마저 청명해 진주만의 수많은 군인가족들은 한가로운 주말을 만끽하고 있었다. 그런데 별안간 400여대의 일본 전투기들이 요란한 굉음을 내며 하늘을 뒤덮는가 싶더니 주위는 순식간에 불바다로 변했다. 이날 기습으로 미국은 전함 18대, 항공기 177대, 인명 2천403명의 막대한 손실을 입었다.대다수 국민들은 10년전 외환위기의 기억을 떠올리는 것만도 끔찍하다. 졸지에 실업자들이 무더기로 양산되면서 서민들의 심정은 공황 그 자체였다. 국내외 언론들은 연일 정부의 무능과 재벌들의 과욕에 화살을 퍼부어 댔으나 국민들은 누구도 원망하지 않았다. 국가부도란 초유의 사태에 직면, 남을 비난할 겨를이 없었던 탓이다. 오로지 난국타개만이 지상과제였다. 서민들은 맹목적이다시피 '금 모으기'운동에 참여했다. 훗날을 대비해서 애지중지 모셔두었던 금붙이를 자진 매각했을 뿐 아니라 심지어 아기 돌잔치를 치른 직후에 선물로 받은 돌반지까지 들고 나오는 젊은 부부들도 부지기수였다. 그럼에도 160조원에 달하는 공적자금 대부분은 향후 국민들이 두고두고 갚아야할 빚으로 남았다. 이것으로 문제가 끝난 것이 아니었다. 국부(國富)의 대부분이 외국자본의 수중에 넘어가면서 더 많은 직장인들이 실업자로 전락했다. 구조조정과정에서 살아남은 자들도 편치 못했다. 노동시장 유연화니 연봉제니 하면서 간단없이 근로자들을 옥죈 때문이다. 덕분에 비정규직 근로자수가 급증하고 분배구조는 더욱 악화되었다. 목하 근로자들은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사주(社主) 눈치 보기 바쁘다. '6·25 이래 최대의 국난'은 여전히 진행형인 것이다. 재벌들도 소나기를 피할 수 없었다. 대우그룹을 비롯한 30대 재벌의 3분의 1이 한꺼번에 무너져 내렸으며 어렵사리 살아남은 재벌들에게는 모진 채찍질이 가해졌다. 차입경영, 문어발경영, 황제경영, 부당내부거래 및 분식회계, 편법상속, 정경유착 등의 해소요구가 그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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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전벽해를 꿈꾸며 지면기사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가는 것은 참 어렵다. 모든 사회적 역량이 한 곳에 결집돼도 힘든 일이어서 심한 진통이 따르기 마련이다. 그렇더라도 우리 주변에는 새로운 미래를 위해 쉼없이 준비하는 이들이 많다. 과학자들은 연구소에서 늘 밤샘을 한다. 그리고 기술개발을 위해 헌신하는 발명가, 나라 살림을 잘 꾸리기위해 나서는 정치인 등도 나름대로 같은 목적을 위해 노력한다. 미래의 세상을 보다 삶에 유익하게 하기위해서일 게다. 산업혁명의 효시가 된 영국의 볼턴과 와트의 만남은 세상이 어떻게 변신하는가를 잘 일깨워주고 또 우리에게 많은 점을 시사해 준다. 와트는 증기기관을 만든 발명가이며 볼턴은 그 발명품을 보급, 세상을 바꾼 미래지향적인 사업가이자 경영자이다. 이들의 만남은 당시의 세상을 확 바꿔버렸다. 증기기관이 산업혁명으로 연결되고 현재의 세상을 만드는 기초를 다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볼턴과 와트의 만남은 미지의 세상을 연 원동력이 된 셈이다. 하지만 와트는 누구보다도 큰 개인적 어려움을 겪었다고 한다. 그는 증기기관을 발명하기 위해 경제적 어려움은 물론이고 수많은 시행착오를 감수했어야 했으며 급기야는 회사의 파산으로 자살을 결심할 정도의 궁핍한 생활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와트의 증기기관은 그 기계가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본 볼턴을 만나면서 세기의 발명품으로 탈바꿈하게 된다. 당시 증기기관을 생산할 공장 기공식에 참석한 영국의 국왕 제임스 14세가 볼턴에게 "왜 힘들게 공장을 하려고 하느냐"고 던진 질문에 그는 단연코 "세상을 놀랍게 바꾸기 위해서요"라고 답했던 일화는 유명하다. 볼턴은 미래를 보는 혜안이 있었던 것이다.요즘 우리 사회는 대선이 한창이다. 각 정당의 대권 후보들은 제 나름대로의 국가경영 비전을 갖고 국민들을 설득하며 선택을 호소하고 있다. 그들의 주장대로라면 곧 우리 나라가 선진국이 될 것이라는 착각이 들지만 많은 국민들은 이를 잘 믿지 않는다. 우리의 사정이 대내외적으로 그리 넉넉지 않아서이다. 한마디로 우리 앞에 닥친 어려움이 그 어느 때보다도 심하다는 얘기이다. 유가와 원자재 값이 예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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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늦게 통곡할 수도 없다 지면기사
요즘 우리 국민은 한껏 행복한 꿈에 젖어들고 있다. 늦어도 5년 안에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나라가 될 것 같아서다. 각 정당 대통령 후보들이 쏟아내는 장밋빛 공약들을 듣고만 있어도 마냥 배가 불러지는 느낌이다. 그런데 한 가지 고민이 있다. 후보마다 꼭 자신만이 그런 유토피아를 만들 수 있다고 하니, 그 진정한 능력자가 과연 누구인지를 좀처럼 가려내기 쉽지 않아서다.문득 자기만이 가장 훌륭한 시를 쓸 수 있다고 장담했다가, 중간에 콱 막혀 울고 말았다는 옛 시인의 일화가 생각난다. 고려 때 사람 김황원(1045~1117년), 그는 당시 이름깨나 날리던 시인이었다. 그가 어느 봄날 대동강변 부벽루에 올랐다. 맑고 푸른 강물, 그 한가운데 길게 떠있는 능라도 버들빛, 강 건너 들판의 넓고 아득한 경치가 가슴을 확 트이게 한다. 한참 절경에 취해 있던 그의 눈에 정자기둥 여기 저기 써 붙인 글귀들이 들어왔다. 앞서 왔던 사람들이 나름대로 이 아름다움을 읊은 시를 종이에 써 붙인 것들이었다. 한데 그에겐 어느 것 하나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는 그 글들을 모두 떼어냈다. "내가 가장 멋진 글을 짓겠다." 자못 호기롭게 종이와 붓을 꺼내들고 단숨에 써내려갔다."긴 성 끼고 흐르는 강물 넓기도 하여라 /강 건너 아득한 벌 동쪽엔 점 찍은듯 까맣게 산 산 산…." 그러나 거기서 그만 붓이 더 나아가지를 못했다. 글로는 도저히 다 표현할 수 없을 만큼 너무 절경이었던 탓이리라. 온종일 붓을 들고 생각했지만, 다음 글귀가 좀체 떠오르지 않았다. 분하고 서럽고 또 후회스러웠다. 그렇게 날이 저물자 끝내는 붓을 던져버리고 엉엉 소리내어 울었다 한다.오직 자기만 일류국가를 만들 수 있다고 기염을 토하는 대선후보들. 하긴 대통령이 되겠다면 그만한 포부와 자신감은 있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포부와 자신감만으로 한 나라를 이끌 수는 없다. 그만큼 철저한 준비와 연구가 따라야 한다. 그리고 이를 실현할 수 있는 능력 또한 갖춰야 한다. 그런 것들도 없이 운좋게 대통령이 됐다가, 임기가 다 끝날 때쯤 돼서야 "사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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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비정신이 필요한 시대 지면기사
나랏돈은 먼저 쓰는 사람이 주인이다. 이러한 사실을 새삼 깨닫게 하는 사건들이 슬프게 하는 요즘이다. 참여정부 들어 국민참여보다 부처예산을 빼먹는 데 참여하는 국가공무원이 언론 매체에 자주 등장하고 있다. 아직도 만연한, 예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는 이들의 추태. 눈엣가시인 이들의 부정을 뽑아 내기 위해 요즘 국정에 참여하고 싶은 국민들이 꽤 많을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국가기관의 행태를 보면 가관이다. 도덕적 해이가 위험수위에 도달해 어디부터 손을 대야 할지 어지럽기까지 하다. 예를 들면 어느 공단은 임직원 업무추진비가 개인 돈으로 둔갑했다. 그것도 평일 골프, 단란주점 술값, 극장 티켓 등 도덕 불감증이 창피한 수준이다. 이 공단이 2005년 222억원, 2006년 116억원의 당기 순손실을 낸 것은 당연한 결과물이다. 어떤 국가기관은 직원 해외여행을 국가예산으로 보냈다. 그것도 지난 3월 이후 100여명에 달하는 인원을 보내고는 이를 따지자 다른 부처에서도 마찬가지라며 떳떳함을 과시했다.건강보험료 체납에다 교통사고 뺑소니, 대마흡연, 횡령·유용, 폭력·폭행, 음주운전 등 실정법 위반도 상당수에 이른다. 직무태만과 기강해이 등 청렴의무 위배는 말할 것도 없다. 엄청난 부정·부패 행위가 국가기관에서 발생하고 있는데도 자기 직원 감싸기로 대부분 묻혀 버린다. 이 같은 행태가 공무원의 부정부패가 근절되지 않고 있는 원흉이라는 지적에 설득력이 있다. 국제통화기금(IMF) 이후 10년, 나아져야 할 국가기관의 도덕적 해이가 더 심해진 듯한 느낌을 떨칠 수 없는 행태들이다. 나라가 빚에 쪼들려도 늘어나는 건 공무원이며, 늘어난 공무원만큼 죄의식은 무뎌져가는 안타까운 현실이다.정부가 이를 바로잡기 위해 국가청렴위원회를 조직한 것은 적절한 조치라 하겠다. 자정노력으로는 해결될 수 없을 정도로 도덕적 해이의 뿌리가 깊다는 판단에서다. 그런데 이 조직도 믿기 어렵게 됐다. 청렴위 공무원이 엉터리 해외출장을 다녀왔다고 한다. 국제회의나 워크숍 등의 이유로 해외출장을 다녀온 건수는 38건, 대부분 1~7일씩 더 머문 것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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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내라, 인천경제자유구역! 지면기사
2005년 4월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의 김형걸 팀장이 송도에 인하대와 함께 미국의 로스쿨을 설립하자는 계획안을 들고 찾아왔다. 그는 사이언스 파크로 유명한 Illinois 주립대의 예를 들어 인하대가 송도에서 과학부문과 전문적 법률·금융 서비스를 담당해야 송도가 성공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당시 윤석윤 경제청 차장이 같은 맥락으로 인하대의 송도 이전과 부지 활용방안에 대한 의견을 여러 차례 제시하였다.물론 두 건 모두 법률 미제정과 당시 대학의 상황 때문에 추진되지 못했다. 고백컨대 두 분과 유사한 말씀들을 역지사지의 입장에서 진지하게 고민하고, 강력히 추진했다면 지금과 같이 어려운 길을 걷지는 않았을 것이다. 지금 인하대가 사활을 걸고 추진하는 송도 캠퍼스 이전사업이나 로스쿨 모두 당시 제안과 유사한 콘셉트로 추진하고 있는 점이 더 가슴을 시리게 만든다. 사실 지역과 주변인사로부터 쓴 소리를 들어도 묵묵부답일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최근 경제자유구역의 추가지정이 기정사실화돼 가는 현실을 보면서 그 때의 생각이 떠올랐다. 대선 후보들이 추가지정에 동조하는 한 인천이 원천적으로 막을 방법은 없어 보인다. 그러나 속내를 들여다보면 과연 새로운 정부가 어느 지역을 국가성장 동력의 터전으로 삼을 것인가 하는 점과 직결되어 있다. 인천이 대마불사와 선두주자 의식에 안주하는 사이 이상기류들이 감지되고 있다. 추가지정을 위해 당진의 석문공단 일대나 군산의 새만금지역 등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수천만평에서 수억평에 이르는 매립지이자 국유지를 갖고 있다는 점에서 나름대로 성공 확률을 갖고 있는 지역들이다. 정부는 이들 지역과 5년여의 격차가 있다고 인천을 달래고 있지만 수도권정비법이 버티고 있는 상황에서는 쉬운 싸움이 아니다. 인천이 절반의 성공을 거두는데 일등공신이었던 부동산의 흐름도 문제다. 분양가 상한제와 대출규제와 같은 조치들이 가시화되는 상황에서 과연 경제자유구역은 계속 발전할 수 있을 것인가. 인천대교의 성공적 건설을 보면서도 수도권까지 밀려온 미분양 사태가 남의 일 같지 않다. 과연 인천대 도화부지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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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도 밥도 아닌 임대주택정책 지면기사
정부가 지방의 미분양 아파트를 대거 매입해 임대주택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추진할 모양이다. 지방을 중심으로 투기지역 해제도 거론중이다. 주택경기 위축으로 인해 작금 중소건설업체들이 연쇄부도 공포에 몰리고 있는 점을 겨냥한 사전포석으로 풀이된다. 전국의 미분양 아파트는 20만여 가구로 추정되는데 이중 95%가 지방 물건이다. 여기에 50조원 이상이 묶여있어 미분양이 장기화할 경우 자칫 금융위기로까지 치달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국민경제에서 건설업이 차지하는 비중도 염두에 두었을 것이다. 주택시장의 안정을 위해 비축물량을 충분히 확보해야 한다는 논리도 일견 타당해 보인다.그러나 작금 정부의 공공임대주택정책을 들여다보면 마음이 편치 못하다. 2003년부터 2006년까지 사업승인기준으로 총 35만6천여호의 국민임대주택이 공급, 목표대비 91%를 달성했다. 그러나 이 기간중 실제 완공된 주택수는 목표대비 23%에 그쳤다. 시공중인 물량까지 포함해야 겨우 46%이다. 그럼에도 벌써부터 이 계획의 성공을 의심케 하는 문제점들이 곳곳에서 불거지고 있다. 건설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5월 현재 미임대율이 전남 10.5%, 강원 10.1%, 충북 8.8% 등인 것으로 확인되었다. 단지별로 미임대율이 50%를 훨씬 넘는 곳도 도처에서 확인된다. 수도권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금년 2월 입주가 시작된 인천 논현 2지구내 5단지는 초기 입주자모집 때 89%가 임차인을 못 찾은 바 있으며 내년 입주예정인 2, 3단지의 형편도 크게 다르지 않다. 또한 도시내에서도 상대적으로 땅값이 저렴한 변두리지역에 대규모 임대주택단지를 건설함으로써 지역간 빈부격차, 수급불균형은 물론 난개발과 환경훼손도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수도권에서조차 1년 이상 장기간 빈집이 다수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주먹구구식 수요예측에다 시장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실적 채우기식 공급에 급급한 탓이다. 2012년까지 100만호 건설목표를 달성하자니 매년 10만호씩 지을 수밖에 없어 수요가 별로 없는 지방 군소도시나 읍·면지역에까지 마구잡이로 아파트건설을 강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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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평화의 봄은… 지면기사
한반도 정세가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고 있는 것 같다. 외견상으로는 한반도가 남·북간의 대립과 갈등에서 화해와 협력의 길로 들어서고 있음이 분명하다. 또 그렇게 믿고 싶은 것이 현재의 솔직한 심정이라 하겠다. 지금 평양에서는 남·북의 정상이 만나 민족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큰 틀을 만들고 있으며 미·중·러·일 등 주변 4대 강대국들도 케케묵은 한반도의 난제들을 풀어가는 징후를 보이고 있다.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전쟁의 위기가 엄습할 것 같은 상황과는 전혀 딴판이다. 한반도에 진정 평화의 봄이 오고 있는 분위기이다.이런 모든 일들이 호사다마인지 지금으로서는 판단하기가 어렵지만 급박하게 돌아가는 주변의 상황전개가 어지러울 정도이다. 하지만 어제 오늘 우리는 역사의 현장을 보았다. 분단의 상징이자 남·북 간 이념의 장벽이었던 군사 분계선을 힘찬 도보로 건너던 노무현 대통령의 당당함을 목격했다. 그리고 남·북 정상 간의 굳은 악수를 지켜봤다. 이를 본 국민들 마음은 감개무량했을 것이다. 그동안 남·북한 간 불신의 골은 치유가 불가능할 정도로 아주 깊다고 할 수 있다. 같은 민족이면서도 남·북은 반세기 이상 총부리를 겨눈 채 정치·경제적으로 극한 대립을 해 왔었다. 진솔한 대화는커녕 극한 용어를 동원해 헐뜯기로 일관했던 것이 남·북한이다. 적이 아닌 원수라 해야 옳다. 그러나 이제는 아니다. 금단의 벽인 군사 분계선을 대통령이 걸어서 넘어섰다. 분단을 극복하는 시발점이 된 셈이다. 당장 통일은 아니더라도 적대감은 상당히 희석된 듯도 하다. 골 깊은 감정이 봄눈 녹듯 사라짐을 느낄 수 있다. 그렇지만 그 내면을 들여다 보면 꼭 그런 것만도 아닌 듯싶어 우려가 깊다. 아직 해결해야 할 난제들이 첩첩산중이어서 그렇다고 할 수 있다. 동상이몽이란 얘기이다. 남·북한은 물론 주변 강대국들도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란 생각에서이다. 북한은 이번 회담을 통해 그들만의 분명한 노림수가 있다고 봐야 한다. 그것이 경제적 지원이든 아니면 북·미, 북·일 간 수교에 앞선 평화무드 조성일 수도 있다. 우리 정부 역시 계산은 있다. 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