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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광군제와 코세페 지면기사
'1초당 구매량이 58만 건까지 치솟았다. 개장 30분 만에 매출 62조를 기록했다'. 중국 최대 쇼핑시즌인 광군제(光군節) 열기를 매 순간 숨 가쁘게 전한 인터넷 언론의 헤드라인이다. 2009년 시작된 광군제는 매년 11월 11일 중국 최대 이커머스 회사인 알리바바가 개최한다.알리바바는 지난 1일부터 11일까지 티몰, 타오바오 등 자사의 여러 플랫폼에서 총 4천892억 위안(약 83조7천972억원)의 거래가 이뤄졌다고 12일 발표했다. 지난해 42조5천억원을 2배가량 뛰어넘는 사상 최고 실적이다. 회사 측은 올해 통계를 산출하는 방식에 변화가 생겨 지난해와 직접 비교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지만 경이로운 수준인 건 부인하지 않는다.2위 업체인 징둥닷컴도 지난 1~3일 사전행사 때 2천억 위안(약 34조원)의 거래액을 기록했다. 두 회사에서만 110조원을 가볍게 넘어선 것이다. 외신은 "코로나로 억눌렸던 중국 소비자의 보복소비 심리가 광군제 거래액 신기록의 요인"이라고 분석했다.지난 1일부터 22일까지 '코리아세일페스타'가 열린다. 국내 유명 백화점과 대형 유통업체들이 참여했다. 정부는 내수 진작을 하겠다며 행사 직·간접비로 48억여원을 쏟아부었다고 한다. 그런데 소비자 반응이 영 시원치 않다. '오프라인 우수 중소기업 상품 판매전'이 열리는 현대백화점 판교점 지하 1층 대행사장은 방문객이 적어 썰렁하다. 상인들은 '장사가 너무 안 된다'고 울상이다.코세페 할인율은 평균 10~20%에 불과하다. 일반 할인행사도 30% 정도는 기본이다. 백화점들은 업체로부터 매출액의 20%를 수수료로 가져간다. 가격을 더 낮출 수 없는 구조다. 행사 자체를 모르는 소비자도 많다. 흥미를 끌 만한 매력이 없기 때문이다.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은 광군제 기간 지난해 수준을 넘어서는 매출을 올렸다. 국내 기업들은 코세페를 패스하려 한다. 올해 광군제는 유력 인사 300여 명이 라이브 방송 판매를 해 화제가 됐다. 지난해 10만 채가 팔린 아파트는 80만 호가 매물로 나왔다. 참신한 기획 아이디어에 코로나 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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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윤석열 신드롬' 지면기사
윤석열 검찰총장이 어제 공개된 여론조사(한길리서치· 쿠키뉴스)에서 차기 대통령 후보 지지도 1위에 올랐다. 지난 2일 발표된 여론조사(리얼미터·오마이뉴스)에서 3위로 치솟은지 10일도 안 돼,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와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독점하던 차기 대권 판세가 무너진 것이다.필리핀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은 검사였고, 브라질 차기 대권후보로 부상한 세르지오 모루는 판사였다. 노무현 대통령은 변호사였고 이회창, 이인제 등도 법조 출신 대통령 후보였다. 하지만 모두 법조 출신일 뿐 정치인으로 전향하기 위해 다양한 정치, 행정적 이력을 쌓았다. 윤 총장처럼 현직 검찰총장이 차기 대통령 후보로 주목받는 건 유례가 드문 현상이다.대검찰청 국정감사 직후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다. 지난해 조국 사태 이후 윤 총장을 향한 적개심은 노골적이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취임 이후 아예 총대를 메고 윤 총장 찍어내기에 전념했다. 검찰인사, 수사권지휘, 총장 측근과 가족수사 지시, 감찰 등 모든 수단을 동원했고 급기야 특활비 까지 털었다. 하지만 윤 총장에게 날린 부메랑은 번번이 여권으로 선회한다.추 장관과 민주당의 협공은 집요하지만 명분은 빈약하다. 적폐사정의 영웅 윤석열을 반정부 정치검사로 일구이언하는 이유를 설명하지 못한다. 대통령의 당부대로 살아있는 권력을 수사한 것을 비난할 수 없자, '정치하려면 옷 벗고 하라'고 합창했다. 그 결과 윤 총장은 마법처럼 대권후보 1위에 올랐다. 동화 같은 반전이다. 대안이 없던 정권 반대여론에겐, 정권의 집단적 핍박에 시달리는 윤 총장이 신데렐라로 보인 듯싶다. 사주풀이 검사 진혜원이 '나이트(클럽)'라고 조롱하며 비웃은 '대검'이 정치태풍의 눈이 되고 있다.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윤석열 대선후보 3위 여론조사에 대해 "검찰이 당연히 해야 할 검찰 직무와 관련돼 국민에게서 특별한 기대를 받는다는 게 사실은 슬프면서도 웃긴 일"이라고 말했다. 탁월한 식견이다. 윤 총장의 살아있는 권력수사를 묵인했다면, 다수의 '마속'을 잃을지언정 정권은 명예의 전당에 올랐을지 모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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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코로나 졸업앨범 지면기사
그제 경인일보에 실린 작은 기사가 뒤통수를 때렸다. 인천 한 초등학교가 졸업앨범 제작을 두고 고민 중인데, 110쪽 짜리 졸업앨범을 채울 사진이 부족해서란다. 코로나19의 악행이 민생을 도탄에 빠트린 것도 모자라 초등학생들의 학창시절 추억 마저 지워버린 현실에 탄식이 절로 터졌다. 1년 내내 원격수업과 등교수업을 오락가락한데다 소풍, 체험활동, 운동회 등등 학사일정이 모두 취소됐으니 급우들과의 단체사진이 있을 리 없다.학교는 학부모와 상의한 끝에 학생 개인 사진들을 짝꿍끼리 붙여주는 식으로 편집해 앨범에 싣고, 남는 여백에는 아이들의 졸업소감을 담은 롤링 페이퍼로 채우기로 했단다. "함께 한 시간이 짧았다. 추억은 졸업하고 만들어가자", "마스크야 우리 내년에는 보지 말자", "마스크 꼭 버리고 중학교 갔으면···" 롤링 페이퍼에 남긴 아이들의 글들이다. 2020년 코로나 애사(哀史)로 부족함이 없으니, 오히려 더 짠해진다.586세대가 기억하는 초·중·고교 졸업식 풍경은 이제 거의 사라졌다. "빛나는 졸업장을 타신 언니께···/ 잘있거라 아우들아 정든 교실아···." 재학생과 졸업생이 졸업가를 주고 받으며 눈물바다를 만들던 엄숙한 시대의 통과의례는 '라떼는' 시절의 흑백사진에 박제됐다.대신 신세대는 새로운 졸업문화를 만들어 즐긴다. 의정부 고등학교의 패러디 코스프레 졸업사진은 해마다 언론이 주목하는 뉴스토픽이 됐다. 졸업시즌은 전국의 학교들이 선보이는 톡톡 튀는 콘텐츠 경연장이 됐다. 반면에 건조한 장면도 있다. 개인정보 노출을 꺼려 졸업앨범 사진 촬영과 게재를 거부하는 선생님과 학생도 드물지 않아서다. 높아진 인권의식 만큼 학창시절의 추억이 흐려진듯 싶어 웃프다. 아무튼 신세대는 그들만의 방식으로 졸업의 의미를 새기는 것이니, 기성세대의 기억으로 탓할 일은 아니다.졸업앨범이 문제가 아니라 올해는 졸업식 자체가 열릴지 말지 장담할 수 없다. 거리두기 단계가 격상되면 졸업식 자체가 전면 취소될 수도 있다. 수많은 동기동창들이 동시대의 공감각을 확인할 추억과 기억을 삭제당한다면 그만한 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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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서리'와 절도 지면기사
김유정의 소설 '만무방'은 벼를 스스로 도둑맞는 가난한 농부의 슬픈 현실을 담았다. 소설 속 '응오'는 순박하고 성실한 모범 농군이자 가장이다. 찌들게 가난해 피땀 흘려 농사를 지어도 삭초와 도지, 그리고 장리벼를 제하면 남는 것이 없어 빚만 늘어난다. 그는 지주의 착취에 맞서 논의 벼를 베지 않는다. 그런데 수확도 않은 벼를 닷 말쯤 도둑맞는다. 그의 형인 응칠은 전과자라는 자격지심에 누명을 벗고자 도둑을 직접 잡기로 한다. 밤샘 기다림 끝에 현장에서 괴한을 잡는다. 그런데 놀랍게도 주인인 응오가 범인이다. 빚더미에서 벗어날 길이 없자 자작극을 벌인 것이다.경기도의회 행정감사에서 농정해양위 김봉균 의원이 농작물 절도에 대한 당국의 대책을 촉구했다. 김 의원은 "곳간을 털거나 재배 중인 작물을 가져가는 사례, 농기계 절도 등 질이 안 좋은 범죄가 많다"고 했다. 감시가 소홀한 주말농장은 온 가족이 땀 흘려 지은 농작물을 싹쓸이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남양주의 농촌 마을에는 '애써 키운 농작물 절도에 농부의 마음이 멍들어 가고 있습니다'는 현수막이 걸렸다. 농작물 절도범들에 안타까운 농심(農心)을 전해보려는 고육책이다. 경찰도 바빠졌다. 가을철 내내 농축산물 절도 예방활동에 나서야 하는 실정이다. 경찰에 따르면 2017년 540건이던 전국의 농작물 절도 사건이 지난해 847건으로 급증했다. 지난해 경기도는 560건(남부 425건·북부 135건)으로 전체의 절반을 넘는(66.11%) 것으로 집계됐다.시골에서 나고 자란 중·장년층에 '농작물 서리'는 동심을 소환하는 그리움이다. 한여름에는 참외 수박이, 가을철에는 사과 배가, 겨울에는 닭과 오리가 수난을 당했다. 밭과 과수원, 농장주들은 불청객을 막기 위해 원두막을 짓고, 숙식을 해결하며 작물을 지켜야 했다. 그래도 막상 서리꾼을 붙잡으면 따끔하게 야단을 치는 게 고작이었다.서리는 '떼를 지어 남의 과일, 곡식, 가축 따위를 훔쳐 먹는 장난'인 정도를 말한다. 그러니 주인들도 너그럽게 봐주는 거다. 하지만 계획적으로 남의 작물을 대량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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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트럼프'와 미국 민주주의 지면기사
미국의 정치 석학 조지프 나이는 '미국의 세기는 끝났는가(2015년)'에서 "미국의 세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경쟁국인 중국의 경제·군사력이 미국에 못미치고, 국제 리더로 인정받을 소프트파워가 빈약하다는 이유에서다. 즉 중국의 중화주의가 '중국의 세기'를 막고 '미국의 세기'를 연장시킬 것이란 통찰이다. 동북공정, 사드보복, 방탄소년단에 이르기까지 중국의 억지에 익숙한 우리 입장에서 고개를 끄덕일만한 논리다.하지만 이번 미국 대통령선거로 조지프 나이의 전망이 무색해졌다. 미국의 자랑이던 민주주의가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 혼란에 세계의 조롱이 쏟아졌기 때문이다. 8일(미국 시간 7일) 조 바이든이 대통령 당선자로 확정됐지만, 미국 대선은 처음부터 끝까지 도널드 트럼프가 주인공이다. 그는 백악관에서 선거불복 진지전을 벌이고 있다.트럼프는 미국 정치사에서 가장 기이한 대통령이다. 부동산 재벌이자 리얼리티쇼 진행자로 악명을 떨친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은 사건이었다. 경제위기에 직면한 백인 중산층들이 '미국 우선주의'에 집결한 덕분이다. 그의 통치는 분열적이었다. 트럼프 그룹의 총수처럼 나라를 통치했다. SNS로 지지층과 직접 소통했고, 존경받는 공화당원 매케인이 싫은 소리를 하자 '패배자'라 비난했다. 최고 존엄 김정은도 하노이에서 망신당했다. 이번 대선은 트럼프 찬·반 투표가 되고, 승복의 문화는 망가졌다.물론 트럼프의 불복투쟁이 성공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우선 측근들이 줄줄이 떠나면서 백악관이 텅 비었다. 공화당 의원들의 승복 요구는 미국 정당의 이성이 살아있다는 증거다. 미국 언론도 살아있다. 이념적 지향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미국 방송사들은 트럼프의 불법선거 기자회견을 중단하거나 팩트체크를 통해 사실이 아님을 밝혔다. 군중은 흥분하고 있지만, 정치와 언론은 작동하고 있다.그러나 트럼프로 인해 미국 민주주의가 검증대에 오른 건 틀림없다. 중국과 이란의 조롱거리가 된 미국 민주주의 위기의 원인이, 트럼프 증후군인지 구조적 문제인지를 놓고 미국의 고민이 깊어질 것이다. 건국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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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가림막 수능 지면기사
40 중후반부터 50 후반 연령대는 대입학력고사 세대로 불린다. 본고사가 폐지되고 학력고사와 내신 점수가 당락을 결정지었다. 1982년 도입돼 1993년까지 이어졌다. 1994년부터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으로 바뀌어 현재에 이른다. 대입 전형이 다양해져 중요도는 예전만 못하다.첫해 학력고사는 문제의 난이도가 상당했다. 수학은 본고사 수준의 까다로운 문제가 출제됐다. 수학 시험이 끝나자 교실 안은 절망적 분위기에 한숨 소리로 가득했다. 어떤 학생은 가방을 들고 밖으로 나가버렸다. 그해 각 대학의 합격선은 낮아졌고, 서울대를 비롯한 명문대마다 미달 사태가 속출했다. 선배들은 82학번 새내기들을 '똥파리'라 부르며 놀렸다. 캠퍼스 곳곳에서 유별나게 많이 띈다는 것이다. 졸업정원제가 도입되면서 전년보다 정원이 20% 늘어났기 때문이다.다음 달 3일 실시하는 2021학년도 대입 수능은 예년과 다른 환경에서 치러진다. 코로나 19 여파다. 시험장에는 바이러스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해 가림막이 설치된다. 반투명성 아크릴 재질로 제작됐다고 한다. 책상 왼쪽과 오른쪽에는 설치되지 않고 앞에만 놓인다. 가로 60㎝, 세로 45㎝ 크기의 상판 밑부분에는 너비 40㎝의 직사각형 홈을 내서 문제지 일부를 책상 밖으로 내놓고 시험을 볼 수 있도록 했다.일부 수능 수험생들은 불만을 제기한다. 가림막이 놓일 경우 책상 공간이 좁아져 시험을 치르는 데 방해될 수 있다는 것이다. 가림막을 치워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까지 등장했다. 교육부는 수험생 간 앞뒤 간격이 띄워지지 않으며,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서 가림막을 설치해달라고 요청해 설치 계획을 철회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가림막 설치가 긍정적 측면도 있다. 부정행위 가능성을 효율적으로 막을 수 있다. 교육부도 부정행위 방지와 시험 감독을 위해 반투명하게 제작했다고 밝혔다. 너무 투명하면 시험지가 반사돼 부정행위를 할 수 있기 때문에, 너무 불투명하면 감독하기 어렵기 때문에 반투명으로 했다고 한다.수능일에 50만 명 가까운 수험생이 전국에서 시험을 치른다. 지난해보다 3주 정도 늦어져 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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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불교와 개신교의 '성명서 대화' 지면기사
서양 일부 개신교단에선 걸어다니며 특정 지역을 축복하거나 정화하는 기도를 드린다고 한다. 'prayerwalking'이라는 이 선교방식을 한국 개신교에선 '땅밟기'로 번역해 실행해왔다. 그런데 불교 사찰들이 땅밟기의 표적이 되면서 종교간 갈등으로 비화됐다. 봉은사에서 개신교 청년들이 예배를 드리고, 조계사에 모인 목사와 장로들은 불교 비하 발언을 쏟아냈다. 우상이라며 불상을 훼손하는 일도 잇따랐다. 참다 못한 한국불교종단협의회가 2010년 "기독교는 선이고 타종교는 악이라는 망상"을 비판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10년이 흘렀지만 일부 개신교도들의 사찰 공격은 그치지 않았다. 지난달 14일엔 남양주 수진사가 한 개신교도의 방화로 큰 피해를 입었다. 방화범은 "신의 계시"라며 당당했다고 한다. 고 법정 스님이, 시주받은 요정 대원각터에 세운 길상사엔 관음보살상이 있는데 성모 마리아를 닮았다. 법정이 종교간 화합을 위해 천주교신자 조각가에 의뢰한 결과다. 고 김수환 추기경은 길상사에서 축시를 낭송했고, 법정은 명동성당을 답방했고, 이해인 수녀는 법정과 김 추기경을 추모하는 글을 남겼다. 위대한 종교인들 행적에 비추어 보면 광신적인 개신교도들의 사찰 공격은 가소로운 일이다.지난 2일 수진사 방화와 관련 이번엔 조계종이 성명을 냈다. 개신교 지도자와 목회자들에게 "신자들을 올바로 인도해야 할 책무가 있다"며 "개신교는 폭력과 방화를 양산하는 종교가 아닌 화합의 종교로 거듭나라"고 요청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가 다음날 지체 없이 사죄 성명을 발표했다. "종교의 다름을 떠나 평화적으로 공존해야 할 이웃을 혐오하고 차별하며 위험에 처하게 하는 것은 그리스도의 뜻이 아니다"며 "극단적으로 퇴행하는 한국 기독교 현실을 함께 아파하며 회개한다"고 했다.수진사 방화 사건은 안타깝지만, '품위있는 항의'와 '진정한 사과'로 사태를 수습하는 불교계와 개신교계의 '성명서 대화'가 눈부시다. 대립과 분열의 시대다. 정파 근본주의에 영혼을 빼앗긴 정치꾼과 가짜 지식인들이 분열과 혐오의 언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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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사회적 타살' 지면기사
한국은 2003년부터 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의 불명예를 유지하고 있다. 통계청의 공식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자살사망자는 총 1만3천799명으로, 하루 평균 37.8명이 스스로 생명을 끊었다. 10~30대의 사망원인 1위, 40·50대 사망원인 2위가 자살이다. 지난 10년간 자살 사망자가 십 수만명에 이른다면, 국민 대부분이 한 번 쯤은 가까운 이의 불행한 죽음을 경험했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자살에 대한 사회적 인식도 크게 변화했다. 과거에는 자살의 원인을 개인의 심신미약 탓으로 여기기 십상이었지만, 이제는 사회적 타살이라는 개념이 자리잡아가는 중이다. 청소년은 진학 스트레스와 학교폭력, 청장년층은 경제생활, 노년층은 질병과 빈곤이라는 사회적 한계상황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한다. 비방과 비난으로 도배된 SNS는 유명인들을 겨냥한 죽음의 덫이 됐다.이제 낭만적인 베르테르식 자살 미화는 가능하지 않다. 언론은 자살이라는 용어 사용 자체를 자제한다. 정부는 온갖 정책으로 자살로 인한 6조원대 사회경제적 손실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하지만 자살률은 줄어들지 않는다. 오히려 모방을 부추길 유명인들의 자살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해 말 설리, 구하라의 극단적 선택이 있었고 올해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그랬다.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하면 자살예방 대책은 쏟아지지만, 실제로 자살 예방을 위한 상담과 약물치료는 빈약한 점이 뼈아프다. 자살 전조를 보이는 사람들이 전문적인 상담을 받지 못하고, 우울증 환자들은 넘쳐나는데 정신과 치료와 약처방을 받는 사람은 드물다. 정책은 있지만 시스템과 인식은 제자리라는 지적이다.씩씩하고 건강한 웃음을 선사했던 개그우먼 박지선씨가 모친과 함께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화장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예민한 피부 때문에 고통받았다지만, 그 사실을 당당하게 밝히고 활동해왔기에 큰 충격을 주었다. 분명 두 사람을 꼼짝할 수 없게 만든 한계가 있었을 것이다. 아무도 눈치 채지 못했을 뿐이다.동료 개그맨 김영철의 추모사가 긴 여운을 남긴다. "난 지선이에 대해 모르고 있는데 작별을 해야 하니 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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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커밍아웃 지면기사
여름 한 철 양떼 방목장에서 함께 일하게 된 두 청년이 오랜 친구처럼 마음을 터놓는 사이가 된다. 우정은 친구 이상으로 발전하지만 둘은 감정의 실체가 뭔지 모른 채 각자의 삶으로 돌아간다. 4년 뒤 우연히 만난 두 사람은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고 1년에 한두 번씩 만나 함께 지낸다. 슬프고도 아름다운 영화 '브로크백 마운틴'은 성소수자 이야기다. 2005년 개봉돼 아카데미 작품상을 받았다. 요절한 '조커' 히스레저의 대표작이다.커밍아웃은 동성애자 및 성소수자들이 성적 정체성을 스스로 밝히는 일이다. '벽장 속에서 나오다(Coming out of the closet)'라는 뜻에서 유래됐다. 서구에서는 동성애자가 자신의 정체성을 숨기고 살아가는 것을 '벽장 속에서 산다'고 표현한다. 방송인 홍석천은 국내 연예인 가운데 처음으로 지난 2000년 커밍아웃을 했다.지난주 추미애 장관이 페이스북에 자신을 공개 비판한 이환우 제주지검 검사에 대한 기사를 공유했다. 그러면서 "좋습니다. 이렇게 커밍아웃해주시면 개혁만이 답입니다" 라는 글을 올렸다. 이 검사를 개혁대상이라고 칭한 것이다. 이후 추 장관에 반발해 커밍아웃을 자청한 검사가 200명을 훌쩍 넘었다. 청와대 국민청원사이트에는 '커밍아웃 검사 사표 받으십시오'라는 청원이 등장했다. 답변 기준인 30만명을 돌파했다.법무부와 검찰 발(發) 커밍아웃 논쟁에 시민사회단체는 불쾌하다는 반응이다. 한 시민단체는 "장관이나 검사들의 글에 등장하는 커밍아웃은 본래의 뜻과 어긋날뿐더러 성소수자 인권운동이 만들어온 용어의 역사성을 훼손하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법무부 장관이 커밍아웃이란 말을 사용한 것 자체가 적절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차별과 관련해 누구보다 인권의식이 높아야 한다는 것이다.유럽과 미국은 동성 간 결혼을 법적으로 허용하는 추세다. 벽장을 뚫고 나와 대중 앞에 당당하게 밝히는 유명인들도 부지기수다. 하지만 우리는 커밍아웃한 연예인이 드물고, 일반인은 정도가 더 심하다. 성소수자에 대한 편견과 선입견이 여전한 때문이다. 추 장관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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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난민(難民) 지면기사
이란인 메르한 카리미 나세리는 1988년부터 2006년까지 무려 18년 동안 프랑스 샤를 드골 공항에서 살았다. 이란 팔레비 왕조 반대 시위에 참여했다 추방당했다며 난민 인정을 받아 영국에 정착하려다가 여권을 분실하는 바람에 출발지인 프랑스로 쫓겨나, 그대로 공항 라운지에 갇힌 것이다. 공항 칩거가 흡족했던지 나세리는 프랑스가 발급한 난민용 여권도 거부하며 공항생활을 이어갔다. 남에게 절대 폐를 끼치지 않는 그를 공항 직원들은 가족처럼 돌봤고, 신문을 읽거나 일기를 쓰며 유유자적하는 일상으로 그는 일약 프랑스 제1국제공항의 명사가 됐다.2004년 나세리의 일기를 엮어 출판한 '터미널 맨(The Terminal Man)'을 바탕으로 한 영화가 톰 행크스 주연의 '터미널(The Terminal)'이다. 가상의 국가 크라코지아에 온 빅터 나보스키가, 모국에서 발생한 쿠데타로 인해 무국적자가 돼 존 에프 케네디 공항에 갇힌 뒤 벌어지는 해피엔딩 스토리다.하지만 나세리나 영화속 나보스키 처럼 행복한 난민은 극히 드물다. 많은 국가들이 UN 난민조약에 따라 난민을 보호한다지만 허울뿐일 경우가 많다. 중국은 홍콩 민주화운동가나 반정부 인사들의 미국 망명을 결사적으로 막는다. 우리 정부도 지난해 목선 탈북난민 2명을 5일만에 북한에 강제송환했다. 유럽과 미국은 경제난민의 대규모 유입을 막는다. 외교분쟁과 국내 반대여론 등 정치적 부담 때문에 대부분의 나라들이 난민지위 인정에 각박한 것이다. 인권과 국익의 충돌이다.그러니 실제로 난민이 되어 타국의 공항에 갇힌다면 처참하다. 지난 2018년 콩고 출신 앙골라 국적인 루렌도 부부와 자녀 6명이 인천국제공항에서 난민신청을 했지만, 심사를 거부당해 9개월 넘게 공항에 갇혔었다. 결국 법원의 결정으로 심사가 가능해져 공항을 빠져나왔지만, 가족 모두 건강을 크게 상했다고 한다. 언제 추방당할 지 모르는 공항 생활은 공포 자체였을 것이다.루렌도 가족 사태로 난민법 위헌소원이 제기됐었다. 난민 심사를 거부할 수 있도록 한 조항이 위헌이라는 주장에, 헌법재판소는 지난 29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