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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참성단] '문화재'와 '국가 유산'

    [참성단] '문화재'와 '국가 유산' 지면기사

    인간을 지칭하는 학명은 '호모'로 시작한다. 인간의 고유한 특징 중 하나는 언어적 존재라는 점이며 이와 관련된 학명이 많다. 문법적 인간은 호모 그라마티쿠스, 이야기하는 인간은 호모 나랜스, 말하는 인간은 호모 로쿠엔스라 한다. 언어를 분석하고 어원을 밝히는 것은 언어적 존재인 인간은 물론 인간의 역사와 문화를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을 준다.한국어도 다양한 민족과 문화와 접촉하면서 형성돼 온 국제어이며 다문화의 산물이다. 가령 결혼으로 맺어진 양가 부모를 사돈(査頓)이라 하는데, 만주어로는 '사둔'이라 하고 몽골어로는 '사든'이라 한다. 이런 말들은 고려 고종 18년(1231) 이후부터 사용되기 시작한 것으로 보고 있다. 소주는 증류주로서 아랍의 명의(名醫) 아비케니가 발명했는데 이것이 원나라를 거쳐 고려로 들어왔으며, 임금의 밥상을 가리키는 수라 역시 몽골어 '술런'에서 나왔다. 사냥 매에 다는 꼬리표를 가리키는 시치미를 비롯해서 족두리 역시 원나라에서 사용된 고고리(古古里)에서 나온 말이다.그런가 하면 우리 고유어로 알고 있는 말의 상당수가 한자어의 변용인 경우도 있다. 가령 사냥은 산행(山行)에서, 배추는 한자어 백채(白菜)에서, 김치는 침채(沈菜)가 '딤채'로 그 '딤채'가 다시 변한 말이며, 겨냥은 한 물건의 견본을 뜻하는 견양(見樣)에서, 상추는 생채(生菜)에서, 생쥐는 사향(麝香)쥐에서, 사랑은 생각하고 헤아린다는 사량(思量)에서, 그리고 서랍은 설합(舌盒)에서 나온 말이다.병자호란을 거치며 들어온 말도 있는데, 후레자식은 호노자식(胡奴子息) 곧 오랑캐 자식이란 뜻이며, 화냥년은 청에 끌려갔다 고향으로 돌아온 여자란 뜻의 환향녀(還鄕女)가 변한 말이다. 참고로 호주머니는 청나라 복식으로 본래 우리 전통 한복에는 주머니가 없었다고 한다.지난 60년간 사용돼 왔던 일본식 용어인 문화재(文化財)가 '국가 유산'으로 바뀐다. 이에 따라 17일 문화재청이 '국가유산청'으로 개명됐다. 확실하지 않고 흐리멍덩하다는 말인 '흐지부지'는 한자어 '휘지비지(諱之秘之)에서 나

  • [참성단] 문재인 회고록

    [참성단] 문재인 회고록 지면기사

    정치인의 회고록으로 윈스턴 처칠의 '제2차 세계대전사'만한 대작이 없다. 종전 직후 총선에서 패해 수상직에서 물러난 전쟁영웅은 회고록 집필에 전념했고, 1953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해 대문호의 반열에 올랐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처럼 분야를 초월한 탁월한 천재성 때문에 가능했던 업적이다.처칠급이 아니면 회고록은 논란의 대상이 된다. 동시대인이 목격한 당대 사건에 대한 필자의 기억과 시선은 객관성 시비에 오를 수밖에 없고, 필자 자체가 논쟁적 인물이면 더욱 그렇다. 2021년 한 출판사가 김일성 회고록 '세기와 더불어'를 출판하자 나라가 발칵 뒤집어졌다. 보수단체와 탈북민 등이 판매·배포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하지만 우리 법원은 책으로 인한 피해와 피해자를 특정할 수 없다는 이유로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반면 법원은 2017년 출간된 '전두환 회고록'에 대해 5·18 민주화운동을 왜곡했다며, 관련 부분 삭제를 판결했다. 전 전 대통령은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유죄를 받았다. 조비오 신부와 광주시민 등 왜곡 피해 당사자가 명확하다는 이유였다. 법원은 법리를 따랐을 테지만, 대한민국에 해를 끼친 범죄를 놓고 벌어진 김일성·전두환 회고록 논란은 가볍지 않다.지난 17일 문재인 전 대통령이 회고록 '변방에서 중심으로'를 출간했다. 문 전 대통령은 회고록에서 판문점 도보다리 산책 회담에서 김정은이 "딸 세대까지 핵을 머리에 이고 살게 할 수는 없는 거 아니냐"고 말한 사실을 공개하며 "상응 조치가 있다면 비핵화하겠다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약속은 진심이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문 전 대통령은 하노이 노딜로 물거품이 된 남·북·미 비핵화 외교가 두고두고 아쉬울 테다. 세차례 회동을 통해 김정은을 누구 보다 잘 아는 사람인 것도 맞다. 하지만 딸 김주애를 대동해 핵 전력 시험장을 순방하며 핵무장 유산을 물려주는 김정은의 행보를 전세계가 지켜보는 상황이다. 문 전 대통령이 도보다리에서 만난 김정은과, 지금 우리가 목격하는 김정은은 지킬과 하이드 만큼 양면적이다.윤상현 의원과 나경원 당선자 등

  • [참성단] 김호중 소동

    [참성단] 김호중 소동 지면기사

    가수 김호중은 한석규·이제훈 주연 영화 '파파로티(2013)'의 실제 주인공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낮에는 학교, 밤에는 유흥업소에서 일했다. 퇴학 위기에 놓인 김호중의 빛나는 재능을 알아보고 학교로 다시 이끌어준 서수용 선생님을 만나면서 삶이 완전히 바뀌었다. 돈이 없어서 음악을 포기했던 10대 소년은 성악 영재로 변신했다. SBS 예능 '스타킹'에 고등학생 파바로티로 출연 후 독일 유학을 떠났다. 귀국 후 앨범을 내고 정식 가수로 데뷔한데 이어 미스터트롯 톱4까지 오른 인생역전 스토리는 감동과 희망의 아이콘으로 부족함이 없었다.호사다마인가. 석연찮은 교통사고와 비상식적인 대응으로 인생 최대의 위기를 자초했다. 지난 9일 밤 서울 강남구의 한 도로에서 SUV 차량이 중앙선을 넘어 서있던 택시를 들이받았다. 바퀴가 들릴 정도로 충격이 컸지만 운전자인 김호중은 아무런 조치 없이 현장을 빠져나갔다. 그런데 다음날 오전 2시께 김호중이 아닌 김호중의 옷을 입은 매니저가 경찰에 자수했다. 경찰은 차량 소유주가 김호중인 점을 들어 추궁했고, 매니저는 결국 자백했다. 김호중은 사고 17시간이 지난 다음날 오후 4시 30분이 돼서야 음주 검사를 받았고 음성이 나왔다. 사고 직전 유흥주점에 갔지만 술은 안 마셨고 공황장애라고 해명한다. 블랙박스 메모리카드는 다른 매니저가 빼돌렸다. 조직적 은폐 의혹과 말 바꾸기에 여론은 싸늘하다.사태가 위중한데도 소속사는 사건 발생 직후인 11일과 12일에도 고양 공연을 강행했다. 시작된 투어 콘서트를 중단하면 수십억 대 손해는 당연하다. 소속사의 얄팍한 계산기가 작동했을 법하다. 매니저 약정금 반환 소송·불법 도박·병역특혜 의혹 등 논란이 있을 때마다 무한신뢰로 든든한 방패막이가 돼온 팬덤도 소속사가 버틸 수 있었던 배경이다 싶다.김호중은 사고 즉시 현장에서 잘못을 인정하고 수습하지 못해 일을 키웠다. 음주운전이 아니라면 보험처리로 끝날 수 있던 사고였고, 음주운전이었다면 인정하고 자숙의 시간을 갖고 팬들의 용서를 구해야 했다. 하나의 거짓말을 덮으려면 일곱 가지 거짓말이

  • [참성단] 'AI 시대'와 미지의 공포

    [참성단] 'AI 시대'와 미지의 공포 지면기사

    넷플릭스 드라마 '삼체' 시즌1에서 중국 과학자 예원제는 "우리 문명은 더 이상 스스로 자체 문제를 해결할 능력이 없다"며 외계문명인 삼체를 지구로 초청한다. 하지만 구원자 삼체는 "우리는 거짓말쟁이와 공존할 수 없다"며 인류를 박멸해야 할 벌레로 규정한다. 일본 영화 '기생수'에서 외계생명체 '미기(오른쪽이)'는 주인공에게 말한다. "신이치, 악마에 대해 찾아봤는데 그에 가장 가까운 건 역시 인간인 것 같아."탐욕스러운 인류 문명에 대한 비판적 담론으로 허구의 개연성을 획득하는 방식의 전개는 공상과학 창작물의 흔한 작법이다. 창작물에서 외계 생명체와 쌍벽을 이루는 인류의 적이 '인공지능(AI)'이다. 1984년 개봉한 '터미네이터'의 서사는 인공지능 스카이넷이 인류를 적으로 간주해 핵전쟁을 일으키면서 시작된다.외계문명 삼체와 외계생물 기생수는 아직 공상의 영역에 갇혀있는 반면 AI는 현실에서 작동중이다. 인공지능이 인공(人工)의 영역을 벗어나 초월적 지능으로 독립할 가능성은 상상이 아닌 실제 상황이 됐다. 챗GPT 개발사 오픈AI가 13일 새 모델 'GPT-4o'를 공개하자, 인류가 제2의 '오펜하이머의 순간'에 직면했다는 우려와 반론이 들끓는 배경이다.'GPT-4o'의 'o'는 모든 것이라 '옴니'(omni)를 의미한단다. 보고, 듣고, 말하는 수준이 인간과 거의 같다고 한다. 사람의 감정을 느끼고 주변 상황을 기억하며 농담과 감탄사까지 구사한단다. 오픈AI 대표 샘 올트만이 인간과 AI가 연인으로 등장한 영화 '허'(HER)를 떠올린 것도 무리가 아니지 싶다. AI끼리 소통하며 스스로 진화할 수도 있다니 놀랍다.AI가 발전할수록 인류 문명은 혼돈에 빠질 듯하다. AI 등장으로 인문학 분야의 직업들이 사라지고, AI가 정치·경제·사회의 주역이 된다면 인류문명의 본질이 모호해진다. 인류 대다수가 영화처럼 AI와 노닥이는 동안, 악당들은 무인전쟁과 대형범죄에 악용해 전지구적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 최악은 예상대로 AI가 인간의 통제에서 벗어나는 순간이

  • [참성단] 괘불

    [참성단] 괘불 지면기사

    괘불(掛佛)은 불교 의식에 쓰이는 불화로서 족자처럼 걸도록 제작된 초대형 그림이다. 망자를 위한 천도재와 영산재, 생전에 왕생극락을 발원하는 예수재 그리고 그 외에 법당 밖에서 열리는 야외법회 때 내걸리는 그림이 바로 괘불이다. 이 중에서 영산재는 국가무형문화재 제50호로 지정된 불교의식으로 태고종에서 그 명맥을 이어오고 있는바, 망자를 위한 천도재의 하나로 석가모니불이 영취산에서 행한 영산회상을 재현한 불교의식이다. 이를 '영산작법'이라고도 한다.임진왜란 이후 1945년 광복 직전까지 제작된 괘불은 현재 117점이 현전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서 54점이 보물로 지정돼 있다. 현전하는 괘불 중에서 가장 오래된 작품은 나주 죽림사 '세존괘불도'로 1622년에 제작됐으며 보물 제1279호로 지정돼 있다. 괘불도는 보통 죽림사 괘불처럼 석가세존 등 한 명의 불보살상을 그린 '독존도', 여러 부처와 존자들을 그린 '다불도'와 '다존도', 수많은 보살과 나한과 천신 등을 그린 '군도'가 있다.이 중에서 죽림사 괘불은 석가세존만을 그린 '독존도'인데, 이 불화는 데리다가 제시하는 해체철학의 핵심 개념인 '파레르곤(parergon)'의 독법과 딱 들어맞는다. 통상 우리는 사물이나 사건 또는 인물을 볼 때 자기의 관점, 이른바 프레임을 가지고 보게 된다. 이처럼 사고의 테두리와 한계를 갖는다는 것은 관점의 협소함과 편견을 유발하게 된다. 데리다의 '파레르곤'에 의하면, 어떤 작품이든 작품을 둘러싼 액자와 테두리가 어떠한가에 따라서 작품에 대한 느낌과 인식이 달라지게 된다고 한다. 작품을 한정 짓는 액자와 같은 테두리를 치워버리면 작품과 사물의 본질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갖게 된다는 것이다. 죽림사 괘불 석가세존은 독존도로서 법회에 참여한 그림 밖의 사람들 모두를 불화의 일원으로 참여시키는 의미가 있다.반면, 이번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전시 중인 '진천 영수사 괘불'은 최고 걸작 중의 하나로 현전하는 괘불 중 가장 많은 140명의 인물이 등장하며, 화기(畵記)에 161명의 시주자 명단이

  • [참성단] 대법원 양형위원회

    [참성단] 대법원 양형위원회 지면기사

    법원조직법은 대법원 양형위원회의 목적을 "형(刑)을 정할 때 국민의 건전한 상식을 반영하고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공정하고 객관적인 양형(量刑)을 실현하기 위하여"로 규정해 놓았다. 하지만 재판 현실은 딴 판이다. 중대 범죄자의 가벼운 형량으로 국민의 상식을 거스르는 바람에, 법원의 정의구현은 국민적 불신의 대상이 됐다.현행 사기죄 형량은 10년 이하 징역이나 2천만원 이하 벌금이다. 피해자가 다수인 범죄를 경합해도 최대 15년 징역형 선고만 가능하다. 인천 미추홀구 전세사기 주범 남모씨가 지난 2월 1심에서 15년 형을 받은 이유다. 남씨의 15년 형은 684가구 550억원의 사기 범죄 대가다. 청년 4명이 좌절해 극단적 선택을 했다. 680여 가구의 사기 피해로 추가 기소됐다. 그래도 15년이 선고형량 한계다. 이게 정의인가.분당 흉기난동 사건 피해자 유족들은 범인 최원종이 항소심에서 감형받을까 노심초사 중이다. 유족은 딸이 사망할 때까지 병원 치료비를 검찰로부터 지원받았다. 검찰이 범인에게 구상권을 청구하고 선지급한 피해자 지원금이다. 그런데 범인의 변호인들이 이를 피해 보전 근거 자료로 재판부에 제출했단다. 실제 감형 사유로 판단한 판례가 있다고 한다. 유족들이 이런 사실을 알았다면 검찰 지원금을 받았을지 의문이다. 항소심 재판에서 최원종이 무기징역을 면하면 유족들은 사망 피해자인 딸에게 못할 짓을 한 셈이 된다. 이게 정의인가.범죄의 수준에 한참 못 미치는 형량은 비상식적이고, 감형 사유 대부분이 시대착오적인 탓에 법적 정의 실현은 지연되고 좌절된다. 글로벌 코인 사기범 권도형은 미국 법원이 아니라 한국 법원에서 재판받으려 몬테네그로에서 법정투쟁을 벌인다. 조두순은 어린 영혼과 육체를 말살하고도 12년 형기를 마치고 사회에 복귀했다. 부산 돌려차기 폭행범의 20년 형에 피해자는 20년 뒤에 나는 죽을 수도 있다며 절규했다.사기범죄 양형기준이 워낙 미미하니 늘려봐야 거기서 거기일 테다. 정부가 지난해 입법에 나선 '가석방 없는 종신형'은 국회 법사위에 머물다 폐기될 운명이다. 22대 국회

  • [참성단] 명품주택과 양극화

    [참성단] 명품주택과 양극화 지면기사

    평소대로 살았는데 내 통장은 월급이 들어오자마자 '텅장'이다. 소득의 양극화는 곧 소비의 양극화다. 짠내 나는 염전족과 노머니족(꼭 필요한 곳에만 최소 지출), 편도족(편의점 도시락으로 식사 해결)과 핫딜 노마드족(온라인 쇼핑몰에서 특정 시간대 할인가 비교 쇼핑), 모루밍족(오프라인에서 제품 보고 모바일로 쇼핑)은 서민의 다른 이름이다.양극화는 이미 사회 전 분야로 번져 국가적 문제가 됐다. 특히 빚의 양극화가 심각하다. 부자들은 이자 부담을 줄이려고 대출 갚고 지출 방어에 나서는데, 서민들은 생활비가 부족해 상환은커녕 추가로 빚내는 형국이다. 실제로 10억원 이상 부자들의 평균 부채 규모는 지난해 4억8천만원으로 전년보다 2억3천만원이나 줄었다. 하지만 채무불이행자 수는 올 들어 3개월동안 1만1천669명이 늘어나 1분기말 68만6천178명이 됐다.서민의 고통지수는 높아만 가는데 현실감 없는 뉴스가 보인다.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명품 브랜드 펜디가 인테리어를 맡은 초고가 복합주택이 들어선단다. 지하 7층, 지상 20층 규모로 아파트 29가구(248㎡)와 오피스텔 6호실(281㎡), 근린생활시설이 올 9월 착공 예정이다. 유명 프랑스 건축가가 설계하고 명품 브랜드 가구와 카펫, 식기까지 구비된다. 맞춤형 럭셔리 인테리어는 물론이다. 분양가는 200억~300억원대로 예상된다. 한술 더 떠 분양대금만 있다고 입주할 수 없는 하이엔드 명품주택이다. 펜디 까사 본사가 직접 입주자 직업군과 자산 규모 등을 심사한다. 30가구 이상 아파트를 분양할 때 청약 등 법에서 정한 절차를 거쳐야 하는 현행 주택법을 적용받지 않도록 딱 29가구만 짓는다.드라마 속 재벌가 이야기는 드라마일 뿐이라고 웃어넘긴다. 그런데 드라마가 현실이 되면 서민들은 박탈감을 느끼게 된다. "자산으로 만들어지는 서열사회", "21세기형 계급제의 부활"이라는 푸념과 "자기 재산으로 누린다는데 어쩌겠냐", "이미 드라마는 현실이다"라는 자조가 상충한다. 한국사회는 중간이 실종되고 상·하 극단이 비대해지는 모래시계 구조가 심화되고

  • [참성단] '국민음식'의 불안한 미래

    [참성단] '국민음식'의 불안한 미래 지면기사

    김값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대형 김 생산업체들은 판매가를 10~30% 가량 올렸고, 지난달 마른김 도매가격은 1년전 보다 80% 급등해 속(100장)당 처음으로 1만원을 넘겼단다. 덩달아 김밥 가격도 오르고 있다. 김값 고공행진은 수출이 늘어 재고가 감소한 탓이다. 지난해 김 수출액이 7억9천만 달러로 한국은 세계 최대 김 수출국이다. 김이 건강식품으로 각광받자 김과 김밥 수출이 비약적으로 늘었다. 생산량 증가에 비해 수출량 증가가 압도적이라 국내 유통물량이 부족하니 가격 폭등은 당연하다. 한류의 역풍이다.어느 나라나 공동체의 정서적 유대를 상징하는 국민음식이 있다. 김도 그렇다. 산업화 시대의 소풍 도시락은 김밥이었다. 빈부와 계층의 격차로 속재료는 달랐지만 김 한장으로 둘둘 말면 '김밥'으로 평등해졌다. 조리법이 단순한 김은 김치와 함께 부자나 가난한 자의 밥상에서 평등한 맛을 구현하는 반찬이었다.김 파동이 일자 정부는 할당관세 0% 품목에 김을 포함시켰다. 최대 김 생산국은 중국이다. 중국산 김이 시장에 풀린다. 물가는 잡을지 몰라도 국민 반찬으로 지켜 온 국민적 연대는 깨진다. 지난해 김치 수출은 4만4천여t, 1억5천561만 달러로 역대 최고치였다. 하지만 수입량이 28만6천여t, 1억6천357만6천달러다. 전량 중국산이다.김치 종주국이 세계 최대 김치 수입국이 된 건 소비 격차 때문이다. 경제력에 따라 값비싼 국내산 재료로 만든 국산 김치 소비층과 알몸 김치 파동을 겪은 중국산 김치 소비층으로 나뉜 것이다. 중국산 김이 수입되면 같은 현상이 벌어질 테다. 프랑스 국민에게 바게트를, 독일 국민에게 소시지를, 이탈리아 국민에게 파스타를 수입해 공급하면 국민이 봉기할 것이다. 민족 정체성의 상징인 국민음식을 함부로 수입품으로 대체하는 건 정권을 걸어야 할 일이다.작은 국토의 기후 온난화 재해는 더욱 치명적이다. 사과 파동에서 보듯 토종 농수산물의 재배 한계선이 북상하고, 작황은 기후변동으로 해마다 널을 뛴다. 사과는 북한에서 수입해야 할 판이고, 배추·고추·마늘은 번갈아 김장 공포를 조성

  • [참성단] 백년가게·백년소공인

    [참성단] 백년가게·백년소공인 지면기사

    "우리는 보틴 위층으로 올라갔다. 그곳은 전 세계 최고의 레스토랑 중 하나다. 우리는 새끼돼지구이를 먹고 리오하 알타 와인을 마셨다."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장편소설 '해는 또 다시 떠오른다(The Sun Also Rises·1926)'에 레스토랑 보틴(Botin)이 등장한다. 스페인 수도 마드리드에 있는 이 레스토랑은 지난 1725년 문을 열어 300년째 영업 중이다. 기네스북으로부터 인증서까지 받았다. 단골손님 헤밍웨이는 굉장한 PPL(간접광고)을 작품 속에 남긴 셈이다. 헤밍웨이가 영감 받던 그 공간에서 역사와 문화를 향유하는 식객은 감동할 수밖에 없겠다.일본에는 와(和) 문화가 있다.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고 각자 맡은 자리에서 할 일을 하면서 조화를 이룬다는 사고방식이다. 오래된 가게들 주변에 비슷한 가게를 차리기도 꺼린다. 가게 터를 잡고 오래 버티다 보니 노하우도 쌓이고 자연스럽게 장수가게가 되는 사회적 분위기가 있다. 100년 이상 된 가게·기업이 2만7천여개, 무려 1천년 넘는 곳도 21개나 되는 이유다.우리나라도 오래된 가게들이 있다. 중소벤처기업부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지난 2018년부터 운영하는 제도 '백년가게·백년소공인'이다. 백년가게는 업력 30년 이상, 백년소공인은 업력 15년 이상의 지역사회 터줏대감들이다. 올 4월말 기준 전국 백년가게 1천369곳, 백년소공인 956곳이 지정되어 있다. 경기지역은 각 190곳·230곳, 인천지역은 각 47곳·40곳이다. 하지만 오래된 가게를 팔 걷어붙이고 키워도 부족할 판에 제도시행 7년차만에 길을 잃었다. 올해 정부 예산이 23억원에서 4억원으로 80% 넘게 깎인 탓에 신규 가게·업체 지정마저 올 스톱이다. 지역 소상공인을 힘 빠지게 하는 변덕스러운 정책이다.우리나라 소상공인의 1년 차 생존율은 64.1%, 3곳 중 1곳이 몇 개월 만에 셔터를 내린다. 5년 차까지 버티는 곳은 겨우 34.3%뿐이다. 코앞에 동종업종 간판이 달리는 일이 허다한 약육강식 상권이다. 최악의 조건에서 장인정신을 대물림하는 우리 백년가게·백년소공

  • [참성단] 아버지 부재 시대

    [참성단] 아버지 부재 시대 지면기사

    아버지를 뜻하는 한자 아비 부(父) 자는 도끼 부(斧) 자와 자형이 유사하다. 그 이유는 도끼가 노동과 권위의 상징이기 때문이다. 때로 도끼는 결연한 의지의 표상이 되기도 한다. 구한말 흥선대원군의 섭정 중단과 고종의 친정을 주청했던 면암 최익현의 도끼 상소가 비근한 예다.문학의 오랜 주제 중 하나는 바로 '아버지 찾기'다. 유명한 고전의 상당수가 다 아버지를 찾거나 아버지 부재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과정을 그린 경우가 많다. 셰익스피어의 '햄릿'이 대표적이다. 덴마크의 왕자 햄릿이 자신의 아버지인 선왕을 죽이고 어머니 거트루드와 결혼하고 왕위에 오른 숙부 클라우디우스에게 복수하는 과정을 그린 명작이다.'일리아드 오디세이'를 소재로 한 프랑수와 드 페늘롱의 소설 '텔레마코스의 모험'도 아버지 찾기다. 아버지 오디세우스가 트로이 전쟁에서 돌아오지 못하자 왕위를 노리는 자들로 넘쳐난다. 소설은 루이 14세의 손자를 위해 쓴 작품으로 텔레마코스가 스승 멘토르와 함께 모험하면서 제왕학을 익힌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텔레마코스가 모험을 감행하는 까닭은 아버지 오디세우스를 찾아 모든 혼란을 종식시키고 질서를 회복하는 것이다.고대 그리스 비극의 대표작 에우리피데스의 '오레스테스' 역시 아버지를 위한 복수가 핵심이다. 어머니 클뤼타이메드가 정부인 아이기스토스와 짜고 아버지 아가멤논을 죽인다. 이를 모르고 아버지를 찾다 결국 어머니와 정부를 죽여 아버지에 대한 복수를 완수한다. 그러나 여동생인 클뤼타이네스트라는 왜 어머니가 아버지를 죽일 수밖에 없는지를 이야기함으로써 희대의 비극적 상황이 연출된다.그런가 하면 제임스 조이스의 '율리시즈'에 등장하는 인물인 스티븐 디덜러스의 이야기는 혈연의 아버지를 떠나 정신의 아버지를 찾는 얘기다. 그의 아버지 사이먼 디덜러스는 경제적인 실패로 부르주아 중산층에서 밀려난 인물이다.현재 사회를 아버지 부재 사회라 한다. 아버지 부재 상황은 전통적 가부장제의 소멸과 여권 신장 때문이 아니라 자본주의 사회 시스템이 만들어낸 현상이다. 직장에 매여 집에 없고 늘 부재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