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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평화누리특별자치도' 지면기사
경기(京畿)라는 이름이 우리 역사에 처음 등장한 것은 1018년 현종 8년 때다. 당나라에서 도성 안을 경현(京縣), 밖을 기현(畿縣)으로 구분했던 데서 비롯됐다. 당시 고려의 수도 개경으로부터 사방 500리를 아울렀다. 경기의 기(畿)자는 전(田·밭)+과(戈·창), 즉 도성 관리를 위한 녹봉을 책임지는 곳, 도성의 방어 역할을 하는 곳이라는 의미다. 경기도를 기전(畿甸) 지역이라 하는 이유다. 강원도를 관서·관동, 전라도를 호남 등으로 부르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경기도는 대한민국 국토 면적의 10분의 1밖에 안 되지만 인구의 4분의 1 이상(1천363만명)이 밀집해 사는 곳이라 선거 때마다 이슈의 중심에 서 있다. 경기분도론은 1987년 대선 때부터 경기북부 표심을 공략하기 위해 등장했다. 선거가 끝나면 조용히 퇴장했다 선거철 다시 살아나는 단골 메뉴다. 김동연 경기도지사도 지난 2022년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공약으로 들고 나왔다. 올 4월 22대 총선에서 여권이 서울 편입론과 서울 메가시티론을 띄우면서 공방이 오갔으나, 야권의 압승으로 요란했던 편입 바람은 사그라들었다.김동연 지사는 지난해 3월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설치 로드맵을 발표한데 이어 올 1월 18일부터 2월 19일까지 새 이름 대국민 공모전에 나섰다. 지난 1일 경기도청 북부청사 평화누리홀에서 열린 대국민 보고회에서 의수 화가 석창우 화백의 붓끝을 통해 새이름 '평화누리특별자치도'가 공개됐다. 무려 5만2천435대 1의 경쟁을 뚫고 선정된 새 이름이다. 세 차례 전문가 심사와 온라인 투표를 거쳤다.김 지사는 대국민 보고회에서 "마라톤으로 따지면 최종 목표점에 도달하기 위한 마지막 구간에 도달한 것"이라고 했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행정안전부가 주민 투표를 승인하지 않은 데다 특별법 입법도 22대 국회에서 재추진해야 한다. 설상가상 새 이름이 발표된 당일 경기도민청원 홈페이지에 분도 반대 청원이 올라와 하루 만에 3만명 넘게 동의했다. 1만명이 넘으면 김 지사가 직접 답변해야 한다. 국가 개조급 현안인 경기 분도는 경기도만 나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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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인천시 명예도로명 지면기사
로마는 돌을 깔아 포장한 8만㎞의 375개 간선도로로 제국을 지배했다. 제국을 향해 뻗은 혈맥의 시작점이 바로 기원전 4세기 초에 건설된 '아피아 가도'다. 로마는 이 도로를 건설해 이탈리아 반도를 석권한 뒤, 이 도로 부터 길을 내며 제국을 확장했고, 영국에 하드리아누스 방벽으로 국경을 세웠을 때 최전성기를 맞았다. 아피아 가도는 모든 길의 어머니가 됐고, 가도를 건설한 아피우스 클라우디우스는 도로명으로 영원히 남았다.사람과 물류가 끊이지 않는 길의 영속성은 위대한 인물을 기리기에 안성맞춤이다. 우리도 해방 직후 일제식 도로명을 새롭게 고치면서 위인들을 대거 소환했다. 일제 명칭인 혼마치(本町)와 고가네마치(黃金町)를 '충무로'와 '을지로'로 고쳤다. 충무공과 을지문덕을 소환해 국치를 씻어낸 것이다. 명군 세종과 명신 이황도 '세종로'와 '퇴계로'로 오늘을 산다.도로명주소제가 도입되면서 인물 도로명이 눈에 띄게 늘었다. 역사적 인물에서 지역 정체성을 찾으려는 지자체들의 경쟁 덕분이다. 경기도에도 수원 정조로, 화성 세자로(사도세자), 여주 세종로·명성로(명성황후), 파주 사임당로·율곡로 등이 있다. 5만원권의 주인공인 사임당은 서울과 강릉에도 길을 갖고 있으니, 아들 율곡의 명예를 한참 앞선다.인물 도로명을 정할 때는 해당 인물의 역사적, 사회적 평가가 엄정해야 한다. 자칫하면 '정율성' 처럼 사회적 물의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이천의 '양녕로'는 양녕대군이 기릴만한 수준의 인물인지 의아하고, 화성의 '최루백로'는 수많은 효 설화의 주인공이기에 독창성이 부족하다.인천시가 최근 명예도로명 9개를 발표했다. 명예도로명은 법정 도로명에 국제교류, 역사, 특정인을 기리기 위해 추가로 부여하는 이름이다. '이승훈베드로길' '최기선로' '윤영하소령길' '송암박두성길' '공양미삼백석길' '고유섭길' '해양경찰로' '수인선바람숲길' '재외동포청로' 등 인물, 역사, 문화, 시정을 망라한 도로명들인데, 개인적으론 공감과 위화감이 교차한다.'윤영하소령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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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4월 모기 지면기사
인류보다 먼저 지구에 터 잡은 모기는 끈질기게 사람을 괴롭혀왔다. 백악기(기원전 1억4천500만~6천600만년)에 출현한 작은 모기는 살아남고, 주인공인 거대 공룡들은 멸종됐다. 보통 15㎜, 무게 2~3㎎의 모기는 지구상에서 살인을 가장 많이 하는 동물이다. 말라리아, 뇌염, 황열병, 뎅기열 등을 전파해 매년 약 72만명의 목숨을 앗아간다. 뱀이 1년에 죽이는 사람이 5만명, 개가 2만5천명, 체체파리가 1만명, 인간은 47만5천명이다. 인간보다 무서운 '죽음의 사자'가 모기인 셈이다.모기는 인류 역사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말라리아는 고대 로마부터 인도와 중국까지 이미 5·6세기에 풍토병으로 자리잡았다. 1594년 4월 임진왜란에서는 이순신 장군이 이끄는 3도 수군 병력 2만1천500명 중 5천663명이 말라리아에 걸려 1천904명이 사망했다. 당시 왜군과의 전투 사망자가 150명인 것에 비하면 매우 심각한 피해다.이상 기온으로 4월부터 모기떼가 출몰하고 있다. 기상청이 집계한 올해 4월 평균 기온은 지난 29일 기준 경기 14.9℃, 인천 14.5℃로 지난 10년 중 가장 높다. 겨울이 짧아지고 봄·여름은 길어지면서 아열대기후화되고 있다. 모기는 9℃에 날기 시작하고 13℃ 이상에서 흡혈한다. 통상 5월부터 모기 개체 수가 급증하는데 매년 등장 시기가 빨라져 걱정이다.비행기나 선박을 통해 뎅기열과 지카바이러스 감염증 등을 유발하는 모기종이 국내에 유입된다. 국내 말라리아 환자 수는 지난해 747명으로 3년 연속 증가세다. 경기·인천지역에서만 560명(75%)이 감염돼 무려 12명이 사망했다. 바이러스를 옮기는 흰줄숲모기는 겨울철에 대부분 죽기 때문에 아직까지 바이러스가 다음 해로 이어지지 않는다. 하지만 1월 평균기온이 10℃ 이상 되면 성충은 살아남게 된다. 머지않은 미래, 365일 모기에 시달릴 수도 있다.지구는 모기의 바이러스 공격에 이미 무방비다. 신기술로 모기의 게놈을 조작한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 지구온난화가 본질이다. 다산 정약용은 '모기를 증오한다'는 의미의 '증문(憎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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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칸트, 기윤 그리고 독서 정책 지면기사
올해 300주년을 맞는 인물들이 있다. 서양철학의 대명사 임마누엘 칸트와 청나라 문신 기윤(紀윤)은 모두 1724년생으로 올해가 탄생 300주년이다. 그런가 하면 조선의 제21대 왕 영조도 즉위 300주년이다. 왕세제였던 연잉군 영조는 30세가 되던 1724년 즉위하여 1776년까지 무려 52년간 재위했다. 조선의 왕들 가운데서 제일 오랫동안 왕위에 있었다.독일 관념 철학의 완성자 칸트는 단순하고 정확한 삶을 살았다. 평생을 쾨니히스베르크에 살았다. 새벽 5시면 어김없이 기상하여 홍차를 마시고, 7시에 강의하고 9시에는 집필을 했으며, 1시에 지인들과 점심을 먹었다. 그리고 3시가 되면 산책을 했다.기윤은 희대의 천재였으나 시대를 잘못 만나 편찬 사업으로 일생을 보낸 불우한 학자였다. 청의 통제로 역량을 제대로 펼치지 못하고 '사고전서'의 편찬에만 매달렸다. '사고전서'는 명나라 때 최고의 백과사전인 '영락대전', 청 강희제의 최대 업적인 '강희자전'과 유서(類書)인 '고금도서집성'과 함께 건륭제 시대 최고의 업적인데, 공교롭게도 '순수이성비판'이 나온 1781년에야 완성됐다. '사고전서' 편찬을 총괄한 학자가 바로 기윤이다. 기윤이 쓴 지괴소설 '열미초당필기'는 1천244종의 이야기가 수록된 저작물로 '요재지이'처럼 귀신과 여우 등 신비한 이야기들이 주종을 이루고 있다.'사고전서'는 워낙 방대한 양이라 찬수(撰修)에 시간이 많이 걸리고 목판으로 간인하는 것이 효율적이지 않다고 하여 대추나무로 만든 목활자를 이용했는데, 이를 '취진(聚珍)'이라 한다. 수원화성 축성의 전 과정을 기록한 '화성성역의궤'를 인쇄한 정조 연간의 활자를 정리자라고 하는데, 정리자는 '사고전서 취진판'을 모방하여 만든 금속활자다.오늘 우리가 먹은 세 끼 식사와 일상생활 속에는 수많은 이들의 땀과 노고와 은혜가 숨어있다. 마찬가지로 우리가 누리는 삶과 정신문명의 발전은 수많은 예술인·학자·사상가들의 덕택이다. 지난해 우리나라 성인 10명 중 6명은 책을 한 권도 읽지 않았다. 독서율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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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고장난 한국 축구 지면기사
"너무 기쁘고 행복하고 기분이 좋지만 마음 한편으로 착잡하고 힘들다." 신태용 인도네시아 감독이 한국을 꺾고 난 뒤 남긴 소회다. 한국은 지난 26일 U-23(23세 이하) 아시안컵 8강전에서 인도네시아에 패해 4강 진출에 실패했고, 파리 올림픽 출전도 불발됐다.'공은 둥글다'는 격언대로 축구에선 의외의 결과가 속출한다. 대한민국의 2002년 월드컵 4강 진출은 세계 축구사의 가장 충격적인 이변 중 하나로 꼽힌다. "항상 독일이 이기는 게임이 축구"라는 찬사를 들었던 독일 축구는 러시아 월드컵에선 한국에, 카타르 월드컵에선 일본에 잡혀 16강 진출에 실패하는 참사를 겪었다.최근 아시아 축구 변방들의 활약이 눈부시고 그 중심에 한국 지도자들이 있다. 베트남의 '박항서 매직' 을 신태용, 김판곤 감독이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에서 재현하고 있다. 국가 대항전에서 패배가 당연했던 국대팀들이 면모를 일신하자 세 감독은 각국에서 2002년 대한민국의 히딩크급 영웅으로 대접받는다. 인도네시아 국민은 신 감독을 '한국 최고의 수출품'이라고 환호한다.반면 아시아 축구 강국 한국은 잇따라 이변의 제물이 됐다. 손흥민·이강인·김민재 등 유럽 빅리그에서 활약중인 스타 플레이어들로 64년만의 우승을 장담했던 아시안컵에서는 요르단에 덜미를 잡혀 4강에서 탈락한데 이어, 2개월여 만에 동생들이 또 다시 카타르 참사의 희생양이 됐다.한국 축구가 단단히 고장났다. 한국 감독들을 만난 아세안 국가 대표팀들이 2002년 한국 대표팀처럼 신바람을 내는 동안, 한국은 감독보다 스타들에 의존하면서 '팀 코리아'가 무색해졌다. 축구만의 얘기가 아닐 듯 싶다. 인구와 자원이 풍부한 아세안 국가들은 언제든 한국 수준에 도달할 수 있는 잠재력이 크다. 성장의 기본을 닦고 성공의 경험이 쌓이면 잠재력은 폭발한다. 아세안 국가들의 제조업은 한국을 대체 중이다.신 감독은 조국의 10연속 올림픽 출전을 막은 심정이 착잡할 테지만, 우리 축구팬들은 팀 대신 선수만 남은 한국 축구가 착잡하다. 축구는 감독의 리더십과 선수들의 조직력이 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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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복원 완료된 화성행궁 지면기사
의궤(儀軌)는 국가적인 의례나 행사를 정리한 백서다. 특히 정조는 왕실 활동·정책은 물론 문화·건축 등 다양한 분야를 활자와 그림으로 상세히 기록하도록 했다. 화성이 1997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것도, 화성행궁 복원이 가능했던 것도 화성성역의궤 등 기록문화 덕분이다. 화성성역의궤는 각종 시설물 도면, 축조 기술, 자재 가격, 공사에 참여한 백성들 이름까지 담아냈다.화성행궁은 1789년(정조 13년) 수원 신읍치 건설 후 팔달산 동쪽 기슭에 건립됐다. 567칸의 정궁(正宮) 형태로 조선시대 지방에 건립된 행궁 중 가장 큰 규모다. 평상시에는 관청으로, 정조가 수원에 행차할 때는 궁실로 쓰였다. 단순히 잠시 머무르는 행궁 개념이 아닌 정조의 장기적인 개혁 추진 공간이었다.화성행궁은 일제강점으로 파괴되기 시작했다. 1905년 을사늑약 체결 이후 조선통감부의 압력이 작용했다. 그해 우화관에 수원군공립소학교가 들어서고, 1911년 봉수당은 자혜의원으로, 낙남헌은 수원군청으로, 북군영은 경찰서로 사용됐다. 급기야 1923년 일제는 화성행궁 일원을 허물고 경기도립병원을 신축하는 만행을 저질렀다. 1989년에는 경기도립병원을 현대식 건물로 신축하겠다는 발표가 났다. 이때 민-관의 열망과 노력으로 화성행궁 복원의 단초가 열렸다. 같은 해 10월 수원 출신 서지학자 고(故) 이종학 선생 등 42명이 화성행궁 복원추진위원회 창립총회를 열었고, 우여곡절 끝에 복원의 첫 삽을 떴다. 그리고 2002년 7월 봉수당(奉壽堂) 등 482칸에 이르는 1차 복원이 완료됐다.2013년 신풍초등학교가 이전하면서 우화관 등 후속 복원사업도 속도를 냈다. 우화관은 임금을 상징하는 전(殿) 글자를 새긴 나무패를 모신 화성유수부 객사(客舍)다. 1795년 혜경궁 홍씨 회갑 진찬연 때 70가지 음식을 준비하고, 음식예법 문서를 보관한 별주(別廚)까지 35년의 복원사업이 지난 24일 마무리됐다.시민들은 119년 만에 드디어 화성행궁의 완전체를 볼 수 있게 됐다. 건축물 복원을 뛰어넘어 상하동락(上下同樂) 대동세상(大同世上)을 꿈꾼 정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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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헌법재판소 기후소송 지면기사
'정부의 부실한 온실가스 감축 조치로 환경권과 생명권 및 행복추구권을 침해당했다'는 이유로 청구된 헌법소원심판이 23일 헌법재판소의 공개변론으로 개시됐다. 아시아 최초의 기후소송이라 여론의 관심이 높다. 2020년 '한국의 툰베리'를 자처한 '청소년기후행동' 회원들이 제기한 헌법소원이다. 연이어 청구된 시민·아기 기후소송을 병합했다."당신들은 자녀를 가장 사랑한다 말하지만, 기후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않는 모습으로 자녀들의 미래를 훔치고 있다." 2018년 제24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서 당시 열다섯살 청소년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가 각국 정상들에게 쏘아붙인 발언이다. 청소년 기후소송의 이유를 대변한다.청소년은 기후위기로 미래를 잃을까 걱정하지만, 노인들은 당장 생명의 위협을 느낀다. 지난 9일 유럽인권재판소는 "스위스 정부가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한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아 고령자의 인권을 침해했다"며 '기후 보호를 위한 노인 여성'이라는 단체에 8만 유로를 배상할 것을 판결했다. 증거부족을 이유로 정부에 면죄부를 준 스위스 대법원이 머쓱해졌다.기후위기가 국제사회의 공동 현안으로 등장한 지도 꽤 됐다. 온실가스 감축 실천을 위한 국제협력은 교토의정서를 거쳐 파리협약으로 이행 중이지만 국가 이기주의로 얼룩졌다. 온실가스 감축을 강제한 교토의정서는 미국, 일본, 러시아가 탈퇴하고 중국·인도는 대상에서 제외돼 유명무실해졌다. 파리협약도 비슷한 조짐을 보인다. 탄소 없이 유지하고 성장하기 힘든 세계경제 구조 때문이다. 기후위기는 현재와 미래의 재앙으로 실체가 뚜렷해졌다. 기후변화로 인한 초대형 자연재해가 지구 전역의 인간을 위협한다. 작물의 재배지와 동·식물의 서식지가 급변하면서 식량위기와 종의멸종이 동시에 진행 중이다. 미래세대는 그들이 존재할 미래가 아예 삭제될 것을 두려워한다.2021년 독일 연방헌법재판소는 '온실가스 감축 부담을 미래세대에 일방적으로 전가하는 것은 위헌'이라고 판결했고, 독일 정부는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대폭 상향 조정했다. 우리 헌재가 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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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가평크루즈 지면기사
가평 자라섬은 남이섬보다 1.5배 큰 땅이지만 개발에서 소외된 황무지였다. 해방 전후엔 중국인들이 수박·참외농사를 짓고 살아 중국섬으로 불렸다. 40여 년 지난 1986년이 되어서야 가평군이 자라처럼 생긴 산과 자라목이 있는 마을을 바라본다 하여 '자라섬'이라 이름 붙였다. 지금은 오토캠핑의 성지이자 국제 재즈 페스티벌로 유명해진 아름다운 섬은 봄·가을이면 꽃천지가 된다. 2023~2024 한국관광 100선에 이름을 올릴 만큼 대표 명소다.남이섬은 원래 구릉지로 형성된 작은 봉우리였다. 홍수 때만 고립됐던 남이섬은 1944년 청평댐이 건설되면서 북한강 수위가 상승해 완전한 섬이 됐다. 남이섬은 최인호 원작 영화 '겨울나그네(1986)' 촬영지이자 강변가요제(1979~1989)의 무대로 이름을 널리 알렸고, 2002년부터는 드라마 '겨울연가'의 인기에 힘입어 세계 한류 팬들의 필수 관광코스가 됐다.자라섬과 남이섬을 유유히 휘감는 북한강에 유람선이 떴다. 지난 12일 가평크루즈가 가평마리나에서 출항하며 천년뱃길사업이 출발했다. 가평군과 민간 자본이 추진한 지 3년9개월 만이다. 선체 길이 37.52m, 너비 12m, 높이 13.2m 436t 규모 3층 구조로 최대 250명이 탑승할 수 있다. 국내 최초 해양수산부 인증 환경친화적 선박 1호인 전기 크루즈로 연료를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매연과 소음이 없다.가평크루즈는 우선 가평마리나~남이섬메타나루를 왕복한다. 다음달 25일부터는 자라섬(자라나루 선착장 경유)도 배를 타고 들어갈 수 있게 된다. 마침 자라섬 꽃 페스타(5.25~6.16)가 개막하는 날이다. 내년 6월경에는 5개 선착장을 경유하는 약 40㎞ 전 구간이 온전히 공개된다. 자라섬~남이섬~복장포구~물미연꽃마을~송산리~고성리~호명리를 북한강 뱃길따라 유람할 수 있다. 선착장과 노선 주변 식물원 자라섬이화원, 쁘띠프랑스, 호명산, 수상레저타운, 청평유원지 등을 잇는 관광 벨트가 된다. 놓칠 곳 하나 없는 코스다. 타고 온 차는 주차해놓고 유람선에 올라 명소를 두루 체험할 수 있다는 점은 큰 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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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정의론'과 초콜릿 과자값 인상 지면기사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2010)는 출간 즉시 큰 인기를 누렸다. 미국에서 16주간 1위를 지키며 70만부나 팔려나갔다. 우리도 같은 해 5월 번역되어 큰 호응을 얻었다. 4년 뒤인 2014년 출판사를 달리하여 새 번역본이 나왔다. 최근에는 유승민 전 국회의원과 김동연 경기지사의 기고문이 담긴 특별판도 나왔다. 유 전 의원은 공리주의·자유시장주의 등의 정의론을 넘어 '공화주의적 정의'를, 김 지사는 우리 사회의 '승자 독식 구조'를 비판하면서 기회와 재화의 공정한 분배를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한다.미국 정치철학에서 정의론은 크게 세 개의 흐름이 있다. 가장 진보적인 존 롤즈와 자유주의 사회철학자 로버트 노직 그리고 이들 사이에 마이클 샌델이 있다. 롤즈는 기회의 평등과 차등의 원칙을 통한 분배 정의를, 로버트 노직은 개인과 기업의 자유를 강조한다. 샌델은 롤즈의 자유주의 정의론에 반대하며 공동선을 추구하는 공화주의와 공동체주의를 내세운다. 샌델의 공동체주의 정의론은 여러 장점에도 정의와 자유의 개념이 불분명하다는 평가를 받는다.샌델의 정의론은 연구와 논증을 중시하는 유대교 할라바 방식의 글쓰기다. 유대교 경전 토라에 대한 접근 방식은 주제 중심의 미슈나와 주석과 해설 중심의 미드라쉬 방식이 있다. 미슈나는 연구 및 논증 중심의 할라바와 이야기와 서사를 중시하는 하가다 방식이 있다. 평론가 발터 벤야민이 말하듯 카프카의 글이 이야기와 서사를 활용하는 하가다 글쓰기라면, '탈무드' 스타일인 샌델의 정의론은 논증과 연구에 방점을 찍는 할라바 글쓰기다.최근 코코아 가격 인상으로 초콜릿 종류 과자 가격이 내달부터 평균 12%나 오른다. 시장경제 체제에서 원료 인상에 따른 상품 가격 인상은 생산자에겐 정의다. 반면 원료가 오를 때는 가격을 올려놓고 원가가 떨어져도 항상 인상된 가격으로 제품을 판매하니 소비자들은 가격 인상이 늘 부당하다고 느낀다. 우리 사회는 지금 서로의 권리를 두고 노-사, 정부-국민, 기업-소비자 그리고 의사-정부 사이에서 끝없는 갈등을 겪고 있다. '정의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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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한국형 루시법 지면기사
지난 18일 포천시 한 단독주택에서 페르시안, 아메리칸숏헤어, 스코티쉬폴드 등 품종묘 5마리가 수십구의 고양이 사체들 가운데 방치된 채 발견됐다. 무허가 품종묘 번식장의 흔적은 참혹했다. 현장에 동행한 경인일보 기자에게 동물권 단체 '카라' 회원은 "최악의 동물학대 현장"이라고 분노했단다. 지난해 9월엔 동물학대혐의로 신고된 화성시의 한 반려견 번식장에서 1천400여 마리의 번식견과 자식견들이 구조됐다. 번식견들은 좁은 케이지에 갇혀 다량 출산을 반복하는 동안 온갖 질병에 시달렸다. 국내 최고 시설을 자랑하던 허가 받은 번식장은 개들에게 생지옥이었다.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이끄는 특사경과 지자체 관계자, 동물단체들의 합동구조작전으로 번식견들은 출산 케이지를 벗어날 수 있었다.반려견의 상당수 품종들은 인간의 유전적 학대의 산물이다. 영국의 국견인 불도그는 균형잡힌 몸매에 입도 길었던 견종을 가정견으로 개량(?)하면서 지금 같은 모습이 됐다. 호흡곤란, 부정교합, 고관절 이형성증 등 천부적인 질병을 갖고 태어나 수명이 짧다. 작고 귀여운 포메라니안은 중형견인 스피츠와 대형견인 사모예드를 수백년 동안 악착같이 소형화시켜 만들어낸 품종이다. 유전적으로 온전할 리 없다. 8~9세 무렵이면 심장질환이 발생한다.반려동물 인구 1천500만명에 이르면서, 각종 문화지체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동물권을 인권 수준으로 주장하는 반려인과 동물단체들이 급증했지만, 전통적인 관점으로 동물을 바라보는 인구도 그 못지 않다. 지난 1월 국회를 통과한 '개 식용 금지 특별법'은 개 식용을 둘러싼 오랜 논쟁에 종지부를 찍었지만, 반려동물을 둘러싼 다양한 논란 중 일각에 불과하다. 최근엔 공장형 번식이 반려동물 문화의 뜨거운 이슈다. 급증하는 반려동물 수요에 맞출 공급의 문제인데, 동물권 단체는 수요-공급이란 용어 자체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반면 관련 업계는 생산·유통이라는 산업의 본질에 집중한다. 반려동물 문화와 산업의 충돌은 제도가 문화를 따라가지 못한 결과이다. 동물권 단체들은 번식·유통 조건을 규제하는 '한국형 루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