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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참성단] 특수교실 녹음전쟁

    [참성단] 특수교실 녹음전쟁 지면기사

    특수교육 현장에서 녹음전쟁이 한창이다. 이른바 '주호민 사건' 이후 녹음기를 소지하고 등교하는 장애학생들이 늘고 있다. 전국특수교사노동조합에 따르면 올해 1학기 개학 이후 한 달간 녹음기가 발견된 사례가 50여건에 달한다. 아이의 작은 변화에도 민감한 학부모들은 녹음기를 가방에 넣었다. 옷소매 안에 바느질로 숨기기도 한다. 20여일 동안 반복적으로 녹음기를 사용한 경우도 확인됐다.불안해진 교사들은 사비를 털어 녹음방지기를 구입하는 참담한 지경에 이르렀다. 혹시 모를 아동학대 민원에 대비한 자구책이다. "트집 잡히지 않을 말만 하는 영혼 없는 AI가 돼야 하나" 한탄한다. 지난해 서이초 사건 등 잇단 교권침해를 겪으면서 교사들은 집단적 방어기제로 무장했다.지난 2월 1일 웹툰작가 주호민씨 아들을 정서적으로 학대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특수교사 A씨에게 1심에서 유죄판결(벌금 200만원 선고유예)이 내려졌다. 교원단체들은 "특수교사들은 장애학생들을 밀착 지도하는 과정에서 폭행·폭언까지 감내하면서 교육과 안전·생활지도를 위해 버텨왔다"면서 "교실이 불법 녹음장으로 전락하면 안 된다"고 A교사의 무죄를 촉구하고 나섰다. 쟁점이 된 녹음파일의 증거능력이 인정된 탓에 '몰래 녹음'의 빗장이 풀리고 있다는 우려다.특수교육을 받는 학생 수는 2021년 9만8천154명에서 2022년 10만3천695명, 2023년 10만9천703명으로 매년 증가했다. 반면 공립학교 특수교사는 2021년 1만7천257명에서 2022년 1만8천364명, 2023년 1만8천454명으로 장애학생 증가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특수교사 1인당 학생 수는 5.94명으로 전년(5.65명)보다 0.29명 많아졌다. 특수교육법 시행령은 특수교사를 학생 4명당 1명씩 배치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과밀학급 해소는 갈 길이 멀다.교권 추락의 본질은 교육 시스템의 오작동이다. 학부모와 특수교사의 대립 프레임 뒤에 숨어있는 교육당국의 무책임이 원인이다. 소극적인 대처로 사태 해결의 골든타임을 놓치고, 특수교사 개인이 민원의 맨 앞줄

  • [참성단] SNS 리스크

    [참성단] SNS 리스크 지면기사

    트럼프는 트위터로 미국 대통령이 됐고,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페이스북으로 대러 항전을 선포했다.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의 출현으로 전통 언론의 게이트키핑에서 풀려난 정치는 대중과 직접 소통하는 직접민주주의 시대를 열었다. 정치팬덤이 형성됐고 정치 스타들이 탄생했다.한국형 SNS 정치스타는 단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다. 무명의 성남시장에서 지금에 이르기까지 '손가락혁명군'과 '개딸(개혁의 딸)'이라는 SNS팬덤의 역할이 지대했다. '손가혁'은 문재인의 '달빛기사단'과 처절한 내부투쟁을 벌였고, '개딸'은 이재명 공천의 전위였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도 못지 않다. SNS 발언록 조만대장경으로 진보진영의 빅마우스로 추앙받더니 문재인 정부 민정수석으로 청와대에 입성했다.밀물이 크면 썰물도 크다. 이 대표의 대선 패인도 SNS였다. 대장동, 형수욕설, 집사 공무원 등 부정적 키워드가 SNS를 통해 반복되고 확성됐다. 일가의 입시비리가 터지자 조국의 조만대장경은 내로남불의 바이블이 됐다. 팬덤과 촛불로 막을 수 없었던 실패와 추락을 만회하려 다시 SNS팬덤과 함께 총선판에 섰다.총선판에서 SNS 리스크가 야당을 강타하고 있다. 민주당 김준혁 후보는 유튜브 채널에 남긴 '성(性)' 발언의 파장이 심각해졌다. 박정희, 위안부, 김활란, 이대생을 향한 근거 없는 성적 모욕이 상식선을 넘었다. 해당 채널의 성향상 구독자용 립서비스였지 싶다. 진영의 SNS 팬덤용 발언이 선거라는 공적 영역에 발을 딛자 학자의 양식과 정치적 자질을 자박(自縛)한 올가미가 됐다.SNS정치의 작동 방식은 전광석화다. 설명하고 해석할 시간을 안준다. 진실을 담은 맥락은 사라지고 선정적인 사실만 빛의 속도로 전파된다. 정치가 SNS와 만나면서 선명한 '단문(短文)정치'가 설명하고 설득하는 정치를 압도한다. 대신 정치인의 흥망성쇠 주기도 짧아졌다. 쉽게 떠오르고 허무하게 사라진다. SNS가 직접민주주의의 성배인지 중우정치의 독배인지 모호한 지경에서 정치인들의 운명을 희롱하는 형국이다.범죄자는 스마트폰을 폐기

  • [참성단] 맹견 사육 허가제

    [참성단] 맹견 사육 허가제 지면기사

    유모차보다 개모차가 더 많이 팔리는 세상이다. 쇼핑몰에서도 아기 대신 개들이 앉아있는 개모차를 애지중지 밀고 가는 애견인들을 자주 볼 수 있다. 펫박람회에서 개소파와 개영양제를 구입하거나 '댕댕런'에 참가해 함께 달리기를 즐기기도 한다. '멍집사'들은 퇴근 후 반려견을 산책시키고 애견스튜디오에서 견생 네 컷을 찍어준다. 반려인 1천500만시대 다운 풍경이다. 펫팸족(Pet+Family)은 강아지의 행복이 가족의 행복이다.농림축산식품부 '동물보호·복지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등록된 반려견은 2022년말 기준 302만5천859마리다. 2017년 117만5천516마리였던 반려견이 5년 만에 157.4%나 급증했다. 반려견 등록률은 2023년 기준 76.4%로 실제로는 더 많은 반려견들이 집사들을 부리고 있다고 봐야 한다. 반려견이 많아지면서 개 물림 사고도 해마다 반복되고 있다. 소방청 119구급대 개물림 환자 이송 현황을 보면 지난 2019년 2천154건, 2020년 2천114건, 2021년 2천197건, 2022년 2천216건이다. 하루 평균 6명이 구급차 신세를 진다.개 물림 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맹견 사육 허가제가 오는 27일 첫 시행된다. 6개월 이내인 10월 28일까지 시·도지사에게 허가를 받으려면 동물 등록과 함께 맹견 책임보험 가입, 중성화 수술도 반드시 해야 한다. 맹견에는 도사견, 아메리칸 핏불 테리어, 아메리칸 스태퍼드셔 테리어, 스태퍼드셔 불 테리어, 로트와일러 5종과 그 잡종까지 포함된다. 독일에서는 기질 평가와 개면허시험을 통과한 견주에게 맹견 사육을 허가한다. 호주도 맹견 소유자에게 연간 사육비를 부과하고 안전조치를 갖춘 특수 사육장에서 개를 키우도록 한다. 운전면허처럼 맹견 사육에도 자격이 필요하다.개 물림 사고는 특정 견종에서만 발생하는 게 아니다. 견종 특유의 기질보다는 성장과정과 환경에 따라 공격성이 생기기도 한다. 난폭견도 강형욱 훈련사가 기르면 개과천선 되는 논리다. 덩치 큰 도사견이든 작은 몰티즈든 견주의 태도가 중요하다. 공원에 가면 목줄 없이 뛰어다니

  • [참성단] 혁신과 개혁

    [참성단] 혁신과 개혁 지면기사

    탈모로 고통받는 사람이 25만명에 이른다. 일부 지방자치단체들이 탈모로 고통받는 청년들의 진료비를 지원하는 정책과 조례 제정을 추진하고 있어 화제가 되고 있다. 자연계에서 탈모는 자연스러운 일이다. 가을이 오면 짐승들은 털갈이를 하여 털이 매우 촘촘해진다. 겨울의 추위를 막기 위해서다. 이를 추호(秋毫)라 한다. 추호는 가을철에 가늘어진 짐승의 털이란 뜻인데, '아주 적거나 조금인 것을' 가리키는 말로도 사용된다.'개혁(改革)'의 원뜻은 가죽을 간다는 것이 아니라 털갈이를 한다는 뜻이다. 이 혁(革)과 관련된 것이 '주역'의 49번째 '택화혁' 괘인데, 괘사는 "기일 내 변화를 추진하면 사람들의 이해와 믿음을 얻어 크게 형통하니 정도를 지키면 이롭고 후회하지 않는다(革, 已日乃孚 元亨利貞 悔亡)"라고 설명하고 있다. 반면 '주역'의 '잡괘전'에 보면 "혁은 옛것을 버림이요, 정은 새것을 취함이라(革, 去故也. 鼎, 取新也)"라고 하여 가죽 혁 자가 '고칠 혁'의 의미로도 확장되어 사용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자연계에서 새롭게 털갈이하는 현상이 바뀌고 고친다는 의미로 확대된 것이다. 또 '주역' '대상전'에 보면 "연못 가운데 불이 있는 것이 혁이니 군자는 역을 다스리고 사계에 응할 때를 명확하게 한다(澤中有火革 君子以治曆明時)"라 했다. 치력명시(治曆明時)란 절기를 다스리고 때와 시간을 밝히는 일, 다시 말해 때와 시간을 제대로 밝히는 일을 '혁'이라 했다.혁신(革新)은 낡은 제도·조직·관습을 바꾸는 것인데, 시간을 제대로 밝힌다는 뜻을 담은 '주역'의 '혁'괘와 '대학'에 나오는 '나날이 새롭게 한다(日新又日新)'와 '생명을 북돋아 준다'는 '신'이 결합된 단어다. 혁신의 영어 표현은 '이노베이션'인데, 이 이노베이션을 현재와 같은 혁신의 의미로 정립한 경제학자가 슘페터다. 그의 '경제발전이론'(1911)은 마차 시대에서 철도 시대로 넘어가면서 생긴 사회경제적 변화를 관찰하면서 특유의 혁신 이론을 완성해 냈다.윤석열 정부의 국정

  • [참성단] 명실상충(名實相衝)의 시대

    [참성단] 명실상충(名實相衝)의 시대 지면기사

    '죽을죄를 졌습니다. 하늘을 이길 수가 없습니다.' 속초시가 페이스북에 게시한 문구다. 지난 30일 벚꽃 없이 개막한 영랑호 벚꽃축제를 사과했다. 벚꽃의 변덕스러운 개화로 벚꽃 없는 벚꽃축제가 일상이 됐다. 29일 개막한 여의도 벚꽃축제도 벚꽃이 없다. 인간의 간섭에 분노한 대자연의 보복이 빚어낸 명실상충 현상이다. 벚꽃 없는 벚꽃축제는 대자연이 인류에 던지는 경고이다. 축제기간을 연장해 억지로 벚꽃축제의 명실상부를 실현해봐야, 이미 어긋난 자연의 질서를 외면하는 눈속임일 뿐이다.하늘과 땅이 붙어있는 상태가 혼돈이다. 하늘이 하늘이 아니고 땅이 땅이 아닌 명실상충의 상태다. 명실이 상충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사람 사는 세상이 혼돈에 빠진다. 공자가 "임금은 임금답고, 신하는 신하답고, 아버지는 아버지답고, 자식은 자식다워야 한다(君君, 臣臣, 父父, 子子)"며 정명(正名)을 강조한 이유다. 장자는 도척의 궤변을 지어내 공자의 현실 정치 참여를 조롱했지만, 실제로 도척이 공자를 박해하는 명실상충의 세상이라면, 망조든 세상이다.목하 선거의 계절이다. 정당과 후보들의 유세전이 치열한데, 명과 실이 상충하는 난장엔 굉음이 가득하다. 야당은 정부여당을 무능한 검찰독재 악당이라 하고, 여당은 야당을 재판받는 악당이 이끄는 무리라 한다. 억지와 근거가 뒤섞인 캠페인이 여야의 명과 실을 분리한다. 명과 실이 상충하는 후보들도 한 둘이 아니다. 성직인 국회의원이 되면 안 되는 위선자, 불법혐의자들의 실체가 속속 드러난다. 실체가 드러나도, 공자를 겁박하는 도척처럼 언론과 여론을 겁박한다.명실이 상충하는 인간의 간섭으로 자연의 질서가 무너졌듯이, 말세적 명실상충 현상이 사람 사는 세상을 혼돈에 몰아넣는다. 민주주의가 전체주의와 공산주의 만큼 위험해졌고, 종교는 신의 이름으로 인류를 전쟁에 가둔다. 거짓말과 위선으로 무장한 정치꾼들의 정치로 세상의 질서를 유지하는 제도가 무너지고 법이 무의미해진다. 정치가 붕괴되면서 모든 분야에서 고귀한 가치들이 타락했다.명실이 상충하는 언행은 거짓말이고 실체는 가짜다. 벚꽃축제에

  • [참성단] 초등학교 앞 성인 페스티벌

    [참성단] 초등학교 앞 성인 페스티벌 지면기사

    "초등학교 코앞에서 성인 페스티벌이 열린다고?" 국내 최대 성인 페스티벌이 수원 지역사회에 돌을 던졌다. 지난해 12월 한국 최초 타이틀로 광명에서 하루 개최한데 이어 오는 4월 이틀로 규모를 확대해 두 번째 행사를 앞두고 있다. 미성년자였던 2005년생 여자 아이돌 그룹 멤버가 과도한 성적 노출을 하고 영상까지 공개해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배포 논란이 불거졌던 바로 그 행사다. 수원 행사에도 일본 AV(성인 비디오) 배우들이 대거 출연하고 SM(Sadomasochism·가학피학성향) 패션쇼가 예정돼 있다. 여성을 성적으로 대상화한 프로그램들은 우리 사회의 보편적 성인식 수준에 비해 지나치게 도발적이다.더 큰 문제는 하필 행사장이 초등학교와 왕복 4차선 도로를 사이에 두고 50m 남짓 마주 보고 있다는 점이다. 학교 정문 앞 횡단보도만 건너면 쉽게 갈 수 있는 도보 1분도 안 걸리는 거리다. 초등학생들의 등하굣길이다. 행사가 주말에 열린다지만 인근에는 쇼핑몰이 밀집돼 있어 가족단위 유동인구가 많다. "아이들이 성을 돈 주고 사고파는 상품 정도로 인식하면 어쩌나" 학부모들의 걱정은 자연스럽다.여성·사회단체들은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피켓을 들었다. 이재준 수원시장도 "시민들과 함께 행동하겠다"며 철회 촉구에 힘을 실었다. 국민동의청원까지 등장했다. 교육지원청은 교육환경보호에관한법률에 따라 조치를 취해 달라며 경찰 수사를 요청했다. 여성의당도 주최사 대표를 경찰에 고발했다.수원 지역사회 전체가 들썩이고 있지만 주최사는 강행하겠다는 입장이다. 법적 문제가 없다고 항변한다. 행사 장소인 민간 전시장은 운영규정에 '사회질서 및 공익에 반하는 목적으로 사용하지 못하며 청소년 유해 행위를 할 수 없다'는 사용조건 항목이 명시되어 있는데도 대관 계약을 맺었다. 자본주의 논리와 성 문화 잣대가 충돌하는 형국이다."아파트 단지와 초교 코앞이라니… 선 넘은 장소 선정" vs "성인인증 후 입장하고 실내에서 하는데 뭐가 문제냐" 언론에 보도된 여론은 갑론을박 중이다. 하지만 초등학교 바로 코앞에서 성인

  • [참성단] '여의도 정치'

    [참성단] '여의도 정치' 지면기사

    독립 대한민국은 일제의 잔재를 민의의 전당으로 재활용했다. 6·25 전쟁 전엔 조선총독부 건물인 중앙청이, 전쟁 후엔 일제 경성부 부민관(현 서울시의회 본관)이 국회의사당이었다. 지금 국회의원들이면 혀를 깨물고 죽어도 의사당 출근을 거부했을지 모른다. 1975년 9월 1일 여의도 국회의사당이 준공되면서 국회는 역사적 수치에서 해방됐다. 하지만 여의도 국회의사당은 한국형 후진 정치, '여의도 정치'의 본거지로 추락을 거듭해 초라해졌다. 고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은 1995년 "한국 정치는 사류"라고 비판했다 경을 쳤지만, 지금 한국인은 '여의도 정치'를 나라의 재앙거리로 여겨 혐오한다.곰곰이 생각해보면 처음부터 이 정도는 아니었다. 산업화를 입법으로 떠받치고, 민주화를 87 개헌으로 실현한 국민을 대의한 곳이 여의도 국회였다. 1989년 12월 31일 헌정사상 최초의 청문회로 전두환을 국민 앞에 세운 것도 여의도 국회였다. 그때도 정략과 정쟁은 있었지만 적어도 대화와 타협을 통해 국리민복이라는 명분과 대의를 지키는 정치였다. 노태우는 평화롭게 정권을 유지했고, 김영삼·김대중이 차례로 집권할 수 있었던 동력은 국회에서 나왔다.큰 정치인들이 사라지자 명분과 대의도 사라졌다. 산업화, 민주화 다 이룬 자리에 달콤한 권력만 남았다. 박근혜 탄핵 사태 이후 정쟁 정치는 촛불 대중의 직접민주주의에 예속되며 전체주의적으로 타락했다. 국회는 음모와 선동의 진앙이 됐고, 거리의 대중이 SNS로 이를 확대재생산하는 악순환에 갇혔다.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27일 '국회의 완전한 세종시 이전'을 공약하면서 4월 10일을 '여의도 정치 종식의 날'로 선언했다. 충청과 서울 민심을 겨냥한 공약이고, 중도민심엔 국민의힘이 새정치의 주역임을 각인하는 다목적 포석이다. 문제는 여의도 정치를 여야가 한 통속인 쓰레기 정치로 인식하는 국민 정서다. 여의도에서 엉망인 정치가 세종시 가서 달라질 이유가 없다. '여의도 정치'가 '세종 정치'로 바뀌면 세종대왕만 욕보이는 꼴이 될까 걱정이다. 여의도 정치가 처음부터

  • [참성단] MBTI

    [참성단] MBTI 지면기사

    "MBTI가 뭐예요?" 나를 알리고 상대방의 성향을 쉽게 알 수 있는 MBTI는 대화 소재로 종종 등장한다. MBTI는 외향-내향(E-I), 감각-직관(S-N), 사고-감정(T-F), 판단-인식(J-P) 선호 지표가 조합된 16가지 성격유형으로 분류한다. MBTI는 나를 명료하게 표현하는 일종의 명함이 됐다. 연인이나 친구 사이 MBTI 궁합을 맞춰 보거나 밈(Meme·인터넷 유행 콘텐츠)을 공유하는 소소한 놀이문화로 진화했다. 이제 혈액형보다 MBTI를 묻는 게 익숙하다.경기도내 지자체들의 MBTI 사랑도 대단하다. 단순히 자기이해·갈등관리·진로상담을 넘어서 도서·인문학·관광 등 폭넓은 분야와의 결합에 활용한다. 수원 영통도서관은 최근 MBTI 유형별로 도서를 추천해 주는 'MBTI 블라인드 북' 행사를 열었는데 이틀 만에 마감될 정도로 인기다. 오는 5월 예정된 포천시 '인문도시 페스티벌'은 인문 MBTI가 대표 프로그램이다. 성향에 맞는 인문학 학습방법을 가이드해 준다. 양주시는 4월 말까지 청년 대상 'MBTI 트레킹'에서 지역 핫플레이스 방문과 티 블렌딩 체험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선보인다.김포시는 더 디테일하다. 홈페이지에 'MBTI 유형별로 떠나는 여행' 카테고리까지 만들었다. 시민들이 MBTI 검사를 한 뒤 바로 자신의 성향에 맞는 명소를 골라 나만의 코스를 짤 수 있다. 외향형 E에게는 수상자전거와 모터보트 체험이 가능한 김포아라마리나를, 내향형 I에겐 김포아트빌리지&한옥마을의 고즈넉한 산책을 추천한다. 감각형 S는 김포국제조각공원, 직관형 N은 애기봉평화생태공원, 감정형 F는 김포독립운동기념관, 사고형 T는 김포함상공원, 인식형 P는 금빛수로&라베니체, 판단형 J는 체험농장투어가 어울린다는 식이다. 용인특례시는 홈페이지 포토갤러리에서 올해 다섯 살이 된 공식 캐릭터 조아용이 MBTI 여행 스타일 J(계획형) vs P(자유형)를 비교해 주고 쇼핑, 치팅데이, 야경 맛집 등 다양한 코스로 안내한다.온라인상에는 비공식 간이검사가 무수히 퍼져있다. MBTI

  • [참성단] '할머니 가설'과 육아 정책

    [참성단] '할머니 가설'과 육아 정책 지면기사

    박완서(1931~2011)의 장편소설 '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이하 '그 산')는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먹었을까'의 후속편으로 6·25전쟁 동안 작가가 겪었던 체험을 다룬 자전소설이다. 전선이 남북을 오가며 수많은 희생을 만들어 냈던 1951년 겨울부터 1953년까지의 상황을 이십 대 젊은 여성 시선으로 그려낸 수작이다. 6·25를 모르는, 또는 특정 이념들이 강요하는 6·25와는 결이 다른 시대의 진실이 생생약동 살아있다.'그 산'은 총 8장으로 이뤄졌는데, 3장 격인 '미친 백목련'에 흥미로운 에피소드가 나온다. '나'와 일가족은 남한의 시민증과 인민위원회의 신임장과 식권을 모두 챙겨 들고 피란길에 오르다 파주 교하면 인근의 마을에 이르러 '마님'이라 불리는 카리스마가 넘치는 인물을 만나 신세를 진다. '마님'이라 불리는 이 여성은 인생 경험이 풍부한 노인으로 민간요법을 동원하여 조카 현이의 병을 고쳐준다. '마님'은 전통 마을 어디에서나 만나 볼 수 있는 경험 많은 지역 공동체의 멘토이자 정신적 지주와 같은 인물이다.풍부한 인생 경험으로 삶의 방향을 인도해 주던 노인 멘토들은 지역 공동체는 물론 가족 내부와 아이들의 성장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1998년에 나온 진화생물학이론 '할머니 가설'이 좋은 예다. 노년의 여성은 자손을 남길 여력이 있어도 '폐경'을 통해 번식을 포기한다. 자식 생산을 포기하면 노산의 여러 위험을 없애줄 뿐 아니라 손자들을 돌봄으로써 자신의 유전자를 가진 후손들을 잘 지키고 더 많이 퍼트릴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인생 경험과 삶의 지혜가 풍부한 할머니 손에서 자란 아이들이 통계적으로 봐도 훌륭하게 성장하는 경우가 더 많다고 한다. 조실부모한 톨스토이는 할머니, 고모 슬하에서 성장하여 대문호가 됐다. 철학자 러셀도 어머니가 가정교사와 바람이 나는 통에 조모 손에서 자랐으나 큰 학자가 됐고, 마르케스도 외조부모 밑에서 성장하여 대작가가 됐다. '백 년 동안의 고독'의 중심인물 우르슬라의 모델이 바로 그의 외조모다. 사르트

  • [참성단] 소래어시장 공짜 광어회

    [참성단] 소래어시장 공짜 광어회 지면기사

    소래포구종합어시장 상인들이 지난 18일부터 손님들에게 활어회 무료제공 행사를 진행 중이다. 29일까지 평일 방문 손님에게 하루 300㎏의 광어회를 인원수대로 나누어 준다. 소식을 듣고 찾아온 손님들로 북적이는 모양이다.한 유튜버의 고발 영상이 무료 이벤트의 동기가 됐다. 끈질긴 호객행위, 명백한 저울치기, 황당한 바가지 가격이 영상에 고스란히 담겼다. 영상이 퍼지면서 자정 약속이 공염불이었다는 언론 보도가 잇따르자 손님이 끊길까 걱정한 상인회가 무료 이벤트로 용서를 구하고 나선 것이다.상인회는 지난해 석고대죄 퍼포먼스를 벌였다. 시장에서 고른 멀쩡한 꽃게를 집에 가 보니 다리가 없었다는 소비자의 고발에 비난 여론이 들끓자 진짜 거적을 깔고 무릎을 꿇었다. 반성의 진정성을 보일 더 이상의 표현이 없자, 이번엔 장사 밑천을 무료로 제공하고 나섰다.싸움은 말리고 흥정은 붙이랬다. 시장의 흥정은 신뢰를 바탕으로 인지상정을 따른다. 상인과 손님의 이익이 서로 양해할 만한 수준일 때, 손님은 밑지고 판다는 상인의 하얀 거짓말에 짐짓 속아주고, 흥정은 인정으로 이어진다. 인간적 소통과 감수성이야말로 재래시장과 전통시장의 매력이다. 이 매력에 빠져 MZ세대들은 시장을 순례한다.관광시장 바가지 횡포는 소래포구만의 현상이 아니다. 해마다 휴가철이면 전국 관광지 상권들이 일제히 자정결의로 바가지 근절을 약속하는 일이 연례행사가 됐다. 대포항 등 전국 어시장에 '양심저울'이 빠짐없이 설치된 지도 오래됐다. 유독 소래포구어시장이 불신의 척도가 된 건 기억과 현실의 괴리 때문이다 싶다.70년대 소래포구를 후각과 청각으로 기억한다. 곰삭은 젓갈은 내음만으로도 짰지만 흥정 붙은 상인과 손님들이 빚어내는 소란엔 인정이 가득했다. 바람이 서늘해지면 김장용 젓갈을 구하러 온 인파들이 소래를 가득 메웠다. 소래포구는 수도권 서민들의 부엌이었다. 수도권 시민에게 동해안 포구가 바가지를 감수할 관광지라면, 소래포구는 심리적으로 동네 재래시장에 가까운 공간이다.주말에 매출을 올려야 하는 관광시장이니 노량진과 가락동 도매시장 같은 가격일 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