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참성단

칼럼니스트 전체 보기
  • [참성단]그레타 툰베리

    [참성단]그레타 툰베리 지면기사

    지금 뉴욕에서는 139개국이 참석하는 'UN 기후 행동 정상회의'가 열리고 있다. 단연 관심 인물은 올해 노벨평화상 후보에 오른 16세의 스웨덴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다. 지난해 8월 스웨덴 국회 앞에서 기후변화 대책 마련을 촉구하며 한 달 넘게 1인 시위를 벌인 장본인이기도 하다. 툰베리는 이 회의 참석을 위해 탄소 배출을 최소화하고자 태양광 요트를 타고 영국에서 출발해 대서양을 횡단했다. 오바마 전 미 대통령은 자신의 트위터에 "툰베리는 우리 행성의 위대한 변호인 중 한 명"이라며 그와 주먹 인사를 하는 사진을 올리기도 했다.세계기상기구(WMO)는 이 회의에 맞춰 최근 5년간 세계는 역사상 가장 덥고 이산화탄소 농도도 최고치였다는 내용을 주요 골자로 하는 '2015∼2019년 지구 기후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지구 평균 해수면은 연평균 5㎜ 올라갔다. 1993년 이후 연평균 3.2㎜ 상승한 것과 비교해 최근 상승률이 크게 증가했다. 남극과 북극, 그린란드, 에베레스트, 파미르, 스위스 빙하의 '사망'이 원인이다.지난 22일 스위스 북동부, 해발 2천700m 알프스 산맥 기슭에 상복을 입은 사람들이 모였다. 알프스의 피졸 빙하가 사라지게 된 것을 추모하는 빙하장례식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피졸 빙하는 2006년 이후부터 녹아내리면서 원래 크기의 80~90%를 잃어 사망선고를 받았다. 지난달 19일 아이슬란드에서도 빙하장례식이 열렸다. 카트린 야콥스도티르 총리를 비롯한 참석자들은 아이슬란드 서부 오크 화산지대에 700년 동안 존재했던 오크예퀴들 빙하가 사라지게 된 것을 아쉬워하며 '미래로 보내는 편지'추모비까지 세웠다 .지구온난화로 빙하가 사라지고 있다. 이런 추세라면 200년 안에 전 세계 빙하가 모두 사라지게 될지도 모른다. 내셔널지오그래픽 최근 보도에 따르면 인도 지역의 가르왈히말라야 빙하는 2035년 완전히 사라질 전망이다. 아프리카 최고봉인 킬리만자로의 만년설은 1912년 이후 녹기 시작해 현재 20%만 남았다. 히말라야 전체 빙하는 1970년대부터

  • [참성단]'조국 미스터리'

    [참성단]'조국 미스터리' 지면기사

    유가(儒家)에 대해 비판적이었던 장자도 유교를 개창한 공자를 존중할 때가 있었다. 가령 공자를 평한 이런 대목이다. "공자는 나이 육십에 육십번 달라졌다고 합니다. 처음 옳다고 했던 것을 나중에는 아니라고 했다고 합니다. 그러면 지금 옳다고 하는 것이 과거에 쉰아홉번이나 아니라고 했던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장자 잡편 우언)" 말에 뼈가 있지만, 전체 맥락은 옳다고 한 것에 갇히지 않았던 공자의 대범한 사유체계를 존중한 것이다.자기 말에 갇히지 않기로는 정치인 만한 부류도 없다. 청와대와 더불어민주당은 조국 법무부장관 임명이 '옳다'고 했다. 하지만 여권은 과거 야당 시절 조 장관에 비하면 조족지혈급 의혹이 제기된 수많은 공직 후보자들을 '아니다'며 낙마시켰다. 문제는 '지금은 옳다'만 주장할 뿐 '그 때는 틀렸다'는 반성이 없는 점이다. 말에 갇히지 않는 합리적 대범이 아니라 말에 책임지지 않는 무책임이다. 그러니 말은 두서를 잃고 행동은 설명할 길이 없다.장자는 기본적으로 유자(儒者)를 '시경'과 '예기'라는 지식권력으로 무덤을 파헤치는 도굴꾼 쯤으로 여겼다. 도굴의 목적인 무덤속 시신의 입에 물린 구슬, 즉 권력과 명예다.(장자 잡편 외물) 조 장관은 과거 서울대 법대 교수로서 현실 권력의 부패와 부조리에 대해 일일이 비판했다. 법 철학으로 무장한 비판 논리는 주옥 같고 추상 같았다. 그렇게 진보의 상징이 됐고 권력과 명예라는 구슬을 입에 물었다.조국 일가에 대한 검찰 수사가 정점을 향해 치닫고 있다. 여당은 지금 옳다고 한 것을 계속 옳다고 우기기 난감해졌고, 조 장관은 자신의 지식권력으로 획득한 권력과 명예의 구슬을 토해내야 할 위기에 몰렸다. "살아있는 권력도 엄정히 수사하라"는 대통령의 명령에 따라 정주행 중인 검찰의 칼날이 조 장관을 직접 겨누고 있다.시중에 '조국 미스터리'가 회자되는 건 이런 사태의 전개가 뻔히 예상됐기 때문이다. 뻔히 보이는 파국에도 불구하고 조 장관 임명을 강행한 이유를 그 누구도 설명하지 못하니, 그 배경을 놓고 구구한 억측이

  • [참성단]8K TV 전쟁

    [참성단]8K TV 전쟁 지면기사

    삼성전자와 LG전자의 가전 전쟁 역사는 196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같은 경남 출신에 사돈 관계로 돈독했던 고 이병철 회장(의령)과 고 구인회 회장(진주)의 관계는 삼성이 전자 산업에 진출하면서 서먹한 관계가 됐다. 삼성은 일본 전자회사의 도움을 받아 1969년 삼성 산요전기를, 1970년에는 삼성 NEC를 설립해, 1958년부터 가전 산업에 뛰어든 금성사( 현 LG전자)를 위협했다. 하지만 금성사는 1959년에 국내 첫 라디오를 생산했고 냉장고, 흑백 TV 등 품목 대부분에서 '국산 1호'를 기록하는 등 명실상부한 한국 가전 1위. 삼성전자는 금성사에 눌려 '만년 2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60년대 시중에는 미군 PX와 일본에서 밀반입한 TV, 월남 참전 용사들이 가져온 TV가 유통됐다. 정부는 1965년 말 'TV 부품 도입에 드는 외화는 라디오를 수출해 벌어들인 달러를 활용한다'는 등의 조건을 달아 금성사에 부품 수입을 허가했다. 금성사는 일본 히타치사와 기술 도입 계약을 체결하고 1966년 8월 국산 흑백 TV 1호 VD-191을 생산했다. 삼성전자는 그보다 한참 늦은 1972년 흑백 TV를 생산했다. 냉장고, 세탁기를 두고도 두 회사는 크게 맞붙었다. 2012년 삼성전자가 세계 최대급인 900L 지펠 냉장고 'T9000'을 출시한 후 LG전자가 좀 더 큰 용량의 910L 4도어 디오스 냉장고 V9100을 내놓으면서 양사 간 경쟁이 붙었다. LG전자는 허위 광고라면서 삼성전자를 상대로 100억 원대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설상가상으로 2014년 독일 가전전시회에 참가한 LG전자의 간부 연구원이 삼성전자의 가전 매장에서 세탁기 도어의 연결부를 파손해 수사를 받기도 했다. 최근 삼성전자 발광다이오드(QLED)와 LG전자 유기발광다이오드(OLED)가 '8K TV'를 두고 전쟁을 벌이고 있다. 최근 공정위에 제소까지 가는 등 아무리 마케팅 전략이라지만 도를 크게 넘어선 느낌이다. 중국의 기술 발달로 OLED 시장이 3년을 버티기 힘들 것이란 경고가 나오는 가운데 국내 업체 간의

  • [참성단]화성 연쇄살인 사건과 언론

    [참성단]화성 연쇄살인 사건과 언론 지면기사

    장기미제사건 형사들의 활약상을 그린 TV 드라마 '시그널'에서 프로파일러 박해영은 '연쇄 살인'의 조건으로 "최소한 3명의 피해자가 발견되고, 살인사건 사이에 냉각기가 있으며 서로 분리된 상황에서 피해자가 살해된 정황이 확실할 때"라고 정의한다. 1986년 9월 19일 오후 2시, 하의가 벗겨지고 목이 졸린 채 숨진 이모(71) 씨가 화성군 태안읍 안녕리에서 발견됐을 때, 이를 보도한 언론이 단 한 곳도 없었던 것도 어쩌면 이와 무관치 않다. 더 변명하자면, 5일 전 5명이 사망한 '김포공항 국제선 대합실 폭발사고'와 다음날 개막하는 아시안 게임으로 이 사건을 언론은 주목하지 못했다.'선보러 집 나갔던 처녀 수로에서 알몸 시신으로…. 10월 23일 오후 2시 30분께 화성군 태안읍 진안리 콘크리트 용수로 내에서 박모(25) 양이 알몸으로 숨져 있는 것을 근처에서 콩을 뽑던 윤모씨가 발견, 경찰에 신고했다'는 기사가 24일 경인일보 사회면에 2단 기사로 실렸다. 2차 희생자였다. 그러나 더 이상의 후속 보도는 없었다. 이때까지도 이 사건이 영구 미제사건으로 역사에 남을 '화성 연쇄 살인사건'이라고 생각한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그로부터 두 달 후 1986년 12월 12일 3차 사건이, 14일 4차 사건이 이틀 만에 발생했다. 하지만 3차 사건의 시신이 4개월 뒤인 1987년 4월 23일, 4차 사건은 1주일 후인 12월 21일 발견돼 경찰과 언론이 큰 혼란에 빠지기도 했다. 그 후 모방사건인 8차를 제외하고 다섯 차례 더 발생했지만, 사건은 미궁 속으로 빠졌다. 2차부터 후속 보도를 좀 더 충실히 했다면 사건의 방향은 크게 달라졌을지도 모른다는 '뼈아픈 후회'는 경인일보 편집국엔 뗄 수 없는 큰 짐이었다.그 후 2001년 봉준호 감독이 '살인의 추억'을 만든다며 경인일보를 찾았을 때도 똑같은 마음이었다. 하지만 이제 아픈 부채의식을 조금 덜어내도 되는 것일까. 살인죄로 부산 교도소에 수감 중인 56세 이모씨의 DNA가 5차(1987년 1월), 7차(1988년 9월), 9

  • [참성단]삭발과 자유의지

    [참성단]삭발과 자유의지 지면기사

    추석 전 금기어로 '조국'이 꼽힌 적이 있다. '조국 정국'을 둘러싼 의견차이로 화기애애했던 술자리가 파탄(?)이 나는 경우가 발생하곤 했는데, 피를 나눈 가족들이라 해도 비슷한 결과를 초래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추석이 지나고 나서는 '삭발'이 그 자리를 대체하는 양상이다. 다행히 서로 등 돌리고 헤어지는 '조국 논쟁'보다는 강도가 덜하다. 하지만 삭발 정치인들의 '결기'에 대한 평가는 희석되고 정치는 희화화되기 일쑤다. 삭발 당사자의 입장에서는 분통 터질 일이 아닐 수 없다. 손가락으로 달을 가리키는데 손톱의 네일아트에 관심을 갖는 격 아닌가.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가 과연 삭발을 할 것인지 여부도 안줏거리다. 이 대목에서 자유의지와 결정론을 다룬 SF작가 '테드 창'의 단편이 떠오른다. 소설에서는 버튼과 LED등이 달려있는 예측기라는 기계가 등장한다. 이 예측기는 버튼을 누르기 1초 전에 불빛이 반짝인다. '네거티브 타임 딜레이'란 회로가 장착돼 1초 전의 과거로 신호를 보내는 것이다. 예측기를 속일 방법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런데 이 장난감 같은 기계가 불러오는 파장이 엄청나다. 상당수 사람들이 자신의 선택이 무의미하다는 사실을 깨달으면서, 다시 말해 결정론을 신봉하게 되면서 선택행위 자체를 거부하게 된 것이다. 심지어 무동무언증에 빠져 음식도 섭취하지 않는다.작가의 기발한 상상력에 감탄사가 절로 나오지만 소설 속 설정이기에 망정이지 내용은 암울하기 그지없다. 위안이라면 결정론과 관련해 모든 것이 결정돼 있으니 미래를 포기하라고 말하는 철학자는 별로 없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나 대표는 제대로 자유의지를 발휘할 수 있을까? 철학적 사유가 아닌 정치역학적으로 볼 때 '정치예측기'는 삭발이라는 결정론적 틀을 갖추기 위해 점점 충전되고 있는 것 같다. 당 내의 삭발 요구 등으로 볼 때 나 대표의 선택범위가 점점 좁아지는 형국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나 대표의 자유의지를 존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이 인간에 대한 예의다."오랜 세월이 지난 후 어디에선가/

  • [참성단]시국선언

    [참성단]시국선언 지면기사

    사회적으로 혹은 정치적으로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판단될 때 지식인들이나 종교인들이 모여서 시국이나 사회 현안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고 사태 해결을 촉구하는 것을 '시국선언(時局宣言)'이라고 한다. 암울한 군부 독재 시절을 경험한 우리에게 '시국선언'은 그리 낯선 단어는 아니다. 1970년대의 박정희 정권의 유신 시대부터 10·26, 12·12 그리고 1980년 '서울의 봄'. 전두환 신군부의 등장과 1987년 6월 민주항쟁. 20여 년간 파노라마처럼 이어진 아픈 현대사에서 교수와 종교인의 시국선언은 국민들에게 큰 위안이 되었다. 3·15부정선거에서 촉발된 4·19 혁명이 절정을 보인 1960년 4월 25일, 서울과 지방의 대학 교수 258명이 서울대 교수회관에 모여 발표한 시국 수습을 위한 14개 항의 전국대학교수단 시국선언은 이승만 대통령의 하야를 이끌어 낸 결정적 계기가 됐다. 70, 80년대 군사 독재가 민초를 끊임없이 짓밟아도 민주화를 요구하는 각계의 시국선언은 들불처럼 피어올랐다. 교수단 시국선언은 학생들과 시민의 절대적 지지를 받았다. 당시 시국선언은 절대적 권력에 대한 국민의 저항권 행사라는 나름의 큰 의미가 있었다.하지만 군부독재가 종식되고 문민정부가 들어서면서 시국선언은 시국에 편승해 본래의 뜻에서 크게 변질한 모습을 보인 적도 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저지, 스크린 쿼터 사수, 제주 해군기지 중단 시국선언 등은 시국선언이라는 이름으로 특정 집단의 일방적 주장이 여과 없이 노출되기도 했다. 특히 2004년 17대 총선을 앞두고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민주노동당을 공개적으로 지지한 시국선언을 대법원이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유죄판결을 내린 것은 선거운동이 시국선언으로 포장됐기 때문이다. 조국 사태가 시국선언을 불러냈다. 제자들의 '촛불시위'에도 불구하고 침묵하던 전·현직 대학교수 2천여 명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조국 법무부 장관의 교체를 요구하는 시국 선언서에 서명했다. 교수들은 시국 선언서에 "지금 우리는 대한민국의 사회정의와 윤리가 무너지는 것을 목도하고 있다"

  • [참성단]포토라인

    [참성단]포토라인 지면기사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은 1993년 선거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출석하다가 봉변을 당했다. 언론의 취재경쟁에 휩쓸려 기자의 카메라에 부딪혀 이마가 찢어진 것이다. 언론단체는 이런 난장판 취재를 막기위해 1994년 포토라인 운영 선포문을 만들었다. 이후 대중의 관심이 집중된 주요 사건 피의자들은 검찰과 경찰에 출석할 때마다 포토라인에 멈춰선 채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는 통과의례를 거친다. 사회적 성취와 명예, 도덕적 권위가 큰 공인일수록 포토라인에서 무너진 명예를 감당하기 힘들다. 고 노무현 대통령은 2009년 박연차 게이트로 검찰청 포토라인에 선 뒤 3주 뒤에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노 전 대통령은 평검사들과 맞짱 토론을 벌일 정도로 검찰개혁 의지를 불태웠다. 검찰청 포토라인 통과의례 자체를 견딜 수 없었을 것이다. 최근엔 이재수 전 기무사령관이 영장심사를 받기 전 수갑을 찬 채 포토라인에 섰다가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포토라인의 법적 근거는 없다. 국민의 알권리를 대신하는 언론의 취재 편의를 검·경이 묵시적으로 양해한 관행이다. 하지만 포토라인이 무죄추정의 원칙에 반하고, 그 자체가 사회적 형벌이라는 비판도 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검찰청 포토라인을 당당하게 무시하고 패싱한 것도 이 때문이다.더불어민주당과 정부가 포토라인 폐지를 포함해 피의사실 공표를 전면 제한하는 훈령 제정을 추진할 모양이다. 사실 당정이 검찰의 피의사실 공표 관행을 손보기로 마음 먹은지는 오래됐다. '논두렁 시계' 논란으로 노 전 대통령을 잃었다는 오래된 분노가 배경이다. 법무부가 마련한 초안에 따르면 검찰은 일체의 피의사실을 공개해선 안된다. 피의자 검찰 출석 공개와 소환날짜 공개도 안된다. 법무부 장관에게 수사 내용을 유포한 검사를 감찰할 권한을 준다고 한다.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깜깜이 수사에 따른 부작용과 국민 알 권리 침해를 우려하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무죄추정의 원칙 실현과 국민의 알 권리를 절충한 논의가 진행돼야 할 사안이다. 그리고 미안한 얘기지만 조국 법무부 장관 일가에 대한 검찰 수사 종료 이후에 거

  • [참성단]드론 테러

    [참성단]드론 테러 지면기사

    지난해 8월 5일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국가방위군 창설 81주년 기념식에서 연설을 하고 있었다. 이때 드론 두 대가 연단 상공으로 날아왔다. 한 대는 마두로 대통령이 연설하고 있던 연단 근처에서 경호부대에 의해 격추됐고, 다행히 다른 한 대는 인근 건물에 충돌해 폭발해 마두로는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드론에는 'C4'로 불리는 폭발물 1㎏이 실려 있었다. 드론이 전 세계 국가에 보편적인 무기 체계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미국은 2004년부터 아프가니스탄·파키스탄·이라크·시리아·소말리아·예멘 등에 드론을 실전 배치해 폭격작전까지 수행하고 있다. 미국산 자폭드론 '스위치 블레이드'는 무게 2.7㎏, 길이 61㎝에 불과하지만 맨눈으로 식별할 수 없을뿐더러 적외선 추적센서를 장착하고 있어 한 치의 오차 없이 목표물을 타격한다. 공격 드론 MQ-9 '리퍼'는 정밀유도폭탄을 장착하고 15㎞ 상공을 시속 400㎞로 28시간 동안 비행이 가능하다. 중국 러시아가 앞다퉈 공격형 드론 개발에 열을 올리는 것도 이런 이유다.드론은 테러 세력들이 가장 선호하는 무기이기도 하다. 저렴한 가격은 물론이고 작은 드론에 살상용 무기를 탑재하면 치명적인 타격을 가할 수 있어서다. 실제 2016년 10월 이라크에서 IS는 온라인쇼핑몰 아마존에서 구매한 것으로 알려진 초소형 드론으로 이란인 2명을 살해해 충격을 주기도 했다. 국제 무기 밀매시장에서 중국과 러시아산 드론을 쉽게 구할 수 있는 것도 테러단체엔 호재다. 그래서 무기 전문가들 중 인류가 가장 두려워해야 할 'AI 로봇'으로 드론을 지목하는 이들이 많다.14일 새벽 예멘 후티 반군이 사우디 아라비아의 불법 침략에 대응해 아브카이크 탈황 석유 시설와 쿠라이스 유전을 공격해 불바다로 만들었다. 공격에는 드론 10대가 동원됐다. 스텔스 기능도 없는 반군의 드론이 느린 속도로 1천㎞의 사우디 영공을 가로질러 날아왔다는 것, 그리고 연간 700억 달러 군사비를 지출하면서도 작은 드론에 국가 중요시설이 속수무책으로 당했다는 것에

  • [참성단]2019 추석 민심

    [참성단]2019 추석 민심 지면기사

    추석의 맛이 전 같지 않다. 밍밍하다. 도무지 흥이 나지 않는다. 'R(경기침체)의 공포'니, 'D(디플레이션)의 공포'니 하는 암울한 경제 탓이다. 날씨도 무시할 수 없다. 너무 덥다. 추석인데 낮 기온이 26도 전후다. 지난 추석엔 낮 기온이 30도에 육박했었다. 반바지를 입어도 되는 추석. 낯설다. 기후 온난화가 우리의 추석 명절 한 부분을 망치고 있다. 그래도 추석인데, 선선한 가을바람 정도는 불어줘야 한다. 그 바람을 맞아 너울거리는 황금 들판에서 추수가 시작되고, 넉넉한 인심이 영그는 것이다. 그런데 날씨가 받쳐 주지 않는다.귀성객이 줄었다는데도 올 추석 3천만 명의 '민족대이동'이 예상된다. 모처럼 가족 친지들이 모였으니 집집마다 웃음꽃이 피어날 것이다. 아무리 '혼족'이 대세여도 '혼심'보다 함께 모여 속마음을 털어놓을 때 공동체 의식은 확인되고 민심은 빛을 발한다. 하지만 이도 '옛말'이다. '왔소. 갔소'에 무엇보다 서로 마음을 굳게 닫고 있다. 형제지간에도 웬만해선 속마음을 열지 않는다. 대화 단절, 소통 부재다. 슬프다.그러다 보니 민심을 헤아리기가 점점 어려워졌다. 오랜 기간 신문 밥을 먹었지만 요즘 같아서는 무엇이 민심인지 꼭 짚어 말할 수가 없다. 그나마 민심을 알 수 있는 게 여론조사인데, 이번 조국사태 동안 하루가 멀다고 쏟아진 여론 조사는 오히려 조사기관의 불신을 불러왔다. 하루 사이에 여론이 5%씩 널뛰기를 하는가 하면, 여론 조사기관에 따라 10~15% 차이가 나자 국민이 돌아섰다. 신뢰가 무너졌기 때문이다.정치인들이 선거에 패한 후 꼭 하는 말이 있다. "민심을 너무 몰랐다." 선거 전엔 이해할 수 없는 여론조사 결과를 두고 "이것이 민심"이라고 우기던 그들이다. 평소엔 민심이란 것에 별 신경 안 쓰다가 큰코다치고 난 후 비로소 민심을 받드는 양 수선을 떤다. 그리고 금방 잊어버린다. 정치인들은 늘 그렇다.한 달여 간 진행된 조국의 법무부 장관 임명을 놓고 우리 사회는 처참하게 망가졌다. 성한 곳이 없다. 모두 어디 하나쯤은 부러졌다

  • [참성단]검사 '윤석열'

    [참성단]검사 '윤석열' 지면기사

    1992년 시작된 이탈리아의 부정부패 척결 작업인 마니 풀리테(mani pulite 깨끗한 손)는 '사정(査正) 혁명'의 기념비적인 사례로 회자된다. 이탈리아 정계와 재계의 검은 커넥션을 겨냥한 전대미문의 수사를 통해 6천여명의 정재계 권력자들이 수사를 받았고, 2천993명이 부패혐의로 체포됐다. 두 전직 총리는 타국으로 망명하거나 비리혐의가 드러나 법대에 섰고, 현직 총리마저 비리혐의로 사임했다. 정신병원엔 노이로제 증상을 호소하는 정치인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마니 풀리테를 주도한 안토니오 피에트로 검사는 이탈리아 통일의 기초를 세운 주세페 가리발디 이후 최고의 영웅이라는 칭송을 받았다. 사정 혁명의 결과는 놀라웠다. 비례대표제를 소선거구제로 바꾸는 정치개혁이 이루어지고, ㎞당 800억리라였던 지하철 공사 비용은 마니 풀리테 이후 440억리라로 떨어졌다. 하지만 권력의 반격도 필사적이었다. 마니 풀리테 검사들을 향해 "세상 무서운 줄 모르는 애송이들이 나라를 말아먹고 있다"고 여론전을 벌이고, 여자관계 등 사생활을 캐내 도덕성에 상처를 입혔다. 반격은 주효했다. 검사들은 반발해 사표를 던졌다. 살아있는 권력이 결국 마니 풀리테 검사들을 이긴 것이다. 그 결과 지금껏 이탈리아는 유럽 최악의 부패국가라는 수렁에 빠져있다.윤석열 검찰총장의 한국 검찰이 살아있는 권력을 향해 칼을 빼들었다. 정권의 핵심인물인 조국과 그 일가를 향한 전격적인 수사에 검찰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윤석열은 국민적 지지를 받는 보기 드문 검사다. 국가정보원 여론조작 사건으로 박근혜 정권에 치명타를 가하고, 당시 법무장관 황교안이 부당한 수사 지휘를 했다고 폭로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특검에서는 수사팀장으로, 문재인 정권에서는 중앙지검장으로 전 정권의 국정농단 사건의 수사를 지휘하고 마무리했다.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는 소신에 반해 대통령은 그를 검찰총장에 임명했다.그런 윤석열을 향해 여권 전체가 '정치 검찰' 낙인 찍기에 나섰다. 급기야 대통령은 9일 조국을 법무부장관에 임명했다. 윤석열의 검찰은 직속 장관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