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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참성단]다이지의 돌고래

    [참성단]다이지의 돌고래 지면기사

    바다는 온통 핏빛이었다. 여기저기서 울음소리가 들렸다. 일렬로 늘어선 배들이 날카로운 금속성 소음을 내면서 달려들자 만(灣) 끝까지 쫓겨 더는 도망치지 못한 돌고래들은 그물에 걸려 울부짖었다. 어부들은 우선 수족관용으로 판매할 새끼 돌고래를 골라낸 후, 쇠 작살로 내리찍고 갈고리를 휘둘렀다. 꼬리를 잡고 칼로 찌르는 어부도 있었다. 이 장면을 지켜본 관객은 숨을 멈췄다. 눈 뜨고 볼 수 없을 정도로 참혹해서다. 2009년 제82회 아카데미 영화상 다큐멘터리 부문 수상작 루이 시호요스 감독의 '더 코브 (The Cove) : 슬픈 돌고래의 진실'의 한 장면이다. 영화는 일본의 와카야마 현 작은 어촌 다이지(太地)에서 실제 일어나고 있는 돌고래 사냥을 다뤘다. 다이지에선 매년 9월부터 6개월간 돌고래 포획과 학살이 벌어진다. 카메라는 돌고래들을 해안가로 몰아넣고 무자비로 도살하는 이른바, '몰아잡기(drive hunt)' 방식의 사냥법을 카메라에 그대로 담았다. 제작팀은 지역주민의 온갖 방해에도 불구하고, 현장을 600여 시간에 담아 그중 90분으로 정리해 공개했다. 영화가 부른 파장은 컸다. 매년 100여 개국에서 다이지의 돌고래 포획에 대한 반대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국제포경위원회(IWC)는 1986년부터 포경을 금지했다. 하지만 일본은 이에 아랑곳없이 고래를 잡는다. 국제사회와 동물보호단체의 거센 비난이 쏟아지자 1988년 상업 포경 중단을 선언했으나 연구에 필요하다는 명목으로 매년 수백 마리의 고래를 잡아왔다. 그러다 지난 6월 IWC에서 공식 탈퇴하고 본격적으로 상업적 포경을 재개했다. 영해와 배타적 경제수역 안에서만 고래를 잡는다며 국제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논리를 펴면서 말이다.여론을 비웃듯, 지난 1일부터 다이지에선 어김없이 돌고래 사냥이 시작됐다. 국제 여론 악화와 수요 감소 등으로 점차 포획 수는 감소하는 추세지만, 올해도 최소 1천여 마리의 돌고래들이 포획되거나 죽음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포획과 살육이 중단되지 않는 건 아직도 다이지 돌고래를 수입하려는 국가들이 여전히 존재하기

  • [참성단]백남준 재평가

    [참성단]백남준 재평가 지면기사

    천재였다. 우리만 몰랐다. 1984년 1월 1일 정오. 금시초문의 '위성 프로젝트'를 통해 전 세계를 하나로 묶으며, 비디오 아티스트라는 생소한 이름으로 우리 앞에 나타난 한국인이 있었다. 백남준. 그의 '굿모닝 미스터 오웰'은 파리의 퐁피두 센터, 뉴욕 공영방송 WNET 스튜디오를 연결해 전 세계로 생방송 돼 2천500만명이 시청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조지 오웰의 '1984'에 등장하는 '빅 브러더'가 TV를 지식과 권력을 집중화시키는 통제 수단으로 사용한 것을 두고 "절반만 맞았다"고 반박했다. 그로부터 27년 후인 2011년 5월 홍콩 크리스티 경매장. 백남준과 중국 추상미술의 1세대 자오우지, 한국과 중국 현대 미술을 대표하는 두 거장의 작품이 나란히 경매에 올랐다. 두 작가는 50년대 각자 독일과 프랑스에서 작품 활동을 시작하며 세계 미술계에 한국과 중국을 알린 이 분야의 개척자다. 이날 자오우지의 유화 '2.11.59'는 57억 원에, 백남준의 설치작품 'TV는 키치다'는 5억8천만 원에 팔렸다. 자오우지는 생존작가, 백남준은 사후 작가였는데도 무려 10배 차이가 났다. 백남준은 미술사에 남긴 업적과 작품성보다 시장에서 현저하게 저평가됐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이른바 '백남준 디스카운트'. 이유는 많다. 우선 작품들이 80·90년대 주로 제작돼 자칫 고장이 날 경우 단종된 TV 모니터나 부품, 수리 전문가를 찾기도 힘들다. 뇌졸중으로 쓰러진 이후에도 상당수 작품이 제작됐는데 어떤 작품이 누구에게 판매됐는지 작품관리가 명확하지 않은 것도 걸림돌이다. 그렇다고 해서 지금보다 56년 전인 1963년 3월 독일 서부의 소도시 부퍼탈에서 누구보다 먼저 TV의 소통방식을 신랄히 비판하는 기념비적인 전시회를 했던 비디오아트 창시자에 대한 대우치고는 너무도 인색한 게 사실이다.백남준의 예술이 재평가되고 있다는 소식이 들린다. 세계적인 런던 테이트 모던 갤러리에서 10월 17일부터 작품 80여 점을 선보이는 런던 최초의 백남준 회고전이 열린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 [참성단]사이다송의 재해석

    [참성단]사이다송의 재해석 지면기사

    인천시가 인천 앞바다에 대형 사이다병을 띄우기로 했다는 소식이다. 월미바다열차 개통을 앞두고 바다에 사이다 조형물을 설치해 관광자원화 한다는 것이다. 재밌는 발상이다. 발상의 진원지는 코미디언 고(故) 서영춘씨의 '사이다송'이다. 한국 랩의 원조격인 곡으로, 노래의 가사 '인천 앞바다에 사이다가 떴어도 고뿌(컵의 일본어 발음) 없이는 못마십니다'에서 착안했다고 한다. 아마도 바다위에 떠있는 5m짜리 사이다병을 본다면 입에서 사이다송이 절로 나올 것 같다.그런데 이 대목에서, 한가지 궁금증이 발동한다. 컵이 없다고 사이다를 마실 수 없다니…. 그냥 병을 입에 대고 마시면 그만이지 않은가. 지금이야 냉장고에서 병을 꺼내 입대고 마시다 들키면 식구들에게 한 소리 듣는다 쳐도, 사이다송이 유행하던 1960년대에 지금처럼 위생관념이 철저했을 리 없다. 소풍날 김밥에 사이다 한병이면 부러울 것 없던 50대 이상이면 다 아는 사실이다. 친구들끼리 사이다병 돌려 마셔도 전혀 께름칙하지 않던 시절 아닌가. 오히려 컵 대신에 '병따개가 없으면 못 마신다'는 표현이 더 적절하지 않은가 싶다. 당시에는 손으로 돌려따는 스크루캡도 발명되지 않았을 테니 말이다. 그래서 내친김에 가사를 재해석해본다. 원래 가사는 '인천 앞바다가 사이다라 해도'인데 '속사포랩'의 어감을 살리느라 '인천 앞바다에 사이다가 떴어도'로 바뀐 게 아닌가 하는 추론을 해보는 것이다. 그러면 사이다를 마시는데 왜 컵이 필수적인지 이해가 간다. 바닷물이 사이다라 공짜인데, 손으로 떠 마시면 손이 끈적거려 불쾌할 것이고 입으로 마시려고 머리를 들이대다가는 바다에 빠질 수도 있으니 컵으로 떠먹을 수밖에 없는 상황 아닌가. 조금 더 '오버'해보면 '아무리 기회가 많다 해도 준비(컵)가 돼 있지 않으면 성취할 수 없다'는 교훈적(?) 메시지를 읽을 수도 있다. 그러고 보니 바로 앞의 가사와도 연결이 된다. '산에 가야 범을 잡고, 강에 가야 고기 잡지'라는 가사 또한 '어떤 일을 이루려면, 그 일을 일단 시작해야 한다'는 뜻 아

  • [참성단]세계 1위 고령 국가

    [참성단]세계 1위 고령 국가 지면기사

    장수(長壽)는 인류의 오랜 꿈이었다. 불로초에 목을 맨 진시황을 거론하지 않더라도 평균수명을 늘리기 위한 인간의 노력은 눈물겨울 정도다. 70년대 유행했던 TV 프로그램 중 '장수만세'가 있다. 고령자가 많은 유럽 선진국의 부자 나라를 부러워하면서 만든 프로였고, 일요일이면 온 가족이 모여 앉아 볼 정도로 인기도 좋았다. 그때만 해도 장수는 전 연령층이 공감하는 절대적 가치였다. 장수할아버지를 포함한 3대가 함께 TV에 출연해 보여주는 화목한 모습은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하지만 요즘은 고령자를 보는 눈이 반드시 곱지만은 않은 듯하다. 한때 '99세까지 팔팔하게 살고 2~3일간 앓다가 4일 만에 죽자'는 인기 건배사 '구구팔팔이삼사'가 술자리에서 사라진 지도 오래다. 고령화 사회가 주는 부작용이 생각보다 커서다. 물론 지금도 생명공학의 꿈은 여전히 '장수'에 맞춰져 있다. 그 결과 과학적으로는 120살, 아니 150살까지의 생명연장이 가능하다고 한다. 하지만 이는 일부 사람들의 꿈일 뿐, 상황은 변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아니 국가적으로도 노후 준비에 대한 뚜렷한 대비책이 없는 상황에서 '장수는 곧 재앙'이라는 인식이 사회 전반에 퍼져 나가고 있어서다.통계청이 2일 발표한 '세계와 한국의 인구현황 및 전망'에 따르면 우리나라가 2045년부터 일본을 제치고 세계 1위 고령 국가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그때 가면 전체 인구에서 65세 이상 고령 인구가 차지하는 비율이 37.0%로 전 세계 201개국 중 가장 높아진다고 한다. 세계 1위라면 자다가도 일어나 춤을 추는 민족이 장수국가 세계 1위가 된다는데 왜 이렇게 불안한가. 아마도 '급격한'이라는 단어에서 오는 두려움 때문일 것이다. 고령화가 서서히 다가오면 대처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라도 가질 수 있지만 이미 고령화 사회에 진입한 일본보다 고령화가 더 빨리 진행되고 있으니 걱정은 클 수밖에 없다.오복 중에 으뜸이던 장수가 축복이 아니라 부담이 되는 시대다. 이미 우리 사회가 고령화에 진입해 여러 걸음을 떼었다고 보는 전문가들도

  • [참성단]실시간 검색어

    [참성단]실시간 검색어 지면기사

    1927년 8월 1일 중국 장시성 난창(南昌)에서 마오쩌둥의 공산당이 폭동을 일으키자 장제스의 국민당이 진압에 나섰다. 이 전쟁은 국민당과 공산당 사이에 첫 전투로 기록된다. 전력의 열세로 패한 마오쩌둥은 이렇게 말했다. "모든 권력은 '총구'로부터 나온다." 그러면서 "적을 무찌르려면 여론을 한데 모아야 하며 이를 위해 언론이 당의 나팔수 역할을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이 말은 그의 어록 중에서 가장 유명한 말이 되었다. 그러나 마오쩌둥이 다시 태어나 지금의 인터넷 세상을 보았다면 당시 했던 말을 이렇게 수정할지도 모른다. "모든 권력은 '인터넷 검색창'에서 나온다. '실시간 검색어'를 장악하라."요즘 주요 포털 사이트에서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를 두고 벌이는 지지자와 반대자 사이의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실검)'를 보면 총만 안 들었지 사실상 전쟁에 가깝다. 그래서 모든 언론마다 이를 두고 '실검 전쟁'이라 부르고 있다. 일주일 전만 해도 '조국 힘내세요' '조국 사퇴하세요'가 포털 실검 상위 순위에 오르더니 이제는 '가짜뉴스 아웃' '한국언론 사망' '보고싶다 청문회' '법대로 조국 임명' 등의 사실상 정치적 '구호'가 실검 순위를 온통 도배질하고 있다. 인터넷 공간이 어떻게 이 지경까지 됐는지 한숨이 나온다.국내 양대 포털사이트 네이버와 카카오의 하루 국내 이용자는 3천만명, 뉴스 소비는 2억건이 넘는다. 돈벌이가 되는데 그냥 둘 포털 회사가 아니다. 접속하면 뉴스부터 뜨게 만들고, 실시간 검색 순위에 오른 뉴스를 찾아보는 이용자의 심리를 이용해 눈에 잘 띄는 곳에 실검 순위를 배치하는 것도 따지고 보면 일종의 상술이다. 그러다 보니 이용자들은 검색순위 조작의 유혹을 받는다. 실제 일부 기업들은 실검 순위를 버젓이 상업적 목적으로 이용하곤 한다. 포털은 알고도 이를 묵인한다.공룡 포털이 여론을 좌지우지해 그 폐해가 도를 한참 넘었다는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조국 논란은 특정 세력이 순식간에 인터넷 여론을 왜곡·조작할 수 있음을

  • [참성단]대통령의 화법

    [참성단]대통령의 화법 지면기사

    불편한 몸에도 미국 초유의 4연속 대통령으로, 대공황을 극복하고 2차 세계대전을 승리로 이끈 루스벨트가 좌절과 실의에 빠진 국민을 달래 국론을 하나로 모으고 난국을 이겨낸 데는 그의 뛰어난 화술 덕이 컸다. 그래서 주일마다 라디오 전파를 타고 미 전역으로 퍼져나갔던 그의 노변정담(爐邊情談)을 국정을 이끌어 간 원동력으로 보는 전문가들이 많다. 친구끼리 또는 가족끼리 때로는 할아버지가 손자들을 모아놓고 옛날 이야기를 하듯 솔직하고도 다정하게 던진 한마디는 국민들의 피부에 닿아 공감대를 형성시키는 매개체가 되었다. 노변정담을 청취한 미국 국민들은 자신들은 혼자가 아니며, 이런 대통령이라면 함께 어떤 위기가 닥쳐도 극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루스벨트와는 정 반대의 방법으로 국가를 경영하고 국민을 이끌어 나간 대통령도 있다. 프랑스의 상징 드골 대통령. 그는 화법을 떠나 기자회견 자체를 싫어했다. 1961년 프랑스를 방문했던 미국의 젊은 대통령 존 F. 케네디에게 '기자회견 무용론'을 설파했을 정도다. "기자회견을 하지 마세요. 신비로움과 위신이 사라지게 됩니다." 드골은 이 말을 자신의 회고록에도 적었는데 기자회견을 너무 자주 하면 가려져야 할 부분까지 노출되어 지도력에 흠이 간다는 것이다.43세의 젊은 나이에 적절한 어휘를 골라, 가장 감동적인 메시지를 기자회견을 통해 국민에게 전하는 것을 너무도 좋아했던 케네디가 드골의 말에 어떤 반응을 보였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미국에 돌아간 케네디는 여전히 대국민 메시지를 위한 기자회견을 즐겼다. 반대로 "권위는 위신 없이 성립될 수 없고, 위신은 세속과의 격리 없이는 성립할 수 없다"고 단언했던 드골은 1969년 국민투표에서 패하며 정계 은퇴를 선언했다.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를 둘러싼 논란으로 국론이 분열되고 있는 와중에 그동안 침묵으로 일관하던 문재인 대통령이 모처럼 입을 열었다. 어제 동남아 3개국 순방길에 오르면서다. 문 대통령은 공항에서 측근들에게 "조 후보자 가족을 둘러싼 논란이 있는데 대입 제도 전반을 재검토해 달라"고 지

  • [참성단]8년 만의 현대차 무파업

    [참성단]8년 만의 현대차 무파업 지면기사

    정부가 공식적인 경기지표를 들이대며 아무리 불황이 아니라고 강조해도, 대중들은 집단적인 체감 지수를 통해 불황을 실감한다. 여성들이 감각적으로 반응하고 공감하는 패션분야는 비공식 불황지수의 보고다. 화장품 브랜드인 에스티 로더가 발표한 '립스틱 지수'와, 경쟁사인 로레알이 밀고 있는 '파운데이션 지수'가 대표적이다. 불황일 때는 저렴하고 화장효과가 즉각적인 기초화장품이 잘 팔린다는 것이다. 불황 때 여성들의 치마길이가 짧아진다는 '스커트 지수'는 실제 호황 때 치마길이가 짧아진다는 연구결과로 신뢰도가 확 떨어졌다. 이를 '헴라인(치맛단) 지수'가 대체했다. 비싼 실크 스타킹을 드러낼 만큼 치마길이가 짧아지면 호황이고, 스타킹 살 돈이 없어 치마가 길어지면 불황이라는 것이다.2008년 금융위기 시절 미국에서는 비공식 경기지표가 다수 등장했다. '불법 입국자 국경 체포지수'는 미국 국경을 넘다가 체포된 멕시코 불법 입국자의 증감을 미국 경기의 선행지표로 봤다. 체포 인원이 감소하면 경기가 안좋은 징조라는 것이다. 미국 체류 히스패닉의 본국 송금액이 줄어들면 불황이라는 '이민자 본국 송금지수'나, 불황 때는 라떼 판매가 줄고 레귤러 커피 판매가 늘어난다는 '스타벅스 라떼 지수'도 있다.한국의 대표적인 비공식 불황지수는 익히 알려진대로 '포터 지수'다. 1톤 트럭 포터의 판매량이 경기향방과 자영업자 추이를 보여주는 실물 지표로 활용된지 오래다. 판매량 증가는 불황의 증거다. 포터가 올해 현대자동차의 베스트셀러라니 걱정이다.그 포터를 만드는 현대자동차 노사가 엊그제 분규 없이 임금단체협상에 합의했다. 대표적인 강성노조인 현대차 노조가 8년만에 파업을 안한다는 소식을 언론이 대서특필하고, 울산시와 시의회는 "감사하고 환영한다"고 환호했다. 우리 사회와 경제에 미치는 현대차 노조의 영향력을 새삼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노조는 무파업 결단 이유에 대해 "한반도 정세와 경제 상황, 자동차산업 전반을 심사숙고했다"며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폐기와 화이트 리스트 배제 등도 잠정합의

  • [참성단]저어새의 하소연

    [참성단]저어새의 하소연 지면기사

    '카타울라쿠스 무티쿠스'라는 종의 개미가 물난리에 대처하는 방식은 흥미롭다. 이들은 속이 빈 대나무 줄기 안에서 사는데, 비가 많이 와 물이 차면 물을 잔뜩 마신 뒤 집에서 몇㎝ 떨어진 곳에 오줌을 싸는 식으로 물을 퍼 나른다. 차라리 도망을 가는 게 나을 듯한데, 폭음과 배설로 몸을 혹사하다 죽는 일이 다반사다. '꼬리치레'라는 새는 근처에 뱀이 나타나면 날개춤을 추며 뱀 주변을 맴도는 무모한 행동을 한다. 다윈의 적자생존의 법칙에 반하는 다양한 연구 결과를 풀어놓은 '다윈, 당신 실수한 거야'란 책에는 이처럼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행동을 하는 동물들이 등장한다.이 책에 실릴 정도는 아니지만 인천에서도 10여 년 전 고정관념을 뛰어넘는 새가 등장한 적이 있다. 바로 천연기념물 제205-1호이자 멸종위기 1급 보호조류인 저어새다. 저어새가 주목받은 이유는 새의 입장에서 거들떠 보지도 않을 것 같은 장소에 둥지를 틀었기 때문이다. 도시, 그것도 공단 내 유수지의 인공섬에서 알을 낳고 새끼를 키우기 시작한 것이다. 인근에 먹이가 풍부한 갯벌이 있고 사람들의 손길이 닿지 않는 점 등 저어새에게 매력적인 요인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공장지대를 거친 빗물이 유입돼 수질이 나쁠 뿐 아니라, 바닥은 조금만 파도 악취가 날 정도이며 인근 도로의 소음과 먼지 또한 상당한 곳을 보금자리로 삼은 것에 대해 많은 사람이 의아해 했다.어쨌든 '저어새네트워크'를 비롯한 인천시민들은 "오죽했으면 이 더러운 곳에 들어와 살까"하고 안쓰러워 하며 이들을 보살폈고 이에 힘입어 저어새는 지금까지 인공섬을 번식지로 삼고 있다. 이처럼 인천과 각별한 인연을 맺은 저어새가 얼마 전 경인일보를 통해 하소연을 털어놓았다. 저어새 1인칭 시점으로 구성한 기획기사였다.듣고 보니 저어새의 불안감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재작년만 하더라도 인공섬에서 새끼 233마리가 살아남았는데 작년에는 46마리, 올해에는 15마리만 살아남았다는 것이다. 한 동물이 헤엄을 치고 건너와 알을 깨 먹기 때문이라는데, 저어새는 유력한 용의자로 너구리를

  • [참성단]조국(曺國) 수호에 나선 문학인들

    [참성단]조국(曺國) 수호에 나선 문학인들 지면기사

    장 폴 사르트르는 저서 '문학이란 무엇인가'에서 "작가의 기능은 아무도 이 세계를 모를 수 없게 만들고, 아무도 이 세계에 대해서 '나는 책임이 없다'고 말할 수 없도록 만드는데 있다(문학이란 무엇인가)"고 밝혔다. 소설을 쓰든 시를 짓든 문학인들은 동시대를 서사하고 동시대의 대중들을 시대의 주역으로 각성시킬 의무가 있다는 주장 정도로 해석해 본다.빅토르 위고의 '레미제라블'에서 주인공의 개과천선 스토리만 쏙 빼내 문고판 정도로 정리하면 한국판 '장발장'이 된다. 완역본이 나오기 전 한국 청소년들은 '레미제라블'을 '장발장'으로 읽었다. 하지만 책 두께로 인해 '벽돌'로 불리는 원본 '레미제라블'은 장발장이 머물렀던 프랑스 당대에 대한 서사가 핵심이다. 장발장이 은촛대를 훔쳤던 성당 내부의 묘사가 장황하고, 팡틴느를 불행에 빠트린 프랑스 중산층의 연애풍속이 지루하게 이어지고, 장발장과 자베르의 운명이 결정된 프랑스의 1832년 6월 봉기에 대한 서사는 난해하다. 완독 자체가 고역이다. 하지만 당대의 사람과 제도, 건축, 풍속, 정치, 역사에 대한 서술로 주인공들은 무한한 생명력을 발휘한다.동시대의 기록자 역할을 감당할 때 작가의 가장 큰 고통은 시대 전체에 대한 관찰과 통찰의 고단함일 것이다. 그런 점에서 지금 우리 시대를 살아가는 작가들의 고민과 고통이 클 것으로 짐작한다. 보수의 타락과 진보의 위선으로 삶의 정신적 기반은 모호해지고 인간 본성에 대한 회의는 짙어지고 있다. 촛불이 새로운 길을 열었던 것인지, 열 것인지 의심스럽다. 이 시대와 대중은 공화파와 왕정파가 격돌한 1832년 6월 봉기만큼이나 역동적이고, 그 현장 한 가운데 섰던 장발장과 같다.소설가 이외수는 "(이명박, 박근혜 시절) 당시에 비하면 조족지혈도 못 되는 사건에 송곳니를 드러내는 모습들"이라고 했다. 공지영은 "문프(문재인 대통령)가 조국이 적임자라고 하니 그를 지지한다"고도 했다. 시인 안도현은 "물어뜯기는 조국 보다 물어뜯으려고 덤비는 승냥이들이 더 안쓰럽다"고 한다. 이 시대를

  • [참성단]'코리아 디스카운트'

    [참성단]'코리아 디스카운트' 지면기사

    한국 기업의 가치가 외국기업의 가치에 비해 저평가된 현상을 코리아 디스카운트(Korea discount)라고 한다. 2000년대 초반 한국 증시가 종합주가지수 500~1천의 박스권에 갇힌 채 요지부동이었다. 한국 기업들의 가치가 홍콩·싱가포르 기업들의 절반이 안되고, 심지어 대만·태국·말레이시아 기업에 비해서도 30% 이상 낮게 평가받는 이상현상을 설명하는 용어로 국제금융시장에서 통용됐다.그 무렵 전문가 그룹이 꼽았던 코리아 디스카운트 요인은 북핵문제 등 지정학적 불안요인, 불투명한 기업 지배구조와 회계, 노동시장의 경직성 등이다. 북한은 걸핏하면 한반도 긴장을 조성하고, IMF 사태에서 보듯이 재벌 총수들은 무책임 경영과 회계부정으로 기업을 장악하고, 소수 정예 노동단체의 경영개입이 일상화 됐으니 한국기업을 제값 쳐주기 힘들다는 분석이었다.그 때로부터 10여년이 훌쩍 지난 지금 주가지수는 2천대 전후로 치솟고 삼성은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코리아 디스카운트 현상이 해소됐는지는 의문이다. 핵무장을 완료한 북한은 대한민국 대통령을 막말로 호령하며 연일 미사일을 쏴대고 있다. 회계부정과 편법 상속으로 검찰에 불려다니는 재벌 총수들의 오너 리스크는 여전하며, 만능 노조로 인한 노조 리스크는 고질이 됐다. 결정적으로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악화시키는 새로운 요소가 등장했으니, 바로 정치 리스크다.보수와 진보가 교대로 집권하면서 복지 포퓰리즘 경쟁을 벌이는 바람에 나라 곳간이 비어간다. 집요한 집권의지로 서로를 말살하는 정치적 학살을 감행한다. 산업화 세력인 보수는 박근혜 국정농단 사태로 디스카운트 됐다. 이제는 조국 사태로 386 민주화 세력인 진보의 디스카운트가 진행 중이다. 앞으로 대한민국 연구 논문은 국제학회에서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감수해야 할 판이다. 아무튼 땡처리 수준으로 디스카운트된 보수와 진보가 막장 정치를 펼치니 국격이 흔들린다. 국격이 흔들리니 북한은 물론이고 중국이 대놓고 대한민국을 무시하고, 러시아 군용기가 영공을 침범한다. 미국과 일본은 대한민국을 성가신 존재로 취급한다.지금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