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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참성단]태풍 풍년

    [참성단]태풍 풍년 지면기사

    올들어 우리나라에 영향을 준 태풍은 모두 7개다. 1951년 기상청이 태풍을 관측한 이래 가장 많다. 마음도 심란한데 태풍 하나가 또 올라올 모양이다. 19호 태풍 '하기비스'다. 현재로선 일본 관통이 유력하지만, 세력이 워낙 강해 우리나라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만일 피해가 발생한다면 2019년은 '태풍 풍년의 해'로 기록될 것이다.태풍으로 불리는 열대성 저기압은 북서 태평양 서쪽 북위 5~25도, 동경 120~160도의 열대 해상에서 연평균 27개가 생성된다. 보통 6월부터 10월까지 발생하는데 이 중 9, 10월 '가을 태풍'이 가장 무섭다. 2002년 9월 246명의 인명을 앗아가고 5조원 이상의 재산 피해를 낸 '루사', 2003년 9월 '매미', 그리고 849명의 인명피해를 내며 한반도를 초토화한 1959년 9월의 '사라'는 모두 '가을 태풍'이었다.가을 태풍이 강력한 건 지구온난화로 인한 해수 온도 상승 때문이다. 해수 온도가 상승하면 이를 에너지 삼아 태풍은 더욱 세진다. 2013년 11월 초속 105m로 필리핀을 강타해 1만2천명의 사망자를 기록한 초특급 태풍 '하이엔'은 해수 온도 31℃에서 발생했다. 가을 태풍이 고약한 또 다른 이유는 북태평양 고기압 때문이다. 여름에는 강한 북태평양 고기압이 발생해 올라오는 태풍을 막아주지만, 가을에는 북태평양 고기압이 수축하면서 우리나라 쪽으로 찬바람이 내려오는 통로를 만들어준다. 찬바람이 열대성 저기압과 만나면 한반도에는 강력한 대기 불안정이 형성된다. 이 때문에 더 많은 비가 내리고 바람도 더 강해지는 것이다.이런 태풍 말고도 지금 우리는 '조국 퇴진'을 원하는 열대성 저기압과 '조국수호'를 바라는 북태평양 고기압이 만나 발생한 불안한 대기의 영향으로 두 달째 시달리고 있다.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불청객 태풍은 인력으로 막을 수 없지만, '광화문파'와 '서초동파'로 갈라진 찬반 집회는 인력으로 충분히 막을 수 있다. 그런데 그 힘을 가진 문재인 대통령이 "정치적 사안에 대해 국민의 의견

  • [참성단]'은행 악취' 유감(有感)

    [참성단]'은행 악취' 유감(有感) 지면기사

    "한줄기 미풍에도 얇은 금편(金片)들 떨어져 내려/···//알몸인 이 몸에 그 정결한 금편들 닿으면/ 녹아서 이내 부드럽게 금칠하리/ 마침내 이 몸이 그냥 그대로 생불(生佛)될 때까지." 시인 박희진은 '방학동 은행나무'의 황금색 낙엽을 맞으며 성불을 꿈꿨다지만, 보통 사람들도 샛노란 잎들로 단장한 은행나무를 보면 가을을 직감하고 생각이 깊어지기 마련이다.사람들 감성을 파고드는 신령스러운 기운과 아름다운 자태 뿐만 아니라, 은행나무의 실용성도 독보적이다. 잎은 혈액순환 개선에 탁월한 효과가 있는데, 특히 우리나라 은행잎의 약성이 좋아 한때 독일 제약회사들이 싹쓸이해 갔던 시절도 있었다. 우리가 은행이라 부르는 종자는 진해·거담 작용을 하는데, 포장마차 술안주에서부터 고급 한식 재료에 오르는 등 빈부 격차 없이 즐겨 온 식재료이기도 하다. 재질이 물러서 다루기 쉽고 무늬가 아름다운데도 변형이 없는 은행나무는 고급가구와 바둑판의 최상급 목재로 손꼽힌다.신은 다 주지 않는다더니, 은행나무에게도 치명적인 약점이 있다. 종자를 감싼 과육이 터질 때 번지는 엄청난 악취가 그것이다. 냄새가 너무 고약해 비위가 약한 사람들은 은행 과육으로 도배된 길을 걷는 일 자체가 고역이다. 은행 냄새는 과육안에 있는 은행산, 빌로볼 성분 때문인데 과육 속 씨앗을 지키기 위한 은행나무의 생존 전략이다. 은행나무 입장에서는 모든 걸 다 주고도, 종을 지키려는 최소한 자위권 때문에 수난을 당하니 억울할 만하다.가을이면 은행 악취 대책을 요구하는 민원으로 지방자치단체들이 몸살을 앓는 게 연례행사가 됐다. 대책은 과육이 열리는 암나무를 수나무로 교체하거나 아예 가로수 수종을 교체하는 것인데, 아무래도 돈이 들고 시간이 걸린다. 최근엔 이산화탄소 흡수율이 높은 은행나무의 대기오염 방지 효과를 옹호하며 수종 교체를 반대하는 역민원도 있다니, 자치단체들은 이래저래 골치 아프게 됐다.광장과 거리를 묵묵히 지켜 온 은행나무다. 요근래 대한민국 광장과 거리는 비난과 욕설, 궤변과 망언을 토해내는 수십만 인파들의 구취(口臭)에 취해 비틀거린다

  • [참성단]프로파일러

    [참성단]프로파일러 지면기사

    1940년부터 16년간 30여 개의 폭발물을 뉴욕 그랜드 센트럴 역, 라디오 시티 뮤직홀 등 공공장소에 설치해 시민을 공포에 떨게 한 '미친 폭탄마' 조지 메테스키를 붙잡은 건 정신과 의사 제임스 브러셀의 도움이 컸다. 브러셀은 폭발 현장의 사진과 범인이 신문사에 보낸 편지들을 종합해 그의 성격 등 범인의 윤곽을 정확히 짚어냈다. '아버지를 증오하고 어머니를 병적으로 사랑하는 편집증 환자. 코네티컷 주에 거주하고 있으며 40대의 뚱뚱한 남자로 독신. 더블 양복을 주로 입고 다니는 가톨릭 신자.'실제 경찰이 메테스키를 검거했을 때 놀랍게도 그는 더블 양복을 입고 있었다고 한다. 이 사건은 프로파일링, 즉 범죄심리 분석의 시작으로 꼽힌다. 미 연방수사국(FBI)이 브러셀에게 배운 요원을 중심으로 행동과학부를 설립한 것은 1972년이다. FBI는 미 전역의 교도소에 있는 살인범들을 일일이 만나 인터뷰를 하면서 살인자의 심리구조를 방대하게 집대성했다. 그럼에도 사건보고서와 현장사진만을 가지고 범인을 추정하는 프로파일링이 현장에 보급될 때는 일선 형사들로부터 큰 불신을 받았다. 넷플릭스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마인드 헌터'는 프로파일러의 시작 과정을 세밀하게 다룬 드라마다.우리의 프로파일링 역사도 짧다. 2000년 경찰에 범죄행동분석팀이 신설되고, 2005년 심리학 ·사회학 전공자를 특채해 전문 교육을 한 후 일선에 배치했다. 처음엔 시행착오도 있었지만, 이들은 범인이 범죄현장에 남긴 작은 증거와 눈에 보이지 않는 범행 성향을 조사하여 대략적인 범인의 특성과 성격·행동유형·직업·나이 등 '프로파일'을 추론해냈다. 수사의 실마리를 찾기 어려운 '묻지마 범죄'나 현장에 증거를 남기지 않으려는 지능범이 활개를 치는 요즈음 프로파일러의 활약은 눈부시다. 화성 사건의 용의자로 이춘재의 존재가 밝혀지면서 9명의 프로파일러가 투입됐다. 이들은 이춘재와 대화를 통해 모방범죄로 알려진 8차 사건을 포함해 모든 사건이 자신의 범행이라는 진술을 받아냈다. 이외에도 4건의 살인사건과 30여 건의 성폭행 사건도 추가

  • [참성단]참여연대

    [참성단]참여연대 지면기사

    1990년대 이후 국가권력에 대한 견제와 감시 및 비판기능을 겸비한 시민단체가 크게 늘었다. 민주화 영향이 컸다. 모두 시민에 의해 자발적으로 조직된 비영리, 비정부, 비정당 단체다. 국가권력이나 특정정당의 영향력에서 벗어나 오롯이 국민권익을 위해 사회 각 분야에서 활발한 운동을 전개하면서 어느새 하나의 권력이 됐다. 부작용도 커졌다. 이념적인 편향성과 특정 정당을 지지하는 경향이 뚜렷해졌다. 시민단체 활동을 정치기반으로 삼으려는 정치 지망생도 크게 늘었다.우리나라 대표 사회단체인 참여연대는 권력을 감시하고, 사회 개혁을 위해 1994년 9월 10일 설립했다. 뜻을 함께하는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연대해 정책과 대안을 제시하며 참여 민주사회 건설이 목적이다. 초기에는 대주주의 횡포에 맞서 소액주주 운동을 벌이는 등 시민들로부터 큰 호응을 받았다. 그러나 폐쇄적인 조직문화, 특유의 정파성과 이념적 편향성에 소수 엘리트가 주축이 돼 권력과 유착하면서 '시민 없는 시민단체'라는 지적도 받았다. 참여연대 창립 이후 전·현직 임원 400여명 중 3분의 1에 달하는 150여명이 청와대와 정부 고위직, 산하 각종 위원회 위원 등의 자리를 꿰차 '신 권력연대'라는 소리를 들은 것도 그래서다.조국 법무부 장관은 2000~2002년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부소장을 맡았다. 2004~2005년까지는 사법감시센터 소장을, 2007~2008년에는 참여연대 운영위원회 부위원장까지 지냈다. 그래서인지 참여연대는 이번 조국 사태로 내놓은 7번의 논평 중 도덕성에 대한 직접적인 비판은 단 한 번도 하지 않아 '내 식구 감싼다'는 비난에 직면했다. 이런 와중에 김경율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소장이 "조국 펀드가 권력형 범죄로 비화할 수 있다"고 공개적으로 지적하자, 김 소장을 징계위에 넘기는 일이 벌어졌다.김 소장은 조 장관을 옹호하는 시민사회단체 소속 회원들을 향해서도 "구역질이 난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참여연대는 "김 소장 개인적인 견해일 뿐"이라며 입을 닫고 있다. 민낯이 고스란히 드러난 참여연대 입장에선 이번

  • [참성단]쓸쓸한 참성단

    [참성단]쓸쓸한 참성단 지면기사

    해마다 개천절이 되면 지역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곳이 있다. 강화도 마니산 정상에 있는 참성단이다. 참성단은 한반도 남쪽에서 가장 오래된 단군 유적이다. 단군이 하늘에 제사를 지낸 곳으로 전해지는 이곳에서는 해마다 개천절이면 '개천대제'(開天大祭)가 열린다. 기록에 따르면 고려의 원종은 직접 참성단에 올라 제사를 올렸고 이후에도 조정에서는 가뭄이나 홍수 등 어려운 일이 있을 때마다 관리를 파견해 제사를 지냈다. 일제강점기를 제외하고 개천대제의 전통은 삼국시대와 고려· 조선시대를 거쳐 현재에 이르고 있다. 종교의식을 따르고는 있지만 현대에 이르러 개천대제는 민족의 문화와 얼을 계승하고 전통과 현대가 조화를 이루는 문화행사를 지향하고 있다. 집례자들이 강화군수, 강화군의회의장 등 종교인이 아닌 공직자로 구성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단군신화에 보면 단군의 셋째 아들인 부소는 세상에 전염병이 돌자 부싯돌로 불을 만들어 없애 버렸다. 개천대제에서도 하늘의 불을 선녀가 채화하는 엄숙한 의식이 행해진다. 강화지역 여고생 중에서 선발된 7선녀가 제천무(祭天舞)를 추고 참성단 계단을 사뿐히 내려와 향로에 불을 붙이는 모습은 개천대제의 백미다. 이 장면은 해마다 지역신문의 1면을 장식할 정도로 인상적이다. 이처럼 1년 중 개천절에 딱 한번 민족의 뿌리와 정체성을 확인시켜주는 장소인 참성단이 올해 쓸쓸한 개천절을 맞게 됐다. 아프리카돼지열병이 퍼지는 바람에 개천대제 부활 후 처음으로 행사가 취소된 것이다. 돼지열병의 확산방지가 급선무인 터라 어쩔 수 없었겠지만 씁쓸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 달리 표현하면, 인간 세상에 이로움을 주기 위해 선녀가 불을 붙이고, 국난을 극복하기 위해 선조들이 구슬땀을 흘리며 오른 곳이 참성단인데, 후손들은 가축전염병으로 힘들어 하면서도 정작 참성단을 외면한 것 아닌가. 이색이 시를 통해 '이 몸이 몇번이나 이곳을 찾을 수 있을는지'라며 아쉬워했듯이 참성단은 선조들에게 각별한 곳이다. '강화도, 미래신화의 원형'이란 책의 저자인 이동연 작가는 '강화도는 구슬과 같은 땅'이라

  • [참성단]노벨상 시즌

    [참성단]노벨상 시즌 지면기사

    잘못된 부고 기사가 없었다면 노벨상은 탄생하지 않았을지 모른다. 오보 문제가 나올 때 늘 거론되는 알프레드 노벨의 부고 얘기다. 다이너마이트 발명으로 막대한 부를 일궜던 스웨덴 기업가 노벨은 1888년 프랑스의 한 신문에 실린 자신의 부고를 보고 깜짝 놀랐다. 신문사가 칸에 살던 형 루드비히의 죽음을 잘못 알고 부고를 낸 것. '죽음의 상인이 사망했다'는 부고 제목은 말할 것도 없고 "알프레드는 더 많은 사람을 빨리 죽이는 방법을 찾아 돈을 모았다"는 내용에 노벨이 받은 충격은 컸다. 가뜩이나 다이너마이트로 인명이 살상되는 것을 목격해 마음이 무겁던 노벨은 죽기 1년 전인 1895년 '인류에 가장 큰 공헌을 한 사람에게 재산을 상금으로 준다'는 유언을 남겼다. 세계 최고의 영광이라 일컬어지는 노벨상이지만 선정과 수상과정에 논란이 끊이질 않았다. '20세기의 성자' 마하트마 간디가 노벨평화상을 수상하지 못했던 반면, 히틀러와 스탈린 같은 독재자가 평화상 후보로 오르는 일도 있었다. 수상 거부도 심심찮게 일어났다. 1958년 '닥터 지바고'로 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보리스 파스테르나크가 수상을 거부해 큰 파문이 일었다. 장 폴 사르트르도 1964년 문학상 수상을 거부하면서 "문학적 우수성을 놓고 등급을 매기는 것은 부르주아 사회의 습성"이라고 이유를 댔다. 1973년 평화상 수상자로 지명된 레둑토 베트남 전 총리는 "아직 베트남에 진정한 평화가 오지 않았다"며 수상을 거부하기도 했다.노벨상 계절이 돌아왔다. 7일 생리의학상을 시작으로 8일 물리학상, 9일은 화학상 수상자가 발표된다. 문학상은 10일, 평화상은 11일이고 경제학상은 14일이다. 특히 과학 분야에서는 지난해까지 118년간 생리 의학·물리·화학 등 607명의 수상자가 나왔다. 수상자 가운데 97%(587명)가 남성일정도로 여성에게 인색하기로 유명하다. 노벨위원회가 늘 성차별의 중심에 서 있는 이유다. 올해 역시 노벨상 후보로 거론되는 인사들 명단에서 한국인을 찾기 어렵다. 이명박 정부 시절인 지난 2011년 '노벨상

  • [참성단]트럼프와 우크라이나 게이트

    [참성단]트럼프와 우크라이나 게이트 지면기사

    재선을 앞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심각한 정치 위기에 빠졌다. 우크라이나 게이트의 지옥문이 열린 탓이다. 미 언론들은 닉슨 대통령을 자진 사퇴 시킨 워터게이트와 견주어 대통령에 대한 비판 수위를 높이고, 민주당은 하원 6개 위원회 조사 개시로 대통령 탄핵절차에 착수한 상태다.우크라이나 게이트 전말의 발단은 민주당의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다. 오바마 행정부의 부통령이었던 바이든이 자신의 아들이 취업한 우크라이나 에너지 업체를 수사하는 검찰총장의 교체를 당시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요구해 관철했다고 한다. 미국의 10억달러 대출보증 보류 위협이 제대로 먹혔다고 한다.트럼프가 이를 알고 우크라이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과 정상 통화를 통해 바이든 부자에 대한 조사를 종용하고, 젤렌스키는 적극 호응했다는 것이다. 트럼프 또한 젤렌스키를 압박하기 위해 우크라이나 군사원조 카드를 활용했다고 한다. 이같은 내용을 전해 들은 내부고발자가 상·하원 정보위원장에게 내부고발장을 발송했고, 결국 공개되면서 트럼프 탄핵정국이 급물살을 타게 됐다.트럼프로서는 민주당 유력 대선 후보인 바이든을 쳐내려다, 본인의 발등을 찍은 셈이니 환장할 일일 테다. 하지만 권력자의 거짓말에 단호한 미국과 미국인은 외세를 끌어들여 미국을 모욕하고 이를 은폐하려 한 트럼프를 정조준하고 있다.워터게이트로 궁지에 몰린 닉슨은 법무장관에게 특별검사 해임을 명령했지만 장관은 이를 거부하고 사임했다. 그러자 장관대행이 된 부장관에게 다시 명령했지만 그 또한 사표를 던지고 물러났다. 그런 미국에서 하원이 탄핵절차를 밟고 있으니 문제는 심각하다."나는 사기꾼이 아니다"며 항변한 닉슨은 하원이 탄핵안을 가결하기 직전 스스로 사임했다. 하지만 트럼프는 닉슨과 다르다. "내부고발자는 스파이"라며 비난하고 "하원정보위원장은 사기와 반역죄로 조사받아야 한다"고 역공에 나섰다. 탄핵 처지에 몰린 이유를 설명하지 않고, 탄핵 메신저에 대한 공세로 물타기에 나선 느낌이다. 이 미묘한 기시감은 뭔가 싶다.아무튼 최대의 정치위기에 몰린 트럼프의 다음 행보가

  • [참성단]지식인의 이중성

    [참성단]지식인의 이중성 지면기사

    계몽주의 사상가 장 자크 루소는 교육철학에서 한 획을 그었지만 실제로는 자식들을 보육원에 내다 버린 비정의 아버지였다. 노동자의 해방을 부르짖었던 카를 마르크스는 가정부에게 임금을 주지 않고 무려 45년간이나 노동력을 착취했다. 어니스트 헤밍웨이는 병적일 정도로 거짓말을 일삼았으며, 논쟁을 즐기기로 유명한 철학자 버트런드 러셀은 자신과 의견이 다르면 상대방에게 저주를 퍼붓던 과대망상증 환자였다. 여성 해방의 주창자로 알려진 헨리크 입센은 실제로는 여성 해방에 관심이 없었던 것은 물론, 여성을 인간으로도 취급하지 않았다. 위대한 명성에 가려진 지식인들의 이중성을 파헤친 영국의 언론인 폴 존슨은 '지식인의 두 얼굴(을유문화사 刊)'에서 겉과 속이 다른 지식인의 이중성을 이렇게 신랄하게 비판한다. 폴 존슨은 책에서 지식인은 인격이 미성숙한 어린애이면서 동시에 자기 이익이 관련된 일에는 철저하게 계산된 행동을 서슴지 않는 사악한 인간이라고 주장한다. 자신의 존재를 부각하기 위해서는 자기선전, 거짓말, 기만, 표절, 허위, 위선, 직무 유기, 무력함 등 모든 악덕을 아무렇지 않게 자행한다는 것이다. 볼리비아 정글에서 체 게바라와 함께 게릴라전을 펼쳤던 행동하는 지식인 레지스 드브레는 그의 책 '지식인의 종말(원제:프랑스 지식인-연속과 종말)'(예문 刊)에서 오늘날 지식인들이 5가지 중병을 앓고 있다고 지적했다. 첫째 자신들만의 틀에 갇혀 대중과 단절된 '집단 자폐증', 둘째 공부도 안 하며 현실을 제대로 인식하지도 못하는 '현실감 상실증', 셋째 자신들이 사회의 도덕을 선도한다고 자만하는 '도덕적 자아 도취증', 넷째 들어맞지도 않는 예측을 늘어놓는 '만성적 예측 불능증', 다섯째 자신의 이름이 잊힐까 두려워 매스컴의 장단에 맞춰 설익은 견해를 유창한 언변으로 포장하는 '순간적 임기응변증'이 그것이다. 우리 사회에 말과 글이 따로 놀고, 정치적, 사상적 이중성을 당연시하는 얼치기 지식인들이 차고 넘친다. 조국사태로 드러났듯, 일부 지식인들이 학연을 바탕으로 끼리끼리 맺은 추악한 유대강

  • [참성단]주한미군 철수론

    [참성단]주한미군 철수론 지면기사

    2017년 8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핵심 측근인 스티브 배넌 미 백악관 수석 전략가가 언론에 "중국이 북한의 핵 개발을 동결시키는 대가로 미국은 한반도에서 주한미군을 철수하는 내용의 협상을 고려할 수 있다"고 말해 큰 파문이 일어났다. 배넌은 책임을 물어 곧바로 해임됐지만, 트럼프 정부 아래 주한 미군철수가 거론됐다는 점에서 우리의 충격은 컸다.주한미군 철수는 한미동맹 70여년 동안 수없이 거론됐다. 주한미군 철수론자였던 리처드 닉슨 대통령은 1969년 11월 헨리 키신저에게 "이제 주한미군 병력을 줄일 때가 됐다. 철수 실행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1970년에는 주한미군 감축 내용을 담은 '닉슨 독트린'을 발표했다. 그리고 1971년 6월 한국군 현대화를 조건으로 주한미군 1개 사단의 병력 2만명이 처음으로 철수했다. 이때부터 주한미군의 수는 꾸준히 줄어 2006년 이후 지금까지 2만8천명 선에서 유지되고 있다.지미 카터는 주한미군 철수 공약을 내걸고 당선된 대통령이었다. 그는 한국의 인권상황에도 관심이 많았다. 이 때문에 당시 박정희 대통령과 사사건건 부딪쳤다. 실제 카터가 주한미군 철수를 거론한 이유는 한국의 방위력이 크게 증강돼 미군이 한반도에 있어야 할 정당성을 상실했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철수 계획은 의회의 반대로 백지화됐지만, 실제로는 북한 지상군 규모가 남한보다 크게 앞선다는 '존 암스트롱 보고서'가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것이 후에 밝혀졌다.미 워싱턴 정가에 주한미군 철수 주장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는 소식이다. 한국을 방문한 존 햄리 미 전략 국제문제연구소(CSIS) 소장이 24일 최종현 학술원에서 열린 특별강연에서 "북한과 평화협정이 체결되면 더는 주한미군이 필요 없다는 기류가 미 의회와 외교가에 확산하고 있다"고 말해 논란이 커지고 있다.주한미군 철수론은 한미관계가 삐걱거릴 때 늘 등장했던 메뉴다. 한미관계가 예전 같지 않은 지금, 어디로 튈지 모르는 트럼프의 행보는 여전히 우리를 불안하게 한다. 더욱이 '우크라이나 스캔들'로 하원의

  • [참성단]양자물리학과 영화

    [참성단]양자물리학과 영화 지면기사

    출판계에서는 일반인을 위한 물리학 교양서를 펴낼 때 '수학방정식 하나 넣을 때마다 독자가 천 명씩 떨어져 나간다'는 말이 있다고 한다. 물리학은 그만큼 어렵다는 뜻일 것이고, 한편으로는 방정식 없이 물리 현상을 설명하는 게 불가능하다는 방증일 수도 있다. 물리학 중에서도 '양자얽힘', '불확정성' 등 난해한 용어들로 가득 찬 양자역학은 더할 나위 없다. 심지어 천재 물리학자 리처드 파인만 조차 "양자역학을 제대로 이해하는 사람은 없다"고 말할 정도였으니 일반인, 특히 비(非)이공계 출신은 오죽하겠는가.그래도 방정식을 최대한 자제(?)하면서 양자역학을 쉽게 설명하기 위해 애쓰는 교양서 저자들 덕에, 양자역학이 그렇게 낯선 용어로만 느껴지지는 않는 것 같다. 이를 보여주는 사례가 대중문화 영역인 영화에서 양자역학이 종종 등장한다는 점이다. 천만 관객을 동원한 '어벤져스- 엔드게임'에서는 양자역학이 위기 상황을 돌파하는 키 역할을 한다. '양자 수트'를 장착한 어벤져스가 시간을 거슬러가는 게 영화의 반전이다. 국내에서도 '양자 물리학'이란 제목을 단 영화가 25일 개봉했다. 그런데 줄거리를 보니 학구적인(?) 영화는 아닌 것 같다. 주인공의 양자역학적 세계관이 스크린에 조금 비치는 정도랄까. 하기야 영화 '기생충'에서 회충 한 마리 보지 못했으니 이 영화제목 또한 은유일 듯싶다.사실 전자 등 미시세계를 다루는 양자역학은 우리 생활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물리학자들은 양자역학이 없었다면 노트북이나 스마트폰도 없었을 것이라고 단언한다. 양자역학이 컴퓨터의 주요 부품인 반도체의 원리를 설명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IT강국인 우리나라야말로 양자역학을 발전시키는 데 선도적 역할을 해야 하지 않을까 싶은데 실상은 그렇지 못해 안타깝다. 구글이 양자컴퓨터 성능을 구현하는 데 성공하고 IBM이 53큐빗짜리 양자컴퓨터를 공개했다는 소식이 들려오는 등 외국에서는 상당한 진전이 이루어지고 있는 듯한데 국내에서는 양자역학과 관련한 낭보를 듣기 어렵다. 오히려 양자암호통신 관련 예산이 전액 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