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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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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도척과 어부의 교훈 지면기사
장자는 유가(儒家)의 허위의식을 통렬하게 비판한다. 만물은 본성을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스스로의 도와 덕으로 공존할 수 있는 걸, 번거롭게 인의예악으로 질서를 세워 왜 쓸데없이 분란을 만드느냐는 비판이다. 장자 잡편에서 공자가 큰 도둑 도척과 무명의 어부에게 망신당하는 장면은 유가 비판의 결정판이다.공자가 잔인무도한 도척을 교화하겠다고 큰 소리쳤다. 공자는 도척에게 성인의 풍모를 가지고 도둑이라 불리니 애석하다며, 그가 마음만 고쳐 먹으면 존경받는 제후가 되도록 도와주겠다고 제안한다. 도척의 답변 요지가 이랬다. "너야말로 거짓말과 위선으로 세상의 군주들을 홀리며 부귀를 구하니 너 보다 큰 도둑이 없다. 세상 사람들이 너를 도둑이라 부르지 않고 나를 도둑이라 부르니 이해할 수 없다." 공자는 사색이 된 채 허둥지둥 물러났다.공자는 길에서 만난 어부가 현자임을 대번에 알아 본 뒤 "천하의 안정을 위해 각국을 돌면서 유세했지만 여기저기서 박대 받았는데 이유를 모르겠다"고 이유를 묻는다. 어부는 공자를 그림자를 떨쳐 버리려 죽을 때 까지 전력질주한 사람에 비유했다. "그늘에서 쉬면 될 걸 어지러운 발자국만 남겼다"고 애석해 하며, 명성과 업적은 다른 사람에게 주고 제 한 몸 돌보는 것이 좋을 거라 충고한다.유가의 비조인 공자가 큰 도둑과 평범한 어부에게 망신당하고 가르침을 받았다는 이야기는 실제가 아니라 지어낸 허구다. 또한 춘추 시대의 공자를 전국 시대의 장자가 도둑과 어부를 앞세워 비판했으니, 공자 자신이 반박할 수 없었던 점도 아쉽다. 다만 천하경영에 나선 치자(治者)의 처세를 경계하는 우화로는 효용이 높다.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가 어제 "개혁주의자가 되기 위해 노력했지만 아이 문제에는 불철저하고 안이한 아버지였다"고 딸의 논문 제1저자 등재 의혹에 대해 사과했다. 하지만 "저와 제 가족이 고통스럽다고 해서 짊어진 짐을 내려놓을 수 없다"며 장관 후보 사퇴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그런데 조 후보가 세상을 전력질주 하면서 남긴 발자국이 너무 많다. 대중이 알던 조국과, 그의 그림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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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꿈의 구장'과 야구박물관 지면기사
1989년 개봉한 '꿈의 구장(Field of dreams)'은 옥수수밭에 야구장을 지으면서 펼쳐지는 판타지를 다룬 영화다. 영화의 모티브는 미 프로야구의 흑역사 '블랙삭스 스캔들'에서 따왔다. 시카고 화이트 삭스와 신시내티 레즈가 맞붙은 1919년 미 프로야구 월드시리즈. 승부는 막강한 전력의 삭스가 싱겁게 끝낼 것으로 모두 예상했지만, 결과는 반대였다. 다음 해 가서야 삭스 선수들이 고의적으로 패배했다는 것이 밝혀졌다. 팬들은 경악했다. 승부조작에 가담한 8명의 선수는 영구제명됐다.영화는 평범한 옥수수 농장주 레이 킨셀라 (케빈 코스트너)에게 매일 밤 들리는 환청으로 시작한다. '그것을 만들면 그들이 올 것이다'. 킨셀라는 옥수수밭을 갈아엎고 조명까지 갖춘 멋진 야구장을 만든다. 이웃의 반응은 조롱과 냉담. 그러던 어느 날, 옥수수밭 사이로 한명의 선수가 수줍게 걸어 나온다. 타이 캅과 늘 타격왕을 겨루던 '맨발의 조' 조 잭슨이다. 그렇게 한 명 또 한 명, 삭스에서 제명된 선수 8명이 옥수수 야구장을 찾아온다는 줄거리다. 마치 꿈에서나 있을 법한 얘기다. 한국에서 이 영화의 흥행은 저조했다. 우리의 정서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야구라면 자다가도 일어나는 미국에서는 달랐다. 흥행은 말할 것도 없고, 이 판타지 영화가 준 울림은 상상 이상이었다. 영화에서 옥수수 구장을 찾은 '맨발의 조'가 킨셀라에게 "여기가 천국인가요?"라고 묻는 대사가 나오자 극장마다 관객의 박수가 터져 나왔다고 한다. 눈물을 흘리는 관객도 많았다. '꿈의 구장'은 미국인의 로망이 됐다.영화 '꿈의 구장'이 현실이 된다. 내년 8월 14일 시카고 화이트삭스와 뉴욕 양키스의 메이저리그 정규시즌 경기가 실제로 미국 아이오와주의 다이어스 빌 농장에 조성되는 특별야구장에서 치러지기 때문이다. 이 농장은 실제 '꿈의 구장'이 촬영된 곳이기도 하다. 1910년부터 1990년까지 화이트삭스가 홈구장으로 사용했던 코미스키파크를 재현한 8천석 규모의 야구장 공사가 지난 14일 착공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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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대마초 코미디 지면기사
'누구든 중독된 자 있거든 내게 돌을 던져라'. 십수 년 전 발간된 '대마초는 죄가 없다'라는 책의 표지에 실린 문구다. 대마초의 합법화, 비범죄화를 주장하는 이 책은 발간 당시만 하더라도 제목만큼이나 파격적이었다. 지금은 어떨까?같은 마약류로 분류되지만 필로폰, 코카인 등에 비해 대마초에 대한 우리 사회 구성원, 특히 젊은 층의 인식은 상대적으로 관대한(?) 것 같다. 아마도 다른 마약류와 달리 중독현상과 금단현상이 없고, 미국 일부 주와 캐나다 등 여러 국가가 대마초를 합법화했기 때문이지 않나 싶다. 대마초 관련 보도가 나올 때마다 대마초의 합법화를 주장하는 댓글 또한 적지 않은 것이 이를 방증한다. 오프라인에서도 마찬가지로, 대마초를 피운 혐의로 다섯 차례 구속된 전력이 있는 한 여배우는 방송에 나와 "대마초가 마약이라는 근거를 달라"고 정부에 대놓고 요구하기도 했다.이러한 분위기에 편승해서인지 최근 미국에 사는 한국인 유튜버가 대마초를 피우는 모습을 여과 없이 방송해 논란이 일고 있다. 문제는 이 영상이 단순히 '과시용'이거나 네티즌들의 관심을 유도해 조회수를 늘리고, 수익을 올리려고 하는 영상이라는 점이다. 대마초에 대한 고찰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다. "(미국에서는) 고등학생도 대마초 사서 필 수 있다"고 너스레를 떠는 장면에서는 저절로 눈살이 찌푸려진다. 아무리 대마초가 중독성이 없고, 합법화 논리에 설득력이 있다 해도 성장기의 청소년들이 환각작용을 일으키는 대마초를 피워서 좋을 일이 뭐가 있겠는가. 더 큰 문제는 이 유튜버가 한국사람이기는 하지만, 미국 국적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처벌을 할 수가 없다는 점이다.사실 이 유튜버 사례는 약과다. 대마초를 둘러싸고 벌어진 더 어처구니없는 일은 이미 1970년대에 있었다. 1975년, 신중현 등 당시 가요계를 주름잡던 뮤지션들이 대마초를 피운 혐의로 무더기로 구속됐다. 이른바 '대마초 파동'이다. 그런데 이때는 대마초가 불법이라는 법률 규정이 없었다. '대마관리법'이 실행에 들어간 게 1977년 1월부터이니 이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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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호르무즈 지면기사
페르시아만 입구에는 호르무즈(Hormuz)라는 섬이 있다. 면적은 42㎢, 인구 3천여 명. 이란 땅이다. 구글 지도로 보면 황량한 모래섬이지만 페르시아만에서 인도양으로 빠져나가는데 위치해 해상 교역의 요충지로 더할 나위 없는 곳이다. 10세기 호르무즈 왕국은 이 섬을 근거지 삼아 페르시아만 무역을 통제하면서 번영을 구가했다. 1433년 해상무역로를 개척하기 위해 중동 서남아 동아프리카를 거쳐 이곳에 들른 명나라 항해 왕 정화(鄭和)는 호르무즈 왕으로부터 융숭한 대접에도 불구하고 이곳에서 병사했다.열강들이 호르무즈 섬을 호시탐탐 노리는 것은 인도와 무역을 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이곳을 통과해야 하는 지정학적 위치 때문이다. 호르무즈는 페르시아 해에서 인도양으로 가는 유일한 길목으로 폭이 54㎞에 불과한 호르무즈 해협은 중동 주요 산유국의 원유 수출 통로이기도 하다. 매일 약 2천250만 배럴의 석유가 이곳을 통과한다. 이는 세계 일일 석유 생산량의 24%에 해당한다. 세계는 1980년대 이란·이라크 전쟁 당시 일시적으로 유조선의 호르무즈 해협 통행이 막히면서 유가가 폭등했던 쓰라린 경험이 있다.호르무즈가 최근 다시 뜨거워졌다. 지난해 트럼프 미 대통령이 오바마 전 대통령의 치적이던 이란 핵 합의를 전격적으로 파기하고 대 이란 제재를 시행하면서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호르무즈 인근 해역에서 유조선에 대한 공격이 잇따르는가 하면 최근엔 미국과 이란이 서로 상대편의 무인기를 격추하는 일도 벌어졌다. 이란은 미국·이스라엘 정보기관 공작설 등을 주장하면서 페르시아 만은 순식간에 일촉즉발 긴장 상태에 빠졌다.이런 상황에 미국이 호르무즈해협 호위 연합체 구성을 위해 우방국들에 파병 요청을 하자 우리의 고민도 덩달아 깊어지고 있다. 특히 미국은 우리와 일본을 꼭 짚어 참여를 요청해 걱정이 더 크다. 현재 참가를 결정한 나라는 영국과 이스라엘. 이미 독일은 불참을 선언했다. 한미동맹을 무시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서울 강남에 '테헤란로'가 있을 정도로 전통적으로 우호 관계를 맺어온 이란을 생각하면 쉽게 답하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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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한반도 신 합종연횡 지면기사
진시황이 중국 최초의 황제국을 세우기 전까지 대륙은 전국시대의 혼란을 겪었다. 진(秦)을 비롯한 연(燕), 조(趙), 한(韓), 위(魏), 제(齊), 초(楚) 등 전국 칠웅은 끊임없이 전쟁과 협상의 나날을 보냈다. 그러다 진이 약진하며 세력 균형이 깨지자 대륙의 혼란과 긴장이 극심해졌고, 이 틈새에서 오직 혀(舌)만 가진 가난뱅이 두 친구 소진과 장의가 기회를 얻었다.소진은 약세에 몰린 6국을 돌며 힘을 합해 진에 맞서자는 합종(合縱)책을 유세했다. 반면 장의는 6국동맹을 각개격파하는 연횡(連橫)책을 진 왕에게 건의했다. 이후 6국동맹과 진나라는 합종과 연횡에 근거한 외교·군사 대결을 전개한 끝에 진의 천하통일로 전국시대에 종지부를 찍었다. 그렇다고 장의의 연횡이 소진의 합종을 누른 것으로 판단하면 안된다. 세력의 형세나 동맹의 신뢰나 변화하는 국가이익에 따라 합종과 연횡은 얽히고 설키게 마련이다.최근 한반도에서 전통적인 합종연횡이 균열 조짐을 보이는 대신 신 합종연횡의 기미가 뚜렷하다. 냉전시대의 한반도는 미국이 중심인 한·미·일 동맹과 구소련이 중심인 북·중·소 동맹, 두 합종 세력의 대립이 팽팽했다. 미·소 양극이 세력 균형을 위해 구축한 동맹은 굳건했다. 그러나 소련 붕괴와 사회주의 국가의 연쇄적인 몰락 이후 미국이 주도하는 신자유주의 물결이 넘실댄 것도 잠시, 중국의 부상과 북한의 핵무장 이후 사정은 전혀 달라졌다.전통적인 합종연횡 구도라면 미국과 한국은 한·미·일 동맹의 합종으로 중국과 북한을 견제해야 맞다. 그런데 한·미·일 동맹의 합종연대에 이상기류가 발생했다. 트럼프의 '아메리카 퍼스트'로 미국이 동맹들에 성가신 요구가 많아졌다. 트럼프의 고양이 아베는 한국을 대놓고 무시한다. 한국의 문재인 대통령도 북한과의 평화협상에 외교를 집중하면서 미, 일 대하는 것이 예전 같지 않다. 한·미·일 합종의 대상인 중국과 북한이 이 틈을 타고 자유민주동맹에서 한국을 분리시키기 위해 연횡의 전략을 펼치는 중이다. 시진핑은 경제로, 북한은 핵무기와 미사일로 한국을 압박하고 있다.전통적인 합종은 흔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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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R의 공포 지면기사
세계 경제가 흔들리고 있다. 지난 14일 오전 10시 미국 뉴욕 채권시장에서 미 채권의 '장단기 금리 역전 현상'이 일어났다. 비록 일시적이었지만 전 세계는 'R(recession·경기침체)의 공포'에 떨었다. 역사적으로 미 국채 3년물과 10년물의 수익률이 역전되면 평균 22개월 이내에 본격적인 경기침체가 시작되기 때문에 이 날의 공포는 더 컸다. 우리 역시 국고채 장단기 금리 격차가 11년 만에 가장 줄어들었다. 'R의 공포'가 오면 다음 단계는 'D(deflation)의 공포'다. 디플레이션은 주식이나 부동산 등 자산가치가 폭락하거나 통화량 축소로 인해 물가가 떨어지며 경기를 더욱 악화시키는 현상을 말한다. 디플레이션이 발생할 경우 예외없이 부동산, 주식 등의 자산 가격이 내려가고 생산과 소비가 위축되어 경기 침체는 장기화한다.우리 역시 물가 상승률이 7개월째 0%대에 그치면서 물가 하락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데, 이를 디플레이션의 우려가 커졌다는 뜻으로 해석하는 전문가들이 꽤 많다. 디플레이션이 현실화되면 경제는 악순환의 수렁에 빠져든다. 물가가 떨어지면 기업의 매출이 줄고 생산과 성장률, 고용 등이 덩달아 감소한다. 여기에 소비자가 지갑을 굳게 닫으면서 경제는 불황의 늪으로 들어간다. 90년대 '일본의 잃어버린 20년'도 이런 과정을 거쳤다.'D의 공포'를 겪고 나면 그다음에는 'L(lay off·해고)의 공포'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 전쟁 장기화와 이에 따른 경기침체 우려로 이미 애플, 테슬라를 비롯한 첨단 기업부터 포드, GM 등 자동차 업체, 세계 최대의 전자제품 위탁 제조사인 대만 폭스콘까지 감원에 나서고 있다. 여기에 인공지능(AI) 확산에 따른 무인 자동화 추세가 일자리 감소를 더욱 가속화 하고 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수출로 먹고사는 우리의 걱정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미·중 무역전쟁에 일본의 경제 보복까지 겹쳤다. 수출 침체 장기화가 본격화할 것이란 우울한 진단이 나오며 'L자형'의 장기 침체까지 걱정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그런데 문재인 대통령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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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수원시 승격 70주년 지면기사
'이 강산에 정기가 한곳에 모여/그림같이 아름다운 정든 내 고향/이끼 푸른 옛 성에 역사도 깊어 /어딜 가나 그윽한 고적의 향기'. 초등학교에 들어가 처음 배운 게 '수원의 노래'였다. 의무 사항이 아닌데도 담임 이기준 선생님은 "수원에 살면 '수원의 노래' 정도는 외워 부를 줄 알아야 한다"며 직접 풍금을 치며 노래를 가르쳐 주었다. 어린 나이였지만, '이끼 푸른 옛 성'이란 가사에서 풍기는 쓸쓸한 느낌이 왠지 좋았다. 성을 오를 때마다 이 노래를 흥얼거렸다. 그러자 옆 친구가 또 그 친구의 친구가 같이 따라 불렀다. 그때 이런 생각을 했다. '아! 나만 이 노래를 알고 있었던 게 아니었구나'. 50년 전 일이다.달랑 문만 남은 북문, 늘 바람이 세차게 불었던 동문, 온전한 성이라고 하기엔 볼품없이 무너진 성곽 도시에 불과했던 수원이 변하기 시작한 건 수원성이 복원되면서부터다. 처음 공사가 진행될 때 만해도 "어휴! 도대체 언제 복원이 끝나?"하고 한숨을 쉬었지만, 아홉 개였던가, 주춧돌만 덩그러니 서 있던 팔달산 정상 서장대와 장안문에 지붕이 얹혀지고 성곽이 온전한 모습을 갖추면서 "수원이 뭔가 변하는구나"라며 비로소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 수원성 복원정화사업은 1974년부터 1979년까지 진행됐다. 이랬던 수원이 시로 승격한 지 어제로 70주년이 됐다. 1949년 8월 15일 수원 읍에서 시로 승격된 수원시는 5만명의 소도시에서 지금은 125만명으로 늘었고 명실상부한 경기도 중심도시로 성장했다. 특히 IT로 세계를 호령하는 삼성전자 본사가 수원으로 이전하면서 수원은 전통의 수원화성과 세계 초일류 첨단 기업인 삼성이 공존하는 보기 드문 도시로의 모습을 갖췄다. 18세기 말 개혁의 군주 정조대왕이 수원 천도까지 생각하며 꾸었던 거대한 수원의 꿈은 아마도 이런 모습이었을 것이다.늘 손에 쥐고 있으면 그게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 내겐 성의 존재가 그랬다. 수원이 아니더라도 누구나 자신이 살던 고향에 대해 그런 추억쯤 하나씩 가지고 있을 것이다. 이제 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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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반전의 태극기 지면기사
우정사업본부가 제74주년 8·15 광복절을 하루 앞둔 14일 '역사 속의 태극기' 기념우표 112만 장을 발행했다. 이번 기념우표에 등장하는 태극기는 구한말 고종이 미국인 외교 고문 '데니'에게 하사했다고 알려진 '데니 태극기'를 비롯해 '대한민국 임시의정원 태극기', '한국광복군 서명문 태극기', '경주 학도병 서명문 태극기', '김구 서명문 태극기', '진관사 소장 태극기' 등 16종이다. 모양은 조금씩 다르지만, 각 태극기에 공통으로 깃들어 있는 민족사적 가치는 두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각 태극기가 제작된 시기와 배경을 돌이켜 볼 때 한 점 한 점마다 민족정기가 서려 있는 듯하다. 그럼에도 불구, 개인적으로는 발견된 지 올해로 10년이 된 '진관사 태극기'에 가장 먼저 눈길이 간다. 이 태극기에 숨어있는 '반전' 때문이다.2009년 서울 북한산 진관사 칠성각을 해체·복원하는 과정에서 작업 인부들이 낡은 보자기 하나를 찾아냈다. 보자기 안에서는 '독립신문', '신대한', '조선독립신문', '자유신종보' 등 독립운동계 신문과 문건이 무더기로 발견됐다. 신문과 문건에는 3·1운동 이후의 상황을 알리는 기사와 함께 태극기 관련 기사 및 자료들이 실려 있었다.신문도 신문이지만 사람들을 더욱 놀라게 한 것은 바로 보자기의 정체였다. 그 낡은 보자기는 태극기였다. 그런데 반전이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 태극기가 일장기 위에 덧칠해 그린 태극기라는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일장기에 덧칠한 태극기라니…. 태극기를 그릴 제지가 없어서 일장기 위에 태극기를 그리지는 않았을 터이다. 그것보다는 '일본을 누르고 독립을 쟁취하겠다'는 강한 의지의 표명이라는 게 학자들의 일반적인 해석이다. 일제에 대한 분노와 독립의지를 담아 '기획 제작된' 태극기였던 셈이다.이 태극기는 3·1 운동이 일어난 1919년 당시, 진관사에 머물던 독립운동가 백초월 스님이 숨겨 둔 것으로 추정된다. 불교계 독립운동을 이끈 백초월 스님은 광복을 1년 앞두고 청주형무소에서 순국했다.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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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미북봉남(美北封南) 지면기사
2017년 방송사가 주최하는 대선주자 토론회에서 유승민 후보가 문재인 후보에게 "코리아 패싱이라고 아느냐"고 질문했다. 이에 문 후보는 "모른다"고 답했다. 이를 두고 네티즌들은 말의 뜻보다 문법에 맞지 않는 콩글리시라며 갑론을박을 벌였다. 하지만 이 말은 원래 1998년 아시아를 찾은 클린턴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하면서 일본은 들르지 않자 일본언론이 '재팬 패싱'이라고 말한 데서 유래됐다. 일본 언론이 만든 영어 조어에서 차용한 것이다.'코리아 패싱'은 그 이전에도 있었다. 1993년 북한이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를 선언한 후 미국과 직접 협상을 벌여 중유와 경수로를 받기로 한 1994년 '제네바 합의'가 그것이다. 당시 우리 정부는 이 협상과정에서 철저히 소외됐다. 이른바 '통미봉남(通美封南)'. 이때부터 미국과 직접 협상에 재미를 붙인 북한은 핵 협상에 있어 '한국의 참여를 봉쇄하고 미국과의 협상'을 외교 전략으로 고수해 왔다.2012년 북한의 인공위성 발사계획으로 장거리 미사일 문제가 불거지자 이에 놀란 당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북한에 대규모 식량 지원을 토대로 북한과 직접 협상을 벌여 '2·29 합의'를 이끌어냈다. 한국은 빠진 채 세 차례 고위급 회담을 했다. 그리고 핵실험 및 장거리 미사일 발사 유예, 우라늄농축프로그램을 포함한 영변 핵시설 활동 중지 및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단 복귀에 따른 24만t의 식량 지원을 합의했다. 하지만 유엔안보리가 1874호 대북제재 결의안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은 의장 성명을 발표하자 북한은 즉각 2·29 합의 파기를 선언했다. 북한의 진정성에 실망한 미국은 '남한을 통하지 않고는 북한과 대화하지 않겠다'는 '통남봉북(通南封北)'을 선언했다. 남한 없이 북한과 대화를 하다 보니 북핵은 물론 그 어떤 것도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을 미국이 뒤늦게 깨달은 것이다.하지만 트럼프가 미 대통령이 된 후 상황은 바뀌었다. 소원한 한·미관계를 틈타 북한이 잇단 미사일 발사 등 대남공세를 강화하면서 뒤로는 미국에 친서를 보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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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비육우의 동물복지 지면기사
전주시는 지난 7월 1일 전국 최초로 동물복지 전담부서인 '동물복지과'를 신설한다고 밝혔다. 반려동물의 수가 증가하면서 동물 유기와 학대도 증가하는 현실에서 전주시민과 동물의 조화로운 공존을 모색하는 임무를 전담하는 부서라 한다. 반려동물, 유기동물, 길고양이, 전시동물, 시민참여 등 5개 분야별로 동물복지 종합계획을 추진한다는 야심찬 조직개편에 전국의 동물 애호가들이 환호했다.반려동물 유기와 학대 사건이 터질 때마다 인면수심을 비난하는 사회적 저항이 커지면서 급기야 동물복지를 전담할 행정조직까지 등장했으니, 전주시를 따라 할 지방자치단체들이 줄을 이을지 주목된다. 선출직에겐 반려동물 천만 시대에 반려동물 주인들의 환심을 사는 일이 매력적일 수 있어서다. 부모 자식 보다 반려견과 반려묘와의 정서적 유대가 각별해진 문화적 추세를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반려동물을 향한 동물권이 확대되고 동물복지가 구체화 되는 추세와 달리 식용동물에 대한 동물복지는 더디기 짝이 없다. 동물보호단체의 개 식용 금지 캠페인이 드세지만 전통적인 식용 가축들의 열악한 사육환경은 동물복지와 거리가 멀다. 우리나라에선 소가 특히 그렇다. 원인은 마블링을 기준으로 고기 등급을 결정하는 소고기 등급제다. 대리석 무늬와 같은 마블이 그물처럼 촘촘히 박힐수록 최상품 소고기 대접을 받는다.등급별로 고기 값 차이가 크니 축산농가에선 제한된 시간 안에 소의 지방을 늘리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좁은 우리에 가두고 사료를 먹이고, 출하 전엔 옥수수 사료만 먹인다. 섬유질이 없는 옥수수 사료를 먹은 소는 되새김질을 할 필요가 없다. 대신 포화지방은 차곡차곡 쌓인다. 지방세포 증식에 방해가 되는 비타민A 공급을 중단해 장님이 되는 소도 많다고 한다.하지만 환상적인 마블링을 얻기 위한 비인도적인 소사육 환경도 개선될 모양이다. 우선 마블링에 열광하던 사람들이 지금은 지방 공포증에 시달리고 있다. 환상적인 마블링이 심장·혈관질환의 원흉이라는 정체를 드러내면서, '투뿔(1++)'을 향한 소비 열망이 급속히 식고 있다. 마블링이 소고기 등급 기준이 된 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