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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요광장]희생자 vs 위선자

    [수요광장]희생자 vs 위선자 지면기사

    조국사건 상반된 시각 '백서·흑서'흑서 필자들 대선서 '문재인 지지'집권세력 모든 의견 귀 기울여야지지하지 않았거나 철회한 사람들'한번도 경험 못해본 나라'서 살아조국 사건과 후임 추미애 법무부 장관 논란은 우리 사회의 여론분열현상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지난 14일 여당 대표와 법무부 장관은 과천의 정부청사에 마련된 공수처 입주 예정 사무실을 방문했다. 야당에 대해 공수처장 후보추천위원 선임을 압박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조국사건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상반된 시각에서 조국사건을 정리한 책이 출간되었다. 최민희 전 의원이 주도한 이른바 '조국백서'는 '검찰개혁과 촛불시민(오마이북·이하 백서)'이라는 이름으로 나왔다. 이어서 '민주주의는 어떻게 끝장나는가'라는 부제를 갖고 있는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천년의 상상·이하 흑서)'가 발행되었다. 흑서의 필진은 진중권 교수와 참여연대 출신의 회계사와 변호사 그리고 서민 교수, 강양구 기자 등 다섯 명이다. 이들 모두 지난 대선 때 문재인 후보를 선택한 사람으로 '추정'된다.백서와 흑서는 조국 전 장관을 각각 '희생자'와 '위선자'로 규정한다.백서는 희생자 입장이다. 검찰개혁을 완수하기 위해 민정수석이 법무부 장관으로 이동했다. 그러나 검찰은 완강히 저항했고 여기에 언론이 합세하여 조국 일가의 인권을 무참하게 유린한 것이 이들이 보는 사건의 본질이다. 아무 죄가 없는 조국을 지키기 위해서는 시민들이 나서야 한다. 조국사건은 검찰개혁이 왜 필요한지를 잘 보여준다. 이 과정에서 '김어준의 뉴스공장'과 '유시민의 알릴레오', '시사타파 TV' 등이 큰 기여를 했다. 언론은 개혁 대상이지만 이들은 예외다.흑서는 조 전 장관을 위선자로 본다. 현 집권세력은 적폐청산을 주장했다. 청산된 자리는 누가 차지하는가. 새 집권세력이다. 그들은 집권 이후 신적폐가 되었다. 그러나 자신들은 다르다고 한다. 민주화 운동을 했으므로 정의롭다는 것이다. 하지만 신구 모두 적폐인 것은 마찬가지다. 이제 기득권자가 된 그들에게 바꾸는 것보다는

  • [수요광장]정신유산이 소중한 자산입니다

    [수요광장]정신유산이 소중한 자산입니다 지면기사

    코로나 불황시대에 임대료 할인 등살다보면 작은일에 감동할 때가 있다옛 혼사때 재물보다 가풍을 보듯이한 집안의 내력은 후손들에 나침반잘사는 것보다 잘 사는 걸 보여줘야살다보면 작은 일에 감동할 때가 있습니다. 수원의 먹자골목 인근에 소박한 쌈밥집이 있지요. 손님이 끊이질 않는 걸 보면 연세 지긋한 주인장의 음식솜씨 내공이 만만치 않음을 짐작하게 합니다. 20년이 넘도록 이 한곳에서 장사하고 있으니 나름대로 경쟁력이 있다는 방증이겠지요. 하지만 경제가 나빠져 문을 닫는 곳이 많은데 여전한 걸 보면 특별한 비결이 있을 듯했습니다. 조심스레 물음표를 던졌는데 돌아온 답은 의외였지요. "제 음식 솜씨가 뛰어나서 그런 게 아닙니다. 건물주가 오랫동안 세를 올리지 않아 버틸 수 있었던 겁니다." "아!" 탄성이 절로 나왔지요. 어떻게든 조금이라도 더 올리려 들텐데 이렇게 오랫동안 그냥 놔두는 건물주가 있구나! 건물주가 이순신 장군의 후손인데 오랫동안 세를 올리지 않아 다른 건물의 절반도 안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장군은 나라를 구했는데, 후손은 어려운 사람을 구하는 것 같다"며 건물주를 자랑했습니다. 건물주를 존경한다는 느낌을 받았지요.어느 공직 선배가 기억납니다. '요즈음 경제가 어렵고 외환위기 때보다도 힘들다는 사람이 적지 않습니다. 얼마나 버거우십니까. 하지만 난관 속에서도 정성을 다해 살아가는 모습에 박수를 보냅니다.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까 하는 마음으로 다음 달부터 임대료를 낮추겠으니 희망을 잃지 마십시오'. 임대료를 동결하기도 쉽지 않은데 내려주다니, 새삼 그 선배가 존경스러웠습니다. 옛 어른들은 가진 게 적어도 나눌 줄 알았습니다. 어렵고 힘들어도 스스로의 꿈이나 자존심까지 버려서는 안 되지요.옛날에 혼사를 앞두고 상대 집안의 가풍을 살피는 풍토가 있었습니다. 아무리 돈이 많고 인물이 번듯해도 집안 내력이 시원찮으면 '그 나물에 그 밥' 취급했지요. 경주 최씨 집안 가훈이 회자되는 이유가 있습니다. 과거를 보되 진사 이상은 하지 말라. 재산을 만석 이상 모으지 말라. 과객을 후하게 대

  • [수요광장]'바로 본다는 것'을 위하여

    [수요광장]'바로 본다는 것'을 위하여 지면기사

    코로나와 싸움서 우린 가능성 발견재난상황에 대한 윤리적 성찰 수행사라마구 소설 '눈먼 자들의 도시''평범함의 소중함' 바로 보게 해줘'눈 멂', '진정한 눈뜸' 불가피 과정코로나19 팬데믹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사람들은 평범했던 지난날의 일상을 한마음으로 그리워하고 있다. 마스크를 벗고 활짝 웃는 표정이나 많은 이들이 웅성거리면서 축제를 벌이고 응원을 하며 누군가를 떠나보내고 맞았던 시간들은 벌써 8개월째 지난 시대의 역사가 되어가고 있다. 그러나 세월호 사건이나 일본 후쿠시마 원전 유출 같은 사회적 재난보다 우리에게 훨씬 더 인간의 왜소함과 무력함을 가르쳐주고 있는 이 사태를 통해 우리는 역설적 지혜를 배울 수도 있을 것이다. 언제나 제대로 된 성찰은 위기를 기회로, 난경(難境)을 지혜의 산실로 바꾸는 역리(逆理)의 순간을 만들어내기도 하니까 말이다. 우리는 결국 인간의 지혜와 용기로 이 사태를 이겨나갈 가능성에 대해 신뢰를 보내면서도, 최근 경험한 공포와 초조가 어느새 평범함에 대한 간절함으로 바뀌어 가고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 한없는 겸손이라는 사실을 배우게 되지 않았는가.사라마구의 장편소설 '눈먼 자들의 도시'(1995)는 살아 있는 것들의 욕망에 관한 극한의 드라마를 통해 무섭도록 생생한 감염병 리얼 판타지를 보여준 작품이다. 노벨문학상을 받은 포르투갈 소설가이자 언론인인 사라마구는 가난한 농부의 집에서 태어나 기능공, 번역가, 기자 등을 거치면서 삶과 문장을 충실하게 배워갔다. 그는 가시적인 세계에 안주하지 않고 초자연적 요소까지 수용하는 상상력을 특징적으로 보여주는 작가로 이미 유럽 사회에 유명세를 떨쳤다. '눈먼 자들의 도시'는 이러한 그의 상상력이 구현해낸 극점의 섬광으로 손색이 없는 작품이다. 한 도시 대부분의 시민이 불가해한 이유로 집단 실명하면서 몰락해가는 과정은 영국 작가 존 윈덤이 쓴 SF 소설 '트리피드의 날'(1951)의 영향을 입었다고 할 수 있는데, 세계적으로 대규모 실명 사태가 일어나는 상황 설정이 사라마구의 작품에 암시적 영향을 끼쳤을 것이

  • [수요광장]코로나 시대, 개인 식별 데이터 노출 공포에 대하여

    [수요광장]코로나 시대, 개인 식별 데이터 노출 공포에 대하여 지면기사

    방역지침에 영업장 출입 명부 기록제대로 관리되고 있을까 걱정 앞서매달 8만여건 스미싱 피해 속출 속여성 문자 노출·허위 기재 등 많아당국 철저히 보호 후폭풍 막아내야최근 전화번호 노출로 인한 피해 보도를 많이 접하게 된다. 코로나19 방역 지침으로 커피숍이나 식당 등 영업장소를 이용할 경우, 누구나 성과 전화번호를 기록해야 한다. 이용자들의 개인정보 노출에 대한 두려움이 증폭된 배경이다. 일명 코로나 명부 피해 공포로 불린다. 이 두려움은 쉽게 떨쳐지지도 않는다. 필자도 마찬가지다. 이용자들이 비슷한 공포를 느끼고 있을 것이다.코로나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나날이 노출되는 국민의 개인 식별정보는 어떻게 관리되고 있을까? 철저히 관리되고 있을까? 실은 궁금증보다 걱정이 앞선다. 개인정보 침해는 언제, 어떻게, 어떤 규모의 피해가 일어날지 피해 발생 직전까지는 누구도 알 수 없다. 그렇다고 개인정보 피해 두려움 때문에 영업장을 이용하지 않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저 개인정보가 잘 관리되기를 바랄 뿐, 적극적으로 개인이 개입한다거나 어찌해볼 방법이 없어 두려움이 크다.실제로 얼마 전 한 여성에게 온 '외로워서 연락했다'는 한밤중 문자사건도 코로나 방문 전화번호 노출로 인해 비롯된 사고다. 문자를 받은 여성이 큰 공포심을 느껴 경찰에 신고함으로써 사건이 화제가 된 바 있다. 그나마 이 사건 이후 이름은 적지 않고 성과 전화번호만 기록하도록 지침이 바뀌었다. 그러나 실제로 언론 보도로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전화번호 노출 사고는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소비자원, 각종 은행 등 곳곳에서 피해사례를 전하며 스미싱 피해에 주의해 달라는 공지 문자가 끊이지 않고 있다. 경찰 발표에 의하면 지난 수개월 간 기관 사칭 문자 등 스미싱 피해사례가 속출하고 있다고 한다. 자그마치 매달 8만5천건의 스미싱 문자가 수신자에게 읽히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수신자가 메시지 본문에 포함된 링크를 눌렀다고 가정했을 때 의도치 않은 결제와 이체 등 큰 피해를 입게 된다.사정이 이렇다 보니 자기 번호가 스미싱 등 범죄에 쓰일

  • [수요광장]호환(虎患)과 세금

    [수요광장]호환(虎患)과 세금 지면기사

    통신비 지원 "안주는 것보다 나아"여 중진발언은 귀를 의심하게 한다 과중稅는 민생도탄 지금도 똑같아세상에 공짜없듯 국가재정도 부담'나라가 니거냐' 폐해 잊지 말아야모든 국민에게 통신비를 지원한다는 정책에 대해 여당의 한 중진 의원은 "안 주는 것보다 낫지 않은가"라고 발언했다. 귀를 의심하게 한다. 1조원에 가까운 돈은 허공에서 생겨나는 것인가. 수십조원을 복지예산으로 지출하고 있으니 1조원 정도는 '푼돈'으로 생각하는 지도 모르겠다. 그 푼돈을 대통령이 국민에게 주는 선물로 여기지는 않을까 의심된다. '나라가 니거냐'란 말에 공감한다.상식 있는 국민들은 내심 걱정이 된다. 나라에서 주는 돈이 당장은 달콤하다. 그러나 이 돈은 어디서 오는 것인가. 수입에 비해 지출이 많으면 미래가 뻔하다. 파산한다! 추경예산, 국채발행, 부채비율 등의 뜻을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국가 재정에 적신호라는 짐작은 간다. 처절했던 IMF의 기억이 아직도 우리에게는 생생하게 남아있다.세상에 공짜는 없는 법이다. 가계나 국가 재정이나 다를 바 없다. 누군가는 그 돈을 부담해야 한다. 지금 받는 돈은 이자를 더해서 갚아야 한다. 당장은 아니더라도 언젠가는 청구서가 날아온다. 우리가 못 갚으면 자식들이 갚아야 한다. 국가 부채는 상속 포기도 불가능하다. 빚을 부담할 후손들은 조상을 탓할 것이다. 결국 세금은 더 많아지고 삶은 더욱 고단해진다. 과도한 세금이 민생을 도탄에 빠뜨리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다를 바 없다.공자와 제자들이 산길을 가다가 여인이 울고 있는 것을 보았다. 여인은 호랑이에게 시아버지와 남편 그리고 자식을 잃었다. 산을 떠나면 호환(虎患)을 피할 수 있지 않느냐는 질문에, 여인은 '이곳은 과중한 세금과 부역을 강요하지 않는다'고 답한다. 공자는 제자들에게 '가혹한 정치는 호랑이보다 더 무서운 것'(가정맹어호(苛政猛於虎))이라고 말한다.정약용도 유배지의 관아 앞에서 울고 있는 여인을 목격했다. '애절양(哀絶陽)'은 양근(陽根)을 자른 슬픔을 노래한 것이다. 탐관오리는 어린 아이와 죽은 자들

  • [수요광장]기부, 크기는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수요광장]기부, 크기는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지면기사

    100만원 기부금 조롱당했던 배우30년 무료 두리랜드의 유료 전환심장병 아동 돕던 뽀빠이의 누명사람들, 자신 못보고 한없이 비난그자체로 소중한 행동 박수받아야코로나19가 한창 창궐할 무렵, '희망브리지 전국재해구호협회'에 100만원을 기부한 어느 배우가 곤혹을 치렀지요. 일각에서 기부금액이 적다고 지적하며 문제 삼았고, 그의 선행은 한순간 조롱거리로 전락하고 말았습니다. 억대의 금액을 기부한 스타들과 비교하며 중견 연기자로 너무 적게 기부했다는 비난이 쏟아진 것이지요. 일부 네티즌들은 "이미지 메이킹이 목적인 것 같다", "생색내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악플을 남겼습니다. 이러한 비난에 그는 해당 게시물을 삭제했고 인스타그램 활동을 중단했지요. 공인으로 산다는 게 어렵다는 걸 실감했을 겁니다.양주에 있는 '두리랜드'는 유명 배우가 만든 어린이 놀이공원입니다. 190억원이 들어갔다는 이 공원은 개장 이래 지난 30년 동안 입장료를 받지 않고 운영해 왔지요. 그런데 올해 어린이날을 기점으로 재개장하면서 입장료를 받기 시작했습니다. 그동안 190억원이 들어갔고 150억원 가량을 대출받아 더는 무료 운영이 어려웠기 때문이지요. 그런데 무료로 운영하다 요금을 받으니 일부에서 비난이 뒤따랐습니다. 이에 대해 그는 "그래도 긍정적으로 봐주는 분이 더 많았다"며 너털웃음을 지었지요. 그의 진심이 담긴 말 한마디가 묵직한 울림으로 남아 있습니다."이걸 돈 벌려고 하겠습니까. 돈 벌고 싶으면 안 쓰고 갖고 있는 게 낫겠죠. 하지만 내가 죽더라도 두리랜드가 어린이들에게 오래 기억됐으면 해요. 그건 '자긍심'입니다. 사실, 이곳에 오는 사람들의 표정을 보면서 내 표정도 좋아졌어요." 저는 그 배우의 말을 믿습니다.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돈도 안 되는 걸 왜 하느냐고 만류했지만 오직 아이들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놀이공원을 만들었다는 그분의 진정성을 믿고 있지요. 더 나아가 빚더미 속에서도 아이들을 위한 놀이공원 운영을 멈추지 않았던 그 열정이 오히려 부러울 따름입니다. 가치 있는 인생이지요.뽀빠이로

  • [수요광장]'위드 코로나' 시대의 미학적 항체

    [수요광장]'위드 코로나' 시대의 미학적 항체 지면기사

    대규모 공연장·행사는 '이젠 옛말'더본질적인 변화의 시점에 서있어속도와 성장 반성 작은공동체 관심생태주의문학 인류사적 과제 부상팬데믹시대 문학적 출구전략 될까'코로나 19'로 빚어진 지구촌 전체의 재난이 인류의 삶을 근본에서부터 바꾸어가고 있는 듯이 보인다. 통째로 위기를 맞고 있는 그동안의 주류적 삶의 방식에 대한 대안적 실천이 요청되고 있는 것도 무리가 아닐 것이다. 이제 10만 관중이 운집한 채 치러지는 월드컵 결승전이나 수만명이 동시에 출발선을 떠나는 마라톤 대회는 당분간 보기 어려울 것 같다. 오케스트라 공연장을 가득 채운 수많은 청중이나 한국 영화의 천만 관객도 어쩌면 2020년 이전의 신화로 사라질지도 모른다. 물론 단기간에 어떤 대안 모형이 마련된다면 이러한 변화 양상이 스포츠나 공연 예술의 급격한 퇴조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그 점에서 참여자 감소 문제는 팬데믹 사태가 불러온 변화 가운데 가장 비본질적인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우리는 그보다는 더 본질적인 변화가 예상되는 시점에 서 있기 때문이다.누구나 알고 있듯이, 인간의 운명은 생로병사라는 과정적 표현에 압축되어 있다. 태어나 나이 들어 병들고 결국 사라진다는 것, 이것이 불가피한 인간의 보편적 존재론이다. 그 가운데 우리를 한없이 소모시키고 죽음에 접근시키면서도 한편으로는 우리가 살아 있다는 것을 확연하게 확인시키는 물리적 사건은 아마도 '질병'일 것이다. 말할 것도 없이 우리의 몸은 나이를 먹어가면서 자신의 존재증명을 위해 여기저기 아픈 곳을 드러낸다. 그동안 한국문학에서 이러한 질병의 양상은 개인적 차원에서 발원하는 생리 현상이자 공동체적 소진의 운명을 견뎌가는 은유로 동시에 나타난 바 있다. 하지만 이러한 자연스러운 과정으로서의 질병과는 전혀 다른 '감염병'의 낯선 침입은 삶에 대한 여러 비유 체계를 생성해내면서 새로운 문학적 형상과 의미를 부여해갈 것으로 예상된다. 이제 한국문학에서 감염병을 형상화해가는 과정은 커다란 역사적 함의를 띠면서, 그동안 근대문학이 주목했던 '질병의 은유'를 부수고 새로운

  • [수요광장]한국판 뉴딜 정책, 국민 중심이 되야한다

    [수요광장]한국판 뉴딜 정책, 국민 중심이 되야한다 지면기사

    2025년까지 포스트코로나시대 견인150조원 투입 190만개 일자리 창출그중 비대면 디지털뉴딜 사업 핵심개인 데이터 활용 주권 보장이 과제격차에 적응시켜 함께할 수 있어야수도권에서 시작된 코로나19 2차 대유행이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 검토란 당국의 발표에 전국이 초긴장하고 있다. 사상 최장기간 지속된 장마와 역대급 물난리에 놀란 가슴을 쓸어내릴 틈도 주지 않고 이번에는 코로나 광풍으로 전국이 초긴장 상태로 내몰리고 있다. 이 와중에 제8호 태풍까지 북상 중이라고 하니 얼마나 큰 피해를 일으킬 것인지, 비보 일색에 감각조차 무뎌질 정도다. 억지춘향이지만 그나마 위안거리는 우리나라 경제 성장률이 코로나 사태를 겪는 OECD 국가 중 1위란다. 게다가 한국판 뉴딜정책이 앞으로 한국경제 회복에 긍정적 역할을 할 것이란 OECD 전망에 혹시나 하는 희망을 품게 된다.이미 알려진 것처럼 한국판 뉴딜은 2025년까지 디지털 뉴딜, 그린 뉴딜, 안전망 강화란 3가지 축을 중심으로 분야별 투자 및 일자리 창출로 코로나로 어려워진 경제를 살리려는 역점사업이다. 150조원 투자로 190만개의 일자리 창출이 최종 목표다. 그중에서도 디지털 뉴딜은 문재인 대통령이 집권 후반 역점사업으로 제시한 한국판 뉴딜의 핵심이다. 코로나19 여파로 확산되고 있는 비대면 디지털 사업은 2025년까지 디지털 뉴딜 정책에 총 58조원 이상을 투자해 디지털 일자리 90만개 창출이란 큰 목표를 세우고 있다.디지털 뉴딜은 한마디로 단절 데이터 정보를 플랫폼을 통해 데이터 거래를 공식화하고 개방한다는 것이다. 특히 올해 초 데이터 3법(개인정보보호법·정보통신망법·신용정보법) 개정으로 그동안 분산돼 있던 데이터 간의 의미 있는 결합이 가능해졌다. 분야별 데이터를 크로스 분석하고 활용할 수 있게 되면서 개인의 데이터를 전문으로 다루는 마이데이터 산업 시대가 열리게 된 것이다.기업 간 데이터 공유가 활발해지는 만큼 개인의 데이터 주권 보장이란 과제 등 풀어야 할 난제도 많아 보인다. 무엇보다 거대 플랫폼 기업의 데이터 독점 문제

  • [수요광장]정책의 배신

    [수요광장]정책의 배신 지면기사

    최저임금·주52시간제·정년 연장 등약자·평등정책은 기득권 강화 역설靑 결심땐 시장원리 외면 바로 시행정치 이해득실만 좇고 논의는 부재도대체 무슨배짱으로 법을 만들까"저는 임차인입니다"로 시작하는 짧은 연설은 초선 정치인의 이름을 확실하게 알렸다. 전국 지명도의 정치인이 탄생했다. 정당 지지도 여론조사에서 여야의 역전에도 기여했을 것이다. 품격을 잃지 않고 현 정부의 부동산 실정(失政)을 합리적으로 비판했다. 의정활동의 모범 사례다.경제학자 윤희숙은 올봄에 '정책의 배신, 21세기북스'를 출간했다. 이후 국회의원으로 변신했다. 앞으로 야당의 선봉으로 정부의 경제 실정을 비판할 것이다. 본회의 5분 발언은 그의 등장을 알리는 전주곡인 셈이다. 여당은 상당히 괴로울 것이다.'정책의 배신'은 최저임금, 주 52시간제, 비정규직, 국민연금, 정년 연장, 신산업 등 여섯 분야의 정부 정책을 검토했다. 모두 다 좌파 기득권을 보호하는 반개혁적 정책들이다. 현 정부의 지지기반인 노조와 386 정치권이 결합하여 기성세대의 이익을 보호하고 청년세대의 희생을 강요한다. 청년들의 희망을 빼앗아 버린다. 대한민국의 불평등은 심화된다.최저임금은 충분한 논의 없이, 전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지 않고 성급하게 인상했다. 결과적으로 취약한 조건의 저임금 근로자들이 가장 큰 타격을 받았고, 영세 자영업자의 부담도 커졌다.주 52시간제로 공공부문과 대기업 직원들은 저녁이 있는 삶이 가능해졌다. 그러나 사회 전체의 일자리는 늘어나지 않았다. 법정 기준을 준수해야 하는 중소기업은 큰 고통을 받게 되었다.비정규직과 정년 연장은 현 정부 지지 세력들이 가장 큰 수혜자다. 노조원 수가 늘고, 결집력은 단단해졌다. 반면에 아직 노동시장에 편입되지 않은 청년들의 취업문은 더욱 좁아졌다. 정규직 보호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일자리 창출은 동시에 달성할 수 없는 정책목표이기 때문이다.국민연금은 제도 개혁을 외면했다. '적게 내고 많이 받는' 구조는 고령화와 맞물려 2057년경에 재원이 고갈된다. 미래의 근로자는 소득의 30%를 연

  • [수요광장]형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

    [수요광장]형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 지면기사

    살면서 많은 사람과 인연을 쌓았다나이를 떠나 배울게 있으면 '형'호칭도청서 근무할때 최기자·모국장 등마음 열어 삶을 넉넉하게 해준 분들그런 사람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경기도청에서 홍보담당으로 일할 때 함께 술자리를 하던 기자가 뜬금없이 한마디 던졌습니다. "형이라고 부르고 싶은데, 괜찮지요?" 저보다 아홉 살이 어리지만, 성격이 깔끔한데다 강골로 소문난 출입 기자였기 때문에 다소 의외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많은 공무원을 만났지만 계장님처럼 인간적으로 존경스러운 분은 처음입니다. 함께 일하고 있는 동생 분은 선배라고 부르지만 계장님은 형이라고 부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형으로 부르고 싶으면 그렇게 해" 기분 좋게 말하며 술잔을 부딪쳤습니다. 고맙기도 하고, '마음을 열었구나' 하는 생각도 들어 그와 늦도록 술자리를 함께했지요. 그 후로도 사는 동네가 같아서 함께하는 술자리가 많았습니다.30년 전, 경기도지사 비서실에서 일할 때 얼굴이 유난히 희고 깔끔하게 잘생긴 기자 한 사람이 찾아왔지요. 그의 어르신은 경기도교육청에서 교육감 비서실장으로 일하고 있었습니다. 당시에는 도지사가 교육위원회 의장을 맡았었지요. 수행 비서였던 저는 매월 한 차례 교육청에서 열리는 교육위원회에 도지사를 모시고 갔습니다. 이때 도지사 비서실과 교육청 비서실이 활발하게 교류했는데, 그 인연이 후대까지 이어진 셈입니다. 아들이 경인일보에 입사해 도청 수습기자로 일하게 되자 저를 찾아보라고 했던 것이지요. 이러한 인연으로 오랜 세월 형제처럼 함께 지냈으니 행복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기자와 공직자를 떠나 누구보다 각별하고 소중한 인연이었지요.세월이 흘러 파주 부시장으로 일할 때 '다산 청렴 봉사 대상'을 받게 되었습니다. 상금이 1천만원이나 되니 많은 사람이 축하의 덕담을 건네면서 술 한 잔 사라고 했지요. 술을 즐기는 편인지라 싫은 것은 아니지만, 그보다는 그동안 쓴 글을 책으로 엮어 선물하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표제를 '높이면 낮아지고 낮추면 높아진다'로 정하고 당시 정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