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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광장]맛의 경험과 몸의 기억 지면기사
미각·후각은 어린시절과 깊은관계쓴맛·감칠맛 구수하고 아릿한 냄새백석의 '국수'에서도 기층문화 자리驛마다 후루룩 가락국수 눈에 선해그 순간 복원… 이래저래 먹고싶다인간의 감각 중에서 미각과 후각은 특별히 어린 시절과 깊은 관계에 놓인다. 그 감칠맛과 쓴맛, 그 구수하고 아릿한 냄새를 어찌 잊을 수 있겠는가. 문학작품 속에 미각 충동과 경험이 서린 장면이 나오면 사람들은 으레 자신이 어린 시절에 겪었던 그 맛의 경험을 순간적으로 떠올릴 수밖에 없다. 백석의 시 가운데는 맛이나 먹을거리를 핵심 이미지로 삼아 노래한 작품이 제법 많다. 그 가운데 '국수'라는 유명한 작품이 있다.백석이 만주 살 때 쓴 이 작품은 1941년 4월 '문장' 폐간호에 실렸다. 백석은 같은 지면에 '흰 바람벽이 있어'를 통해 "하늘이 이 세상을 내일 적에 그가 가장 귀해하고 사랑하는 것들은 모두 가난하고 외롭고 높고 쓸쓸하니 그리고 언제나 넘치는 사랑과 슬픔 속에 살도록 만드신 것이다"라는 절창을 쏟아놓았고, '국수'를 통해서는 가난하고 외롭고 높고 쓸쓸한 시간과 공간을 풍요로운 감각으로 재현함으로써 가장 인간다운 삶이 어떤 것인가를 물었다. 그 힘은 우리가 오랫동안 만들고 먹고 누려온 기층문화야말로 저 천하고 폭력적인 군국주의의 폭력에도 불구하고 이어져가야 한다는 믿음이었을 것이다.그런데 이 국수가 '냉면'이라는 점에 주목해보자. 밀가루가 아니라 메밀가루로 만든 '국수'는 평안도에서 집집마다 갖춘 국수틀로 빚었던 것인데, 거기에 "겨울밤 쩡 하니 닉은 동티미국"을 넣고 "얼얼한 댕추가루(고춧가루)"와 "싱싱한 산꿩의 고기"를 넣어 먹는 서북지역 특유의 국수는, 연전에 남북정상회담 때 화제가 되었던 '평양냉면'의 원조인 셈이다. 나는 이 평양냉면을 좋아한다. 여름이 되면 여기저기서 등장하는 '물냉', '비냉', '회냉'을 다 좋아하지만, 그 가운데서도 평양냉면의 부드럽고 수수하고 슴슴한 맛이 제일이다. 굳이 말하자면 담백한 맛인데, 백석은 그것을 '고담'과 '소박'이라고 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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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광장]디지털시대, 강아지와 산책하는 즐거움과 책임 지면기사
코로나로 세상은 온라인 전환 가속대체불가 영역이 있다면 산책 꼽아애완견이 길동무라면 더 없는 축복문제는 동물을 꺼리는 사람과 갈등공존을 위해선 '펫티켓지키기' 필수코로나19는 세상을 빠르게 변화시킨다. 감염 우려 때문에 선택하게 된 비대면 방식이 세상을 온통 디지털로 이끌고 있다. 최근 정부가 발표한 한국판 뉴딜 정책은 디지털 전환 속도를 더 가속화시킬 것이다. 코로나19 장기화와 경기 침체는 비대면 수요의 급증을 일으키면서 사회 전반을 변화시키고 있다. 한마디로 코로나와 언택트는 서로 맞물리면서 세상을 디지털 중심으로 바꿔 놓고 있다. 교육, 진료, 이 외에 많은 분야가 온라인으로 전환되고 있다.그러나 아무리 세상이 디지털 중심으로 바뀐다 해도, 온라인이 아무리 정교하게 오프라인을 대체해 나간다 해도 대체 불가능한 영역들은 있기 마련이다. 그중의 하나가 산책 아닐까? 산책은 오프라인, 즉 대자연 속에서만 가능한 일이다. 바람결에 나뭇잎이 부딪히는 소리, 나뭇잎 사이로 언뜻언뜻 보이는 푸른 하늘, 바람결에 실려 오는 풋풋한 풀향기는 자연이 인간에게 주는 위대한 선물인 것이다. 이 모든 것들을 동시에 누릴 수 있는 오솔길 산책의 즐거움은 온라인 세상에서는 꿈도 꿀 수 없는 일이다.더구나 요즘처럼 비가 자주 내리는 장마철, 모처럼 갠 날 오후 산책은 뭐라고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행복감을 준다. 맑은 공기를 마시며 이슬 머금은 숲속 오솔길 산책은 너무나 좋다. 게다가 필자의 경우는 산책길 사색을 방해하지 않으면서 말없이 옆에서 길동무를 해주는 귀여운 강아지까지 있으니 그야말로 축복의 시간인 셈이다.그런데 이처럼 기분 좋은 산책을 방해하는 일이 있다. 바로 치우지 않은 강아지 배설물이다.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 정도가 아니다. 반려견과 함께 산책 중인 사람으로서 부끄러워 몸 둘바를 모를 지경이다. 옆 사람이 묻지도 않는데 "아니 누가 이렇게 안 치우고 간거야"라며 죄없는 필자의 강아지를 향해 읊조린다. 실은 "우리 개는 범인이 아니에요"라고 변명을 하는 셈이다. 매번 묻지도 않는데 혼자 중얼거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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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광장]코로나 학기(學期)를 보내며 지면기사
원격강의시스템 신속 마련됐지만신입생 방 얻고 등교 못하는 처지교수는 녹화·업로드에 많은 시간등록금 반환요구가 합당한가 의문시험 부정행위 방지·학점 주기 '고민'코로나19 이후의 세상은 달라진다고 한다. 대학은 어떻게 될까. 필자는 봄 학기에 신입생부터 4학년 대상의 상담, 이론, 실습과목을 담당했다. 처음에는 개강이 2주일 연기되면 여름방학을 그만큼 축소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개강이 계속 지연되면서 수업 일수에 문제가 생겼다. 4월이 되자, 이론과 실습 모두 원격 수업이 불가피해졌다. 대부분의 교수들이 온라인 강의 경험이 없어 난감했으나, 곧바로 과목 특성과 자신들의 강의 스타일에 따라 적합한 강의방식을 개발했다. 화상회의앱,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실시간으로 수업을 하거나 강의 영상을 사전 제작했다. 실습 과목은 과제와 피드백으로 진행하기도 했다.학교 당국도 당혹스러운 것은 마찬가지다. 그러나 원격 강의 운영시스템을 신속하게 마련하고 온라인 수업 매뉴얼을 배포했다. 교수들에게 강의 촬영 서비스를 제공하고 서버를 증설하여 이용의 편의를 증진했다.문제는 교육 효과다. 학생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모든 사립대학은 등록금 반환 이슈에 대해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다. 학교 당국은 교수들에게 상담을 독려했다. 전화상담이 불가피했다. 전화를 받지 않기도 하고, 문자를 남겨도 연락이 없는 학생도 있다. 수업시간에 맞춰 전화해 '지금 어딘가?'라고 물으면, 아르바이트 중이라는 경우도 있다. '수업시간인데?'라고 물으면, 영상녹화 수업은 편한 시간에 들을 수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했다. 시간을 유연하게 활용하는 것도 온라인 강의의 장점이다. 학생들의 반응은 나쁘지 않았다. 통학시간이 절약되었다. 어려운 내용은 반복해서 시청할 수 있다고 한다. 학우들과 교수를 만날 수 없는 것은 아쉽다고 했다.신입생들의 처지는 딱했다. 대학생이 되었으나, 학교에 갈 수 없다. 원룸을 얻고도 등교 못한 경우도 있었다. 그럼에도 그들은 씩씩했다. 앞으로 대학생활을 열심히 하고, 등교하면 교수를 꼭 찾아오겠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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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광장]내 편 네 편 가르지 말아야 지면기사
최근 생을 마감한 두 명망가를 두고진영논리로 민심 갈리는 안타까움조국·정의연 사태 때와 다를바 없어법정스님·김수환추기경 행보 반추지금은 다툼이 아닌 국민단합 중요'이판사판(理判事判)'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것저것 물불 안 가린다는 뜻으로 쓰이지요. 불가(佛家)에서 나온 말입니다. 스님은 '이판승'과 '사판승'으로 나누는데, 경전을 연구하고 강론하며 수행하고 포교하는 스님이 이판승이고, 사찰의 살림살이를 꾸려나가고 종무를 돌보는 스님이 사판승입니다. 이판승의 꼭짓점은 종정이고, 사판승의 꼭짓점은 총무원장이지요. 가끔 이판과 사판을 두루 거친 스님도 있습니다. 이판이 없으면 부처님의 가르침을 이을 수 없고, 사판이 없으면 가람을 존속시킬 수 없지요. 이판과 사판은 서로를 지탱해주는 버팀목이고 동반자라는 방증입니다.살아보니 세상사는 일이 수학문제처럼 완벽하게 풀리지 않고 완벽한 사람도 없습니다. 비구승이나 대처승이나 추구하는 진리와 궁극적인 목표는 크게 다르지 않지요. 기독교, 불교, 천주교도 추구하는 길이 다를 뿐 궁극적인 지향점은 같다고 봅니다. 비슷한 시기에 선종과 입적을 하신 종교지도자로 한 시대의 큰 스승이셨던 김수환 추기경님과 법정 큰스님은 걸어온 길이 다르지요. 추기경님이 열 살이 더 많아 나이 차이가 있고, 출신도 영·호남으로 다릅니다. 종교 역시 천주교와 불교로 다르니 당연히 삶의 철학이나 추구하는 가치관과 방향이 다르고, 견해 차이도 있었을 겁니다.그런데 두 분의 인연은 길동무처럼 오랜 세월 교감하며 각별하게 이어졌지요. 특히, 두 분은 개인적인 친교를 넘어 한국 사회에서 종교 간 벽을 허무는 마중물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법정 큰스님이 길상사 개원 법회를 열었을 때 김수환 추기경님이 참석해 축사를 해 주었지요. 법정 큰스님은 그해 성탄절 때 성탄 축하 메시지를 보내고 명동성당에서 특별강론을 했습니다. 추기경님이 선종하자 큰스님은 언론에 '사랑은 끝나지 않았다'는 시(詩)를 기고하기도 했지요. 두 분의 깊고 넓은 생각과 넉넉한 행보는 아름다운 우정이자 격 높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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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광장]철학적 사유의 소통을 가능케 한 문장의 친화력 지면기사
스터디셀러 작가 '수필철학' 3인방김태길 안병욱 김형석 탄생 100주년김태길, 간결한 글 독자 공감·소통 안병욱, 민족정신 녹인 삶의 메시지김형석, 관념·대상 인생사로 풀어내김태길, 안병욱, 김형석 세 분은 모두 주요 대학의 철학과 교수를 역임하였고, 독창적 문장과 사유를 통해 정통 수필가로서도 일가를 이루었다. 1960~80년대에 젊은 날을 통과해온 많은 사람들에게 이분들의 이름은 아련한 그리움으로 남아 있을지도 모른다. 그만큼 이분들은 독자들을 많이 거느렸던 스테디셀러 작가들이기도 하다. 세 분은 1920년생 동갑내기였으니 따라서 올해 탄생 100주년을 맞게 된다. 이분들이 수행한 수필과 철학의 상호 결합 방식을 두고 '수필철학(essay philosophy)'이라고 부른 경우도 종종 찾아볼 수 있는데, 이는 약간이나마 냉소적 반응을 품은 듯한 명명이기는 하다. 하지만 우리는 오히려 철학적 사유의 소통을 가능케 한 문장의 친화력으로 이분들 작품의 정수를 기억해도 좋을 것 같다.김태길은 충북 충주 출신으로 서울대 철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존스홉킨스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가 쓴 첫 수필은 1955년 '사상계'에 발표한 '서리 맞은 화단'이었다. 1961년 첫 작품집 '웃는 갈대'를 시작으로 하여 그는 누구보다도 철학과 문학의 접점을 찾으면서 그 장르로 수필을 선택했고, 창작 과정에서 공감과 소통을 가장 중히 여긴 수필가로 인정받고 있다. 단아하고 아담한 문채(文彩)를 통해 군더더기 없는 매끈한 글을 주로 썼다. 필자가 고등학교 다닐 때 배운 '글을 쓴다는 것'은 그의 대표작이다. 이 작품은 "짧고 간결한 표현 속에 은근한 함축이 담긴 글을 사랑한다"라는 그의 좌우명을 실천한 사례이다. 그의 글이 독자를 공감과 소통의 장으로 이끄는 것은 이러한 글의 품격과 구체성 때문이다. 중후한 철학적 사색과 매끈한 글쓰기에 매진했던, 스스로의 글쓰기를 즐겁고도 성실한 작업으로 여겼던 수필가가 김태길이었다.안병욱은 평남 용강 출생으로 일본 와세다대학 철학과를 졸업했다. 생활적 구체성에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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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광장]방송 프로그램 효능감, 다양한 편성에서 시작된다. 지면기사
종편 오디션 프로그램 흥행 힘입어 요즘 '트로트 전성시대' 거센 열풍문제는 인기콘텐츠 우려먹기 병폐방송사마다 비슷한 예능프로 범람획일화는… 시청자 피로·외면 불러전에 없이 트로트 열풍이 거세다. 트로트 예능이 온통 방송가를 점령하면서 양적 성장은 물론 사회적 평가까지 바꿔놓고 있다. 얼마 전 제1야당의 비대위원장이 '백종원' 대세론 거론 당시 '임영웅'(트로트 인기 가수)은 어떤가라는 말이 돌았을 정도다. 물론 조롱에 가까운 비유이고 정치권의 해프닝으로 끝났지만 트로트 열기의 단면을 보여준 것은 확실해 보인다. 사실 트로트 장르는 지난해 TV조선 오디션 프로그램인 '미스트롯'의 인기 덕분에 재조명이 시작됐다. 올 상반기 '미스터트롯'까지 흥행에 성공하면서 트로트 전성시대를 열고 있다. 지상파 3사는 물론 종편이나 케이블 채널까지 트로트 예능프로가 11월까지 중점적으로 편성되어 있다고 하니 그 열기를 미루어 짐작할 만하다. 하지만 이런 현상이 일반 시청자들에게는 과연 어떤 의미로 다가올지 궁금하다.물론 트로트의 가치나 관련 예능 방송을 폄훼하자는 것이 아니다. 아이돌 중심 K팝 일색인 한국 대중음악 장르가 트로트 열풍으로 바뀌면서 저변을 확대하고 있음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실제로 '송가인'을 필두로 트로트가 중장년층에게 미친 인기몰이 기세는 실로 엄청났었다. 이 여세를 몰아 올해는 1020 세대까지 즐기는 장르로 자리매김한 셈이다. 덕분에 뽕짝이라 불리며 제대로 대접받지 못했던 장르가 인기 높은 트로트로 재탄생한 것이다. 이뿐이 아니다. 방송 광고 수입 하락세 속에서도 트로트 예능이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해낸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지난 4월 언론사 경영 성적 발표에 의하면 JTBC와 채널A가 각각 252억원, 158억원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오직 지난해 '미스트롯' 열풍 효과를 톡톡히 본 TV조선만 144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면서 트로트는 예능계의 핫 콘텐츠로 등극한 것이다. 이처럼 트로트 열풍이 방송가나 우리나라 대중문화에 긍정적인 측면이 적지 않다.그러나 일각에서는 넘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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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광장]야구장의 추억 지면기사
고교야구 성지 동대문구장에 이어숱한 명승부 잠실구장이 사라진다평생 팬을 만들고 소설가도 만들고미·일 프로구장 '전통 고수'와 비교개발 아쉽지만 새구장의 탄생 기대잠실야구장이 사라진다. 지난 5일 서울시는 '잠실 스포츠·마이스(MICE) 민간투자사업' 사업자 선정 공고를 연내에 내기로 했다고 밝혔다. 기존 야구장을 허물고 새 야구장을 건설한다. 새 구장은 더 크고, 위치도 한강에 가까워진다. 바다와 인접한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홈구장 같은 아름다운 모습일 것이다. 설계에 따라서는 홈런 타구가 한강까지 날아 갈 수도 있다. 강물에 '풍덩' 빠지는 야구공을 상상해본다.잠실야구장은 1982년 세계야구선수권대회 개최를 계기로 만들었다. 그 대회 결승전이 한국야구사의 최고명승부인 한일전이다. 선동열 선수의 호투, 김재박 선수의 개구리 번트, 무엇보다 8회말 터진 한대화 선수의 역전 3점 홈런은 전국민에게 큰 기쁨을 선사했다. 이후 프로야구의 숱한 명승부가 그곳에서 펼쳐졌다. 새 야구장에 대한 기대가 크지만 동시에 추억의 장소가 사라지는 아쉬움을 지울 수 없다.이미 우리는 동대문야구장을 잃어버린 아픔이 있다. 그 자리에는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가 우주선같이 내려앉아 있다. 중국 관광객을 비롯해 수많은 사람들이 분주하게 오가지만 야구의 기억은 다 사라져 버렸다. 미국 프로야구단이 방한했으며(1958년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국내 최초로 야간조명시설(1966년)이 설치되었고, 고교야구의 성지였으며, 프로야구 개막전(1982년)이 벌어진 것도 기록으로만 남아있다. 필자의 고향은 수원이다. 수원에 야구장이 생긴 것은 성인이 된 후인, 1989년이다. 초등학교 시절, 형의 손을 잡고 동대문야구장을 처음 찾았을 때의 설렘과 경이를 지금도 잊을 수 없다. 그런 동대문야구장은 사라져 버렸다.프로야구 경기장은 도심지(都心地)에 있다. 일과를 마친 팬들이 쉽게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운동장이 생기면 새로운 중심지가 만들어진다. 1980년대초 잠실 일대는 황량한 벌판이었다. 야구장이 들어서고, 지하철이 연결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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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광장]누구나 가면(假面)을 쓰고 살아갑니다 지면기사
이면에는 나를 초월한 욕망의 갈구힘들때 술한잔 기울이며 태연하듯삶의 억압·제약 속 낭만·해학 담겨그래도 눈빛은 내면을 엿볼수 있어감춰진 본모습 '이해' 사랑의 출발복면을 쓴 사람들이 얼굴을 감춘 채 노래 경연을 하는 TV 프로그램이 있는데, 누구인지 맞혀보는 재미가 참 쏠쏠하지요. 감추는 것, 그게 가면의 본질입니다. 실제와 다른 모습을 보이고자 하는 것은 모순된 일이지만, 민낯으로는 극복하기 어려울 때 가면은 좋은 방편이기도 합니다. 얼굴을 감추고 자신을 초월한 그 무엇인가를 갈구하려는 욕망, 그게 고대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가면이 소멸하지 않는 이유이겠지요. '로미오와 줄리엣'은 비극적인 사랑의 대명사로 불리는 명작입니다. 이 작품의 백미는 로미오와 줄리엣이 가면무도회에서 운명적인 사랑에 빠지는 대목이지요. 가면 속 눈빛에 빠져드는 알 수 없는 이끌림과 가슴 설렘이 그들을 걷잡을 수 없이 불타게 합니다. 얼굴은 가려졌지만, 감춰지지 않는 내면이 엿보였기 때문일 것입니다.우리나라에서는 가면이 세상을 풍자하는 용도로 많이 쓰여졌지요. 권위적이고 위선적인 양반들의 행태를 신랄하게 비판하고 풍자하는 양주별산대놀이가 대표적입니다. 영화 '왕의 남자'에서도 주인공은 탈을 쓰고 한마당 연회를 신명 나게 이끌어갑니다. 물론, 그것은 흥겨운 잔치가 아니었지요. 가면 속에서 험한 세상과 고관대작들을 조롱하는 사설은 어느 사랑 타령보다도 피를 토하듯 절절하게 마음을 울리지요. 영화 속이지만, 광대 스스로 벅찬 마음을 주체하지 못해 눈물을 흘리는 모습은 가슴을 먹먹하게 합니다. 억압과 제약 속에서도 즐거움과 정겨움과 낭만이 있는 가면 세상. 서양의 가면무도회가 소통하며 즐기는 모임이라면 우리 가면극은 주로 세상을 비판하는 해학과 풍자의 한마당이었지요. 그 게 우리 삶의 가치이자 여유입니다.'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말이 있지요. 하늘이 내려준 인연을 맺고 사는 부부, 피를 나눈 자식, 형제자매간에도 감추고 싶은 게 있습니다. 하물며 다른 사람의 마음을 아는 일은 사실상 불가능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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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광장]다시 유월 앞에 지면기사
대표적 표상은 6·25전쟁 6·10항쟁비극과 혁명의 비대칭 데칼코마니70돌 6·25, 분단·학살 참혹함 경종6·10은 지금 누리는 민주주의 굄돌평화·개혁의 상징 '균형 실천' 시점유월을 표상하는 사건은 여럿 있다. 그 가운데 오랫동안 우리 역사에 가장 어둑한 그늘을 드리운 것은 1950년 6·25전쟁이었을 것이다. 한때 '사변'이나 '동란'으로 명명되다가 이제는 정부 공식용어로 '전쟁'이 채택되어 쓰이고 있다. 이 전쟁은 호국영령이나 현충일, 보훈 같은 단어로 금세 치환되는 비극적 성격을 강하게 품고 있다. 하지만 유월에는 1987년에 일어났던 6·10항쟁이라는 민주주의의 기념비도 있다. 그해 유월을 뜨겁게 달구었던 학생과 넥타이부대의 시민혁명이자 직선제 개헌 투쟁이기도 했던 사건이다. 이렇게 유월은 전쟁과 호국과 분단이 한 축을 이루고 혁명과 개혁과 민주주의가 한 축을 이루는 비대칭적 데칼코마니를 우리에게 던져주는 달이다.올해 70주년을 맞는 6·25전쟁은 국제적으로는 '한국전쟁(Korean War)'이라는 이름으로 더 널리 알려져 있다. 국제전이자 이념전이었으며 더 구체적으로는 동족상잔이었던 이 전쟁은 적의(敵意)와 학살, 월남과 월북, 휴전과 분단이라는 역사적 부산물들을 생성해냈다. 박찬승의 '마을로 간 한국전쟁'에서는 전쟁 동안 '마을'들에서 벌어진 '작은 전쟁들'에 주목했는데, 말하자면 당시 마을들마다 벌어진 학살의 갈등 구조를 낱낱이 밝힌 것이다. 마을마다 깊은 골로 잠복해 있던 신분갈등, 계급갈등, 친족갈등, 종교갈등, 이념갈등 들이 전쟁기간 폭발한 실례들을 실증적으로 규명한 이 저작은, 평소 적대감을 가지고 있던 그룹을 치안 부재의 상황에서 어떻게 제거해갔는가를 소상한 증언 채록을 통해 들려준 것이다. 전쟁은 후방의 민간인들에게 더 참혹한 비극을 안겨준다는 역설을 웅변해준 것이다. 노벨문학상 수상자 알렉시예비치가 쓴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도 반전(反戰)의 메시지로 경청할 만하다. 그녀는 전쟁의 야수성과 그 잔혹한 희생에 대해 주목하면서, 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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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광장]언택트 시대, 디지털 부적응 등 격차에 대한 해법 마련해야 지면기사
교수들 '온라인 강의 적응' 어려움비대면 '라이프 스타일' 처음 경험정부 K-뉴딜 '격차해소' 대책 없어산업 성장할 수록 '소외자' 많아져패러다임 전환·대안마련 절실하다마스크를 낀 채 헤드폰을 장착하고 마이크를 확인한다. 마이크를 입에 너무 가까이 댈 경우 거친 숨소리나 불필요한 소음이 발생할 수 있어 체크는 필수다. 노안이 온 필자는 화면에 띄운 PPT를 잘 볼 수 없어 안경을 써야 한다. 마스크와 헤드폰, 마이크와 안경까지 착용하면 우주복이라도 입은 듯 거북하고 갑갑하다. 실수라도 하지 않을까 자못 비장한 마음으로 컴퓨터 모니터 앞에 앉으면 비로소 온라인 강의 준비 끝이다.디지털 문화에 취약한 필자는 강의가 시작되기도 전에 생소한 것에 눌려 지쳐버리는 느낌이 든다. 이게 다가 아니다. 분명 온라인 수업임에도 오프라인 수업과 다름없이 학교에서 강의를 진행한다. 온라인의 장점은 공간적 제약 없는 접속 아니던가? 누구나 아는 이 사실을 몰라서 멀리 학교까지 이동하는 것은 아니다.필자와 같은 아날로그 세대는 온라인 강의 적응에 어려움이 많다. 온라인 강의에 대한 학교 차원의 별도지원이 없다. 교수들은 각자도생 방식으로 디지털 시대에 적응하다 보니 시행착오를 겪기 일쑤다. 온라인 수업은 파일을 저장해서 학교에 제출해야 되는데 파일 저장 대신에 취소를 눌러 버리면 모든 것이 헛수고가 될 위험이 있다. 무엇보다도 학생들과 비대면의 디지털 방식은 교감이 없는 탓인지 불안하다. 특별한 피드백 없이 표정만으로도 교감이 이뤄지는 오프라인 강의실하고는 사뭇 다르다. 필자의 경우는 대학에서 20년 이상 강의를 해 온 터라 강의 자체에 대한 부담은 거의 없다. 그런데 온라인 강의는 시작부터 끝까지 불안감과 부담 자체다. 이런 연유로 디지털 문화에 익숙한 조교의 도움이 있는 학교로 가는 것이다. 온라인 수업인데 왕복 3시간이 소요되는 학교로 가는 이유는 어이없게도 디지털 부적응 문제인 것이다.온라인 수업 디지털 부적응으로 인한 가장 큰 문제는 강의의 질적 하락일 것이다. 온라인이라는 익숙지 않은 강의 방식이 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