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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요광장]누구나 가면(假面)을 쓰고 살아갑니다

    [수요광장]누구나 가면(假面)을 쓰고 살아갑니다 지면기사

    이면에는 나를 초월한 욕망의 갈구힘들때 술한잔 기울이며 태연하듯삶의 억압·제약 속 낭만·해학 담겨그래도 눈빛은 내면을 엿볼수 있어감춰진 본모습 '이해' 사랑의 출발복면을 쓴 사람들이 얼굴을 감춘 채 노래 경연을 하는 TV 프로그램이 있는데, 누구인지 맞혀보는 재미가 참 쏠쏠하지요. 감추는 것, 그게 가면의 본질입니다. 실제와 다른 모습을 보이고자 하는 것은 모순된 일이지만, 민낯으로는 극복하기 어려울 때 가면은 좋은 방편이기도 합니다. 얼굴을 감추고 자신을 초월한 그 무엇인가를 갈구하려는 욕망, 그게 고대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가면이 소멸하지 않는 이유이겠지요. '로미오와 줄리엣'은 비극적인 사랑의 대명사로 불리는 명작입니다. 이 작품의 백미는 로미오와 줄리엣이 가면무도회에서 운명적인 사랑에 빠지는 대목이지요. 가면 속 눈빛에 빠져드는 알 수 없는 이끌림과 가슴 설렘이 그들을 걷잡을 수 없이 불타게 합니다. 얼굴은 가려졌지만, 감춰지지 않는 내면이 엿보였기 때문일 것입니다.우리나라에서는 가면이 세상을 풍자하는 용도로 많이 쓰여졌지요. 권위적이고 위선적인 양반들의 행태를 신랄하게 비판하고 풍자하는 양주별산대놀이가 대표적입니다. 영화 '왕의 남자'에서도 주인공은 탈을 쓰고 한마당 연회를 신명 나게 이끌어갑니다. 물론, 그것은 흥겨운 잔치가 아니었지요. 가면 속에서 험한 세상과 고관대작들을 조롱하는 사설은 어느 사랑 타령보다도 피를 토하듯 절절하게 마음을 울리지요. 영화 속이지만, 광대 스스로 벅찬 마음을 주체하지 못해 눈물을 흘리는 모습은 가슴을 먹먹하게 합니다. 억압과 제약 속에서도 즐거움과 정겨움과 낭만이 있는 가면 세상. 서양의 가면무도회가 소통하며 즐기는 모임이라면 우리 가면극은 주로 세상을 비판하는 해학과 풍자의 한마당이었지요. 그 게 우리 삶의 가치이자 여유입니다.'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말이 있지요. 하늘이 내려준 인연을 맺고 사는 부부, 피를 나눈 자식, 형제자매간에도 감추고 싶은 게 있습니다. 하물며 다른 사람의 마음을 아는 일은 사실상 불가능하지요

  • [수요광장]다시 유월 앞에

    [수요광장]다시 유월 앞에 지면기사

    대표적 표상은 6·25전쟁 6·10항쟁비극과 혁명의 비대칭 데칼코마니70돌 6·25, 분단·학살 참혹함 경종6·10은 지금 누리는 민주주의 굄돌평화·개혁의 상징 '균형 실천' 시점유월을 표상하는 사건은 여럿 있다. 그 가운데 오랫동안 우리 역사에 가장 어둑한 그늘을 드리운 것은 1950년 6·25전쟁이었을 것이다. 한때 '사변'이나 '동란'으로 명명되다가 이제는 정부 공식용어로 '전쟁'이 채택되어 쓰이고 있다. 이 전쟁은 호국영령이나 현충일, 보훈 같은 단어로 금세 치환되는 비극적 성격을 강하게 품고 있다. 하지만 유월에는 1987년에 일어났던 6·10항쟁이라는 민주주의의 기념비도 있다. 그해 유월을 뜨겁게 달구었던 학생과 넥타이부대의 시민혁명이자 직선제 개헌 투쟁이기도 했던 사건이다. 이렇게 유월은 전쟁과 호국과 분단이 한 축을 이루고 혁명과 개혁과 민주주의가 한 축을 이루는 비대칭적 데칼코마니를 우리에게 던져주는 달이다.올해 70주년을 맞는 6·25전쟁은 국제적으로는 '한국전쟁(Korean War)'이라는 이름으로 더 널리 알려져 있다. 국제전이자 이념전이었으며 더 구체적으로는 동족상잔이었던 이 전쟁은 적의(敵意)와 학살, 월남과 월북, 휴전과 분단이라는 역사적 부산물들을 생성해냈다. 박찬승의 '마을로 간 한국전쟁'에서는 전쟁 동안 '마을'들에서 벌어진 '작은 전쟁들'에 주목했는데, 말하자면 당시 마을들마다 벌어진 학살의 갈등 구조를 낱낱이 밝힌 것이다. 마을마다 깊은 골로 잠복해 있던 신분갈등, 계급갈등, 친족갈등, 종교갈등, 이념갈등 들이 전쟁기간 폭발한 실례들을 실증적으로 규명한 이 저작은, 평소 적대감을 가지고 있던 그룹을 치안 부재의 상황에서 어떻게 제거해갔는가를 소상한 증언 채록을 통해 들려준 것이다. 전쟁은 후방의 민간인들에게 더 참혹한 비극을 안겨준다는 역설을 웅변해준 것이다. 노벨문학상 수상자 알렉시예비치가 쓴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도 반전(反戰)의 메시지로 경청할 만하다. 그녀는 전쟁의 야수성과 그 잔혹한 희생에 대해 주목하면서, 50

  • [수요광장]언택트 시대, 디지털 부적응 등 격차에 대한 해법 마련해야

    [수요광장]언택트 시대, 디지털 부적응 등 격차에 대한 해법 마련해야 지면기사

    교수들 '온라인 강의 적응' 어려움비대면 '라이프 스타일' 처음 경험정부 K-뉴딜 '격차해소' 대책 없어산업 성장할 수록 '소외자' 많아져패러다임 전환·대안마련 절실하다마스크를 낀 채 헤드폰을 장착하고 마이크를 확인한다. 마이크를 입에 너무 가까이 댈 경우 거친 숨소리나 불필요한 소음이 발생할 수 있어 체크는 필수다. 노안이 온 필자는 화면에 띄운 PPT를 잘 볼 수 없어 안경을 써야 한다. 마스크와 헤드폰, 마이크와 안경까지 착용하면 우주복이라도 입은 듯 거북하고 갑갑하다. 실수라도 하지 않을까 자못 비장한 마음으로 컴퓨터 모니터 앞에 앉으면 비로소 온라인 강의 준비 끝이다.디지털 문화에 취약한 필자는 강의가 시작되기도 전에 생소한 것에 눌려 지쳐버리는 느낌이 든다. 이게 다가 아니다. 분명 온라인 수업임에도 오프라인 수업과 다름없이 학교에서 강의를 진행한다. 온라인의 장점은 공간적 제약 없는 접속 아니던가? 누구나 아는 이 사실을 몰라서 멀리 학교까지 이동하는 것은 아니다.필자와 같은 아날로그 세대는 온라인 강의 적응에 어려움이 많다. 온라인 강의에 대한 학교 차원의 별도지원이 없다. 교수들은 각자도생 방식으로 디지털 시대에 적응하다 보니 시행착오를 겪기 일쑤다. 온라인 수업은 파일을 저장해서 학교에 제출해야 되는데 파일 저장 대신에 취소를 눌러 버리면 모든 것이 헛수고가 될 위험이 있다. 무엇보다도 학생들과 비대면의 디지털 방식은 교감이 없는 탓인지 불안하다. 특별한 피드백 없이 표정만으로도 교감이 이뤄지는 오프라인 강의실하고는 사뭇 다르다. 필자의 경우는 대학에서 20년 이상 강의를 해 온 터라 강의 자체에 대한 부담은 거의 없다. 그런데 온라인 강의는 시작부터 끝까지 불안감과 부담 자체다. 이런 연유로 디지털 문화에 익숙한 조교의 도움이 있는 학교로 가는 것이다. 온라인 수업인데 왕복 3시간이 소요되는 학교로 가는 이유는 어이없게도 디지털 부적응 문제인 것이다.온라인 수업 디지털 부적응으로 인한 가장 큰 문제는 강의의 질적 하락일 것이다. 온라인이라는 익숙지 않은 강의 방식이 주

  • [수요광장]슬기로운 야구생활

    [수요광장]슬기로운 야구생활 지면기사

    美 MLB, 시작부터 신문과 공생관계라디오·TV·인터넷 등 미디어 발전韓 프로야구, 130개국 방송 콘텐츠로코로나시대 무관중에도 높은 시청률그럼에도 야구장 응원·치맥 그리워한국 프로야구가 전세계에 중계방송되고 있다. KBO(한국야구위원회)는 지난 22일 미국 스포츠 전문채널 ESPN을 통해 130개국에 KBO 리그가 방송된다고 밝혔다. 한국프로야구가 세계적인 스포츠 콘텐츠가 된 것이다.프로야구는 시작부터 미디어와 분리할 수 없다. 미국의 메이저리그(MLB)가 시작된 것은 남북전쟁이 끝난 1870년대이다. 신문이 본격적으로 보급된 시기와 일치한다. 국토가 넓은 미국은 전국 규모의 신문이 존재하지 않았다. 프랜차이즈 야구 기사는 지역지의 중요한 콘텐츠였다. 매일 경기를 개최하는 야구는 매일 발행되는 신문의 더없이 좋은 파트너였다. 경기기록을 매일 확인하는 야구팬은 신문의 충성 독자가 되었다. 야구와 신문은 공생 관계를 형성한 것이다.20세기는 전파 미디어의 시대다. 1920년, 피츠버그에서 세계 최초의 라디오 방송이 탄생했다. 초기 라디오는 콘텐츠가 빈약했다. 그 자리를 채운 것이 야구 중계방송이다. 야구중계는 라디오 보급에 크게 기여했다. 동시에 프로야구의 시장도 확대되었다. 전파(電波)가 도달하는 지역까지 팬층이 형성된 것이다.2차 세계대전 후인 1950년대부터 TV가 본격적으로 보급된다. 신생미디어인 TV에서도 야구는 중요한 콘텐츠가 되었다. TV는 전국방송이 가능했다. 또 그 시기부터 비행기가 새로운 교통수단으로 등장했다. TV와 비행기로 인해 미국 중동부로 한정되었던 야구 시장이 태평양 연안까지 확장되었다. 우리에게도 친숙한 LA다저스는 원래 뉴욕 브루클린이 본거지였다. 1958년 LA로 홈구장을 이전했다. 이어서 뉴욕 자이언츠도 샌프란시스코로 본거지를 옮긴다.케이블TV는 1980년대에 본격 등장하여 다양한 전문 채널을 제공하기 시작했다. KBO 경기를 세계로 송출하는 ESPN도 이 시기에 스포츠 전문채널로 탄생했다. 카메라를 추가 투입하여 보다 입체적인 화면을 보여주고, 자막 정보를 제공하는 등

  • [수요광장]아이들을 도울 때 진짜 어른

    [수요광장]아이들을 도울 때 진짜 어른 지면기사

    어린이는 미래 희망이라 말하지만선뜻 나서 도와주는 사람은 드물다예전 사회복지공무원 특강 말미에기부 얘기 자발동참으로 확산 기억작은정성이나 큰 의미 멈출수 없어살다보면 많은 사람을 만나고 또한 짧은 식견이지만 도움이 되는 말을 전할 때가 있습니다. 파주에서 일할 때 초빙강사가 사정이 생겨 우연찮게 사회복지직 공무원을 대상으로 특강을 하게 되었지요. 강의를 마치면서 뜬금없이 물음표를 던져 보았습니다. "다만 얼마라도 어려운 이웃을 위해 정기적으로 기부하는 사람이 있으면 손들어 보시겠습니까?" 열 사람이 채 안 되었지요. 다시 한마디 던졌습니다. "사회복지는 국민 복리 향상을 위한 일, 그중에 어려운 이웃을 돕는 일이 중요한데 실망이 큽니다. 일선 사회복지직 공무원이야말로 이웃을 배려하는 마음을 가슴에 담고 솔선수범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 그 후 사회복지직 공무원들이 매월 월급의 1%를 모금해 어려운 아이들을 돕기 시작했지요.사회복지직 공무원들이 스스로 결정한 일이었습니다. 시장께 사회복지직 뿐 아니라 시청 공직자 모두가 참여하는 분위기를 만들자고 했지요. 설문조사결과 참여 의사를 밝힌 공직자가 98%를 넘었습니다. '공직자라는 사명감이 생각보다 상당하구나!' 새삼 직원들에게서 묵직한 울림과 감동을 받았지요. 용기를 내 시의회와도 협의를 거쳐 공직자 모금액만큼 일반 예산에 반영하는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내친김에 'LG 필립스' 노조위원장을 만났지요. 박봉의 공직자들이 좋은 일을 하니 기업체에서도 도와달라고 했는데 며칠 후 흔쾌히 동참 의사를 밝혔습니다. 경기도 사회복지 공동모금회도 함께 하기로 했지요. 공직자와 자치단체, 기업, 공익단체가 한마음으로 나선 것입니다.이듬해 1월부터 소년·소녀 가장과 시설 어린이들에게 매월 5만원씩 후원했지요. 공직자와 파주시, LG필립스, 경기도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하나로 뜻을 모아 가치 있는 협업을 시작한 것입니다. 아이들을 돕는 일이 펼쳐지자 시민의 공직자에 대한 인식과 평판도 좋아졌고 공직자들도 생각이 달라졌지요. 세간의 칭찬이 그렇게 만든 측면도 있겠지

  • [수요광장]오월과 한국문학

    [수요광장]오월과 한국문학 지면기사

    동·서양 서정시 역사에서 오월은자연미 정점·내면적 충일의 상징'1980 광주' 폭력 문단 저항의 시작경제 호황에 '대중문화 개화' 공존올 40周… 민주주의 혁혁한 기여19세기 독일의 유명한 시인 하인리히 하이네의 '놀랍도록 아름다운 오월에'는 '놀랍도록 아름다운 오월에/모든 꽃봉오리가 피어날 때/나의 마음속에서도/사랑의 꽃이 피어났어라//눈부시게 아름다운 오월에/모든 새들이 노래할 때/나의 불타는 마음을/사랑하는 사람에게 고백했어라'라는 내용의 서정시로서, 오월의 청신한 분위기와 사랑의 절절함을 잘 결합한 가편이다. 20세기 한국 서정시의 명편 김영랑의 '모란이 피기까지는'은 하염없이 지는 모란꽃을 보면서 "찬란한 슬픔의 봄"을 다시 기다리는 심미적 자세를 노래함으로써, 오월의 순수무구한 이미지와 시인의 내면적 슬픔을 잘 결속한 결실이다. 이처럼 동서양의 서정시 역사에서 오월은 '봄의 여왕'으로서 자연미(美)의 정점과 내면적 충일함을 동시에 상징하는 맞춤한 계절적 소재였다고 할 수 있다.그러다가 1980년 '오월 광주'의 충격을 접하고부터 한국문학에서 '오월' 상징은 크게 변모하게 된다. 어쩌면 1980년대 이후 한국 현대사는 정치적으로는 물론이고 문화적으로도 광주민주화운동에 의해 규정을 받지 않은 곳이 없었는지도 모른다. '오월 광주'를 애써 폄훼하려고 했던 이들조차 역설적으로 그 흐름에 긴박되었던 것이기 때문이다. 어쨌든 유신의 몰락과 더불어 형성된 새로운 열망들을 하나하나 좌절시키며 등장한 신군부 세력은 '오월 광주'를 폭력으로 진압하면서 80년대 내내 억압의 통치를 이어갔다. 이때 시인들은 권력과의 날카로운 대결과 그로 인한 내면적 저항의 언어를 세상으로 흘려보내게 되었다. "오월 어느 날이었다/1980년 오월 어느 날이었다/광주 1980년 오월 어느 날이었다"(김남주, '학살 2')에 나타난 시인의 격앙처럼, 우리 시는 불가피하게 이러한 시대적 역학 안에 유폐되었고, 윤리적 자아와 시적 자아 사이의 간극을 스스로 파기하게 되었던 것이다. 캠퍼스 안

  • [수요광장]정치인의 가짜뉴스, 엄중한 책임·대응 매뉴얼 절실

    [수요광장]정치인의 가짜뉴스, 엄중한 책임·대응 매뉴얼 절실 지면기사

    정부 "아니다" 여러차례 밝혔는데태영호·지성호 탈북자 출신 당선자北소식통(?) 언급 사망·와병 주장일부 신문은 확인않고 인터뷰 게재공인·공기가… '제재 시스템' 급해4·15 총선이 여당의 압승으로 끝난 지도 벌써 3주째 접어든다. 예상치 못한 결과에 정치 평론가들의 갑론을박 호들갑도 줄고 빠르게 일상으로 복귀하고 있다. 돌이켜 보면 정치적 입장 차이 만큼이나 서로 다른 논평을 내는 듯 보였지만 막말 후보에 대한 의견은 신기하게도 일치했다. 가짜뉴스 생산과 막말을 일삼던 후보들은 유권자들의 선택을 받지 못했다는 사실에 이견이 없었다. 쌈꾼보다 일꾼을 원하는 유권자들의 열망이 표출, 일하지 않은 국회에 유권자들의 질책이 담긴 지혜로운 선택이었다. 평론가들의 논평이 아니더라도 지난 선거결과는 21대 국회에서는 국회의원들이 달라질 것이란 기대감을 만들기에 충분했다.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무엇보다 국민은 일류인데 정치만 삼류에 머물 수는 없는 노릇이기 때문일 것이다. 당선자들 역시 국민들의 열망에 부응이라도 하듯 각오를 다지는 모습을 언론 인터뷰를 통해서 종종 보여준다. 필자 역시 역대급 초선의원 당선을 보면서 일하는 국회로 거듭날 것이란 기대를 하게 된다. 그런데 국회의원 당선자들의 실상은 국민들의 바람과 달랐던 모양이다. 유권자들의 열망을 산산이 부수는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김정은 건강 이상설과 사망설을 둘러싼 가짜뉴스가 그것이다. 탈북자 출신 야당 국회의원 당선자들이 김정은의 건강 이상설과 사망설이라는 충격적인 내용으로 세상을 혼란 시키더니 가짜뉴스임이 밝혀진 것이다.급기야 지난 4일에는 가짜뉴스 당사자인 미래통합당 태영호·미래한국당 지성호 국회의원 당선자가 '가짜뉴스' 유포 혐의로 시민 단체에 고발당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이들을 향한 논란은 쉽게 수그러들 것 같지 않아 보인다.사실 이 문제와 관련 정부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건강에 특이동향이 없다며 여러 차례 사실이 아님을 밝혔다. 태영호 당선자는 정부의 발표에 아랑곳하지 않고 정통한 북한 소식통을 언급하며 지난달 28일 CNN과

  • [수요광장]보수의 몰락

    [수요광장]보수의 몰락 지면기사

    박 前대통령 탄핵후 野 행태 난맥상대권만 생각 당대표·원칙실종 공천작은 균열에 둑 무너지듯 선거패배재건 위해선 진정한 보수가치 정립희망비전 국민공유 미래설계 급해끝내 보수는 참패했다. 보수의 몰락 기미는 이미 나타나고 있었다. 작은 균열이 거대한 둑을 무너뜨리듯이 보수는 허물어졌다. 유권자들은 보수와 수구를 구별하지 않는다. 특히 젊을수록 야당을 '수구꼴통'으로 본다.왜 보수와 수구가 동일시될까. 그 이유는 집권세력과 야권이 모두 제공했다. 현 집권세력의 제일 과제는 적폐청산이다. 적폐는 특권이며, 기득권이다. 지난 100여년 간 쌓인 것이다. 좌파가 보수를 '토착 왜구' 세력과 등치시킨 것은 정치적으로 매우 성공했다. 이제 보수는 친일파의 후손이다. 친일잔재는 청산 대상이다. 사법 적폐는 청산되었고 이제 검찰 차례다. 검찰의 조국 일가 수사는 공수처법을 반대하기 때문이다. 기득권을 놓지 않으려는 검찰의 저항이다. 조국 전 장관은 억울한 희생자이며, 그의 위선과 탈법은 문제 될 것이 없다.보수와 수구의 동일화는 현 정권에서 시작된 것이 아니다. 386 운동권이 사회의 중심세력으로 부상한 과정과도 일치한다. 좌파세력은 노조, 전교조, 각종 문화운동 등을 통해 헤게모니 싸움에서 승리했다.야권도 책임을 면할 수 없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 탄핵 이후의 정치 행태는 실망을 넘어 혐오를 불러왔다. 자신들의 작은 이익을 보수로 포장했다. 야당 의원의 판단 기준은 자신의 당선 가능성이다, 선거 과정에서의 난맥상은 참담한 한편의 희극이었다. 당선과 대권 가능성만 생각하는 당 대표, 규율과 원칙은 완전히 실종되어버린 공천, 정체성이 불분명한 외부선대위원장 영입 등이 대표적이다. 압권은 전국민재난지원금 지급 공약이었다. 보수의 원칙은 물론 품격마저 완전히 저버렸다. 눈앞의 이익을 위해 명분과 체면을 완전히 내팽개친 몰락한 양반의 추태를 보는 듯했다.야당은 재건을 시도 중이다. 패인과 대책이 다양하게 제시된다. '진정한 민의'를 받아들여 '뼈를 깎는 자성'과 '새로운 리더십'으로 '2년 후를 대비'하자

  • [수요광장]자신을 속이지 마라

    [수요광장]자신을 속이지 마라 지면기사

    세상사는 동안 가장 힘든일중 하나 선비들이 목숨처럼 여긴 삶의 철학다산 선생 독처무자기와 일맥상통떳떳치 못하면 언젠가 허구드러나스스로 낮추는 불변의 진리 실천을'자신을 속이지 마라. 세상의 모든 사람이 너를 보고 있다. 열 사람의 눈이 너를 지켜보고 있다. 이 얼마나 무서운 현실이냐!'-증자(曾子) 자신을 속이지 말라(不欺自心)는 가르침이 있습니다. 살다보면 자신도 모르게 남을 속일 때가 있지요. 선의든 악의든 옳은 일이 아닙니다. 잠시 다른 사람을 속일 수 있지만, 자기 마음마저 속일 수는 없습니다. 남을 속이는 것보다 더 나쁜 일은 자신을 속이는 일이지요. 마음을 속이는 건 자신이 무엇을 생각하는지 알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갈고 닦을 필요가 있지요. 나를 돌아보는 게 불편하고 쉽지 않은 일이긴 하지만, 자신의 뒤를 돌아보며 성찰하며 살아야 합니다. 스스로 삶의 철학과 가치를 지키며 보이든 보이지 않든 자신을 속이지 말고 살아야하는 게 상도(常道)이지요.세상을 살아가는 동안 가장 힘든 일 중 하나가 '아무도 보지 않는 곳에서 나를 속이지 않는 것'이라고 합니다. 조선의 선비들이 목숨처럼 중요하게 여겼던 삶의 철학이지요. 모든 사람을 속일 수 있어도 자신은 속일 수 없습니다. 공자는 마지막까지 '민신(民信)'을 포기하면 안 된다고 했지요. 사회적 신뢰가 무너지면 조직의 존립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무신불립(無信不立)의 본질이기도 합니다. 다산(茶山) 선생이 오랜 유배 생활 속에서 무너지지 않았던 이유도 독처무자기(獨處無自欺)의 철학을 지켰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 삶 속에서 저술한 책들은 오늘에도 우리 삶의 나침판이자 길라잡이가 되고 있지요.남을 속이고, 자신까지 속이면서 죄 짓는다는 생각은 손톱 만큼도 하지 않고 사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자신을 속이지 않는 사람이 신뢰를 받을 수 있는 것이지요. 남들이 보지 않는다고 해서 자신을 속이고 떳떳하지 못한 일을 저지르면 언젠가는 그 허구가 드러나게 됩니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지난해 그런 일을 겪었지요. 사회적 명성을 얻

  • [수요광장]'시나 쓰라'는 막말의 종언

    [수요광장]'시나 쓰라'는 막말의 종언 지면기사

    토론 과정 한 후보가 시인에 한 말'~나 하라' 토씨에는 '너 따위' 내포우월감 앞세운 '폄하의 어감' 짙어자신이 더 낫다는 가치를 호소하되상대방의 인격은 존중할 수 있어야이번 총선의 의미는 여러모로 분석될 수 있을 것이다. 국가에 난국이 닥쳤을 때 어떤 태도와 언어와 의지로 임해야 하는지를 국민들은 따졌을 것이고, 대의 민주주의가 지향하는 보편적인 시민적 가치와 방식이 어떠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강한 암시를 받았을 것이다. 물론 여전히 우리 사회에는 이념, 지역, 세대, 계층, 젠더 별로 엄존하는 전선이 있고 그 경계선들은 여지없이 배타적인 타자 배제의 힘으로 작동하고 있다. 그래도 이번 총선은 그것을 어느 정도는 뛰어넘었고 어느 정도는 전혀 새로운 틀을 향해 진화했다고 할 수 있다. 제도적 차원에서만 보면 여전히 당파적 이익에 골몰하는 후진적 정치의 민낯을 보게 되었지만, 그 과정과 결과를 두고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 길목에서 국민들은 오히려 합리적 혜안을 갖추게 되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국민들은 정치 환멸의 정서를 부추기면서 자신만은 예외적 우월성을 가지고 국민들을 호도하려 했던 이른바 '꼰대 언론'들에 대해 경고장을 날렸다. 뻔뻔한 이데올로그들이 소속 언론사의 총론에 복무하느라 분주했지만 국민들은 거의 현혹되지 않았다.그리고 이번 총선의 밑바닥에는 폭언과 막말로 얼룩진 도덕적 결여 상태가 깊이 잠복되어 있었다. 예기치 않게 튀어나온 실언이야 귀엽게 봐줄 수 있었지만, 의도적으로 계산된 폭언과 망언은 우리 정치 수준을 여전히 답보 상태로 만들기에 결코 모자람이 없었다. 선거 막판마다 단골로 등장하는 네거티브 공세, 색깔론, 가짜뉴스 등은 정파 사이에 존재하는 소소한 차이에도 불구하고 아직은 발본색원되지 않은 정치적 유습으로 이번 선거 국면을 감염시켰다. 어쨌든 코로나19 사태의 와중에 시행된 선거였던 만큼 국민들은 자신이 지지할 대상이 얼마나 신뢰를 받을 만한 세력인가를 물었을 것이고 폭언과 막말을 멀리 퇴출시키고자 했을 것이다. 그 결과를 기다릴 뿐이다.언론에서 '막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