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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요광장]외솔 최현배의 시조

    [수요광장]외솔 최현배의 시조 지면기사

    일제강점기 민족의식 발견과 깨침엄혹한 역사·생애 작품마다 녹여내해방후 고향·나라·한글사랑 더깊어이승만·박정희정부 가차없는 비판제언 마다않던 민족·민주주의자였다한글날을 맞아 외솔회 주관으로 '집현전 학술대회'가 서울역사박물관에서 열렸다. '문학과 한글'이라는 이색적인 주제를 다루어 청중들 호응이 퍽 컸다. 한용운, 윤동주, 방정환 그리고 최현배의 문학과 한글 관련성이 논의된 자리였다. '외솔회'는 한글학자이자 독립운동가인 외솔 최현배(1894~1970) 선생을 기념하는 모임으로서, 외솔의 손녀 최은미 이사장과 유명 국어학자 성낙수 회장이 정성껏 이끌어가고 있다. 선생의 뜻을 이어 국어 연구와 교육과 운동으로 사회에 기여하고자 외솔 돌아가신 1970년에 창립하여 지금에 이르고 있다. 그런가 하면 외솔의 고향인 울산에서는 한글날부터 나흘간 '한글, 미래를 꿈꾸다'라는 주제로 한글문화예술제가 열려 선생 탄생 125주년을 기념하였다. 그리고 18일에는 울산 중구청에서 외솔시조문학상 시상식이 열렸는데, 이날에는 이지엽 시인이 수상을 함으로써 외솔과 시조가 눈부시게 결합하는 순간을 창출하였다. 외솔시조문학회 한분옥 회장의 정성과 노력이 이러한 결실을 얻어낸 것이다. 이러한 일련의 행사들은 모두 '한글날'이라는 민족의 축제에 '외솔 최현배'라는 거목을 연결한 성과들이었던 셈이다.외솔 선생은 국어와 한글을 한 축에, 민족 독립과 문화 발전을 한 축에 놓고 평생을 살았다. 하지만 사람들은 이러한 사실은 잘 알면서도, 선생이 시조 백여 편을 남긴 시인이었다는 점은 전혀 모르는 듯하다. 선생의 시조는 외솔회에서 펴낸 전집에 모두 수록되어 있다. 일제강점기에 쓴 시조는 자신의 운명에 대한 견고한 수납, 민족의식의 발견과 깨침, 형무소에서의 옥고를 통한 스스로의 정체성 확인 같은 주제로 쉼 없이 흘러갔다. 이 땅의 엄혹한 역사와 궤를 함께한 선생의 생애가 작품 편편마다 실감 있게 녹아 있다. 해방 후에 쓴 시조에는 고향과 나라와 한글에 대한 사랑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목소리가 깊이 있게 담겨 있다. 그 목

  • [수요광장]한국의 인권현실… 산업재해 사망은 고작 1점

    [수요광장]한국의 인권현실… 산업재해 사망은 고작 1점 지면기사

    이주노동자들 일터에서 다치거나죽는 경우 하루평균 '18.4명' 달해사업장 평가지표 점수도 '모욕적'現 고용허가제 사고 절대 못 줄여정부, 최소한의 생명권 지켜줘야20년이 다 되어 가는 이야기다. 필자가 일하던 외국인인권단체에서는 주된 주말 업무는 외국인노동자들의 임금체불과 산업재해 상담 그리고 장례식을 치르는 일이었다. 이주노동자들은 일주일이 멀다 하고 허망하고 안타까운 죽음을 맞이했다. 2006년에는 네팔사람들과 병원기록들을 수소문해가며, 한국에서 사망한 네팔 이주노동자들을 찾고 기록하는 일을 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먼 타향에서 죽어갔는지에 대해 기록조차 제대로 없던 시절이었다. 긴 조사 끝에, 60여명의 네팔 출신 이주노동자의 사망을 찾고 기록할 수 있었다. 이주노동자들은 병으로, 각종 사고로, 산업재해로 그리고 가혹한 조건 속에 스스로 목숨을 잃었다. 이들도 당연히 누군가의 소중한 부모 형제였고 아들과 딸이었다. 네팔로 찾아가서 만난 유가족들은 비탄에 빠져 있었고, 대부분 심각한 생활고를 겪고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조사결과로 충격에 빠졌다. 유가족들의 애끓는 절절한 이야기는 아주 작은 책자로 묶여져 나왔다. 이후, 한국에서 기록조차 없이 죽어간 이들을 위한 위령제가 열리기도 했다. 그 후로 십여 년의 시간이 흘렀다. 이제는 덧없이 죽어가는 이주민들에 대한 이야기는 그저 예전의 참혹한 시절의 옛이야기면 좋겠다. 그러나 모두에게 불행하게도, 매일같이 예전보다 더욱더 많은 사람들이 죽거나 다치고 있다.2019년 10월 4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이용득 의원실에서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으로부터 받은 자료를 발표했다. 이주노동자들의 산업재해 사망자 실태 자료는 충격을 넘어 정신이 아득해지기까지 한다. 이 자료에 따르면, 2018년 전체 산업재해 사고로 인한 사망자 총 971명중 11.14%인 114명이 외국인노동자였다. 산업재해로 인한 전체 사망자수도, 내국인의 경우 2014년 1천765명에서, 2018년 2천6명으로 13.65% 증가하였는데, 이주노동자의 경우 2014년 85명에서 2018년 1

  • [수요광장]소유의 종말, 공유의 몰락

    [수요광장]소유의 종말, 공유의 몰락 지면기사

    스마트폰·정보통신기술 발달로누구나 '접속' 가능한 시대 열려빠르고 효율적 플랫폼 경쟁 시작자본이 독점하면서 곳곳서 충돌기업권리만 주장 사회적책임 외면'10월 유신, 100억불 수출, 1천불 국민소득'.초등학생 시절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은 이야기다. 당시에는 저 숫자가 무슨 의미인지 몰랐지만 '국민소득 1천불'은 또렷이 기억하고 있다. 그렇게 80년대를 맞이하고 국민소득이 1천불을 넘어서면 모든 국민이 자기 차와 집을 가질 수 있다고 희망찬 미래를 제시했었던 기억. 그 기억은 우리의 의식을 지배했고 우리는 '마이 카, 마이 홈'을 향하여 치열하게 소유의 경쟁을 벌여왔다. 그 희망찬 미래, 우리는 다 이루었다. 대다수 국민들이 자기 차를 소유하고, 주택보급률은 100%를 넘어섰으며, 자가보유율도 60%가 넘는다. 국민소득은 무려 3만불을 넘어섰다. 그런데 이상하다. 다 가지고 다 이룬 지금, 우리의 모습은 그리 행복해 보이지 않는다. 언제부터인지 '소유' 대신 '공유'라는 낯선 말이 들리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공유는 빠르게 우리 일상에 퍼져나갔다. 옷, 공구를 비롯한 다양한 물건에서부터 자전거, 차와 같은 이동수단, 집과 사무실, 동네부엌 등 부동산과 공간에 이르기까지 보이는 것은 물론 지식과 기술, 시간까지 이른바 모든 것을 공유하는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제레미 리프킨은 그의 책 '소유의 종말'에서 더 이상 '소유'는 필요하지 않으며, '접속'의 시대가 오고 있다고 말했다. 더 이상 소유하지 않고 임시적으로 접속하고 이용한다는 것이다. 스마트폰의 등장과 정보통신 기술의 발달로 누구나 '접속'이 가능한 시대가 열리고 저성장시대를 맞이하면서 그의 예언대로 '공유경제 전성시대'가 펼쳐지는 듯했다. 사람들은 고장 난 자본주의 속에서 과거 '국민소득 1천불'과 같은 희망을 공유경제에 품기 시작했다. 모두가 공유를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이제 소유를 이야기하면 구시대적이고 공유는 무조건 좋은 것이란 사회적 착각이 작동했다. 그러자 선의와 호혜를 기반으로 했던 공유에 변화

  • [수요광장]'통합 메시지' 아예 없는 편가르기 세상

    [수요광장]'통합 메시지' 아예 없는 편가르기 세상 지면기사

    조국장관 임명 '긍정-부정' 갈려의혹 위법·윤리 본질보다 '진영논리'갈등만 보이고 '합의 노력' 안보여분노·분열보다 냉정 찾는게 바람직'네편-내편' 싸움 폐해 국민들 몫최근 오바마 미국 전 대통령 부부가 재임 시절 못지않게 주목받고 있다. 휴먼다큐 '아메리칸 팩토리'로 선댄스 영화제에서 다큐멘터리 감독상을 수상하며 영화사들의 찬사 속에서 '융합'이라는 메시지로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다큐 내용은 미국 내 중국 공장 얘기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 놓인 국경과 문화 차이로 갈등이 있지만 이를 뛰어넘는 융합을 다루고 있다. 다큐는 융합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국제사회에 신선한 메시지를 주고 있다. 가뜩이나 트럼프 대통령의 편가르기식 정치로 인한 갈등과 분열을 우려하는 이들이 많은 시기에 이런 메시지는 시사하는 바가 커 보인다. 오바마 대통령 부부가 던진 융합메시지가 전 세계에 주목받고 있는 가운데, 국내 정치의 갈등은 이와 전혀 다른 양상인 것 같아 씁쓸하다. 사실 오바마 전 대통령의 통합에 대한 신념과 노력은 이미 재임 시절에 높게 평가받았다. 실례로 재임 당시 이라크전쟁에 대한 국민들의 의견이 찬성과 반대로 갈라지는 심각한 갈등 상황에서도 오바마는 자신의 의견에 반대하는 국민을 감싸안았다. 갈등을 부추기는 대신 통합에 이르는 연설로 그렇게 했다. "우리 미국에는 두 부류의 애국자가 있다. 하나는 이라크전에 찬성하는 애국자이고, 또 하나는 이라크전에 반대하는 애국자다." 대통령의 이 연설은 분열된 국론을 하나로 모으고 통합으로 가는 힘을 발휘했다.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과 관련, 우리 사회에 불어닥친 갈등 상황은 어떤가. 어느 정치인이 신념을 가지고 통합을 향한 노력을 보여줬던가? 조국 장관 혹은 정치권의 누군가를 비난하는 대신에 통합 메시지로 국민을 설득한 이가 있는지, 아무리 생각해봐도 떠오르질 않는다. 신념을 내세우며 정치인들의 삭발 릴레이가 있었지만, 통합 메시지와는 거리 먼 퍼포먼스였을 뿐이었다. 더구나 야당의 행보는 '발목잡기식'으로 보인다. 여·야를 막론하고 상대를

  • [수요광장]전국체전 100주년, 대한민국 스포츠 축제로 거듭나길

    [수요광장]전국체전 100주년, 대한민국 스포츠 축제로 거듭나길 지면기사

    최초 개최지 서울서 열려 '상징성'민족화합·체육발전 중추적 역할항상 국민에 희망·자부심 안겨줘국민들 경기장 찾아 많은응원 필요'역사·권위있는 행사' 관심 가져야올해로 100회를 맞이하는 대한민국 스포츠의 산실인 전국체육대회(이하 전국체전)가 이제 10일 앞으로 다가왔다(2019. 9. 24. 기준). 요즘 서울시내 거리를 돌아다니다 보면 100년을 맞이하는 전국체전을 알리는 홍보깃발과 현수막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이번 대회는 오는 10월 4일 개막식을 시작으로 7일간 진행되며 야구, 농구, 수영, 탁구 등 올림픽 종목부터 씨름, 택견, 궁도 등 한국 전통 스포츠까지 총 47개 종목(정규45, 시범2)에서 17개 시·도 3만여명의 선수단이 열띤 경쟁을 펼칠 예정이다.전국적으로 매년 개최되는 종합 스포츠 경기 대회인 전국체전은 1920년 7월 13일 조선체육회가 창설된 후 항일운동의 일환으로 개최되었던 행사로, 그해 11월에 배재고보 운동장에서 열린 제1회 전조선야구대회를 기원으로 삼는다. 전국체전은 일제강점기 말기의 중일전쟁과 태평양전쟁, 그리고 6·25전쟁으로 중단된 것 이외에는 지금까지 한 번도 거르지 않고 매년 100년 동안 지속되어 왔다. 올해는 제1회 대회 개최지인 서울에서 열릴 예정이다. 서울은 전국체전 최초 개최지로서 100년의 상징성을 기리고 한국체육 발전의 전환점이 되는 미래 100년의 출발점이라는 비전을 갖고 있다. 또한 각종 국제대회를 개최할 수 있는 체육 인프라를 구축함으로써 엘리트체육과 생활체육의 균형발전 및 세계 스포츠 중심 도시로의 재도약을 준비하는 전기를 마련하고자 한다고 했다. 전국체전은 스포츠를 통한 민족 화합의 역할뿐 아니라 스포츠 참여 증대 및 저변 확대, 우수 지도자 및 선수 발굴, 스포츠 시설 확충 등 그동안 대한민국 스포츠 발전의 중추적 역할을 해왔다. 특히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서 금메달의 감격을 안았던 필자를 포함한 수많은 대한민국 선수들에게 전국체전은 국제 무대로 나아가기 위한 계기와 발판이 되었다. 또한 피겨여왕 김연아, 역도의 장미란

  • [수요광장]단정하고 강한 항심(恒心)의 산문

    [수요광장]단정하고 강한 항심(恒心)의 산문 지면기사

    부드러운 표현·진솔한 고백 '산문'비평집엔 시큰둥하던 친구도 반색충격적 정보 '스캔들화' 하는 요즘과잉문장으로 사람들 내면에 상처산문 통해 한시적 소음 벗어났으면얼마 전 처음으로 산문집을 한 권 냈다. 그동안 펴냈던 비평서들이 워낙 전문적 내용을 담고 있어서 지인들에게 읽어보라고 대뜸 주지 못했는데, 이번에는 과감하게 '자연인 아무개'가 간직하고 있는 섭렵과 경험의 기억들을 한번 읽어보라고 건네줄 수 있었다. 그렇게 글에는 전문성과 보편성 혹은 낯섦과 친숙함이 상대적으로 담기게 마련인데, 흔히 '산문'의 범주로 묶이는 것들은 대체로 부드러운 표현을 통해 독자들과 소통하려는 욕망을 가지게 된다. 하지만 '산문'의 반대는 '비평'이 아니라 '운문'이 아니었던가. 내면에서 울려 나오는 리듬에 언어를 대응시켜 낭독과 음송에 어울리는 형식을 입힌 글을 운문이라고 한다면, 산문은 그러한 외적 리듬보다는 내용상의 명료함과 서사성을 강화하다 보니 생겨난 줄글 형식을 말한다. 장르로 말하면 소설, 수필, 비평 등이 모두 산문이다. 사전에서는 "운문에 대립되는 개념으로 리듬이나 정형성에 제약받지 않는 자유로운 문장"이라고 규정하고 있다.하지만 산문에 무한정한 자유가 허락되는 것은 아니다. 거기에는 그 나름의 장르적 관습(convention)과 함께 오랫동안 사람들이 그 장르를 통해 경험하고 또 기대해왔던 어떤 기율이나 원리가 없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 근대문학사에서 산문을 가장 잘 쓴 작가들은 누구일까. 내 기준으로 본다면 가장 심미적이고 예술적인 개성을 담은 산문을 쓴 분은, 일제강점기만 예로 든다면, 정지용과 이태준과 이효석과 김기림과 이상(李箱)이다. 이분들은 본인들의 주력 장르였던 시나 소설이나 비평만큼 아름다운 산문을 우리 문학사에 남겨주었다. 아쉽게도 김소월, 백석, 윤동주는 그분들이 남겨준 탁월한 시적 성과에 비해 산문적 충격은 약한 편이다. 반대로 산문에서 일가를 이룬 변영로, 양주동, 김진섭, 이양하, 피천득 등의 수필가들도 어김없이 떠오른다. 그 점에서 근대문학

  • [수요광장]외국인 앞에서만 멈추는 공정성과 형평성, 건강보험의 경우

    [수요광장]외국인 앞에서만 멈추는 공정성과 형평성, 건강보험의 경우 지면기사

    6개월이상 머물땐 의무가입 법개정먹튀·재정적자 논란 연장선상 나와저소득에도 전체 평균 보험료 가혹부모·성년자녀도 부과대상 큰 부담빈틈없는 사회보장 형평성 담보부터지난 7월 국민건강보험법 시행규칙이 개정되면서, 이제 국내에서 6개월 이상 머무는 외국인은 의무적으로 건강보험에 가입해야 한다. 세부적인 내용은 차치하고 그간 많은 시민사회단체 및 국제사회에서도 지적한 바와 같이, 보편적이고 차별 없는 건강권이 실현돼야 한다는 취지에 동감한다. 그러나 이번 조치의 내용과 과정을 살펴보면 본래의 취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정부의 이번 조치는 작년 한때, 여론을 달구었던, 이른바 외국인의 건강보험 '먹튀' 논란과 무관하지 않다. 2018년 10월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자료에 의하면 외국인·재외국민 지역가입자 건강보험 재정수지 적자액이 2017년 2천51억원에 이르고 지난 5년간의 누적 적자액이 약 7천억원에 달한다는 보도가 있었다. 이어서 몇 십만원의 보험료를 내고, 몇 억원이 넘는 의료혜택을 봤다는 어떤 재외동포와 외국인의 사례가 크게 보도됐다. 여론은 매우 험악해졌다. 그렇지 않아도 2017년 건강보험 전체 재정수지 적자가 4조4천475억원에 달하는데, 외국인들이 부당하게 혜택을 받아간다는 점에 분개했다. 언론들은 먹튀 논란과 재정적자만을 지속적으로 부각시키며, 외국인들이 부당한 혜택을 받아가고 국민들이 역차별을 받고 있다고 했다.하지만 2017년 외국인의 직장가입과 지역가입을 모두 합친, 전체 외국인의 건강보험료 재정 수지는 오히려 2천490억원 흑자였으며, 2013년~2017년 5년간의 재정수지는 무려 1조1천억원의 흑자에 달한다는 사실이 곧 밝혀졌다. 오히려 정반대의 상황임이 드러난 것이다. 하지만 최근까지도 외국인이 건강보험을 축낸다며 혐오와 차별의 근거로 사용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다.이러한 논란의 연장 선상에서 정부의 이번 건강보험 개편안이 나왔다. 그렇다면 건강권이라는 기본적이고 보편적인 인권 실현을 떠나, 보다 공정한 방향으로 건강보험이 변화됐을까?보건복지부는 외국인 등은 국내에 소득 및 재

  • [수요광장]이름 있는 집

    [수요광장]이름 있는 집 지면기사

    어린시절 부흥주택 문패 기억 또렷전세난민 늘며 도시 익명 공간으로캐슬·팰리스… 공동주택 이름 난해욕망대상·상품화로 자의적 조어법공간 걸맞은 의미부여 '건축의 완성'청량리 부흥주택, 1960년대 초 홍릉 서편에 서울의 주택난을 해소하기 위해 대한주택영단('LH'의 전신)에서 공급한 2층 연립형 국민주택단지다. 나는 그곳에서 태어나 초등학교 1학년까지 살았다. 200호가 넘으니 당시로는 적지 않은 규모의 집들이 골목을 마주하여 어깨를 나란히 자리하고 있었다. 크지 않은 집이었지만 작은 마당도 있었고, 옆집과는 낮은 울타리로 경계를 삼았지만 늘 열려 있는 문이 있어 자유로이 왕래를 했던 기억이 있다. 부흥주택은 아직도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사실 그 집과 골목 마당이 작다고 하는 것은 4년 전 우연히 다시 그곳을 찾았을 때, 다닥다닥 붙어있는 협소한 집과 골목을 보고 들었던 생각이다. 당시 '아직도 서울에 이런 곳이 남아있나?' 하는 생각을 했었는데, 여러 가지 정보를 유추해보니 바로 그곳이 내가 살던 곳이었다. 어린 시절 그곳은 나에게 절대로 작지 않은 우주와 같은 공간이었다.이제는 흐릿한 어린 시절의 기억이지만 또렷이 남은 기억이 하나 있다. 바로 문패. 아버지의 이름이 한자로 새겨진 직사각형 나무 문패가 대문 기둥에 반듯하니 걸려 있었다. 문패는 그 집을 떠나 이사를 간 수유리 집에도 당당히 붙어 있었다. 하지만 그 후 집안 경제사정의 악화로 전세난민의 삶이 시작되면서 문패는 있어야 할 곳에 있지 못하고 다시 빛 볼 날을 기다리며 집 안 어딘가에 숨어 있어야 했다. 그러다 결국 어느 순간부터는 영영 찾을 수 없이 사라져 버렸다. 이제는 문패가 필요 없는 익명의 공간들로 도시가 채워진 것이다.이름 없는 집 또는 무슨 뜻인지 모를 난해한 이름과 숫자로 호명되는 집이 익숙한 시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사는 집에 의미 있는 이름 하나 붙이지 못한다는 것은 못내 아쉽다. 내가 사는 마을의 이름은 '절골마을'이다. 천년고찰을 품은 산과 계곡이 어우러져 있는 아름답고 조용한 마을이다. 우리 마

  • [수요광장]어느 작은 단체의 소통 지혜에 대하여

    [수요광장]어느 작은 단체의 소통 지혜에 대하여 지면기사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 둘러싼 의혹청문회서 어떠한 결론이 나더라도언론등 사회갈등 유발 책임 못피해반면 기자로 활동 발달장애인 '감동'그 나름의 노력을 우리가 배워가야 요즘은 TV를 켜고 싶지가 않다. 리모컨을 이리저리 돌려봐도 온통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를 둘러싼 의혹 보도뿐이다. 도무지 뉴스를 보고 싶은 욕구가 안 생긴다. 아니 좀 더 솔직하게 표현하자면, 넘쳐나는 의혹에 더는 실망감과 허탈감을 맛보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조 후보자에 대한 의혹은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엄청난 기세로 미디어를 점령, 국민적 관심사가 돼버렸다. 어쩌면 관심사 수준을 넘어 그야말로 온 나라를 들끓게 하는 분노와 갈등의 기제로 작동하는 것 같다는 말이 적절할지도 모르겠다. 그렇지 않아도 무더위에 지친 여름의 끝자락을 다시 또 용광로처럼 뜨겁게 달구고 있는 듯해 갑갑하다. 조 후보자에 자격 논란과 의혹은 내달 2~3일 청문회를 통해서 반드시 규명되어야 한다. 다시 말해 제기된 의혹들이 사실인지 아닌지 아직 확정단계는 아닌 것이다. 그럼에도 어느 매체는 긴급 여론조사를 통해서 조 후보 반대 여론전까지 가세하는 것을 보면 사태의 심각성 문제를 가늠할 수 있게 해준다.더 큰 문제는 따로 또 있다. 조 후보에 대한 의혹이 사실로 밝혀지거나 혹은 반대로 의혹 내용과는 다른 결론이 난다 해도 정치권에 대한 이미지 손상은 피할 수 없을 것 같다는 점이다. 불신 속에서 국민들이 입었을 상처 또한 회복이 쉽지 않을 수 있다. 조 후보 당사자는 말할 것도 없고 정부와 여당, 야당과 의혹 보도에 열을 올린 언론까지도 사회적 갈등 유발에 무죄일 수는 없을 것이다. 불필요하게도 과도한 국민적인 에너지를 소모하게 만든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기 때문이다.아무튼 조 후보에 대한 의혹 보도 때문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유난히도 길고 힘든 여름처럼 느껴진다. 일본의 경제보복 등 현재 우리나라를 둘러싼 외교 관련 복잡하고 무거운 이슈, 조 후보의 의혹에 대한 여야의 대립 등 온통 소통의 부재로 불거진 일이다. 물론 외교 문제는 국가 간 복잡 미묘한

  • [수요광장]스포츠인들의 방송 진출

    [수요광장]스포츠인들의 방송 진출 지면기사

    다양한 예능프로서 재능·끼 '발휘'신선함·재미 선사 시청자와 '소통'종목 호기심 유발 저변확대 효과도선수들 인정받는 '스포테이너' 위해꾸준한 운동·분야별 자기계발 필요요즘 TV를 틀면 그라운드에서만 만날 수 있었던 스포츠스타들의 예능프로 출연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한두 곳의 프로그램이 아닌 다양한 프로그램에서 스포츠스타들은 다양한 재능과 끼를 발휘하며 시청자들에게 신선함과 더불어 많은 재미를 선사하고 있다. 과거만 해도 운동선수는 운동에 집중하고 TV프로그램에 나오는 건 겉 멋들고 운동을 등한시 한다는 말이 있었다. 특히 TV 출연 후에 성적이라도 안 좋아지면 많은 여론의 뭇매를 맞아야 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많은 스포츠스타들이 TV에 자주 등장하면서 시청자들과 소통을 하고 있다. 운동선수의 사전적 의미를 살펴보면, 운동 경기에 뛰어난 재주가 있거나 전문적으로 운동을 하는 사람을 일컫는다. 하지만 운동선수라고 운동만을 해야하고, 운동만 할 줄 아는 것은 아니다. 예전과 달리 선수들이 운동이외의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되었다는 것은 매우 긍정적인 변화로 여겨진다. 스포츠에서의 이런 변화된 모습은 시대의 변화를 반영하기도 한다. 시합을 할 때의 엄숙하고 강한 모습만이 전부가 아닌 부드럽고 유머러스한 인간미 넘치는 모습도 보여주며, 이미 스포츠를 사랑하는 많은 분들과 더불어 TV를 통해 스포츠스타를 만난 시청자들과 한발 더 가까워질수 있다. 결국 운동경기도 내재되어있는 끼와 능력을 발산하여 시합에 승리하고 팬들을 즐겁게하는 서비스업종이기 때문에 어떻게보면 운동선수들의 TV출연을 통한 인기상승은 당연지사라고 생각된다. 또한 스포츠를 바탕으로 한 프로그램들이 늘어나면서 국민들의 스포츠에 대한 인식이 더욱더 친숙해지고 저변이 늘어나는 매우 바람직한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TV를 통해 익숙해진 선수들을 통해 스포츠 종목에 대한 새로운 호기심도 유발 할 수 있다. 실제로 종영이 된 '우리동네 예체능'이라는 예능과 스포츠를 접목한 프로그램 이후에 많은 종목들의 저변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