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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월요논단]우리 모두가 삼성의 공모자다

    [월요논단]우리 모두가 삼성의 공모자다 지면기사

    1991년 노조만들다 해고 김용희씨구타·납치 등 압박속 344일째 농성반성·계획 없는 '껍데기 약속' 보며이재용씨 대국민사과 날부터 단식언론도 눈감은 강남역 철탑위 항거올해는 전태일 열사가 몸 사른 지 50년 되는 해다. 살아 있을 당시 열사는 다음과 같은 말을 심심찮게 반복했다고 한다. "대학생 친구가 하나 있었으면 원이 없겠다." '근로기준법 해설서'를 아무리 공부해 봐도 어렵기만 했기에 가지게 된 바람이었다. 이제 막 대학생이 되어 '전태일 평전'을 읽을 때 나는 그 대목에 밑줄을 그었다. 열사의 비어있는 대학생 친구 자리에 나 자신을 밀어 넣고자 했던, 나름의 책임감을 다잡는 행위가 밑줄 긋기였던 셈이다.문득 대학 초년생 시절 기억이 떠오른 것은 지금 또 한 명의 전태일을 목격하고 있기 때문이다. 1991년 김용희씨는 노동조합을 만들려 했다는 이유로 삼성에서 해고당했고 이를 알리자 명예훼손으로 두 차례 구속됐다. 폭력배로부터의 구타, 삼성 직원에 의한 납치, 성추행이란 무고, 북한 간첩으로의 조작 시도 등도 잇따랐다. 김씨는 현재 삼성사옥이 있는 강남역 사거리 25m 높이의 CCTV 철탑 위에서 344일째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1.65㎡(0.5평)에 불과한 철탑 위는 매우 비좁아 누우면 머리와 다리가 허공으로 삐져나온다.별로 놀랄 필요가 없을지 모르겠다. 삼성이 떡값을 돌려 검사들을 어찌 관리해 왔는지 우리는 알고 있기 때문이다. 재판부의 삼성준법감시위원회 설립 요청이 낮은 수준의 양형을 위한 수순으로 이해되는 것은 그 연장이라 할 수 있다. 법을 만지작거리는 부류들이 소위 떡검과 뭐 그리 다르겠느냐는 혐의가 퍼져 있다는 것이다. 과연 이재용은 지켜도 그만, 무시해도 그만인 약속을 했다. 수준 역시 구체적인 반성도 계획도 없는 껍데기에 불과했다. 그럼에도 삼성준법감시위원회는 이러한 사과를 의미 있다고 평가했다. 준법 의지를 드러냈다는 것이다. 예상했던 바와 한 치의 오차도 없는 전개라 하겠다.언론 또한 사법계와 그리 다를 바 없다. 삼성 비판 내용의 칼럼을 썼던 필자들이 어떻게

  • [월요논단]깨어진 일상과 문명의 새로움

    [월요논단]깨어진 일상과 문명의 새로움 지면기사

    코로나19가 멈춰세운 일상 '당혹감'잃었던 가치·인간다움 돌아볼 시간기득권 유지 감춰진 자본 과잉 여전재난 이용 특권 키울땐 더큰 재앙뿐생명·삶 위한 새로운 문명의 전환을우리에게 익숙한 것은 그 익숙함으로 인해 당혹감을 주기도 한다. 그 익숙함 속에서 언뜻 언뜻 낯섦을 마주하게 되거나, 또는 벗어나야 할 때가 되었음에도 그렇지 못할 때 오는 당혹감이 그것이다. 일상이 멈출 때 우리는 그 당혹감을 있는 그대로 느끼게 된다. 그때의 당혹감은 그 익숙한 것이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또 진부함을 깨고 새롭게 다가오는 그것이 무엇인지 묻게 만든다. 가장 가까운 이의 부재가 우리에게 그 사람의 의미를 되돌아보게 만드는 것도 그런 경우다. 코로나19가 멈춰 세운 일상은 이 느낌을 통해 익숙했던 과거와 다가올 시간을 새롭게 보게 만든다. 우리의 일상이 코로나19 이전으로는 결코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는 이들은 어떤 새로움을 보고 있는 것일까. 돌아갈 수 없는 일상, 벗어나야할 일상은 어떤 것일까.코로나19는 여전하며 위기는 계속된다. 여전히 그 익숙함에 취해 벗어나야할 과거로 돌아가려는 이들이 있다. 그들에게 변화란 익숙함을 막는 장애물이며 문명의 새로움이란 두려운 세상일 뿐이다. 코로나19가 가로막은 일상은 깨어진 삶의 터전을 다시금 보게 만든다. 그 안에서 익숙한 과거로 돌아갈 수도, 새로운 세계를 향해 나아갈 수도 있다. 무엇을 선택해야할지는 우리에게 달려있다. 그 선택을 위해 깨어진 일상은 무엇이며, 다가올 새로움은 무엇이어야 하는지 돌아봐야 한다.이번 총선은 코로나19 선거라고들 말한다. 여당이 이 사태로 인해 정치적 이익을 얻은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럼에도 이번 총선 결과에는 깨어진 일상을 통해 시민들이 감지한 새로운 삶에 대한 의식이 반영되어 있다. 그 의식을 충족시키지 못할 때 여당에 안겨준 압도적 승리는 압도적 패배로 다가올 것이다. 지금과 같은 삶과 일상은 더 이상 가능하지 않다는 느낌은 우리에게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해 상상하게 만든다. 지난 100여 년간 식민지와 분단 상황을

  • [월요논단]당대표에 나선 송영길과 홍영표의 과제

    [월요논단]당대표에 나선 송영길과 홍영표의 과제 지면기사

    선출되면 2022 대선·지방선거 중책洪, 조직 관리 리더십 발휘 CEO형친문 프레임 극복·선거 승리 '과제'宋, 인천시장 경험·원외 움직임도호남에 대한 견제·영남권 설득해야180석의 거대여당. 5월7일 원내대표 선거가 있다. 새로운 권력을 향한 경쟁이 가시화되었다. 원내대표로 나선 김태년 의원과 전해철 의원의 대결이 서막이다. 그러나 인천의 관심은 당권후보에 쏠려 있다. 누가 더불어민주당의 대표가 될 것인가. 5선의 송영길 의원과 4선의 홍영표 의원이 당권에 도전한다. 두 의원이 어떤 관계를 형성할지 관심사다. 경쟁으로 갈지 아니면 양보와 협력을 할 것인지. 오는 8월에 선출되는 당대표는 2022년 3월의 대통령선거와 6월에 동시 지방선거를 책임지게 된다.홍 의원은 신중하지만 할 일을 성취해 내는 힘과 역량을 갖고 있다. 일부의 우려와 달리 원내대표로서 리더십을 확실히 각인시켰다. 조직 관리를 통해 리더십을 발휘하는 CEO형이다. 노동부 장관으로도 추천되고 있지만 지역의 GM대우와 현안문제를 해결하려면 산자부장관이 적임일 수도 있다. 정부나 대통령의 정책과 다른 목소리를 내지 않는 것도 그의 성격을 말해준다. 친문의 시각에서 문재인 정부의 정책을 지원하고, 대선과 지방선거를 관리할 수 있는 적임자로 보는 이유다. 하지만 홍 의원은 친문 원내대표와 친문 당대표 그리고 친문 대통령 후보라는 프레임을 어떻게 극복하고,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승리할 것인가 하는 과제에 답해야 한다.송 의원은 친문의 좌장인 이해찬 대표와 맞붙어 지난 당대표 선거에서 2위를 했다. 인천광역시장으로서 행정경험에 이어 원외를 향해서도 부지런히 움직인다. 기회가 주어지면 외교부장관으로 일하고 싶어 하지만 주변에서는 산자부나 통일부를 권한다. 꿈이 크다보니 문재인 정부의 정책과 다른 목소리도 있다. 동남권 신공항문제는 부울경의 목소리를, 원전문제에서는 에너지 산업과 수출의 필요성을 우선한다. 친문의 시각에서 보면 손에 잡히지 않는 야생마이지만 2022년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외연을 확대하여 승리를 견인할 수 있는 적임자로 손꼽힌다. 하지

  • [월요논단]종편 재승인 결과를 생각한다

    [월요논단]종편 재승인 결과를 생각한다 지면기사

    2011년 종합편성채널 4개, 첫 전파'신문방송 겸영 허용' 문제 우려 속정치적 편향·불공정·오보 등 논란TV조선·채널A 조건부 결정 불가피직접 광고판매 등 특혜 바로잡혀야2009년 한나라당은 야당과 국민 여론의 반대를 뚫고 '신문방송 겸영 허용'을 핵심으로 하는 방송법 등 미디어법 개정을 강행했다. 이를 기반으로 2011년 12월 말 조선, 중앙, 동아, 매경 등 4개 신문이 지배하는 종합편성채널이 첫 방송을 시작했다. 종합편성채널의 등장은 여러 가지 우려를 안고 있었다. 종합편성 채널 도입의 문제점은 당시 승인 기본계획에 언급되어 있는 정책목표를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정책목표는 융합하는 미디어환경변화에 적극 대응, 방송의 다양성 제고를 통한 시청자 선택권 확대, 콘텐츠 시장 활성화 및 유료방송시장의 선순환 구조 확립, 경쟁 활성화를 통한 방송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확보 등이었다. 모두 방송영역에서 추진해야 할 목표일 수 있다. 그런데 왜 신문사에게 종편채널을 줘서 이 정책목표를 추진해야 하는지는 이해하기 어렵다.신문방송 겸영 허용 등의 규제 완화는 미디어환경의 변화와 여론지배력의 흐름 등을 장기적으로 검토하고 결정해야 할 중대한 정책적 사안인데도 준비 없는 전격 도입은 위험한 일이었다. 신문은 지상파방송과 함께 정치여론 형성력이 강력한 미디어이다. 신문여론시장에서 영향력이 막강한 신문들의 여론 지배력이 보도를 하는 방송영역까지 넘어올 수 있다는 우려는 무시할 수 없었다. 미디어 소유 집중으로 정치적 다원주의가 위축되어 궁극적으로 민주주의가 위협받을 가능성이 높아서 신문방송 겸영 허용은 심각한 문제였다. 종편채널의 극심한 정치적 편향, 불공정, 오보, 막말 등 여러 가지 논란이 계속됐다. 2017년 두 번째 재승인 심사에서 TV조선이 기준점수에 미달했지만 조건부로 승인됐고 채널A도 겨우 기준점수를 통과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심의에서 중징계인 법정제재를 매년 4건 이하로 줄여야 한다는 등의 조건이 부여됐다. 그런데 행정소송과 조건이행 실적의 제출 기간 등 일부 행정절차의 허점을 활용하면 이

  • [월요논단]위기가 가져온 변화의 기회

    [월요논단]위기가 가져온 변화의 기회 지면기사

    정치등 모든 분야 영향준 바이러스과학기술 발전도 모든 것 해결 못해우리 삶 '궁극적 가치' 깨달음 필요 그동안 욕심 채우기 위해 살았다면 이제 다함께 '당면문제' 노력할 때'너희가 와야 학교는 봄날'. 어느 학교 앞 현수막에 걸린 문구이다. 도서관에서 이용자를 기다리는 입장에서 너무도 공감이 가며 가슴이 뭉클해지는 문구였다. 두 달 이상 도서관 문을 닫고 있어 온기가 없어진 공간과 새로 들어와 한 번도 독자를 만난 적 없이 이용자를 기다리고 있는 새 책을 보면서 코로나19가 만든 변화들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도서관도 이용자가 와야 봄이다. 코로나19가 가져온 사회 변화에 우리들은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바이러스는 정치, 경제, 문화 등 모든 분야에 영향을 미쳤고 우리의 일상생활과 직결된다. 우리들의 소소한 일상생활을 돌아보면 사회적 거리두기로 사람들과는 전화통화와 SNS로 소통하고 있고 필요한 물건은 주로 인터넷을 이용해 주문한다. 아이들은 같은 반 친구 얼굴도 모른 채 온라인학교에 등교하고 최대한 바깥 외출은 삼간다. 거리의 사람들은 영화 속 장면처럼 마스크를 착용하고 손 닦기의 중요성을 알게 되어 외출 후 집에 들어오거나 장소를 옮길 때마다 손을 자주 잘 닦게 되었다. 시간강사, 자영업자, 공연기획에 관련된 일을 하던 사람들은 갑자기 수입이 줄어 생계에 어려움이 생겼다. 정부와 각 지자체들은 '코로나19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하겠다는 결정을 내렸고, 각 지자체마다 지원금의 조건과 액수가 달라 논쟁이 되기도 했다.현재 코로나19의 확산은 주춤해지고 있지만 이 사태가 언제쯤 안정화 될지는 알 수 없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바이러스와의 전쟁은 계속 될 것이라 예측한다. 그러나 누구도 최적의 대안을 제시하지는 못하고 있다. 사회적 거리를 두고 손을 잘 씻는 등의 방역에 중점을 두는 것 외에는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 별로 없다.우리의 삶을 위협하는 코로나19를 겪으며 우리가 알게 된 몇 가지가 있다. 전 세계는 서로 긴밀하게 연결된 하나의 생명공동체라는 것과 엄청난 과학기술의 발전도 모든 것

  • [월요논단]코로나19 대창궐 시기에 떠올리는 김구의 소원

    [월요논단]코로나19 대창궐 시기에 떠올리는 김구의 소원 지면기사

    8세 성리학 시작 한학자에 배움도그의 이념은 '화이부동'과 잇닿아 개별국가 지향할 국제질서의 가치'뉴노멀' 새로운 표준이 現 문명 대안경제·군사력 아닌 문화의 힘에 초점코로나19 대창궐로 전 세계가 두려움에 떠는 와중에 우리는 지난 11일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1주년을 맞았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기념사에서 "친일이 아니라 독립운동이 우리 역사의 주류임을 확인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하였다. 최근 들어 김구 선생의 '나의 소원' 가운데 한 대목을 떠올리고 있던 터라, 그러한 내용의 기념사가 나에게는 퍽 시의 적절하게 느껴졌다.일부 정치권과 언론이 비난을 쏟아내고 있지만 세계 각국에서는 코로나19의 모범적인 대응 사례로 우리나라를 꼽고 있다. 뿐만 아니라 우리에게 장비와 자료의 도움을 요청하고 있으며 도움을 거부했던 국가의 경우에는 사과하기도 했다. 코로나19 사태가 현재 진행형인 만큼 속단은 피해야겠으나 대한민국의 위상이 한 단계 높아졌다는 사실은 인정할 만하지 않은가 싶다. 이러한 판단 속에서 떠올랐던 것이 김구 선생이 강조했던 문화의 힘이다."우리의 부력(富力)은 우리의 생활을 풍족하게 할 만하고, 우리의 강력(强力)은 남의 침략을 막을 만하면 족하다.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 문화의 힘은 우리 자신을 행복하게 하고, 나아가 남에게도 행복을 주겠기 때문이다. (중략) 나는 우리나라가 남의 것을 모방하는 나라가 되지 말고, 높고 새로운 문화의 근원이 되고 목표가 되고 모범이 되기를 원한다. 그리하여 진정한 세계의 평화가 우리나라에서, 우리나라로 말미암아 세계에서 실현되기를 원한다."김구 선생은 이러한 이념을 단군의 홍익인간(弘益人間)과 연결시키고 있는데, 내가 보건대 이는 천하의 평화를 기획하는 방법론 측면에서 성리학의 화이부동(和而不同)과 잇닿아 있는 듯하다. 기실 김구 선생은 여덟 살에 성리학 공부를 시작하여 17세에 과거에 응시한 바 있으며, 20세에는 한학자 고능선(高能善)에게 배움을 얻기도 하였다. 화이부동이란 무엇인가. 남과 사이좋게

  • [월요논단]일상을 넘어 일상으로

    [월요논단]일상을 넘어 일상으로 지면기사

    코로나19로 '삶의 이중성'을 본다진부한 반복이지만 존재의 양면성감추임과 드러남통해 의미 일깨워자본 민낯·경쟁 이웃 이젠 벗어날때새로움을 성찰 현실화하는 결단을일상은 매우 이중적이다. '태양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는 '전도서'의 말처럼 일상은 늘 그렇게 되풀이되는 진부함이기도 하지만, 밤이 되면 어두움 속에서 그 진부함에 가려 보지 못하던 것들이 새롭게 드러나는 순간이기도 하다. '밥벌이의 지겨움'이든 아니면 그 고마움이든 반복되는 일상에서 빛이 사라진 세상은 놀랍게도, 보았지만 보지 못했던 사실을 다시금 보게 만든다. 그래서 이제 되풀이 되는 일상이 진부함의 반복이 아니라 우리 삶과 존재가 그 아름다움과 의미를 드러내는 순간의 반복임을 알게 된다. 일상은 진부함과 지겨움의 시간이지만, 다른 한편 놀라움과 새로움의 자리이기도 하다. 일상은 삶의 이중성과 존재의 양면성을 남김없이 보여준다. 그래서 독일 철학자 하이데거는 존재는 감추임과 드러남을 통해 그 숨겨진 의미를 알려준다고 말한다. 존재는 그런 순간을 간직한 사건 자체다.코로나19로 인해 이 일상의 이중성이 새롭게 보이기 시작한다. 전혀 일상적이지 않은 일상성을 살면서 우리는 일상의 고마움과 아름다움, 그 의미를 새롭게 보게 된다. 일상의 진부함이 사실은 우리 삶의 전부임을, 그 진부함 안에서 순간순간의 새로움과 고마움을 찾아야 하는 것이 우리 삶임을 알게 되었다. 코로나 사태는 위기이지만, 선택의 갈림길에 놓인 기회이기도 하다. 위기는 갈라진 길 위에 선 선택의 순간을 가리키는 말에서 유래했다. 우리는 선택해야 한다:이것이냐 저것이냐! 그 선택의 시간은 우리 삶 전체가 걸린 절대적 순간이다. 깨어진 일상에서 진부한 과거로 되돌아갈 수도 있지만, 가보지 않은 새로운 길을 선택할 수도 있다.코로나19 이후 우리는 다시금 우리 삶과 사회를 되돌아보게 된다. 진부한 일상 속의 새로움을, 경쟁상대로만 보던 이웃의 고마움을, 성장과 풍요를 말하던 자본의 민낯을 새롭게 보게 된다. 공론장과 정론을 말하던 주류 언론이 당파적 이익에

  • [월요논단]코로나19와 의료 공리주의

    [월요논단]코로나19와 의료 공리주의 지면기사

    폭발하는 환자 伊·美 대응 지침보며선진국 의료시스템 붕괴 다시 생각사람생명 돈으로 환산 뼈아픈 현실영리보다 공공 의료 중요성 일깨워감염병들이 인간에 전하는 메시지젊은이인가. 고령자인가. 이탈리아의 의사들이 폭발적인 코로나19 환자를 놓고, 윤리적 선택에 고통스러워했다. 의료진들에겐 생존 가능성이 큰 환자를 위해 의료자원을 비축하라는 지침도 내려진 바 있다.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도 국방물자생산법을 동원했다. 자동차보다도 마스크와 인공호흡기가 급한 현실. 선진국가의 의료시스템이 무너지는 것을 보면서 과연 어떤 문제가 있었던가를 되돌아보게 만든다.코로나19처럼 긴급하고 세계적 상황을 예측한 것은 아니지만 의료와 관련하여 선호공리주의를 주장한 학자가 있었다. 미국 프린스턴대학 교수 피터 싱어(P.Singer)이다. '중증의 신생장애아는 살 권리를 가지고 있는가'라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그는 일종의 선호적 공리주의를 주장했다. 1989년 6월 장애인 단체를 비롯한 독일 언론들의 격렬한 항의가 있었고, 결국 그의 심포지엄과 강연은 중단되었다. 그를 강연에 초청한 교수에 대해 해임 운동까지 일어났다. 그의 주장은 연명치료의 중단과 존엄사의 문제로까지 연계된다. 본질적으로 인간은 무엇이며, 삶과 죽음은 무엇인가를 묻고 있다. 하지만 돈이 들거나 생산성이 없는 인간 등에 대한 치료 포기를 정당화하는 논리로 비판을 받았다. 약자는 낳지도 살리지도 않는다는 나치의 논리라고 비난되었다. 7만명 이상의 장애인을 죽음으로 내몰았던 나치의 '안락사' 계획을 상기시키는 극도의 분노를 독일인들에게 일으켰다. 생명의 신성성(Sanctity of Life)을 주장하는 종교의 입장에서도 받아들일 수 없었다. 의료자원의 합리적 이용이라는 선호공리주의에도 불구하고, 생명조작의 추진이나 생명의 탈신성화를 추구하는 일종의 우생이데올로기로서 비판되었던 이유다.그런데도 세계적으로 긴급한 의료 현실이 의료진이나 의료 자원의 분배적 정의를 어떻게 실천할 것인가를 묻고 있다. 지친 의료현장과 의료진들의 한계 그리고 의료시스템 붕괴의 가능성을

  • [월요논단]소수정당과 후보자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

    [월요논단]소수정당과 후보자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 지면기사

    연동형비례 첫 적용 총선 코앞인데취지 안맞게 소수당·후보 정보부족미래당 녹색당 정책·공약 무엇인지정의·민중당 어떻게 다른지 '깜깜'정확·공정 판단기준 적극소개해야4·15 국회의원 선거는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적용되는 첫 선거다. 소수 정당과 후보자에게 도움이 되는 선거제 개혁이 시도된다. 거대 양당의 비례 위성정당으로 선거제 개혁의 방향이 흔들리고 있긴 하지만 소수정당의 비례대표 진출 가능성은 여전히 높을 것이다. 그런데 소수정당과 비례 후보자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다.이전부터 선거 또는 선거보도에서 신진·소수 정치세력에 대한 관심과 제도적 배려가 중요하다고 생각했었다. 시민언론단체의 선거보도감시 준칙을 마련할 때도 신진·소수정당과 그 후보자에 대한 배려를 강조했다. 지난해 12월 언론중재위원회 세미나에서 '선거방송 심의규정'에는 '소수자에 대한 기회부여'란 내용이 있지만 '선거기사 심의규정'에는 그런 내용이 없으니 보완하자고 지적한 적도 없다. 이번 총선 보도도 크게 달라지는 것이 없는 듯하다.거대 양당의 비례 위성정당 논란으로 선거판이 복잡해졌다. 헷갈리는 이름의 비례정당이 등장하고 서로 비난을 주고받는다. 언론은 갈등과 충돌을 중계하고 지식인과 전문가가 등장해서 첨예한 비판을 가한다. 거대 양당과 언론이 정치혐오와 선거혐오를 만드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거대 양당의 비례위성 정당 추진은 비판받아 마땅하다. 선거제 개편을 주도한 민주당이 비례 위성정당에 참여하는 일은 더 큰 비판을 받아야 할 것이다. 언론은 비례위성 정당 추진의 피해자가 유권자 시민이고, 소수정당에 가야할 표가 거대 양당에 돌아가 민의와 표심이 왜곡될 거라고 비판하고 있다. 이를 '역병'이라 비판하기도 한다. 다 옳은 이야기다. 그렇지만 뭔가 문제가 있다. 우리에게 대안이 될 수 있는 소수 정당과 소수정당 비례후보자들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있는가? 지역에 출마하는 후보자와 비례대표 후보자들은 어떤 다른 기준으로 봐야 하는 것인지 궁금하다. 정의당과 민중당은 어떻게 다른 것인지, 미래당과 녹색당은 정책·공약이 무엇인지,

  • [월요논단]건강한 삶을 위한 생태적 각성

    [월요논단]건강한 삶을 위한 생태적 각성 지면기사

    인체에 얼마나 유해한지 모른채농약·화학비료 무분별하게 사용식물 키우며 생명존중성 알리는그림책 '우리가족은 정원사…'몸살 앓는 '지구 회복' 중요성 알려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가 길어지고 아직은 여기저기서 한숨이 새어 나오고 있지만, 자연의 약속은 늘 어김이 없다. 어느새 봄이 찾아와 생강 꽃이 피고 땅속 새싹들이 세상 밖으로 얼굴을 드러내고 새들의 움직임도 바빠 보인다. 겨우내 얼굴 마주치기 힘들었던 이웃들도 밖으로 나와 종일 마당을 정리하고 도서관 주변 논, 밭의 주인들은 밭을 갈고 퇴비를 뿌리며 농사 준비를 시작한다. 도서관 정원에는 잡초들이 가장 먼저 초록을 자랑하며 하루하루 커가고 있었다. 잔디를 예쁘게 잘 키우고 싶은 마음에 며칠 동안 호미를 들고 잡초를 뽑아내는데, 이웃으로부터 '잔디는 남고 잡초만 죽이는 제초제를 뿌려야 한다'는 말을 여러 번 들어야 했다. 잡초 때문에 고구마 농사를 망친 경험이 있기에 잡초가 얼마나 무서운지 잘 알고 있지만 다행스러운 것은 잡초보다 제초제가 훨씬 더 무섭다는 것도 이미 잘 알고 있다. 텃밭에 당근, 토마토, 고추, 오이 등을 키우고 있고 어느새 일곱 해를 반복하고 있지만 매번 수확이 형편없다. 어떤 때는 무성한 잡초로 뒤덮여 작물을 찾기 어려울 때도 있고, 벌레가 다 먹어 먹을 게 없기도 하고, 당근이 새끼손가락 굵기인 적도 있었다. 농사일에 재주가 없고 부지런하지 않은 이유가 크겠지만 제초제와 농약을 쓰지 않는 것도 한 이유이다. 강화도 농촌 마을에 살면서 놀라운 것 중 하나는 많은 사람들이 당연하게 화학농약을 사용하는 것이다. 심지어 가족이 먹게 될 작은 텃밭 채소에도 살충제와 제초제를 사용하는 것을 보면서 깜짝 놀라게 된다. 우리나라는 이미 오래전부터 화학농약 사용이 거의 일반화되어 있다. 살균제, 살충제, 제초제, 성장 촉진제 등 다양한 농약이 있고, 이것은 식물을 재배하는데 큰 편리함을 안겨주었다. 작은 텃밭이 아니라면 농약 없이 농사짓기는 쉬운 일은 아니지만 문제는 화학농약이 어떤 성분으로 만들어졌고 얼마나, 어떻게 유해한지 잘 모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