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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의 원동력으로서의 '똘레랑스' 지면기사
[경인일보=]▶'똘레랑스'란? 요즘 세계 곳곳에서 그리고 기업 및 지역사회 경영 등과 같은 다양한 부문에서 '똘레랑스(tolerance)'라는 프랑스어를 자주 접할 수 있다. 이 용어는 '타인이 생각하고 행동하는 방식의 자유에 대한 존중'이라는 뜻을 담고 있는 것으로, 다양한 주체들로 구성된 조직이나 공간 내에서 그 구성원 각각의 개성을 최대한 존중하는 것을 의미한다. ▶닌텐도와 볼로냐의 공통점그런데 중요한 것은, 최근 이 용어가 민주주의의 개념 일반에 관한 정치학 교과서나 타인의 정치적 의견, 사상, 이념 등을 존중해야 하는 것을 중요한 덕목으로 설정하는 정치권내에서 언급되는 것이 아니라, 동종 타사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의 탁월한 혁신 퍼포먼스를 내보이는 세계적 우수 기업이나 많은 사람들이 모이고 또 그곳에서의 생활을 선호하는 세계의 유수 '명품도시'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일본 교토에 본거지를 두고 있는 세계적 명문 기업 닌텐도는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독점적인 콘텐츠 능력의 근원을 '똘레랑스'에서 찾고 있으며, 문화와 예술을 동력으로 많은 사람들을 모이게 하여 이로 인해 경제적 수요를 창출하여 지역사회 전반의 활성화에 크게 성공하고 있는 이탈리아의 볼로냐 역시 그 창조도시의 선순환 메커니즘 근저에 있는 미시적 기초를 바로 '똘레랑스'로 설명하고 있다. 즉 다양한 사람들의 생각과 행동의 방식이 존중되고 또 이를 극대화해낼 수 있는 기업과 도시에 사람들이 많이 모일 수밖에 없으며, 나아가 이들이 견지하는 다양한 아이디어들이 묵살되지 않고 존중받기에, 그 과정에서 이른바 '혁신적 기초'가 구축되고 있다는 것이다. ▶혁신의 원천으로서의 '똘레랑스'개성보다는 표준을 선호하고 또 엉뚱하고 독특한 생각과 아이디어보다는 경영자의 경영판단에 일사불란하게 추종하는 조직을 선호해왔던 소니, 마츠시타, 토시바 등 기존의 잘 알려진 일본기업과는 달리, 닌텐도는 남의 것을 흉내내지 않고 자기만의 개성을 기반으로 획기적인 아이디어를 내게 하고 또 이를 위해 직원들을 회사의 매뉴얼에 속박시키지 않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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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비화 변기 지면기사
[경인일보=]십여년 전 연구년으로 미국 시애틀에 거주할 때의 일이다. 세든 아파트의 첫달 물값을 받아보고 눈을 의심하였다. 아름다운 풍광에 도취되었던 정신이 확 깰 정도로 비쌌다. 그래서 그곳의 휘발유 값과 비교해 보았다. 물 세 컵이면 휘발유 한 컵 값이었다. 당시 그곳의 유가가 한국과 비교해 약 3분의1 수준임을 감안하였어도 믿기 힘든 물값이었다. 한국으로 치자면 얼추 휘발유 한 컵과 물 아홉 컵의 값이 같은 수준이었다. 이 정도면 아마 누구도 물 쓰듯 물을 쓰기 힘들 것이다. 고지서를 받아보고 물론 내가 제일 처음 한 일은 변기 물탱크에 벽돌을 두 어장 넣는 일이었다. 그러고 나니 바닷가로 직접 흘러 내려가는 정화된 오수가 맑고 깨끗한 이유를 알게 되었다. 수돗물에 비싼 오염부담금이 포함된 것이다.우리도 수돗물 값을 올리자는 말이 아니다. 근대화의 풍광인 수세식 변기가 얼마나 물을 많이 쓰고 또한 얼마나 많이 환경을 오염시키는가를 깨닫자는 말이다. 남한강 상류 산골 강변에 사시는 큰 이모(부)가 잘 아신다. 더 상류에 위치한 제천에 새마을 운동으로 수세식이 소개되면서 떠먹어도 되던 강물이 얼마나 혼탁해졌는지. 물론 충주댐이 완공된 후에는 더 말할 나위가 없어졌단다. 팔순이 가까운 이모부는 열렬한 박정희 숭배자로서 자랑스럽게 산업화 세대를 살아내신 분이다. 그러나 당시와 오늘을 비교해 어느 삶이 좋은 것인가 판단이 어렵다고 고백하시며 참으로 물 맑은 하얀 백사장에서 천렵하던 날들이 너무도 그립다고 하신다.서울 생활을 청산하고 수도권 주변 시골 비슷한 곳으로 이사 오면서 나는 화장실에 관한한 그 어느 호사스런 최고급 변기도 부럽지 않은 자연 화장실을 갖는 행운을 누리게 되었다. 그것도 집안에. 집안에서도 부엌 바로 곁의 따스하고 밝은 곳에. 더욱이나 물도 한 방울 쓰지 않고 냄새도 없이 말이다. 물론 아무리 추워도 얼어 터질 걱정 없다. 말이 나온 김에 자랑 하나 더하자. 이 화장실은 내 밥상의 윤기 나는 채소까지 책임져 준다. 그래서 이름하여 퇴비화 변기다. 내 얘기에 그게 정말이냐고 적잖은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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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교육과 대학 지면기사
[경인일보=]오랫동안 교육부문에 몸담아 왔지만 교육은 쉬운 일이 아니라는 생각을 많이 해 본다. 교육은 개인의 인생과 국가의 미래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일이어서 대상의 범위가 넓고 이해관계를 달리 하는 경우도 많아 해야 할 일도 많고 탈도 많은 편이다. 그래서 교육부문에 종사하는 구성원들은 양질의 교육 서비스를 통해 교육수요자를 만족시키고자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 특히 지금은 지방화시대의 발전에 따라 지역간 교육경쟁도 가열화되고 있다. 이제 지역내의 모든 구성요소들이 지역교육의 발전을 함께 모색하고 힘을 보태야 할 때다. 따라서 대학도 지역교육과 지역사회의 발전에 일익을 담당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누구나 좋은 대학에 가고 싶어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연(緣)을 중시하는 사회풍토 속에서는 더욱 그럴 수밖에 없을 것이다. 소위 명문대학일 수록 출세와 성공의 지름길에서 가깝다고 생각하니까. 그러나 앞으로도 계속 그럴 것인가. 미래를 정확하게 예측하고 확실한 해답을 내기는 어려워도 지금과 같은 교육관과 대처로는 개인이나 국가나 참 쉽지않을 것 같다. 왜냐하면 저출산·고령화사회의 영향으로 학령 인구와 생산활동인구가 감소하고 있어 미래의 사회구조, 생활방식, 취업여건 등도 크게 바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교육과 관련하여 우선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이 초·중·고교와 대학 등 각급 교육기관의 규모 축소가 10년 이내에 빠르게 진행될 것이다. 특히 입학자원의 감소, 고용여건의 변화, 저성장 경제구조, 소득수준의 양극화, 교육체제의 다양화 등은 앞으로 대학을 비롯한 교육기관과 교육부문 종사자들에게 큰 부담이 되고 있다. 대학은 학생에게 직업적 소양과 능력을 키워주어 원하는 일자리를 갖게 하고 인생에 보람과 가치를 느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수준 높은 교육이 이루어져야 하는 곳이다. 그러나 대학 진학률이 84%를 상회하다 보니 대학교육을 위한 수학능력을 제대로 갖추지 못하고 대학에 입학하는 학생이 많아졌다. 그리고 입시경쟁의 과열화로 개인의 소질, 적성, 흥미, 능력보다는 대학의 이름과 인기학과만을 선호하는 경우가 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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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송지본 재어성의 (聽訟之本 在於誠意) 지면기사
[경인일보=]나는 지난해 7월 14일자로 공직을 사퇴하였다. 사법시험 23회에 합격한 후 사법연수원에 들어간 것이 1981년이고, 검사로 임관된 것이 1983년이니 햇수로 따져보면 공직자로 30년, 검사로 28년간 근무한 셈이다. 인생의 젊은 시절 대부분을 검사로서 근무했으니 퇴직을 하면서 느끼는 감회도 남다를 수밖에 없었다. 초임검사 시절 마을 전체가 소유권 분쟁에 휘말려 삶의 터전을 잃을 뻔한 사건을 해결한 일, 부장검사 시절 영구미제로 남을 뻔했던 홍콩 살인사건을 해결하여 15년간 간첩으로 오인받았던 유족들의 한을 풀어 준 일, 검사장 시절 지역주민과 함께 교통질서 확립을 위한 범시민운동을 전개한 일등은 검사라는 직책의 중요성과 사명감을 다시 한 번 일깨워 준 좋은 경험이었다. 한편, 업무 처리나 처신을 잘못하여 당사자들에게 결례를 범하거나 마음의 상처를 준 일은 없었는지 걱정도 된다. 무심코 던진 말이 당사자들의 기분을 상하게 하지는 않았는지, 최선을 다했다고는 하나 당사자 입장에서 수사가 미진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는지 모든 것에 아쉬움이 남기도 한다. 검사라는 직업은 참 어렵고 외로운 측면이 많다. 타인의 시시비비를 가려 정확한 판단을 내려야 하는데 그게 생각하는 것만큼 그리 쉽지는 않다. 특히 재산범죄의 경우, 수사결과에 따라 엄청난 재산적 이해득실이 걸려있어 양 당사자가 첨예하게 대립할 수밖에 없고 그만큼 직무수행도 어려워진다. 그와 같은 경우 나름대로 소신이 없으면 직무수행이 어려워진다. 언젠가 다산 선생님의 저서 '목민심서'를 읽다가 '청송지본 재어성의(聽訟之本 在於誠意)'라는 문장을 접하게 되었다. '송사를 다룸에 있어서 근본은 성의를 다함에 있다'라고 번역되어 있었다. 순간 나는 이 문장이 검사를 비롯한 판관들이 지녀야 할 덕목을 정확히 제시한 것이라고 생각하였다. 현대사회에서 개인이건 기업의 임직원이건 공무원이건 일상생활이나 직무수행시 가장 중요한 덕목을 하나 꼽으라면 나는 단연코 '誠意'라고 생각한다. 그러면 송사를 다룸에 있어 '성의'를 다하는 자세는 무엇인가? 첫째, 경청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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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기업 정책의 방향성 지면기사
[경인일보=]작년 6·2지방선거 이후 '사회적기업'이라는 용어가 크게 성행하고 있다. 이는 이 용어의 의미에 대한 일반인의 이해 수준과는 무관하게, 정치인들이 이를 취약 계층에게 일자리를 만드는 수단으로 인식하여 그들의 공약 전면에 내세웠기 때문이리라. 그래서인지 최근 언론을 보면 사회적기업에 관한 내용이 특집으로 소개되는 등, 이전에 비해 그 사회적 인지도는 급격히 높아지고 있다. 사회적기업을 무슨 '사회주의적' 기업으로 이해하고 있는 사람들도 있어 황당한 경우도 없지 않아 있지만, 이를 '다양한 사회적 문제를 비즈니스의 수법을 통해 해결하고자 하는 조직'으로 이해하는 것이 일반화되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아직까지 사회적기업을 고용정책의 수단으로서만 이해할 뿐이지 사회적 혁신을 불러일으키는 주체로서는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제대로 된 이해와 지원 정책이 동반되지 않은 상황하에서의 사회적기업은 그저 하나의 붐에 불과하지, 정치권에서 희망하고 있는 고용난을 해결하는 주체로서 또 그 본질일 수밖에 없는 사회 변혁을 이끌어 나갈 주체로서 간주될 수 없음을 명심해야 한다.사회적기업은 공공적 가치의 달성을 목적으로 하는 조직이어서, 영리기업에 비해 경제적 자립도가 낮기 때문에 이에 대한 정책적 관여는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외국의 사회적기업 정책을 보면, 비영리 조직 및 중소기업 지원의 측면에서 전개되는 경우가 많았는데, 최근에는 경제 정세가 악화됨에 따라 산업정책 또는 상공정책을 주관하는 정부 부처가 담당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이와 같은 정책 경향은 사회적기업을 그저 고용정책의 수단이 아니라 산업구조 고도화 및 대안적 투자를 이끌어낼 수 있는 주체로서 인식한 것의 귀결이라는 점에서 바람직한 것이지만, 경제성 또는 수익성을 강조하게 됨으로써, 사회적기업을 사업 수익성 또는 투자 성과에만 초점을 맞추어 평가할 가능성이 있다. 우리나라 역시 고용 성과의 관점에서 사회적기업을 평가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와 유사하나, 외국과는 달리 사회적기업을 산업정책의 수단으로 인식하지 못하고 취약계층의 일자리나 만들어내는 소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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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사교육, 하려면 제대로 하라 지면기사
[경인일보=]최근 정부와 한나라당은 고위당정협의를 통해 내년부터 국사를 필수과목으로 지정하는 방안을 적극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모처럼 듣게 되는 반가운 소식이나 우려되는 점도 적지 않다. 우선 논의의 과정이나 결정 자체가 너무 즉흥적이어서 정책을 입안하고 집행해야 할 교육부서나 일선학교들이 과연 당장 내년부터 국사교육을 시킬 만한 준비가 되어 있는지 의구심을 떨쳐버리기 어렵다. 그동안 교육당국은 학생들의 부담을 줄여준다는 이유로 국사를 선택으로 돌렸으며, 그에 따라 국사를 선택하는 학생들은 소수에 불과한 것이 현실이다. 이처럼 국사를 홀대하는 데 대하여 뜻 있는 국민들이 우려의 목소리를 높여 왔음에도 정책 당국의 국사에 대한 생각은 단호했다. 그런 마당에 갑작스레 필수로 전환하겠다고 하니 국사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해온 대다수 국민들로서는 어안이 벙벙할 따름이다. 뿐만 아니라 한국사능력 검정시험을 통과한 사람만 교원임용시험에 응시할 수 있게 한다거나 대학수학능력 시험에서 국사를 필수과목으로 지정하겠다는 방안도 나온 모양이니, 국사에 대한 대우가 '굶어 죽어가던 흥부네 안방에 황금을 쏟아 부은' 격이다. 그런데 우리 학계나 교육당국 혹은 일선학교에 지금 당장 국사교육을 시킬 만한 준비가 되어 있지 못하다는 점은 무엇보다 심각하다. 과거 시행해 왔던 국사교육을 상기해보면 왜 우리가 앞으로 부활할 국사교육에 큰 기대를 걸 수 없는지 분명해진다. 우리의 가장 큰 문제는 식민사관(植民史觀) 같은 잘못된 바탕 위에서 역사적 사건들의 암기만을 강요함으로써 제대로 된 역사교육을 시키지 못했다는 점이다. 학생들이 암기 위주의 국사교육에 환멸만을 느끼게 되었다거나 역사에서 현재와 미래를 살아갈 교훈을 얻기보다는 자기비하의 모멸감을 갖게 된 것도 그 때문이다. '시련과 극복'은 세계 모든 민족들의 역사에 공통된 주제다. 그러나 우리만큼 그 정도가 심한 민족이나 나라는 그다지 많지 않다. 지금도 동북아의 한ㆍ중ㆍ일 3국은 '역사 전쟁'을 벌이고 있다. 일본은 꽤 오래 전부터 역사를 날조하고 날조된 역사를 그대로 교육시켜 왔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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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하준과 생각들 지면기사
[경인일보=]헤아려보니 벌써 30여년 전인 1980년 초엽의 일이다. 외국 국적의 비행기를 타고 난생 처음 미국이라는 세계의 제국(帝國)으로 유학을 가보니 말로 듣고 글로 읽어 머릿속으로만 생각하던 풍광들이 촌놈에게 일종의 문화적 충격으로 다가왔다. 어쩌면 이리 잘 살 수가 있는가? 어쩌면 이리 넓을 수가 있는가? 어쩌면 이리 다양할 수가 있는가? 나보다 200여년 전 '열하일기'를 쓴 박지원, 나보다 100여년 전 '서유견문'을 쓴 유길준의 심사가 짐작이 갔다. 그런데 더욱 궁금하였던 것은 내 눈에 비친 평균적 미국인들은 여유 있고 농담 좋아하지만 한국인들에 비하면 별로 열심히 일하는 것 같지 않아 보이는데도 그토록 잘 살았다는 사실이었다. 돌이켜 보니 미국인들이 잘 산다는 '현상'과 별로 열심히 일하는 것 같지는 않다는 '인식'간의 괴리를 설명하는 작업이 내 공부의 출발이 되었던 모양이다. 지금은 공부 초창기의 그 신선했던 의문들이 시들해진 것은 아닐지라도 그다지 절실하게 다가오지 않는다. 한 편으로는 우리가 좀 살게 되니 문제의식이 희박해진 연유도 분명 무시 못할 것이다. 그러나 다른 한 편으로 생각하면 서양식(아니, 보다 정확히 말하여 미국식) 공부가 내게 심어준 기본 가정들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인 연유 또한 못지않을 것이다. 우리가 흔히 근대성(modernity)이라 부르는 경쟁적 시장, 민주적 정치, 세속화된 사회에 대한 의문 없는 칭송이 바로 그런 가정에 속한다. 한 마디로 서양이 잘 사는 것은 근대성을 일찍이 획득한 덕분이니 그 연장에서 한국이 서양 아니, 미국 비슷해지면 좋은 것이라는 바로 그 생각 말이다. 그런데 시들해진 나의 옛적 질문들을 환기시키는 일들이 요즈음 심심치 않다. 아주대학교 국제대학원에는 주로 3세계 출신의 외국인 대학원생이 120여명이나 된다. 영어로 진행하는 '발전론' 강의에는 이들 뿐 아니라 유럽에서 온 외국인 교환학생들도 적잖다. 이들이 한결같이 던지는 질문이 바로 "그렇게 가난하던 한국이 어떻게 이리 잘 살게 되었는가, 앞으로도 이렇게 아니 더 잘 살게 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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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정상회담 관전법 지면기사
[경인일보=]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이 1월 18~21일 미국을 국빈 방문한다. 미국 국빈방문은 흔치 않다. 오바마 미 대통령 집권 이래 2년 동안 인도 총리와 멕시코 대통령만이 국빈방문을 했을 뿐이다. 브레진스키 전 미국 국가안보보좌관은 "32년 전 미국과 중국이 국교 정상화에 합의한 뒤 이뤄진 덩샤오핑(鄧小平)의 방미 이래 가장 중요한 미·중 간 국가이벤트가 될 것이다"고 평가했다. 중국 언론매체들은 후진타오 주석의 이번 방미가 '죽의 장막'이 걷히고 미국과 왕래가 시작된 지 40년 만에 이뤄진다는 의미를 부여하면서 미·중 수교 이후 가장 큰 외교행사라고 띄우고 있다. 지난해는 미국의 대만에 대한 무기판매, 류사오보 노벨평화상 수상 문제 등 중국 인권문제, 달라이 라마 미국 방문, 북한 도발 대처 문제,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 위안화 절상과 무역불균형 해소문제 등을 둘러싸고 미·중 간의 갈등이 크게 부각되었다. 중국은 지난해 세계 제2위의 경제대국이 되었지만 미국과 힘겨루기를 하고 인접국가와의 관계가 후퇴하여 경제발전에 불리한 환경이 조성되었다고 생각하고 이번 방미를 통해 최근 갈등과 대립 양상을 보인 중·미 관계를 협력과 화해 기조로 전환시키고자 노력하고 있다. 도닐런 미 대통령 국가안보보좌관은 "이번 정상회담의 주제는 크게 미·중의 전반적인 양자관계 설정문제, 안보 및 정치 현안, 경제 문제, 특별한 관심을 요하는 국제적 이슈 등 4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면서 "안보 및 정치현안 가운데는 북한 문제가 단연 '최고 의제(top topic)'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수개월간 북한이 도발을 멈추고 남북한 직접대화 등 외교적인 틀로 돌아올 수 있도록 설득하기 위해 중국과 매우 긴밀히 협력했다"고 상기시켰다. 북한의 도발과 핵문제로 고조된 한반도 긴장완화를 위한 6자 회담, 남북대화 등 외교적 해결방안이 미·중 정상 간에 깊숙이 논의될 것이다. 도닐런 보좌관은 미·중 정상회담에서 북한 문제 다음으로 논의될 안보분야 의제로는 이란의 핵개발, 남(南)수단 분리독립, 미·중 간 군사협력 강화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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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감에 대한 기대 지면기사
[경인일보=]지난 6·2지방선거에서의 교육감 선출은 유권자나 후보자 모두에게 쉽지 않은 선거였다. 교육감도 주민직선에 의해 뽑을 수 있게 되어 지방자치시대에 걸맞게 지역교육의 수장으로서의 대표성은 높아졌지만 대부분의 지역에서 처음으로 치러지는 주민 직선에 의한 선거였고 주민들에게 후보자들은 대개가 생소한 이름으로 그들이 누구인지 잘 알 수가 없었다. 또한 후보자들이 선거의 경험이 없는데다 정당추천이 아니다 보니 조직·인력·자금·선거운동 등도 다른 선거에 비해 매우 취약한 구조였고 후보가 난립한 지역이 많았으며 공약내용도 유권자들에게 제대로 전달되지도 못했다. 어쨌든 어려운 과정을 통해 민선교육감시대가 새롭게 출발하였다.그러나 지금 교육계 내외에는 슬기롭게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너무나 많이 산적해 있다. 선거과정에서 무상급식, 학력평가, 교원평가, 교원징계, 교장공모제, 교육의 수월성과 평등성, 학생체벌 등을 둘러싸고 후보들 간 첨예하게 대립하였던 현안들은 정치적 중립성의 근간을 흔들며 교육감들의 성향을 극명하게 구분지어 놓았다. 교육감이 교육정책의 구현과 밀접한 관련성을 갖고 있는 정부 또는 광역단체장과 사사건건 부딪치거나 파행을 초래할 경우, 교육계는 지금보다 더욱 혼란스러운 상황으로 빠져들게 되고 그 피해는 교육수요자와 교육계가 함께 입게 될 것이다.우리가 살고 있는 인천지역에서는 야당 소속의 열정이 넘치는 젊은 시장과 풍부한 교육경륜을 갖춘 나이 지긋한 교육감이 선출되었다. 선거과정을 돌아보면 시장과 교육감의 정책적 성향이 일치하지는 않았던 것으로 생각된다. 하지만 그들의 능력과 인품, 그리고 인생역정 등을 살펴보면 다른 지역에서 우려되는 갈등과 대립보다는 인천시민을 핵심가치로 한 이해와 협조로 지역교육을 발전시켜갈 것으로 기대해 본다. 이러한 구도는 인천시민 모두가 소망하는 바람일 것이다. 특히 우리 지역의 교육감은 그동안 서울특별시교육감이 관례적으로 맡아왔던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회장으로 선출되어 지역교육의 책임뿐만 아니라 국가적 교육정책에도 큰 역할을 수행해야하는 중책을 맡았다. 부디 어려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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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 민족자존심 회복의 원년 지면기사
[경인일보=]지난해의 천안함 격침과 연평도 포격만큼 최근 들어 우리의 현실을 각성시켜 준 사건들도 없었다. 북한에 의해 반복적으로 저질러진 그간의 도발들이 지난 정권들의 '햇볕정책'과 맞물려 '안보 현실의 추상화'에 기여했다면, 이번 사건들은 우리에게 '안보 현실의 문제적 실상'을 구체적으로 인식시켰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 지난 정권들의 '햇볕정책'이 얼마나 공허한 '짝사랑'에 불과했는가를 만천하에 드러낸 동시에 반사적으로 우리의 체제나 대비가 얼마나 취약한가를 보여 준 것이 바로 이 사건들이다. 그런데 두 사건의 바탕에는 간단치 않은 국제 정치적 맥락이 깔려 있음을 확인하게 된다. 연평도 포격사건이 일어난 뒤 한국과 미국은 서해에서 대규모 연합훈련을 했고, 이어 우리 군은 포격사건으로 중단되었던 정례적 사격훈련을 재개했다. 이 훈련을 트집 잡아 북한은 보복타격의 협박을 공언했고, 연평도 포격사건의 책임소재에 대해서는 일언반구의 언급도 없던 중국과 소련이 들고 나서서 사격훈련을 저지하려 했다. 심지어 러시아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소집을 요구하여 '한 국가가 자기 영토 안에서 실시하는 정례적 훈련'까지 포기시키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기도 했다. 미국이나 영국 등 서방세계를 중심으로 하는 대다수 이사국들의 반대로 무산되긴 했으나, 일방적으로 북한 편을 들고 있는 러시아나 중국의 태도는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 정치적 역학의 미래에 대하여 매우 시사적이다. 또 한 가지 공교로운 일은 한국과 미국의 공조로 연평도 포격사건을 정리하고 그에 대한 응급대비를 하는 와중에, 미뤄두었던 '한미 FTA'의 원안이 미국에 유리한 쪽으로 수정·타결된 점이다. 의도 여부를 불문하고 미국의 군사적 지원이 '한미 FTA'를 미국에 유리한 쪽으로 타결되도록 한 지렛대로 작용했음은 뻔한 일이다. 중국과 러시아 역시 자국의 이익을 생각하면 한반도의 현상유지가 바람직하다. 한반도에 전쟁이 일어나거나, 남한에 의한 통일국가가 출범하는 것은 두 나라 모두에게 껄끄러운 일이기 때문이다. 내버려두면 무너지게 되어 있는 북한을 어떻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