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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추칼럼] 尹 대통령 지지율에 비치는 文 전대통령 그림자 지면기사
윤석열 대통령 취임 후 발표되는 국정 지지율이 심상치 않다. 취임 초임에도 낮은 지지율 조사가 발표되고 있고, 지지율 성격도 갈등형 구조라는 점이다. 취임 이후 불과 한 달이 지난 시점이라 아직 윤 대통령 지지율 분석을 하는 것이 이른 감도 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은 문재인 정부 검찰총장으로 문 정부와 대립하면서 사실상 2년 동안 유일한 야당 대통령 후보였고, 국민들은 인수위원회 시절 국정 인수 과정도 보아 왔기에 짧다고 보기도 어렵다. 먼저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역대 대통령 지지율과 비교해서 많이 낮다. 대통령 지지율을 정량적으로 측정하는 방법은 긍·부정평가 외에 '보통이다'라는 중립적 평가항목 유무에 따라서 4점·5점 척도로 구분된다. 먼저 '보통이다'라는 항목이 들어가서 긍정지지율이 낮게 나올 수밖에 없었던 5점 척도로 조사를 했던 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의 취임 초 지지율은 80% 전후였고, 5점 척도 보다 더 지지율이 높게 나오는 4점 척도로 조사를 한 이후 대통령도 60% 전후, 또는 그 이상으로 출발했다. 반면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지난 11~13일 한길리서치 조사에서 51.2%, 지난 7~10일 리얼미터 조사에서는 48.0%다. 다른 조사기관의 조사들도 크게 다르지 않다. 아무리 새 대통령과 국민간의 허니문 기간이 짧아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50% 전후의 지지율은 국민 전체가 아닌 고정 지지층만의 허니문에 가깝다. 尹, 50%내외 낮은 지지율과 갈등형 구조중도층, 긍정평가 보다 부정평가 더 많아 문제는 50% 내외의 낮은 정량적 지지율과 함께 갈등형 구조의 정성적 성격이다. 한길리서치 6월 대통령 국정수행평가 조사에서 긍정평가는 51.2%지만 '아주 잘하고 있다'는 33.9%, '다소 잘하고 있다'는 17.3%다. 반면 부정평가는 42.1%인데 '아주 잘못하고 있다'는 32.7%, '다소 잘못하고 있다'는 9.4%다. 이러한 대통령의 지지율 분포 모양은 바가지를 업어놓은 모양(정규분포)이 아니라 바가지를 뒤집어 놓은 모양의 분포다. 즉 분포가 중립적 합의형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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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추칼럼] '섬머타임'이란 노래를 좋아하세요? 지면기사
여름을 정말 좋아한다. 내가 여름을 좋아하는 이유는 '섬머타임(Summer time)'이란 노래 때문이다. '여름이란다. 그리고 삶은 평온하지/물고기는 뛰어오르고 목화는 잘 자랐다네/오, 아빠는 부자고 엄마는 미인이란다/그러니 쉿, 아가야, 울지 마렴//이런 아침이 계속되면 넌 다 커서 노래하겠지/넌 날개를 펼치고 하늘을 날 거야/하지만 그때까지 아무것도 널 해치지 못할 거야/엄마 아빠가 네 곁에 있으니'.(조지 거슈인, 1919) 여름이 올 무렵 이 노래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이 노래에 담긴 아련하고 슬픈 노스탤지어 때문에 인생의 웬만한 고달픔도 참을 만하다. 내겐 부자 아빠도, 미인 엄마도 없는데 '섬머타임'이 흘러나오면 심장이 함부로 나댄다. 어린 시절 여름의 이른 아침, 하늘은 맑고 부지런한 외할머니가 비질한 마당은 깨끗하다. 수련 꽃대가 올라오고 참새들은 짹짹거린다. 막 잠에서 깨어나 기지개를 켤 때 뒷산에 올라 참나무 진액에 달라붙은 딱정벌레나 풍뎅이를 잡을 생각에 소년의 기분은 붕 뜬다. 먼 데서 수꿩이 울고, 하늘엔 흰 구름이 떠간다. 소년은 수줍음이 많았지만 숲에서는 용맹스러웠다. 아무 시름이나 걱정 없이 여름 숲을 어린 짐승처럼 땀 흘리며 뛰어다닌 소년의 작은 머리통에서는 풀 냄새가 진동했다. 복숭아 무르익어가고 수박엔 단맛이 배고태양의 중노동 덕택에 농작물이 익어간다 가난했지만 가난이 뭔지를 몰랐다. 자주 배가 고팠지만 가난에 주눅 들지 않았다. 왜 맨드라미는 피었다가 지고, 돼지는 왜 해마다 열 마리나 되는 새끼를 낳는지를, 계절이 바뀔 무렵 장롱에서 꺼낸 옷에는 왜 단추가 하나둘씩 떨어졌는지를, 맹꽁이들은 어디에 숨어 있다가 비 올 때만 나타나서 우는지를, 소년은 몰랐다. 땅거죽을 밀고 올라오는 작약 움이나 느릅나무에 돋는 연초록 잎을 보면 기분이 좋아졌다. 아름다움이 뭔지도 모른 채 이 세상에는 온갖 아름다움이 흘러넘친다고 생각했다. 마을 언덕바지엔 교회당이 있었지만 소년은 교회를 가 본 적이 없다. 소년은 여름 숲을 누비는 놀이의 천재일 뿐, 누구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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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추칼럼] 알고리즘아 알고 있니? 지면기사
손안의 작은 기계에 정신을 위탁하고 한가한 시간을 보낼 때 어떤 앱들은 나에게 예의바른 질문을 던지곤 한다. "당신이 나 말고 다른 앱에서 어떤 활동을 하셨는지, 제가 사용자의 활동을 추적하도록 허용하겠습니까?"나는 이런 문제에 인심이 후하다. 온라인상의 내 개인 활동 이력이라고 해보았자 몇몇 친구들의 sns 안부와 뉴스 따라잡기, 조촐한 생필품 구매의 범주를 벗어나지 않기 때문에 철통같이 보호해야할 필요성이 없다고 생각한다. 게다가 내가 다른 앱에서 검색한 내용을 참조하여 예상치 않은 순간에 슬그머니 들이미는 알고리즘의 센스야말로 어찌나 요긴한지. 내 정보력이나 안목을 상큼하게 뛰어넘는 알고리즘의 역량에 몇 번이나 즐거운 시간을 보냈으므로 나는 내 활동 이력을 마음껏 추적하라고 너그럽게 허락하는 편이다. 내 취향과 관심사를 알수록 더욱 더 나에게 적합한 정보를 제공할 알고리즘의 후의에 즐거운 쇼핑으로 답할 우리의 호혜적 관계를 나는 의심하지 않는다. 적합한 정보로 쇼핑 호혜적 관계 의심치 않아친구 골프 제안 잊었는데 용품들 열정적 추천 다른 사람들도 알고리즘의 센스 넘치는 추천을 마음껏 누리며 살고 있으리라고 별 의심 없이 생각했는데, 세상은 내 생각과는 달랐던 모양이다. 활동 이력 추적을 허용할지 묻는 질문에 나처럼 동의하는 사람은 5% 근처에 불과하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나를 따라다니지 말라고 거절한다고 한다. 95%의 높은 거절률에 나는 충격을 받았다. 무난하고 안전하게 다수를 따르며 살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꽤나 별난 5%에 속해버려서 놀랐고, 남들이 아니오를 선택한다는 사실을 알고나자 이전처럼 마음 편하게 알고리즘의 추천을 즐길 마음이 들지 않았다.흔들리던 알고리즘과 나의 밀월을 방해한 사건이 또 일어났다. 내 친구가 골프 레슨을 받기 시작하면서 그녀의 관심사는 온통 골프용품과 골프 연습장에 모이게 되었다. 친구는 나에게도 골프를 함께 배우자고, 무척이나 재미있다는 소감을 강력하게 피력했는데 내 나이대에는 골프를 배우기 시작하는 친구들이 적지 않았으므로 사실 나에게 이런 권유가 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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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추칼럼] 홀로 뿌린 데모 전단 지면기사
1976년 12월, 진눈깨비 날리는 서울대 도서관 앞에서 한 학생이 경찰을 따돌리며 홀로 전단을 뿌리고 있었다. 흩날리는 눈발과 함께 구경만 하는 학생들. 박정희 정권이 유신독재의 추악상을 감추기 위해 미국을 상대로 막대한 로비를 벌인다는 것이었다.이범영! 미국 의회 청문회장을 뜨겁게 달구고 있었던 박동선 스캔들이 그 4학년 선배의 시위로 국내에도 알려져 박 정권의 가면이 벗겨지기 시작했다. 숨죽이던 사람들이 그때부터 기지개를 켰고, 시위가 봇물처럼 터져나왔다. 그것은 부마사태로 이어졌고 박 정권은 김재규의 총성으로 끝을 맺고 말았다. 이범영, 그가 겨울 교정에서 외롭게 외치다 잡혀간 지 3년 만이었다.박정희 정권 가면 벗긴 '이범영 선배 시위''국민위한 단일화' 내 제안 받아들인 안철수 그리고 44년이 흘렀다. 견제와 균형이 사라진 대한민국, 입법·행정은 물론 지방 권력까지 장악해 독주만 하는 문재인 정권, 사법부까지 흔들어대는 권력의 오만에 나는 잠을 이룰 수 없었다. 그러나 힘없는 내가 무엇을 할 수 있다는 말인가? 그때 그 선배가 떠올랐다. 학생일 뿐인 그가 세상을 바꾸는 물꼬를 트지 않았던가. 3년 전 조국 사태로 고군분투하던 윤석열 총장의 용기를 보며 그를 만났다. 다행히 그는 지혜로운 검사로 보였다. "윤 총장! 지금 이 어두움을 걷어내면 국민들이 대통령으로 불러낼 겁니다." 말이 씨가 되었는지 1년 후 그는 유력한 대선 후보로 등장했다. 그런데 벌써 대통령이라도 다 된 듯 걸음걸이며 말투가 지나쳐 보였다. 국민들의 성원이 지속될까? 그의 부풀어 오른 자신감에서 바람을 빼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경력이든 학식이든 인품이든 윤석열에게 뒤지지 않을 인물을 찾기로 했다. 안철수가 떠올랐다. 일면식도 없는 그를 어떻게 만난단 말인가? 문을 두드리면 열린다더니 후배가 자리를 마련했다. 서울시장 경선에서 오세훈 후보에게 패배해 위축돼 있던 그를 만나자마자 나는 "윤석열을 위해서도 이번 대선에 꼭 나가야 합니다. 아무리 유력한 야당 후보라도 견제할 후보가 있으면 자세를 낮추게 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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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추칼럼] 윤석열 대통령, 국민과의 허니문이 중요하다! 지면기사
우리나라는 5년 단임 대통령제다. 따라서 4년 중임제 미국과는 국정운영이 다르다. 미국은 대부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는 관계로 첫 4년은 중장기 국정계획을 추진하고, 다음 4년 임기는 성공적 관리에 중심을 둔다. 반면 5년 단임의 우리나라는 임기초 1·2년동안 주요 국정과제를 추진하고 3·4·5년차에 관리하여 성과를 내려 한다. 그리고 마지막 5년차는 레임덕을 방지하고 정권 재창출을 준비한다.지난 5월10일 출범한 윤석열 대통령의 5년도 국정성과를 내기에는 매우 짧을 수 있다. 특히나 윤석열 정부의 과제는 어느 대통령보다 난제다. 정책적으로 본다면 부동산안정과 미래세대를 위한 일자리 창출, 미래 성장동력을 만들어야 하고, 디커플링(Decoupling)으로 나타나는 국제관계에서 외교안보도 큰 도전이다. 또한 3대세습 체제존속을 위한 핵개발로 인한 국제 제재와 코로나19로 인한 셀프봉쇄는 북한 체제의 위기를 더 가속시켰다. 위기의 북한은 남북관계에서 난제이기도 하지만 한반도 평화의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즉 패러다임의 대전환시기다. 이러한 가운데 공약으로 내걸었던 정상국가와 상식이 통하는 사회도 만들려면 5년은 오히려 짧을 것이다. 그렇다고 5년 임기를 탓하면서 새 정부가 공약이나 국민의 기대를 이행하지 않거나 국정과제를 줄여 변경하기는 힘들 것이다. 이유는 이번 대선이 1987년 5년 단임제 이후 정당연임이 실패한 첫 대선이라 야당의 정치적 에너지가 매우 크기 때문이다. 만약 임기 초부터 민심을 저버려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도가 하락하면 임기내 국정동력은 조기에 약화 된다. 분명 5년 단임제 임기는 너무 짧을 수도 있다. 그러나 과거 정권 즉 노태우·김영삼·김대중·노무현·이명박·박근혜·문재인 대통령의 5년 임기를 되돌아보면 국제관계의 일대전환, 대한민국 정치 패러다임의 변화 등 역사적 전환점이 되는 성과도 많았고, 금융위기 등 국가 위기 상황과 극복도 있었다. 그렇게 보면 결코 5년이라는 기간은 짧은 기간이 아니다.역대 정권 정책 우선 순위·운용 계획 분석5년 임기동안 성공적 국정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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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추칼럼] 실뜨기 하던 소녀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지면기사
내가 어렸을 때 시골 누이들은 실뜨기 놀이를 즐겨 했다. 실이나 노끈의 양쪽 끝을 연결한 실테를 두 사람이 마주 앉아서 번갈아가면서 손가락으로 걸어 떠서 여러 모양으로 변형시키는 이 놀이는 심심함을 잊기에 좋았다. 누가 실뜨기 놀이를 고안해냈는가를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누이들은 그 즐거움에 빠져 보냈다. 간혹 어른들의 꾸지람도 없지 않았지만 누이들은 한나절을 찐 고구마를 먹고 까르륵거리며 실뜨기 놀이에 열중했다.실뜨기 놀이는 나바호족, 에스키모, 오스트레일리아나 뉴기니 원주민이 만든 놀이 중 하나라고 한다.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교 인류학 교수인 A.C. 해던(1855~1940)은 뉴기니 섬이나 보르네오 섬 등지에서 줄을 갖고 갖가지 동물모양을 만드는 놀이를 한다는 사실을 밝혀낸다. 그의 딸 캐슬린 해던 리시베스(1888~1961)도 이 인류학적 놀이를 연구하면서 태평양 섬의 원주민들을 만난다. 원주민들과 말은 달라도 서로 같은 것을 좋아하는 것을 알았을 때 흥분과 기쁨을 나눌 수 있었다고 말한다. 이 놀이는 동아시아 국가인 한국, 중국, 일본을 포함해 필리핀, 보르네오 등지에도 성행했다. 실뜨기 놀이는 유럽에도 전해졌지만 문명국가에서는 그 맥이 이어지지 못한 채 끊겼다. 한가롭고 즐거웠던 시절 너무 빨리 가버려공장에서 가발 만들던 누이들 이젠 할머니 1960년대 한국 농민들은 가난으로 허덕였다. 어른들이 오늘의 버거운 삶과 암담한 내일에 진절머리를 칠 때도 누이들은 실뜨기 놀이를 즐겼다. 어느 사이에 동백이나 모란보다 더 화사한 누이들이 제 살 길을 찾아 뿔뿔이 흩어졌다. 우리의 형과 삼촌들이 '청룡부대'나 '백호부대'에 뽑혀 베트남에 파병되고, 누이들은 구로공단에서 가발이나 인형을 만들거나 '금성사 라디오'나 '대한전선 텔레비전' 부품 조립 라인에서 일했다. 구로공단과 달동네가 있던 시절, 우리는 채변 봉투를 갖고 등교하고, 교실에서는 '국민교육헌장'을 달달 외웠다. 배호의 '돌아가는 삼각지', 나훈아의 '고향역', 남진의 '님과 함께' 같은 대중가요가 대유행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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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추칼럼] 맨얼굴로 웃다 지면기사
"주말마다 관악산에 올라갔는데, 사람이 드문 산길에서는 슬그머니 마스크를 벗었어. 지난 2년동안 산속에서 '마스크 씁시다' 하는 소리를 두 번 들었어. 예, 하고 지나쳤지."우리는 산속에서 마스크를 쓰는 것이 감염 예방에 얼마나 필요한지에 대해 의견을 나누었다. 나는 그런 일을 한 번 겪었는데, 횟수가 적다고 해서 내가 더 운이 좋았다고 할 수는 없었다. 내가 만난 사람은 "마스크 씁시다"라고 점잖게 말하는 게 아니라 "마스크 똑바로 쓰지 못해?"라고 벼락같이 소리를 질렀다. 그날 나는 마스크를 잘 쓰고 있었으므로 그 고함은 나를 향한 것이 아니었다. 그러나 그 사나운 검열관의 앞을 지나가는 것만으로도 하루의 기분을 망치기엔 충분했고 아름다운 산길은 불쾌감으로 가득했다. "당신이 더 문제야! 누가 공공장소에서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라고 면허를 줬나? 어디다 대고 욕을 하는 거야!"어느 용감한 시민이 그에게 맞서 소리를 질렀을 때 나는 마음 속으로 그에게 열화와 같은 성원을 보냈다. 함께 소리를 치고 싶은 마음이 가득했지만 나는 그와 같은 용기가 없는 사람이라서, 상한 기분을 수습해 조용히 그 자리를 떠났을 뿐이었다. 마스크 의무 착용 해제 일주일간 자유 만끽맨 살갗에 와닿는 봄 햇살·꽃 향기에 '감격' 지난 2년 동안 이런 일들을 겪은 사람은 나만이 아니었다. 조지 오웰은 소설 '1984'에서 시민의 일거수 일투족을 빠짐없이 감시하고 관리하는 거대 권력의 존재를 예언하고 빅브라더라고 명명했는데, 알고보니 빅브라더보다 더 무서운 건 스몰브라더 들이었다. 서로를 적극적으로 감시하고 규칙의 위반을 건건이 지적질하는 이웃들의 목소리는 거대권력의 익숙한 협박보다 더 가깝고 피할 길 없었다. 그런 의미에서 실외공간에서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된 5월 첫 한 주일은 감격스러웠다. 소소한 볼일을 보러 나갈 때마다 마스크를 쓰지 않을 자유를 만끽했다. 해마다 봄이면 꽃과 맑은 날씨를 즐겼지만 이번 5월의 도시에서 나를 가장 즐겁게 한 것은 향기였다. 숨쉬는 공기에 이토록 향기가 가득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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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추칼럼] 검수완박, 그들만의 잔치 지면기사
검사가 잘 할 수 있는 게 뭘까? 범죄와의 싸움, 범죄인과의 싸움이다. 그런데 검사가 대통령이 되었다. 검사 출신 대통령이 무서운 것일까. 현 정권은 지금 검수완박을 밀어붙이고 있다. 국민들에게 '죄가 없으면 검찰 수사권을 박탈할 필요가 없는데 얼마나 죄가 많길래 저렇게 서두르지'하는 의구심만 키워주고 있다. 검수완박이 된다고 이미 지은 죄가 사라지겠는가. 누가 봐도 스스로 범죄자임을 자백하는 듯한 그들을 검사 출신 대통령이 그냥 두겠는가. 공직자 임명은 대통령 권한이니 베테랑 검사 몇 명만 경찰로 임명해 수사를 지휘하게 하면 정치인들에 대한 수사는 오히려 신속하게 진행될 것이다. 정권의 눈치를 누가 더 보던가. 당시 윤석열 검찰총장도 정권의 뜻을 거슬러 조국 수사를 강행하지 않았던가. 검찰에는 또 다른 윤석열 검사가 얼마든지 남아있다. 그런 뻣뻣한 검사들을 피해 경찰에게 수사를 전담시킨다니 정권 입맛에 맞는 정치적 수사도 더 쉬워져 차기 정권으로서는 얼마나 반가운 일인가. 검수완박은 차기 대통령에게는 불감청 고소원일 것이다. 며칠 전 검수완박 절충안에 '국민의힘' 원내총무가 극찬하여 국민 모두 어리둥절했다. 셈에 밝은 새 대통령의 뜻과 무관했을까? 민주당이 대통령 권한을 사실상 강화시켜주는 법안을 만들어 바친다는데 굳이 마다할 필요가 있겠는가. 문제는 검수완박의 진짜 피해자가 국민인 바로 우리라는 점이다. 히틀러와 무솔리니가 그 막강한 권력을 휘두를 수 있었던 비결도 경찰력이었다. 당신이 범죄의 피해자가 되었을 때, 당신이 범죄의 피의자가 되었을 때 검찰과 경찰 중 누구의 수사를 받고 싶은가. 정권간 힘겨루기에 찬성파·반대파로 갈려경찰로 수사권 이관땐 결국 국민들만 피해 중학생 때 이발관에서 옆자리 손님이 시계를 잃어버렸다. 주인의 신고로 출동한 파출소 소장은 나를 범인으로 지목했다. 이발관에 주인과 손님 그리고 나뿐이라서 세 사람 중 훔쳐갈 사람은 나밖에 없다는 것이었다. 경찰은 사실대로 말하지 않으면 감옥에 보낸다고 했다. 이러다 감옥에 갈 수 있겠구나 공포감이 밀려왔다. 경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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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추칼럼] 민주당, 이러다간 20년 지나도 정권 못 잡는다 지면기사
문재인 대통령 당선 1년 후 2018년 이해찬은 더불어민주당 20년 장기 집권을 이야기했다. 다음해 당대표로 2020년 21대 총선에서 민주당이 180석을 확보하자 현실화 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미국 루스벨트 대통령의 1933년 이후 30여년 민주당 장기 집권 선례도 있었다. 집권 전략으로서 정책은 루스벨트 대통령의 뉴딜정책을 벤치마킹해 그린뉴딜을, 통치는 조선의 태종과 세종을 모델로 삼기도 했다.그러나 20년 집권 꿈은 5년만에 끝났다. 1987년 민주화 이후 국민은 헌법상 대통령 5년 임기와 상관없이 지난 30년간 노태우·김영삼, 김대중·노무현, 이명박·박근혜로 이어지면서 보수와 진보, 다시 보수가 차례로 각 10년 집권하도록 했다. 즉 우리 헌법은 5년 단임제이지만 국민은 10년 통치의 기회를 주었다. 그럼에도 민주당은 20년 집권은 고사하고, 30년간 이어져 오던 10년 국민연임에도 실패했다.분명 대선에 패배한 지금 민주당의 모습은 정상이 아니다. 서울시장과 충북도지사 공천과 국회 '검수완박' 강행에서 민심과의 괴리, 대선 후 당내 패배주의, 그 와중에서도 헤게모니 투쟁을 하는 모습을 보면 민주당이 향후 20년 내에 다시 집권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도대체 민주당 위기는 언제부터 시작되었으며 위기의 구조는 무엇인가? 놀라운 것은 민주당 위기는 당이 가장 전성기 때 시작이 되었다. 2017년 탄핵의 중심인 촛불시민세력을 19대 대선 이후 통치의 기반으로 두고, 이은 2020총선 대승으로 입법 일방주의와 법적 정합성만 따지는 전성기 때였다. 서울시장·충북지사 공천·'검수완박' 강행민심과 괴리… 대선 패배후 모습 정상아냐 아이러니 하게도 민주당의 위기 출발은 탄핵이다. 입헌민주국가에서 탄핵은 민주적 원칙이나 역사적 평가에서 매우 논란이 된다. 그러다 보니 문재인 정부는 탄핵의 정당성을 역사에만 맡겨놓을 수 없었고 임기 중에 스스로 정당성을 만들어야 했다. 그 과정은 전 정권의 탄핵을 정당화 시켜줄 정치적폐와 부동산·재벌 등 기득권 적폐를 통한 카타르시스 프레임이 필요했다. 결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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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추칼럼] 그 많던 기원은 어디로 갔을까? 지면기사
바둑을 사랑한 사람으로 동네 기원이 사라지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짜장면 한 그릇으로 허기를 달래며 승부에 몰입하던 시절이 있었다. 주말마다 바둑 두는 즐거움은 그 무엇과 견줄 수 없었다. 바둑에는 패배의 쓰라림이 있고, 승리의 달콤한 쾌감과 명예로움이 있다. 동네 기원이 사라지는 것은 바둑 인구가 줄고, 기원 운영이 어려워졌기 때문일 테다. 승부의 짜릿함에 취해 기원에서 낮밤을 흘려보낸 기억은 이제 아련한 추억이다. 바둑은 흑백으로 나뉜 상대가 가로 세로 19개의 줄이 교차하는 361군데 중 한 곳에 돌을 착점하며 누가 더 많은 집을 차지하느냐로 승부를 가린다. 바둑판 네 군데 귀에 화점이 있고, 중앙엔 천원이 있다. 바둑판은 하나의 우주를 표상한다. 여기에는 동양의 우주관과 철학이 집약되어 있다. 바둑 규칙은 단순한데, 그 수의 깊이는 헤아릴 길이 없다. 돌 하나는 무한이고 그 변화의 깊이는 심연에 가깝다. 바둑과 장기는 그 규칙이 딴판이다. 장기는 차, 포, 마, 상, 졸로 나뉘고 그 이동 경로가 다르다. 차는 전후좌우 자유자재로 움직이고, 졸은 뒤로 물러설 수 없고 오직 한 칸씩만 전진한다. 바둑의 돌은 그 자체로 동등하다. 다만 돌과 돌은 상호연관 속에서 그 가치의 경중이 달라진다. 어느 지점에 놓이느냐에 따라서 어느 돌은 폐석이 되고, 어느 돌은 요석이 된다. 돌이 한 점 한 점이 놓일 때마다 판세가 요동치며 천변만화가 일어난다. 승부는 한쪽으로 기울다가 뜻밖의 변수로 뒤엎어지며, 국면이 극적으로 바뀌는 것이다. 바둑 인구 줄고 운영난에 아련한 추억뿐놀이이되 도덕·정신적인 면 고양 시켜 줘 바둑은 영토를 두고 이익이 상호 충돌하는 까닭에 크고 작은 전투가 벌어진다. 돌을 놓을 때마다 효율을 따진다. 수의 계산에 밝고, 직관과 논리에 뛰어나며, 판세를 읽는 힘과 자기 제어 능력이 좋아야 바둑이 세질 수 있다. 바둑은 경우의 수가 무한이다. 수없는 시뮬레이션을 해보고 한 점 한 점을 놓아야 한다. 초보자는 정석(定石)을 외우고, 행마법과 기리(棋理)를 익혀야 한다. 하지만 어느 정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