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 [경인칼럼] 국민의 눈높이와 거리가 먼 대통령 인사
    칼럼

    [경인칼럼] 국민의 눈높이와 거리가 먼 대통령 인사 지면기사

    광복절 경축사 '비판세력 비난' 정쟁 발언만보편적 역사인식 범주 벗어날때 저항뒤따라11월 정권 반환점… 정무적 판단 부족하면사법리스크 야당대표들에게 명분만 주는것육군사관학교에 설치돼 있는 홍범도 장군 흉상 철거 얘기가 나온 게 1년 전이다. 항일 독립운동의 영웅에게마저 공산주의라는 낙인으로 흉상을 퇴출시키려 한 이념 과잉이 국민통합을 저해한다는 비판에 직면한 후 주춤한 상태다. 윤석열 대통령은 작년 광복절 경축사에서 "독립운동은 국민이 주인인 나라, 자유와 인권, 법치가 존중되는 자유민주주의 국가를 만들기 위한 건국운동이었다"라며 독립운동을 건국운동으로 등치시켰다. 또 "공산전체주의를 맹종하며 조작 선동으로 여론을 왜곡하고 사회를 교란하는 반국가세력들이 여전히 활개치고 있다"에서 나아가 "공산전체주의 세력이 민주주의 운동가, 인권운동가, 진보주의 행동가로 위장하고 허위 선동과 야비하고 패륜적인 공작을 일삼아왔다"면서 정부에 비판적인 세력에 대해 '공산전체주의'라는 이념을 씌우며 비판했다.이러한 발언들은 시대를 역행하는 듯한 인식을 드러내고 있다. 올해도 윤 대통령의 경축사에 일본의 과거사 관련 발언은 없었다. 야당 등 비판 세력을 비난하는 것으로 인식되기에 충분한 정쟁적 발언이 대신했다. 케케묵은 이념적 색깔을 동원해서 야당 및 비판세력을 직격하는 발언은 통합을 저해할 뿐이다.윤석열 정부는 취임 후 미래지향적 한일관계를 지향하면서 일본과 협력 관계를 복원하는 데 공을 들여왔고 나름의 성과를 거뒀다. 이러한 긍정적 평가에 인색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대법원의 강제노동 판결 관련 '제3자 배상안'을 채택하고,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과 오염수 방류 등에 미온적 태도를 보여왔다. 군함도, 사도광산의 유네스코 등재 과정에서 '강제성'을 포함시키지 못하는 등 일본에 대해 수세적 태도로 일관해 온 점 등에서 정부의 대일 관계의 지향을 알 수 있다. 오죽하면 작년 광복절 경축사에 일본에서 환영 반응이 나왔을까.최근 역사관련 단체의 장에도 이른바 '뉴라이트' 계열의 인사들이 기용됐다. 한

  • [경인칼럼] 인천경실련의 선택
    칼럼

    [경인칼럼] 인천경실련의 선택 지면기사

    6월말 기준 '비영리민간단체' 1만3943개시민단체 탈을 쓴 정치집단 나쁜 사례도김 사무처장, 민선8기 전위조직 혁신단 맡아'시정의 파트너인가 감시자인가' 묻고파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을 업무상 배임 등의 혐의로 고발한 한 시민단체의 입장문이 생뚱맞다. "광화문 응원에 찬물을 끼얹는 패륜적 행위를 낳는 것에 끝나지 않고, 젊음의 열정과 함성을 비롯해 치킨업체 등 수많은 자영업자마저 불황의 늪에 빠져들도록 하면서 이 사회에 상상할 수 없는 혼란을 가져왔다"고 했다. 경찰은 축구대표팀의 올림픽 본선 진출 실패로 온 국민이 '치킨을 즐길 욕망마저 망가뜨린' 죄부터 수사해야 할 판이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틀린 말이 아닌 것도 같고.올해 6월 말 기준으로 등록된 비영리민간단체가 1만3천943개다. 밤하늘 별처럼 많다 보니 별의별 단체가 다 있다. 가장 나쁜 사례는 시민단체의 탈을 쓴 정치집단이다. 말하고 움직이는 본새로 보아 영락없는 정상배인데 속을 까발릴 수 없는 경우다. 공익과 무관한 이익집단도 마찬가지다. 가면 뒤에 숨겨진 민낯이 시꺼멓다. 오죽하면 '시민단체의 개혁 대상 1호는 시민단체'라는 말이 나왔을까.시민단체가 본격적으로 등장하기 시작한 시기는 1987년 6월 항쟁 이후부터다. 가장 앞줄에 선 단체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하 경실련)이었다. 출범하자마자 토지공개념 도입과 주택임대차제도 개선이라는 이슈를 내걸고 당시로선 희소한 공론의 장을 확장해 나갔다. 이어 인천경실련이 활동을 시작한다. 중앙조직의 취지와 원칙을 지키면서 지역분권화의 기치까지 높이 들었다. 뜻은 가상하나 무모한 도전으로 여기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인천경실련이 우려와 회의를 딛고 일어나 오늘에 이르기까지 많은 이들의 열정과 수고가 있었다. 하지만 누구보다도 김송원 현 사무처장의 애씀이 컸다고 생각한다. 함께 걷던 이들이 이리저리 다른 길로 걸음을 옮길 때에도 '정치적 중립'과 '정부보조금 0원'이라는 경실련의 운영 원칙을 묵묵히 지켜온 사실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평가받을 만하다. 지역사회가 인천경실련과 김 사무

  • [경인칼럼] 작은 땅 이름이 아름답다
    칼럼

    [경인칼럼] 작은 땅 이름이 아름답다 지면기사

    이름이 크면 오히려 내포된 의미 줄어들어구체적인 명칭, 기억과 브랜드 관리에 쉬워2026년 인천 '區 개편' 행정체제 크게 변화새로운 지명자원 사전 조사와 검토 거쳐야세상에는 날마다 새로운 이름이 탄생한다. 신생아가 태어나듯 새로운 도시나 마을이 만들어지고 도로나 철도역, 기구나 시설이 만들어지고 이름도 따라 생겨난다. 변화하는 현실에 맞추어 새 이름을 부여하는 것도 중요한 일이다. 지명은 도시 공간에 장소성을 부여하고 방문자들에게는 위치감각을 갖게 하는 기능을 하기 때문에 지자체들도 지자체 명칭을 브랜드처럼 관리하고 있다. 그래서 땅이름과 대상은 부합해야 마땅하지만 새 이름이 논란거리가 되거나 혼란을 초래하는 경우도 많다.깊은 고민 없이 부여한 행정구역 명칭들, 방위식 자치단체 명칭이나 숫자로 된 동명이 대표적이다. 최근 이런 명칭에 대한 반성으로 고유어를 이용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고유어를 살려 쓰는 것은 바람직한 태도이다. 물론 새로운 문제도 있다. 누리, 솔빛, 나래 등 의미나 소리가 아름다운 몇몇 고유어들을 선호하다 보니 정작 고유어로서 기능을 못하는 경우도 생기고 있다.큰 이름을 선호하는 경향도 반성해야 한다. 작은 지역이 큰 지역의 이름을 점유하여 사용하는 경우를 말한다. 큰 지역 명칭이 지역주민들에게는 친근하게 들려 선호할 수 있겠지만 차별성과 고유성을 지니기 힘들어 정작 이름의 역할을 하지 못할 수도 있다. 경기도 부천시(富川市)는 부평과 인천을 합한 지역이라는 뜻이지, 지금의 부천은 부평이나 인천의 이웃 도시일 뿐 직접 연관이 없다. 옛 부천군의 지명을 고민 없이 사용한 결과로 그 유래를 설명하기 어려운 지명이 되고 말았다. 미추홀구도 큰 지명이다. 남구에서 미추홀구로 바꿀 때 미추홀의 발상지가 인천 남구 문학산과 관교동 일대였다는 사실을 중시한 것이지만, 미추홀은 인천광역시의 옛지명으로 도시의 상징처럼 오래 사용해왔기 때문에 혼란이 따른다. 미추홀도서관이나 미추홀외국어고등학교, 미추홀타워 등과 같은 명칭이 그렇다. 인천의 여러 단체나 상호 등에도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다. 학산서

  • [경인칼럼] 수원 천변풍경(川邊風景)
    칼럼

    [경인칼럼] 수원 천변풍경(川邊風景) 지면기사

    방화수류정 주변 '수원판 종교문화' 형성불교계 진각국사비·도심형 대형사찰 수원사기독교계 동신교회·천주교 북수원 성당…다종교 도시, 다종교 국가 대한민국 축소판박태원(1909~1986)의 장편소설 '천변풍경'은 1930년대 청계천변에서 살아가는 다양한 인물들의 일상과 도시 생태를 다룬 작품이다. 평론가 임화는 이를 '세태소설'이라 명명한 바 있다. 산책과 관찰이란 고현학(考現學)의 방법을 동원하여 도시 서민들의 생활사를 잘 그려냈다. 독특한 공간구성과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실험기법으로 '천변풍경'은 1930년대 말 한국모더니즘 소설을 대표하는 작품으로 평가받는다.경기도 수부(首府) 도시 수원도 이에 못지않은 천변풍경이 있다. 지금의 수원은 조성된 지 235년이 된 비교적 젊은(?) 도시다. 옛 수원은 융건릉과 수원대학교 일대였으나 정조 13년(1789) 사도세자의 능침인 현륭원(顯隆園)이 조성되면서 수원부가 현재의 수원으로 이전되고, 정조 20년(1796) 수원화성이 완공되면서 수원의 시대가 활짝 열렸다. 수원하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화성만 떠올리기 십상인데 수원의 중심부를 가르는 수원천변에는 일반 시민들에게 알려지지 않은 근대 종교문화유산들이 포진되어 있다.수원의 근대 문화유산으로 '부국원'과 금융회사였던 '옛 수원문화원'(조선중앙무진회사) 등을 꼽을 수 있다. 고대 도시의 상징으로 통하는 튀르키예 아나톨리아 고원 위의 '카탈 후유크'나 이탈리아의 폼페이 또는 삼국시대나 조선시대의 건축물들만 문화유산이 되는 것은 아니다. 지역사를 대표하거나 상징적인 의미가 있는 것, 나아가 한 시대의 전범이 된다면 그 역시 문화유산으로 등재시켜 지역의 문화유산으로 지정하고 보존할 필요가 있다.수원에도 이런 조건을 갖춘 근대 문화유산들이 수원천 주변에 밀집해 있다. 수원화성의 백미로 꼽히는 방화수류정 주변과 화홍문에서 남수문에 이르는 구간에 독특한 수원판 천변풍경, 종교문화를 형성하고 있는 것이다. 우선 문화의 불모지였던 수원에 기념비적인 기념비가 들어섰으니 고려시대 '창성사지 진각국사비'

  • [경인칼럼] 주6일 근무 부활
    칼럼

    [경인칼럼] 주6일 근무 부활 지면기사

    그리스, 이달부터 '주 48시간'으로 늘어나국내 대기업 비상경영 임원 근로시간 연장한국 노동생산성 OECD 33위 바닥도 부담4차산업으로 저임금 주4일 불가피할 수도'칠말팔초'(7월 말∼8월 초)의 바캉스 시즌이다. 비수기 휴가문화 확산과 고물가 여파로 올여름 피서특수는 별로일 전망이나 MZ 셀러리맨들은 모처럼의 해방에 설렌다. 그런데 노동자 천국인 유럽에서 무거운 소식이 전해졌다. 그리스에서 이달부터 주6일 근무제가 실시된 것이다. 작년에 개정한 노동법에 지속해서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의 법정 근로시간을 현행의 '주 40시간'에서 '주 48시간'으로 늘렸다. 소매업, 농업, 일부 서비스업 종사자들에게 우선 적용된다. 그리스 노동계는 근로조건 악화를 우려하며 반발하나 집권 여당인 신민주주의당은 노동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라며 맞섰다. 현재 그리스에는 근무 시간을 초과해 일하는 노동자들이 많지만 적절한 보상을 못 받고 있다. 법정 근로시간 초과근무는 불법이어서 사업장들이 제대로 신고하지 않은 때문이다. 개정노동법은 추가로 8시간을 더 근무할 경우 사용자는 피고용자에게 임금 40%를 추가로 지불하도록 명시했다.그리스의 젊은 청춘들은 시대의 흐름에 역행하는 역사의 반동에 실망이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세 차례의 국가 부도 위기를 겪었음에도 경제가 호전되지 않아 주6일제가 국가표준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같은 유럽연합(EU) 회원국인 프랑스, 독일, 영국, 노르웨이, 아일랜드, 스페인 등에서는 주 4일제 근무가 점차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벨기에는 2022년 2월에 주4일 근무제를 공식화했다. '일과 삶의 균형'을 추구하는 라이프 스타일이 글로벌 트렌드화하고 있다.주5일 근무제는 1908년 미국 뉴잉글랜드의 목화농장에서 유태인들이 안식을 목적으로 토요일과 일요일 이틀간 쉬던 것이 효시였다. 1926년에 헨리 포드가 노동자복지 차원에서 토·일요일에 기계들을 강제로 멈춘 이후 1938년 미국에서 주5일 근무가 법제화되었다. 주 5일 근무가 글로벌 스탠더드가 된 배경이다. 국내에서는 2

  • [경인칼럼] 적대를 넘는 적개의 정치… 누가 타파할 건가
    칼럼

    [경인칼럼] 적대를 넘는 적개의 정치… 누가 타파할 건가 지면기사

    '이재명 사법리스크' 여전히 진로에 걸림돌국힘 전대 '문자파동·댓글팀' 진흙탕 싸움여권, 국회권력 넘겨준것 인정 민의 순응해야지지율 올리는 길만이 '野 일방통행' 막는길여의도와 용산에서 벌어지는 일련의 '사건'들에 '정치'란 말을 붙인다는 것은 민망한 일이다. 자신의 흠결을 덮기 위해 상대를 말살시켜야 하는 치킨게임적 양상과 적대를 넘는 적개의 양태를 띠는 게 지금의 한국정치다. 정치의 '허울'을 쓰고 자신들의 '허물'을 덮기에 온갖 기제를 동원하는 행위들이 '정치'일 수는 없는 노룻이다. 정치가 권력투쟁을 동력으로 하는 일련의 현상이고, 권력을 쟁취하고 유지하기 위해 마타도어도 불사하는 영역이라는 현실주의적 관점을 수용하더라도 정치가 이렇게 갈 수는 없다.윤석열 대 이재명의 구도에서 윤 대통령은 시간이 지날수록 '살아있는 권력'으로서의 효용성이 반감될 것이다. 이 대표는 사법리스크의 영향에서 얼마나 자유로울 수 있느냐에 그의 '미래권력'으로서의 가능성 여부가 결정될 것이다.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는 여전히 그의 진로에 걸림돌이다. 10월에 이 대표 공직선거법 관련 사건과 위증교사 사건의 1심 선고가 있다. 비록 1심이지만 재판에서 유죄가 나오면 이 대표가 지금의 위상을 유지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 대법원 판결이 대선 전에 나올 가능성이 희박하기 때문에 이 대표의 야권에서 차지하는 위상이 흔들리지 않을 수 있지만, 반대의 경우도 나타날 수 있다. 게다가 만약 1심 판결 후 1년내 2심에서도 유죄가 나온다면 이 대표의 당 장악력과 차기 야권 대선 주자로서의 존재는 현저히 왜소해질 것이다.더불어민주당이 발의한 검사 탄핵의 대상 검사들은 모두 이 대표와 민주당 관련 수사와 연관이 있는 인물들이다. 이들을 탄핵하는 근거로 들은 사실관계도 명확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과거의 일을 들춰내서 탄핵을 위한 억지 명분을 만들고 있는 면도 있다. 해병대원 순직 사건 수사 과정에 대통령실의 외압이 있었느냐를 밝혀내기 위해 특검은 필요하다. 그러나 민주당은 해병대원 특검법도 대통령 탄

  • [경인칼럼] 인천이 없다
    칼럼

    [경인칼럼] 인천이 없다 지면기사

    '살기좋은 세계도시' 조사 대상 인천 제외5월 '옥스퍼드 이코노믹스' 평가에도 없어세계경제망내 좌표 읽어야 미래설계 가능'글로벌도시 지표 개선' 당장 해야할 급선무인천시가 '뉴홍콩시티'의 개정증보판 격인 '글로벌 톱텐 시티'를 발표한 지 두달이 지났다. 시 조직도는 여전히 옛 과제를 수행 중이다. 새 프로젝트도 빼꼼 고개를 내밀긴 했다. 구호나 슬로건은 토끼처럼 날래지만 행동과 실천은 굼벵이처럼 더딘 게 세상의 흔한 모습이다. 원래 '글로벌 시티(global city)'라는 말이 동네 강아지 이름처럼 쉬운 게 아니지 않나. 인구가 많다고 해서, 면적이 넓다고 해서 '글로벌'을 수식어인양 함부로 가져다 붙이는 게 아니다.세계경제 네트워크에서 선과 선을 잇는 결절(結節), 즉 주요 연결점의 역할을 하는 도시를 일컫는 말이 '글로벌 시티'다. 세계·지역·도시의 경제발전 및 노동력과 자본의 국제적 이동을 오랫동안 연구해 온 미국 사회학 분야의 권위자 사스키아 사센 교수가 1991년 출간한 명저 '글로벌 시티: 뉴욕, 런던, 도쿄'에서 처음 도입한 개념이다.그녀는 세계화가 전 세계의 금융, 무역, 문화에 다양한 영향을 미치는 전략적 위치의 계층구조를 새로 만들어냈다고 본다. 40여 개의 글로벌 시티들로 구축된 부의 네트워크다. 대기업과 다국적기업의 본사가 집중해 있는 이 도시들은 자본과 정보가 모이는 결절의 역할을 수행한다. 국제 금융기구와 로펌 등의 생산자 서비스업이 발달하고, 예술·패션·음식 등 고급 소비자 서비스업도 함께 번성하는 공간이다.각 대륙의 주요 도시들은 이제 국가의 경계를 넘어 전지구적 네트워크 안에서 그 층위(層位)에 따라 새로운 전략적 역할을 담당하게 됐다. 도시들의 경쟁력을 측정하고 평가하는 새로운 지표체계들도 잇따라 만들어졌다. 미국 AT커니의 글로벌 도시 지수(GCI)를 비롯해 일본 모리기념재단 도시전략연구소의 글로벌 파워도시 지수(GPCI), 중국사회과학연구원과 유엔 해비타트의 글로벌 도시경쟁력 보고서(GUCR)가 대표적이다. 영국 경제연구소 옥스퍼드

  • [경인칼럼] 사라진 '내마음의 협궤열차'
    칼럼

    [경인칼럼] 사라진 '내마음의 협궤열차' 지면기사

    협궤 수인선 원형 간직했던 '송도역사'연수구, 원형보존 방침 번복하고 철거여러 문학작품 배경·추억이 서린 장소시민 생활사, 기록으로나마 복원해야'내마음의 협궤열차'는 작고한 이가림 시인의 대표작 중 하나이다. 연작시 '내 마음의 협궤열차1'은 '측백나무 울타리가 있는/ 정거장에서/ 장난감 같은/ 내 철없는 협궤열차는/ 떠난다'라는 구절로 시작한다. 다음 연에서 시적 주인공은 협궤열차를 타고 끊어진 철교를 넘어 아스라한 은하수를 향해 기적을 울리며 떠나간다. 이 상상의 철도 여행이 시작되는 출발점인 '측백나무 울타리가 있는 정거장'은 바로 옛 송도역이다.협궤열차와 소래포구는 소설의 공간이기도 하다. 윤후명의 장편 소설 '협궤열차'(1992)는 협궤열차를 배경으로 한 남녀의 사랑과 이별이 주제이다. 수인선 연변의 한 소도시에 사는 주인공이 헤어졌던 옛 연인과 함께 협궤열차를 타고 여행하면서 사랑과 생활, 이별과 만남의 의미를 반추하는 것이 소설의 내용이다. 이산가족의 아픔을 다룬 소설 이원규의 단편 '포구의 황혼'에도 수인선은 인상적으로 그려져 있다. 포구의 적막과 어둠을 헤치고 철교 위를 달려가는 협궤열차의 모습은 분단 현실의 상징이기도 했다.그런데 여러 문학 작품들의 배경, 상상 여행의 장소였던 옛 송도역사가 사라졌다. 협궤열차 수인선 마지막 역이었던 옛 송도역사 건물이 지난 5월에 철거된 것이다. 연수구청은 송도역사 철거가 정밀안전진단 결과에 따른 것이라 한다. 안전진단 결과 사용을 금지하고 보강·개축해야 하는 E등급을 받았다는 것인데 이 같은 결과는 송도역사가 수인선 폐선 이후 20여년간 사실상 방치해 왔기 때문에 예견된 것이다. 구조물 보강이나 부분 개축을 통해 얼마든지 복원할 수 있는 방법이 있었음에도 대안을 찾을 노력은 하지 않고 철거해버린 것이다.옛 송도역사 복원사업이 주목받은 이유는 역사건물의 현대사에서 차지하는 역사적 가치 때문이었다. 수인선은 일제가 경기도 내륙의 미곡을 인천으로 수송하고 인천으로부터는 생활물자를 보낼 목적으로, 인천에서 수원을 거쳐 여주에 이르

  • [경인칼럼] 일상에 지친 그대여, '장자'를 읽자
    칼럼

    [경인칼럼] 일상에 지친 그대여, '장자'를 읽자 지면기사

    우언·우화로 이뤄진 문학작품 가까워국내 김달진·안동림 변역본 최고 평가카프카·보르헤스 등 세계적으로 영향 전전긍긍 인생의 순간, 마음에 자유를'장자'는 노자의 '도덕경'과 함께 도가 최고 경전이다. 이 둘이 모여 '노장사상'을 이룬다. '도덕경'이 깊은 사유와 통찰을 담은 철학서라 한다면 '장자'는 우언(寓言)과 우화(寓話)로 이루어진 문학작품에 가깝다. '장자'는 '남화경'이라고도 하는데, 속세를 초탈하여 유유자적하는 초월적 세계관이 현실에 매여 악전고투하는 우리에게 마음의 자유와 해방의 공간을 제공해주고 있어 지금까지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장자'의 저자 장주(莊周)는 사마천의 '사기'에 간략하게 소개돼 있다. 그는 중국 전국시대 송나라 몽(蒙) 출신 철학자로 도가의 대표적 인물로 꼽힌다. 도교에서는 그를 남화진인(南華眞人), 남화노선(南華老仙)이라고 한다. '삼국지통속연의'에서 황건적의 지도자 장각에게 도를 전수하는 남화노선이 바로 장자다.우리 문헌에서 장자가 언급된 가장 빠른 기록으로는 고려 가요, 이른바 경기체가인 '한림별곡'이다. '한림별곡' 제2장 '당한서 장노자 한유문집/ 이두집 난대집 백락천집/모시상서 주역춘추 주대예기'라는 구절이 그러하다. 풀이하면 '당서와 한서, 장자와 노자, 한유와 유종원의 문집, 이백과 두보의 시집, 난대영사(令使)들의 시문집, 백락천의 문집, 시경과 서경, 주역과 춘추, 대대례와 소대례'란 뜻으로 당대 선비들이 가장 사랑하는 책들이 열거돼 있다. 여기에 '장자'가 포함돼 있는 것이다.고려시대 이처럼 인기가 높았던 필독서 '장자'는 주자학이 지배하는 조선시대에 접어들면서 돌연 자취를 감춘다. 주자학 이외에 학문을 '사문난적'으로 모는 무지막지한 이념의 독재 때문이다. 조선 중후기의 문신 남당 한원진(1682~1751)의 '장자변해'와 박세당(1629~1703)의 '남화경주해산보' 정도가 고작이다. '장자'를 사갈시(蛇蝎視)하던 주자주의의 관성 때문일까? '장자'는 다른 동양 고전

  • [경인칼럼] 바보들의 행진
    칼럼

    [경인칼럼] 바보들의 행진 지면기사

    느닷없는 '해외 직구 규제'에 뿔난 국민발표 내용 뒤집은 정부, 스타일만 구겨압권은 AMAT 부지에 '신규택지' 지정어설픈 국정… '늘공'마저 그밥 그나물근래 들어 정부의 설익은 정책들이 자주 확인된다. 알리, 테무, 쉬인 등 중국 온라인 유통 플랫폼들의 한국시장 공략이 가시화되던 지난달 16일 정부가 해외직구에 제동을 걸었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해외직구 급증에 따른 소비자 안전 강화 및 기업 경쟁력 제고 방안'을 발표하면서 KS인증이 없는 어린이용품과 전기·생활용품, 생활화학제품 80종에 대한 국내 반입 차단조치를 6월 중에 시행한다고 공표했다. 국민들이 구매하려는 제품이 해외직구 금지 품목인지 쉽게 알 수 있도록 공정거래위원회가 운영하는 '소비자24' 사이트(www.consumer.go.kr)에 띄우기로 했다.그런데 지난달 19일 오후에 정부서울청사에서 이정원 국무조정실 국무2차장이 예정에 없던 브리핑을 열어 "저희가 말씀드린 '80개 위해(危害) 품목의 해외직구를 사전적으로 전면 금지·차단한다' 이건 사실이 아니다"라고 언급하며 3일 전의 한 총리 발표 내용을 뒤집었다. 이 국무2차장은 "80개 품목에 대해 관세청, 산업통상자원부, 환경부 등과 함께 집중적으로 위해성 조사를 하고, 위해성이 없으면 직구를 금지할 이유가 없다. 지금대로 직구해서 쓰셔도 된다"고 덧붙였다.정부의 느닷없는 규제에 뿔난 국민들의 동시다발적인 맹비난 때문이었다. 고물가에 시달리는 서민들이 한 푼이라도 아낄 요량으로 해외직구에 나선 것을 정부가 국내 유통구조는 바꾸지 않고 규제만 하려 든다며 목소리를 높인 것이다. 한동훈 국민의힘 전 비상대책위원장과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도 비판에 가세했다. 국무조정실과 관세청, 산업통상자원부, 환경부, 식품안전처, 공정거래위원회 등 14개 부처가 머리를 맞대고 고민한 끝에 만들었다며 호기를 떨었는데 정부의 스타일만 구겼다.해외직구 금지소동 다음날인 20일 국토교통부와 경찰청이 공동으로 내놓은 '2024년 교통사고 사망자 감소대책'에 '고령 운전자 운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