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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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칼럼] 만원의 행복 동네 지면기사
탑골공원 등 '갓성비 상권' 젊은층도 매료낮은 집세·단품 등 '푸어 마케팅' 성공가도'올드타운' 최상의 관광상품이자 추억인데노후도시 재건축 움직임… 재개발 능사 아냐날씨가 풀리면서 서울 노량진 컵밥 거리를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주 고객인 청춘 남녀는 물론 나들이 나온 가족들이 저렴한 가격대의 다양한 메뉴를 즐긴다. '만원'짜리 지폐 한 장으로 2∼3명이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는 것이다. 외국인 관광객들도 눈에 띄게 늘었다. 코로나19와 공시족 축소로 낭패했던 컵밥집 사장님들은 모처럼의 훈풍이 반갑다.'만원의 행복' 동네가 핫 플레이스로 주목되고 있다. 노인들의 천국인 서울 종로2가 탑골공원 상권인데 유튜브에는 '미친 가성비의 성지', 혹은 '갓성비(신이 내린 가성비)' 상권으로 소개되고 있다. '국민 MC' 송해 선생이 즐겨 찾았던 S식당은 국밥 3천원, 소주 3천원이었으며 옆집 H통닭의 프라이드치킨 한 마리는 5천원, 뒷집에서는 선지해장국이 4천원이었다. 낙원상가 4층 실버영화관에서는 입장료 2천원에 종일토록 영화를 관람할 수 있다. 국밥 혹은 해장국에 잔술로 추위를 녹이고 고전 영화들을 감상하다 보면 어느새 하루해가 저문다. 이곳도 인플레 폭탄을 맞았지만 건재하다.그런데 어르신들의 해방구에 변화가 감지된다. 작년 10월 한 달 동안에 57만여 명이 이곳을 찾았는데 20∼30대 손님들이 44%였다. 레트로(복고풍)한 분위기에다 근래 물가상승 압박에 구매력이 떨어진 젊은이들에게 안성맞춤인 것이다. 그렇다고 동일한 시간대에 노인들과 젊은이들이 몰리는 것은 아니다. 낮엔 노인들이, 밤에는 MZ세대가 이곳을 접수해 탑골공원 일대의 가게들은 낮부터 밤까지 성업 중이다. 탑골공원 상권의 낮과 밤은 다른 세상이다.이곳에는 춥고 배고픈 어르신들에게 봉사 차원에서 영업을 하는 점포도 있지만 절대다수는 영리 목적의 자영업체들이다. 모 일간지의 조사에 따르면 작년 10월 기준 점포당 월평균 신용카드 매출은 탑골공원이 2천916만원으로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81%였다. 후미진 골목의 허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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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칼럼] 준위성정당이 가로막고 있는 준연동형의 한계 지면기사
'50%연동' 비례대표제는 군소정당에 유리반대할 일은 아니지만 중간지대 취지 글쎄제3지대 보단 '민주 2중대' 될 개연성 내포국힘 행태 마찬가지… 거대양당 강화 우려4년 전에 혹독한 평가를 받았던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와 위성정당이 재현될 것 같다. 이번엔 위성정당도 모자라서 '준위성정당'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준위성정당을 만들 것임을 밝히면서 사과했다. 사과할 법을 왜 시행하려 하는지 이해가 안 가지만 야당은 군소정당의 원내진출과 합의제 민주주의의 실현을 위해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와 준위성정당을 공식화했다.비록 100%를 지역구와 정당득표율에 연동시키지 않더라도 50% 연동시키는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는 병립형에 비해 확실히 군소정당에 유리한 제도다. 이 명제가 성립하려면 온전하게 군소정당들이 거대양당의 세력에서 자유로워야 한다는 대전제가 있다.그러나 지난 21대 총선에서 이 원칙은 지켜지지 않았다. 위성정당이라는 기발한 발상에서 편법 정당이 탄생했다. 결과적으로 국민의힘의 전신인 미래통합당은 미래한국당이라는 위성정당을 통하여 비례대표 19석, 더불어민주당의 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은 16석을 가져갔다. 정의당 6석은 20대 총선과 같은 성적이다. 결과적으로 준연동형과 위성정당을 기반으로 한 21대 총선의 선거룰은 본래의 취지를 무색하게 하면서 거대양당제를 강화했다. 주지하다시피 위성정당의 존재 때문임은 재론의 여지가 없다.이미 준위성정당들이 모습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기본소득당, 열린민주당, 사회민주당이 연합한 새진보연합, 녹색정의당, 진보당 등이 시민사회에 연대하여 준연동형하에서 준위성정당의 형태를 갖추고 있다. 이러한 정당의 의회진출을 반대할 일은 아니다. 단지 군소정당의 원내진입이라는 취지에는 부합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들이 보수와 진보 사이에서 중도층을 견인하고 캐스팅 보터로서 기능할 때 다당제 민주주의와 협치가 가능해질 공간이 열린다. 그러나 위에서 열거한 정당과 세력들은 중간지대로서의 '제3지대'라기 보다는 더불어민주당에 친화적인 정파들이기 때문이다. 22대 국회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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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칼럼] 면도날 위의 이웃들 지면기사
10년전 세든집 경매, 자긍심마저 무너뜨려미추홀구 전세사기 '건축왕' 징역 선고 불구생 마감 피해자만 4명, 위태로운 이들 여럿정부가 내민 손, 국민에겐 아직도 멀리 있어"우리 전세금 돌려받을 수 있을까?"전세 만기일이 벌써 한 달이나 지났다. 들어올 세입자가 없으면 자기 가족이라도 들어오겠다던 집주인은 차일피일 날짜를 미뤘다. 걱정이 산처럼 높아져 가던 어느 날, 법원으로부터 통지서가 날아들었다. 지금 세 들어 살고 있는 집이 경매에 붙여졌다는 내용이었다. 중개업소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찾아갔더니 이미 며칠 전 문을 닫고 종적을 감춘 뒤였다.변호사 사무실을 찾아가고, 경매전문가도 만났다. 사실 불길한 예감이 처음 들었을 때만 해도 까짓것 팔 걷어붙이고 나서면 사태를 어렵지 않게 해결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어디선가 누군가에 무슨 일이 생기면 틀림없이 나타나는 '홍 반장'이 내게도 당연히 나타나리라 믿었다. 세상은 그렇게 여유롭지도, 자비롭지도 않다는 사실을 깨닫는 데엔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전 재산이 거짓말처럼 한 순간에 사라져 버렸다. 돈뿐만이 아니었다. 삶의 한복판에 느닷없이 생겨난 모래 늪은 내가 갖고 있던 모든 것을 서서히 삼켜버렸다. 일에 대한 의욕, 세상을 향한 신뢰, 내일을 기다리는 자신감이 모래 늪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끝내는 내 가족을 나름 잘 건사해 왔다는 가장으로서의 자긍심까지 삼켜버렸다. 그게 가장 아팠다. 그게 무엇보다도 견디기 힘들었다. 곁을 비우지 않는 아내에게, 혼기가 찬 딸에게, 밤낮을 연구실에서 보내는 아들에게 정말 미안했다. 엄지발가락을 곧추세우고 바닥을 디뎌보려 했으나 닿지 않았다. 넝마처럼 너덜너덜해진 정신을 스스로 모래 늪의 저 검은 입 속으로 욱여넣어 버리고 싶었다. 삶과 삶이 아닌 것의 경계가 면도날처럼 얇디얇다는 사실을 그제야 알게 됐다."피고인들은 피해자들의 삶과 희망을 송두리째 앗아갔습니다." 지난 7일 인천 미추홀구 일대에서 수백억원대의 전세사기를 저지른 혐의로 구속된 속칭 '건축왕' 남모씨에게 징역 15년이 선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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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칼럼] 빅텐트라는 판타지 지면기사
이준석 개혁신당·이낙연 새로운미래 주목검증 안된 정치세력에 국민 관대하지 않아텐트는 임시거주… 성사땐 정치 도움될까?기존문법 아닌 진실된 차별성으로 승부해야'빅텐트'는 선거철이 다가왔음을 알리는 유행어다. 야외행사에서 사용하는 큰 천막을 가리키는 말이었지만 이제는 정치나 사회운동에서 다양한 정치세력을 아우르는 연합정치를 지칭하는 용어로 자리잡았다. 빅텐트의 이합집산 정치행태는 양당제가 정착된 나라에서는 보기 드물고 다당제가 정착된 유럽에도 없는 현상이다. 군소정당과 후보들의 합종연횡은 투표 직전까지 이뤄져 한국 특유의 드라마틱한 역동성을 연출한다. 이번 4월 총선을 앞두고 '제3지대 빅텐트'가 주목받고 있다. 여당인 국민의힘에서 탈당한 이준석의 '개혁신당',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 탈당한 이낙연의 '새로운미래'를 비롯한 다양한 신당추진세력이 대통합하는 합종연횡 정치를 가리킨다. 범여권과 범야권 신당세력이 별도로 통합하는 '중텐트' 연대도 있다. 지난 5일 더불어민주당이 준연동비례제를 당론화함으로써 야당 주도의 범야권 비례연합당(중텐트)은 가능해졌지만 오히려 빅텐트의 성사 가능성은 멀어져 가고 있다.과거에도 빅텐트 구상은 대부분 용두사미였다. 당장 진영으로 갈라서 싸우던 이질적 세력이 통합하는 작업이 쉬운 일은 아니다. 대통합의 러브샷을 외치다 하루아침에 삿대질하는 관계로 돌아서 얼굴을 붉히기 일쑤다. 통합 후의 주도권까지 의식해야 하니 셈법이 복잡해진다. 무엇보다 신당에 대한 유권자들의 기대는 선거일이 다가올수록 급속히 줄어든다. 이 현상을 사표방지심리라고 탓하는 사람도 있지만 검증되지 않는 정치실험에 대해 국민들은 그리 관대하지 않은 것이다. 텐트는 임시 거주용. 캠핑이 끝나면 텐트를 접고 집으로 돌아가는 법. 불구대천의 원수처럼 비난하며 '친정'을 떠나 작은 천막을 쳤지만 요행히 선거에서 살아남은 정치인들은 금방 표정관리에 들어간다. 조용히 복당의 절차를 밟아 목소리를 낮추고 제 자리로 되돌아갔다.그럼에도 불구하고 빅텐트가 성사되면 과연 우리 정치 발전에 도움이 될까? 합종연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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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칼럼] '만세전' 탄생 백 주년 지면기사
염상섭 작품이 韓 근대소설 출발점인 이유'혈의 누'·'무정' 작가 친일… 심리적 저항1918년 배경… 근대 지식인 여행과정 서술획기적인 문학… 미래 백년은 어떻게 될까올해로 소설 '만세전'이 나온 지 꼭 백년이 됐다. 염상섭의 '만세전'은 한국 근대소설의 진정한 출발점으로 평가받는 작품이다. '만세전' 앞에 이인직의 신소설 '혈의 누'도 있고, 이광수의 장편소설 '무정'도 있으나 '만세전'을 한국 근대소설의 출발점으로 삼는 이유는 무엇인가. 여기에는 문학적인 이유와 문학적이지 않은 이유가 함께 겹쳐 있다.문학적인 이유는 '만세전'이 근대적인 의미를 담은 여로형 소설로 작품이 여행구조의 형식을 취하고 있다는 점이다. '만세전'은 제목 그대로 만세(萬歲) 운동이 일어나기 직전(直前)인 1918년을 시간적 배경으로 삼고 있으며, 연락선과 기차를 이용하여 동경과 서울을 왕복하는 주인공 이인화의 여정을 공간적 배경으로 삼고 있다. 근대 지식인의 여행 그 자체도 사건이지만, 주인공이 여행의 과정 중에 보고 듣고 관찰하고 경험하는 이야기를 서술하고 고백하고 전달하는 내용들이 서사의 중심이다. 이와 함께 고려돼야 할 사항이 바로 가독성(readability) 문제다. 현대 일반 독자들이 충분하게 읽어낼 수 있는 작품의 시간적 하한선이 '만세전'이기 때문이다. 이인직이든 이해조든 신소설은 말이 신소설이지 문체나 작품 구성 등이 고소설에 가까워 읽기가 쉽지 않고, 또 이광수 문학의 빛나는 성취라 할 '무정' 역시 계몽의 열정과 고소설의 그림자가 어른거리기 때문이다.문학적이지 않은 이유로는 정치적 무의식과 한국문학의 자존심 문제를 들 수 있다. 이인직의 신소설 '혈의 누'의 획기성은 자명하지만 그는 입신출세를 위해 스스로 친일의 길을 걷은 사람이고, 이완용의 통역관이자 개인비서로 활동했다. 정치적으로도 친일파였지만, '혈의 누' 자체도 매우 친일적인 작품이기에 '혈의 누'를 한국 근대문학의 아버지로 삼기에는 심리적 저항감도 크고, 무엇보다 한국문학의 자존심이 이를 허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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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칼럼] 시장 무서운 줄 알아야 지면기사
도요타 자회사 다이하쓰서 품질불량 사태日 유사사례 잇따라… 장인정신 명성 타격韓 식품대기업 꼼수인상·한국타이어 부패정부의 비리업체 징계 없어도 시장서 도태지난 연말에 1억2천만 일본국민들을 충격에 빠뜨린 사건이 불거졌다. '품질경영'으로 일본인들의 자긍심을 높여주던 세계 최대 자동차 메이커 도요타에서 품질 불량 사례가 드러난 것이다. 도요타의 소형차 전문 자회사인 다이하쓰공업의 수출용 차량 측면충돌 안전성 인증시험에서 배기가스 및 연비, 에어백 충돌데이터 수치 조작 등이 광범하게 자행됐다. 다이하쓰가 현재 생산 및 개발 중인 28개 모든 차종과 다이하쓰에서 납품하는 도요타 22개 차종 등에서 회사 차원의 조직적인 범죄가 밝혀졌다. 이런 부정이 1989년부터 무려 35년 동안이나 지속되었다.다이하쓰는 지난달 26일부터 모든 차종의 출하 중지 및 일본 내 4개 공장 가동을 1월 말까지 중단한다. 2022년에는 도요타그룹의 상용차 전문 제조업체인 히노자동차가 20년 동안 배출가스와 연비를 조작해온 것이 확인되면서 일본 정부는 관련 엔진을 탑재한 차량 생산을 금지했다. 자동차는 생명과 직결되기 때문에 품질부정이 미치는 파장은 매우 크다. 2009년에는 도요타자동차의 가속페달과 전자제어장치 결함문제가 불거지면서 사상 최대 규모의 리콜로 수십조 원의 손실이 발생했었다.일본의 다른 주요 제조업체서도 유사한 부정사례들이 잇달아 발각되고 있다. 미쓰비시전기는 40년 동안 원전이나 철도회사 등에서 사용되는 변압기 최종검사 과정에서 데이터를 거짓으로 작성하는 조직적인 범죄를 저질러 왔다. 일본제강에서도 1998년부터 2022년까지 24년 동안 발전소 터빈과 발전기의 축인 로터 샤프트 제작에서 부정이 있었음이 밝혀지기도 했다. 장인정신을 바탕으로 한 일본의 제조문화인 '모노즈쿠리' 명성에 타격이 불가피하다. '메이드인 재팬'의 신뢰가 흔들리는 것이다.지난 연말에 한국에서는 다른 유형의 기업 비리 문제가 불거졌다. 롯데제과, CJ제일제당, 동원F&B, 풀무원 등 식품 대기업들의 조잡스러운 구태(舊態)가 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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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칼럼] 권력이 자제를 잃을 때 지면기사
사문화된 인사청문제도 권위·실효성 상실'법 앞세워 자료제출 거부' 관행처럼 변모집권세력 무능에 뒤지지 않는 '야당 논란'가히 '정치실종'… 주어진 권한 절제 필요인사청문회 제도는 2000년 김대중 정부때 도입됐다. 처음에는 청문 대상이 국무위원으로 극히 제한되었으나 점차 적용 범위가 넓어져서 지금은 검찰총장, 국정원장, 합참의장, 참모총장, 대법관 등 국정의 주요 고위 공직자가 거의 다 해당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인사청문제도가 자리잡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인사청문제도는 사문화됐다고 해도 좋을 정도로 권위는 물론 실효성을 상실해가고 있다. 두 말 할 것도 없이 인사청문보고서 채택 여부와 무관하게 이른바 대통령의 고유권한인 인사권 행사에 의해 인사청문 후보자에 대한 임명이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정권에 따라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양상은 동일하다. 이미 인사청문제도는 권력에 의해 형해화 되었다. 게다가 숱한 정치 쟁점과 이슈에 묻혀서 청문회를 통한 국민과 언론에 의해 이루어졌던 감시 기능조차 사라지고 말았다.청문회 무용론이 대두된 여러 요인이 있지만 자료제출 거부는 후보자들에게는 '여의도 문법'이 되었다. 후보자들의 정보 제공 '부동의'가 아무런 제지 없이 일상화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자료제출 거부'는 윤석열 정부 취임 이후 거의 관행화되고 있다. 인사청문회 당일에도 시간을 미루다가 일부만 제출하는 전략이 '관례'가 되다시피 한다는 얘기다. 자료제출 거부의 이유는 '개인정보'다. 그리고 '법적'으로 문제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인사 검증의 첫 단계인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의 인사검증자료 제출과 대통령실의 선택과정에서 인사 문턱이 대폭 낮아졌다. 인사검증단계에서 병역, 탈세, 법인카드 유용, 폭력 전과, 불법 증여 등은 기본 검증단계에서 기본적으로 걸러질 수 있는 내역들이다. 이렇듯 청문회 검증을 통과하지 못한 장관이나 고위공직자들이 부처에서 리더십을 확보할 수는 없다. 게다가 유난히 비전문가의 등용도 지난 정권들에 비해서 잦은 편이다. 전 대통령실 대변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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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칼럼] 마지막 바리케이드 지면기사
삼성전자, 이달 스마트폰 아닌 AI폰 출시일상생활서도 AI 장착한 신무기 잇단 등장AI 지침·규제 없어 '변화 예측불가' 우려인류와 공존하는 세상 만들기 비전 되찾길지난달 초 오픈AI의 '반란과 실패'를 다룬 글을 쓴 이후로 오픈AI 수석과학자 일리야 수츠케버에 대한 자세한 소식을 접하지 못했다. 실패한 반란의 당연한 귀결이겠지만 그가 이사회에서 축출됐으며, 테슬라 CEO 일론 머스크가 손을 내밀었다는 언론 보도가 전부다. 수츠케버가 테슬라로 옮겨가길 기대하는 소셜미디어 엑스(X)의 한 이용자 글에 머스크가 '아니면 xAI'란 댓글을 달았단다. xAI는 비영리에서 영리로 급격하게 기우는 오픈AI에 대항하기 위해 머스크가 창업한 생성형 AI 스타트업이다.수츠케버의 근황 대신 접한 건 그의 스승으로서 AI 철학을 공유하고 있는 제프리 힌턴 토론토대 교수, 그리고 세계적 베스트셀러 '호모 데우스'의 저자인 유발 하라리 히브리대 교수가 최근 여러 언론과 가진 인터뷰 내용이다. AI의 대부로 불리면서도 AI의 위험성을 누구보다도 강력하게 주창하는 힌턴 교수는 전 지구적으로 논의 중인 규제 방안에 대해서도 회의적이다. AI의 이점으로 인한 개발 압력이 엄청나므로 실질적인 규제는 핵무기보다도 어렵다는 것이다. 하라리 교수는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20년 뒤 인간사회의 변화를 전혀 예측할 수 없게 됐다고 우려한다. 인간의 예측을 벗어난 AI는 외계(alien) 지능에 가깝다고 했다.두 사람의 말대로 AI의 진격은 거칠 것이 없어 보인다. 새해 벽두부터 AI의 단계를 끌어올리려는 가열한 시도들이 잇따라 발표되고 있다. 올해 출시가 예정된 거대언어모델(LLM)만도 10개를 넘는다. LLM 판도를 바꿀만한 중요한 모델들도 포함돼 있다. 인간을 뛰어넘는 인공일반지능(AGI)의 단계로 성큼성큼 다가가고 있다는 얘기다. 글로벌 시장 조사업체인 IDC는 2027년 전 세계 생성형 AI 시장 규모가 현재의 10배인 1천500억달러에 달할 것이라는 보고서를 최근 내놓았다.일상생활에서도 AI를 장착한 신무기들의 등장이 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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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칼럼] 새로움을 얻기 위한 용기 지면기사
'新' 본래뜻은 도끼로 나무 다듬는다는 뜻참신하려면 '낡은 것과 결별' 고통 견뎌야선거의 계절 여야 저마다 혁신경쟁 벌일것시민 삶 새롭게 할 '新民' 가치인지 지켜봐야송구영신(送舊迎新)은 새해 인사말이다. 묵은해 낡은 것을 보내고 새로운 해, 새로운 것을 맞이하자는 말이다. '새롭다'는 말의 뜻을 음미해 봄직하다. 새롭다는 말의 사전적 의미는 이제까지 있지 않았던 것, 그 전에는 듣거나 보거나 알지 못하던 것을 말한다. 시간적으로는 옛날과 대비되며 오래되고 낡은 것과 대비되는 말이다. 새로운 출발이나 새로운 선택은 현재를 넘어 미래지향적인 희망도 내포되어 있다.새롭다는 말은 동쪽을 의미하는 우리말 고유어 '새(ㅅㆎ)'에서 파생된 말로 짐작된다. 동풍을 '샛'바람이라 하고 해가 뜨는 것은 날이 '샌다'라고 한다. 또 새벽이나 샛별도 모두 해가 뜨는 것과 동쪽과 관련되는 말이다. 설날의 '설', 한 살 두 살 할 때의 '살'은 모두 같은 뿌리의 말로 보인다. 동쪽에 서광이 비치고 해가 솟아나면 날이 밝아온다. 새롭다는 말의 뜻은 기본적으로 밝아진다는 것이며 어둠은 물러가고 어둠에 묻힌 사물이 모습을 되찾게 된다는 뜻이다.새롭다는 말은 가치 있다는 말이다. 신세계는 유토피아는 아니라도 꿈꾸던 세상이며, 신기원은 새로운 시대가 열린다는 말이다. 기능 개선을 통해 성능이 가장 우수한 물건임을 내세울 때는 최신식이라고 자랑한다. 해가 바뀌고 날이 바뀐다고 다 새로운 것은 아니다. 오히려 날이 더하고 해가 더해지면 물건은 낡고 생명체는 병들고 죽어가기도 한다. 영고성쇠할 수밖에 없는 생명의 황혼은 서쪽, 해가 지는 것으로 비유한다. 그리고 낯선 것, 못 보던 것이라고 다 새로운 것은 아니다. 바이러스 변이종인 신종플루는 대처가 어려워 수많은 감염자와 사망자를 낳는다.'신군부'라는 말은 어떤가. 신군부의 중심은 전두환을 비롯한 육사 11기생의 주도로 결성된 군대 내부 비밀 사조직 '하나회'였다. 이들은 10·26정변 후 계엄사령관을 연행하고 대통령을 협박하여 12·12군사반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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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칼럼] 광교문화론(光敎文化論)을 위하여 지면기사
왕건이 부처님 가르침 준다 '광교산' 이름지어89개 암자 존재했다는 구전… 불교와 인연유교·천주교 유산도 품은 흔치 않은 사례山 중심되어 지역 교류 모델로 발전시키길광교산은 수원의 진산으로 해발 582m에 이른다. 한남금북정맥(漢南錦北正脈)의 주봉으로 산자락이 수원·용인·성남·의왕 등 4개 도시에 걸쳐있다. 진산은 감여학(堪輿學) 또는 풍수지리학 용어로 도시나 고을을 지켜주고 지기를 공급해 주는 주산을 말한다. '대동여지도'는 전통 감여학에 따라 산맥 즉 용맥을 중심으로 한반도 전역을 담아낸 지도(첩)인데, 여기에도 광교산이 수원의 진산으로 표기돼 있다.수부도시 수원의 진산답게 광교산은 수원·화성·용인·안양 등 일대 모든 하천의 시발점이요 근원이 되고 있다. 수원이 매년 반복되는 폭우와 태풍에도 다른 도시에 비해 수해 피해를 거의 입지 않는 것도 물이 모이는 곳이 아니라 시작되고 흘러나가는 도시 입지의 특성 때문이다.광교산의 옛 이름은 광악산(光岳山) 또는 광옥산(光獄山)이었다가 928년 견훤과의 전쟁에서 승리하고 돌아오는 왕건이 이곳 행궁에 머물고 있다가 이 산에서 한줄기 광채가 하늘로 솟는 것을 보고 부처님께서 가르침을 주는 산이라 하면서 친히 광교산이라는 이름을 지었다고 전해진다.그래서인지 광교산에는 창성사지·광교사지·미학사지 등 절터가 확인되고 있으며, 고려 시대에는 89개에 이르는 암자가 있었다는 얘기가 구전으로 내려올 정도로 광교산은 불교와 인연이 깊다.그렇다고 광교산에 불교만 있는 것이 아니다. 광교산 자락이 뻗어 있는 용인시 수지구에 자리 잡은 심곡서원은 조선 중종 때 문신으로 사림파의 영수였던 정암 조광조(1482~1519)의 학덕을 기리기 위해 효종 때(1650년)에 건립된 사액서원이다. 서원의 맞은편에는 정암의 묘역이 조성돼 있다. 그리고 그 인근에 청천부원군 심온과 혜령군·예천군 묘가 들어서 있으니 광교산에는 유교문화가 약여하게 살아있다.여기에 더해 천주교 관련 유적도 있다. 수지구 동천동 주택가 인근의 손골성지가 그러한데, 이곳에는 1866년 병인박해 당시에 순교한 신자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