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 [경인칼럼] 밸류업 발목 잡는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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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인칼럼] 밸류업 발목 잡는 것은 지면기사

    부담해야 할 경영상 의무와 책임 회피하고많은 보수 챙기는 미등기임원 지배주주들1997년 외환위기때 경제위기 초래한 주범한국판 주주자본주의 온존하면 성장 제한금융투자세(금투세) 시행일이 두 달여 앞이나 아직 설왕설래이다. 주식, 채권, 펀드, 파생상품 등에 투자해서 얻은 일정액 이상의 소득 20∼25%를 징수하는 금융투자 소득세로 문재인정부 때인 2020년에 자본시장 선진화 일환으로 도입되어 작년부터 시행하려다 다시 2025년 1월로 미룬 것이다. 과세 형평성을 높이고 국가재정도 강화할 목적이었다.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은 금투세 폐지 입장이다. 지난해 말 기준 국내의 주식 투자자 수는 1천424만 명으로 대한민국 인구 4명 중 1명이다. 또한 한국 주식시장의 외국인 투자자 비중이 30% 이상이라 금투세가 자칫 외국인투자를 위축시킬 수도 있다. 금투세를 폐지하면 저평가된 국내 기업 주식 가치의 밸류업(Corporate Value-up) 효과도 있어 긍정적이다. 단기이익을 추구하는 경영권 공격세력의 악용 내지 국부(國富) 유출 우려도 완화할 수 있다. 대만은 주식 양도소득세를 도입하려다 주가 폭락으로 무산됐었다. 코너에 몰린 더불어민주당의 고민이 깊어 보인다.재벌 2·3세의 문어발 등기이사 겸직 러시가 눈길을 끈다. 작년 말 기준 상장 대기업 총수 본인은 평균 2.8개, 오너 2·3세들은 2.5개 회사의 등기이사직을 맡고 있다. MZ세대 재벌 2·3세들이 챙기는 보수액도 다른 계열사 월급 사장들보다 훨씬 많다.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의 장남 김동관 부회장의 올해 총급여액은 90억원이 넘는데 다른 재벌들의 경우도 대동소이하다. 한편 한화의 김동관, 동선 형제와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의 장남 정기선 HD현대그룹 부회장, 롯데그룹 신동빈 회장의 장남 신유열 전무 등 1980년대생 재벌 3·4세들은 수백억원씩 들여 자사주 매입에 올인하고 있다. 경영권 세습을 위한 경험 쌓기와 자금확보도 중요하나 시장의 반응은 곱지 않다.그러나 미등기임원으로 재직하며 최고경영자보다 훨씬 높은 보수를 받는 지배 주주들에 비하면 이 정도

  • [경인칼럼] 취임 100일, 한동훈의 선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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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인칼럼] 취임 100일, 한동훈의 선택은? 지면기사

    현재 권력이 채해병·김건희 여사 특검 등에전향적 태도 보이지 않으면 민심 이반 심화韓, 원외 취약기반 의식말고 승부수 던져야야인 각오로 시국 임하지 않으면 위기 직면11월10일이 윤석열 정권의 임기 반환점이다. 아직은 대통령 권력은 '시퍼렇게' 살아있는 권력이다. 그러나 임기 내리막길은 사람들의 '권력'을 보는 관점의 변화를 가져오는 중요한 변곡점이다. 정기국회가 끝나고 2025년이면 지방선거 1년을 앞둔 시점이다. 2026년 6월 지방선거를 치르면 정국은 벌써 대선 정국이다. 차기 정권을 둘러싼 각 당파와 정치세력의 격돌이 빠른 속도로 가시화될 것이다. 자타가 공인하는 야권 최강의 주자인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사법이슈에 대한 관심은 가히 폭발적일 수밖에 없다.현재 권력 윤석열, 미래 권력 이재명과 여권의 한동훈이 차기 대선의 기본 변수다. 윤 대통령은 지금의 추세로 볼 때 조기 레임덕이 올 수 있지만 여전히 여권 차기 후보를 결정할 수 있는 강력한 변수가 아닐 수 없다. 결국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의 향배, 여권 내 윤 대통령과 한 대표의 관계에서 파생될 한 대표의 여권 내 입지에 따라 각 진영의 차기 주자들의 위상이 결판날 것이다. 예상 못할 변수까지 감안하면 대선 때까지 정치의 불확실성은 점차 증대될 것이지만 의외로 대선 구도가 단순화되는 과정을 밟는 이중성을 띠게 될 것이다.역시 문제는 현 단계의 정국 지형이다. 윤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는 취임 이후 정체 상태고, 지금까지의 경로로 볼 때 국정운영 기조나 정책 방향의 변화, 여당과의 관계 재정립 등은 기대하기 어렵다고 보는 게 합리적이다. 게다가 김건희 여사 리스크가 블랙홀이 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경로가 계속된다면 야권의 정권 탈환이 가시화될 수 있다. 보수 진영의 입장에서 윤 대통령의 실패는 차기 대선에서의 권력 상실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19대와 20대 대선을 복기해 보면 박근혜 탄핵이 문재인 정권으로 이어졌고, 문 정권의 무리한 검찰개혁 등 민심과 동떨어진 조국 사태 옹위 등이 검찰총장 출신 대통령 창

  • [경인칼럼] 특별과 특례의 인플레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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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인칼럼] 특별과 특례의 인플레이션 지면기사

    17개 광역지방자치단체 중 '특별'자 5곳인천 송도 '특별자치구' 설치법 대표 발의인천 안의 송도냐, 인천 밖의 송도냐 남아모두가 특별해지면 모두가 특별해지지 않아매주 월요일이면 전주에 있는 전북대학교로 향한다. 몸담고 있는 빅데이터 혁신융합대학 컨소시엄의 참여대학 중 하나다. 새벽 5시, 인천 송도에서 출발하면 화성과 평택을 지나 세종평택로를 달리게 되고 다시 천안논산고속도로를 올라타면 금강 유역에 펼쳐진 논산평야를 가로질러 만경강을 젖줄로 삼는 만경평야와 저 멀리 동진강 하류의 김제평야까지 한꺼번에 볼 수 있다. 일출의 설렘과 일모(日暮)의 경건함을 가고 오는 길마다 느낀다. 그렇게 다닌 지 벌써 1년이 지났다.전라북도의 수부(首府)라지만 늘 조용하고 얌전하던 전주가 떠들썩해진 건 올해 1월18일을 전후해서였다. 전라북도가 전북특별자치도로 명칭이 바뀌는 날이었다. 그 전부터 도로엔 특별자치도 출범을 '경축'하는 수직현수막들이 내걸렸다. 출범일 전날엔 전야제가, 당일엔 출범식 행사가 성대하게 열렸다. 가전제품 양판점까지 '특자도' 출범 기념세일에 나설 정도였다. 전라북도의 128년 생애가 마감되는 날이기도 했지만 시내는 축배를 부딪치는 소리만 요란했다. 그래서 함께 일하는 젊은 선생들에게 물어봤다. "뭐가 달라지는지 알아요?" 돌아온 답이 간단했다.사는 곳의 명칭이 바뀌어도 그 안에서 살아가는 내용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그런데도 사람들이 사는 곳엔 계속해서 '특별'과 '특례'라는 이름이 덧붙여지고 있다. 17개 광역지방자치단체 중 '특별' 자가 들어가는 데가 이미 5개나 된다. 광역지자체는 아니지만 인구 100만 명 이상의 대도시에겐 특례시라는 명칭이 붙는다. 분도를 추진 중인 경기북부는 벌써부터 경기북부특별자치도다. 통합을 놓고 힘겨루기하고 있는 대구광역시와 경상북도의 핵심 쟁점은 대구경북특별시냐, 경북특별자치도냐다. 특례시 명칭을 달기 위해 줄 서 있는 기초지자체들이 화성과 원주시를 포함해 수두룩하다.그런데 이번엔 특별자치구까지 등장했다. 인천 송도국제도시를 지역구

  • [경인칼럼] 랜디스가 남긴 이야기와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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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인칼럼] 랜디스가 남긴 이야기와 노래 지면기사

    인천 개항장 의료선교사 '藥大人'으로 불러불과 7년 남짓 활동… 남긴 족적은 '뚜렷'초인적 한국문화연구 업적의 양과 질 상당내동교회 문고 복원으로 기념사업도 희망개항장의 의료선교사 랜디스(Eli B. Landis, 1865~1898)의 활동과 업적에 대한 연구와 함께 재평가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인천 사람들은 랜디스를 가난하고 불우한 조선인을 위해 인술을 베풀고 고아원을 설립하여 운영하다 서른 두살의 나이로 요절한 의로운 외국인이라 여겨 그를 '약대인(藥大人)'이라 부르고 그가 진료했던 성누가병원이 있던 언덕을 특별히 '약대인산'이라 불렀다. 인천인물지에도 그를 개항기 인천의 주요 인물로 분류하여 업적을 소개하고 있다.랜디스가 1890년에 내한하여 1898년 4월 과로와 감염병으로 쓰러질 때까지 활동한 기간은 불과 7년 남짓이지만 의료와 사회봉사에 남긴 족적은 뚜렷하다. 그는 1890년 가을에 제물포에 도착한 날부터 진료를 시작했는데 1892년 3천594명, 1894년에는 4천464명의 환자를 치료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그는 인천에서 1891년부터 야간 영어학교에서 3시간씩 영어를 가르쳤으며, 별도로 고아원을 설립하여 아이들을 보살폈다. 랜디스는 성누가병원이라는 이름 대신 '낙선시병원(樂善施病院)'이라 부르자 했는데 선한 일을 즐기고 베풀기를 좋아한다는 그의 소명의식이 담긴 것이었다.랜디스는 한국문화연구 성과도 남겼다. 그는 한국에 도착한 이듬해부터 구어체를 능숙하게 구사하여 한국인과 대화할 수 있었으며, 한자와 한문 지식도 상당했다고 한다. 이 같은 언어능력을 바탕으로 한국문화에 대한 연구를 시작했다. 한국의 언어와 역사를 비롯하여 불교와 무속, 자연 숭배와 민간신앙, 동학의 이념, 한국의 전래동화와 동요 등과 같은 사상과 문화, 동의보감 번역과 같은 전통의료 등에 대한 연구를 해나갔는데, 코리아 리포지터리, 모닝 캄 등의 영문잡지에 기고 발표된 논문만 24편에 달한다.이 같은 랜디스의 한국학 연구가 불과 3~4년간 진료소와 고아원 운영과 함께 이룬 것이니 한국문화와 한국인을

  • [경인칼럼] 소통과 교류가 문화예술의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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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인칼럼] 소통과 교류가 문화예술의 핵심이다 지면기사

    당대 최고 인물 한자리 모은 노래 '한림별곡'플라톤·아리스토텔레스 중심의 '아테네학당''서원아집도' '연강임술첩'도 같은 맥락 그림격의 없이 토론하는 新한류문화 만들어가길역사상의 인물들을 모두 한 자리에 모을 수 있다면 어떨까. 셰익스피어와 괴테와 톨스토이, 레오나르도 다빈치와 고흐와 피카소, 베토벤과 모차르트, 소크라테스와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와 칸트와 헤겔, 석가와 예수와 공자와 무함마드, 아담 스미스와 케인즈와 슘페터와 마르크스와 하이에크, 그리고 이외 각 분야의 대가들이 한자리에 모여 있다면 어떨까.상상만 해도 근사할 것 같다. 규모는 작아도 당대 최고의 인물과 최고의 명저들을 한 자리로 불러 모으는 환상적인 상황을 가정한 노래(경기체가)가 있었으니 그것이 바로 '한림별곡'이다. '한림별곡'의 실제 상황이 18세기 영국에서 있었는데, 이를 연구한 것이 레오 담로슈(Leo Damrosch)의 '더 클럽'이다. '더 클럽'은 18세기 영국을 대표하는 지식인들의 모임과 교류 그리고 상호영향을 연구한 저작물로 경제학자 아담 스미스·역사학자 에드워드 기번·전기 작가 제임스 보즈웰·보수주의 정치이론으로 유명한 에드먼드 버크 등 영국을 대표하는 인물들의 교류와 이들이 이루어낸 성과를 톺아보고 있다.르네상스 시대 라파엘로의 그림 '아테네 학당'은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를 중심으로 역대급 인물들이 모여 있는 것을 그린 작품이다. 철학자와 예술가와 각 분야의 학자들이 그룹을 이루는 '클럽 문화'는 유럽에서는 흔한 일이었다. 20세기 세계 인문학을 주도했던 프랑스 인문학도 이런 클럽 문화와 세미나 전통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러시아 출신 학자 알렉상드르 코제브(1902~1968)가 개설한 '헤겔 세미나'는 프랑스 인문학의 산실이었다. 언어와 정신분석학을 결합하여 인간의 욕망과 의식과 주체를 탐구한 자크 라캉이 바로 '코제브 헤겔 세미나'의 멤버이자 수혜자다. 코제브의 헤겔 세미나는 '라캉 세미나'로 이어지는데, 라캉의 후계자이자 사위인 자크 알랭 밀레가 개설한 '라캉

  • [경인칼럼] 베수비오산 기슭에 집 지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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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인칼럼] 베수비오산 기슭에 집 지어라 지면기사

    대졸이상 비경제활동인구 59만1천명이나'취업 대신 창업' 택한 대학생들 증가추세국내 창업 1세대 '헝그리 정신' 핵심 요소사업 닮고 싶은 MZ 기업인 무운장구 빈다일도, 구직활동도 하지 않는 '대졸 백수'가 역대 최대다. 올해 상반기 월평균 대졸 이상(전문대 포함) 비경제활동인구는 405만8천명으로 작년 같은기간보다 7만2천명 증가했다. 비경제활동인구란 만 15세 이상 인구 중 취업자도 실업자도 아닌 사람들로 일 할 능력이 없거나 일 할 수는 있지만 노동할 의사가 없어 구직활동을 하지 않는 사람들이다.대졸 비경제활동인구의 중심은 20대 청년이다. 올해 상반기 월평균 대졸 이상 청년(15∼29세) 비경제활동인구는 59만1천명으로 지난해보다 7천명 증가했다. 인구가 줄고 있음에도 대졸 백수가 늘어난 연령대는 청년층이 유일하다. "이러다 나라가 망하는 건 아니냐"며 우려하는 지경이다. 청년 고학력자 중심의 비경제활동인구 증가는 생활고와 주거불안 심화로 귀결돼 사회의 부담을 키울 수밖에 없다.한편 취업 대신 창업을 선택하는 대학생들이 증가하고 있다. 지난달 24일 한국대학교육협의회에 따르면 금년에 대학생이 창업한 기업수는 전년대비 23.4% 증가한 1천951개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소상공업체 경영주의 연령도 낮아지고 있다. 최근 본죽으로 잘 알려진 본아이에프의 2030세대 점주 비중이 지난해보다 무려 33%나 증가했다. 2022년 기준 소상공업체 오너경영인 중 2030 비중은 전년대비 4.7% 증가했다. 내수경기가 코로나19때보다 더 나쁜데 용기가 가상하다.MZ세대들의 이병철(삼성), 정주영(현대), 구인회(LG) 등 창업 1세대 기업인들에 대한 관심도 점차 커지는 추세이다. 한국의 창업 1세대 기업인 관련 영상들이 유튜브에 올라와 수십만∼수백만 조회수를 기록하며 인기를 끌고 있다. 정주영 회장이 사우디에서 12억달러짜리 주베일항만 공사를 수주한 일화나 포스코를 반석 위에 올려놓은 박태준 회장의 '우향우' 경영철학 등은 2030세대들에 깊은 감명을 주었다. 관련 동영상에는 '말도 안

  • [경인칼럼] 국민의 눈높이와 거리가 먼 대통령 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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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인칼럼] 국민의 눈높이와 거리가 먼 대통령 인사 지면기사

    광복절 경축사 '비판세력 비난' 정쟁 발언만보편적 역사인식 범주 벗어날때 저항뒤따라11월 정권 반환점… 정무적 판단 부족하면사법리스크 야당대표들에게 명분만 주는것육군사관학교에 설치돼 있는 홍범도 장군 흉상 철거 얘기가 나온 게 1년 전이다. 항일 독립운동의 영웅에게마저 공산주의라는 낙인으로 흉상을 퇴출시키려 한 이념 과잉이 국민통합을 저해한다는 비판에 직면한 후 주춤한 상태다. 윤석열 대통령은 작년 광복절 경축사에서 "독립운동은 국민이 주인인 나라, 자유와 인권, 법치가 존중되는 자유민주주의 국가를 만들기 위한 건국운동이었다"라며 독립운동을 건국운동으로 등치시켰다. 또 "공산전체주의를 맹종하며 조작 선동으로 여론을 왜곡하고 사회를 교란하는 반국가세력들이 여전히 활개치고 있다"에서 나아가 "공산전체주의 세력이 민주주의 운동가, 인권운동가, 진보주의 행동가로 위장하고 허위 선동과 야비하고 패륜적인 공작을 일삼아왔다"면서 정부에 비판적인 세력에 대해 '공산전체주의'라는 이념을 씌우며 비판했다.이러한 발언들은 시대를 역행하는 듯한 인식을 드러내고 있다. 올해도 윤 대통령의 경축사에 일본의 과거사 관련 발언은 없었다. 야당 등 비판 세력을 비난하는 것으로 인식되기에 충분한 정쟁적 발언이 대신했다. 케케묵은 이념적 색깔을 동원해서 야당 및 비판세력을 직격하는 발언은 통합을 저해할 뿐이다.윤석열 정부는 취임 후 미래지향적 한일관계를 지향하면서 일본과 협력 관계를 복원하는 데 공을 들여왔고 나름의 성과를 거뒀다. 이러한 긍정적 평가에 인색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대법원의 강제노동 판결 관련 '제3자 배상안'을 채택하고,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과 오염수 방류 등에 미온적 태도를 보여왔다. 군함도, 사도광산의 유네스코 등재 과정에서 '강제성'을 포함시키지 못하는 등 일본에 대해 수세적 태도로 일관해 온 점 등에서 정부의 대일 관계의 지향을 알 수 있다. 오죽하면 작년 광복절 경축사에 일본에서 환영 반응이 나왔을까.최근 역사관련 단체의 장에도 이른바 '뉴라이트' 계열의 인사들이 기용됐다. 한

  • [경인칼럼] 인천경실련의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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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인칼럼] 인천경실련의 선택 지면기사

    6월말 기준 '비영리민간단체' 1만3943개시민단체 탈을 쓴 정치집단 나쁜 사례도김 사무처장, 민선8기 전위조직 혁신단 맡아'시정의 파트너인가 감시자인가' 묻고파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을 업무상 배임 등의 혐의로 고발한 한 시민단체의 입장문이 생뚱맞다. "광화문 응원에 찬물을 끼얹는 패륜적 행위를 낳는 것에 끝나지 않고, 젊음의 열정과 함성을 비롯해 치킨업체 등 수많은 자영업자마저 불황의 늪에 빠져들도록 하면서 이 사회에 상상할 수 없는 혼란을 가져왔다"고 했다. 경찰은 축구대표팀의 올림픽 본선 진출 실패로 온 국민이 '치킨을 즐길 욕망마저 망가뜨린' 죄부터 수사해야 할 판이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틀린 말이 아닌 것도 같고.올해 6월 말 기준으로 등록된 비영리민간단체가 1만3천943개다. 밤하늘 별처럼 많다 보니 별의별 단체가 다 있다. 가장 나쁜 사례는 시민단체의 탈을 쓴 정치집단이다. 말하고 움직이는 본새로 보아 영락없는 정상배인데 속을 까발릴 수 없는 경우다. 공익과 무관한 이익집단도 마찬가지다. 가면 뒤에 숨겨진 민낯이 시꺼멓다. 오죽하면 '시민단체의 개혁 대상 1호는 시민단체'라는 말이 나왔을까.시민단체가 본격적으로 등장하기 시작한 시기는 1987년 6월 항쟁 이후부터다. 가장 앞줄에 선 단체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하 경실련)이었다. 출범하자마자 토지공개념 도입과 주택임대차제도 개선이라는 이슈를 내걸고 당시로선 희소한 공론의 장을 확장해 나갔다. 이어 인천경실련이 활동을 시작한다. 중앙조직의 취지와 원칙을 지키면서 지역분권화의 기치까지 높이 들었다. 뜻은 가상하나 무모한 도전으로 여기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인천경실련이 우려와 회의를 딛고 일어나 오늘에 이르기까지 많은 이들의 열정과 수고가 있었다. 하지만 누구보다도 김송원 현 사무처장의 애씀이 컸다고 생각한다. 함께 걷던 이들이 이리저리 다른 길로 걸음을 옮길 때에도 '정치적 중립'과 '정부보조금 0원'이라는 경실련의 운영 원칙을 묵묵히 지켜온 사실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평가받을 만하다. 지역사회가 인천경실련과 김 사무

  • [경인칼럼] 작은 땅 이름이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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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인칼럼] 작은 땅 이름이 아름답다 지면기사

    이름이 크면 오히려 내포된 의미 줄어들어구체적인 명칭, 기억과 브랜드 관리에 쉬워2026년 인천 '區 개편' 행정체제 크게 변화새로운 지명자원 사전 조사와 검토 거쳐야세상에는 날마다 새로운 이름이 탄생한다. 신생아가 태어나듯 새로운 도시나 마을이 만들어지고 도로나 철도역, 기구나 시설이 만들어지고 이름도 따라 생겨난다. 변화하는 현실에 맞추어 새 이름을 부여하는 것도 중요한 일이다. 지명은 도시 공간에 장소성을 부여하고 방문자들에게는 위치감각을 갖게 하는 기능을 하기 때문에 지자체들도 지자체 명칭을 브랜드처럼 관리하고 있다. 그래서 땅이름과 대상은 부합해야 마땅하지만 새 이름이 논란거리가 되거나 혼란을 초래하는 경우도 많다.깊은 고민 없이 부여한 행정구역 명칭들, 방위식 자치단체 명칭이나 숫자로 된 동명이 대표적이다. 최근 이런 명칭에 대한 반성으로 고유어를 이용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고유어를 살려 쓰는 것은 바람직한 태도이다. 물론 새로운 문제도 있다. 누리, 솔빛, 나래 등 의미나 소리가 아름다운 몇몇 고유어들을 선호하다 보니 정작 고유어로서 기능을 못하는 경우도 생기고 있다.큰 이름을 선호하는 경향도 반성해야 한다. 작은 지역이 큰 지역의 이름을 점유하여 사용하는 경우를 말한다. 큰 지역 명칭이 지역주민들에게는 친근하게 들려 선호할 수 있겠지만 차별성과 고유성을 지니기 힘들어 정작 이름의 역할을 하지 못할 수도 있다. 경기도 부천시(富川市)는 부평과 인천을 합한 지역이라는 뜻이지, 지금의 부천은 부평이나 인천의 이웃 도시일 뿐 직접 연관이 없다. 옛 부천군의 지명을 고민 없이 사용한 결과로 그 유래를 설명하기 어려운 지명이 되고 말았다. 미추홀구도 큰 지명이다. 남구에서 미추홀구로 바꿀 때 미추홀의 발상지가 인천 남구 문학산과 관교동 일대였다는 사실을 중시한 것이지만, 미추홀은 인천광역시의 옛지명으로 도시의 상징처럼 오래 사용해왔기 때문에 혼란이 따른다. 미추홀도서관이나 미추홀외국어고등학교, 미추홀타워 등과 같은 명칭이 그렇다. 인천의 여러 단체나 상호 등에도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다. 학산서

  • [경인칼럼] 수원 천변풍경(川邊風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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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인칼럼] 수원 천변풍경(川邊風景) 지면기사

    방화수류정 주변 '수원판 종교문화' 형성불교계 진각국사비·도심형 대형사찰 수원사기독교계 동신교회·천주교 북수원 성당…다종교 도시, 다종교 국가 대한민국 축소판박태원(1909~1986)의 장편소설 '천변풍경'은 1930년대 청계천변에서 살아가는 다양한 인물들의 일상과 도시 생태를 다룬 작품이다. 평론가 임화는 이를 '세태소설'이라 명명한 바 있다. 산책과 관찰이란 고현학(考現學)의 방법을 동원하여 도시 서민들의 생활사를 잘 그려냈다. 독특한 공간구성과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실험기법으로 '천변풍경'은 1930년대 말 한국모더니즘 소설을 대표하는 작품으로 평가받는다.경기도 수부(首府) 도시 수원도 이에 못지않은 천변풍경이 있다. 지금의 수원은 조성된 지 235년이 된 비교적 젊은(?) 도시다. 옛 수원은 융건릉과 수원대학교 일대였으나 정조 13년(1789) 사도세자의 능침인 현륭원(顯隆園)이 조성되면서 수원부가 현재의 수원으로 이전되고, 정조 20년(1796) 수원화성이 완공되면서 수원의 시대가 활짝 열렸다. 수원하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화성만 떠올리기 십상인데 수원의 중심부를 가르는 수원천변에는 일반 시민들에게 알려지지 않은 근대 종교문화유산들이 포진되어 있다.수원의 근대 문화유산으로 '부국원'과 금융회사였던 '옛 수원문화원'(조선중앙무진회사) 등을 꼽을 수 있다. 고대 도시의 상징으로 통하는 튀르키예 아나톨리아 고원 위의 '카탈 후유크'나 이탈리아의 폼페이 또는 삼국시대나 조선시대의 건축물들만 문화유산이 되는 것은 아니다. 지역사를 대표하거나 상징적인 의미가 있는 것, 나아가 한 시대의 전범이 된다면 그 역시 문화유산으로 등재시켜 지역의 문화유산으로 지정하고 보존할 필요가 있다.수원에도 이런 조건을 갖춘 근대 문화유산들이 수원천 주변에 밀집해 있다. 수원화성의 백미로 꼽히는 방화수류정 주변과 화홍문에서 남수문에 이르는 구간에 독특한 수원판 천변풍경, 종교문화를 형성하고 있는 것이다. 우선 문화의 불모지였던 수원에 기념비적인 기념비가 들어섰으니 고려시대 '창성사지 진각국사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