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 [춘추칼럼]희생자의 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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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춘추칼럼]희생자의 서사 지면기사

    거의 모든일 담당하는 여자 막중한 명령 느껴가부장 사회 착하든 나쁘든 남자의 서사 같아역사 발전 늘 희생자로부터 시작됨을 알아야근대 서정시의 걸작 가운데는 그 짧은 형식 안에 이야기를 품고 있는 시들이 많다. 물론 그 이야기는 압축되고 생략되어 있으며, 그래서 오히려 우리의 감정을 자극하는 힘이 그만큼 커지기도 한다. 가까운 데서 예를 들자면, 이용악이 식민지시대에 썼던 시 '강가'는 여덟 줄의 시 속에, 아들이 감옥에 잡혀 있는 한 늙은이의 이야기를 소개하고, 마지막 네 줄로 그 이야기의 깊이를 만든다. "그 늙은인/암소 따라 조밭 저쪽으로 사라지고/어느 길손이 밥 지은 자췬지/끄슬린 돌 두어 개 시름겹다." 노인이 떠난 강가에는 돌을 세워 아궁이를 만들고 그 위에 솥단지를 걸어 밥을 지었던 흔적이 있다. 어느 나그네가 지나갔던 자취다. 이 길손의 취사는 기능으로만 본다면 오늘날의 등산객이 버너와 코펠로 밥을 짓는 것과 다를 것이 없다. 다른 것이 있다면 이 강가의 "끄슬린 돌 두어 개"가 그 시절 한 가정의 부엌을 간소한 형식으로 다시 조립하고 있다는 것이다. 부엌은 가정의 중심으로 조왕신이 깃든 곳이다. 나그네는 혼자 몸으로 집을 이루고, 살 길을 찾아 그 집을 끌고 간다. 아마 노인도 감옥이 있다는 청진까지 아들을 찾으려 그렇게 밥을 지으며 갈 것이고, 청진에서 아들과 함께 그렇게 집을 짓고 허물며 돌아올 것이다. '강가'라는 제목은 무심하다. "시름겹다"는 말로 끝은 맺었지만, 어찌 이 시름을 다 말할 수 있겠느냐는 듯이 무심하다. 한 시대에 이 민족이 유랑하며 겪었던 고뇌가 이 무심함 속에 다 들어 있다.그러나 내가 하려는 이야기는 다른 이야기다. 보들레르의 시집 '악의 꽃'에는 '살인자의 술'이라는 끔찍한 이야기를 담은 끔찍한 시가 들어 있다. 어느 술꾼이 잔소리하는 아내를 우물 속에 밀어 넣어 살해한 뒤 또다시 술집에 앉아, 아내에게서 풀려난 해방감과 아내를 죽인 자의 절망감을 동시에 읊고 있는 시이다. 그는 아내를 진정으로 사랑했기 때문에 죽였다고 말하는데, 이

  • [춘추칼럼]약소국의 설득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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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춘추칼럼]약소국의 설득력 지면기사

    시진핑이 북한을 감싸들며 '혈맹'이라 했을때우린 "한국전쟁의 美와 16개국 있다"고 했어야 北 핵무기개발 돕는건 국제사회 가장 '부도덕'독일 G20회의에서 돌아와서, 문재인 대통령은 약소국 지도자의 무력감을 토로했다. 중국과의 교섭에서 겪은 어려움이 충격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중국과의 불편한 관계는 현 정권이 전 정권으로부터 물려받은 것이다. 중국에 호의적 태도를 보이면 중국이 보답하리라는 환상에 잡혀, 박근혜 대통령은 중국에 줄곧 비굴한 태도를 보였다. 특히, 북한의 후견인인 공산주의 중국을 먼저 방문하고 우방인 자유주의 일본을 끝내 찾지 않은 것은 실책이었다. 남중국해 분쟁에서 중국의 주장을 일축한 상설중재재판소(PCA)의 판결을 중국이 거부했을 때, 판결을 따르라고 중국에 권고한 미국과 일본의 성명에 동참하지 못하고 실질적으로 중국 편을 든 것은 더욱 문제적이었다. 당연히, 중국은 신의 없는 한국을 아주 얕잡아보게 되었다.그러나 '사드' 문제는 문 대통령의 책임도 있다. 중국이 사드 배치를 문제 삼은 것은 '트집을 위한 트집'이었다. 그러나 우리 군부가 단호한 태도를 보이지 못하고 국론이 분열되자, 중국은 점점 강경해졌다. 가장 유력한 대통령 후보가 사드에 반대하자, 시진핑 주석까지 나섰다. 시 주석의 체면이 걸렸으니, 중국의 보복은 오래 갈 것이다.이처럼 심각한 상황에서도 문 대통령은 중국과 북한의 지도자들을 설득할 수 있다고 믿은 듯하다. 그러나 그들은 문 대통령의 얘기를 자세히 듣기도 전에 거부했다. 북한은 점점 위협적인 미사일을 선보였고, 중국은 사드 보복을 풀 기색이 없다.중국과의 관계 설정이 어렵다는 것은 정상 회담에서 확인되었다. 시 주석이 "중국과 북한은 혈맹"이라는 모욕적 발언을 했네 안 했네 논란이 나오는 것에서 회담의 분위기를 짐작할 수 있다. 어쨌든, 중국과 북한을 설득해서 한반도의 정국을 주도하겠다는 자신의 야심이 환상이었음을 문 대통령은 깨달은 듯하다.외교력은 국력에 비례한다. 강대국은 자신의 의지를 약소국에 강요하고, 약소국은 더 큰 불이익을 겁내

  • [춘추칼럼]북한에서의 한류 열풍
    칼럼

    [춘추칼럼]북한에서의 한류 열풍 지면기사

    미용·말투 등 일상생활문화까지 확산시켜장기적으로 북한사회 변화 유도 중요 수단北주민들 자존심 지켜주면서 마음 얻어야전 세계적으로 한류 열풍이 불고 있다. 북한도 예외가 아니다. 북한에서의 한류 열풍은 남북한의 체제대결 속에서 비공식 루트를 통해 이루어져 왔다. 일반 문화시장에서의 한류 열풍 과정과는 차이가 난다. 한류(Korean Wave)란 대한민국의 대중문화가 타국 대중들의 인기를 얻게 되는 것을 의미한다. 한류의 시작은 1990년대 중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한국 TV 드라마·가요 등이 중국·일본·대만에서 인기를 얻으면서 시작됐다. 최근에는 한국 아이돌 그룹을 중심으로 K-Pop 열풍이 동아시아를 넘어 세계로 확산되면서 제2의 한류가 형성되고 있다. 한류는 대한민국의 위상과 인지도를 높였고 국가 브랜드를 강화시켰다. K-Pop의 간접적 파급효과인 미용·성형·화장품 사업이 관광의 핵심자원으로 자리 잡았다. 한류의 확산은 대한민국에 대한 긍정적 이미지를 가진 친한파 외국인을 만들어내는데 기여했다.북한에서의 한류란 북한지역에서 수용되고 있는 남한의 대중문화를 지칭한다. 북한이 대중의 자발적 문화 향유가 어려운 폐쇄적 통제국가라는 점에서 한류는 양적인 확산 정도를 떠나 존재만으로도 주목된다. 북한에서의 한류는 북중 국경지역을 중심으로 조용히 시작되었으나 최근 몇 년 동안에는 금기시되는 혁명의 수도 평양에서도 향유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전국적 열풍은 시간문제일 뿐이다. 초기엔 대중가요와 드라마 등 남한 대중문화의 수용으로 시작해서 현 단계에는 미용이나 말투 등 일상생활문화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북한에서 한류의 유통구조는 장마당이나 인적 네트워크를 통해 유통된다. 녹화기 등은 장마당에서 공식적으로 판매·구입이 가능하다. 북한 CD는 전열대에서 팔지만 남한 대중문화 CD는 뒤에서 몰래 판매된다. 남한 영상물들은 혼자 보기도 하고 가족들이나 친구들이 모여서 함께 보기도 한다. 서로 돌려 봄으로써 인적 네트워크를 통한 확산 속도는 빠르다.북한 주민들은 당국의 통제와 단속을 피해가며 남한 영상물을 향유한다.

  • [춘추칼럼]4차산업혁명과 줄기세포 치료신약 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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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춘추칼럼]4차산업혁명과 줄기세포 치료신약 개발 지면기사

    미국 이어 두번째로 많은 임상시험 실시'미래성장동력 산업육성' 대응전략 강화 정부 지원체계 구축·규제정비 서둘러야세계 각국뿐만 아니라 우리나라도 '4차 산업혁명'을 통한 산업경쟁력을 이끌 차세대 미래산업 발굴에 뛰어들고 있다. 산업 경쟁력 제고로 일자리 창출, 생산성 향상 등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대하면서 4차 산업혁명은 더욱 가속화 될 것으로 전망된다.특히 줄기세포 치료, 바이오 인포메틱스, 유전자 편집 기술 등이 포함된 생명공학 기술이 4차 산업혁명을 이끌어 나갈 대표적 기술로 부상하고, 사물인터넷(IoT), 빅테이터, 인공지능 등이 의료 및 바이오 산업과 융합하면서 의학계의 산업화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가져올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전자의무기록, 유전체 분석 등 의료와 직결되는 기술뿐만 아니라 인공지능·사물인터넷, 웨어러블 디바이스, 스마트폰, 클라우딩 컴퓨터, 3D 프린터 등의 디지털 기술이 의료 및 헬스 산업 분야에 다양하게 접목되면서 디지털 기술과 의료의 경계를 점점 허물 것이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할 만한 기술은 3D 프린팅기술과 줄기세포가 결합해 생체조직프린팅이 발명되고, 물리학적·생물학적 기술이 사이버물리시스템으로 연결되면서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할 것으로 전망된다는 점이다.세계경제포럼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에 세계 인구의 10%가 인터넷에 연결된 의류를 입고, 인터넷에 연결된 안경을 쓰고, 3D 프린터로 제작된 인공 간으로 이식 수술을 할 것이라고 발표하는 등 4차 산업혁명으로 촉발된 의료·헬스산업의 변화를 구체적으로 짚어주고 있다. 이러한 미래 4차 산업혁명 중 의료산업의 중심에는 줄기세포의 개발기술이 자리하고 있다. 실제로 줄기세포를 활용한 바이오 잉크와 3D 세포프린터의 접목은 연구수준을 넘었을 뿐만 아니라 실질적인 장기 재생에 활용할 수 있는 시기가 곧 도래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이러한 점에서 국내 바이오 4차 산업혁명의 미래는 밝다고 할 수 있다. 그 이유는 국내 줄기세포 치료제 연구는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임상을 실시한 국가의 자리를 유지하고 있기

  • [춘추칼럼]보수냐 민주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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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춘추칼럼]보수냐 민주냐 지면기사

    안보 도모해온 '냉전형 보수' 지지율 15%인데'합리적 보수' 선언한 당은 '5%'로 참담한 실상'보수의 위기?'… 그저 '반민주' 세력 위기일 뿐소설가 황석영이 광주전남지역 문화운동에 쓸 돈을 마련하기 위해 잠시 서울에 들른 것은 1980년 5월 16일 금요일이었다. 받을 돈을 받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주말을 서울에서 지내던 중 그는 광주로부터 올라온 비보를 듣는다. 문동환 목사의 교회 겸 공동체였던 '새벽의 집'에 도착해 있는, 광주 상황을 알리는 자료들은 '마치 조난자가 절해고도에서 구해달라고 아득하게 먼 곳에서 파도 속에 띄워보낸 병 속의 편지' 같았고, 그는 서울의 몇몇 동지들과 함께 그 '병 속의 편지'에 담긴 진실을 알리기 위해 소위 UP(underground paper)조를 만들어 거리로 나서야만 했다.최근 출간된 황석영의 자전 '수인'(문학동네)에는 아득해지는 대목들이 많다. 무엇보다 안타까운 것은 진실의 자유로운 유통이 봉쇄됐던 시절의 저 숱한 희생들이었다. 유신정권 이래의 광기어린 언론 통제 속에서 운동가 혹은 활동가들의 투쟁이란 결국 진실로부터 격리돼 있는 이들에게 그것을 알리기 위해 목숨을 걸거나 혹은 바치는 일이었다는 사실을 이 책을 읽으며 실감했다. 그분들의 입장에서 촛불혁명을, 이를테면 태블릿 피시의 진실을 보도한 언론과 그 진실을 신속히 공유하며 자발적으로 거리로 나온 시민들을 생각해 보면, 나조차도 벅찬 격세지감을 느끼게 된다.지난 시대 진실의 운명을 생각할 때 또 한 번 착잡한 것은 당시 그토록 위태로운 진실의 생명을 짓이긴 이들 중에 문인들도 있다는 사실이다. 다시 '수인'의 한 대목을 펼친다. 1988년 서울 올림픽을 앞두고 국제펜클럽은 뜻한 바 있어 펜클럽 세계대회를 서울에서 개최하기로 결정한다. 그러나 "당시 한국펜클럽은 문인협회나 예총 등과 마찬가지로 관변단체에 불과"했으므로, 미국펜클럽 회장이었던 수전 손택은 황석영 등을 위시한 민주 진영 문인들과 접촉하여, 김남주 시인 등 구속 문인들의 석방을 촉구하는 결의문을 통과시

  • [춘추칼럼]업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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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춘추칼럼]업보 지면기사

    문대통령 '5대비리 연루자 공직 배제' 약속결국 발목 잡아 능력있는 인사 임명 애먹어한국당도 야당만 할게 아니면 현실 직시해야순항하는 듯했던 문재인 정부가 위기에 봉착했다. 임명하는 장관마다 나름의 문제를 안고 있으니 말이다. 위장전입은 기본이고 논문표절에 음주운전까지, 낙마해야 할 사유는 차고 넘친다. 이는 문 대통령이 후보 때 내건 소위 5대 비리 관련자는 공직에 임명하지 않겠다는 말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심지어 법무장관에 지명됐던 안경환 후보자는 짝사랑하는 여성 몰래 혼인신고를 한 게 드러나 충격을 줬다. 문 대통령으로서는 답답할 노릇이다. 일은 해야 하는데, 깨끗한 후보자는 보이지 않는다. 결국 그의 선택은 야당의 반대를 무릅쓰고 해당 장관을 임명하는 것이었다. 그의 선택이 이해가 안 되는 것은 아니다. 그가 지켜낸 강경화 외교부장관은 UN에서 그 능력을 인정받는 분이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재벌개혁의 적임자로, 중소상인들과 자영업자들이 "어서 빨리 임명해달라"고 시위를 하기도 했다. 고용노동부장관으로 지명된 조대엽은 그간 기업 측 입장만 대변했던 전임자들과 달리 제대로 된 노사관계를 추진할 적임자다. 그렇게 생각한다면 이분들이 저지른 범죄는 사소한 것으로 치부될 수 있다. 문제는 현 대통령의 야당 시절에 있다. 2014년 세월호 사건이 났을 때, 당시 정홍원 국무총리는 여기에 책임을 느끼고 사표를 제출했다. 하지만 그로부터 열 달이 지나도록 사표는 수리되지 않았다. 후임 총리를 임명해야 하는데, 지명하는 총리마다 각종 의혹이 불거졌기 때문이었다. 사실 총리가 그다지 하는 일이 없다는 점에서, 아주 심각한 흠결이 아니라면 그냥 통과시켜 주는 게 맞다. 중앙일보 출신인 문창극의 경우엔 "일본 식민 지배는 하나님의 뜻"이라는 신념을 지녔으니 대한민국 총리로 부적합하다 해도, 대법관을 지낸 안대희마저 부적격 판정을 내린 건 지나쳤다. 그는 대법관 퇴임 후 5개월간 16억원의 수임료를 챙긴 게 도마에 올랐는데, 그의 명성과 직위를 고려했을 때 그 정도 수임료가 지나친 건 아니었다. 결국

  • [춘추칼럼]6·15 공동선언을 되새기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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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춘추칼럼]6·15 공동선언을 되새기면서 지면기사

    금강산 관광·개성공단 재개 고도 전략 요구핵문제와 연계한다면 文정부 임기내 힘들듯대북제재와 연관돼 국제사회 설득시간 필요지난 15일로 6·15 공동선언 17주년을 맞았다. 대한민국 김대중 대통령과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6·15 공동선언에 합의하고 서명한 날이다. 6·15 공동선언은 자주적 통일, 통일방안의 공통성 인정, 인도적 문제 해결, 교류협력의 활성화, 당국간 대화 등 5개항으로 구성되어 있다. 공동선언은 남북간의 화해협력, 평화협력, 통일협력이라는 3가지의 의미가 담겨 있다. 대립과 대결의 남북관계를 청산하고 화해와 협력의 남북관계로 전환하자는 것이다. 금강산관광, 개성공단, 철도·도로 연결사업을 통해 민족경제공동체를 형성하고 민족의 혈맥을 이어 평화통일로 나아가자는 것이다. 배타적 자주가 아닌 국제사회의 지지와 협력 속에 자주적 평화통일로 나아가자는 방향성이 담겨 있다. 북한은 우리민족끼리 힘을 합쳐 통일로 나아가는 '21세기 자주통일의 이정표'라는 의미부여를 하고 있다.6·15 공동선언 이후 남북간에는 의미있는 성과들이 나타났다. 남북장관급회담을 비롯한 수많은 실무회담이 개최되었다. 3대경협사업도 성실히 이행되었다. 인도적 협력으로 남북한 주민들에게 화해협력의 정신을 심어 주기도 했다. 남북대화의 틀이 있었기에 6자회담에서 미국과 북한을 동시에 설득하여 9·19 공동성명과 2·13, 10·3 합의를 이끌기도 했다. 그러나 성과에도 불구하고 이명박·박근혜 정부 9년을 거치면서 많은 비판이 제기되었다. 혹자는 화해협력정책 10년 동안 북한에 퍼주고, 끌려 다니고, 퍼준 결과가 핵무기로 돌아 왔다고 비판한다. 이명박 정부 5년 동안 북한에 퍼주지 않고, 현금이 들어가는 관광도 중단했는데 북한핵은 폐기되지 않았다. 북한에 끌려 다니지 않기 위해 압박과 제재에 집중하고, 심지어 전작권 전환 연기까지 했음에도 불구하고 한반도의 상황은 악화되었다. 대청도 사건,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 등 한반도 상황은 한국전쟁 이후 최악이었다. 자고 나면 대북전단을 살포했지만 북한 주민들의 대남동경심은 커녕

  • [춘추칼럼]과학 강국으로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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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춘추칼럼]과학 강국으로 가는 길 지면기사

    한분야 집중연구 할 수 있는 정부정책 필요예산집행 공무원 개입 말고 지원만 해줘야분야별 4차산업혁명 개념·방향 재정립 필수대한민국이 선진국 대열로 진입하는 과정에서 과학기술이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는 것에 대해 누구도 부인하지 않는다. 그러나 최근에는 우리나라 국가발전에 과학기술의 성과와 역할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국내총생산 대비 연구개발 투자비가 세계 최고 수준인데도 불구하고 연구생산성은 매우 낮다는 지적과 함께, 특히 정부 출연연구원의 미션과 역할에 대해서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들도 나온다. 대한민국이 다가오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다시 한번 과학강국으로 도약하는 기회를 갖기 위해서는 과학기술과 관련된 모든 분야에서 반성하고 혁신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첫째, 한우물을 팔 수 있는 정부정책이 필요하다. 과학자라면 누구나 전문 분야에서 지속적으로 연구하며 그 분야에서 성공하고 싶은 열망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장기간 지원하는 프로젝트를 찾기가 어렵고 전문연구보다는 과제수주에 주안점을 두다 보니 한우물 파는 연구보다는 다양한 분야의 연구를 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물론 한우물 연구는 정부의 정책만으로 되지 않으며 연구자들의 투철한 열정과 도전의식이 함께하지 못하면 성공할 수 없을 것이다.둘째, 실험실 수준의 연구에서 벗어나야 한다. 출연연이 산업화 초기에 과학기술을 선진국 수준으로 올리는데 결정적 역할을 해온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제는 국내 산업과 대학의 연구역량이 크게 향상돼 세계수준으로 올라와 있다.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출연연의 연구원들은 아직도 실험실 수준의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 연구성과는 기업의 니즈나 시장 원리와 괴리가 큰 것이 사실이고, 연구는 90% 이상 성공하는데 시장에서는 써 먹을 성과가 없다고 아우성이다. 실험실 수준의 연구에서 벗어나 우리가 하는 연구가 대한민국의 발전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인류의 삶 향상에 얼마나 도움을 줄 것인지 고민하며 냉철한 철학을 가지고 연구에 임해야 할 것이다.셋째, 과학정책은 정부관료가 좌지우지

  • [춘추칼럼]시기상조의 나라
    칼럼

    [춘추칼럼]시기상조의 나라 지면기사

    동성 결혼·커플 법적 인정 44개국에 달해한국, 관용·성숙지표 44위 안에 왜 못드나정신적 진보수준 하위권 탈피 아직 이른가시기상조라는 말은 듣기에 착잡하다. 당위성과 필요성은 인정하되 실행은 나중으로 미루자는 뜻이다. '미루고 싶다'고 느끼는 사람에는 두 종류가 있을 것이다. 그 계획이 실현되기를 바라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전자에 해당하는 사람은 그 일이 정말 실현되기 위해서라도 조건이 무르익는 때를 기다려야지, 섣불리 밀어붙였다가 일을 그르치기라도 하면 그 실패의 충격이 재기의 기회마저 앗아갈 수 있다고 염려한다. 이 말은 옳다. 문제는 후자에 해당하는 사람들, 즉 사실은 그 계획이 실현되지 않기를 바라는 사람이 가끔 전자의 흉내를 내며 우리 사회의 진보를 가로막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 사회에는 일종의 '시기상조 리스트'가 있어 왔고 지금도 있다. 아직 한국사회에서 서구식 민주주의는 시기상조다, 일본문화 개방은 시기상조다, 공무원의 노동조합가입 허용은 시기상조다, 국가보안법 폐지는 시기상조다, 노동자의 경영참여는 시기상조다, 공교육 현장에서의 체벌금지는 시기상조다,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은 시기상조다…. '시기상조의 현대사'를 서술해볼 수 있을 정도다. 이중에는 이제 시행된 것도 있고, 아직도 '시기가 상조하여' 여전히 제자리인 것들도 있다. 그런데 이런 정책들을 이미 시행하고 있는 나라들은 수도 없이 많으며 놀랍게도 그 나라들은 망하지 않았다. 최근 한 성소수자 군인이 영외에서 합의하에 행한 성행위를 군 당국이 문제삼아 결국 그는 실형을 선고받았고 법정에서 졸도했다. 이제 성소수자 군인은 군대를 가지 않아도 처벌받고 가도 처벌받는다. 이 사건에 대해서도, 호모포비아들은 차치하고 적지 않은 이들이 '안타깝지만 아직은 어쩔 수 없다'라는 입장을 말하고 있으니 시기상조 리스트는 또 한 줄 늘었다. 세계최강군인 미군은 군인의 성적정체성에 대해 어떠한 법적 제재도 가하지 않으며 동성애자인 장성까지 있는데 왜 우리는 시기상조인가. 동성애자들에게도 국민성이 있어서 우월한 미국은 돼도 열

  • [춘추칼럼]정치보복과 적폐청산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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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춘추칼럼]정치보복과 적폐청산 사이 지면기사

    文대통령, 4대강사업 감사 지시 'MB 불쾌'조사없이 그냥 내버려 두기엔 너무 큰 적폐검찰·공정위·감사원 독립·자율성 발휘해야4대강 사업은 시작부터 좀 이상한 프로젝트였다. 출발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후보 시절 공약으로 내놓은 한반도 대운하였다. 거기에 동조하는 국민들은 그다지 많지 않았다. KTX가 서울과 부산을 두 시간 남짓한 시간에 오가는 시대에 한가롭게 배를 타고 전국을 유람할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유권자들은 이 후보에게 압도적 지지를 보였지만, 그건 그의 전공인 경제를 살려달라는 주문이었을 뿐, 대운하를 지지한 것은 아니었다. 실제로 국민의 80%는 대운하 사업을 반대했다. 대통령이 모든 공약을 다 지켜야 하는 건 아니다. 특히 대운하처럼 시대착오적인 사업인 경우에는 더더욱 그랬다. 그런데 대통령이 된 이명박은 이름을 '4대강 사업'이라고 바꾼 뒤 사업을 재추진한다. 치밀하게 전개된 여론전 때문인지 4대강 사업에 대한 지지율은 이전보다 조금 상승했지만, 다수의 국민은 20조가 넘게 들어가는 그 사업이 도대체 왜 필요한지 의문을 가졌다. 그럼에도 4대강 사업은 추진됐고, 그 뒷얘기는 우리가 아는 바와 같다. 멀쩡한 강을 보로 막아놓으니 유속이 느려졌고, 요즘 우리나라에 부쩍 심해진 가뭄까지 겹쳐지는 바람에 곳곳에서 녹조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이런 부작용을 상쇄시키는 긍정적인 면이 있다면 또 모르겠지만, 아무리 찾아봐도 4대강 사업을 해서 좋아진 점을 찾기가 어렵다. 이쯤 되면 이명박이 이런 사업을 왜 그렇게 결사적으로 추진했는지 궁금해진다. 박근혜가 대통령으로 선출된 2013년 1월, 그간 이 사업에 대해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했던 감사원은 돌연 입장을 바꿔 '4대강 사업은 총체적 부실이다'라고 양심선언을 한다. 그러니까 감사원은 정권의 서슬이 무서워 거짓말을 해왔다는 얘기, 그렇다면 새 정부에서 이에 대해 철저한 조사가 이루어졌어야 했다. 하지만 이명박 정권과 같은 뿌리인 박근혜 정부는 이 사업을 제대로 조사하지 못했다. 최순실게이트가 드러나지 않았다면, 그래서 정권교체가 이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