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 [춘추칼럼] 알파고와 대국이 불공정 하다고?
    칼럼

    [춘추칼럼] 알파고와 대국이 불공정 하다고? 지면기사

    "천여명 훈수꾼 둔것이나 마찬가지" 주장 오해탓구글, 알고리듬 개선 치중했지만 하드웨어는 그대로CPU 규모도 유럽 세계체스챔피언 꺾을때와 같아열풍 정도가 아니다. 알파고 앞에서 북핵도 총선도 어딘가로 사라져 버렸다. 그래서 이슈 블랙홀이라고, 이게 우리 시대의 화두가 될 만하냐고 묻는 볼멘소리도 들린다. 정말 그럴까? 우리 눈 앞에서 벌어진 사건의 경중이 분명치 않다면, 역사적 시각으로 접근하는 게 도움이 된다. 30년 쯤 지나서 살아온 날들을 회고할 때, 인공지능이 다다를 수 있는 한계를 하루 만에 갈아엎은 알파고 대국을 기억할까, 아니면 선거를 앞둔 이합집산의 정치 양상을 기억할까? 넘쳐나는 보도와 분석으로 인한 알파고 피로감에도 불구하고 한마디를 더하게 되는 이유다. 첫 대국 때만 해도 그냥 화젯거리였다. 언론에 나온 딥러닝이라는 단어는 강 건너 마을 얘기 같았고, 몬테카를로 트리 서치 같은 어려운 말은 금기어였다. 쉬워 보이는 인공지능이라는 단어로 퉁치는 바람에 터미네이터를 연상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인간을 노예로 부리는 그 무시무시한 스카이넷이 나오는 영화 말이다. 어설프고 선정적인 인공지능의 인간지배 가능성 얘기 대신에, 스테판 호킹 박사가 던진 굵직한 화두인 '인공지능 시대의 자본주의와 부의 재분배' 같은 논의를 시작했으면 더 남는 게 있었을 텐데. 하지만 알파고의 연승이 이어지자 분위기는 가라앉았다. '어 이게 아닌데'의 느낌. 점입가경으로 공정성 문제도 튀어나왔지만, 즉시 나서서 이의 제기를 안한다고 잘라 말한 한국기원의 의연함은 존경받을 만하다. 하지만 알파고는 하드웨어가 아니라 알고리듬이다. 이 알고리듬을 분산처리 방식으로 구현하는 과정에서 많은 중앙처리장치(CPU)와 그래픽처리장치(GPU)를 연결하여 처리속도를 높인다. 보편목적 GPU는 여러 개의 계산을 동시 수행해야 하는 벡터수치계산에 탁월해서 그래픽과 무관한 계산용으로도 흔히 쓰인다. 저가로 슈퍼컴퓨터를 구축할 때 수천 개의 CPU를 모아서 구축한 클러스터로 평행 알고리듬을 돌리는데, 이런 클러스터는 세계 슈퍼컴 경

  • [춘추칼럼] 자남산 여관에서 받은 단풍잎 한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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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춘추칼럼] 자남산 여관에서 받은 단풍잎 한 장 지면기사

    남북고위급회담 등 수많은 교류 이뤄지던 곳정부, 핵·미사일 자금원이라며 폐쇄한 개성공단평화통일 향한 상징성 짓밟은채 시간 보내선 안돼"언니이, 기다릴게요~." "그래에, 곧 갈게에~."아니, 이것은 1961년에 만들어진 영화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의 옥희 말투 아닌가. 60년대의 서울 말씨와 흡사했다. 잠을 깨어 정신을 차려보니 내가 있는 곳은 개성공단의 컨테이너 숙소였다. 잠결에 아련히 들리던 말소리는 개성공단의 여성 노동자들이 주고받은 대화였다. 전날인 2005년 6월 6일, 나에겐 기적 같은 일이 있었다. 벽초 홍명희의 '임꺽정' 저작권 사용료 지불 건으로 '임꺽정'의 저작권자인 작가 홍석중(저자 홍명희의 손자) 선생을 만나러 개성공단에 도착한 것이다. 그것도 늘 꿈에 그리던 대로 일행들과 함께 직접 봉고차를 몰고 도라산 남북출입사무소를 지나, 비무장지대를 지나, 북측 남북출입사무소에서 절차를 밟고 개성공단까지 갔다. 가는 내내 벅찬 마음에 자꾸만 눈물이 솟구쳤다. 분단의 철조망을 치우고 홍석중 선생을 처음 만난 순간, 우리는 서로 뜨겁게 포옹한 채 말을 잃었다. '임꺽정' 저작료 지불은 제작 부수를 밝히는 일이 우선이었다. 그걸 증명해 보이려고 20여 년간 제작 상황을 일일이 손으로 기록해온 열 권의 장부를 협상 테이블 위에 꺼내 놓았다. 그러나 홍석중 선생은 "강대표의 말을 믿지 뭘 믿겠습니까"라는 말과 함께 그걸 들춰보지도 않았다. 신뢰의 끈이 이어지는 순간이었다.선죽교 근처의 자남산 여관 회의장에서 맺은 협상은 그렇게 우리 쪽 제안대로 순조롭게 이루어졌다. 다음 해인 2006년 6월 5일, 남북 최초로 북측의 저작권자인 홍석중 선생과 남측의 출판권자가 평양에서 만나 '출판권 설정 계약'을 체결하였다. 다른 나라들과는 출판 계약을 자유롭게 하면서 정작 한 민족끼리는 저작물을 주고받을 수도 없었고 저작물 계약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동굴 같은 세월의 빗장이 풀리는 순간이었다. 개성의 4층짜리 자남산 여관은 남북 고위급 회담은 물론 수많은 민간 교류 차원의 실무협

  • [춘추칼럼] 2270호의 성패는 중국지방정부 손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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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춘추칼럼] 2270호의 성패는 중국지방정부 손에 달려 있다 지면기사

    유엔안보리, 대북제재결의안 만장일치 채택중국, 北 원유·식량 지원문제만 중앙정부 주관대부분 경제협력 이끄는 '지방정부' 적극참여 관건유엔안보리의 대북제재결의안은 모두 5회 채택되었다. 4차례의 핵실험과 한 차례의 장거리 로켓발사에 대해 제재결의안을 채택했다. 개별국가들의 독자적 대북제재는 유엔안보리의 대북제재를 보완한다. 그동안 대북제재결의안의 핵심내용은 의심물자의 이동을 막는 금수조치, 의심선박에 대한 검색, 달러 거래를 차단하는 금융제재, 개인·단체에 대한 제재 등이다. 유엔안보리는 북한이 장거리 로켓이나 핵실험을 감행할 때마다 기존의 제재를 강화·확대해 왔다. 2087호는 금융기관에 대한 감시와 이중용도(catch-all) 품목에 대한 수출통제가 강화되었다. 2094호는 항공·선박에 대한 통제와 북한 외교관들의 불법행위에 대한 감시가 강화되었다.유엔안보리의 대북제재에 대한 평가는 부정적이다. 대북제재위원회는 북한의 재래식 무기수출이 2006년 기준 350만달러에서 2010년 기준 200만달러로 줄었다는 것을 성과로 내세운다. 북한 외교관들의 불법거래 행위가 줄었다는 점도 성과로 명시한다. 특히 북한 전제 교역의 90%가 중국과 이루어짐으로써 다른 국가들이 북한과 교역을 하지 않는다는 점도 부분적인 성과라고 강조한다. 그러나 2013년 유엔안보리 대북제재결의안 2094호 채택이후 제재이행보고서를 제출한 나라는 193개국 중 42개국에 불과하다. 4회의 대북제재 결의안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핵능력은 고도화되었다. 유엔안보리의 대북제재는 북한의 비핵화를 이끈 것이 아니라 징벌적인 제재에서 벗어나지 못했다.개별국가들의 독자적 대북제재는 미국, 일본, 한국이 주요 행위자이다. 미국은 1950년 한국전쟁 이후 공산국가·반인권국가·반종교국가·테러국가·대량살상무기 확산위험국가 등 온갖 명목으로 북한을 제재해 왔다. 미국은 대북제재에 국제사회의 동참을 이끄는 데는 성공했지만 북한을 정상국가로 이끌지 못했다. 비핵화라는 외교안보적 목적달성에는 더더욱 실패했다. 일본은 대북제재에 이중적인 모습을 보였다. 북한의 비

  • [춘추칼럼] 지역 문화원과 귀명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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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춘추칼럼] 지역 문화원과 귀명창 지면기사

    지역별 다양한 문화자산 있어야 국가경쟁력 향상정부·지자체, 특성 맞는 프로그램 계발·보급 필요기업이 원하는 특허 스토리텔링 등도 지원해 줘야판소리 용어 가운데 귀명창이란 말이 있다. 명창은 국악에서 노래를 특출하게 잘 부르는 사람을 가리키는 말이다. 그런데 귀가 명창이라니? 귀는 소리를 듣는 역할을 할 뿐 발성기관이 아니다. 한자어와 고유어가 절묘하게 어우러진, 역설의 미학을 보여주는 조어다. 단순한 애호가의 차원을 넘어 일정한 식견을 갖춰 판소리를 제대로 향유할 줄 하는 사람을 명창에 버금간다고 해서 귀명창이라 부르지만 실은 명창을 뛰어넘는 역할을 한다. 아무리 훌륭한 소리꾼의 노래라도 이걸 알아주는 사람이 없으면 소음이 되고 말기 때문이다. 문화는 특출한 소수에 의해 비롯되지만, 이를 즐기는 다수의 소비자에 의해 정착되고 확산된다. 단순한 소비 차원을 넘어 우리 일상에 파고드는 생활화 과정을 통해 문화는 꽃이 핀다. 귀명창의 성원에 힘입어 문화가 파급되는 셈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경우, 특히 지방에 거주하는 사람들에게는 이런 귀명창 경험을 해 볼 기회가 사실상 없다. 모든 문화 행사가 중앙 위주인데다 서울에서 흥행에 성공한 것만이 지방 순회공연을 기획하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지방자치 단체에서 주관하는 각종 축제도 사실상 먹자판이 대부분이다. 고급문화 체험을 통해 감성 근력을 키울 기회가 거의 없는 셈이다. 고기도 먹어본 사람이 맛을 안다고, 그러다 보니 지방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점점 더 문화의 문외한이 될 수밖에 없다. 문화의 귀(耳)도 운동과 마찬가지로 꾸준한 훈련을 해야 감응력이 향상된다. 문화를 향유하는데도 트레이닝이 필요한 것이다. 우리나라는 모든 것이 중앙집권적이기 때문에 지방에 사는 사람들은 이런 기회 자체가 박탈된 환경에 놓여 있다. 그러나 지방문화는 중앙에 종속된 영원한 변방문화가 아니다. 또 하나의 다른 중앙문화로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따라서 정부는 지역의 정체성을 근간으로 또 다른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도록 지방문화를 적극적으로 육성해야 한다. 지방자치 단체도 긴 안목으로

  • [춘추칼럼] 직관을 표현하는 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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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춘추칼럼] 직관을 표현하는 언어 지면기사

    과학자 1천여명 시공간 휘게하는 것 탐지해 내19세기 전자기파 존재 확인되자 무선통신 발명휴대폰으로 이어진 전례 또 기대할 수 있으려나아인슈타인은 시공간(space-time)을 다루는 특수상대성이론과 중력(gravitation)을 다루는 일반상대성이론을 제안했다. 이 둘은 많이 다른데 최근 중력파와 함께 언론에 자주 등장한 상대성이론은 후자다. 사랑하는 이성과 함께 있는 30분은 싫은 사람과의 5분보다 짧게 느껴진다는 어느 영화 장면은 특수상대성이론을 설명할 때 쓰인다. 달리는 기차에서 따라오는 자동차가 느리게 보이는 상대성이야 예전에 몰랐을 리 없다. 이런 고전적인 상대성에다가 빛의 속도에 가깝게 빨리 움직일 때는 상대성의 정도가 적어진다는 이상한 생각을 추가한 게 특수상대성이론이다. 빛의 속도로 가는 우주선에서 역시 빛의 속도로 반대방향으로 날아가는 우주선을 보면, 고전적인 상대성으로는 빛의 속도의 두 배로 보여야 한다. 특수상대성이론은 그게 아니고 여전히 빛의 속도로 보인다고 한다. 그러니까 빛의 속도의 몇 배로 나는 우주선 운운하는 소설은 이제 잊자. 그런 건 없다. 특수상대성이론의 결과물인 E=mc2에서 c가 빛의 속도다. 이건 길거리 포스터나 티셔츠에도 단골로 등장한다. 질량 m이 에너지 E로 바뀔 수 있다는 이 유명한 방정식에서 원자폭탄이 나왔고 인류 문명은 돌아갈 수 없는 다리를 건넜다. 질량 50의 가벼운 두 원자핵을 엄청난 고온에 두면 합쳐져서 질량 98의 무거운 원자핵이 되는데, 이때 사라진 질량 2가 무시무시한 에너지로 바뀌어 나온다는 게 핵융합이다. 이걸 사용한 수소폭탄은 나왔지만, 고온의 플라즈마 상태를 유지하며 담아둘 용기가 없어서 아직 핵융합 발전은 상용화되지 못했다. 특수상대성이론은 수학적으로는 그다지 어려울 게 없어서 고등학교를 마치면 배울 수 있다. 개인적으론 대학교 1학년 때 일반물리 담당 교수님이 교과서에 없는 특수상대성 이론을 용감하게 강의하시는 바람에 엉겁결에 배웠다. 여기에서 나오는 로렌츠 변환이라는 수식을 보니 어떤 물체도 빛의 속도보다 빠를 수 없다는 게

  • [춘추칼럼] 학교 성적보다 더 중요한 게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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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춘추칼럼] 학교 성적보다 더 중요한 게 있나요 지면기사

    "자유학기제 선행학습 기회" 선전해대는 학원사회 계급화·대학 서열화 현상 이젠 바로 잡아야아이들 삶 성적에 빼앗겨 소중한 것 너무 많이 잃어"모든 학교의 등록금이 무료예요. 대학도 마찬가지죠. 대학에 다니는 동안 정부에서 생활비를 대주니까 아르바이트 부담도 없고요. 독립해서 사는 대학생의 경우 매달 6천크로네(약 120만 원)씩 나오거든요. 부모님과 함께 살아도 이 금액의 절반 정도 나오고요."이런 나라가 있느냐고? 있다. 바로 행복지수 1위의 나라 덴마크이다. 여기 드는 비용은 모두 기성세대가 내는 세금으로 충당한다고 한다. 월급의 절반이 넘는 세금을 내기 때문에 대학생 복지 등 여러 복지가 가능하다. 이렇게 세금을 많이 떼여도 불만이 없는지 성인들에게 물어보면 그들은 한결같이 "나도 대학 다닐 때 그런 혜택을 누렸는데 당연한 것 아닌가"라는 답변을 한다고 한다. '덴마크에서 길을 찾다' 라는 부제가 달린 '우리도 행복할 수 있을까'라는 책에 나오는 이야기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졸업 후 직장을 찾을 때까지 2년간은 정부에서 실업보조금을 주기 때문에 자신이 좋아하는 일자리를 충분히 고민해 보는 여유를 가질 수 있다. 덴마크 학생들은 이처럼 대학 졸업 후는 물론, 학교 시스템 속에서 자신의 진로에 대해 설계할 수 있는 기회를 여러 차례 갖는다. 덴마크의 초등학교는 우리나라의 중학교까지 포함한 9학년까지인데, 고등학교는 10학년이 아니라 11학년부터 시작한다. 10학년은 에프터스콜레(영어로 하면 에프터스쿨)인데 1년간 자신의 진로에 대해 집중적으로 생각하고 훈련받을 수 있다. 진로 모색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고등학교 졸업 후에는 기숙학교인 '성인용 자유학교'에서 또다시 자신의 미래에 대해 탐색할 기회를 갖는다. 4년제 대학 진학률은 고등학교 졸업생의 40% 정도이며 40% 정도는 2년제 전문교육기관을 선택한다. 덴마크의 대학은 서열화가 없으며, 대학은 필수가 아니라 한 사람의 인생에서 하나의 선택일 뿐이다. 이 모든 게 가능한 이유는 덴마크의 교육제도와 사회보장제도 때문이기도 하

  • [춘추칼럼] 사고의 전환이 문제해결 출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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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춘추칼럼] 사고의 전환이 문제해결 출발점 지면기사

    북핵문제 근본적 해결이 '통일'이라는 인식 버려야개성공단·금강산관광, 北변화 이끈다는 생각 필요압박·제재 실효성 없다면 반드시 부작용 뒤따라북한은 체제와 존엄을 중시하는 나라이다. 주민생활 향상과 경제발전은 체제와 존엄의 하위개념이다. 체제안전이 담보되어야 만이 개혁개방의 길로 나설 수 있다. 북한은 핵을 포기하는 것이 보유하는 것보다 체제안전을 담보한다고 확신할 때 핵을 포기할 것이다. 김정은 정권 4년동안 경제발전을 위한 분위기가 호전되어 왔다. 6·28 방침에 의한 가족영농제 중심의 협동농장 개선이 식량증산을 이끌었다. 5·30 조치에 의한 기업의 경영자율권 강화가 연간 1% 내외의 경제성장을 이끌었다. 전국적으로 장마당을 450여개 정도 허용함으로써 주민생활용품의 수요와 공급을 조절했다. 장마당은 주민들의 불만 목소리를 잠재우고 국가의 재정확충에도 긍정적인 기여를 했다. 경제특구와 관광특구도 더디지만 성과를 내는 가운데 대외투자와 협력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었다. 군부가 군림해 왔던 이권사업 등이 당과 내각으로 이전되었다.김정은 시대 북한 내부의 변화는 경제문제에서 출발했다. 핵무력을 통한 최고의 억지력을 갖춘 후 국방비를 감축하고 유휴자본과 인력을 경제분야에 투자하겠다는 전략을 가졌다. 북한의 시스템상 국방력을 경제부문에 투입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군수경제가 민간경제로 전환되는 사이의 안보공백을 핵개발로 메우겠다는 논리이다. 경제발전을 위해서는 국제제재 해소 등 대외관계 개선이 필요하다. 핵보유국의 지위는 대외관계 개선의 장애물이다.일부에서는 중국의 강력한 대북압박제재를 촉구한다. 안보문제를 둘러싼 국가이익의 충돌은 흔한 일이다. 북핵문제가 한중의 국가이익을 침해한다는 데는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다. 그러나 북핵문제의 해결 방안에 대해서는 한중간의 이견이 크다. 중국은 미국의 아시아 재균형정책이 한미일 동맹을 앞세운 대중포위정책이라고 인식한다. 북한이 붕괴될 경우 난민문제 등 모든 후과를 중국이 짊어져야 할 부담으로 여긴다. 중국은 북한의 4차 핵실험에 대해 유엔안보리의 대북제재에는

  • [춘추칼럼] 지식 재산과 이야기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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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춘추칼럼] 지식 재산과 이야기의 힘 지면기사

    금세기들어 가장 큰 규모 삼성과 애플 '특허 전쟁'디자인 등 탄생배경 설명 잘하면 배심원 설득 가능과학기술·지식재산 연계 스토리텔링사업 시급삼성과 애플, 특허 싸움에서 과연 누가 이길까? 두 기업 간의 특허 전쟁이 5년째를 맞고 있다. 이 특허소송에서 지는 쪽은 아마 천문학적 손해를 입게 될 것이다. 금세기 들어 규모가 가장 큰 특허 전쟁이기 때문이다. 배심원들은 삼성의 유명한 상품들이 애플의 여러 특허를 침해하였다고 매우 불리한 평결을 내린 바 있다. 이 특허 전쟁에서 애플이 삼성을 도살할 것이라고 예측하는 애널리스트들도 있다. 이런 재판에서는 배심원들의 역할이 중요하다. 이들을 어떻게 설득시키느냐에 따라 승패가 좌우된다고 볼 수 있다.이런 특허소송이 미국이나 유럽이 아닌 우리나라에서 열릴 수 없을까? 한국인도 배심원으로 참여하는 날이 오려나. 전혀 불가능한 일은 아닐 것이다. 재판을 국제공용어로 진행하고, 필요한 만큼 권위 있는 외국 전문 법조인을 초빙판사로 모셔오면 된다. 인천 송도 같은 데에 국제특허법원을 만들면 세계 각국의 특허 분쟁을 조정하거나 재판을 전담하는 것이 가능하다. 우리나라는 지리적 특성과 더불어 종교다원주의 사회라는 장점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슬람권 국가는 물론 유교나 불교 등 다른 종교를 따르는 국가 입장에서는 기독교적 전통이 강한 미국이나 유럽에 가서 재판을 받는 것을 망설일 수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종교에 대한 편견이 거의 없다. 원불교와 같은 민족 종교는 물론 기독교 불교 유교 이슬람교 등 다양한 종교가 자유롭게 상생의 꽃을 피우고 있다. 이것은 우리의 좋은 자산이 될 수 있다. 우리나라를 세계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특허 분쟁 해결의 중심지로 육성하자는 목표 아래 세계특허(IP) 허브국가 추진위원회가 재작년에 결성되었다. 여야(새누리당 정갑윤 국회부의장, 더불어민주당 원혜영 의원)와 민간인(이광형 KASIST 미래전략대학원장)이 공동대표를 맡고, 국회의원 64명을 포함한 추진위원과 각 분야의 운영위원들이 참여하여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이 위원회의 노력이

  • [춘추칼럼] 사실과 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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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춘추칼럼] 사실과 소문 지면기사

    급속히 퍼지는 SNS로 '근거없는 음모론' 더 기승방대한 데이터·통계홍수로 서로 다른 해석 '충돌'이미 와버린 '빅데이터 시대' 21세기 경쟁력 돼요새 농담 중에 '죄짓지 말아야 하는 이유는?' 이라는 게 있는데, '감옥에 가면 인터넷을 못쓰게 하니까'가 답이라고 한다. 우리 삶에서 인터넷을 쓸 수 없다는 것이 공포감을 줄 정도로 필수적인 게 돼 버린 것이다. 이렇게 삶에서 없으면 못사는 게 돼버린 인터넷을 사람들은 어떤 용도에 쓸까? 많은 이들이 꼽는 가장 중요한 용도는 단연 SNS, 즉 사회연결망 서비스의 사용이다. 한때 대세이던 트위터는 시들해졌다는 얘기도 들리고, 페이스북은 아직 여전한 인기를 누리지만, 대세는 시각적인 소통을 즐기는 젊은이들이 즐기는 인스타그램 등으로 옮겨가고 있다고 한다. 어쩌면 우리는 일종의 집단적 소통 중독증에 걸린 건지도 모르겠다. 영화 마션에서 화성에 고립된 주인공 맷 데이먼이 일체의 정보를 접할 방법이 차단된 상태에서 취향에 맞지도 않는 디스코 음악이라도 열심히 듣는 장면은 그래서 수긍이 간다. 중독에서 벗어나는 과정의 금단 현상과 유사한 게 아닐까?자연스레 SNS는 개인적 소통의 채널을 넘어서 여론이 모이고 형성되는 길이 되었다. 그러다보니 사실과 소문이 섞여서 온갖 음모론도 돌아다닌다. 요즘 나도는 정체모를 글 중에 일부는 상식과 달라서 우리를 혼란에 빠트린다. 제목부터 생경하고 강하다. 예를 들면, '녹차를 마시느니 걸레 짠 물을 마셔라', '현미는 사람을 천천히 죽이는 독약이다', '배추김치를 먹으면 머리가 나빠진다', '두부 먹으면 몸이 썩어 죽는다', '압력밥솥에 지은 밥은 죽음의 물질이다'. 하지만 사람들의 공포심을 타고 빠르게 전파되곤 하는 이런 주장이 내세우는 사례들은 대부분 샘플 크기가 작아서 통계적 처리의 관점으로는 무의미하다. 최근에 다시 회자된 음모론의 백미는 미국의 아폴로 유인 우주선의 달 착륙 장면이 조작된 거라는 것이었다. 사실 이 주장은 꽤 오래 전부터 나온 것인데, 냉전시대 구소련의 스푸트닉 우주선

  • [춘추칼럼] 열세 살 적 꽃할머니를 떠올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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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춘추칼럼] 열세 살 적 꽃할머니를 떠올리며 지면기사

    강제로 끌려가 '고통의 삶' 살아간 위안부 할머니'인권유린' 진정한 사죄없이 더 언급 말라는 일본졸속 합의한 정부… '무효화 외침'에 귀기울여야"꽃할머니, 저번에 말린 꽃은 어떻게 됐어요?""아주 예쁘게 잘됐어. 들에서 국화꽃을 또 한 움큼 꺾어 왔지."꽃할머니는 꽃누르미를 하신다. 일주일에 한 번 원예치료사가 찾아와 할머니를 도와드린다.꽃할머니 얼굴은 두 가지다. 시무룩한 얼굴과 활짝 웃는 얼굴."웃어 보려고 해도 웃을 일이 없어. 뭐 그렇게 크게 웃을 일이 있어? 좀 삐죽 웃으면 되지."이렇게 말씀하시지만, 꽃 이야기를 할 때면 늘 활짝 웃으신다.'꽃할머니'란 그림책의 첫머리이다. 꽃누르미를 잘해서 꽃할머니로 불렸던 이 책의 주인공 심달연 할머니는 암 투병 중의 몸으로 2010년 6월 책 헌정식에 참석한 후, 같은 해 12월 돌아가셨다. 꽃할머니가 열세 살 무렵, 언니와 함께 들에서 나물을 캐고 있는데 갑자기 두 남자가 나타나 발로 차고 머리채를 잡아끌어 강제로 트럭에 태웠다. 그리고 다시 배를 타고 며칠을 갔을까, 낯선 나라에 내렸다. 한쪽으로 강이 흐르고 산비탈에 막사가 있었다. 막사 안에 칸칸이 들어 있던 작은 방 하나에 구겨 넣어진 꽃할머니는 그날부터 방 앞에 줄을 선 일본 군인들을 차례차례 온몸으로 받아내어야 했다. 하루에도 몇 명인지 셀 수 없는 그들. 반항하다가 관리인이 던진 칼에 무릎 안쪽이 찢어지기도 했다. 정신을 잃은 날도 많았다. 전쟁이 끝나자 그들은 할머니를 버려두고 떠났다. 한국의 어느 절에 누구의 손에 의해 맡겨졌는지 할머니는 기억하지 못한다. 우연히 그 절에 불공드리러 온 여동생과 기적처럼 만나 고향으로 돌아온 꽃할머니는 숱한 세월을, 일본 군인들에게 폭행당하는 고문 같은 꿈을 꾸며 고통 속에서 보냈다. 세상 사람들과는 담을 쌓은 채. 50년 세월이 지난 어느 날, 꽃할머니의 아픔을 들으러 온 사람들에게 마음 문을 열면서 꽃누르미를 시작했다. 꽃누르미 작품으로 상을 받을 정도로 할머니 솜씨는 뛰어났다. 1940년, 열세 살 나이로 '일본군 위안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