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 [춘추칼럼] 간섭 안하는 마법
    칼럼

    [춘추칼럼] 간섭 안하는 마법 지면기사

    공기청정기 살균제·사드문제 등 곳곳에 '신뢰 위기'대중들 전문가 '피어리뷰' 안 믿고 음모론과 괴담만서로 소통 가능한 '공공의 과학참여'로 고비 넘겨야미국이 아폴로 계획으로 인간을 달에 보내려 할 때 모든 사람이 박수친 건 아니었다. 세기의 예산낭비로 보였으리라. 전문가들의 평가인 피어 리뷰 (peer review)로도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했지만, 결국 기폭제가 된 건 냉전시대 적국의 최초 인공위성 발사였다. 이렇듯 과학연구 지원에서 '무엇을' 지원할지의 문제는 단순하지 않다.'어떻게'의 문제도 만만찮다. '지원하되 간섭 안한다'라는 문구는 바람직한 지원 방식을 마법처럼 표현한다. 당연한 말이라서 누가 반대하랴 싶지만, 그게 꼭 그렇진 않다. 당장 '눈먼 돈' 아니냐는 냉소에 맞닥뜨린다. 툭하면 연구비 유용 사건이 터지니 무조건 믿어 달라 하기도 힘들다. 그렇다고 감시를 위해 만든 각종 서류를 끝도 없이 채우는 일에 연구자들을 몰아넣자고? 재능의 낭비고 국가적 손해다.결국 '신뢰의 부재'가 문제의 본질이고, 공공재의 투입 여부 결정과정부터 설득력을 담보해야 함을 깨닫는다. 전문성에 바탕하지 않은 지원 결정이 얼마나 무모한가의 사례로 수없이 인용된 게 황우석 사건이다. 당연히 공적 자금의 투자 결정에서 피어 리뷰의 중요성이 대두됐다. 하지만 피어 리뷰는 지원의 필요조건일 뿐이다. 동종의 전문가들끼리 벽을 치고 담을 세우면서 그들만의 리그를 구축하는 거라는 차가운 시각은 어쩔건가. 그러니까 전문가들의 평가를 통한 검증에서 살아남은 것 중에서 우선순위를 정하는 다음 단계가 남아있다. 이건 전문가 집단을 훨씬 넘어서는, 실제 재원을 제공하는 사회 구성원들의 합의를 요한다. 피어 리뷰 자체를 생략하고 공공자금을 지원한 황우석 사건의 경우에는, 필요조건부터 만족시키지 못했으니 결정과정의 결함이 분명히 있었다.과학 분야에서 이런 사회적 합의를 만들어가는 과정을 가리켜서 '공공의 과학참여(public engagement in science)'라고 한다. 원래 '과학대중화'라

  • [춘추칼럼] 가십의 나라에서
    칼럼

    [춘추칼럼] 가십의 나라에서 지면기사

    언론매체 난립 경쟁 과열로 생산 늘고 전파 빨라져타인 추락으로 쾌감 공유하는 것은 '인민의 아편' 사회구조의 불공정성이 성취·보람 제공에 무능하다는 증거 폭격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싶다. 종편 방송도 포털 사이트도 눈만 뜨면 각종 유명인(주로 연예인)들의 사생활 관련 정보들을 쏟아낸다. 국민이 낸 세금을 대신 집행하거나 이를 감시하는 사회적 공인들의 공적 활동에 대한 정보가 아니라, 그저 직업의 특성상 대중에게 얼굴과 이름이 알려져 있을 뿐인 사람들의 사적 삶에 대한 정보다. 미담(美談)도 아니고 대부분 추문(醜聞)인데, 사실로 확인된 것과 단지 추정일 뿐인 것이 마구잡이로 뒤섞여 있다. 보지 않으면 그만이겠으나 쉽지가 않다. 폭격 수준으로 쏟아지니 자꾸 눈에 띄고, 인간 본성의 결함 때문인지 자꾸 유혹에 지고 만다. 덕분에 우리는 시간을 날리고, 관련 업체와 매체는 수익을 거두며, 성찰과 토론이 필요한 공적 사안들은 뒤로 밀린다. 이와 같은 정보와 그런 정보를 주고받는 행위를 '가십(gossip)'이라고 한다. '잡담'이라 하면 뜻이 약해지고 '폄론(貶論)'이라 하면 어려우니 '쑥덕공론' 정도로 옮기면 무난하겠다. 가십은 정말 인간 본성에 속하는 것일까. 1993년 인류학자 로빈 던바(Robin Dunbar)는 인간의 언어가 발달한 이유는 '물리적' 환경에 대한 정보(예컨대 사냥을 위한 팁)가 아니라 '사회적' 환경에 대한 정보(예컨대 타인에 대한 평가)를 공유하기 위해서라는 주장을 폈다. 집단생활을 하려면 누가 나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인지 아닌지를 판단하는 것이 중요한데, 집단의 규모가 커지면 일일이 만나 판단할 수 없으므로 가십을 참조하게 된다는 것이다. 인간의 특정 성향을 생존과 번식을 위한 진화의 산물로 간주하는 '진화심리학'의 관점에서 보면 가십은 진화적 이득이 있어 발달돼 온 것이 된다. 그런데 가십은 왜 타인에 대한 긍정적 정보가 아니라 부정적 정보를 우대하는 것일까. '샤덴프로이데(Schadenfreude)'라는 독일어가 있다. '남의 불행(S

  • [춘추칼럼] 권력의 칼날 머리 위의 칼날
    칼럼

    [춘추칼럼] 권력의 칼날 머리 위의 칼날 지면기사

    권력의 단맛에 취해 권좌위의 칼날은 알지 못해우리나라, 칼날 아래 놓인것처럼 일촉즉발 상황 함부로 나대면 안된다는 사실 깨친 사람들 나서야'다모클레스의 검'. 그리스 전설에 나오는 이야기로 권력의 위태로움을 경고하기 위한 우화로 사용된다. 다모클레스는 기원전 시칠리아 시라쿠사의 왕인 디오니시우스의 신하였다고 한다. 그는 온갖 아첨을 늘어놓으며 왕의 심복이 되었다. 왕이 얼마나 행복한지 찬양해 마지않는 것도 아부 목록에 있었던 모양이다. 어느 날 왕이 다모클레스에게 제안한다. 그토록 부러워하는 왕의 자리에 앉아 볼 기회를 주겠다고. 다모클레스는 감격과 함께 왕좌에 올랐다. 세상을 내려다보며 즐기는 동안은 최고 권력자만이 누릴 수 있는 기쁨을 만끽했을 것이다. 하지만 문득 천장을 쳐다본 순간 감격은 공포로 변했다. 머리 위에 한 올의 말총에 매달아 놓은 예리한 칼이 왕좌를 겨누고 있었던 것이다.1961년 케네디 미국 대통령은 유엔연설 중에 핵전쟁의 위험을 경고하기 위해 이를 인용했다. 쿠바 미사일 위기로 미·소가 핵전쟁 직전까지 치달으면서 '다모클레스의 검'은 일촉즉발의 위험을 뜻하는 말로 굳어졌다. 하지만 본래는 권력의 자리가 항상 칼날 아래 있는 왕좌처럼 위험한 것임을 강조한 내용이라 생각한다. 권력이 주는 행복만 누리다가는 칼날에 다칠 수 있다. 권력이 높을수록 매달린 칼날에 가까이 가는 셈이라는 해석도 가능하다. 최고권력자나 그 주변인일수록 더욱 권력의 위험을 경계하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새누리당이 다시 한번 풍파에 흔들리는 모양새다. 총선 백서가 나오자마자 윤상현, 최경환 의원 등의 공천 개입 녹취록이 공개되었기 때문이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친박·비박이 또 한번 일전불사 채비를 갖추고 있다. 참으로 한심하다는 말밖에 더 이상 할 말이 없다. 아무리 쪼그라들었어도 새누리당은 명색이 집권당이다. 우리처럼 평범한 사람들도 모이면 나라의 엄중한 상황을 걱정한다. 경제는 한없이 추락하고, 방황하는 청년들은 늘어만 간다. 먹고사는 문제보다 더 급한 것은 안보라고 한다. 중국의 경제적 보복을 감수하더라

  • [춘추칼럼] 사드 배치 결정의 자충수
    칼럼

    [춘추칼럼] 사드 배치 결정의 자충수 지면기사

    '한·미·일 對 북·중·러' 새로운 냉전구도 예고최첨단무기 '각축장' 되면 평화통일 멀어질 듯건강문제·님비현상 만만찮아 내부 갈등 우려지난 8일 한미 정부 당국은 한국에서의 사드 배치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사드 배치가 마침내 현실로 다가왔다. 그동안 발표 시기와 배치 후보지를 놓고 설왕설래가 있었지만 갑작스런 결정임에는 틀림없다. 한국측보다 미국측이 서둘렀던 느낌이다. 지난 1년 동안 사드 배치에 대해 미국은 적극적이었고 한국은 소극적이었다. 미국은 중국·북한·이란을 견제하기 위해 2017년까지 한반도의 사드 배치 완료라는 전략적 목표가 세워져 있었다. 오바마 행정부 임기말에 동북아지역에서의 안보적 성과가 필요했다. 내년도에는 박근혜 정부의 임기 말이기 때문에 사드 배치와 같은 중요한 결정이 어렵다는 판단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한미 당국은 사드 배치의 목적이 북한 핵실험과 탄도미사일 위협에 대한 대응이라고 했다. 얼마만큼 실제로 북한의 도발을 억지하는 효과가 있느냐의 논란이 많다. 사드가 북한의 탄도미사일을 탐지하는 데는 효과가 있지만 실제 요격에는 회의적이라는 시각이 많다. 사드는 아직 완성된 무기체계가 아니고 개선해 나가는 진행형의 요격체계이다. 지난해 3월 미국 국방부 소속 길모어 미사일운용시험국장은 사드의 비행실험과 신뢰성 실험 데이터 분석을 통해 사드의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사드가 요격할 수 있는 탄도미사일은 사거리가 1천~3천㎞까지의 중거리미사일이다. 북한이 우리측을 공격할 수 있는 미사일은 사거리가 500㎞ 내외의 탄도미사일이다. 사드의 한반도 배치는 X-밴드 레이더로 북한의 탄도미사일을 탐지하는 데는 효과가 있지만 실제 요격하는 데는 별로 효과가 없음을 보여준다.중국은 한국에 사드 배치 결정의 철회를 요구한다. 사드 배치시 필요한 조치를 고려하겠다는 압박 메시지도 보낸다. 경제적·외교적 대중의존도가 높은 우리의 현실에서 사드 배치가 불러올 파장은 크다. 한중관계의 악화는 시간문제다. 중국은 한류와 관광객과 같은 사회문화 분야에서부터 경제·외교 분야로 압박 수위를 높여 갈 듯

  • [춘추칼럼] 천재들의 무용담과 보편가의 시대
    칼럼

    [춘추칼럼] 천재들의 무용담과 보편가의 시대 지면기사

    한분야 맞춤형교육 '위험' 그 직업 없어지면 낭패필요할 때 새분야 진입 가능한 '적당한 소양' 필수지식총량 커지는 시대엔 보편가 생존 가능성 높아전문가(specialist)는 한 우물을 파서 특정 분야의 일가를 이룬 사람이다. 자기 분야의 전문성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새로운 지식을 창출하며 미지의 영역을 탐험한다. 노벨과학상처럼 대중적 인지도를 가진 상도 전문가들의 성취에 주는 상이다. 여러 영역의 전문가들이 항상 조화롭게 협력하는 것은 아니라서, 이들에게 적절한 역할을 맡기고 그들의 지적 생산품을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것은 통상 좋은 지도자의 덕목으로 여겨진다.만능가 또는 보편가(universalist)는 분야의 경계에 제한받지 않고 여러 분야를 넘나든다. 고대 그리스에서는 철학자와 수학자와 과학자의 경계가 분명하지 않았으니 보편가들의 세상이었다. 피타고라스나 플라톤은 이런 보편성의 재능을 선명하게 보여준다. 고대 알렉산드리아 시대의 아르키메데스는 그 박학다식함이 어안이 벙벙할 정도인데, 고상한 지식도 인간의 삶을 향상시키는 데 사용되어야 한다고 믿었다는 점에서 조선의 정약용과 비교할 만하다. 중세 유럽에서도 이러한 전통은 상당히 지속되어 다빈치나 파스칼처럼 미술가이자 수학자이고 과학자인 사람들이 출몰했다. 당시의 기준으로 이런 분야들이 자연스레 연결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다빈치는 인체를 잘 그리려고 하다 보니 해부학의 전문가가 되었고, 파스칼은 풍경을 잘 그리려고 하다 보니 원근법의 원리를 사영기하학으로 발전시켰다. 이건 수학사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데, 유클리드 기하학에서는 모든 선분이 유한한데 반해서, 무한의 개념을 기하학에 도입해야 여러 모순적 상황을 해결할 수 있다고 각성한 것이다. 지식의 총량이 폭발 지경인 현대에는 이러한 보편가의 전통이 계속되기 힘들다. 보편가라고 하면, 당연히 특정 분야에 국한했을 때는 그 깊이가 얕을 것이고 전문성이 필요한 영역에서는 훈수꾼의 역할에 그칠 테니까.세상에 예외는 항상 있다. 20세기 마지막 보편가라고 불리는 폰 노이먼은 전설적인 수학자로서 대수학과

  • [춘추칼럼] 사람은 집을 만들고 집은 사람을 만든다
    칼럼

    [춘추칼럼] 사람은 집을 만들고 집은 사람을 만든다 지면기사

    어린시절 살던 집의 순례는 곧 '기억의 순례'아이들도 땅집 생활의 추억이 생생하다고 말해오두막이라도 마당만 있으면 공간 확장성 커져중고등학교 다닐 때까지 광주 도청 쪽 충장로 초입에 '오두막'이라는 이름의 식당이 있었다. 오두막처럼 작긴 했으나 이름에 걸맞지 않게 제법 고급스러운 식당이었다. 일본의 건축가 나카무라 요시후미는 모든 집의 원형은 바로 오두막이라고 말한다. 필요 없는 공간을 하나씩 들어내다 보면 더 이상 들어낼 공간이 없는 지점에 도달하는데 그때 남는 것이 바로 진정한 집의 원형이라는 것이다. 그는 산기슭 비탈진 곳에 살림집으로 14평짜리 오두막을 짓고 살았다. 현대 도시 건축물에 큰 영향을 미친 르코르뷔지에라는 건축가 역시 자신만을 위한 별장은 4평짜리 오두막으로 지었다. 자연 속 삶을 추구했던 헨리 데이비드 소로도 4.2평짜리 오두막에서 살았다 하지 않던가.이 오두막들은 마을과 떨어져 있어 이웃과 더불어 혹은 식구들과 더불어 사는 집의 형태는 아니다. 다만 나에게 오두막은 전 국민의 반 이상의 주거 형태가 되어버린 아파트와 대별되는 지점에서 떠올리게 되는, 그래서 늘 갈망하게 되는 주거 형태이다. 나 역시 숨 막히는 아파트의 숲에서 종종 탈출하고 싶어 오래 전 서울 근교의 산 중턱에 여섯 평짜리 농막을 지었다. 건축가 유현준은 자신의 책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의 곳곳에서 한국형 아파트의 문제점을 지적한다. 고층 아파트는 우리에게서 머리 위의 하늘을 빼앗아 갔다. 이웃과 소통하던 골목도 없다. 아름다운 자연경관 주변을 아파트 단지로 차단함으로써 모두가 누려야 할 자연을 독점해가고 있다. 천장 높이는 2.25m로 모두 똑같아 답답하고 변화가 없다. 이불을 말릴 수 있던 발코니, 하늘이 보이던 발코니, 자연과 호흡하는 창구였던 발코니는 알루미늄 새시로 막혀 유리창 벽으로 변해버렸다.어디 그뿐이랴. 한밤중에 식구들끼리 맘 놓고 크게 웃을 수 없는 곳, 큰 소리로 노래할 수 없는 곳, 간짓대 세워 이불을 털어 말리고 그 이불 사이로 아이들이 숨바꼭질할 수 없는 곳, 일상에서 상처를

  • [춘추칼럼] 대북제재의 효과가 별로 보이지 않는다
    칼럼

    [춘추칼럼] 대북제재의 효과가 별로 보이지 않는다 지면기사

    김정은 현지지도와 당·국가차원 대외활동 활발물가·환율 큰 변동없고 비핵화 커녕 '핵능력 강화'포괄적 제한·금지보다 '대화·제재' 병행전략 필요지난 3월 3일 유엔안보리는 대북제재결의안 2270호를 채택했다. 주요 내용은 무기거래 금지, 제재 대상 지정, 확산 네트워크 구축, 해운·항공·운송 검색 의무화, 생화학무기 프로그램 포기, 대량살상무기 수출통제, 대외교역 제한, 금융거래 중단, 금수대상 사치품 목록 확대 등이다. 대북제재 조치는 한국의 입장이 80% 반영되고 중국의 입장이 20%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2270호가 채택된 지 4개월째 접어든다. 제재 효과에 대한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대북제재의 효과를 측정하기 위한 지표 또는 징후는 다섯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지도자나 정권의 공식적인 활동, 둘째, 급격한 시장물가 상승 및 환율변동, 셋째, 대외무역의 감소 폭, 넷째, 주민들의 불만 고조, 다섯째, 핵 문제에 대한 북한의 입장 변화 등이다. 정부는 이제 서서히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주장한다. 다수의 전문가들은 효과는 별로 없고 오히려 역효과를 우려한다.김정은 위원장의 현지지도를 비롯한 당·국가 차원의 대외활동은 활발하다. 김 위원장은 제7차 당 대회를 통해 법적 제도적인 장기집권의 토대를 마련했다. 남은 것은 주민생활향상을 통한 실질적인 주민들의 지지 획득이다. 당 대회 후 민생경제 현지지도에 집중하고 있는 것은 주민들의 지지와 직접 연관된다. 대외활동도 정상적인 움직임을 보인다.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김영남 위원장은 아프리카의 우방국 적도기니 공화국을 방문했다. 당중앙위원회 김영철 부위원장은 쿠바를 방문했다. 윤병세 장관도 쿠바를 방문했다. 쿠바를 둘러싼 남북한의 외교전이 시작됐다. 쿠바에서는 의리를 중시하는 혁명세대와 실리를 중시하는 혁명 2세대 간의 논쟁이 뜨겁다. 아직 쿠바가 북한과 단교하고 한국과 수교한다는 소식은 없다. 쿠바는 혁명세대가 전권을 장악하고 있음을 간과 해서는 안된다. 이수용 부위원장은 중국을 방문했다. 시진핑 주석과 만났다. 제7차 당 대회 결과를 설명

  • [춘추칼럼] 국민 독서운동 제창
    칼럼

    [춘추칼럼] 국민 독서운동 제창 지면기사

    국민들 책 읽지 않으면 그 나라는 결국 '퇴색'중앙·지방정부, 독서운동 적극 확산시켜야국가별 독서율, 글로벌시대 경쟁력과 '직결'신석정 시인은 서재에 '책은 외출을 싫어한다'라고 써서 붙여 놓았다고 한다. 책을 빌려 달라고 하는 이들이 많고, 또 빌려간 책을 돌려주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였기에 이런 궁여지책을 강구하였는지 모른다. 책을 정말로 소중하게 여겼고, 그에 버금하여 독서량이 풍성하였던 선생의 인품이 눈에 선하다. 알려진 바와 같이 나폴레옹도 대단한 독서가였다. 그는 전쟁터에서도 손에서 책을 놓지 않았다고 하는데, 다 읽고 난 책은 마차 밖으로 던져 버리는 습관이 있었다고 전한다. 청마 유치환 시인도 읽은 책은 보관하지 않고 다른 사람에게 그냥 주곤 했다고 한다. 책은 만인의 것임을 나름대로 실천한 셈이다. 독재자 무솔리니도 대단한 독서가로 알려져 있다. 굳이 유명인의 예화를 들지 않더라도 독서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함이 없을 것이다. 책을 가까이 하면 현인과 벗이 될 수 있다는 독서상우(讀書尙友)란 말이 이를 증거한다. 세상의 그 어떤 것도 목경(目耕)의 즐거움을 능가할 수는 없다. 그런데 요즘 사람들은 너무 바쁜 나머지 이 삼매를 누릴 겨를이 없는 것 같다. 학생들도 책보다는 스마트폰을 가까이 한다. 강의가 없는 빈 시간에 야외 의자에 앉아 책을 읽는 낭만적인 모습은 찾아보기 어렵다. 수불석권(手不釋卷)이 아니라 수불석기(手不釋機)에 빠져 있다. OECD에 가입한 주요 국가의 연평균 독서율이 76.5%인 점을 감안하면 우리나라는 거의 책을 읽지 않는 나라에 속한다. 작년에 가구당 책을 사는데 쓴 비용은 1만6천원 꼴로 5년 연속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다. 그나마 참고서나 학습교재를 사는데 쓴 돈이 60% 이상을 차지한다고 하니 일반 교양서적은 거의 구매를 하지 않은 모양이다. 미국 주간지 '뉴요커'에 1인당 책 읽는 시간이 가장 짧은 나라로 한국이 소개되었다고 하니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국민들이 책을 읽지 않으면 그 나라는 결국 퇴락할 수밖에 없다. 국가의 경쟁력

  • [춘추칼럼] 코딩교육과 문맹탈출
    칼럼

    [춘추칼럼] 코딩교육과 문맹탈출 지면기사

    자신의 목적 '최적 알고리즘' 설계하는 능력돼야대학입학·취업률로 교육 잘되고 있는지 척도 삼아취업 측면에서 이젠 평생교육이 필요한 시대 도래어린 시절에 대나무와 창호지를 가지고 연을 만들어 본 사람은 그 연이 하늘 높이 올라갈 때의 성취감을 기억한다. 고난이도의 조립식 장난감을 완성해본 사람은 그게 그렇게 자랑스러웠다. 자신의 손으로 세상에 없던 것을 만들어 낸 경험은 그래서 늘 특별하다. 요즘에는 스스로 프로그래밍한 소프트웨어가 자신의 의도대로 신기한 일을 해낼 때 통쾌감을 경험하는 아이들이 많다. 음악이나 미술로 자신을 표현하는 것처럼, 프로그래밍은 아이의 머릿속 상상을 세상에 구현하는 새로운 통로가 된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프로그래밍, 즉 코딩(coding)을 가르쳐야 한다는 흐름이 생겼다. 이미 영국이 교육과정에 코딩 교육을 도입했고, 미국이 여러 주에서 도입을 시작했으며, 우리나라에서도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곧 시작된다. 단순 코딩은 번역과 비슷한 과정이라서 인공지능이 인간보다 더 잘할 수밖에 없고, 이런 기술만을 숙련해서는 미래에 쓸모가 높지 않다는 반론도 있다. 하지만 인공지능이 통역을 대신하게 돼도 외국어를 배우는 것은 여전히 미래를 위한 좋은 투자지 않나. 접할 수 있는 세상이 훨씬 커지니까.코드카데미의 자크 심즈 창업자가 얼마 전에 방한했다. 코딩에다 가르치는 곳이라는 뜻의 아카데미를 조합한 코드카데미는 프로그래밍을 가르치는 기업이다. 전 세계에 수천만 명의 이용자를 두고서 세계적인 코딩 교육 열풍을 주도하고 있다. 이런 그가 강연한다고 하길래 코딩 교육의 중요성에 대한 강연이려니 했는데, 뜻밖에도 그가 강조한 것은 수학 문맹(computational illiteracy) 해소였다. 계산적 읽고 쓰기(computational literacy)는 계산을 잘하는 능력을 뜻하는 게 아니다. 주어진 목표를 달성하는 최적의 방법을 찾는 과정인 알고리즘 설계 능력이 대부분이고, 이를 프로그램으로 구현하는 코딩 능력이 나머지라는 게 그의 주장이었다. 그렇다면 서로 다른 방식들 중에서 최적인 것

  • [춘추칼럼] 한 나무의 주검
    칼럼

    [춘추칼럼] 한 나무의 주검 지면기사

    450년 주민들 사랑 받으며 동고동락했던 '당산나무'영주댐공사로 줄기 잘리고 새까만 피 토한채 죽어나무는 인간들 때문에 피폐해진 땅 살리려는건 아닐까어느 날 메일로 충격적인 사진 몇 장이 날아왔다. 비계파이프가 얼기설기 얽힌 사이사이로 새까맣게 타들어가 죽은 거대한 시체 한 구가 보였다. 수많은 팔이 잘린 온몸 이곳저곳에 이불 홑청처럼 큰 붕대가 친친 감겨 있었다. 붕대는 대부분 풀려 바람에 나부끼고 시체가 흘린 새까만 피로 뒤범벅된 지 오래인 듯했다. 거대한 몸 곳곳에는 링거 줄 몇 개가 무심히 엉켜 있었다. 곡절 많은 세월을, 고단한 역사를 묵묵히 견뎌왔을 그 몸은 비록 팔들이 모두 잘려나갔지만 꿈틀대듯 솟아오른 몸통의 근육들 속에 금방이라도 용트림 치며 끄응, 하고 살아날 것만 같은 힘찬 생기를 정지시키고 있었다. 맞다. 새까맣게 타들어간 이 거대한 시체는 나무다. 메일로 덩그마니 사진만 날아온 터라 사연이 궁금해 차를 몰고, 그 거대한 주검이 인간들에게 항거하듯 서 있을 영주 댐으로 달려갔다. 나무의 주검 앞에는 '보호수'라는 이름 아래 묘비처럼 이렇게 씌어 있었다. "품격:마을 나무, 지정번호:11-28-3-4-19, 지정일자:1982.10.26., 수종 및 수령:느티나무 450년, 소재지:영주시 평은면 강동리 304"450년 세월을 마을사람들 사랑 듬뿍 받으며, 그늘진 평상에서 나눈 숱한 사연들 들어가며 동고동락했을 오지랖 넓은 당산나무. 바람둥이 까치가 집을 서너 채나 지었을 가슴팍 넓은 느티나무. 우듬지 사이로 다람쥐들 오르내리고 까치가 집을 비운 사이 박새며 참새가 후드득 날아들어 잠시 쉬어갔을 다정한 나무. 영주 댐 공사로 느닷없이 수몰지역으로 지정된 마을에서 건져낸 450세의 연세 많으신 나무는 인간으로 치면 12대가 넘는 세월을 뿌리박고 살아온 땅에서 파헤쳐져 하늘 향해 뻗은 팔 같았을 수많은 줄기를 몽땅 잘린 채, 몸통만 남아 낯선 곳으로 강제 이송되었다. 뿌리가 잘려나가 제대로 서있기도 힘든 나무를 살리고자 인간들이 설치한 비계파이프와 거추장스런 붕대와 영양제 주사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