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 변화와 개혁, 기득권을 내려놓을 때 가능하다
    춘추칼럼

    변화와 개혁, 기득권을 내려놓을 때 가능하다 지면기사

    과거탈피 없는 작은 마음도 기득권 될수 있어변하는 교육여건 무시한 개혁… 미래세대 큰 짐지속가능한 발전 함께 고민할때 성공 결실 거둬사회 전반적으로 변화와 개혁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지만, 어느 것 하나 순조롭게 진행되는 것이 없는 것 같다. 누구나 변화와 개혁을 통해서 지금보다는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를 한다. 하지만 변화와 개혁을 위해서 지금껏 가져왔던 기득권은 모두가 내려놓기를 거부한다. 그렇다면 기득권을 내려놓지 않은 채 변화와 개혁의 옳은 방향을 찾아내고, 실행으로 옮기는 것이 가능할까? 아마도 그동안 가져왔던 크고 작은 기득권을 그대로 간직한다는 것을 전제조건으로 한다면, 어떠한 변화와 개혁도 불가능할 것이다. 만약 더는 변화와 개혁을 미룰 수 없는 절박한 상황이라면, 과감히 기득권을 내려놓는 것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다.일반적으로 기득권은 부와 권력 등을 가진 특정 개인이나 조직, 계층 등에 국한되었다는 느낌이 든다. 하지만 새로운 변화를 거부하고 과거부터 현재까지 가지고 있는 것을 변함없이 영원히 가지고자 하는 작은 마음도 기득권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해 본다. 다소 역설적일 수도 있지만, 도로 위에서 약자인 보행자를 배려하는 운전자의 모습, 업무시간이 지났는데도 민원인의 얘기를 들어주면서 해결하려고 애쓰는 공무원의 모습, 방황하는 학생을 위해서 친구처럼 다정하게 오랜 시간 상담을 해주는 선생님의 모습, 맞벌이하는 아내를 위해서 집안일을 함께 하는 남편의 모습, 학생들이 사회에서 요구하는 인재상이나 직무능력을 갖출 수 있도록 오랜 시간 동안 담당해 왔던 교과목을 새롭게 개편하고 새로운 강의교재를 개발하는 교수의 모습도 각자의 위치에서 크고 작은 기득권을 조금씩 내려놓았을 때 가능해 질 수 있는 모습일 것이다.지금 대학가는 지난해 불어 닥친 구조개혁의 거센 파도가 올해도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 속에서 새 학기가 시작되고 있다. 저출산 문제 등으로 인해 학령인구가 지속해서 감소되고 있기 때문에 대학의 변화와 그에 따른 구조개혁은 피해갈 수 없다. 하지만 대학의 구조개혁도 모든 구성원들이 그동안

  • 문화융성의 참뜻과 길
    춘추칼럼

    문화융성의 참뜻과 길 지면기사

    수도권과 지방·계층간 문화격차 해소 중요관람객 욕구 못 채워주는 콘텐츠 전시행정일뿐행복한 삶 위해 고품격 문화장려와 지원책 필수지난달 26일 미당 서정주 탄생 100주년 기념 시낭송 공연이 있었다. 300석 규모의 동국대학교 이해랑 예술극장에 500명 가까이 운집했다. 관객 대부분은 시가 좋아 스스로 찾아온 중년의 문화 향유자들. 이들은 이날 시에 대한 고정관념이 깨지는 경험을 했다. 시가 실시간 소리로 살아 자기 몸에 다가오는 경험을 다양한 방법으로 즐긴 것. 한국을 대표하는 시인, 연극배우, 가수, 시낭송가들은 시의 생명을 매순간 새로 탄생시키고 있었다. 낭송을 마치고 객석에 앉아 있던 이시영 시인이 배우들의 낭송에 감탄사를 연발했다. “연극배우들이 시를 낭송하니 확실히 또록또록 들린다. 시인도 독자를 위해 더 노력해야겠네…!” 낭송의 새로운 모형을 보여준 경우는 시낭송가들. ‘국화 옆에서’가 독송, 윤송, 합송으로 변주되면서 새로운 콘텐츠로 태어나는 순간, 객석 전체에 압도적인 감동이 일었다. ‘신부’를 전통음악으로 작곡하여 초연을 한 주인공은 박정욱 명창. 소리꾼 장사익 역시 미당의 ‘저무는 황혼’을 애절한 가락으로 불러 열화와 같은 호응을 얻었다. 명사들의 인터뷰 장면이 영상으로 소개되기도 했다. 연극배우 손숙 선생의 뼈 있는 말. “요즘 문화융성 문화융성 하는데 그게 별건가. 삶 속에 문화를 들이는 것. 가령 일상에서 시를 자주 낭송하는 것. 우리들 삶 속에, 가슴 속에, 정서 속에 문화나 예술이 촉촉하게 자리 잡을 수 있다면 요즘 같은 각박한 세상이 한결 좋아지지 않을까.” 그런 점에서 이날 공연은 문화융성의 체험현장이었다.공연 이틀 전, 대통령은 한국메세나협회 회원 기업인들과의 오찬 자리에서 문화융성을 위한 기업 지원을 독려했다. 정부가 정책을 만들고 기업으로 하여금 문화의 발흥을 도울 수 있도록 배려해주는 것은 바람직하다. 그러나 문화란 근본적으로 지원 개념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 ‘논어’ 옹야편에 “아는 것은 좋아하는 것만 못 하고, 좋아하는 것은 즐기는 것만 못 하다”는 대목이 있

  • 가난구제는 나라님도 못한다?
    춘추칼럼

    가난구제는 나라님도 못한다? 지면기사

    요즘 가난 때문에 집단 자살하는 일 너무 많아정부, 복지없는 증세하면서 아닌척 온갖 꼼수담뱃세 올려놓고 무엇을 또 더 올릴 작정인지…어느 나라 어느 시대에도 가난한 사람들과 부자들이 있었다. 그 빈부갈등은 인류에게 주어진 지난한 숙제다. 홍익인간이니 인내천이니 공산주의니 하는 것들도 필시 그 갈등과 더불어 움텄을 것이다. 빈부격차가 심해질수록 가난의 문제는 우리에게 더 심각하게 다가온다.밑이 째지게 가난하다는 말이 있다. 밑이라는 말은 더러 성기를 뜻하기도 하지만 대개는 항문을 일컫는다. 요즘 사람들 중에는 가난과 항문과의 관계를 잘 모르는 이가 많다. 먹은 걸 배설해 버리면 뱃속을 또 채워야 하므로 아무리 뒤(밑)가 마려워도 더 이상 참을 수 없을 때까지 참아야 하는 것이 보릿고개를 넘기는 사람들의 상식이었다. 참다 보면 변비가 심해지고 그러다가 밑이 째질 수밖에 없었다. ‘30년대 강경애의 소설 ‘적빈’에도 배변을 참느라고 깡충거리며 걷는 주인공의 안간힘이 리얼하다.우리 문학에서 흥부는 가난의 상징이다. 마음 착한 것 말고는 가난하게 살 이유가 없는 흥부였다. 흥부 내외가 마을의 온갖 궂은일을 도맡아 해도 한 달에 아홉 끼니 먹기가 어려웠던 건 놀부로 상징되는 천민자본주의의 착취구조 탓이었기에 흥부가를 즐기던 청중들은 흥부의 가난을 남의 일로만 여기지는 않았다.흥부가에는 흥부네 집의 쥐들이 먹거리를 찾아 집안을 뒤지고 다니다가 마침내는 다리에 가래톳이 서고, 가래톳 선 쥐들의 끙끙 앓는 소리로 마을 사람들이 잠을 설친다는 대목이 있다. 요즘의 흥부가 청중들은 그 대목을 들으면서 가볍게 웃고 말겠지만 옛날의 흥부가 청중들은 가래톳 선 쥐들의 끙끙 앓는 소리를 우스개로 즐기면서도 먹거리를 찾다 지친 자신들의 참담함을 쓰라리게 되새겼을 것이다.가난 구제는 나라님도 못 한다는 말이 있다. 가난의 원인을 당사자들의 개인적인 미련함 게으름 낭비벽 등등에 근거를 두고자 할 때 흔히 쓰는 말이다. 그것은 가난에 시달리는 백성들을 포기해 버리는, 원망할 테면 하늘한테나 하라는, 가난을 숙명으로 여기고 살아가라는

  • 양극화 해소와 사회적 균형발전
    춘추칼럼

    양극화 해소와 사회적 균형발전 지면기사

    수도권 규제완화, 중장기적 관점서 접근지방대학, 경쟁력 확보위한 발전방안 모색소득수준 건강과 연계, 간과 해선 안돼사회 전반에 걸친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양극화는 저출산·고령화 시대에 접어든 우리나라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저해하는 가장 심각한 잠재적 위험요소가 될 것이다. 우리나라는 전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었던 고도 성장기를 지나고 저성장의 안정적 경제발전 단계에 접어들면서 소득·교육·지역·고용·복지·정보화 등 사회 전반에 양극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물론 양극화 현상은 우리나라에만 국한된 문제는 아니다. 경제발전의 안정화 단계에 있는 미국·프랑스·독일 등 많은 선진국에서도 소득분배·의료복지 등 다양한 분야에서 양극화 해소를 위한 정책 마련에 많은 고심을 하고 있다.최근 수도권규제 완화와 지역균형 발전의 저해, 저출산으로 인한 학령인구 감소와 학문의 수도권 집중화 등에 따른 지방대학의 위기, 소득수준과 건강의 불균형 등이 많은 사회적 논란과 갈등을 일으키고 있다. 먼저 과거 정부에서부터 끊임없이 논란이 되어 왔던 수도권규제 완화와 지역의 균형발전이라는 뜨거운 감자는 양극화 해소와 사회 전반에 걸친 균형발전이라는 측면에서 보다 중장기적이고 종합적인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만약 수도권규제 완화로 비수도권 지역의 인구·소득·생산·고용·의료·교육·복지 등 여건이 악화되고 수도권-비수도권의 격차가 더욱 벌어져 지역 간 양극화현상이 가속화된다면, 모든 국민이 간절히 희망하는 경제활성화와 지속가능한 발전은 달성하기 어려울 것이다.더욱이 국토의 난개발로 인한 생태계 파괴, 주거지와 인접한 산업단지의 입지에 따른 주거환경의 악화 등 부작용이 우려되는 규제완화는 쾌적한 환경에서 건강한 삶을 누려야 하는 ‘환경복지의 양극화’ 측면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많은 논란과 갈등이 야기되고 있는 수도권규제 완화는 경제활성화라는 단기적·사안적 관점에서 접근하기보다는 수도권-비수도권의 양극화 해소와 균형발전이라는 측면에서보다 중장기적이고 종합적 관점에서 접근해야 할 것이다.최근 학령인구의 감소와 수도권 대학 집중화

  • 봄바람 봄 냄새
    춘추칼럼

    봄바람 봄 냄새 지면기사

    민심 소통되지 않는 사회 침묵의 집단일뿐분위기 쇄신 한창인 政街… 좋은 일만 생기길정책결정·집행, 살결에 감기는 훈풍 같아야이 무렵 되면 봄 생각 절로 난다. 입춘(立春)이란 이름 때문인가. 천지 시간표가 예정 시각에 정확하게 도착하는 봄 열차를 알려주는 것 같다. 예전엔 입춘일이 다가오면 집집마다 ‘입춘첩’을 붙여 새 봄의 소망을 나타내곤 했다. ‘올봄엔 좋은 일 많이 생기길 바랍니다(立春大吉 建陽多慶)’는 붓글씨를 써서 대문에 붙인다. 인심 좋은 집안에선 여러 장 써서 가까운 사람들에게 나눠주기도 한다. 행복한 세상을 위한 덕담 공유 문화다. 하지만 입춘첩은 글 읽을 줄 아는 사람보다 모르는 사람이 훨씬 많아서 식자층들만의 의사소통이 되고 말았다. 크리스마스 문화나 밸런타인데이의 사랑 고백 풍습은 왜 동서양의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을까. 의미전달 체계인 기호(sign)만으로는 다중(多衆)에 호소하기 어렵다. 실제로 내 몸에 와 닿는 감각, 나의 삶에 구체적으로 미치는 영향, 기호의 단선적 기능을 넘어서는 풍성한 스토리텔링이 결합했을 때 사람들의 관심을 더 많이 끌게 된다. 그것이 참된 의미의 의사소통이다. ‘입춘’보다 다른 게 필요하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봄 사이의 의사소통은 뭐니 뭐니해도 감각이 우선이다. 달래, 냉이, 씀바귀 같은 나물이 밥상에 올라오면 봄은 도드라지게 다가온다. 향긋한 향내가 입안에 감돌면 묵은김치로 겨울나던 입맛이 새롭게 살아나는 것처럼, 땅에서 막 나기 시작한 풀들이 생명의 새로운 시작을 알려주는 것이다. 김유정 소설 ‘동백꽃’ 결말의 한 대목이 시사적이다. “…그 바람에 나의 몸뚱이도 겹쳐서 쓰러지며, 한창 피어 퍼드러진 노란 동백꽃 속으로 폭 파묻혀 버렸다. 알싸한, 그리고 향긋한 그 냄새에 나는 땅이 꺼지듯이 온 정신이 고만 아찔하였다.” ‘알싸하고 향긋한 냄새’는 청춘남녀의 ‘썸 타는’ 사랑을 체감하게 해준다. 그래서 봄 향기는 ‘입춘’보다 확실한 봄의 증거다.바람은 봄의 최고 짝이다. 살결에 다가오는 봄바람은 그 부드러움과 따스함으로 만물생육을 관장하는 너그러

  • 이완구 총리 후보 지명의 정치적 의미
    춘추칼럼

    이완구 총리 후보 지명의 정치적 의미 지면기사

    3년차 접어든 박대통령 정치적 영향력 점차 감소지지율 하락·변하는 당청관계 등 현실 반영한듯언론들 이후보에게 '대통령에 직언' 요구 분위기이완구 새누리당 전 원내대표가 차기 총리 후보로 지명됐다. 아직 청문회 절차가 남아 있기는 하나, 무난히 청문회를 통과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그런데 청문회 통과 여부와는 상관없이, 이번 총리 후보 지명은 그 자체로 상당한 정치적 의미를 가진다고 할 수 있다.모든 언론에서 언급하고 있는 바와 같이, 이번 후보 지명의 가장 큰 의미는 관료 혹은 교수 출신의 '관리형'이 아닌 정치인 출신의 '책임형' 총리를 기대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이다. 이러한 정치인 출신 총리 지명은 실로 오랜만이다. 이명박 정부 때부터 계속해서 관리형 총리가 임명돼 왔기 때문이다. 정치인 출신 총리라고해서 뭐가 다르겠냐고 반문하는 사람이 있겠지만, 그렇지 않다. 정치인은 자신의 정치적 기반과 목적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무조건 대통령에게 복종할 가능성이 적다. 많은 사람들이 이완구 총리 후보가 대통령에게 직언을 하고 그를 통해 현재의 소통 문제 해결에 어느 정도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물론 정치인이라고 영향력이 다 같은 것은 아니다. 이완구 총리 후보는 3선 의원이며, 충남도지사를 역임하고 새누리당 원내대표 출신이기 때문에 기대가 남다르다. 일단 광역단체장의 경험을 통해 이 후보는 현재 우리나라의 시급한 문제 중의 하나인 지방분권화의 필요성을 몸소 체험했을 것이다. 따라서 세종시 완성 등 지방분권화를 위한 정책에 적극성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이 후보가 새누리당 원내대표를 성공적으로 수행해 왔다는 것은 정치적으로 더 커다란 의미를 갖는다. 그는 정당 내에서, 그리고 국회 내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 그러한 정치력 영향력은 쉽게 생기는 것도 아니지만, 자리가 바뀐다고 해서 쉽게 없어지는 것도 아니다. 향후 행정부와 국회 관계, 혹은 당-청 관계가 지금보다 좋아질 것으로 기대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이러한 논리를 조금 더 발전시킨다면, 이완구 총리

  • 입술에 침도 안 바르고
    춘추칼럼

    입술에 침도 안 바르고 지면기사

    건강증진 내세워 세수증대 위한 '담뱃값 인상''화가 나도 참아달라'고 정직해진다면…그나마 국민건강에 다소 도움될지도 몰라민주공화국인 남쪽에서나 인민공화국인 북쪽에서나 다투어 공화국임을 내세우는 걸 보면 공화국이라는 말이 나쁜 말은 아닌가본데 언제부턴가 우리 주변에서는 그 말이 비아냥처럼 쓰이고 있다. 겨울공화국을 비롯해서 부패공화국, 비리공화국, 막장공화국, 사고공화국, 불륜공화국, 자살공화국, 투기공화국, 찌라시공화국 같은 말들이 주변에서 심심찮게 쓰이고 요즘에는 또 거짓말공화국까지 거기 보태어져 그야말로 공화국이라는 말의 체면이 말도 아닌 지경에 이른 것 같다. 그것들이 모두 우리에게 뭔가 찜찜하고 불쾌하고 심란한 뒷맛을 남기는 말들이지만 그 중 우리를 가장 심란하게 하는 건 아마도 거짓말공화국이지 싶다. 요즘 우리 주변에는 거짓말들이 하도 많아서 다 헤아리기 어려울 지경이지만 필자로서는 감히 감당 못할 덩치 큰 거짓말들은 그만두고 이 글은 우선 가벼운(?) 거짓말 하나만 화제로 삼겠다. 길가에 줄 하나가 떨어져 있기에 주워들고 집에 갔더니 줄 끝에 웬 소 한 마리가 달려 있어서 감옥살이를 하게 됐다는 민담 속의 억울하다는 소도둑은 누가 들어도 속이 환히 보이는 거짓말을 한다. 그렇게 속이 보이는 거짓말을 듣는 이들은 입술에 침이나 바르라고 비아냥거리곤 하는데, 그때 입술에 바르라는 침은 최소한적 양심 표현의 또 다른 말일 것이다. 양심에 어긋나는 말을 할 때 보통사람 같으면 입술이 바짝 마를 테고 그래서 거짓말을 하면 입술에 침을 바르게 되는 상식을 바탕삼아 그런 비아냥이 생겼을 것이다. '정직'을 가훈으로 삼고 살았다는 전직 대통령에 관한 말을 들으며 오죽했으면 그런 걸 가훈으로까지 삼았겠는가 싶어 나랏일들이 아슬아슬하게 여겨지기도 했었는데, 아닌 게 아니라 사대강 수질오염을 걱정하는 이들에게 그 대통령은 TV를 통한 대국민 담화에서 느닷없는 로봇물고기 얘기를 꺼내며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으시딱딱 장담을 했다. 그래도 양심은 있는지 아니면 묵은 버릇인지 말끝마다 그는 입술에 재빠르게 침을 바르

  • 국민대통합을 위한 국토·환경계획 연동제 필요성
    춘추칼럼

    국민대통합을 위한 국토·환경계획 연동제 필요성 지면기사

    정부, 국책사업 정책 국민들과 공유해야무리하게 추진땐 엄청난 행·재정적 손실중앙·지방에 사회적 갈등 중재기구도 필요지난 해 12월16일 2년여만의 오랜 논의 끝에 현 정부의 국정과제인 '국토-환경계획 연동제' 추진을 위한 정부 입법절차가 마무리 됐다. 물론 국회의 심의단계가 남아있지만, 국토교통부와 환경부가 부처간 칸막이를 걷어내고 지속가능한 발전과 친환경적 국토관리의 제도적 기틀을 마련했다는데 큰 의미를 가진다고 할 수 있다.그동안 국가에서 추진했던 영월 동강댐, 새만금 간척, 시화호 담수화, 경부고속철도, 밀양 송전탑, 4대강 살리기 등과 같은 많은 국책사업들이 단순히 개발과 환경보전간의 갈등 문제에 그치지 않고, 지역·세대·계층 간의 갈등, 이념과 가치관의 갈등, 정치·문화 등 사회 전반에 걸친 갈등과 대립으로 확대됐다. 비단 국책사업뿐만 아니라 지자체 차원에서도 지역사회의 폭넓은 의견수렴과 합의가 부족한 상태에서 공약으로 내세운 개발사업을 무리하게 추진하면서 지역구성원간의 다양한 갈등과 막대한 예산낭비를 발생시킨 사례를 적지않게 접하고 있다. 따라서 현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국토-환경계획 연동제'는 중앙 및 지방정부의 각종 개발사업으로 인한 사회적 갈등을 완화하고 국민대통합을 이룬다는 측면에서도 반드시 필요한 정책이라 하겠다.국책사업이 더 이상 사회적 갈등의 대상이 아니라 국가의 경쟁력 확보와 지속가능한 발전에 기여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국토계획과 환경계획의 연계를 단순히 법적인 근거에 의한 형식적인 절차로 인식해서는 안 될 것이다. 즉 정부는 국책사업의 정책 및 계획 수립단계에서부터 국민들에게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자료와 정보를 제공·공유하고, 자유롭게 다양한 의견과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주어야 한다. 여기서 국책사업과 관련된 정책과 계획을 수립하는 주체는 정부며, 국민은 정부가 올바른 방향으로 의사를 결정해 추진하는데 협력자이자 조언자임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한 전제조건이라 판단된다. 만약 일부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혀 잘못된 방향으로 사업을 변경하거나, 정치적 목적에 의해 정책

  • 기쁘고 좋은 일
    춘추칼럼

    기쁘고 좋은 일 지면기사

    일상의 평안 비는 새해 소망 팍팍한 현실 반증영화 '국제시장' 아픈 과거사 감정이입 위로받아시인처럼 따뜻한 생명공동체 연대서 기쁨 찾아야새해가 밝았다. 해가 바뀌면 새로운 다짐도 하고 가까운 사람들과 덕담도 나눈다. 올해는 좀 더 살기 편안해지기를…. 가족들 건강하고 경제사정이 보다 좋아지기를…. 가만히 헤아려보면 우리의 소망은 현실적이다. 일상의 평안이면 족하다. 실상이 그렇지 못하다는 반증이다. 전세난에 시달리고 비정규직의 설움을 감내하며 경제적 불평등과 위화감 속에서 매일 매일을 보내는 사람들이 갈수록 늘어간다. 정부는 소득 3만달러 시대를 눈앞에 두고 있다는데 삶의 구체적 현실은 팍팍하기만 하다. 진학걱정·취업걱정·결혼걱정·양육걱정·연금걱정…, 우리는 어느새 걱정을 더 많이 하고 사는 사회의 일원이 되어간다.기쁘고 좋은 일은 어디에 있는가. 누가 우리를 위로하는가. 현실과 미래에 대한 희망을 기대하기 어려울 경우 복고가 그 해답이 되기도 한다. 서럽고 가슴 아픈 과거라도 거기에는 최소한의 공감이 있다. 영화 '국제시장' 관객 수가 곧 1천만명을 넘어설 듯하다. 흥남 출신의 꼬마소년이 부산 국제시장에 정착해 평생을 살아온 이야기가 골간을 이루는 가운데 필름은 격동하는 현대사의 주요 장면들을 듬성듬성 보여준다. 흥남철수·파독광부·월남전참전·이산가족 찾기 등 당대의 주요한 사건을 재현하는 데 주력한다. 따라서 영화는 주인공 윤덕수의 개인사나 가족사, 그리고 그들을 둘러싸고 있는 사회사를 동시에 보여준다.세대에 따라, 정치적 입장에 따라 반응 차이가 있지만 조국 근대화 세대의 노고에 대한 이해와 공감이라는 점은 많은 관객들이 동의하는 것 같다. 그것은 찬란한 과거의 영화(榮華)에 대한 향수라기보다는 기억과 역사의 켜 속에 잠들어 있던 서러운 슬픔에 대한 감정이입이다. 함께 안타까워하고 슬퍼하면서 오늘 우리의 작은 즐거움과 기쁨이 이전 세대에게 빚지고 있다는 심리적 채무감을 확인시켜 준다. 영화의 메시지는 분명하다. "지금 삶이 그대를 힘들게 할지라도 포기하거나 좌절하지 말라. 이전에는 훨씬 어려웠다.

  • 사법 민주주의에 대한 경계
    춘추칼럼

    사법 민주주의에 대한 경계 지면기사

    헌재, 권력 본래목적 뭔지 스스로 염두에 둘 필요사법부가 지나친 정치개입은 정치권 잘못도 커정치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 떠넘겼기 때문민주화 이후 한국 정치에서 헌법재판소의 역할이 눈에 띄게 중요해지고 있다. 권위주의 시절 행정부의 힘에 눌려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던 헌재가 민주화 이후 특히 2000년대 들어 행정부와 입법부의 결정에 반하는 판결을 종종 내놓고 있으며, 그 과정에서 한국의 민주정치에 중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대표적 예로 2004년 5월 노무현대통령 탄핵소추에 대한 기각 결정과 동년 10월 신행정수도특별법에 대한 위헌결정이 있다. 보다 최근으로는 2014년 10월 선거구제도에 대한 헌법불합치 결정과 12월 통합진보당 해산결정이 있었다.이러한 헌재의 영향력과 독립성 증대는 긍정적인 측면을 갖고 있다. 민주주의의 원칙중 하나인 3권 분립을 실현하는 데 도움이 되며, 나가 입헌주의 원칙 아래에서 헌법의 절대성을 수호해 주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헌재의 지나친 영향력과 그에 따른 소위 '사법민주주의'가 초래할 수 있는 부정적인 측면 또한 경계해야 할 필요가 있다.법을 대표하는 입헌주의와 정치를 대표하는 민주주의와의 잠재적 갈등은 분명히 존재한다. 헌재를 포함한 사법부 인사들은 정치적으로 선출되지 않고 정치적 책임도 직접 지지 않는다. 그런데 이들에게 막강한 정치적 권한을 부여함은 민주주의의 원칙에 어긋난다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한국을 비롯해 미국·독일 등 일부 현대 민주주의 국가가 사법부에게 행정부와 입법부의 결정을 뒤집을 수 있는 위헌심사권을 부여하는 가장 큰 이유는 민주주의가 기반하고 있는 다수결 원칙의 불완전성 때문이다. 다수 의견이 항상 옳은 것은 아니며, 다수결 원칙에 대한 지나친 강조는 자칫 소수에 대한 다수의 횡포를 초래할 위험이 있다. 따라서 헌법에 명시돼 있는 소수의 기본권 보호를 위해 헌법을 다수결 원칙의 상위에 두는 것이다.모든 권력은 남용될 가능성이 있다. 헌재의 권력 또한 마찬가지다. 특히 헌법은 추상적이라 얼마든지 다른 방식으로 해석이 가능하다는 점, 그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