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 [월요논단]인간의 도리와 귀환한 동물국회
    칼럼

    [월요논단]인간의 도리와 귀환한 동물국회 지면기사

    문의장 '성추행 주장' 임의원설령 법정에서 승리한다 한들국민은 '별개의 정치심판' 할 것인간과 동물의 변별성은 품위'수신'이야말로 유력한 방편어릴 적 동네 어른께 3여년 동안 붓글씨를 배웠다. 처음에는 돼지털 붓으로 시작하였으나, 시간이 지나 황모(黃毛) 붓·노루털 붓으로 바꾸었던 기억이 난다. 일정 수준에 오르자 글씨 연습은 한글에서 한자로 옮겨갔다. 이후 유독 반복했던 글자가 '삼강오륜(三綱五倫)'과 관련된 덕목 그리고 '인의예지(仁義禮智) 효제충신(孝悌忠信)'이었다. 선생님께서 쓰라고 하셔서 썼을 뿐, 그 의미를 이해했던 것은 아니다. "사람이라면 마땅히 갖춰야 할 덕목이 있고, 따라야 할 도리가 있다." 선생님께서도 다만 그 정도로 설명하셨던 듯싶다.삼강오륜의 의미를 알게 된 것은 내 나이 이립(而立) 즈음, 최봉영의 '주체와 욕망'을 읽으면서였다. 나를 존재케 한 분들이 부모이니, 부모의 은혜를 잊어서는 아니 된다. 선비에게 직업 세계로의 진입이란 출사인바, 왕을 정점으로 하는 그 세계에서는 마땅히 지켜야 할 도리가 있다. 남자와 여자는 같지 아니하므로, 그 차이를 알아 서로 존중해야 한다. 예컨대 부위자강(父爲子綱), 군위신강(君爲臣綱), 부위부강(夫爲婦綱)이란 그러한 관계들의 교차 가운데서 자신의 자리를 마련해 나가라는 지침이었던 것이다.근대 체제의 작동 방식과 비교했을 때 이는 실로 주목할 만한 내용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에서는 우선 자유로운 개인을 전제로 한다. 홀로 떨어져 존재한다면 완전한 자유를 향유할 수 있을 터이나, 실상 그는 사회 내에서 다른 개인들과 더불어 살아간다. 사회계약에 따라 자유가 제한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어떤 개인에게 허용된 무한한 자유는 필연코 다른 누군가의 자유와 권리를 침해하지 않겠는가. 따라서 개인은 계약 사항, 다시 말해 법의 울타리만 넘어서지 않는다면 그 안에서 제 마음 내키는 대로 행동할 수 있다.반면 우리네 선인들은 자유로운 개인에 앞서서 마땅히 따라야 할 도리를 강조하였다. 도리가 부각되었던 까닭은 이 세계를 관계

  • [월요논단]지금 여기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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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요논단]지금 여기서! 지면기사

    위기 의식·시대정신 못 읽는 정부정략적 이익 매몰돼 역행하기 때문시민들 새 정치·사회체제 원하기에정의·평화·공공성 '재개혁' 필요삶의 원칙·행동 우리가 결정할 때대통령은 해외순방 중 이미선 판사를 헌법재판관에 임명했다. 그 이전 국회청문회의 논란에도 불구하고 몇몇 장관들은 그 직무를 수행하고 있다. 위법한 사안이 없었기에 임명 자체가 불법한 것은 아닐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왜 야당은 장외투쟁까지 감행한 것일까. 이미 3년 전 새로운 정치와 체제 개혁을 요구한 시민들은 이들을 심판했으며, 이제는 새로운 모습으로 나타났어야 할 그들이 오히려 갈수록 기세를 높여가는 까닭은 어디에 있는가. 벌써 3명 중 1명의 국민이 이미 사라졌어야 할 수구 반동 세력을 지지하고 있다. 그럼에도 이 정권은 아무런 위기의식도 느끼지 못할 뿐 아니라, 최소한의 정치적 책임도 지려하지 않는다. 오히려 시민들이 원하는 정치를 배반하고 있다. 역사와 정치는 퇴행한다.원인은 이 정권이 시대정신을 읽지 못하기 때문이며, 다만 그들의 정략적 이익에 매몰되어 역행하기 때문이다. 그들이 주저하는 동안 시민들은 공정과 공의, 공공성의 회복을 기다렸지만 세월은 거꾸로 가고 있다. 몇 번에 걸쳐 경고하고, 촉구했지만 다만 정권의 이해관계에 얽매여 보지 못하고 있다. 지금 우리가 마주하는 현상이 그 결과다. 여전히 정권창출 따위의 정략적 발언만이 난무한다. 고위공직자 청문회가 이런 사실을 너무도 잘 보여주고 있지 않은가. 불법은 없었지만, 공평과 공정도 없었다. 그 행동은 우리가 원한 새로운 정치와는 전혀 다르다. 전 청와대 대변인은 아내가 해서 나는 모른다고 말한다. 신임 헌법재판관은 남편이 해서 모른다고 한다. 월급을 받고 사는 나는 통장 채로 모든 재정을 아내에게 맡기고 있다. 그래도 문제가 생기면 재촉받고 책임져야 하는 데서 내가 면제되지는 않는다. 그런데 이 사회의 가장 높은 자리를 차지하는 그분들은 남편과 아내가 다른 살림을 사는 듯하다. 시민이 원하는 것은 새로운 시대와 새로운 정치며, 그를 통한 새로운 삶을 사는 것이다. 촛불로 외

  • [월요논단]WTO 역전승과 향후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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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요논단]WTO 역전승과 향후 과제 지면기사

    후쿠시마 인근 농수산물 수입 금지일본, 한국만 대상으로 WTO 제소최종심 승소했지만 배울 점 있어국제기구 인재육성 정책 추진 등양국간 문제 대응전략 재점검 기회일본에 역전승. 우선 우리 식탁과 검역주권을 지켰다는 안도감이 든다. 한국은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발생하자 후쿠시마 인근 농수산물 수입을 금지하였다. 2013년 9월에는 후쿠시마를 포함한 주변 8개 현 28개 어종의 수산물에 수입금지 특별조치를 했다. 그러자 일본은 2015년 5월 한국만을 대상으로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했다. 당시 후쿠시마 원전사고와 관련해 일본산 식품의 수입을 규제하는 국가와 지역은 54개에 달했다. 그리고 알려진 대로 1심에서는 일본이 그리고 최종심인 2심에서는 한국이 승리하였다. WTO 상소기구는 한국의 수입금지 조치가 자의적 차별에 해당하지 않으며 부당한 무역 제한이 아니라고 판결했다. 막판 '역전패'를 당한 일본은 발칵 뒤집혔다. 일본 NHK와 신문 그리고 통신들은 관련 내용을 속보로 전했다. 일본은 WTO에서 승소하면 이를 계기로 23개 다른 나라와 규제 철폐를 위한 협상에 속도를 낸다는 계획이었다. 사실 일본은 원자로와 방사능의 후유증을 벗어나기 위해 안간힘이다. 2020년 도쿄 올림픽을 앞두고 안전한 일본을 홍보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일본이 패소에 당황하는 것은 그러한 전략에 큰 차질이 생겼기 때문이다. 국제적 위상이 한국보다 높다고 생각했던 자신감에도 상처를 입었다. 그동안 일본은 세계적인 기구나 단체들에 정기적으로 인재를 파견하거나 주요 직책에 선출되도록 지원해 왔다. 국제적 기관에서 그 위상을 차지하기 위한 일본의 전략은 매우 체계적이고 지속적이다. 국가적 차원의 중장기 목표도 있다. 그러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일본은 분쟁의 국제화를 시도한다. 중장기적 관점에서 보면 독도에 대한 도발과 영토의 분쟁화도 국제적 기구가 자신들에게 유리하다는 점에 기초한 전략이다. WTO가 일본 언론이나 정부의 예측과 달리 한국의 손을 들어주자 충격을 감추지 못하는 진짜 이유인 것이다. 그러나 승소

  • [월요논단]지역언론·포털 상생관계 구축, 더 기다릴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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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요논단]지역언론·포털 상생관계 구축, 더 기다릴 수 없다 지면기사

    페이스북, '뉴스 사막화' 개선위해지역뉴스 우선 노출 알고리즘 변경다양한 지원 정책 지속 추진 '주목'네이버 등 지방언론 전용공간 마련협력관계 만드는 계기 되길 바란다전국언론노동조합은 지난 4일 기자회견문을 통해 네이버의 모바일 뉴스 서비스에서 지역신문을 구독할 수 없는 상황을 강력하게 비판했다. 네이버 등 포털이 지역 민주주의와 여론 다양성을 훼손하지 못하도록 관련법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 '포털의 인터넷 홈페이지 및 모바일 첫 화면에 지역언론 기사 게재를 의무화하는 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또 지난 3월 16일에는 전국 주요 지역일간지 발행인으로 구성된 한국지방신문협회가 "지역언론이 절체절명의 위기에 있다. 네이버의 모바일 뉴스페이지 개편과 뉴스검색 알고리즘 개편으로 지역언론 기사는 노출이 힘들어졌다. 우리나라 뉴스 유통을 장악하고 있는 네이버의 지역언론 배제는 디지털 공론장에서 지역언론 추방과 다름없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지역언론이 거대 뉴스유통사업자인 네이버를 집중 성토하고 있는 가운데, 소셜미디어사업자이자 뉴스유통사업자로 볼 수 있는 페이스북은 지역언론을 지원하기 위한 정책을 계속 추진하고 있다. 미국도 많은 지역신문이 폐간 위기에 직면해 있고 지역신문이 거의 존재하지 않는 '뉴스사막'이 확산되고 있다. 페이스북은 이를 개선하기 위해 지난해 1월 지역뉴스가 우선 노출되도록 알고리즘을 변경했다고 한다. 지역공동체 관련 뉴스에 노출 우선순위를 준 것이다. 포털에서 지역신문 기사가 제대로 노출되길 원하는 우리 지역언론에게는 부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지난해 네이버의 알고리즘 변경으로 지역신문의 단독보도와 1보 기사가 포털의 검색 첫 화면에서 찾아보기 어렵게 됐다는 점에서 더욱 그러하다. 페이스북은 이용자의 50%가 플랫폼 내에서 더 많은 지역뉴스와 정보를 원한다는 것으로 파악했다고 한다. 페이스북은 미디어 블로그를 통해 2017년 2월부터 성공적인 지역뉴스 사례를 '스포트라이트 온 로컬' 시리즈를 통해 공유하고 있다. 또한 '오늘의 지역 소식' 뉴

  • [월요논단]환경을 고려한 재생에너지 정책
    칼럼

    [월요논단]환경을 고려한 재생에너지 정책 지면기사

    고수익 올리려는 '태양광발전사업'자연·생활 등 환경영향평가 없이무분별 시설 설치 많은 문제 발생미래위해 친환경에너지 필요하지만서두르지 말고 철저하게 조사해야최근 미세먼지 문제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부각되면서 정부에서는 대기환경 개선을 위해 화석연료에서 재생에너지로 에너지전환을 적극 추진 중이다. 이것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인 움직임이기도 하다. 우리나라는 재생에너지 발전량을 늘리기 위해 기존 정부와 기업 중심의 에너지 정책에서 일반 주민 참여형 에너지 정책으로 확대해 나가고 있다. 개인이 소규모 태양광 발전소를 설치해 직접 에너지를 생산해서 사용하고 남는 전력을 다시 판매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고, 아주 작게는 도시의 아파트 베란다에 작은 태양광 패널이 설치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지자체의 보조금을 통해 저렴하게 설치가 가능하면서 점차 확대되고 있다. 친환경 에너지를 직접 생산해내면서 화석 에너지나 원자력 에너지의 비중을 줄여갈 수 있다는 점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지만, 최근 마을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지켜보면서 우리가 간과하고 있었던 많은 문제들에 대해서 생각할 수 있었다.마을 한가운데 4천950㎡ 가까이의 고구마밭에 태양광발전 시설이 들어선다는 이야기가 들리면서 온 마을이 시끄러워졌다. 마을 사람들 불만은 다각도로 터져 나왔다. '오랫동안 농사일을 해오던 우리들의 삶의 자리가 태양광 패널로 가득 채워져 자연 경관을 해치는 게 싫다', '땅이 좋아 도시 생활을 정리하고 시골로 내려와 집 짓고 살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집 앞에 태양광 발전 사업이라니 날벼락 맞은 것 같다', '검증되지 않았다고는 하지만 전자파나 유해물질로 마을이 오염되면 어떻게 하냐' 등등. 이것은 우리 마을만의 문제가 아니라 태양광발전 사업으로 고수익을 창출하려는 사람들이 늘면서 여러 마을에서 문제가 되고 있다.정부에서 권장하고 있고, 친환경 재생에너지라 불리는 태양광 발전 사업이 마을에 분란을 만들게 된 근본적인 원인은 뭘까? 우선은, 정책 시행을 위한 현실적이며 구체적인 시행규칙이 제대로 마련되어

  • [월요논단]콘텐츠에 봄이 오나 봄
    칼럼

    [월요논단]콘텐츠에 봄이 오나 봄 지면기사

    올해 유통·플랫폼 많은 변화 예상中企 기술·글로벌 시장 진출 지원청년 창업 '클러스터 생태계' 조성'자유로운 창작' 다양한 기회 제공'일자리 창출과 풍요로운 삶' 기대춘분(春分)이 지났다. 이제 완연한 봄이다. 봄을 맞이하면서 새로움에 대해 생각해 본다. 우리의 선조들은 처음, 새것, 새로운 일 앞에 모두 '新'(새로울 신)을 붙였다. 영어의 'new'라는 단어도 전에는 없던 것이 최근에 생겼거나 만들어졌거나 도입된 것을 지칭한다. 경기도에서는 민선 7기를 맞이하여 '새로운 경기 공정한 세상'이라는 슬로건을 표방했다. 새로움의 사전적 정의가 '지금까지 있은 적이 없는 것'임을 비추어볼 때 슬로건에 새로움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것은 정의와 공정의 가치가 실현되는, 이제까지 경험해보지 못했던 새로운 차원의 경기도를 준비하기 위한 것이다. 차별을 해소하고 사회적 약자를 보호해 억울함이 없는 세상. 소외된 이들에게도 공정한 기회가 주어지고, 기회가 토양이 되어 성공으로 이어지는 모두가 누릴 수 있는 세상을 향한 출발인 것이다. 예전보다 사회가 가진 자본의 양과 기회는 늘어났는데도 모두가 결핍을 느끼는 세상에 대한 대안이 되기 위함이다. 새로움에 공정이란 가치가 더해져 부조리함이 물러나고 약자도 보호받는다면 모두의 삶이 풍요롭게 향상될 것이다. 그렇다면 콘텐츠에게 있어 새로움은 무엇일까. 올 한해 콘텐츠 산업에서는 생산자와 소비자, 유통과 플랫폼에서 많은 변화가 예상된다. AI 기술 주목과 함께 오디오북 콘텐츠가 증가하고 공간 기반의 출판 콘텐츠 서비스가 확대될 것이다. 웹툰의 큐레이션 서비스가 가속화되고,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이 대중음악과 만나며, '보는 게임'(게임 플레이 스트리밍)이 고려된 게임제작 환경의 변화가 예상된다. 넷플릭스 등 새로운 플랫폼을 겨냥한 작품 기획이 활성화되고, 1인 마켓의 성장과 함께 인플루언서 마케팅의 활성화, 5G 네트워크 시대가 여는 AR/VR 캐릭터 시장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이들은 장르와 플랫폼을 넘어 기술과 비즈니스가 활발하게 융

  • [월요논단]좀비의 활보·가짜뉴스의 범람과 우리 사회의 비극성
    칼럼

    [월요논단]좀비의 활보·가짜뉴스의 범람과 우리 사회의 비극성 지면기사

    비극 '오이디푸스 왕' '안티고네'인과관계·역사모순 형상화 탁월반면 국내 이념형 마타도어 횡행5·18관련 전두환·김진태 등 뻔뻔나경원 강성발언 개연성 확인안돼고대 그리스의 최고 비극 작품은 무엇일까. 관점에 따라 다를 터, 아리스토텔레스는 소포클레스의 '오이디푸스 왕'을 전범으로 꼽고 있다. 플롯·장소·시간의 통일이 잘 이루어졌다는 것이 근거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그중에서도 특히 플롯에 주목하였다. 인물들의 행동이 상호 인과관계 속에서 발전하고 있으므로 개연성과 필연성을 획득하였다는 것이다. 오이디푸스가 자신의 출생 비밀을 알았으니 발견이 나타났고, 애초 기대했던 바와 상반되는 결과가 펼쳐졌으니 급전 또한 끌어안았다는 점도 고평 되었다. 공포와 애련을 불러일으키는 가장 효과적인 장치가 발견과 급전인바, '오이디푸스 왕'은 이를 구현하였다는 것이 아리스토텔레스의 입장이다.반면 헤겔은 소포클레스의 '안티고네'를 최고의 작품으로 내세운다. 역사 전환기에 나타나는 모순을 등장인물들 사이의 갈등으로 집약하여 형상화하는 데 성공했다는 것이다. 혈연에 입각하여 안티고네는 오빠 폴리네이케스의 주검을 매장하고자 한다. 이는 부족사회의 윤리에 해당한다. 그렇지만 폴리네이케스는 매장 금지의 죄를 짓고 죽었다. 따라서 크레온 왕은 매장을 불허하는데, 이때 크레온은 국가법의 상징으로 자리하게 된다. 한편 사적 층위에서 안티고네와 크레온은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 크레온의 아들 하이몬과 약혼한 여성이 안티고네였던 것. 결국 크레온에 맞섰던 안티고네, 사랑 잃은 하이몬, 아들 하이몬을 상실한 에우리디케는 차례대로 죽음에 이른다. 그러니 헤겔은 충돌하는 역사 이행기의 두 이념이 등장인물의 전형으로 얼마나 성취되는가의 관점에서 비극을 이해하였던 셈이다.문득 그리스 비극을 떠올리게 된 것은 최근 국내 정치 상황이 도무지 현실로서 용납되지 않기 때문이다. 만족할 만한 수준에 이르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우리는 1987년 6월항쟁이라든가 2016년 촛불혁명을 거치면서 민주주의의 정착을 향해 한 걸음씩 내디뎠다고 여겼더랬

  • [월요논단]위선을 넘어 성찰로
    칼럼

    [월요논단]위선을 넘어 성찰로 지면기사

    반성않는 일상 우리사회 퍼져 있어5·18 망언·한유총 사태·사법농단불의 용납하면 되풀이 하게 만들어아프지만 '치욕·모순' 성찰하는 일우리를 충만함·행복으로 이끌어18세기는 세계사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급격한 변화를 겪은 시기였다. 세계의 변방에 지나지 않았던 유럽이 세계 문명의 방향을 완전히 뒤집어 놓았으며, 이제껏 보지 못했던 과학기술 혁명의 결과로 산업화에 성공함으로써 세계는 그야말로 인간의 시간과 공간이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시기는 그 이전의 어떤 문명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폭력과 야만의 시간이기도 했다. 이 모두는 17세기 이래 유럽이 이룩한 근대의 혁명에서 비롯되었다. 일본은 이 근대 혁명을 누구보다 빨리 습득함으로써 유럽 밖에서는 유일하게 그 문화의 혜택을 온몸으로 받아들이는 데 성공했다. 아쉽게도 그들은 유럽의 죄악조차 답습했다. 이 모든 역사의 격동을 겪어낸 것이 우리의 지난 100년이었다. 그 야만과 폭력의 시간을 버티고 견디면서 그럼에도 인륜과 자주를 갈망했으며 나름의 물질적 풍요와 성공을 이룩한 시간이 또한 지난 100년이기도 했다. 말 그대로 지난 시간은 역사에서 도저히 있을 것 같지 않은 변화와 전환을 경험한 때였다. 그 역사와 그 삶을 되돌아보는 작업은 지금의 삶과 내일의 시간을 위해서는 결정적 의미를 지닌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성찰과 전망에 있다. 뼈저린 후회와 자괴감이 들지언정 잘못된 역사를 성찰하는 작업, 직면하기 싫지만 그럼에도 나아갈 길을 위해 차디찬 지성과 열망으로 전망하지 않을 때 우리 삶은 다시금 나락으로 빠져들지 모른다.청산하지 못한 역사와 반성하지 않은 일상이 우리를 옥죄는 현상은 여전히 우리 사회에 널리 퍼져 있다. 5·18 광주에서의 학살을 부정하는 망언은 결코 정치적인 문제가 아니다. 반인륜적이며 야만적인 부정을 정략적인 이유로 어물쩍 넘어가는 것은 다시금 이런 패륜과 폭력을 되풀이하게 만든다. 우리 삶이 왜 지옥 같을까. 이런 야만과 불의를 용납했기에, "여기서는 그래도 된다"고 생각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이미 벌써

  • [월요논단]다 잘 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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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요논단]다 잘 될 거야 지면기사

    고르디우스 매듭 떠오른 북미회담트럼프·김정은, 정해진 시간 쫓겨역사적 경험 반복·불쾌한 사실 전개한반도 평화는 '생존과 삶'의 문제 '노딜'이었지만 비핵화 피할 수 없어고르디우스의 매듭(Gordian Knot). 신화 등에 의하면 수레를 묶은 매듭을 푸는 자가 아시아의 지배자가 될 것이라고 했다. 수많은 사람들이 나섰지만 모두 실패하였다. 그리고 마침내 이를 해결한 자가 알렉산더 대왕이었다. 여기까지는 학설도 대체로 일치한다. 그러나 해결법을 두고는 의견이 다르다. 정설은 알다시피 칼로 매듭을 잘라버렸다는 것. 하지만 매듭을 고정하고 있던 못을 뽑아 끈의 실마리를 찾아 풀었다는 주장도 있다. 그 예언의 결과에 대한 해석도 다르다. 알렉산더 대왕은 예언대로 아시아의 지배자가 되었다. 하지만 매듭을 풀지 않고 끊어버린 탓에 그의 제국은 얼마 가지 못하고 분열되었다는 것이다.김정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의 하노이 회담을 보면서 고르디우스의 매듭을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았을 것이다. 단칼에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쪽과 복잡한 매듭의 일부라도 풀어내려는 쪽의 대결. 지금까지는 드러난 대로 미국은 일괄타결을, 북한은 단계적 해결방안을 선택하였다.이처럼 엇갈린 방안을 서로 선택한 것은 두 정상이 처해있는 위치와 직접 연계되어 있다. 탄핵위기와 내년 대통령 재선이라는 정치적 난제와 목표를 해결해야 하는 쪽은 트럼프 대통령이다. 강력한 제재로 주민들의 삶에 다가오는 악영향과 경제적 위기를 해결해야 하는 쪽은 김정은 위원장이다. 분명한 것은 모두가 정해진 시간 때문에 쫓긴다는 점이다.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도 김정은 위원장도 마찬가지이다. 하지만 그것이 북미 간의 대화가 단절되지 않고, 이어나갈 수 있는 현실적 조건이기도 하다. 회담의 결과는 '노딜'이었지만 반드시 해결해야 할 비핵화라는 과제를 피할 수 없다. 당장은 정치적 선택에 좌우될 수도 있으나 궁극적으로는 인류 전체를 위한 차원에서 해결되어야 할 과제인 것이다.돌이켜보면 이번에도 역사적 경험이 반복되고, 불쾌한 사실들이 전개되었다. 일본은 북미 간 회담의

  • [월요논단]민주주의 역사 부정도 범죄일 수 있다 - 여야 3당의  '5·18 특별법 개정안' 추진에 부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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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요논단]민주주의 역사 부정도 범죄일 수 있다 - 여야 3당의 '5·18 특별법 개정안' 추진에 부쳐 지면기사

    5·18 혐오표현 법적규제 첫 단추종편·유튜브서 왜곡 발언 쏟아져선동·전파 제한 차원 큰 의미예술·학문·역사진행 보도 등은위법성 인정안해 표현의 자유 고려23일 서울 청계광장에 전국에서 5천명이 모여 '5·18 망언 3인 퇴출'을 외쳤다. 16일 광주 금남로 집회 이후 두 번째였던 이날 집회에서는 5·18 왜곡 처벌 특별법 제정 등이 촉구됐다. 22일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3당 소속 의원이 5·18민주화운동을 부인·비방·왜곡·날조하거나 허위사실을 유포한 경우 처벌하는 '5·18민주화운동 특별법 일부개정법률안'을 공동 발의했다. 5·18 민주화운동을 부인하거나 왜곡하는 혐오표현에 대한 법적 규제의 첫 단추가 시작된 것이다. 혐오표현은 어떤 개인, 집단에 대하여 차별·혐오하거나 차별, 적의, 폭력을 선동하는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 사회에서도 혐오표현에 대한 규제를 찬성하거나 반대하는 의견이 맞서고 있다. 혐오표현은 다양한 방식으로 드러나고 크든 작든 해악을 끼친다. 그중 구체적인 행위를 촉발할 수 있는 증오선동을 사회적 해악이 가장 큰 혐오표현이라 할 수 있다. 국제적 기준에서도 증오선동은 금지대상이다. 일반적으로 표현의 자유와 사상의 자유를 고려해서 직접적인 선동이나 반복적이고 노골적인 선동을 담고 있는 혐오표현만 처벌 가능하다고 본다. 일부 인터넷커뮤니티, 종합편성채널 등을 무대로 5·18 민주화운동 등을 왜곡·날조하는 행위가 지속적으로 발생하자, 2013년부터 혐오표현 규제와 형사처벌이 논의되기 시작했다. 일제의 만행과 헌정파괴범죄와 같은 반인류 범죄를 부인하고 민주화 운동을 왜곡·날조하거나 5·18 민주화운동에 관한 사실을 왜곡하여 허위사실을 적시하는 경우에 처벌하자는 법안들이 발의된 적이 있었다. 이 법안들은 반인류 범죄의 부정을 처벌하는 역사 부정죄나 소수자에 대한 혐오표현 금지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었다. 특히 5·18 민주화운동에 관해서는 호남지역에 대한 차별과 연결되고 관련된 사실이 이미 법률적이고 사회적으로 확정됐다는 점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1994년 독일 정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