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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트북] 진심이 거짓되지 않으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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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트북] 진심이 거짓되지 않으려면 지면기사

    소설가 김애란은 부사라는 품사를 이렇게 이야기했다. "부사는 싸움 잘하는 친구에게 다가가 팔짱을 끼는 중학생처럼 과장과 허풍, 거짓말 주위를 알찐거린다." '정말', '제일' 따위가 다른 용언 앞에 쓰이는 예를 떠올려보니 어깨에 힘이 들어간 부사의 모습이 그려진다. 우린 이렇게 모자란 부사를 쓰면서 상대방에겐 진심이 닿길 바란다. 보통은 고맙고, 미안한 게 아니라 '무척' 고맙고, '진짜' 미안하다. 진심처럼 보이길 바라는 마음에서다.요즘은 진심처럼 보이는 일에 골몰하는 사람들이 눈에 띈다. 토론회를 두고 대통령선거 유력 후보들 간 다툼을 벌이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눈을 감게 된다. 이들은 각자의 진심보다 진심을 내보일 방법과 형식을 따진다. 유권자의 권리보다 중요한 건 자신의 유불리다. 글을 쓰기 전에 어떤 부사를 사용할지부터 고민하는 어리석은 꼴이다. 설 명절 연휴 첫날이었던 지난달 29일에는 (주)삼표산업 양주사업소 채석장에서 토사가 붕괴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 지점 아래에서 작업 중이던 노동자 3명이 20m 높이 토사에 깔렸다는 비보가 들려왔다. 이들은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삼표산업 대표이사 명의의 입장문이 발표됐다. 언제나 그렇듯 '깊이' 사죄드리고, 재발방지를 위해 '최대한의' 조치를 취하겠단다. 이들이 입장문에 담은 의지를 진심으로 믿고 싶지만, 의심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지난해 삼표산업 포천사업소와 성수공장에선 노동자들이 바위에 깔리거나 덤프트럭에 부딪혀 숨졌다. 당시에도 사측은 깊이 반성하고, 최대한 노력하겠다는 의지를 밝혔을 것이다.모두가 자신의 진심을 증명하길 원한다. 그런데 내용물은 없고 화려한 포장지만 남았다. 겉치레로 사람들을 현혹하려고만 한다. 진심에서 거짓이 엿보인다. 있는 그대로의 마음을 보여주고 실천으로 뒷받침하면 될 일을 어렵게 만든다. 당연한 이야기를 장황하게 했다. 그래야만 하는 현실에 살고 있자니 불편한 마음이 들어서 그랬다. /배재흥 사회교육부 기자 jhb@kyeongin.com배재흥 사회교육부 기자

  • [노트북] 아이들의 밥상은 누가 책임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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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트북] 아이들의 밥상은 누가 책임지나 지면기사

    나는 한 끼 이상은 꼭 밥과 국, 나물과 고기가 골고루 들어간 반찬으로 끼니를 챙기는 버릇이 있다. 어릴 적 맞벌이 가정이었지만 조부모님 덕에 소위 '집밥'이 익숙해진 탓이다. 당시만 해도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편식하면 안 된다", "혼자 있어도 꼭 밥은 챙겨 먹어야 한다"고 하면 잔소리로 들렸다. 지금 돌이켜 보면 그 덕에 균형 잡힌 식사의 필요성을 체득하게 됐다. 특히 혼자 살기 시작하면서 선배들이 먹고 싶은 메뉴가 뭐냐고 물으면 '한식'을 외치게 된 이유기도 하다.어릴 적 식사자리는 잔소리만 가득했다는 생각은 최근 아동들의 끼니 문제를 취재하면서 달라졌다. 맞벌이 가정이 늘고, 돌봄 사각지대에 내몰리는 가정 등에서 끼니를 제대로 챙기지 못하는 아동들이 늘고 있다. 아침을 거르는 것은 물론, 코로나19로 집에 혼자 있는 시간이 늘며 김밥, 햄버거 등으로 허기를 채우는 아동들이 빈번했다.이런 문제를 해결해야 하지 않겠냐고 지자체를 비판하자, 담당 여성 팀장조차 "저도 맞벌이 가정이에요. 집에 있는 제 자식들도 '결식아동'이나 다름없네요"라고 한탄했다. 돈이 없어서 못 먹는 아동들도 여전히 많지만 돈이 있어도 돌봄이 부재해서 못 먹는 아동들도 많은 게 현실이다.'밥상교육'도 문제다. 과거 부모로부터 배우는 밥상교육이 아니라, 내가 오늘 균형 잡힌 식사를 했는지, 대충 허기만 채웠는지 스스로 깨우치는 시간이 거의 없다. 한 아동단체 관계자는 정부가 주는 '아동급식카드'가 정말 무책임하다고 토로했다. 그냥 카드만 던져주고, '알아서 먹으라'는 정책은 사실상 아동들의 끼니 문제를 방관하는 것이라는 쓴소리였다."나 때는 다 혼자 챙겨 먹고 그랬다"는 인식은 이제 버려야 한다. 사회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법을 고민해야지, 우리도 그랬으니까 하며 정체해서는 어떤 변화도 가져올 수 없다. 아동의 끼니를 책임지겠다는 정부, 여전히 후자의 생각에 머물지 않는지 반성해야 한다. /신현정 정치부 기자 god@kyeongin.com신현정 정치부 기자

  • [노트북] '운'이 좋아 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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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트북] '운'이 좋아 살았다 지면기사

    "오늘 내가 있는 이 현장에서 타워크레인이 무너지느냐, 다음에 무너지느냐 그 차이뿐이다."지난해 4월 인천 부평구의 한 건설 현장에서 만난 소형타워크레인 조종사의 한숨 섞인 말이다. 이들이 일하는 건설 현장에서는 국토교통부가 안전성을 이유로 등록 말소한 소형 타워크레인 기종이 버젓이 사용되고 있었다. 이 기종은 크레인 마스트(기둥) 주요 부분 용접 불량으로 판단 위험성이 확인됐고, 쇠밧줄과 이를 감는 용도의 드럼이 안전 기준에 미달했다. 노동자들은 "공사기간을 맞추기 위해서 안전은 뒷전으로 밀려나니 노동자 목숨은 사실상 '운'에 달린 것"이라며 "이 바닥에선 평소 알고 지낸 이들이 타워크레인 붕괴로 생을 달리했다는 소식을 듣는 게 일상"이라고 했다. 이로부터 2달 뒤 건설현장에서는 모두가 예상했던 사고가 발생했다. 타워크레인 쇠밧줄이 1t가량의 거푸집을 인양하던 중 30m 상공에서 끊어졌다. 철제 자재들이 쏟아진 지점에서 불과 10m도 되지 않는 곳에서 노동자들이 작업 중이었다.27일 시행되는 중대재해처벌법은 기업의 손익계산에 외면받는 노동자의 안전을 도외시하지 않겠다는 취지로 마련됐다. 안전관리 의무를 다하지 않은 사업자와 경영책임자에게 책임을 묻고 작업 현장 내 사망·부상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사업자의 안전 확보 등 권한 범위를 두고 법 해석이 모호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러나 기업과 기관에서 법 시행에 맞춰 수많은 대책을 마련하는 등 이전보다 산업재해에 대한 경각심을 높였다는 점은 명확하다. 이천 물류 공사장 화재부터 최근 발생한 광주 신축 아파트 붕괴, 평택 냉동 물류창고 공사장 화재는 이미 여러 차례에 걸쳐 안전 문제가 지적됐었다. 큰 사고가 발생하기 전 사전 징후가 있었지만 기업들은 이를 외면했다. 안전사고로 기업에서 떠안아야 할 손실이 커진다면 적어도 사전에 감지한 위험 요소를 안일하게 내버려두는 일은 줄어들지 않을까. 중대재해처벌법이 노동자의 안전보다 비용을 우선시하는 기존의 의식을 바꾸는 계기가 되길 희망한다. /박현주 인천본사 정치팀 기자 phj@kyeo

  • [노트북] 순직과 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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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트북] 순직과 위문 지면기사

    최근 공군 10전투비행단 소속 조종사 심정민(29) 소령이 순직하는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했다.고(故) 심 소령은 지난 11일 KF-5E 전투기 추락으로 순직했다. 군의 조사에서 상승 도중 전투기에 경고등이 켜졌고, 이후 조종계통결함도 발생하면서 급강하한 걸로 나타났다. 심 소령은 급하게 'Ejection(비상탈출)' 콜을 2번 했지만 항공기 진행 방향에 다수의 민가가 있어 이를 회피하기 위해 비상탈출을 시도하지 않고 조종간을 끝까지 잡았던 것으로 조사됐다.민간인을 보호하겠다는 그의 희생이 채 10일도 지나지 않았는데, '위문편지'를 두고 온라인이 시끌하다.선택할 수 있는 봉사활동 중 하나로 쓴 위문편지에서 군인을 향한 조롱이 담긴 메시지가 담기면서 논란이 됐는데, 위문편지가 '성차별'적인 요소이자 '시대착오'라며 재확산하는 모양새다. 이미 청와대 국민청원, 교육청 청원 등 각종 청원으로 위문편지를 폐지하자는 목소리가 나왔고, 일부 시민단체는 현수막도 걸며 목소리를 높인다.일부의 시각과 달리, 위문편지는 미국·프랑스 등 외국에서도 흔하게 볼 수 있는 군인을 향한 감사함을 표현하는 방법 중 하나라는 의견도 있다. 우리나라는 남성만 징병대상이라, 직업군인을 제외하곤 남성의 비율이 높지만 외국에선 여성 군인도 많다. 또 쓰는 주체도 아이부터 가족단위까지 다양하다. 구글에서 'write to soldiers' 정도만 검색해도 상당히 많은 편지를 볼 수 있다. 게다가 우리나라에서도 여학생뿐 아니라, 남학생도 선택에 따라 쓰고 있다.편지는 하나의 수단일 뿐, 감사함을 전할 방법은 많다. 위문편지 그 자체를 두고 왈가왈부하기보다 민가를 피하기 위해 끝까지 조종간을 놓지 않은 군인을 향해 마음속으로나마 감사함을 전하는 게 어떨까. /김동필 사회부 기자 phiil@kyeongin.com김동필 사회부 기자

  • [노트북] '적당히 어긴' 건설현장, 떨고 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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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트북] '적당히 어긴' 건설현장, 떨고 있니? 지면기사

    기자로 일하기 전인 9년 전쯤 해외 한 건설현장 관리자로 근무할 때의 이야기다. 건축물 벽체 안에 들어갔어야 할 자재가 일부 빠진 채 시공된 걸 뒤늦게 알아차린 적이 있다. 재시공하면 공기(공사 기간)가 1주일가량 늘어나는 상황이다 보니 임의로 다음 공정을 강행했었다. 이후 감리자가 현장을 찾을 때마다 심장이 떨릴 만큼 불안해하다 결국 뒤늦은 재시공으로 공기를 2주일가량 늦췄던 기억이 난다.건설현장엔 각 공정마다 꼭 지켜야만 하는 여러 기준이 있다. 새로 타설된 콘크리트가 충분한 강도를 형성하기까지 기다려야 하는 '양생기간', 그 기간 동안 콘크리트를 감싸고 받쳐 주는 거푸집과 동바리(비계)의 '해체기간'등. 이런 기준을 어겨서 시공하면 대형 사고 발생은 물론 인명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 반대로 기준을 '적당히 어겨서' 시공하면, 다른 이유로 늘어난 공사기간을 상쇄시킴으로써 자칫 발생할 뻔했던 비용 증가를 막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막내 기자 때 찾아간 한 건설현장에서 들었던 말이 떠오른다. "각 공정별 기준 대부분은 너무 불필요할 만큼 엄격하게 세워져 있어서 어느 정도 '적당히 어기는' 수준은 건물 안전에 문제가 없다"는 말이었다.지난 11일 광주의 39층짜리 한 아파트 신축 현장에서 16개 층 일부 구조물이 무너져 내리는 끔찍한 사고가 발생했다. 아직 다 마르지도 않은 꼭대기 층 슬래브와 거푸집 등을 받치고 있었어야 할 동바리가 해체돼 있었고, 양생기간을 임의로 줄여 상부층 콘크리트 타설을 강행한 점 등이 사고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괜찮겠지"라거나 "이 정도로 건물 안 무너져"라는 시공 관리자의 안일한 생각이 사고를 불러왔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사고 발생 전 그 시공 관리자는 9년 전 나처럼 불안해하며 심장이 떨렸을까. 중요한 건 이번 광주 붕괴사고 현장처럼 '양생기간', '해체기간' 등을 어긴 채 시공해 심장을 벌벌 떨고 있을 전국의 다른 건설현장 관리자가 적지 않을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든다는 것이다. /김준석 사회부 기자 joonsk@kyeongin.c

  • [노트북] '헌혈 정년' 김철봉 할아버지의 뜻을 잇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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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트북] '헌혈 정년' 김철봉 할아버지의 뜻을 잇자 지면기사

    "나는 아직 헌혈할 수 있을 정도로 건강한데 이제는 나이 때문에 못한다고 하네요."지난 10일 헌혈 정년(만 70세)을 맞은 김철봉 할아버지와 전화 인터뷰를 하면서 들은 말 중 가장 기억에 남는 말이었다. 김 할아버지의 목소리에서 헌혈에 대한 진심을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김 할아버지는 31년 동안 484차례나 수혈이 필요한 환자를 위해 자신의 피를 뽑아줬다. 보름에 한 번씩 꾸준히 헌혈한 그가 나눠준 혈액은 242ℓ에 달한다. 세상에 태어났으면 무언가는 남기고 가야 한다는 김 할아버지의 신념이 만든 결과물이었다. 김 할아버지에게 헌혈은 일상이었고, 그의 일상 덕분에 수많은 생명을 지킬 수 있었다.김 할아버지는 헌혈을 시작한 뒤 남을 도울 수 있다는 것에 행복감을 느꼈다고 한다. 앞으로 많은 사람이 자신처럼 헌혈에 꾸준히 동참해 자신과 같은 기쁨을 느끼길 바란다는 마음을 전하기도 했다.하지만 김 할아버지의 바람과 다르게 현실은 녹록지 않다.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수술 등으로 혈액이 필요한 사람은 많아지고 있으나 헌혈에 참여하는 사람은 해마다 줄고 있다. 혈액사업통계를 보면 국내 헌혈자 수는 2019년 261만여명, 2020년 243만여명, 2021년 241만여명으로 매년 감소하는 추세다. 특히 1~2월이 되면 '헌혈 한파'는 더욱 심해진다. 헌혈의 주축은 고등학생과 대학생 등 10~20대 연령층인데, 겨울방학과 명절 연휴가 있는 1~2월에는 이들의 헌혈 참여율이 떨어져 혈액 보유량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그렇기에 30대 이상 중장년층의 헌혈 참여가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김 할아버지가 헌혈을 시작한 나이는 39세였다. 그는 조금 더 젊었을 때 헌혈을 시작했다면 지금보다 많은 사람을 도와줄 수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코로나19로 혈액 수급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지금 김 할아버지의 뜻을 이어 잠시 시간을 내 헌혈의집을 찾아가는 건 어떨까. /김태양 인천본사 사회팀 기자 ksun@kyeongin.com김태양 인천본사 사회팀 기자

  • [노트북] 앞서간 자녀를 위한 어머니들의 행진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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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트북] 앞서간 자녀를 위한 어머니들의 행진곡 지면기사

    내 휴대전화엔 엄마가 여럿이다. 기자생활을 하며 수집한 전화번호 1만6천965개 중 '어머니', '엄마'로 저장한 취재원은 45명.기자가 되기 전엔 친구들의 엄마 전화번호가 다였다. 연락처 찾기에서 검색된 어머니는 코치에게 폭행당한 딸을 둔 피겨 스케이팅 꿈나무 OO이의 엄마, 세월호 참사로 자녀를 잃은 엄마들, 용균이 엄마 김미숙 사단법인 김용균재단 대표, 시민단체 '정치하는엄마들'을 비롯해 다양했다.휴대전화에서 엄마를 검색한 이유는 '아들을 이어사는 어머니'로 명명된 고 이한열 열사의 어머니 배은심 여사의 번호가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배 여사 전화번호는 없었다.배 여사는 지난 9일 세상을 떠났다. 1987년 6월9일, 전남 화순군에서 5남매를 키워낸 시골 아주머니였던 배 여사의 역할이 민주투사로 바뀌었다. 이한열 열사는 6·10 대회 출정을 앞두고 '범연세인 총궐기 대회'에 참여했다가 캠퍼스 앞에서 최루탄을 맞고 한 달 만에 숨졌다.자식이 부모보다 먼저 숨졌다. 순리에 어긋나는 역리다. 잊지 않겠다는 구호를 아무리 외쳐도 자식 잃은 어머니가 겪은 역리를 뼛속까지 기억하는 사람은 없다. 이한열 열사는 중학교 2학년 때 1980년 광주를 경험했다. 그 이후 전두환과 노태우의 이름만 들어도 눈빛이 달라졌다고 한다. 배 여사 입장에선 국민에게 총부리를 겨눈 독재자보다 아들의 매서운 눈빛이 더 걱정스러웠을 것이라고 감히 말해본다.결국 아들은 학우들을 지키는 소위 '소크(SOC·전위대)' 역할을 맡아 5공화국 독재 정부의 전투경찰과 맞섰다가 숨졌다. 그의 죽음은 민주화의 도화선이 됐다. 자유로이 말하고 어디에나 모일 수 있기를 소망하다 앞서서 간 아들의 뒤를 배 여사가 따라갔다.스마트폰 속 연락처에 남겨진 어머니들은 자식을 잃은 상실의 아픔을 삶의 동력으로 되돌려 다시는 자기 자신처럼 자식 잃는 엄마가 없는 세상을 위해 살아가고 있다. 누군가의 엄마라는 이름으로 저장되는 전화번호가 더는 없었으면 좋겠다. 그게 안 된다면 더디고 천천히 늘어났으면 한다. /손성배 기획콘텐츠팀 기자

  • [노트북] 여자아이스하키 저변 확대 적극 나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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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트북] 여자아이스하키 저변 확대 적극 나서야 지면기사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은 남북단일팀을 구성해 경기에 나섰다.남북단일팀을 구성하는 과정에서 일부 우리나라 여자 대표팀 선수가 단일팀이 되면 경기에 출전하지 못하는 선수가 생길 수 있다는 등 불만을 제기하기도 했지만 결국 정부의 의지대로 팀은 구성됐다. 올림픽에서 남북단일팀은 5전 전패를 기록해 좋은 성적을 거두지는 못했다. 하지만 국민의 뇌리에 여자 아이스하키의 존재는 깊게 박혔다.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남북단일팀의 존재가 잊힐 무렵 수원시는 그해 12월 수원시청 여자 아이스하키팀 창단식을 열며 주위를 놀라게 했다. 국가대표 여자 아이스하키팀 선수들이 올림픽 이후에도 안정적으로 훈련할 수 있는 여건을 제공하겠다는 게 창단 이유였다. 창단식에는 도종환 당시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까지 참석해 실업팀을 창단한 수원시에 감사를 표했다.수원시는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을 앞둔 2018년 1월부터 여자 아이스하키팀 창단을 준비했다. 선수단을 수원시청으로 초청해 환영행사도 열고 감독도 선임하는 등 창단을 위해 많은 준비를 했다.그러나 2022년 현재 한국에서 여자 아이스하키의 저변은 수원시청팀이 창단된 2018년과 비교해 변한 게 없다. 실업팀은 아직도 수원시청팀이 유일하고 코로나19로 경기 참여도 어려워졌다. 염태영 수원시장이 제안했다던 한·중·일 여자 아이스하키리그 창설 소식도 감감무소식이다. 수원시의 의지로 팀은 만들어졌지만, 주변 환경은 시의 의지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여자 아이스하키가 여전히 활성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팀 창단에 주도적 역할을 한 염태영 시장의 임기가 올해 끝난다는 점도 아쉽다.수원시청 여자 아이스하키팀 창단이 정치적 산물이 아니었다는 것을 증명하려면 수원시, 팀을 위탁 운영하는 수원시체육회, 대한아이스하키협회, 문화체육관광부 등 관계 기관 모두 여자 아이스하키 저변 확대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노력을 해야 한다. /김형욱 문화체육팀 기자 uk@kyeongin.com김형욱 문화체육팀 기자

  • [노트북] 사생활 보호와 양육권 사이에 선 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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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트북] 사생활 보호와 양육권 사이에 선 법원 지면기사

    "사적 제재가 제한 없이 허용되면 개인의 사생활이나 인격권을 침해할 수 있다." 지난해 12월23일 양육비 미지급자 신상을 공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배드파더스 대표활동가 구본창씨에 대해 항소심 재판부가 내린 선고 내용이다. 법정에서는 탄식이 새어나왔다. "이게 사법부냐.", "말도 안 된다." 방청석을 가득 메웠던 양육비 미지급 피해자들은 퇴정하는 내내 재판부에 날을 세웠다.법 심판은 때로 국민 법 감정과 괴리가 크다. 실제로 배드파더스는 지난 3년간 국가가 손 놓고 있던 '양육비 문제'를 공론화했다. 배드파더스 대표활동가 구씨가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당하는 위험을 감수한 결과이기도 하다. 구씨는 항소심 최후변론에서 소신 발언을 이어갔다. "아동 양육비는 생존권입니다. 필리핀 코피노 가정 중 양육비 미지급으로 힘들어하는 이들을 보며 마음이 아팠습니다. 한국에도 양육비 미지급 피해 아동이 많습니다. 배드파더스를 통해 이러한 아이들을 도왔기에 후회는 없습니다."항소심 재판부 판단은 달랐다. 항소심 재판부는 배드파더스 활동을 일종의 '사적 구제'라고 해석했다. 벌금 100만원 선고를 유예키로 했지만, 1심 재판부에서 배드파더스의 '공익성'을 강조하며 무죄 판결을 낸 것과는 상반된다.아쉬움이 컸다. 그간 배드파더스 활동으로 양육비를 지급한 사례만 총 1천여건을 웃돈다. 하루에 1건의 양육비 미지급 문제를 해결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하지만 신상을 낱낱이 공개하지 않았다면 배드파더스는 운용의 묘를 발휘할 수 있었을까. 배드파더스는 어떠한 합법적인 제도보다도 즉각적인 효과를 냈다. 그 결과 정부가 양육비 미지급 문제에 관심을 가졌고 실제로 제도 시행을 이끌어냈다.구씨는 이제 대법원 판단을 앞뒀다. 구씨는 양육비 미지급자들의 고소 고발에 시달려왔다. 그럼에도 '아동 생존권'을 위해 힘써왔다. 합법적인 제도 안에서 해결하지 못했던 일을 개인이 해낸 셈이다. 3년간 싸움의 종지부를 찍게 될 대법 판단을 지켜보겠다. /이시은 사회

  • [노트북] 내년은 '다사다난'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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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트북] 내년은 '다사다난'하길 지면기사

    한 해를 마무리할 때는 '다사다난'(多事多難)이라는 사자성어를 사용한다. 올해 대한민국은 다사다난과는 거리가 있었다. 올해를 수식할 만한 단어를 꼽으라면 단연코 '코로나19'가 모두의 입에서 나올 게 분명하다.이른바 코시국(코로나19 시국) 2년 차에 접어들면서 다사다난할 일은 비대면 세계에서만 이뤄질 뿐 모임과 취미생활도 거리두기에 막혀 최소한으로만 진행되고 있다. 지루하고 일원화된 일상은 한계점에 다다랐고, 참다못한 국민의 아우성은 여기저기서 쏟아져 나왔다.일상회복의 시작점이었던 지난 11월 정부의 '위드 코로나' 정책은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자 다시 강력한 방역조치로 돌아섰다. 이에 자영업자들은 또다시 울상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정부의 이러한 행보에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100차 백신 접종은 언제냐", "1인 이상 집합금지를 해야 한다"와 같은 비아냥까지 나오는 실정이다.이처럼 국민들은 몸과 마음이 지칠 대로 지친 상태로 국민들은 임인년(壬寅年) 새해를 맞을 준비를 하고 있다. 내년에 계획된 일정만 보면 그야말로 다사다난이라는 단어가 어울린다.다가오는 3월 대통령 선거에 이어 6월에는 지방선거가 치러지며 2월 베이징 동계올림픽, 9월 항저우 아시안게임과 11월 카타르 월드컵까지 국민들을 웃고 울릴 굵직굵직한 이벤트가 기다리고 있다.이 이벤트가 국민들의 관심 속에서 성공적으로 치러지기 위해서는 코로나19라는 큰 벽을 먼저 넘어서야 한다. 국민이 코로나19로 시름 한다면 국가의 명운을 결정할 선거도, 온 국민이 단합할 기회인 스포츠대회도 국민의 관심 밖으로 밀려날 게 뻔하다. 정부가 이 위기 해결에 앞장서며 국민을 보듬을 때 비로소 다사다난이라는 단어가 2022년을 수식할 것이다.내년 이맘때쯤엔 한 해를 돌아보며 "올해는 참 다사다난했다"고 말할 수 있길 바라본다. /변민철 인천본사 사회팀 기자 bmc0502@kyeongin.com변민철 인천본사 사회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