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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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 지역사회란 무엇인가 지면기사
지난 3일 저녁 10시 안산의 한 장례식장 앞. 심호흡을 두어 번 하며 떨리는 마음을 덜어낸 뒤, 비로소 빈소로 걸음을 옮겼다. 7시간 전쯤 발달장애인 형제를 홀로 키우던 60대 남성이 숨진 채 발견됐다. 가족에게 이 아버지의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 최근 발달장애인 자녀가 속한 가정의 비극이 되풀이되고 있던 터였다.아직 조문객을 맞을 준비가 되지 않았던 빈소에는 이미 안산지역 장애인단체 관계자들이 찾아와 자리를 지켰다. 이 중에는 발달장애인 형제의 아버지와 오랜 시간 알고 지낸 사람들도 있었다. 60대 남성의 가족과 지인은 그가 평소 두 형제를 돌보며 힘들어했던 기억을 꺼냈다. 이들은 남성을 먼저 떠나보낸 안타까움과 슬픔, 죽음을 막지 못했다는 자책감을 토로했다. 남은 형제에 대한 걱정도 함께였다.두 형제의 소식을 다시 듣게 된 건 2주 정도 지난 후였다. 빈소에서 만난 장애인단체 관계자에게 전화를 걸어 형제의 근황을 물었다. 이 관계자는 지역사회가 형제의 '자립'을 돕고 있다고 전했다. 안산지역의 몇몇 장애인단체는 형제를 도울 민간영역의 '사례지원팀'을 구성했고, 안산시는 형제가 받을 수 있는 최대한도의 활동지원 시간을 자체 예산으로 투입해 '24시간 지원'이 가능한 토대(6월23일자 7면 보도)를 만들었다.안산 지역사회는 이들 형제의 자립을 돕는 행위를 '사회적 책임'으로 받아들였다. 발달장애인 자녀를 살해하거나 그 부모가 극단적 선택을 하는 비극은, 부모에게 과도한 돌봄 부담을 지우는 구조적 문제에서 비롯된다는 문제의식이다. 부모의 부재에도 발달장애인 자녀가 온전한 삶을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지역사회의 강력한 의지가 발현된 움직임이다.저마다의 사정으로 돌봄을 포기한 다른 가족 대신, 지역사회가 두 형제를 품어보겠다고 한다. 초연결사회를 살아가는 지금 이 시대에, 새삼 지역사회의 의미를 되새긴다. 이웃의 안위를 생각하는 존재가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다는 게 참 다행스럽게 느껴진다. 이렇게나마 지역사회란 이름에 쌓인 먼지를 털어낸다. /배재흥 사회교육부 기자 jhb@ky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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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 경기도 청년 정책에 대해 지면기사
수시 전형으로 대학에 진학했을 때, '참 운이 좋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졸업 후 취업이 주목적인 특성화고교에서 대학 진학은 쉽지 않았다. 특성화고에서는 대부분 취업을 준비하기에, 야간자율학습도 없었고 고3 때까지도 상당수 수업은 실기 수업이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뒤늦게 취업이 아닌, 대학 진학으로 진로를 바꿨을 때 앞이 막막했다.대학 진학의 문은 정말 좁았다. '특성화고 특별전형'으로 대학 진학을 준비했는데, 지원할 수 있는 학교도 제한적이었고 선발인원도 한 학과에 1~2명에 불과했다. 수능으로 3년 동안 공부한 이들을 뛰어넘을 수 없는 현실에서 사실상 해당 전형으로만 진학할 수 있었다. 고교시절 내내 컴퓨터그래픽 등 디자인 분야만 배웠는데, 대학에 들어가 적응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생각할 겨를도 없었다.인생은 선택의 연속인데, 그 선택에 따라 주어지는 기회는 천차만별이다. 대학 진학을 결정하기까지도 많은 시간이 필요했던 이유이기도 하다. 물론 운 좋게 하고 싶은 일을 일찌감치 찾은 사람이라면 인생계획을 차근차근 짜면서 나아갈 수 있다. 이 과정에서도 계획이 틀어지는 등 변수가 생기는데, 꿈을 찾지 못한 이들은 선택 하나하나에 신중할 수밖에 없다.'열심히 공부해서 좋은 대학에 가고 직장에 취업해서 결혼한다'는 우리 사회의 암묵적인 '룰'이다.중간에 무언가를 꿈꾸며 마음 놓고 '내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일까?' 고민할 수 있는 시간은 충분치 않다. 1~2년의 공백기만 있어도 "쉬는 동안 뭘 했어요?", "공백기가 긴데, 이때는 무엇을 했나요?"라는 면접관 질문을 넘어서야 하고, 그러려면 그 답을 위해 또 무언가를 해야 한다. 일반적인 취업준비생이 선뜻 꿈을 찾기 위해 시간을 할애하기 어려운 현실이다.민선 8기 경기도정을 이끌 김동연 도지사 당선인이 '경기청년 갭이어(Gap year)' 정책을 내놨을 때,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 것도 이 때문이다. 갭이어 정책은 청년들한테 쉴 틈을 주고 사회에서 내가 무엇을 잘할 수 있을지 찾을 '기회'를 준다는 취지다. 본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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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 청년에게 관심 있는 '척' 지면기사
"청년에게 관심 있는 척 좀 하지 마세요."6·1지방선거 인천 시장 후보로 나섰던 한 20대 청년은 '경쟁했던 후보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묻자 이같이 답했다.노동운동가 출신의 이 후보는 노동조합 시위 현장보다 더 치열하고 교묘했던 선거전에서 청년을 바라보는 기성 정치인들의 관점을 체감했다고 한다.전·현직 인천시장 후보들은 임기 중 자신의 청년 정책을 성과로 내놓았고, 일자리와 주택·복지·문화 등 셀 수 없는 정책을 나열하며 2030 세대 표심잡기에 열중했다.보수든, 진보든 상관없이 후보들이 내놓은 많은 공약은 청년과 연관된 정책으로 귀결됐다. 그렇게 청년에게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하겠다던 이들은 정작 젊은 후보의 TV 토론회 참석에 대해서는 반대 의사를 밝히며 청년이 마이크 잡을 기회를 주지 않았다.기존 정치판은 여전히 젊은 정치인을 반기지 않는다. 문제는 청년 정치를 배제하는 기성 정치인의 시각이 '청년에 대한 무관심으로 이어지지 않을까'하는 것이다.선거가 끝난 지 20여 일이 지나고 민선 8기 인천시장직 인수위원회는 유정복 당선인의 공약을 이행하고 현안을 해결하기 위한 밑그림을 그리고 있다. 그러나 유 당선인이 '청년에게 희망과 맞춤형 일자리를 제공하겠다'고 발표한 공약 이행 방안 관련한 이야기는 부족하다. 지역 경제와 환경, 교통, 원도심 활성화 등 다양한 현안을 두고 활발하게 논의하는 것과 비교된다.청년 문제는 중앙 정부만의 과제가 아니다. 시민의 삶과 맞닿아있는 지방자치단체의 역할이 중요해지고 있어서다. 민선 8기 인천시가 청년 정책을 구상하는 데 많은 관심을 두고, 지역 청년의 짐을 덜어주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하길 기대한다. /박현주 인천본사 정치부 기자 phj@kyeongin.com박현주 인천본사 정치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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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 Korean Pale Blue Dot 지면기사
1977년 9월5일, 미국 플로리다주에선 보이저 1호가 발사됐다. 발사 45년이 지난 현재도 보이저 1호는 태양으로부터 약 233억1천만㎞ 떨어진 성간 우주에서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이상이 발견됐다고 한다. 안테나를 항상 지구 방향으로 유지하게 만드는 장치에서 판독값과 실제 위치가 일치하지 않는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아직 정확한 원인은 알려진 건 없지만 태양계 밖인 성간 우주에서 보이저1호는 고에너지 우주방사선을 받는데, 이 과정에서 문제가 생겼을 가능성도 있다. 보이저 1호는 칼세이건의 저서에 나오는 유명한 말인 'Pale Blue Dot'(창백한 푸른 점)의 사진을 찍었다. 1990년 태양계를 벗어나기 직전, 명왕성 근처 우주공간에서 지구를 조준해 사진을 찍은 것이다. 이 사진을 두고 칼세이건은 "우리가 아는 유일한 보금자리인 창백한 푸른 점을 소중히 보존하는 게 우리의 의무임을 강조한다"고 표현했다. 넓은 우주 속 희미하면서 빛나는 작은 점 사진을 볼 때면 절로 겸손한 마음이 들곤 한다.굳이 우주가 아니더라도 지구 내에서도 창백한 푸른 점을 볼 수 있다. 도시에선 드물지만, 교외로 떠나 밤 하늘을 올려다 보면 무수히 많은 창백한 점들이 보인다. 저 멀리 떨어진 별, 그리고 세계 곳곳에서 올려보낸 인공위성이 그 주인공이다. 얼핏 보기에 구분하기 어려울 수 있겠지만, 별과 달리 인공위성은 비교적 빨리 움직이는 점에서 차이를 보인다. 반가운 봄비를 뒤로하고 누리호 2차 발사가 다가왔다. 1차 발사와 달리 이번엔 우리나라 상공에서 보일 4개의 창백한 점이 될 큐브위성도 탑재됐다. 이 큐브위성들은 미세먼지나 지구 대기 상황을 관측하는 임무를 맡고 지구를 돌게 된다. 세계 7번째로 독자적인 우주수송능력을 갖추길 기대한다. /김동필 경제산업부 기자 phiil@kyeongin.com김동필 경제산업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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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 '특례시' 없는 특례시 인수위 지면기사
6·1 지방선거로 4년 만에 새로운 지방자치단체장이 뽑히고 일부는 오랜만에 당선인 당적이 바뀌는 정권교체가 일어나기도 했다. 저마다 새로운 기대감으로 민선 8기를 준비하고 있다. 경기도 내 수원시, 고양시, 용인시는 유독 기대감이 크다. 지난 1월 역대 최초 '특례시'란 명칭과 그에 상응한 행정 특례를 얻을 제도가 시행돼서다.각 3개 지역 특례시장 후보들도 자신이 당선되면 "특례시 원년이 될 것"이라고 선거 기간 내내 외쳤다. 하지만 오는 7월 민선 8기 출범을 앞둔 각 특례시장직 인수위원회에 '특례시'는 아직 보이지 않는다. 관련 TF를 인수위 내 별도로 꾸렸거나 당선 소감에서 특례 권한 확보 등을 강조한 특례시장 당선인은 없었다. '일자리·기업', '교통·개발', '교육·문화' 등 공약 이행도 중요하지만 각 당선인들이 선거 기간 강조한 특례시 원년 실현을 위해선 올해가 '골든타임'일 수 있다. 특례시란 이름에 걸맞은 특례 권한을 확보하려면 이들 3개 지자체가 정부에 요구한 383개의 단위사무를 이양받아야 하는데 그 과정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울 정도로 험난하다.기초지자체가 광역지자체와 자율적 기구를 만들어 특례 권한 이양을 논의할 수 있도록 하는 법적 내용이 있는데도 정작 같은 법안에서 '100만 이상 대도시(특례시)'는 '법률에 따라' 특례를 두도록 해 결국 일일이 국회 문턱을 넘어야 하는 모순적 구조 때문이다. 이에 특례시 명칭을 얻은 지 벌써 6개월이 지났지만 383개 단위사무 중 10개도 채 이양하지 못했다.골든타임일 수 있는 올해를 넘겨 특례시란 이름이 잊히지 않게 하려면 서둘러야 한다. 창원시장까지 포함해 4개 특례시장으로 구성된 대한민국특례시시장협의회에 곧 들어갈 각 특례시장 당선인들이 4개 지역만 한정하지 말고 전국 50만명, 100만명 이상 대도시를 모두 아우른 단체를 꾸리고 국회 전반에 공감대를 심어 '진짜 특례시 원년'의 물꼬를 터야 한다. /김준석 사회교육부 기자 joonsk@kyeongin.com김준석 사회교육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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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 7호선 청라연장선 공사와 소상공인의 절규 지면기사
"코로나19 사태 2년도 대출을 받아가며 힘들게 버텼는데, 더는 버틸 힘이 없습니다."인천 서구의 주요 번화가로 자리잡고 있는 청라 '커널웨이' 주변 상가 건물에서 최근 열린 서울 도시철도 7호선 청라국제도시 연장 3공구 건설공사 사업설명회장은 이 일대 소상공인들의 성토장이었다.서울 도시철도 7호선 청라 연장사업은 서구 석남동부터 청라국제도시역까지 10.7㎞ 구간에 정거장 7개를 신설하는 것으로 주민들은 물론이고 커널웨이 일대 소상공인들의 기대감도 크다. 도시철도 연장에 따른 청라 주민의 교통 편의 증진과 외부 인구 유입은 소상공인들에게 있어서도 긍정적인 요소다.문제는 커널웨이 일대 상인들이 영업하는 구역에 지하철역 출입구 등 지하철 정거장 공사가 약 5년간 진행된다는 것이다. 가게와 4m 정도 떨어진 곳에는 총 6m 높이의 방음벽과 분진망이 설치되고, 커널웨이의 가장 큰 장점인 수변공원이 임시 폐쇄된다는 점을 상인들은 우려한다. 코로나19 암흑기를 딛고 새 출발을 하려는 상인들에게는 날벼락 같은 소식인 셈이다.사업 발주처인 인천시 도시철도건설본부도 난감하기는 마찬가지다. 공익사업으로 생기는 영업 손실에 대한 보상은 법률적 근거가 없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방음벽에 특색 있는 디자인을 넣는 등 미관을 개선해 피해를 최소화하겠다고 밝혔지만 상인들의 반응은 긍정적이지 않다.지난 2년 동안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로 힘겨워하는 많은 소상공인을 만나 취재를 했다. 그렇기에 커널웨이 일대 상인들의 절실함이 더욱 크게 다가왔다. 이대로 별다른 대책 없이 공사가 진행된다면 매출 감소를 이겨내지 못하고 영업을 포기하는 상인들이 생겨날 수 있다. 인천시 도시철도건설본부가 나서 인천시 소상공인 관련 부서, 상인들이 함께하는 논의의 장을 만들고, 실질적인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 /김태양 인천본사 사회교육부 기자 ksun@kyeongin.com김태양 인천본사 사회교육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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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 선거의 추억 지면기사
2000년 제16대 국회의원 선거 당시 수원시 팔달구 인계동 신반포 한신아파트에 살던 한 소년은 재선에 도전한 지역구 국회의원에게 종합장 노트를 들이밀었다. 단지 안에 그의 아버지 남평우가 만들었다는 약수터가 있었다. "국회의원 아저씨, 사인 해주세요." 지역구 국회의원은 노트에 이렇게 적었다. '큰 사람이 되세요. - 15대 국회의원 남경필'.22년이 지난 지금까지 강렬하게 남아있는 '선거의 추억'이다. 남경필은 내리 5선을 하고 민선 6기 경기도지사를 지냈다. 그는 2014년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김진표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후보에게 '3무(無) 선거'를 제안한다. 2014년 세월호 참사 채 두 달이 안 돼 치러진 지선에서 남경필은 유세차와 로고송, 네거티브 없는 차분하고 깨끗한 선거를 하자고 제안했다. 이 제안을 김진표는 '3필(必) 선거'로 응수했다. 김진표의 3필은 정책토론과 인물검증, 알 권리였다.6·1 지방선거가 끝났다. 로고송을 튼 빈 유세차가 거리 곳곳을 누볐고, 상대 정당과 경쟁 후보에 대한 음해성 네거티브는 여전했다. 정책토론보단 얼기설기 엮은 과거에 대한 해명 요구와 빈약한 근거의 '카더라식' 인물검증이 유권자의 알 권리를 감췄다. 이런 마당에 누가 일주일 전 선거가 아름다웠다고 평가할 수 있겠는가.승자와 패자만 남았다. 기호 1번 '따봉'(Ta bom)과 기호 2번 '브이'(V)의 격돌만 거셌다. 도지사 선거는 똑똑한 부엉이가 가까스로 엄지를 세웠고, 31개 기초단체장 선거에선 붉은색 브이가 따봉 시대를 자르는 가위 역할을 했다.민선 7기 경기도는 새로워지고 공정하려고 노력했다. 민선 8기는 '기회가 넘치는 경기'를 지향한다. 좋으면 크다는 말은 성립되지 않지만, 대개 크면 좋다고들 한다.향후 4년은 똑똑한 부엉이가 약속한 대로 기회가 넘치는 경기도여야 한다. 똑똑한 부엉이는 내가 아는 부엉이 중에 가장 크다. 큰 것도 중요하지만, 좋은 부엉이여야 기회가 넘치는 경기도를 혁신적 포용국가의 중심으로 만들 수 있다. /손성배 정치부 기자 son@ky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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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 미친 물가, 정부는 잘못이 없는가? 지면기사
지난달 30일 수원 인계동의 한 주유소를 찾았다. 평소 경유 5만원 어치를 주유하면 450㎞의 주행거리를 표시하던 계기판이 380㎞를 가리켰다. 주유를 마치고 인근 중식집으로 자리를 옮겼다. 수년 전까지 5천원대이던 짜장면이 7천원으로 올랐다. 그야말로 '미친 물가'다. 14년 만에 5%의 고물가가 닥쳐올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경고에 서민들이 벌벌 떨고 있다. 밀가루·버터·설탕 등 음식 주재료 가격이 모두 전년 대비 30~50% 상승했다. 지난달 전년 대비 4.8% 올랐던 소비자물가는 5월 5.1% 오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하지만 아직 정점이 아니다. 7~8월에는 5.8%까지 오를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월급은 안 오르고 물가만 오른다"라는 말은 수년 전까지만 해도 낮은 월급 인상에 대한 한탄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말 그대로 물가 패닉을 걱정하는 하소연으로 바뀌었다. 문제는 식자재뿐만이 아니다. 건설 원자재 가격이 상승해 건설 현장 곳곳에서 잡음이 일고 있다. 지난달 철근콘크리트연합회는 공사계약금 인상을 요구하며 셧다운을 강행해 수도권을 포함한 전국 공사현장이 멈추기도 했다. 화물운송사업자로 구성된 화물연대는 치솟은 경윳값에 대한 정부의 조치를 요구하며, 7일 무기한 전면 총파업 강행을 예고했다. 배달료 인상을 문제 삼은 자영업연대는 대규모 집회를 계획하고 있다.한마디로 아비규환이다. 이 상황에서 정부가 해야만 하는 일은 무엇일까? 부처마다 '긴급 민생안정 프로젝트' '화물차 유가보조금 확대' 등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당사자들은 시큰둥할 뿐이다. 당장의 불만을 해소하는 근시안적 정책이 아닌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그런데 지금 여야 가릴 것 없이 국회와 정부는 지방선거의 승리를 위한 선심성 정책만 내세우고 있다.물가 상승의 원인을 코로나19의 장기화와 우크라이나 사태 등 대내외적인 환경 탓으로만 돌릴 수 있을까. 서민들은 당장 출근길 기름값을 걱정하고 퇴근 후 저녁 메뉴조차 고르지 못하고 있다. /서승택 경제산업부 기자 taxi226@kyeongin.com서승택 경제산업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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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 너의 이름은 지면기사
얼마 전 저녁을 먹으러 수원 행궁동에 갔다. 동행한 이가 '맛'에 일가견이 있어 그가 가자는 곳으로 갔다. 주택을 개조한 인테리어가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행궁동 고유의 분위기와 잘 어울려 산뜻하게 발걸음을 옮겼다. 산뜻한 기분은 얼마 가지 않았다. 이름과 가격만 적힌 불친절한 메뉴판 때문이었다. '후토마키'라는 생소한 메뉴도 있었다. 지인에게 물어보자 '김밥 같은 음식'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궁금증이 일어 시켜봤고, 잠시 후 음식이 나왔다. 모습은 영락없는 김밥이었다. 횟감을 속 재료로 쓴 뚱뚱한 김밥. 구글에 검색해보니 '일본식 김밥'이라는 설명이 쏟아졌다. 일본식 김밥 또는 대왕김밥 등 대체할 수 있는 말이 충분히 있는데도 후토마키라고 표기한 점이 아쉬움으로 남았다. 이는 비단 행궁동뿐만이 아니었다. 최근 인계동엔 일본어로 된 간판을 단 음식점이 문을 열었다. 해당 가게는 외관부터 '여기가 일본인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가게를 꾸몄다. 그림을 보지 않는다면 어떤 음식을 파는지 쉽게 알 수 없었다. 본보기가 돼야 할 대기업에서도 비슷한 행태가 보인다. '포켓몬빵' 열풍을 타고 매출과 주가 모두 고공행진 중인 SPC그룹이 대표적이다. SPC그룹이 운영하는 아이스크림 브랜드 배스킨라빈스는 최근 '이상해씨 아이스 모찌 피규어 세트'를 출시했다. 피규어 안에 찹쌀떡이 들어있는 제품인데, 이 또한 품절 대란을 일으켰다. 배스킨라빈스는 해당 제품 외에도 일부 디저트류를 모찌라고 표기하면서, 찹쌀떡 속에 아이스크림이 들어있다고 설명한다. 내부적으로도 모찌와 찹쌀떡을 동일하게 인식하고 있지만, 굳이 모찌라고 표기한 셈이다. 무분별하게 외래어를 사용하는 일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하지만 이런 기세라면 머지않아 메뉴판에서 한 번에 알 수 있는 우리말로 된 메뉴이름은 찾아보기 힘들지 않을까. 모찌, 호르몬동(대창덮밥), 마제소바(일본식 비빔면) 등 메뉴판마저 외래어에 점령당한 현실이 씁쓸하게 느껴지는 요즘이다. /윤혜경 경제산업부 기자 hyegyung@kyeongin.com윤혜경 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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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 '실종아동의 날' 장기실종 아동에게 관심을 지면기사
"어디서 천덕꾸러기같이 살고 있진 않을지… 마음이 아파요."지금도 그때가 생생한 듯 여자가 생각에 잠겼다. 곧 두 눈에 눈물이 차올랐다. 딸 소희를 잃어버리고 33년이 되기 꼭 이틀 전이었다. 30년이 넘게 지났지만 5월은 익숙해지지도 않고 가슴을 저미게 한다. 자우씨는 이맘때가 되면 소희가 더 생각난다고 했다. 7개월이던 딸 소희는 1989년 5월18일 낯모르는 여자와 함께 사라졌다. 물 한잔을 달라던 여자는 "나도 저만한 아들이 있다"며 자우씨를 안심시키고는 잠깐 한눈을 판 사이 소희를 데려갔다.부산, 청양, 대구… 소희를 찾으러 전국을 돌아다녔다. 소희와 닮은 아이가 있다는 제보가 들어오면 혹시나 하는 마음을 안고 달려갔고, 혹시 소희가 있진 않을까 보육원의 낡은 사진첩을 보고 또 봤다. 30여년 간 자우씨는 죄인처럼 살았다. 길 가다 누군가 손가락질이라도 하면 아이를 잃어버린 사람이라고 탓하는 것 같아 괴로웠다. 이제 포기하라는 무심한 말들에 상처를 받아 수많은 밤을 눈물로 보냈다.고통스럽지만, 어디선가 만날 수 있으리란 희망이 자우씨를 버티게 한다. 그가 꺼낸 주민등록등본에는 여전히 소희의 이름이 그대로 있었다. "소희를 만나면 미안하다고 무릎을 꿇을 것 같아요. 더 아프기 전에, 나이가 들기 전에 보고 싶어요."5월25일은 '세계 실종 아동의 날'이다. 2005년 실종아동법이 제정된 이후 지문 사전등록, 유전자(DNA) 분석 등이 도입되며 많은 아이들이 부모의 품으로 돌아갔지만, 장기실종아동들은 무관심 속에 방치되고 있다. 올해 4월 기준 여전히 집으로 돌아오지 못한 경기 남부지역의 실종 아동은 107명이다. 이들 중 실종된 지 10년이 넘은 장기실종 아동은 104명으로 전체의 96.3%에 달한다.장기실종아동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제보가 필요한 때다. 자우씨는, 가족들은, 여전히 아이를 만날 날을 기다린다./이자현 사회교육부 기자 naturelee@kyeongin.com이자현 사회교육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