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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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공매도 유감 지면기사
지난해부터 시작된 주식 열풍에 내 주위도 예외는 아니었다. 5천만원짜리 마이너스통장을 만들어 전액을 주식에 쏟아부은 사례까지 있다. 돈 가는데 관심이 가게 마련이어서 회사 일을 하며 하루 60번까지 주식 앱을 켜봤다는 간증까지 나왔다.이들의 최대 관심사는 '공매도'다. 개미 투자자로 공매도에 극렬히 반대하는 내 지인들도 대체로 공매도의 순기능은 인정한다. 그러면서도 신기한 건 주식시장의 거품을 얘기한다는 것이다. "지금 코스피는 버블이지. 이렇게까지 오를 건 아니야"라는 말을 여럿에게서 들었다.거품을 조정하고, 가치에 맞는 주가로 되돌린다는 공매도를 머리로는 이해하면서도 가슴으로는 거부하는 이중성이 이들에게서 보이는 공통점이다. 연말 모임에서도 신년회에서도 주식은 늘 화두였다. 그런데 이들의 말에는 단순히 "내 돈을 잃기 싫다"는 마음 그 이상의 정서가 있었다. '두려움'이었다.30대 중반의 전세를 사는 친구는 말 그대로 천장 없이 치솟은 집값에 혀를 내두르며 동유럽 이민까지 고민한다고 했다. 5천만원을 주식에 투자한 지인 역시 '삼백돌이'(월급 300만원 직장인을 일컫는 속어)로는 희망이 없다고 얘기했다. 해일이 밀려오기 전의 잔잔한 떨림처럼 모두가 두려워하고 있었다. '벼락거지'가 두렵고, 평생 집 없이 살아야 할까봐 두렵다고 했다.1980년대에 태어난 우리는 60만명이 동시에 수능을 치렀고, 툭하면 100대1이 넘는 취업 경쟁률을 뚫어야 했고, LTV·DTI·규제지역 같은 용어를 이해해야만 살 수 있는 시대를 생존해가고 있다. 만기 40년짜리 주담대 대출 등장에 "이제 걱정 없이 내 집 마련이 가능하다"고 안심하는 바보는 없다. 공매도 반대는 시장에 무지한 개미의 투정이 아니라 "나를 거지로 만들지 말라"는 절규에 가깝다. 공매도 재개는 4월 재·보궐 선거 뒤로 밀렸다. 각자도생의 세상 속에 개미를 기만하려는 시도는 계속되고, 답답함만 지속할 따름이다. /신지영 경제부 기자 sjy@kyeongin.com신지영 경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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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광주대단지 사건'서 현 정부 부동산정책을 본다 지면기사
'모월 모일까지 주소를 이전하라'. 트럭에 이삿짐이 한가득 실렸다. 공무원이 결정하고 국민은 따랐다. 번듯한 도시에 살게 해주겠다는 말만 믿고 거금을 들여 이사했는데 실상은 달랐다. 일자리는 없고 교통은 턱없이 불편했다. 게다가 투기꾼까지 몰려 집값이 최고 100배 올랐다. 투기를 없앤다며 정부가 높은 부동산세를 부과하자 빈민들은 순식간에 극빈층으로 전락했다.1971년 박정희 정부의 강제이주정책으로 불거진 광주 대단지사건의 전모다. 당시 정부는 서울 청계천과 용산 일대 판자촌 주민들을 경기도 광주(현재 성남)에 이주시키기 위해 분양권을 평당 2천원에 팔았다. 그러나 분양권 가격이 너무 저렴해 타 지역에서 유입된 '일반 입주자' 비중이 49%까지 높아지고 투기꾼도 끼어들었다. 투기를 잡기 위해 원분양가의 4~8배에 해당하는 토지대금을 일시불로 내게 하고 고액의 취득세까지 청구하자 주민들의 분노가 폭발했다. 결국 해방후 최초 빈민 투쟁이 발생했다.현 정부는 50년 전 광주대단지 사건과 똑같은 오류를 반복하고 있다. 집값을 잡는다며 서울 전 지역과 경기도 대부분 지역을 투기과열지구로 지정했고 이에 대한 반작용으로 전월세가 오르자 이번엔 임대차 3법을 만들었다. 이후 내 집 마련에 목마른 서민들이 경기도 외곽의 싼집 매수에 나서면서 집값은 도미노로 오르고 있다. 잘못된 정책으로 오른 집값을 정부는 종합부동산세 등 각종 세금 인상으로 잡고 있다. 이 과정에서 이사 목적으로 입주권을 산 1주택자도 취득세 중과세를 내야 하는 등 허점도 노출됐다. 실수요자 지갑은 얇아지고 정부 곳간은 두둑해질 것이다.안정된 집에서 살 권리는 국민의 기본권이다. 무리한 부동산 규제를 펼쳐 집값을 올리고 애꿎은 실수요자의 부동산 거래까지 옥죄는 이 정부는 국민의 기본권을 전혀 보장하지 못하고 있다. 이미 일부 국민은 임대차 3법에 이어 종부세에도 위헌소송을 제기하면서 집단 반발에 나섰다. 정부가 국민의 절실한 호소에 귀 기울여야 할 때다. /이여진 경제부 기자 aftershock@kyeongin.com이여진 경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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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재난은 국적을 가리지 않는다 지면기사
신입생이 된 지 두 달도 안 됐을 때 대학교 학생 커뮤니티에서 영어 영상 번역 공고를 발견했다. 돈을 벌 수 있다는 생각에 덥석 응했다. 생각보다 분량이 많아 동기의 손까지 빌려 마감을 맞췄다. 하지만 메일을 읽었다는 표시 외에는 의뢰자로부터 어떤 연락을 받을 수 없었다.속수무책으로 당했던 사회 초년생 시절과는 달리 이제는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창구들을 알고 있다. 근로계약상 문제가 있다면 고용노동부 또는 지역내 노동권익센터에 연락할 수 있게 됐다는 의미다. 인권 단체 관계자들은 내국인과 달리 외국인들의 법적 보호 장치가 미약하다고 지적한다. 소관 부처 자체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인권 보호가 설립의 주된 목적인 국가인권위원회가 유일한 구제 기관인 셈이다. 인권위 홈페이지에 있는 결정례들을 보면 보다 명확하게 알 수 있다. 외국인이란 이유로 게임 아이템 판매 제한, 외국인이란 이유로 병원의 진료 거부, 외국인이란 이유로 음식물처리기 판매 거부. 목록은 이어진다.지난해 정부의 코로나19 긴급재난지원금과 관련해서도 5건의 진정이 접수됐다. 외국인에게 재난지원금을 지급하지 않는 건 차별이라는 이유에서다. 인권위는 해당 진정을 기각했다. 경기도를 비롯한 지방자치단체에서 외국인에게 재난지원금을 지급하지 않는 것은 차별이란 판단과 상반된 결정이었다. 지방자치단체는 지방자치법에 따라 외국인 주민에게 동등한 행정혜택을 제공해야 하지만 정부는 이 법에 적용을 받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인권위는 경기도 재난기본소득이 외국인을 배제한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코로나19란 재난은 모든 사람에게 동일하게 발생하는 것으로 국적을 가리지 않는다. 감염병 예방을 위해 부과되는 의무나 행동지침은 외국인도 따라야 한다. 따라서 외국인 주민에 대해서도 재난기본소득을 지급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인권위의 언어를 그대로 인권위에 되묻고 싶다. /남국성 정치부 기자 nam@kyeongin.com남국성 정치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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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안산 유치원 식중독 사태' 재발 막기 위해선 지면기사
지난해 6월 안산시 상록구에 있는 한 유치원에서 장출혈성대장균(O157) 집단감염이 발생했다. 100여명에 가까운 유치원 원아와 가족이 식중독 의심 증상을 보였고 그중 16명의 아이는 합병증인 용혈성요독증후군(HUS) 진단을 받았다. 지난 12일 해당 유치원 원장과 영양사, 조리사에게 검찰은 징역 3~5년을 구형했다. 식중독 사태가 불거진 지 약 7개월 만이다.검찰이 최종의견을 제시하며 구형을 한 결심공판에서 피해 원아 학부모 2명이 피해자 진술을 대신했다. 그들의 손에 든 종이에는 반년이 넘는 시간 동안 피해 원아와 가족들이 겪은 고통이 그대로 담겨 있었다. 6살 아이의 아버지 A씨는 혈변과 구토를 반복하면서 지쳐가는 아이를 보면서 삶이 무너져 내렸다. 투석을 하면서 혈압이 올라 아이가 정신을 잃을 때마다 아이가 잠들지 않도록 아이 뺨을 때려야 했다. 퇴원 후에도 매주 피를 뽑고 20살까지 관찰 검사를 계속 해야 한다.유치원의 부실했던 위생관리가 가져온 이같은 고통에 법정에 있던 다른 피해 원아 학부모는 물론 그 상황을 겪어보지 못한 이들까지 눈물을 흘렸다. 피해 원아 학부모들은 합당한 판결을 재판부에 요청했다. 시간이 흘러 아이들이 물었을 때 당당하게 아이들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준 원장이 어떤 처벌을 받았는지 말할 수 있도록,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게 해 달라는 호소였다.이번 식중독 사태는 원장과 영양사, 조리사, 납품업체 중 단 한 명이라도 자신의 역할에 충실하고 자신의 아이에게 줄 음식이라 생각했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그동안 겉핥기식으로 사립 유치원 위생지도점검을 해온 지자체와 교육 당국의 안일함도 원인 중 하나다. 이달 말부터 50인 이상 사립 유치원이 학교급식법을 적용받는다. 문제가 생길 때마다 법만 뜯어고쳐선 안 된다. 사립 유치원 원장과 급식 종사자의 안일한 인식이 바뀌어야 하며 교육 당국은 철저한 관리·감독, 사후조치로 피해 원아 가족의 호소에 답해야 한다. /신현정 사회부 기자 god@kyeongin.com신현정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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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고양이 반려동물 등록제, 생명 존중 계기로 지면기사
"나만 없어 고양이."고양이를 좋아하지만 키우지 못하는 사람들의 하소연이다. 영화 제목이기도 한 이 말은 온·오프라인에서 통용되는 유행어로 자리 잡았다. 반려견과 함께 요즘엔 반려묘를 키우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인터넷으로 다른 사람이 키우는 고양이 사진과 영상을 즐겨보는 '랜선 집사'들도 등장했다.반려묘에 대한 관심과 수요가 커지는 만큼 버려지는 고양이 수도 증가하고 있다. 2018~2020년 인천에서 버려진 고양이 수는 20% 늘었다. 이 기간 유기된 반려견 수가 20% 줄어든 것과 대비된다. 최근 길고양이 보호·구조활동에 나서면 집에서 기르던 고양이가 10마리 중 2~3마리는 된다는 게 동물보호 활동가들 이야기다. 길고양이와 달리 곧잘 사람을 따르고 가까이 가면 샴푸 냄새가 나는 게 집에서 키우던 고양이가 틀림없다고 한다. 분양비로 적게는 50만원에서 많게는 300만원까지 하는 고양이들이 길거리에 버려지는 것이다. 버려진 고양이까지 합세해 늘어난 길고양이는 또 다른 골칫거리로 떠오르고 있다.반려묘가 늘어나는 사회적 변화에 발맞춰 농림축산식품부는 2022년까지 고양이를 등록대상동물로 포함했다. 인천시는 올해부터 기초자치단체의 등록대상 동물을 고양이까지 확대했다. 반려묘에 내장형 칩을 삽입하면 소유자 이름과 연락처가 동물보호관리시스템에 등록되는데 기존엔 반려견에만 한정됐던 제도다. 한 동물보호활동가는 "예쁜 품종을 인형 고르듯 데리고 왔으나 사료비부터 관리비용까지 만만치 않으니 물건처럼 버리는 사례가 많다"며 "반려동물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는 만큼, 그에 걸맞은 동물보호 문화가 안착할 수 있도록 관련 제도가 정비돼야 한다"고 말했다. 고양이를 반려동물로 등록하는 제도가 유기묘 문제를 해결하고 생명에 대한 존중 의식을 높이는 계기로 작용하길 바란다. /박현주 인천본사 사회부 기자 phj@kyeongin.com박현주 인천본사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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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영동선 버스전용차로 지면기사
영동고속도로 버스전용차로가 소폭 축소된다. 기존 '신갈분기점~여주분기점' 구간 41.4㎞에서 운영하던 버스전용차로가 '신갈분기점~호법분기점'의 26.9㎞로 14.5㎞ 단축하는 것이다.텅 빈 채 '카니발', '스타렉스'와 같은 9인승 차량 전용도로로 쓰인다는 비판이 나왔던 차로기에 반겨야 할 조처지만 아쉬운 점도 분명 있다. 객관적 기준을 바탕으로 마련한 기존 개선안보다 5㎞ 정도 소폭 늘어난 까닭이다. 영동고속도로 버스전용차로는 지난 2017년 8월부터 시행됐다. 평창올림픽 등을 이유로 고속버스 운행량 증가가 예상되자 도입하기로 한 것이다. 평창올림픽이 끝난 뒤엔 실효성이 크게 떨어진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꾸준히 제기됐다. 일반 차로는 정체되는 데 반해 버스전용차로는 텅 비어 있는 경우가 많아 운전자들 사이에서 볼멘소리가 나온 것이다.이에 경찰은 한양대 연구팀에 용역을 의뢰해 '고속도로 버스전용차로 설치 기준 및 운용지침'에 대한 정량적 기준을 세웠다. 이를 바탕으로 지난해 9월엔 '신갈분기점~덕평나들목'구간 21.1㎞로 축소하기로 행정 예고했다.그러나 뚜껑을 열어보니 되려 개선안보다 늘어났다. 경찰은 행정예고기간 동안 접수된 의견을 수렴한 결과란 설명이다.볼멘소리는 끊이질 않는다. 현재도 주말이면 꽉 막힌 일반 차로와 달리 버스전용차로엔 9인승 차량이 막힘없이 질주하는 까닭이다.연구팀은 앞선 용역에서 고속도로 버스전용차로를 운영할 때 2년마다 재검토를 받아야 한다고 제안했다. 버스전용차로에 대한 정확한 운영 타당성을 평가하기 위함이다. 이번 개선안도 또 재평가받을 가능성도 있다. 이젠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지 못하는 대다수 일반 시민들이 정체로 고통받으며 '폐지'를 외치고 있다는 점도 유념할 때다. /김동필 사회부 기자 phiil@kyeongin.com김동필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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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글라스 와인의 기억 지면기사
10년 전 이맘때 한 달 남짓 프랑스에 머물 기회가 있었다. 생경하기만 한 유럽 풍경에 설레다 인천공항에 도착한 직후, 바삐 지나가던 사람과 어깨를 부딪히며 '한국에 도착했구나'란 것을 새삼 느꼈다. 파리시민들은 아무리 사람이 많이 모인 장소라도 서로 몸을 맞닿는 일이 없었기 때문이다.이후에 산업은행 고위직으로 일하던 외삼촌과 여행 얘기를 할 기회가 있었다. 나는 식당에서 와인 한 잔(glass)을 시켜 마셨던 이야기를, 그때 느꼈던 여유를 얘기했다. 그러자 삼촌은 대뜸 "유럽 나라는 경제가 죽어서 와인도 한 잔씩 파는 거다. 한국처럼 성장하고 있는 국가는 병째 팔지 한 잔씩 팔지 않는다. 그건 여유가 아니라 국가 경제 성장이 끝났다는 증거"라고 말했다.세밑에 그때 기억을 자주 소환한다. 지난해는 '다이내믹 코리아'를 체감한 한 해였다. 1천400까지 붕괴한 코스피는 3천에 육박하더니 결국 3천에 도달했다. 아파트 가격은 유럽 여행을 다녀왔던 저 2011년 이후 가장 많이 올랐다고 한다. 주변을 둘러봐도 지난해 아파트 매매차익으로 3억~4억원씩 쥔 사람들이 서넛은 된다. 안양이 규제지역으로 지정되기 전, 전세를 끼고 신축 대단지 아파트를 구매한 친구는 "이제 결혼할 수 있겠다"는 말을 했다.전세, 매매, 땅값, 주식, 유가…. 안 오르는 가격을 찾는 게 힘든 시기가 됐다. 배달 앱을 켜도 최소 주문 금액은 1만4~1만5천원 이상, 떡볶이도 1만5천원을 주고 먹어야 하는 시대다.현기증이 날 정도로 정말 순식간에 세상이 다이내믹하게 변했다. 이 흐름에 탑승하지 못한 나 같은 사람은 그저 10년 전 삼촌의 말을 되새길 뿐이다.흐름의 끝에 경험해보지 못한 양극화가 도래하지 않을까 하는 불안이 앞선다. 종전까진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양극화를 상징하는 말이었다면 마주하게 될 앞으로 세상엔 자산을 가진 자와 가지지 못한 자로 나뉠 것이고 종전보다 깊고 큰 골이 그 사이에 존재할 것 같다. /신지영 경제부 기자 sjy@kyeongin.com신지영 경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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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을지재단 회장부부의 부동산 거래를 취재하면서 지면기사
사회 고위계층의 부동산 투기가 손가락질받는 이유는 그 결실이 노동을 하지 않고 얻는 불로소득이기 때문이다. 자영업자가 갑자기 닥친 경제 불황으로 폐업하고 계약직 근로자가 일자리를 잃는 동안, 대다수 서민이 갖지 못한 여윳돈을 가지고 서류만으로 수억원씩 버는 부동산 투기는 다수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준다. 그 과정에서 탈·불법의 경계를 넘나들고 큰 틀에서 사회 양극화에 일조한다는 점은 말할 것도 없다.을지재단 회장 부부가 의정부 을지대병원 주변에서 한 부동산 거래를 살펴보면서 이런 계약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대한민국에 몇이나 있겠느냐는 생각이 들었다. 재단에서 추진하는 사업부지 바로 앞에서 대표자 개인이 부동산 거래를 했다는 것은 의도와 상관없이 그 자체로 적절치 않다. 그것도 병원에 납품하는 회사와 땅을 사고팔다니. 법의 잣대를 들이대기 전, 해당 거래가 재단 대표로서 과연 떳떳한 일이었는지 박 회장 부부에게 묻고 싶었다.의정부 을지대병원은 이제 시작을 앞두고 있다. 오는 3월 개원을 시작으로 경기 북부 주민과 함께 부대끼며 살아갈 무궁무진한 날들이 앞에 남아있다. 규모나 시설을 고려할 때 앞으로 의정부 을지대병원이 경기 북부 의료체계의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하게 될 것은 자명하다.박 회장 스스로도 의정부 병원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다고 들었다. 설립자의 아들로 가업을 이어받은 뒤 박 회장이 주도적으로 이끈 첫 사업이어서 그런지, 현재 재단의 관심과 역량이 의정부에 집중돼있다는 소리도 들린다.의정부 을지대병원이 하고자 하는 역할만큼 재단 관계자들의 도덕적 기준도 높아지길 바란다. 국가 안보로 인한 희생과 함께 의료시설 부족으로 많은 불편을 겪어 온 경기북부 344만명 주민의 한 사람으로서 앞으론 상대적 박탈감이 아닌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의정부 을지대병원의 모습을 기대한다. /김도란 지역사회부(의정부) 기자 doran@kyeongin.com김도란 지역사회부(의정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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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평범한 우리가 세상을 바꾸는 법 지면기사
사회적 약자를 위한 법률 지원에 앞장선 공로로 '제1회 홍남순 변호사 인권상'을 받은 한 인권변호사,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아들의 '휴가특혜의혹'을 제기한 어느 당직 사병. 청와대 특별감찰반 관련 '민간인 사찰 의혹'을 폭로한 전 검찰 수사관, 전북 전주시의 한 동 주민센터에서 비리 행위를 신고한 사회복무요원, 자신의 소속 학교에서 벌어진 비리를 제보한 교사….모두 공익신고로 인정받을 만한 조직 내부 문제를 제기했거나 사회적 공익을 목적으로 내부 고발에 나선 공익신고자들이다.하지만 이들은 고발한 기관 등에게 오히려 역으로 고발을 당해 수사를 받거나 징계를 당하고, 또는 SNS에 공개된 신상 정보에 고통받는 상황에 놓여있다.내부 고발에 나서기 전 혹시라도 나중에 불이익 당하지 않을지 고민됐음에도 비리행위 등으로 발생할 피해를 막고자 공익을 위한 용기를 내 신고에 나섰을 것이다.그런데 요즘 세상에 알려지는 공익신고자들이 내부 고발 이후 처한 상황을 보면 대부분 용기 내기 전 우려했던 부정적 예상이 빗나가지 않고 불이익을 당하는 상황에 놓인 경우가 많다.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한 산하기관에서도 수년째 반복되는 비리 행위 등을 고발한 공익신고자가 보호 요청을 했지만 받아들여지기는커녕 오히려 해당 기관으로부터 형사 고소를 당한 상태다.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017년 대선 당시 '내부고발자 보호 강화'를 100대 공약 중 하나로 내세웠다. 이에 발맞춰 여당인 더불어민주당도 21대 국회에서 내부고발자 보호 범위를 넓히는 공익신고자보호법 개정안을 여러 건 발의했다.'평범한 우리가 세상을 바꾸는 방법, 부패·공익신고'. 신고자보호제도를 소개하는 국민권익위원회 문구다.세상을 바꾸려 용기를 냈으나 오히려 공익신고 후 고통스러운 생활만 남지 않도록 국가가 더 많은 관심을 가졌으면 한다. /김준석 경제부 기자 joonsk@kyeongin.com김준석 경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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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두산인프라코어의 새로운 출발을 앞두고 지면기사
최근 국내 건설기계업계의 가장 큰 화두는 두산인프라코어 매각이다. 두산그룹이 두산중공업의 영업 실적 및 재무상태 악화, 코로나19 확산 등에 따른 유동성 위기로 두산인프라코어 매각을 추진했는데, 현대중공업지주·KDB인베스트먼트 컨소시엄(이하 현대중공업지주 컨소시엄)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면서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현대건설기계를 보유한 현대중공업지주가 두산인프라코어를 인수하면 국내 건설기계업계 1위 기업을 품게 된다. 세계 건설기계 시장에서도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두산중공업은 지난 23일 두산인프라코어 지분 매각 우선협상대상자인 현대중공업지주 컨소시엄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두 업체는 내년 1월까지 주식 매매계약을 체결한다는 계획이다. 현대중공업지주의 두산인프라코어 인수가 코앞에 다가온 것이다.두산인프라코어는 80여년이란 시간 동안 인천과 함께 성장했다. 지역사회가 두산인프라코어 매각에 대해 관심이 많은 이유다. 두산인프라코어는 1937년 인천에 설립된 국내 최초 대단위 기계회사 '조선기계제작소'로 시작했다. 조선기계제작소는 광산용 기계, 선박 기계를 주력으로 생산했고 잠수함 등 군수물자까지 만들었다고 한다. 이후 한국기계공업, 대우중공업, 대우종합기계를 거쳐 지금의 두산인프라코어에 이르기까지 인천을 대표하는 기업으로 자리를 공고히 하고 있다.두산인프라코어는 2005년 두산그룹에 편입됐으며, 출범한 지 15년여만에 새로운 출발을 앞두고 있다. 현대중공업지주가 두산인프라코어를 인수한다고 했을 때 어떤 식으로 변화할지 정해진 것은 없다. 현대건설기계와 합병할 수 있고, 현대중공업지주의 또 다른 계열사로 운영될 수도 있다. 두산인프라코어는 인천에서 수많은 우여곡절을 겪으며 성장해 왔다. 어떠한 변화가 있더라도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인천 그리고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모습은 바뀌지 않았으면 한다. /김태양 인천본사 경제부 기자 ksun@kyeongin.com김태양 인천본사 경제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