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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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50만원 주고 얻은 가상화폐 교훈 지면기사
한번 경험해보자는 식으로 100만원을 넣었다. 최근 너도나도 뛰어드는 가상화폐 투자 이야기다. 결론은 50만원짜리 값진 경험이었다.투자금 절반의 손실을 맛봤지만 적어도 가상화폐 시장에 단기간 수익을 바라보고 뛰어들어선 안 된다는 교훈을 얻었다.3월의 어느 날 가상화폐 투자로 수천만원을 벌었다는 지인의 얘기를 듣고 한 종목을 100만원어치 사들였다.그런데 하루를 기준으로 30%의 가격 변동 상한이 정해져 있는 주식시장과 다르게 가상화폐 시장에서는 아무런 제한이 없었다. 단 하루 만에 100%, 200%는 물론 무한대의 등락에 따른 시장 마감가격 결정이 가능한 것이다. 실제 한 가상화폐 종목은 지난달 하루에만 2천%가 오른 사례도 있다.직접 한 종목을 매수해 하루 동안 지켜보니 하루는커녕 단 몇 분 사이에도 가격이 10~20% 오르내리기를 반복하는 게 일반적이었다.이렇다 보니 상승세에 있는 종목에 단 몇 분만 넣었다 빼도 수십만원을 벌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 수십만원을 벌긴 했다. 다만 잠깐이었다. 약 30만원 수익이 발생해 더 오르겠다는 기대감을 가지는 순간 곤두박질치기 시작했다. 하락세가 시작됐지만 다시 오르겠지 하는 기대에 버티기에 들어갔고 결국 50% 손실이 발생했다.이미 잃은 50만원을 언젠가 회복할 수 있을 거란 기대감에, 처음에 넣어둔 100만원은 결국 가상화폐 시장에 묶인 돈이 돼 버렸다.경제부 기자로 근무하다 보니 주변 곳곳에서 비트코인(가상화폐)을 사도 되는지 묻는 지인들이 많다. 직접 경험해 본 단 하루 만의 50만원짜리 '작은 경험'을 참고하기 바란다. /김준석 경제부 기자 joonsk@kyeongin.com김준석 경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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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땅투기 사태에 대한 단상 지면기사
경자유전(耕者有田). 농사짓는 사람이 밭을 소유해야 한다는 뜻이다. 헌법 제121조는 국가가 이 원칙을 달성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책임을 명시하고 있다.경자유전의 원칙은 애초 농사꾼을 보호하기 위해 등장한 개념이었다.동서양을 막론하고 역사적으로 농민들은 땅 가진 부자로부터 항상 수탈당해왔다. 한 해 동안 논과 밭에서 쉴새 없이 일하고도 땅 주인에게 소작료를 지급하고 나면 항상 배를 곯았던 소작농의 아픔을 우리는 역사책에서 수없이 봐왔다. 현대에 들어 불공정한 구조에서 일하는 소작농을 없애고 자영농을 육성해야 한다는 기치 아래 등장한 것이 경자유전의 원칙이었던 것이다.그런데 최근 전국 각지의 땅 투기 사례를 보면 새로운 형태의 불공정 구조가 오랫동안 우리 사회에 자리 잡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든다.LH(한국토지주택공사) 직원들을 포함해 전국 각지에서 불거져 나오는 땅 투기 의혹의 대상 토지 대부분은 전, 답 등 농지다. 투기꾼들은 버젓이 직장을 다니면서 농사를 짓는다며 농업 경영체로 등록하고, 보상을 많이 받기 위해 (진정한 농사꾼이라면 하지 않았을) 수목의 생장과 상관없이 빽빽하게 버드나무를 심었다.그러는 동안 정작 농부들은 오르는 땅값에 못 이겨 점점 험지로 이동하거나 농사를 포기하고 있었다. 안 그래도 작물을 키우면 흉년이어도 걱정, 풍년이어도 걱정인 농민들의 삶에 가짜농부들의 땅 투기가 지가상승을 부추겨 무거운 짐을 더했던 것이다. 실제 전국의 논과 밭 경지면적은 매년 수원시 면적(121㎢)의 두 배에 가까운 면적(약 214㎢)이 줄어드는 추세다. 일파만파 퍼지는 땅 투기 의혹에 농부들이 분노를 표출하는 이유다.생각해보면 우리는 모두 알고 있었다. 농지가 땅 투기에 이용되고 있다는 것을. 너무나 만연해서 당연한 것으로 치부했을 뿐이다. TV에 선글라스를 낀 부잣집 사모님이 검은 세단에서 내리며 시골 땅을 둘러보는 모습이 나와도 그러려니 웃고 넘겼을 정도로. 이제는 원칙을 상기할 때다. 논과 밭은 진짜 농사짓는 사람에게 돌아가야 한다. /김도란 지역사회부(의정부) 기자 dor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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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부모에게도 트라우마 남긴 인천 어린이집 상습 학대 지면기사
"사람을 대할 때 의심부터 하게 되고, 누구든 쉽게 믿을 수 없게 됐다."인천 서구 국공립 어린이집 원생 학대사건의 피해 아동 엄마들이 입을 모아 한 말이었다. 육체적·정신적으로 상처 입은 아이들뿐 아니라 원생 부모들에게도 이번 사건은 큰 트라우마로 남았다. 이들의 트라우마는 보육교사와 전 원장에 대한 '배신감'이었다.원생 부모들 앞에서 아이들을 대하는 보육교사의 모습은 천사와 같았다. 등원할 때면 아이들의 이름을 불러주며 환하게 웃어주고, 볼 뽀뽀까지 해주던 보육교사들. "사랑으로 돌보겠다", "훈육할 때 절대 때리지 않는다"는 보육교사의 말에 부모들은 자녀가 학대를 당할 것이라곤 상상 조차 못했다. 한 피해 원생 엄마는 학대 사건이 밝혀지기 한 달 전까지만 해도 지인에게 해당 어린이집을 추천했다고 한다. 그만큼 어린이집 원장과 보육교사들을 믿었다.부모들의 믿음은 지난해 말 학대 사건이 밝혀지면서 산산조각이 났다. 어린이집 폐쇄회로 CCTV 화면에서 자신의 아이를 학대하고 있는 보육교사를 보는 순간 오열할 수밖에 없었다. 자신들이 믿었던 보육교사들과 원장 중 누구 하나 학대를 막은 사람이 없었던 것에 대한 배신감이 거대한 파도가 돼 밀려왔다. 자녀를 학대로부터 지켜주지 못했다는 죄책감도 부모들의 마음을 무겁게 했다.부모들은 다시는 이런 일이 되풀이되지 않게 하려고 거리로 나왔다. 아이들이 다시 세상 밖으로 나올 때는 지금보다 더 나은 사회가 됐으면 하는 바람에서다. 하지만 정작 피해 아동 부모들은 자신의 트라우마를 치료할 시간조차 없다.어린이집 등 보육기관에서의 아동학대는 아이들과 부모 모두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준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피해 아동과 함께 트라우마를 겪고 있는 부모의 상처도 함께 치유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길 바란다. /김태양 인천본사 사회팀 기자 ksun@kyeongin.com김태양 인천본사 사회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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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인천시의 환경특별시 도전, 바보같은 지혜 필요 지면기사
인천시는 최근 '2025년 수도권매립지 종료'후 사용할 자체매립지 대상지로 옹진군 영흥도를 확정했다. 박남춘 인천시장이 직접 나서 주민 수용성 확보를 위한 '제2영흥대교' 건립 계획까지 발표할 만큼 수도권매립지 종료에 대한 인천시의 의지는 확고하다.하지만 이를 현실화하기까지 풀어야 할 문제는 한두 개가 아니다. 인천 내부뿐 아니라 인접 지자체 반발에도 부딪히면서 말 그대로 '가시밭길'이다.먼저 여전히 매립지 조성에 반대하고 있는 영흥 주민들의 마음을 돌리는 게 관건이다. 인천시는 영흥도를 친환경 특별섬으로 만들겠다며 발전계획 등 영흥 주민들에 대한 세부 지원방안을 주민협의체와 협의하기로 했는데, 이 주민협의체를 구성하기 위해선 반대 주민들을 대화의 장으로 끌어내야 한다.인천시가 인센티브의 핵심으로 내세운 '제2영흥대교'는 경기 안산시의 반대에 부딪혔다. 안산시와 주민들이 폐기물 차량 통행에 따른 지역 환경 피해를 우려하며 반발에 나선 것이다. 윤화섭 안산시장까지 나서 "(인천시가) 단 한 차례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대부도 지역을 포함한 매립지 건설계획을 발표한 데 심각한 유감을 표명한다"고 말한 상황이다. 또 부평구와 계양구에서 발생하는 폐기물을 함께 처리할 '부천 소각장 광역화' 계획은 부천 시민들의 강한 반발에 맞닥뜨렸다.다음 달 14일이면 환경부의 수도권 대체매립지 후보지 공모도 끝난다. 공모가 사실상 불발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현재 운영 중인 수도권매립지의 사용 연장 논리가 다시금 고개를 들 수 있다. 인천시가 '환경특별시'로 가기 위해 고려해야 할 변수는 너무나도 많다. 지금까지 인천시가 보여준 모습을 보면 자원순환 정책 대전환에 대한 강한 의지는 느낄 수 있다. 남은 건 산적한 과제를 어떻게 해결하느냐다. "바보 소리를 듣더라도 당당히 미래를 향해 직진하겠다"는 박남춘 인천시장의 말처럼, 인천시의 '바보' 같은 지혜를 기대한다. /공승배 인천본사 정치팀 기자 ksb@kyeongin.com공승배 인천본사 정치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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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90년대생 신입사원의 종말 지면기사
코로나19가 발생하기 직전인 2020년 1월 경인일보에 운 좋게 입사했다. 최근 고용동향을 보면 그때 한 달만 늦었더라도 평생 정규직이 되지 못했을 수 있었겠다는 생각이 든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1월 전국의 신규 취업자 수는 100만명 가까이 감소해 IMF 외환위기 이후 가장 큰 폭으로 떨어졌다. 같은 달 경기도 실업자 수는 36만4천명으로 광주시 전체 인구에 육박했다. 한 대학 교수는 코로나19로 특정 세대가 채용시장에서 붕 떠버리는 '세대 공백'을 우려했다.세대 공백 우려는 점차 현실이 되고 있다. 한 취업정보사이트에 따르면 경기 침체 등으로 대·중견기업 1천468곳 중 89%가 올해 상반기 채용을 확정하지 못했다. 당초 2020년부터 2025년 전후 입사 예정이었던 1990년대생 신입사원이 종말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조심스레 나온다. 이는 결코 가볍게 넘겨선 안 되는 일이다. 한국에서 취업이 늦은 청년이 감수해야 할 금전적 손해는 막대하다. 1년 치 소득을 3천만원이라고 가정했을 때 취업이 3년만 늦어지더라도 1억원 가까이 손해 보고 사회생활을 시작하게 된다. 결혼과 내 집 마련도 덩달아 몇 년씩 밀린다.단지 1990년대에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한 세대가 이러한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고 말하는 건 조금 무책임하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 격차가 크지 않은 사회였다면 또 모르겠다. 하지만 적어도 지금의 한국사회는 그렇지 않다. 2019년 기준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 차이는 143만6천원에 이른다. 근속 1년 차와 30년 차의 임금격차는 2016년 기준 3.28배로 미국(5.08배)과 칠레(4.72배)에 이어 세계 최고 수준이다.호경기에 그야말로 운 좋게 정규직에 진출한 기성세대가 1990년대생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다. 뉴딜 일자리, 노사정 대타협, 지역경제 활성화 등 진영에 따라 답은 여러 가지로 갈리겠지만 미래 세대를 위한 진정성을 가지고 대승적으로 결단해야 한다. /이여진 경제부 기자 aftershock@kyeongin.com이여진 경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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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찾아가는 서비스와 1분 지면기사
수원에 이사 왔다는 사실을 실감하게 되는 순간이 있다. 주민등록상 주소지가 부산이어서 지난해에는 신청하지 못했던 경기도 재난기본소득을 올해는 신청할 수 있게 된 것도 그중 하나다. 1992년생이라 생년월일 끝자리에 맞춰 지난 2월2일 오전 휴대전화로 홈페이지에 접속해 신청했다. 경기도 어느 시·군에 사는지, 신청하고 싶은 카드는 무엇인지를 선택한 뒤 본인 인증을 거치면 끝. 대기시간을 제외하면 1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지난달 15일 수원 장안구에 있는 유모 할아버지와 박모 할머니가 경기도 재난기본소득을 신청하는 데 걸린 시간도 1분이었다. 행정복지센터 직원들이 이름, 생년월일, 휴대전화 번호, 주소, 경기지역화폐 카드번호까지 적힌 신청서를 들고 할아버지와 할머니 집을 방문했기 때문이다. 신청서에 적힌 휴대전화번호와 생년월일을 확인한 뒤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서명하자 신청이 끝났다.만약 행정복지센터 직원들이 방문하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앞이 잘 보이지 않는 할아버지는 오프라인 신청이 시작되는 3월 직접 행정복지센터를 방문해야 했을 것이다. 거동이 불편한 할머니의 몫까지 신청하기 위해서다. 행정복지센터까지 이동도 어렵지만 도착한 뒤에도 절차가 기다리고 있다. 재난기본소득 신청서를 작성하고 전산 등록을 마쳐야 경기지역화폐 카드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누군가에겐 고된 일이 될 수 있었던 재난기본소득 신청은 '찾아가는 서비스' 덕분에 온라인 신청만큼 간편한 일이 됐다. 찾아가는 서비스는 온라인 신청이나 현장 수령이 어려운 도민들을 찾아가 직접 신청을 받는 서비스다. 도내 시·군별로 대상자 목록을 확인한 뒤 행정복지센터 직원들은 물론 시·군 담당 공무원이 개개인에게 연락해 방문 신청 여부를 확인하고 날짜를 잡아 찾아갔다. 그 결과, 지난 2월1일부터 26일까지 도민 57만1천734명이 찾아가는 서비스로 재난기본소득을 신청했다. /남국성 정치부 기자 nam@kyeongin.com남국성 정치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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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코로나 재난상황에 현장 혼란만 준 정부 지침 지면기사
며칠 전 부천지역에 있는 한 요양병원 원장에게서 전화를 받았다. 그는 "당장 내일부터 코로나19 백신을 받아야 하는데 전용냉장고에 알람 온도계를 부착하지 못했다"고 하소연했다.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은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 첫 접종을 앞둔 지난 23일 '코로나바이러스-19 예방접종사업 지침'을 내놨다. 이 지침은 지역 보건소와 요양병원 등 접종시설에 전달됐다. 해당 지침을 보면 백신 보관 방법으로 냉장고 내부온도 유지가 중요하기에 24시간 관찰할 수 있는 디지털 온도계 및 온도 일탈 시 알람기능이 있는 온도 확인 장치(알람 온도계)를 부착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그런데 요양병원 등 일부 백신 접종 위탁의료기관에선 50만원이 넘는 알람 온도계 구매비용도 만만치 않은 데다가 급작스런 지침이 내려진 탓에 혼선을 빚고 있다. A원장은 "백신을 받지 않을 수도, 그렇다고 정부 지침을 지키지 않을 수도 없어 참 난처하다"면서 "알람 온도계 구매 비용 25만원 정도가 국비로 지원된다고는 하는데 구매과정도 쉽지 않다. 일단 백신은 받겠지만, 이렇게 중요한 국가 중대사를 무책임하고 조급하게 처리하는 처사에 기가 찬다"고 지적했다. 이런 상황은 일부 보건소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미 백신 접종이 시작됐지만, 알람 온도계를 빨라야 3월 초에나 부착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애초 예상보다 빠르게 백신 접종이 시작되면서 일부 지역의 경우 알람 온도계가 설치되지 않았다는 게 보건소 관계자의 설명이다.앞서 백신 접종에 불안감을 호소하는 이들이 "문재인 대통령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첫 번째 접종을 하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기본적인 지침마저 지켜지지 않은 채, 아니 이를 지키지 못한 채 백신 접종이 진행된 사실이 알려지면 국민들의 불안감은 더욱 커질 것이다. 코로나19와 같은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 정부가 마련한 지침이 일선 현장에 혼란을 주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이상훈 지역사회부(부천) 기자 sh2018@kyeongin.com이상훈 지역사회부(부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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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쉽게 잊히지 않는 학폭의 기억 지면기사
스포츠·연예계 등에서 연일 학교폭력(학폭) 논란이 불거지면서 초등학교 6학년 때 기억이 문득 떠올랐다.학폭에 대한 심각성이 크지 않았던 시절, 5명가량의 또래 친구들이 나와 내 친구를 포함한 이들에게 협박 등을 했던 적이 있다. 이상한 소문을 퍼뜨리고 다닌다는 이유에서였다. 어디서 그런 소리를 들었는지, 그런 말 한 적이 없다고 말해도 들어주지 않았다.무섭고 억울한 마음에 당시 담임 선생님께 상황을 알리고 도움을 요청했다. 그러나 학교는 방패막이 되어주지 않았다. 오히려 상담 사실을 그 친구들이 알게 되면서 늦은 밤 동네 길거리에서 그 친구들 부모님들로부터 '단순한 다툼을 왜 학교에까지 얘기하느냐'라는 등의 말을 들었었다.그때는 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집으로 돌아와 우는 모습을 본 엄마가 무슨 일인지 물어도 아무 말 하지 못했다. 담임 선생님께 했던 도움 요청도 흐지부지된 채 초등학교를 졸업했다. 10년을 훌쩍 넘기면서 기억은 흐릿해졌지만 가끔 SNS로 그 친구들의 일상을 마주할 때마다 그 당시 아무런 대응도 못 하고 무기력했던 내 모습이 계속 떠오른다.최근 온라인을 중심으로 일부 연예인과 운동선수가 과거 학교폭력 가해자였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가해자는 처분을 받고 끝이겠지만, 피해자는 치유될 때까지 오랜 기간 또는 평생 그때의 기억을 안고 살아가야 한다.꺼내기 어려운 얘기를 털어놓고도 사실 여부를 파악한다면서 2차 가해가 발생하기도 한다. 물론 학교폭력 논란에 대한 사실관계 파악도 배제해선 안 된다. 그러나 성인이 돼서야 목소리를 낸 이들을 좀 더 깊이있게 들여다보는 게 우선이다. 과거 학교폭력 피해 당시 트라우마를 제대로 치유 받지 못했던 문제를 살피고, 현재는 트라우마 치유를 위한 구체적인 대책이 마련돼 있는지를 돌아봐야 할 때다. /신현정 사회부 기자 god@kyeongin.com신현정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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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독립운동가 후손에게 쏟아지는 도움의 손길 지면기사
인천에서 유학 중인 독립운동가 최재형 선생 후손이 수술비를 마련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는 사연이 알려지자 지역 사회 곳곳에선 너 나 할 것 없이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다. 조국 광복을 알린 3·1절을 며칠 앞두고 당시 잃어버린 나라를 되찾는 데 앞장섰던 이들을 되새기는 계기가 됐다.최재형(1860~1920)선생은 연해주에서 한인 노동자를 돕고 독립단을 조직해 항일 무장투쟁에 나섰던 독립운동가다. 러시아 내 한국 교민단체가 발행하던 신문 '대동공보'가 폐간될 땐 거금을 들여 인수했다. 재외 교포와 국내 독자에게 항일 사상을 알리기 위한 의지였다. 그는 1920년 일본군에 붙잡혀 총살당했고, 이후 후손들은 소련 강제이주 정책으로 흩어졌다. 최용규 인천대학교 이사장은 2019년 최재형 선생 직계 후손으로 러시아에 거주하는 초이 일리야 세르게예비치(19)군의 소식을 접하고 그를 독립유공자 국비 장학생으로 인천대에서 공부하도록 도왔다. 일리야군이 한국, 그중에서도 인천과 인연을 맺게 된 계기였다. 최재형 선생이 순국한 지 100년가량 지나 후손인 일리야군이 이 땅에서 할아버지의 업적이 어떤 의의를 갖는지 배우고 있다.그런 그가 최근 선천적인 질병으로 인해 수술을 앞두고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다는 사연이 경인일보 보도를 통해 전해졌다. 이 이야기가 전해진 지 하루 만에 인천시와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에서 "조국 독립을 위해 앞장선 최재형 선생 후손인 만큼 지원할 수 있는 건 뭐든 하겠다"고 팔을 걷어붙였다. 병원 측은 애초 예상보다 수술비가 2배 넘게 들었지만, 흔쾌히 모든 비용을 부담했다.지역사회의 도움을 받은 일리야군이 독립운동가의 후손으로서 자긍심을 높이고 빨리 건강을 되찾길 바란다. 이 땅의 독립 유공자 후손들은 아직도 제대로 된 예우를 받지 못하고 있다. 나라를 지키기 위해 헌신한 독립 유공자와 후손들이 마땅히 존중받아야 한다는 인식을 공고히 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박현주 인천본사 사회팀 기자 phj@kyeongin.com박현주 인천본사 사회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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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경악'과 알페스-섹테 지면기사
'경악''소스라치게 깜짝 놀란다'는 뜻을 가진 이 말은 수년 전 '어뷰징'에 주로 쓰였다. 어뷰징이 포털에서 막힌 뒤 대폭 줄긴 했지만, 취재기자로서 쓰지 말아야 할 단어로 몇 가지 생각해둔 것 중 하나가 됐다.그런데 '알페스'·'섹테'란 신종 디지털 성착취물을 처음 접한 순간 그야말로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특히 섹테는 그 강도가 더했다. 남성 아이돌 두 명이 서로 성행위를 하며 내는 듯한 신음소리가 짧게는 십수초, 길게는 분 단위로 이어지는데, 도저히 들을 수가 없어 인터넷 창을 종료해야만 했다.섹테란 실존하는 아이돌 가수의 음성을 편집해 성행위 신음소리처럼 만든 파일을 뜻한다. 일부 검은 화면에 편집된 신음소리가 나오는 형태도 있고, 얼굴을 합성해 '딥페이크' 영상처럼 꾸며둔 것 등 다양한 형태가 있다. 섹테는 구글과 같은 포털사이트 검색을 통해 단 한 번의 검색만으로 찾아 들을 수 있었다. 아이돌의 주된 팬층인 초·중·고등학생들도 마음만 먹으면 온라인상에서 좋아하는 가수의 성착취물 영상을 몇 초 만에 찾아볼 수 있는 것이다.알페스는 초기 실존 남성을 주인공으로 한 동성애 콘텐츠를 뜻하는 말이었으나, 최근엔 '야설' 수위를 넘는 적나라한 성행위를 표현한 글과 아이돌 얼굴 등을 합성한 삽화 등으로 구성된 성착취물이 됐다. 이 또한 누구나 너무도 손쉽게 접할 수 있다.사고파는 정황까지 적나라하게 보였다. 공개된 트위터를 통해 자신의 상품을 소개하고, 비공개 트위터나 결제한 이들만 들어올 수 있는 오픈 카카오톡 채팅방에 소비자를 끌어들여 더 수위 높은 게시글을 공급하는 형식이다. 이렇게 글·삽화,·음성이 합쳐지면 한편의 적나라한 성착취물 한 편이 완성된다.일각에선 단순 팬심의 표현일 뿐, 표현의 자유는 존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하지만 분명한 건 그 누구도 알페스·섹테의 주인공이 되길 원하질 않는다는 것일 테다. /김동필 사회부 기자 phiil@kyeongin.com김동필 사회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