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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트북]언론사도 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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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트북]언론사도 당한다 지면기사

    기자는 약자다. '펜은 칼보다 강하다'는 말을 들은 적은 있으나 시대가 지나며 펜촉이 무뎌진 걸까. 짧은 기자 생활 동안 이 금언을 실감한 적은 많지 않다. 어떨 땐 항의전화가 빗발쳐 아침 기상알람이 울리기 전에 잠이 깨곤 한다. 어느 선배는 가족을 해하겠다는 협박을 받고 한 달 이상 트렁크에 야구 배트를 싣고 다녔다고도 한다.기자는 약자고, 언론사도 당한다. 동료가 지난해 소송을 당했다. 손해배상액은 '억'대다. 소장을 받은 날, 편집국 분위기는 술렁였다. 언론사의 그 누구도 억대 소송에 의연할 사람은 없었다.2019년 8월 22일 소장이 법원에 접수됐다. 같은 해 9월 2일, 피고인인 기자들에게 전달돼야 할 소장부본·소송안내서·답변서요약표는 '수취인 불명'이라는 이유로 도착하지 않았다. 9월 23일 다시 배달이 시작된 소장부본·소송안내서·답변서요약표도 '수취인 불명'으로 도착하지 않았다.소장부본·소송안내서·답변서요약표가 도착한 건 10월 17일에서다. 더 큰 문제는 변론 없이 선고하겠다는 법원의 '판결선고기일통지서(무변론)'가 11월 29일 '주소불명'이라는 이유로 또 도착하지 않은 것이다. 결국 법원은 12월 11일 '송달간주'로 무변론 선고한다. 1심 결과는 피고(기자) 패, 원고 승.이 모든 기간 동안 동료들은 경인일보에서 매일 같이 일간지를 만들고 있었다. 눈 뜨고 코 베인 격이랄까. 변론 한 번 못 해보고 기자가, 언론사가 당했다.소송을 당한 기자는 "소장이 도착한 뒤엔 나머지 서류 도착을 확인할 의무는 피고에게 있다는 게 대법원의 판결"이라며 자신의 부주의를 탓한다. 소송을 당한 문제의 기사를 쓴 이유도, 자신의 부주의를 탓했던 그 기자와 동료들의 성품 때문이다.불의를 외면하지 못하는 것. 오로지 '공익'이라는 무기만 지녔다는 게 그의 (잠정적)유죄 사유다. 언론사도 이렇게 당하는 데, 세상엔 얼마나 많은 사법 피해자들이 존재할까. 등골이 서늘하다. /신지영 경제부 기자 sjy@kyeongin.com신지영 경제부 기자

  • [노트북]선출직과 전통시장, 그리고 세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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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트북]선출직과 전통시장, 그리고 세금 지면기사

    선거철이 되면 정치인들이 앞다퉈 가는 곳이 있다. 바로 전통시장이다. 북적북적한 시장통에서 어묵 같은 주전부리를 사 먹고, 상인들에게 악수를 건네며 '요즘 어떠시냐'를 묻는 것은 선거 유세의 클리셰(상투적 표현) 중 클리셰다.전통시장이 선출직에게 중요한 이유는 서민경제를 상징하기 때문이다. 전통시장 상인들은 하루하루 장사로 근근이 살아가는 우리네 아버지, 어머니 즉 서민을 대표한다. 전통시장 상인과 친근하게 농담을 주고받는 후보의 모습은 서민의 고충을 이해하고, 서민을 위한 정책을 펼칠 것이라는 기대를 하게 한다. 후보 입장에서 전통시장은 대개 지역 토박이가 모여있는 표밭이기도 하다.과거 대부분의 선거에서 후보들의 서민 친화전략은 상당히 먹혔고, 실제 당선 후 다양한 전통시장 지원으로 이어졌다. 여기에 2010년대 골목상권 살리기가 일종의 사회적 운동화 한 것은 전통시장 지원을 확대하는 계기가 됐다. 이후 소상공인 지원법, 전통시장법 등이 국회에서 만들어졌다.의정부 제일시장도 이런 배경 속에서 십수 년 간 정부와 지자체로부터 많은 지원을 받았다. 시설 현대화 사업은 물론 상권을 살리기 위해 수백억원의 예산이 직·간접적으로 시장에 투입됐다. 한수이북 최대 전통시장이라는 명성에 맞게 의정부 제일시장이 받은 지원은 주변 다른 전통시장에 비해 많은 편이다.청년몰, 야시장 등 제일시장이 추진했다 실패한 사업들은 공모사업이긴 하지만 경기북부지역을 대표하는 전통시장이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러나 수억원대의 국비와 지방비가 투입된 것에 비해 그 과정과 결과는 부실하기 이를 데 없어 아쉬움을 남긴다. 누구 한 사람 사업 실패의 책임을 지지 않은 채 어물쩍 넘어간 상황에서 이제 제일시장은 행정기관 사무실 입주로 안정적인 고정 수입원까지 확보하게 됐다. 과연 이런 일들이 전통시장이 아니었다면 가능한 일이었을까.정부와 지자체 지원이 특정 상권에 집중되는 것도 모자라 지원금이 마치 눈먼 돈처럼 아무렇게나 쓰이는 것은 결코 정당하지 않다. 모두가 낸 세금이 허투루 쓰이지 않도록 철저한 관리와 감시, 그리고 각성이 필요하다.

  • [노트북]라면화재 형제 사고 이후 남겨진 과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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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트북]라면화재 형제 사고 이후 남겨진 과제들 지면기사

    "옛날엔 그랬어도 지금은 세상이 바뀌었잖아요." 지난달 14일 발생한 인천 '라면 화재' 사고를 취재하기 위해 만났던 한 주민이 했던 말이다. 60대인 그는 "우리 땐 애들 낳아 놓으면 알아서 잘 컸다지만 지금은 아니지 않느냐"고 고개를 저었다. 그땐 혼자 애들이 집에 있으면 옆집에서 끼니도 해결해 주고 몇 시간씩 놀다가 부모가 오면 집으로 돌아가는 일이 잦았다고 한다. 이웃 얼굴조차 모르는 지금과는 새삼 다른 분위기였던 거다. 이웃들은 늘 단둘이 등하교를 하고 골목길에서 놀던 아이들을 눈여겨봤다고 한다. 밤늦게 엉엉 우는 아이들을 그냥 모른체 할 수 없었던 이유다. 2018년부터 올해까지 3차례에 걸쳐 아이들이 방치되고 있다고 신고한 건 주민들이었다.하지만 요즘 세상엔 남 일에 관심 두는 이웃이 흔치 않을뿐더러, 관심을 둬도 '오지랖이 넓다'는 소리를 듣기 십상이다. 우리 사회엔 '남의 집 일에 참견하는 건 미덕이 아니다'라는 통념이 자리 잡고 있다. 아동학대 역시 한 가정 내 문제로 치부하는 경향이 크다. '라면 화재' 형제처럼 한부모 가정이거나, 경제적으로 어려운 환경에 놓여 있으면 "양육자가 힘든 처지에 있으니 애들만 남겨 둘 수도 있지"하고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넘어가는 경우도 많다는 게 아동보호단체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번 사고 이후 방임을 아동학대의 연장선에서 경각심을 갖고 봐야 한다는 사회적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 이미 방임이 확인된 아이들을 지원하는 '사후' 대책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이번 사고 역시 위기를 알아챘던 주민들의 노력으로 기관에서 나섰으나 이처럼 주변 관심에 기대어 방임사례를 찾는 건 흔치 않다.한 아동복지학과 교수는 "방임 위험에 노출된 아이들을 어떻게 찾아낼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시작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방임은 기관·사람에 따라 정의가 다르고 판단 기준도 구체적이지 않다. 눈에 띄지 않는 곳에 홀로 남겨진 아동은 셀 수 없이 많을 것이다. 지금까지 발표한 정책들이 '맹탕'에 그치지 않도록 위기 아동

  • [노트북]결국 법정구속된 피겨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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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트북]결국 법정구속된 피겨코치 지면기사

    한껏 올려 묶은 머리에 활동하기 편한 운동복을 입은 9살 소녀가 엄마 손을 꼭 붙들고 법원에 왔다.피겨 스케이팅 훈련 도중에 점프를 잘 못한다고 코치의 장갑에 이마를 맞았던 그 소녀가 옛 선생님의 첫 재판을 보러 법정에 나왔다. 이날 코치가 출석하지 않아 제자와 선생님의 조우는 이뤄지지 않았다. 훈련 당시 학대의 아픔 탓에 잠시 운동을 쉬었지만, 꿈을 잃진 않았다. 소녀는 이제 매일 빙상장에 선다.이 코치는 지난 16일 수년에 걸쳐 제자들에게 가한 학대·폭언 관련 공소사실이 모두 인정돼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지난해 8월 학대 피해자 학부모들의 제보를 받고 초등학교 저학년 수강생들을 피겨 코치가 지속적으로 학대했다는 혐의로 경찰의 수사 선상에 올랐다는 사건 기사를 썼다.며칠 뒤 유명한 변호사의 전화를 받았다. 학대 가해자를 특정해 보도하면 아동학대처벌법 35조(비밀엄수 등의 의무) 위반으로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며 기사를 내리지 않으면 고소하겠다고 했다. 아동학대처벌법은 신문 종사자 등이 아동보호사건 관련 아동학대행위자, 피해아동, 고소인, 고발인 또는 신고인의 인적사항 등을 신문 등 출판물에 싣거나 방송매체를 통해 방송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피해아동이나 고소·고발인, 신고인의 인적사항을 기사에 담아선 안 된다는 규정은 2차 피해를 막기 위함일 것이다. 하지만 인적사항을 특정해선 안 된다는 대상에 학대 행위자가 포함된 이유는 도무지 알 수가 없다. 공적 인물의 경우 신원을 명시한 실명 보도나 초상 보도가 허용된다는 판례도 있다. 이 코치는 국가대표 선수를 여러 명 육성해냈다. 코치가 공적 인물인지에 대한 판단은 엇갈릴 수 있다. 그러나 개별 법이 가해자를 특정해선 안 된다고 규정한 것은 법령의 숨은 오류 아닌가 싶다. /손성배 사회부 기자 son@kyeongin.com

  • [노트북]포천시의원들 '너 인성에 문제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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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트북]포천시의원들 '너 인성에 문제 있어?' 지면기사

    최근 유튜브(YouTube) '가짜사나이'에 출연한 한 출연자의 '너 인성에 문제 있어?'라는 말이 포천에서도 대유행 중이다.포천시의회는 후반기 의회 출범 후 '공무원 갑질'·'장어술판'·'수해골프' 등 시의원 자질이 의심스러운 여러 논란에 휩싸였고, 공무원과 시민들은 이런 이들을 향해 '너 인성에 문제 있어?'라고 묻고 있다.최근 여러 논란에 국민의힘과 무소속 의원들은 의회 차원의 '대시민' 사과를 제안했다. 하지만 사과방식에 이견을 보인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의 반대로 결국 의회 차원의 사과는 수포로 돌아갔다.공교롭게 최근 문제를 일으킨 민주당 의원들만 '반대' 입장을 보이며 의장단 선출로 대립각을 세웠던 나머지 의원들과는 감정의 골만 더욱 깊어지게 됐다. 거기에 민주당 시의원들을 자중시켜야 할 위치의 지역위원장 역시 자당 시의원들의 '미필적 고의'를 컨트롤 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리더십 부제 논란에 곤욕을 치르는 중이다.포천시의회 7명 의원 모두는 초선이기에 그간 의정활동 중 발생한 실수는 '열정'이란 이름으로 덮어지곤 했다. 하지만 최근 이들의 행동은 열정이 아닌 개인적 욕망을 억누르지 못해 일으킨 '참변'에 가깝다.특히 수많은 언론의 지적을 무시하고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는가 하면, 눈과 귀를 가린 맹목적 지지자를 동원해 방패막이로 내세우는 우를 범했다. 물론 이들 의원의 지지자들은 이 같은 행동이 자신이 지키고자 하는 시의원을 고립시키고 낙선의 길로 빠르게 이끈다는 사실을 모르는 듯하다.심지어 청소용역 문제를 두고도 석탄발전소 폐지를 외치는 한 시민단체는 특정 시의원을 정치적으로 옹호하고 방어해 단체 자체의 정체성까지 의심받고 있다. 이 단체의 이 같은 행동은 시민들 모두가 염원을 담아 주장하는 석탄발전소 폐지까지도 정치적 행동으로 해석되게 할 뿐이다.다수인 공무원, 언론, 동료의원 모두가 '너 인성에 문제 있어'라고 말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시정과 의정을 구분하고 실수를 인정하는 용기만이 시민들의 박수를 받는다. 시의원들 스스로 의회의 권위를 내려놓은

  • [노트북]매립지 협의체와 경찰, 친분인가 유착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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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트북]매립지 협의체와 경찰, 친분인가 유착인가 지면기사

    "인천서부경찰서, 아직도 1960~70년대 경찰 수준을 못 벗어난 건가."최근 인천 서구에 있는 수도권매립지주민지원협의체(협의체)가 관할 경찰서의 정보 경찰관뿐 아니라 당시 정보보안과장, 경찰서장에게까지 총 200만원대의 금품을 전달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주민들은 이런 반응을 보였다. 매년 100억원 이상의 수도권매립지 '주민지원기금'을 다루는 협의체와 범죄 수사를 담당하는 경찰 사이에 금품이 오간 행위를 '구시대적 행태'라고 꼬집었다. 특히 과거부터 주민지원기금 횡령 등의 비위 행위가 반복됐던 협의체와 경찰 사이에 유착이 있는 것 아니냐고 의심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모두 경찰이 자초한 일이다.협의체 위원장은 경찰에 금품을 건네기 두 달 전에 서부경찰서로부터 '경찰의 날' 표창까지 받았다. 순수하게 경찰 행정 발전에 기여한 공으로 포상을 받은 것인지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취재과정에서 만난 이들은 금품을 받았던 당시 서부서 정보보안과장 A경정과 협의체 위원장이 친분 관계가 있다고도 입을 모았다.협의체가 경찰에 건넨 골프의류 등의 금품은 수도권매립지 폐기물 반입 수수료에서 형성되는 '주민지원기금'으로 구입한 것들이다. 매립지 인근 주민을 위해 사용하라는 목적에서 2천500만 수도권 시민들이 낸 세금이 경찰에게 흘러갈 정도로 엉터리로 쓰이고 있다는 방증이다. 이 같은 행태의 중심에는 협의체가 있다.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는 최근 협의체 구성 후 20년 만에 처음으로 주민지원기금 투명성 확보를 위한 방안을 마련했다. 그동안 기금 관리에 손을 놓고 있었다는 비판은 피하기 어렵지만, 지금이라도 매년 100억원이 넘는 돈이 어떻게 쓰이는지 철저히 감시해야 한다. 무엇보다 이 사안을 수사 중인 인천지방경찰청은 철저한 수사를 통해 협의체와 경찰 간 무슨 관계가 있었는지 투명하게 밝혀내야 할 것이다. 불신을 자초한 경찰이 시민들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최소한의 방법이다. /공승배 인천본사 사회부 기자 ksb@kyeongin.com공승배 인천본사 사회부 기자

  • [노트북]독감예방접종, 세심한 정책 뒷받침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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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트북]독감예방접종, 세심한 정책 뒷받침돼야 지면기사

    오는 12일부터 중단됐던 인플루엔자(독감) 무료 예방접종이 다시 시작된다. 정부는 상온에 노출된 것으로 의심되는 사업용 백신 48만명분을 수거하고 예비물량 34만명분을 투입해 부족분을 보충하기로 했다. 정부는 문제를 일으켰던 업체에 대해 약사법상 미흡한 부분이나 계약위반사항 등을 검토해 필요한 조치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올해 독감접종은 코로나19 여파로 무료 접종이 시작되기 전부터 우려를 낳았다. 올해 청소년과 노인까지 무료 접종 대상이 확대된 데다 '더블데믹'을 우려한 시민들의 접종이 늘어날 것으로 보이면서 예방 접종 수요가 예년보다 커졌기 때문이다.또 일부 보건소에서는 코로나19 업무가 가중되면서 무료 예방접종 업무를 일선 병원으로 위탁했고 '1일 100명 접종'이라는 인원제한까지 두면서 예년보다 '백신 찾아 삼만리' 현상이 심해질 수도 있다는 목소리도 나왔다.여기에 올해에는 콜드 체인 상태가 아닌 실온 보관 상태로 백신이 옮겨지는 사고까지 터지면서 백신 접종사업에 빨간 불이 켜진 상태다.실제 지난달 22일 시작될 예정이었던 영·유아(1회 접종) 무료 백신 접종이 연기되면서 현장에서는 혼란이 발생했다. 일부 병원에서는 모든 연령에 대해서 무료 접종이 불가하다고 안내한 반면 어떤 병원들은 영유아에 대해서도 유료 접종이라면 가능하다고 안내하는 곳도 있었다.영유아를 대상으로 한 백신의 경우 정부가 물량을 제공하는 방식이 아니라 병원에서 제약회사들을 상대로 공급을 받은 뒤 비용을 보전하는 방식으로 접종이 이뤄진다. 하지만 앞선 이유들로 인해 일부 병원은 예년보다 필요한 만큼의 백신 물량을 확보하지 못했고 백신 가격이 올라가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정부는 독감 백신을 지난해보다 500만 도즈를 더 생산해 전체적인 공급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지만 보다 수요가 늘어나는 만큼 세심한 정책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제는 독감을 접종받기 위해 긴 줄을 늘어서고 백신이 있는 병원을 찾아 이곳저곳 전화해야 하는 수고를 덜어줄 수 있는 대책들도 함께 고민해 봐야 할 때다. /이원

  • [노트북]악마의 탈을 쓴 '조두순'이 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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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트북]악마의 탈을 쓴 '조두순'이 돌아온다 지면기사

    얼마 전 영화 '소원'을 다시 보게 됐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 영화는 주인공 소원이가 비 오는 아침 학교에 가던 중 술 취한 아저씨에게 끌려가 믿을 수 없는 사고를 당한다는 내용이다. 영화의 실제 주인공(당시 8세)은 신체가 훼손되고 성기와 항문 등 생식기의 80%가 파열되는 심각한 피해를 당했다. 바로 '악마'로 불리는 조두순 얘기다. 조두순은 2008년 12월 안산시 단원구에서 초등학생 피해자를 교회 안 화장실로 납치해 강간 상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징역 12년형을 선고받아 복역 중이다. 그런데 조두순이 지난 7월 심리상담사와 가진 면담에서 "오는 12월13일 만기 출소하는데 출소 후에는 아내가 사는 안산 집으로 돌아가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지면서 안산 일대가 발칵 뒤집혔다. 윤화섭 안산시장이 불안감을 호소하는 시민들의 전화를 3천600통이나 받았다고 한다.실제 안산에서 최근 만난 주민들은 하나같이 '조두순이 오면 안산을 떠나겠다', '아이를 어떻게 키울 수 있을지 고민이다'는 등의 불안감을 토로한다. 9월26일 종료된 '조두순 출소를 반대합니다' 국민청원에는 2만7천62명이 동참했다. 윤 시장은 지난달 법무부 장관에게 서한을 보내 조두순의 출소 전 '보호수용법'을 신속히 제정해 달라고 요청했다. 보호수용법은 아동 성폭력범 등이 일정기간 사회와 격리돼 별도 시설의 관리·감독을 받도록 하는 법이다. 그러나 기존에 제출된 보호수용법안에는 소급적용규정이 없어 조두순에게는 적용할 수 없다는 게 법무부의 입장이었다. 조두순의 출소를 막을 방법은 없다는 것이다.이에 따라 법무부는 조두순만 전담하는 보호관찰관을 지정해 주 4회 이상 대면 관리하기로 했다. 안산시도 조두순의 거주가 예상되는 주거지 등에 방범 카메라 211대를 추가로 설치할 계획이라고 했다. 하지만 조두순 출소 시기가 가까워질수록 주민들의 불안감은 점점 커지고 있다. 아직 시간은 있다. 실질적인 대책이 나오길 기대해본다. /이상훈 디지털미디어센터 기자 sh2018@kyeongin.com이상훈 디지털미디어센

  • [노트북]수원과 이병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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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트북]수원과 이병희 지면기사

    이병희(1926~1997) 전 국회의원이 작고했을 때 그 묘지 앞에서 목 놓아 통곡했던 경찰관이 승진했다는 풍문이 있다. 그 모습을 목격한 높은 분이 애향심이 있는 공무원으로 봐 그렇게 조치했다는 얘기다. 어디까지나 풍문이지만 이 에피소드는 고 이병희 의원이 수원 지역에 어떤 의미의 인물이었는지를 설명할 수 있는 좋은 사례다.어떤 도시는 어떤 인물을 얘기하지 않고는 설명할 수 없는 경우가 있다. 수원과 이병희가 그렇다. 이병희는 수원에서 7선 국회의원을 역임했다. 수원시민들은 박정희 군사쿠데타의 군벌 출신인 그를 1963년 6대 국회에 입성하도록 선택해줬다. 같은 군벌인 유승원이 인천에서 국회의원에 당선됐고 이 둘은 박 전 대통령에게 각각 인천과 수원으로 경기도청을 이전해달라고 건의한다. 결의를 보여준다고 삭발한 이병희는 박 전 대통령과 담판해 경기도청 수원 이전을 성사시켰다.삼성 수원공장 설립, 성균관대학교 수원 유치, 화성성곽 복원 등 지금의 수원을 있게 한 굵직한 일에는 그의 이름이 아로새겨져 있다. 그는 경인일보 본사 수원 이전의 숨은 세력이기도 하다. 60년대 후반 사장이 옥살이를 하며 경영진이 공백이던 시기에 신문사에 돈을 댈 발행인을 섭외하고 본사를 이전시킨 뒷배가 바로 그였다. 또 선경직물이 군부의 대대적인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도운 막후이기도 했다.6·7·8·9·10·13·15대 국회의원. 중간중간 빈 숫자는 그가 걸어온 길이 순탄하지 않았으리란 걸 짐작케 한다. 군벌이었으나 신군부에선 부정축재자로 몰렸고 주먹계 거물 김두한·남경필 전 지사의 아버지인 남평우와 겨뤄야 했으며 자민련 소속으로 어렵게 선거를 치르기도 했다.그런 이병희 평전이 곧 출간된다. 저자는 경인일보 4·5대 편집국장이었던 이창식 국장이다. 한 시대를 풍미하며 수원이란 도시를 쥐락펴락 한 장본인에 대한 이야기이다. 공과 그늘은 있을 것이나 그것 역시 이병희를 알아야만 논할 수 있을 터. 일독을 권한다. /신지영 경제부기자 sjy@kyeongin.com신지영 경제부기자

  • [노트북]인천 첫 '산모지원정책' 타 지자체로 번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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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트북]인천 첫 '산모지원정책' 타 지자체로 번지길 지면기사

    인천시의회 문화복지위원회는 지난 15일 김성준(민·미추홀구1) 의원이 대표 발의한 '인천시 공공산후조리원 설치·운영 및 인천형 산후조리원 지원에 관한 조례안'을 가결했다. 민간영역에만 맡겨져 있던 산후조리원 운영을 관리·지원하고 공공산후조리원도 대폭 늘려나가겠다는 취지다. 산모들은 이르면 내년부터 산후 마사지와 같은 값비싼 서비스 일부를 지원받을 수 있고, 향후 관련법이 바뀌면 조리원 비용 지원까지도 확대될 수 있다. 분만 직후 산모의 건강권에 관한 정책이 처음 시작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시의회가 이번 회기에 다루는 54개 안건 중 유독 이 조례에 눈길이 가는 이유는 임신 5개월 차를 맞았기 때문이다. 모든 정책이 자신과 관련이 없으면 관심을 갖지 않게 마련이지만, 임산부·산모와 관련된 정책만큼은 더욱 소외된다. 10개월만 지나도 임산부·산모는 이미 당사자가 아니게 되고, 곧바로 육아·교육정책에 관심을 쏟는 탓이다. 일례로 최근 '맘카페'에서 화두가 된 청와대 국민청원 '코로나19로 인한 임산부 재택근무 의무시행'은 동의 수가 4천여명에 그쳤는데, 비슷한 시기 진행된 '의대생 국시 재접수 구제 반대' 청원은 현재 56만명을 돌파했다. 관통하는 주제는 모두 '국민의 생명'이었지만 정작 생명을 품고 있는 임산부에 대한 관심은 평소 저조한 것이다. 나 역시 임신 후 입덧, 위장병, 두통, 요통, 빈뇨, 변비, 수면 장애 등을 하루에 동시에 느끼고서야 지하철 임산부석의 소중함을 몸소 깨달았다.우리나라 지난해 합계출생률이 사상 최저인 0.92명을 기록했다. 다양한 요인이 있겠지만 여성이 임신·출산·육아를 그리 긍정적으로만 보지 않는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다. 인천시가 쏘아 올린 산모 건강권 보호 조례가 각 지자체와 정부의 임산부·산모에 대한 정책 경쟁으로 번지길 기대한다. /윤설아 인천본사 정치부 기자 say@kyeongin.com윤설아 인천본사 정치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