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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소방관용 공기호흡기 관납비리 새판짜야 지면기사
오멜라스. 어슐러 K 르귄이 쓴 소설 '오멜라스를 떠나는 사람들'에 등장하는 가상의 유토피아다. 르귄은 '적자생존' 정글과 같은 세상과 딴판인 세상을 글로 그리며 단 하나의 비극적인 장치를 심었다. 오물로 가득 찬 지하실에서 고통을 받고 있는 어린아이다. 오멜라스의 아이들은 청소년이 되기 전 이 아이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아차리는 동시에 이 아이가 비참한 삶을 사는 덕분에 자신들과 공동체의 행복이 보전된다는 교육을 받는다. 문제를 마음 한 구석에 묻고 행복하게 살 텐가. 아니면 떠날 것인가. 오멜라스 사람들은 선택의 기로에 선다.화재 현장에 가면 소방관들은 얼굴에 검댕이를 잔뜩 묻히고 등에는 'SANCHEONG'이라고 쓰인 공기통을 멘 채 잰걸음으로 움직인다. 그 공기호흡기에 미인증 밸브가 결합됐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에 더해 정부 지원을 받은 개발 기술에 문제가 불거진 방위사업과 판박이로 자사 기존 특허를 심었다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소방관용 공기호흡기 관납 시장은 적자생존의 법칙이 적용되지 않았다. 단 하나의 업체가 수십년간 쥐락펴락하는 독식 구조였다. 경인일보는 지난 2월 26일 (주)한컴산청이 납품한 소방관용 공기호흡기에 미인증 밸브가 결합됐다는 첫 보도 이후 한 달여 납품업체, 소방당국, 수상한 검사기관 등 업계에 만연한 문제점을 짚었다. 지속적인 보도가 이뤄지자 소방청과 소방산업기술원은 제조업체 3사를 불러 모아 공기호흡기 검사·규격 개정안을 논의했다.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첫발을 뗀 것이다.문제를 그대로 두고 그들만의 오멜라스를 유지할 것인가. 아니면 지하실의 아이 같은 숨겨진 구조적 병폐를 꺼내 새 판을 짤 것인가. 현장 소방관들의 안전을 내팽개치고 '눈 가리고 아웅'하는 식으로 적당히 넘어간다면 당근색 옷을 입은 소방관을 존경하는 아이들은 물론 국민 모두가 좌시하지 않을 것이다. /손성배 사회부 기자 son@kyeongin.com손성배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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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반도체클러스터 개발정보 유출 '비밀은 없다' 지면기사
120조가 투입되는 반도체 클러스터 부지가 사실상 용인시 원삼면 일대로 확정됐다. 그런데 이미 2년 전부터 원삼면 독성리, 고당리 등지에선 매년 1천여 건에 달하는 토지 거래가 이뤄지며 투기 광풍 조짐이 확인됐다.이에 SK하이닉스 '용인 반도체클러스터 위해 수도권 규제 푼다… 낙후지 원삼면 일대 부동산 들썩'이란 기사 출고 후 현장으로 향했다. 하지만 현장에선 "땅값이 올랐다"는 말만 되풀이할 뿐 대화를 회피하려는 기색이 역력했다. 발길을 돌리려는 순간 한 주민이 다가왔다. 그는 "어디서 나오셨나요? 차 한잔 하시죠?"라며 자신의 사무실로 이끌었고, 10분 정도 지났을까. 그는 현장을 보여주겠다며 길을 재촉했다. 사무실을 나와 원삼면사무소 앞을 지날 때 즈음 그는 "이곳이 출입구가 될 자리입니다"라며 첫 마디를 건넸다. 당시 개발 후보지 신청 소식 외에 개발계획 등은 전혀 공개되지 않은 상황이었다. 이어 그는 "이곳은 수용되고 여기는 비수용 지역입니다. 여기가 작년 10월 지인이 대기업 직원에게 판 땅입니다. 이쪽은 게이트가, 여기 보건소까지가 모두 수용됩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반도체 클러스터 부지의 토지이용계획을 훤히 꿰고 있었다. 1시간 가까이 독성리와 고당리 현장을 돌면서 개발 정보가 사전에 유출됐음을 직감했다. 그는 취재팀에게 한 달 전 지인에게 받았다며 사진 두 장을 건넸다. 공공기관에서 사용하는 문서 형식의 사진과 반도체 클러스터의 토지이용계획이었다.3기 신도시 도면 유출 사태가 떠오른 취재팀은 '용인시 원삼면 반도체 클러스터 정보 사전 유출·투기세력 활용 의혹'이란 단독 보도와 영상을 출고했고, 타 매체들도 앞다퉈 관련 보도를 쏟아냈다. 이후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한 용인시는 전담반을 구성해 단속에 나섰고, 경기도는 원삼면 전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세상에 비밀은 없다'고 전했다. 정부의 신속한 대처에 박수를 보낸다. /이상훈 디지털미디어본부 비즈엠 취재부 기자 sh2018@kyeongin.com이상훈 디지털미디어본부 비즈엠 취재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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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수원화성과 노키즈존 지면기사
기다란 봉이 버스 안을 가로질렀다. 봉 앞쪽 의자마다 백인들이 앉았고, 그 뒤편에 흑인들이 비좁게 서 있다. 편안하게 앉은 백인을 바라보는 흑인 여성의 얼굴에 말로 다할 수 없는 감정이 교차한다. 20세기 미국 사회의 인종차별을 다룬 영화 '헬프'의 한 장면이다. 영화에는 차별을 묘사한 장면들이 쏟아진다. 가장 황당했던 것이 화장실을 분리한 것인데, 흑인 가정부가 집 안 화장실을 사용하는 게 불쾌하다며 별도의 화장실을 만들었다. 그야말로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우스꽝스러운 장면이다. 영화를 보는 지금이야 그때 그 시절의 차별이 도무지 납득가지 않는 옛이야기라 여길 테지만 이런 식의 차별이 지금은 없을까.오랜만에 하늘이 맑았던 주말, 수원화성 나들이에 나섰다. 5살 딸 아이는 추운 날씨에도 하늘 높이 연을 날리며 즐거워했다. 때마침 불을 밝힌 화성 야경을 보며 운치 있게 차 한잔 하려 카페를 찾았는데, 그 많은 카페 중에 우리가 앉을 곳은 없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5살 아이가 들어갈 수 있는 곳이 없었다. 담합이라도 한 듯 화성을 마주한 거리의 카페 입구마다 '노키즈 존' 혹은 '어린이 출입금지'가 적혀 있었다. 노키즈존 논란이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일각에서는 '오죽하면 그랬겠느냐'며 부모를 타박한다. 일부 타박받을만한 부모들도 없진 않으니, 가게마다 그마다 사정이 있었으리라 이해해본다. 그럼에도 변하지 않는 건, 영문도 모른 채 출입조차 거부당한 아이들에게 노키즈존은 어른들이 행하는 명백한 '폭력'이란 사실이다. 또 음주를 심신미약으로 이해하는 어른들의 느슨한 사회의식 속에서 유독 아이에게만 가혹하게 적용되는 어른들의 처벌(?)은 '나이'를 무기로 삼았다고밖에 해석할 도리가 없다. 꼭 한마디 덧붙이자면, 수원화성은 모두의 유산이다. 결코 일부 세대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공지영 사회부 기자 jyg@kyeongin.com공지영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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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사라져 가는 인천 근대건축물 지면기사
일제강점기에 지은 인천 부평의 일본식 상가주택이 지역사회 관심 밖에 있다가 지난 13일 다세대주택을 짓기 위해 철거됐다. 아베라는 일본인이 식당을 짓기 위해 건축을 신청하는 문서와 도면이 남아있었고, 일제강점기 말 부평지역 시가지화의 흔적이라 건축학적·역사적 가치가 크다는 게 연구자들 평가였다. 하지만 건물 철거와 신축 관련 행정절차가 막바지에 다다를 때까지도 지자체는 물론 지역사회 전체가 몰랐다.오랫동안 인천 향토사를 연구해온 한 인사는 부평 근대건축물 철거 이후 페이스북을 통해 2016년 철거돼 주차장으로 변한 동구 송림동 1930년대 한옥여관을 언급했다. 일본 근대건축물 철거에도 시끄러운데 왜 근대한옥 철거 때는 조용했는지 하는 안타까운 마음을 담은 글이다. 송림동 한옥여관이 무너질 때도 지자체, 언론 등을 포함한 지역사회가 조용했다.인천 중구 송월동의 근대건축물인 이른바 '애경사'(비누공장)는 2017년 거센 비판 여론에도 불구하고 철거됐다. 이후 인천시는 문화재가 아니면서도 가치가 있다고 평가되는 근대건축물을 보존·활용할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했지만, 현재까지 체감할 만한 대책은 없다. 최근의 부평 근대건축물 철거가 그 증거다.인천에 있는 근대건축물들이 철거되고 있다. 게다가 개발 압력이 높은 구도심에 몰려 있어 사라지는 속도는 시간이 갈수록 빨라질 수밖에 없다. 또 건축물 상당수가 개인 소유라 '보존해 문화유산으로 활용하고자 하는 지역사회'와 '재산권 제한을 원치 않는 소유주'라는 상반된 입장이 충돌할 수밖에 없다. 개인 재산권도 근대건축물 보존·활용 정책에서 고려해야 할 중요한 사안이다. 근대건축물 보존·활용에 대한 획기적인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인천시가 지역사회 의견을 모을 때다. /박경호 인천본사 사회부 기자 pkhh@kyeongin.com박경호 인천본사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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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한국인의 정(情) 지면기사
맞는 걸 좋아하는 사람은 없다. 선생님이나 군대 선임병의 폭행을 당연시하던 시절이 있었으나 요즘은 가해자의 지위를 인정하지 않고 형사처분을 내리는 추세다.더러 예외는 있다. 친구 간 가벼운 장난이라든지 이성 간 호감의 표현방식이 이에 해당한다. 이마저도 상대방으로부터 완전한 동의를 얻지 못하면 경찰서 출석을 각오해야 한다. 이처럼 폭행에 관한 잣대는 인권 향상과 비례해 엄격해지고 있다. 갈수록 폭행의 범위가 넓어지고 처벌도 강해질 것이라는 의미다.하지만 사회 인식은 아직 이 같은 변화를 받아들이는 데 더디다. 가족이라서 교사라서 선배라서 청소년이라서 '그럴 수 있었겠다'는 관용, '그럴 만했다'는 억측, '그럴 리 없다'는 정서적 면죄부가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한국인의 정(情)은 "뭘 그런 것 갖고 이렇게까지 문제를 키우느냐"며 피해자를 뒷걸음질 치게 한다.폭행을 간단한 문제로 치부할 수 없는 이유는 피해자에게 신체상의 후유증을 남기기 때문이다. 폭행사건에 자주 언급되는 '정신적 충격'(스트레스 장애) 또한 신경에 손상을 입힌 신체상 후유증이라 할 수 있다. 꼭 신체접촉이 없었다 하더라도, 험악한 분위기에서 상해를 가하려는 시늉만으로 유형력 행사가 인정돼 폭행죄로 기소된 경우도 있다.지난 4일 김포시에서 다문화 여고생이 하교 후 또래들에 둘러싸여 세 시간 가까이 협박과 욕설에 시달린 사건이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가해 청소년들은 담뱃불을 쥔 채 입을 벌리라 하고, 피해여고생의 가방에 담뱃불을 끄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CCTV에 포착된 무리는 경찰의 최초 소환 대상인 7명보다 많았다. 컴컴한 어둠 속에서 오도 가도 못하고 오열하던 피해여고생은 입원치료를 받아야 했다. 여전히 우리 사회가 이 정도는 너그럽게 용인되는 시스템일지, 그래서 피해여고생이 오히려 마음 졸이며 지내게 되지는 않을는지, 어른들의 후속조치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김우성 지역사회부(김포) 기자 wskim@kyeongin.com김우성 지역사회부(김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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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인천화장품 '어울' 반등위해 필요한 것은 지면기사
인천 공동화장품 '어울'이 출시 5년이 됐다. 그동안 제조사와 운영사가 각각 역할을 하는 방식으로 운영됐으나 운영사 계약 기간 만료에 맞춰 제조사의 역할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운영 방식 변경이 추진된다. 어울은 인천시와 인천 지역 화장품 제조기업이 공동으로 만들었으며, 전국 최초의 '지자체 공동브랜드'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다. 인천시는 어울이 남동국가산업단지에 집적돼있는 화장품 기업을 성장시키는 촉매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했지만 효과는 기대 이하였다. 어울은 2017년 50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등 출시 이후 상승세였으나 지난해에는 22억원을 기록하면서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인천시는 매출 하락의 원인으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로 인한 중국과의 갈등'을 꼽았다. 이 기간 낮아진 매출액은 28억원이지만 중국 매출 하락은 15억원 수준이다. 사드 논란이 중국 매출 하락의 전부가 아닌 것이다. 인천시는 매출 하락과 관련해서는 중국과의 갈등 외에 이렇다 할 분석을 내놓지 못했다. 다만 이번 운영 방식 변경으로 '어울'이 활성화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제조사가 중심이 된 협동조합 또는 특수목적법인(SPC)이 유통·판매·홍보 등의 업무를 함께 맡으면 제조부터 판매까지 각 단계가 유기적으로 연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인천시는 홍보비를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인천시가 어울을 중심으로 인천 화장품 산업의 발전을 꾀하고 있는 것과 같이 다른 지자체들도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부산과 충북, 제주 등 많은 지자체가 화장품 산업과 관련해 여러 지원책을 쏟아내고 있다. 지원액 기준으로 보면 인천보다 몇 배 많은 비용을 들이고 있는 곳도 있다. 인천이 단순히 운영 방식을 바꾸는 것만으로 활성화를 꾀하기 어려울 수 있다. 화장품 산업이 성장해 일정 수준 이상 오르는 데에는 최소 5~10년 걸린다고 한다. 장기적인 목표를 위해 인천시와 기업 지원 기관인 인천경제산업정보테크노파크, 화장품 업계가 머리를 맞대야 할 때다. /정운 인천본사 경제부 기자 jw33@kyeongin.com정운 인천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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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깜깜이' 택시 사납금, 관리감독 나서야 지면기사
경기도의회는 지난 19일 올해 처음 열린 임시회에서 택시회사의 사납금을 사실상 인정하고 명문화 했다. 국토교통부가 사납금 명칭을 사용하지 말라며 재의를 요구한 '경기도 택시산업 발전 지원 조례'를 원안대로 가결한 것이다.국토부 입장에서는 불법인 사납금제가 경기도의 조례에 명시되는 것이 불쾌할 수 있다. 지난 1997년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이 개정되면서 사납금제가 폐지됐고, 전액관리제(월급제)가 3년 유예기간을 거쳐 지난 2000년 9월에 전면 시행됐기 때문이다.하지만 사납금은 19년이 지난 지금도 모든 법인택시에서 단행되고 있다. 차량을 빌려주고 연료비를 대주기 때문에 대신 사납금을 받겠다는 게 택시회사의 입장이다.사실 법에는 정확히 불법으로 명문화됐지만, 법을 판단하는 법원은 또 다른 입장을 취하고 있다. 지난 2004년 대법원은 택시 운행 수익의 배분은 노사 간 협의로 결정할 사항이라며 전액관리제에 대해 사실상 강제성 없는 제도로 판시한 바 있다. 또 2007년에도 같은 판결을 내렸다. 이론은 불법인데, 현실은 아니라는 소리다.이중 잣대에 결국 사납금제를 관리 감독해야 하는 지자체들도 손을 놓고 있다. 솔직히 적발해도 택시 업체에서 대법원 판례로 항의하면 할 말이 없을 수밖에 없다.상황이 이쯤 되면 사납금제를 솔직히 인정하고 철저히 관리·감독하는 태세로 전환해야 하지 않을까. 택시 기사들은 툭하면 오르는 사납금 때문에 처우개선이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데, 차라리 사납금 인상분을 제도로 규제하면 회사 마음대로 할 수 없을 테니 말이다.서울시는 택시회사의 사납금을 온라인에 공개하기로 했다. 경기도도 '깜깜이'로 운영되던 사납금을 모두가 알 수 있게 공개하고 관리 감독에 나선다면, 도내 택시기사들의 고충을 조금이나마 덜어낼 수 있을 것이다. 모두가 쉬쉬했던 사납금을 인정하고 이제는 관리·감독에 나설 때다. /황준성 경제부 기자 yayajoon@kyeongin.com황준성 경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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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이 또한 다 지나가길 바라는 것인가 지면기사
영화 '내부자들'은 우리 사회를 지배하는 거대 권력집단의 얼룩진 민낯을 상당히 현실감 있게 그려냈다. 그들에 대한 신랄한 비판 속에서 잠시간 쾌감이 느껴지기도 하지만, 소위 나쁜 놈들과 한 배를 탄 내부자가 돼야만 그들의 진짜 모습을 고발할 수 있다는 영화 전반의 메시지는 씁쓸함을 남긴다. 만약 내부 고발이 없다면, 내부 고발이 불가능한 환경이라면 그들만의 철옹성은 여전히 공고할 테니 말이다.산본새마을금고에 관한 보도는 내부 고발에서 비롯됐다. 7년 전 일이지만, 잘못된 부분은 바로잡아야 한다는 한 금고 이사의 결단이 시발점이 됐다.하지만 그의 용기 있는 선택은 곧 외로운 싸움으로 이어졌다. 이사회 회의에 참석하는 이사임에도 과거 회의록을 열람할 수 없었고, 적법하게 받을 수 있는 자료마저도 모조리 제출을 거부당했다. 이사회 내부적으로 '눈엣가시' 취급을 받았고, 새마을금고라는 조직 차원에서도 '긁어 부스럼'을 만드는 존재로 인식됐다. 좋은 게 좋은 거라며 적당히 넘어가자는 주변의 회유도 많았다.취재 과정에서 "이사회 이사들 중 단 한 사람만이라도 나와 같은 결단을 내렸다면, 이 사건의 진실은 진작에 만천하에 드러났을 것"이라는 그의 외침은 많은 것을 생각케 하는 대목이다. 결과적으로 그의 내부 고발은 정의가 아닌 조직에 누를 끼치는 행위에 불과했다.취재 과정에서 석연치 않은 점은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회의 내용을 유일하게 입증할 수 있는 당시 회의록은 조작 흔적이 발견됐고, 문제가 된 간부직원의 징계와 복직 과정은 의문투성이다. 금고 차원의 내부 감사 역시 적당한 선에서 마무리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해당 간부직원은 반성은커녕 한술 더 떠 이젠 이사회의 수장이 되겠다며 선거에 뛰어들었다.그럼에도 금고 측은 이에 대한 명확한 해명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이미 다 지난 일'이라는 것이 과연 올바른 답변일까. 이 또한 다 지나가길 바라는 것인가. /황성규 지역사회부(군포) 기자 homerun@kyeongin.com황성규 지역사회부(군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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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소통행정이 시민 행복 이끈다 지면기사
"시는 차별 없이 소외 없이 시민 모두와 함께 하겠습니다." 민선 7기 광명시가 지난 11일부터 오는 21일까지 18개 동을 순회하면서 시민들에게 보고하기 위해 만든 올 주요 시정 브리핑 자료의 제목이다. 박승원 시장은 지난해 7월에 취임하면서 '소통행정'을 강조했고, 이를 지켜나가는 모습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우리 동네 시장실'로 지난 8월부터 시행되고 있다. 매월 한 차례씩 지정된 동 행정복지센터로 시장실을 통째로 옮겨 그곳에서 시민들을 만나고 현장을 확인하는 등 일과 모두가 이곳에서 이뤄진다. 박 시장은 또 취임 100일을 맞은 지난해 10월에 광명시민체육관에서 광명시민 500인 토론회를 열어 다양한 의견을 들었다. 시민들의 반응은 뜨거웠고, 시는 이 같은 토론회를 정기적으로 개최할 예정이다. 박 시장은 공무원들에게도 각종 업무 추진 시 토론회 활성화를 주문하고 있다. 부서 간 맡은 업무를 공유해 폭넓은 시정을 펼치고, 집단지성을 이끌어내 더 좋은 시정을 펼치기 위해서다.박 시장은 올 시무식 자리에서 공직사회의 신바람 나는 근무 분위기 조성을 위해 6급 이하 직원 100명으로 '조직 혁신팀'을 구성해 운영할 것을 제안했다. 이 조직 혁신팀은 127명으로 구성됐고, 지난달 30일 첫 원탁토론회를 개최한 데 이어 오는 25일까지 4차례 토론회를 하고 효율적인 혁신안을 제시할 방침이다.지난 1월에 열린 '민선 7기 광명시장 공약 실천방안 보고회'도 이색적으로 진행됐다. 시장과 부시장, 실·국·소장, 과·팀장 등 100여 명이 참석했다. 주요부서 팀장급 이상이 아닌 전 부서 팀장급 이상이 참석하는 등 말만 보고회였지 서로 의견을 나누는 토론회 방식으로 진행됐다.박 시장은 이 자리에서 "앞으로 주요시책 등을 추진 시 토론회를 통해 중요사항을 결정하는 등 공직사회가 집단지성을 발휘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고, 공직사회에서 토론회가 활성화되고 있다. 시장이 시민과 공무원의 작은 소리에도 귀 기울이는 소통행정을 정착시키면 시민 모두의 삶은 절로 행복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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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인천항 벌크화물 감소 대책 마련해야 지면기사
인천항의 올해 물동량 목표는 1억6천200만t이다. 이는 해양수산부가 발표한 지난해 인천항 물동량 1억6천346만3천755t보다 줄어든 수치다. 2017년 연간 컨테이너 물동량 300만TEU(1TEU는 20피트짜리 컨테이너 1대분)를 국내에서 두 번째로 돌파하는 등 매년 컨테이너 물동량 기록을 경신하고 있는 인천항의 기세를 고려하면 매우 의아한 일이다.인천항만공사 관계자는 "컨테이너 물동량은 늘고 있으나, 벌크 화물 물동량이 매년 감소하고 있다. 벌크 화물 감소 부분을 컨테이너 증가량으로 만회해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으로 물동량을 유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벌크 화물은 일정한 형태로 개별 포장을 하지 않은 화물이다. 곡물·석탄·원유·철제 등이 벌크 화물로 운반되며, 항만 물동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컨테이너 화물보다 크다. 실제로 지난해 인천항 물동량 중 벌크 화물 비중은 68%에 달했다. 벌크 화물은 항만 물동량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지만, 안타깝게도 인천항에서는 처리량이 매년 줄어들고 있다. 지난해 인천항에서는 1억1천181만6천459t의 벌크 화물을 처리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1억1천940만7천303t)보다 6.4% 줄어든 것이다.인천항만공사는 대량의 벌크 화물을 취급하는 수도권 공장이 지방으로 이전하면서 벌크 화물이 줄어들고 있기 때문에 별다른 대응책이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인천 항만업계에서는 벌크 화물을 이대로 내버려둬서는 안된다는 목소리가 크다. 연구용역을 통해 벌크 화물 감소 원인을 제대로 파악하고, 이를 토대로 대책을 만들어야 한다는 게 항만업계의 요구다.벌크 화물은 컨테이너 화물과 함께 항만 물동량을 구성하는 양대 축 중 하나다. 지금과 같은 벌크 화물 감소세가 계속된다면 인천항의 전체 물동량은 매년 줄어들 수밖에 없다. 벌크 화물에 대한 인천항만공사의 관심과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다. /김주엽 인천본사 경제부 기자 kjy86@kyeongin.com김주엽 인천본사 경제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