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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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세대차이 지면기사
최근 온라인상에 재미난 게시물이 돌아다녔다. 요즘 세대는 전화받는 손 모양이 다르다는 것으로, 사소한 동작 하나로 세대를 구분할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유선전화 송수화기 모양을 흉내 내려 엄지와 새끼손가락을 펴는 동작은 청소년들에게 생소할 수밖에 없다.기존에 보유하던 유선전화를 해지한 가구 비율이 지난 2012년 8.53%에서 지난해 26.86%로 급증했으며, 지난해 유선전화 미가입 가구는 전체의 44.24%에 달한다는 통계가 있다. 어릴 때부터 스마트폰을 사용하며 영상통화에도 익숙한 세대로서는 과거의 정서를 공감하기 힘들다. 겪어본 이들만이 주황색 공중전화 상단에 남겨진 동전을 추억할 뿐이다. 그만큼 세대가 빨리 변했다.몇 세대 앞서 대한민국은 국권을 강탈당하고 수많은 국민이 일제에 고초를 겪었다. 그중에는 고향산천을 떠나 상하이와 난징, 항저우 등에서 투쟁하던 임시정부 독립운동가들이 있었다. 올해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아 다양한 역사교육이 이뤄지고 있으나, 선진국 반열에서 부족함 없이 자란 세대가 늘어날수록 민족의 아픔에 공감하는 분위기는 점점 희박해질 것이다.얼마 전 김포교육지원청 주관으로 김포 학생대표 87명이 중국 항일유적지를 탐방했다. 교과서에서 접한 임시정부를 찾아 김구 선생 집무실을 둘러보고, 홍커우공원에서는 윤봉길 의사 의거 현장을 체험했다. 습도 때문에 체감온도가 48℃까지 치솟는 폭염 속에 학생들은 독립운동가들이 이역만리에서 얼마나 고생했을지 몸으로 겪었다.독립유공자 후손 노승연(통진중 3) 학생은 "난징 위안소 유적 진열관에서 위안부 할머니들의 상처가 알고 있던 것보다 훨씬 심했다는 것을 느꼈고, 조선혁명정치군사간부학교에서는 나라를 위해 열정을 불사른 이름 없는 독립운동가들에 대해 생각해보게 됐다"며 "이국땅에서 돌아가신 분들께 참배하면서는 더욱 열심히 살아야겠다고 다짐했다"고 말했다.학생들은 탐방 마지막 날 어떻게 국력을 키워 설움을 당하지 않을지 열띤 토론을 벌였다고 한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다. /김우성 지역사회부(김포) 기자 wskim@kyeongin.com김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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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기초문화재단의 역할 지면기사
얼마 전 출입하는 문화재단 담당자에게 문화재단의 역할에 대한 질문을 던진 적이 있다. 알고는 있었지만, 이 재단에서 최근 이렇다 할만한 좋은 콘텐츠를 발견하지 못해서다. 그렇다고 이곳 관계자들이 일을 안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기자는 이 문화재단의 상황을 충분히 잘 알고 있다. 올해 시가 재정 문제로 행사·축제성 예산을 삭감하면서 그동안 운영하던 문화예술 사업에 비상이 걸렸다. 기존 진행하던 행사와 공연은 유지해야 하고, 예산은 줄었으니 질 좋은 콘텐츠를 기대하는 건 사실 논리적이진 않다.사정을 알고 있지만, 방문할 때마다 기획 공연과 새로운 사업에 대해 묻게 된다. 이곳에 있는 훌륭한 인적 자원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풍부한 아이디어를 가진 문화예술경영 전문가들이 많지만, 여건상의 문제로 능력을 발휘하는 게 쉽지 않다. 그래서 늘 안타깝다. '지방 출자·출연기관'인 문화재단은 문화정책을 전문적·효율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지자체가 조례 제·개정을 통해 설립한 기관이다. 쉽게 말해 문화예술경영 전문가를 고용, 지역 문화예술인에게는 교육과 공연 등의 기회를, 시민에게는 질 좋은 문화 콘텐츠를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 이런 기초문화재단은 현재 경기도 내 15개가 설립돼 운영되고 있다. 안타깝게도 이들 중 몇몇 문화재단은 앞서 이야기한 문화재단처럼 문제점을 안고 있다. 인력, 예산 등의 문제로 운영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곳도 있고, 시에서 내려오는 소위 '택배사업'들을 안고 가다 보니 제대로 된 콘텐츠를 생산하지 못하는 곳도 여럿 있다.앞으로 도내 여러 지역에서 문화재단 설립을 계획 중이다. 가장 먼저 평택과 과천이 내년 1월 문화재단 출범을 앞두고 있다. 이 두 곳이 기존 문화재단이 가진 문제점을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운영을 놓고 많은 고민을 해야 한다. 특히 문화재단으로서 역할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결국 이 두 곳 역시 특별하지 않은, 그냥 여느 지역에 있으니까 생겨난, 기능을 잃은 곳으로 전락할 수 있다. /강효선 문체부 기자 khs77@kyeongin.com강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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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풍년의 역설은 우리 모두의 숙제 지면기사
수렵시대를 끝낸 인류가 농경사회에 접어들면서 풍년(豊年)은 모두의 바람이자 그 한해에 가장 큰 염원이었다.홍수가 들이닥치거나 가뭄으로 농작물이 바짝 마르면 그 나라를 대표하는 왕에게 비난이 쏟아졌다. 풍년이 들면 왕에게 감사했다. 즉 풍년은 왕이 갖춰야 할 필수 덕목이었다.이 때문에 인류는 풍년을 기원하는 제를 매년 하늘에 올렸다. 또 인류는 풍년 농사를 위해 해와 달, 별자리의 움직임을 연구했고 이는 곧 과학의 기초가 됐다.하지만 최근 들어 풍년이 농민들의 근심거리로 전락해 '풍년의 역설'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작황이 좋아 생산량이 늘어 공급이 증가하면 가격이 떨어져 농민들이 힘들게 땀을 흘려 키운 농산물이 제값을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현대시대의 시장 논리상 공급과잉을 초래하는 풍년은 자연재해나 다름없는 셈이다.대표적인 사례가 올해 양파농사다. 양파는 올해 재배면적이 평년과 비슷했으나 강수량, 일조량 등 생육에 적절한 기상여건이 이어지면서 단위면적당 생산량이 크게 늘었다. 소비처는 한정적인데 생산은 평년에 비해 17만t 정도가 늘다 보니 가격이 전년대비 절반가량 떨어졌다. 생산원가에 미치지 못하자 농민들은 아예 산지폐기를 단행하면서까지 공급량을 줄이고 있지만 역부족인 상태다.이는 비단 양파에 국한되지 않는다. 마늘은 이미 같은 현상을 겪고 있고 배추, 무, 보리, 대파, 매실 등도 공급량 증가로 비상이다.농업은 우리 사회의 근간인 만큼 흔들릴 경우 전체가 위태로워질 수 있다. 하지만 농민이 해결할 수 있는 선은 이미 넘어섰다. 과거 풍년을 위해 과학이 발전한 것처럼 이제는 적정한 수급을 위한 고도의 예측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 즉 풍년의 역설을 반복하지 않게 만드는 것은 정부의 몫이다.소비자들도 힘을 보태야 한다. 공급과잉에 대한 당장의 해결 방안은 소비촉진밖에 없다. /황준성 경제부 기자 yayajoon@kyeongin.com황준성 경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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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밥 한끼의 진심 지면기사
파스타를 파는 서울의 작은 식당에 사람들이 줄을 섰다. 이름난 맛집도 아닌데, 굳이 시간을 내어 이 식당의 파스타를 먹으려는 이유는 식당 주인이 SNS에 올린 글이 화제가 되면서다.식당 주인은 "결식아동 꿈나무 카드 그냥 안 받을랍니다"라는 글을 통해 결식아동에게 지급하는 꿈나무 카드의 불편함을 지적했다. 아이들에게 배불리 밥을 먹이고 싶은데, 가맹점이 되면 정산받는 과정이 너무 어렵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정산을 포기하는 대신 굶는 아이들에게 무료로 밥을 주기로 했다. 그러면서 아이들에게 신선한 제안을 했다. '가게 들어올 때 쭈뼛쭈뼛 눈치 보면 혼난다', '금액에 상관없이 먹고 싶은 것 이야기 한다', '다 먹고 나갈 때 카드와 미소 한번 보여주고 간다'는 제안이다. '가난은 불편한 것'뿐이라는 그는 아이들에게 '당당하라'고 주문했다. 그렇게 그의 글이 SNS에 퍼지면서 그 취지에 공감한 사람들이 식당의 매출을 올려주겠다며 연일 식당을 찾고 있다. 무상급식의 기원을 되짚어보면, 식당 주인과 식당을 찾는 수많은 이들의 마음과 같다. 사업 초기, 삼성 이건희 회장의 손자도 공짜 밥을 먹는 게 이치에 맞냐고 비판하며 포퓰리즘 정책이라는 반대논리와 강하게 부딪혔지만, 적어도 밥 앞에서 모든 아이가 평등하기를 바라는 공감대가 폭넓게 형성되며 논란은 사그라졌다.하반기 시행예정인 경기도 고교무상급식도 오랜 풍파 속에 다져진 사회적 공감대 위에서 꽤 순조롭게 출발한 듯했다. 예산 분담률을 두고 파열음이 나기 전까지는. 예산을 분담하는 경기도, 경기도교육청, 경기도시장군수협의회 어느 곳에서도 무상급식의 당위성을 부정하지 않았다. 세 곳의 단체를 취재하며 공통으로 느낀 것은 사업의 출발선에 섰을 때 모두 같은 마음이었다는 것이다. 우리, 어른들이 건네는 편견 없는 밥 한 끼의 진심을 잊지 말자. /공지영 사회부 기자 jyg@kyeongin.com공지영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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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재량에도 원칙이 필요하다 지면기사
초등학생 아들이 지난달 현충일 즈음 갑자기 장기휴가(?)에 돌입했다. 연휴 사이 끼어있는 평일에 학교를 안 간다는 것이었다. 왜 안 가냐고 물으니 '학교장 재량'이라고 했다. 징검다리 연휴의 이점을 살린 유연한 발상이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한편으론 맞벌이 부부에겐 썩 반갑지 않은 결정일 수 있겠다 싶었다.얼마 전 자율형사립고 지정 취소를 둘러싸고 교육청 재량 평가가 뜨거운 논쟁이 됐고, 최근 프로야구에서도 경기 막판 심판 재량 비디오 판독을 시행한 부분을 놓고 설왕설래가 이어진 바 있다.재량의 사전적 의미는 자기의 생각과 판단에 따라 일을 처리한다는 뜻이다. 원칙이나 규칙, 규정과 달리 주관적이고 예외적인 개념이다. 재량권을 올바르게 사용하면 융통성으로 이어지지만, 반대의 경우 공정성 논란에 휩싸이거나 명분·핑곗거리로 전락한다.최근 한세대학교에서 비정규직 교직원 김모(24)씨의 계약해지 사건이 이슈가 됐다. 계약기간을 채운 시점에서의 계약 종료 통보는 언뜻 보면 문제될 게 없어 보인다. 그러나 평가를 거쳐 정규직 전환이 가능하다는 당초 채용조건과 달리 평가를 생략한 점, 해당 직원과 동일한 조건으로 입사한 다른 계약직 직원은 앞서 정규직으로 전환된 점 등의 이유로 형평성 논란이 불거졌다. 이에 대해 학교 측은 올해부터 계약직의 경우 계약기간만 근무하는 것으로 방침을 전환했다고 설명했다. 사실상 학교 재량에 따른 결정이었다. 평가 기회조차 받지 못한 김씨는 억울함을 호소하며 반발했지만, 재량 앞에선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이에 한세대 노조가 나섰고, 여기에 시민단체와 시의회 등 지역사회까지 힘을 보태 김씨 살리기에 나섰다. 결국 학교 측은 계약해지 통보 두 달만에 해당 직원을 정규직으로 임용했다. 올해부터 계약직의 정규직 전환은 없다던 방침과 달리, 학교 측이 다시 한 번 재량을 발휘한 셈이다.재량에도 원칙이 필요하다. 재량은 원칙의 미흡한 부분을 보완할 수 있는 수단으로 활용해야 한다. 원칙의 빈틈을 악용하기 위한 핑계의 수단으로 남용해선 안 된다. /황성규 지역사회부(군포) 기자 homerun@k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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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공직자 변화·의식 개선 '디테일의 행정' 지면기사
"디자인하지 않으면 사임하라(Design or resign)!" 마가렛 대처 전 영국 수상이 한 말이다. 디자인이 기업의 핵심 가치로 떠오른지 오래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나 잭 웰치 GE 전 회장은 21세기 경영의 승부처로 디자인을 꼽았다. 행정이라고 다르지 않다. 최근 조광한 남양주시장은 "시민들에게 신뢰를 얻을 수 있는 따뜻한 행정이 필요하다. 공직자가 추구하는 것은 시민에게 참 가치를 제공하는 것"이라며 "디테일한 행동으로 이 가치를 실현할 때 지속가능성이 담보된다"고 말했다. 공직자들에게 따뜻한 행정, 참 가치를 주문하면서 그것을 '디테일한 행동'으로 실현할 것을 주문한 것이다. 디자인이 색의 빛깔, 선의 유연함, 재질의 질감 등 미세한 디테일에서 격의 차이로 나타나는 것처럼 조 시장은 공직자 행동의 디테일을 개선하는 데서 행정을 개혁할 수 있다고 믿고 있다. 그러면서 그는 "공직자 스스로 의식 전환이 안되면 (그것은) 누구도 (대신) 해 줄 수 없다"고도 했다. 디테일에 강한 문화를 세우기 위해 공직자가 본인의 작은 습관을 바꿔야 한다며, 행동을 바꾸고 알고 있는 것을 실천하라고 요구한다. 시는 이러한 '디테일의 행정'을 3기 신도시에도 적용하고 있다. 조 시장은 LH나 국토부 주체가 아니라 "시와 시민들이 주체가 되어 우리 시의 미래도시를 만들자"고 제안했다. 이를 위해 직원들을 대상으로 왕숙신도시 이매진 콘테스트(imagine contest)를 열고, 월례회의에서 3기 신도시 관련 콩트를 만드는 등 3기 신도시를 주제로 다양한 행사를 개최하고 있다. 덕분에 남양주 3기 신도시에 대한 수많은 아이디어가 나오고 직원들간 토론 문화가 형성되면서 남양주에 의한 남양주 만의 도시를 만드는 첫 걸음이 시작되고 있다. 조 시장의 '디테일의 행정'이 성공하려면 그가 주문한 것처럼 공직 사회 스스로가 변화되고 기존의 의식을 바꿔야 한다. 또한 그에 대한 시민 동참이 필요하다. 부디 조 시장의 개혁바람이 제2건국운동으로 확산돼 정약용의 후예답다는 평을 듣길 바란다. /이종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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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부동산 신앙 지면기사
"집은 백일몽을 꾸게 해주는 보금자리고, 몽상가를 보호하며, 평화로운 꿈을 꾸게 한다."20세기 프랑스 철학자 가스통 바슐라르(Gaston Bachelard)가 생각한 '집의 장점'이다. 그는 경제논리가 아닌 자기만의 둥지 개념으로 집을 바라봤다.2019년 현재 대한민국에 사는 사람들은 그의 말에 공감하지 못할 것이다. 한국인에게 집은 곧 재산이다. 부를 쌓는데 욕망을 자극하고 동기를 부여하는 대상이다. 그래서 바슐라르의 말은 우리에게 냉혹한 현실을 모르는 낭만에 불과할지 모른다.집을 향한 우리의 욕망은 아파트입주예정자협의회(이하 입예협)를 통해 표출되곤 한다. 입예협을 통해 사람들은 아파트의 부동산 가치를 올리기 위해 열을 올린다. 벽을 대리석으로 바꿔달라, 오르막길에 열선을 설치해라, 흙 놀이터를 물놀이터로 바꿔라 등 입주 전후 아파트값을 높일 수 있는 요소를 찾아 건설사에 요구하며, 필요할 땐 단체행동까지 불사하는 용기도 보여준다. 이렇다 보니 유능한(?) 입예협은 입주예정자들 사이에서 일종의 '신격화'가 된다. 내 욕망이 투영된 집값을 올려주는 이들에게 맹신에 가까운 믿음을 보낸다.최근 취재한 광교의 한 신규 아파트 단지도 마찬가지였다. 이 아파트는 분양가보다 아파트값이 두 배가량 상승했다. 그리고 그 중심엔 입예협이 있었다. 이들이 속한 비공개 카페에서 입예협은 절대적인 위치다. 입주민들은 입예협 임원들이 무엇을 하더라도 상관없다는 식이다. 공무원이 직위를 숨긴 채 회장을 맡고, 자신이 투자한 부동산으로 매물을 유도해도 문제없다고 했다. 오히려 그동안의 노고에 감사하다며 수천만원을 건넸다. 보다 못한 입예협 임원이 이를 폭로했지만, 돌아온 답변은 "왜 그러냐"는 비난뿐이었다. 내부의 조롱과 왜곡을 견디지 못한 그는 결국 입을 닫았다.집에 자신의 욕망을 투영하는 게 틀린 건 아니다. 다만, 과몰입과 맹신은 옳지 않다. 최소한 공(公)과 사(私)는 구분해야 하지 않을까. /김동필 사회부 기자 phiil@kyeongin.com김동필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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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다양한 청년정책, 다른 연령 배척은 안돼 지면기사
경제가 어렵다는 아우성이 여기저기서 들린다. 이유는 다양하다. 경제가 어렵다는 것은 일자리를 구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몇 년째 이어지고 있는 경기 침체로 청년들의 취업난이 심각한 수준이다. 대학생들이 1학년 때부터 토익 등 취업에 유리한 '스펙'을 쌓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은 이제는 자연스러운 상황이다. 정부도 이러한 어려움에 도움을 주려고 정책을 쏟아냈다. 대학생을 포함한 청년들의 창업을 장려하기 위해 각종 지원책이 마련됐다. 구직하는 청년들을 위해서는 '청년수당'이 지급된다. 청년수당은 서울시 등에 이어 인천도 도입해 시행하고 있다. 청년이 잘사는 나라를 만드는 것은 국가의 중요한 과제다. 하지만 청년에 대한 많은 지원을 두고 소외감을 느끼는 이들이 있다면 이는 고민해 봐야 한다.최근에 만난 50대 스타트업 대표는 이러한 어려움을 호소했다. 그는 "창업을 하려고 마음을 먹고 여러 기관의 문을 두드렸지만 대부분이 '청년' 대상 지원이라는 말을 들었다"며 "청년에 대한 지원도 좋지만 우리 같은 40·50대는 정책에서 소외된 것 같아 씁쓸하다"고 했다. 분명 40·50대 창업을 지원하는 기관도 있다. 이 창업가도 지원기관의 도움을 받고 있다. 청년층에 비해 지원이 너무 적다는 하소연일 것이다. 창업 분야만 보면 청년을 대상으로 하는 지원이 많아 보인다. 대학마다 창업 관련 기관들이 있고 정부도 청년 창업을 적극적으로 장려하고 있다. 이러한 지원이 '쏠림'이라고 느끼지 않도록 하는 정부의 정책적 배려가 필요해 보인다. 창업 지원을 예로 들면 지원 기준에서 '연령 제한'만 삭제해도 이러한 소외감이 들지 않을 수 있다. 각 분야에서 예산 배분이 연령대별로 어떻게 이뤄지고 있는지 분석해 보는 것도 필요하다. 기계적으로 모든 연령층이 같은 지원을 받아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 차이가 너무 크다면 문제가 있는 것이다.청년은 앞으로 우리 사회를 이끌고 나갈 중요한 세대라는 점은 누구도 부인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해서 다른 연령층이 중요하지 않다는 의미는 아닐 것이다. /정운 인천본사 경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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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주 52시간제, 기형적 노동시스템 변화 기대 지면기사
"근로시간이 줄면 그 자체로도 00.0%의 임금인상 효과가…", "아직 준비가 덜된 상황인 만큼 계획을 연기해야…."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에 대한 기사가 아니다. 지난 2002년 9월 주 5일 근무제 시행을 앞두고 한 매체에 보도된 내용이다. 당시 재계 총수들은 한자리에 모여 정부 정책을 규탄했다.시계를 다시 돌려 2017년.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 주52시간제 도입을 확정 지으면서 지난 2002년 기사에 주어만 바꾼듯한 기사들이 쏟아졌다.다시 2019년 6월. 당장 다음 달 1일부터 주52시간 근무제 시행을 앞두고, 이 같은 반응은 더 이상 뉴스거리가 되지 못하지만 여전히 현장에서는 불만의 목소리가 들린다. 특히, 경기·인천지역에서 분야를 막론하고 '대란'이 발생할 조짐을 보이면서 '역시 시기상조였다'는 주장이 다시 힘을 얻고 있다. 하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시스템. 초과근무를 해야만 기본적인 생활 수준에 맞출 수 있는 시스템으로 운영되던 '버스업계', 늘어나는 수요를 근로자 숫자가 따라가지 못해 과로사가 빈번한 '집배원'까지 파업이 예고된 업계는 그 어떤 곳보다 기형적인 시스템으로 운영되던 곳이다.최근 OECD가 집계한 지난해 우리나라 1시간 노동생산력은 평균 34.3달러다. 전년보다 다소 높아진 수치지만, OECD 회원국 22곳 가운데 17위로 저조한 성적이다.전문가들은 우리나라 근로자 1인당 근로시간이 지나치게 많아 시간당 노동 생산력이 높아지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실제 2016년 우리나라 1인당 연평균 노동시간은 회원국 평균보다 405시간이나 많은 2천69시간으로 매일 최소 1시간 이상씩 더 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근로시간이 문제가 아니라 한국을 떠받혀온 시스템이 문제다. 다음 달로 다가온 주52시간제 도입이 단순히 근로시간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그간 기형적이었던 시스템을 바로잡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지금의 성장통을 기꺼이 감내하는 이유다. /김성주 정치부 기자 ksj@kyeongin.com김성주 정치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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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소각장 이전, 의정부시 행정의 아쉬움 지면기사
의정부시가 소각장 이전을 추진 중이다. 쓰레기 소각장이라는 시설은 지역에 꼭 필요한 시설임에 틀림없지만, 아무도 내 집 가까이 들어서는 것을 환영하지 않는다. 역시나 주민들은 물론 포천시와 양주시 등 인근 지자체까지 반대하고 나섰고, 반대에 부딪힌 의정부시는 내구연한을 넘긴 현 소각장이 멈추기 전 대안을 찾으려 노력하고 있다.그러나 째깍째깍 '쓰레기 대란' 초시계를 앞에 두고 떠밀리듯 소각장 이전 건립을 추진하는 의정부시의 행정을 보면 아쉬운 부분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현 소각장이 노후하기 전 과거 15년 동안 충분히 장기계획을 짤 시간이 있었을 텐데, 이제 와 시간에 쫓겨 업체의 제안서 외에는 대안이 없는 듯 말하는 시의 설명은 이해하기 어렵다. 소각장 이전 계획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주민이나 시민단체에 의견을 묻는 과정이 없었던 점도 아쉽다. "입지 선정과정에서 가용부지를 모두 검토했지만, 시 경계와 접하지 않는 곳은 없었다. 그나마 자일동이 대규모 취락지구가 없고, 초등학교가 가깝지 않은 곳이었다"는 담당 공무원의 설명은 의정부시가 얼마나 좁은 곳인지, 기피시설 설치가 어려운 곳인지를 알 수 있게 한다. 동시에 의정부시가 가진 환경조건이 그렇다면 양주시가 동두천시와, 구리시가 남양주시와 각각 협력해 광역 자원회수시설 설치를 논의할 때 왜 뒷짐 지고 있었는지 의문이 들게 한다. 소각장 이전에 문제를 제기하는 지역의 한 정치인은 "시계를 돌려 2년 전으로 되돌리고 싶다. 답을 정해놓고 통보하는 것이 아닌, 주민을 비롯한 다양한 주체와 논의를 통해 해법을 찾는데 시간을 썼다면 지금의 갈등과 불신은 없었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소각장 분쟁은 언젠간, 어떤 식으로든 결론을 낼 것이다. 이미 내구연한을 넘긴 현 소각장을 언제까지 운영할 수 있을지 모르는 상황에서, 매일 쓰레기는 수십t씩 꾸준히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지금의 결정이 앞으로의 20년을 좌우하는 만큼 미래의 우리가 또다시 과거를 후회하지 않도록 모두의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김도란 지역사회부(의정부) 기자 dor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