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 [수요광장] 다시 보고 새로 봐야할 '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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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요광장] 다시 보고 새로 봐야할 '물' 지면기사

    세계적 물 위기 인간생존 위협최악에 대비하면서 최선에 대한추구 멈추지 않는 지혜 필요물은 더 나은 미래 만들 수 있어다 함께 새로운 '물의 길'에창조적인 상상력을 더해보자옛사람들은 산수(山水)를 대함에 있어 세 가지 관점을 중시하고 강조했다. 경치, 흥취, 그리고 이치다. 경치는 눈에 비치는 그대로의 풍광을 말한다. 흥취란 자연과 인간의 교감을 통한 일종의 감흥이다. 이치는 이성으로 파악되는 자연의 진리, 자연에서 배우는 삶의 지혜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견해는 오늘날에도 매우 유용하고 큰 의미가 있다고 필자는 생각한다.실제, 이러한 관점을 오늘날의 물 관리에도 적용 또는 응용하기 위해 애써 왔다. 그렇다고 전면적으로, 곧이곧대로 적용한다는 얘기는 아니다. 시대와 국민의 요구에 부응하는 유연하고 적절한 변화를 늘 염두에 둔다. 수려한 경치는 아름다운 경관으로 바꿀 수 있다. 마음으로 느끼는 흥취도 체험, 레저, 휴식 등으로 대신할 수 있다. 자연에서 배우는 삶의 이치 역시 지역경제 활성화, 일자리 창출 등과 동떨어진 것은 아니다.이러한 생각과 행동을 통해 가장 많은 도움을 받은 영역은 하천관리, 친수공간 조성 등이다. 강과 호수, 물길 등의 아름다운 경관이 알려지면 사람들의 호기심이 커진다. 여기에 여가활동이나 레저, 휴식, 관광 등의 기능을 갖춘 친수공간이 더해지면 이곳을 향한 발걸음은 대폭 증가하기 마련이다. 자연스럽게 각종 서비스산업 등이 발달하고, 새로운 일자리가 생겨날 수밖에 없다.이런 얘기를 꺼낸 까닭은 마침 어제가 '세계 물의 날'이어서다. 오늘날 지구촌에는 기후변화로 인한 대규모 가뭄과 홍수, 물 부족, 수질오염, 물 갈등 등 시급한 해결이 필요한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 따라서 이를 위한 노력에는 누구도 예외일 수 없다. 그러나 '물로 더 행복한 세상'을 위해서는 다른 측면의 노력도 중요하다.현재, 우리 사회의 가장 중요하고 시급한 과제는 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이다. 경인지역은 아시아의 관문이며, 대한민국을 넘어 동북아시아의 중심지를 지향하고 있다. 자연, 산업, 문화,

  • [발언대] 투명하고 합리적인 '대학입학 전형비용' 징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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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언대] 투명하고 합리적인 '대학입학 전형비용' 징수를 지면기사

    2013년 고등교육법 개정안은 각 대학에 응시생들로부터 수취한 입학전형료 중 인쇄·홍보·인건비 등 실제 사용 비용을 제외한 나머지 금액을 반환할 것을 명시하였다. 하지만 남은 전형료를 반환하라는 규정을 준수한 대학은 거의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학생 한 명이 수시전형에 최대로 지원할 수 있는 범주의 대학 6곳에 모두 지원한 상황을 가정하면, 최소 30만원에서 최대 78만원의 대입전형료를 납부해야만 한다. 당연히 가정 형편이 넉넉하지 못한 경우의 학생은 금전적인 부담 때문에 수시전형에 응시할 수 없게 된다. 적어도 한 사람의 평생 삶을 좌우할 대입 문턱에서 이러한 원천적인 기회박탈은 결코 건강한 사회라고 할 수 없다. 물론 대학이 독자적으로 전형료를 정하고 받는 것 자체는 당연한 절차이다. 다만 만사가 그렇듯 대입전형료가 일정액으로 책정되기 위해서는 당연히 그에 따른 합리적인 근거가 있어야 한다. 합리적인 판단에 기초해 대입전형료를 재조정함으로써 수시 6회, 정시 3회의 공평한 대학응시 기회를 모두 이용할 수 있도록 불평등의 빌미를 제거해야 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대학생 입학금도 그 근거와 기준이 없고 금액도 대학마다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대학입학금은 교육부 훈령에 '입학금은 학생의 입학 시 전액을 징수한다'고만 명시되어 있을 뿐이고 입학금의 정의와 징수사유, 산정기준 등 법적 근거가 불명확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학생과 학부모가 이해할 수 있는 수준으로 입학금 규모를 축소하고, 상세하게 징수근거를 따져봐서 입학금이 필요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난다면 당연히 입학금은 없애는 것이 타당하다 할 것이다.대학도 영리추구를 등한 시 할 수 없는 조직인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대학은 고등교육이라는 더욱 원초적인 목적이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해마다 1인당 평균 등록금 666만7천원이라는 돈이 대학으로 흘러 가고 있고 대학의 누적 적립금은 11조8천171억 원이나 쌓여있는 현실 속에서 국가가 대학의 이런 비정상적인 상태를 바로잡아주지 않는다면, 피눈물 흘리면서 정부와 대학을 원망하게 되는 국민들은 점점 더

  • [기고] 인류의 새로운 먹거리, 물 산업에 답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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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고] 인류의 새로운 먹거리, 물 산업에 답이 있다 지면기사

    인간 vs 인공지능. 세기의 대결이 끝이 났다. 완승을 낙관했던 분위기는 대국이 시작되고 알파고의 실체가 공개되면서 반전됐다. 오히려 인공지능에게 한 판이라도 승리하는 것이 인간의 승리라는 것이다. 그와 동시에 혹자는 곧 인공지능이 인류를 지배하는 것이 아니냐는 자조 섞인 푸념을 늘어놓기도 했다.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에 대한 인간의 두려움은 결국 일자리와 관계돼 있다. 우리는 이미 산업화를 거치며 시스템으로 대체돼, 현재는 자취를 감춘 직업에 대해 학습되어 있는 상태다. 그러나 우리가 간과하고 있는 것이 한 가지 더 있다. 숱한 직업이 사라졌지만 다양한 일자리 또한 생겼고, 그리고 그것을 가능하게 한 것은 산업화이자 기술의 개발이다. 그렇다면 인간의 자존감을 높여줄 수 있는 고유의 직군은 어떤 것이 있을까? '우물 안 개구리'라는 평가가 염려되기는 하지만 해답은 물 산업이라고 생각한다.지구온난화와 각종 기상이변으로 작년 대한민국의 가뭄 피해는 최고조에 달했다. 104년만의 가뭄이라는 2012년에 이어 2015년까지, 단순 재해로 치부할 수준을 넘어섰다. 그 덕분인지 물 순환 전 과정에 대한 통합적 관리로 물 이용의 효율성 제고를 도모하는 통합물관리에 대한 법제화 논의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지금이야 수자원을 관리의 대상으로 인식하고 있지만 인류는 오랜 세월 강우를 하늘의 뜻으로 여기고 기우제를 지냈다. 그만큼 영향인자가 변화무쌍한 물관리는 변수에 민감하다. 이세돌 9단이 승리한 4국에서의 묘수에 알파고가 적절히 대응하지 못했던 것처럼, 물 산업이 변수에 약한 인공지능이 침범할 수 없는 인간의 영역인 이유다. 특히 통합물관리는 기능별, 기관별 관리체계의 통섭을 의미한다. 물 분쟁 및 갈등관계를 해소함으로써 국민 물 복지 향상을 목표로 한다. 그러나 인공지능은 협상가가 될 수 없다. 이 또한 물산업에서 인공지능이 인간의 위상을 넘볼 수 없는 이유다.물 산업 시장이 반도체시장의 두 배 이상 규모인 6천억 달러로 매년 5% 이상 급격히 성장하고 있으며, 향후 20~30년 내에 석유산업을 추월할 국가 핵심

  • [발언대] "불탐위보(不貪爲寶), 청렴의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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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언대] "불탐위보(不貪爲寶), 청렴의 가치" 지면기사

    불탐위보(不貪爲寶)의 정신으로 청렴하게 살았던 송나라 재상 자한(子罕)의 일화다. 어떤 이가 뇌물로 옥(玉)을 선물하자 자한은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그대는 옥을 보배로 여기고 나는 재물을 탐하지 않는 것을 보배로 삼고 있으니 그대와 이 옥을 주고받으면 서로의 보배를 잃는 것이 된다."공직사회에서 가장 필요한 청렴의 가치를 이보다 잘 표현한 일화가 있을까. 지난달, 신규 소방대원 24명이 수원소방서에 임용돼 소속 안전센터로 배명을 받았다. 고된 훈련을 마치고 소방서에 들어서는 그들의 발걸음에서 결의에 찬 참 소방인의 모습을 봤다. 나 역시 30여 년 전 처음 방화복을 입으며 '화재와 재난에 굴하지 않겠노라, 어떤 상황에서도 국민의 생명 보호를 위해 희생과 헌신의 정신으로 국민의 안전을 추구하겠노라' 다짐했다. 오래전 그때를 추억하며 진정한 안전 지킴이가 돼 달라고 당부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공직자로서 첫발을 내딛는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바로 청렴 의식이다. 수원소방서는 최근 '2015년 청렴 최우수 기관'으로 선정되는 영예를 안았다. 전 직원이 한마음으로 이뤄 낸 성과라 수상이 갖는 의미가 남다르다. 전년도 청렴도 평가결과를 분석해 현실성 있고 실효성 높은 '청렴 플랫폼' 전략을 수립하고 투명한 업무처리시스템을 통해 국민감동을 이끌어냈으며, 직원들과 끊임없는 소통을 통해 만족도 높은 직장을 실현하도록 각고의 노력을 기울인 결과라고 자부한다. 또한 공직기강을 바로잡기 위한 자정노력을 통해 음주운전 방지를 위한 '동료 사랑 보이스 콘테스트'를 실시했으며 전 직원이 마음을 모아 음주운전 제로화를 실천했다. 이제 막 사회에 첫 발을 내딛는 새내기 직원들에게 떳떳한 선배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어 기쁘고 자랑스럽다. 탐하지 않는 것을 보배라 여겼던 자한과 같이 우리가 탐하지 말아야 할 것은 무사안일의 태도, 뇌물, 불공정한 업무 등일 것이다. 그와 반대로 시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겠다는 소방관으로서의 자세, 청렴의식과 같은 가치는 오히려 탐내주었으면 좋겠다. 어떤 공무원 조직보다도

  • [자치단상] 자족도시 건설위한 여건 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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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치단상] 자족도시 건설위한 여건 제동 지면기사

    적용법규 충돌 복합문화관광단지 조성 불가능개발제한구역 해제 수반되는 도시개발사업 추진민간투자비율 '지침'과 동일 도시개발법 개정 필요과천시는 관악·청계·우면산으로 둘러싸여 있고 쾌적하고 편리한 국내 최고 수준의 도시공원(6천974㎢)을 확보하고 있다. 또한 과천서울대공원, 서울랜드 등 유수의 테마파크와 국립과천과학관, 국립현대미술관, 경마공원 등 문화와 과학·레저가 어우러진 명소가 위치해 연간 약1천300만명의 관광객이 찾고 있다.그러나 과천에는 숙박시설이 부족해 다양해진 관광객 수요에 적극 대처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시에서는 국립과천과학관, 서울대공원, 한국마사회와 (주)서울랜드 등 5개 기관과 손잡고 과천의 관광 잠재력을 활용하고 외래 관광객 유치를 위한 '과천 국제 관광활성화계획 수립 연구용역'을 진행하고 있다. 이번 용역은 추사박물관을 비롯한 국립현대미술관 등 관광자원을 더욱 효율적으로 연계 발전시켜 과천을 국제적 관광명소로 육성하기 위한 것으로 지난해 9월 공동 추진 협약을 맺고 상호협력을 약속한 바 있다.과천은 시 전체 면적 35.85㎢ 중 85.2%가 개발제한구역으로 가용 토지 자원이 부족하고 산업기반이 취약하다 보니 시의 규모는 계속 정체되어 있는 것이 현실이다. 도시의 인구를 늘리고 기업이 활발한 활동을 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돼야 시의 경쟁력도 높아지고 발전하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미래대비 자족 도시를 만들어야 하며 이를 위해 과천의 강남벨트화 사업, 신속한 재건축 추진, 지역민을 위한 일자리 사업 등과 3대 중점사업(지식정보타운, 화훼종합센터, 복합문화관광단지)이 필요한 것이다.그러나 자족도시 건설을 위한 여건에 제동이 걸렸다. 시는 2021년 준공을 목표로 쇼핑, 업무, 숙박, 문화시설 등이 어우러진 복합문화관광단지를 도시개발법에 의한 민관합동개발 방식으로 조성하고자 지난해 3월 민간 사업자를 선정해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본 사업은 개발제한구역 해제가 수반되는 사업으로 공공기관과 민간기업이 일정비율 씩(공공 34%, 민간 66%) 출자하는 특수목적 법인을 먼저

  • [시인의 연인] 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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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의 연인] 틈 지면기사

    아파트 사이사이 빈 틈으로꽃샘 분다아파트 속마다사람 몸속에 꽃눈 튼다갇힌 삶에도봄 오는 것은 빈 틈 때문사람은 틈새 일은 늘 틈에서 벌어진다.김지하(1941~)봄날 민들레 꽃씨가 콘크리트 벽 사이에서 싹을 피운다. 이 싹은 눈부신 생명에 대한 경이로움과 감동 그리고 희열을 보여준다. 꽃씨가 '사이사이'에서 발아하는 '빈틈'은 척박하지만 생명이 연원할 수 있는 공간이며, 그것은 실재하는 "아파트 속마다" 있듯이 "사람 몸속에"도 무의식적으로 기거한다. 무의식은 '갇힌 삶'이지만 그 무의식의 '빈틈'에서 봄과 같이 새로운 생명의 탄생을 예고한다. 김지하는 그의 회고에서 "세계에 대한, 인간에 대한, 모든 대상에 대한 사랑, 악몽도, 강신도, 행동도 모두 이 사랑으로부터 비롯되는 것"이라고 했듯이 "사람은/틈"에서 오는 바, 틈은 이 모든 생명의 시작이면서 끝이다. 우리가 맞이하는 새로운 일들도 가만히 들여다 보면 "늘 틈에서 벌어"지는 것처럼 구멍 난 당신의 가슴에도 이제 곧, 한 송이 꽃이 피어날 것이다./권성훈 (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권성훈 (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

  • [월요논단] 지연의 용인술, 시간을 휘두르는 권력의 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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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요논단] 지연의 용인술, 시간을 휘두르는 권력의 기술 지면기사

    고의적으로 할일 미루거나고통의 시간을 연장해가면서타인을 괴롭히는 대인기술을자유자재로 구사하는 사람은참으로 무서운존재참으로 경계해야 할 존재다옛말이 "도둑질도 하지는 않을망정 배워는 두라"고 했다. 도둑질을 배워두라니? 해서는 안 될 짓을 왜 배운단 말인가? 그러나 나이가 들면서 하기 싫은 일과 해서는 안 될 일, 할 줄 모르는 일이 일체라면 얼마나 좋을까 한탄하는 일이 많아졌다. 해서는 안 되는 일이 할 줄 모르는 일과 같은 세상은 정말 좋은 세상이다. 유감스럽지만 우리 사회가 그러한 좋은 세상에 미달하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있어서는 안 될 일이지만 닥치게 되면 대처를 해야 하니 알아두어야 한다는 뜻이었던 것이다. 이 세상에서는 해서는 안 되는 일이 많다. 그 으뜸이라면 '학대'가 아닐까 싶다. 학대란 다른 생명을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괴롭히고 가혹하게 대하는 행동이다. 상대적으로 긴 시간을 전제로 한다. 이는 죽음을 능가하는 고통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달리 말하면 학대는 죽음의 순간을 계속 연장하면서 다른 생명을 계속 되풀이 살해하는 행동이다. 사악하기로는 으뜸이라 하겠다. 폭력도 나쁘지만 '지연', '연장'이야말로 학대를 학대로 만드는 핵심이다. 해서는 안 될 일이지만 알아두어야 할 대인기술 중 하나가 바로 이 '지연', '연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정이 어려워 약속을 어기거나 판단을 할 수가 없어서 결정을 미루는 것과는 명백히 다르다. 고의적으로 해야 할 일을 차일피일 미루거나 고통을 주는 시간을 연장해가면서 타인을 괴롭히는 대인기술을 자유자재로 구사할 줄 아는 사람은 참으로 무서운 존재, 참으로 경계해야 할 존재이다. 사람이 정복하지 못한 유일한 대상, 시간조차도 두려워하지 않는 존재라고 봐야 한다. 그런 자들의 내면을 사실 우리는 잘 알지 못한다. 근대 이후 인간이 인간에 대한 정보를 축적하고 참고하는 영역은 인문학이지만 다양한 권력자의 실체를 이 시대 인문학은 제대로 보여주지 못한다. TV드라마에 등장하는 인간의 모습을 한 재벌집 자식이나 권력자의 모습

  • [윤중강의 음악살롱] 작곡과 표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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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중강의 음악살롱] 작곡과 표절 지면기사

    표절은 범죄다. 작년, 문학에서 논란이 거셌다. 올해, 연극도 의혹이 제기됐다. 소설과 공연에 침투한 표절을 놔둬선 안 된다. 음악은 어떤가? 여기도 그렇다. 공개적으로 언급하지 않을 뿐이다. 표절의 근절을 위해, 평론가가 나서야 하나? 제대로 밝혀내고 싶으나, 들이는 시간이 아깝다. 대립각을 세우는 것도 피곤하다. 당사자가 누구보다 더 잘 알지 않을까? 음악에서 표절을 막기 위해, 우선 작곡과 편곡을 명확히 구분해야 한다. 우선 이것만큼은 꼭 지켜져야 한다. 국악에서 특히 더 그럴 필요가 있다. 편곡을 치자면 용인할 수 있어도, 작곡으로 봤을 땐 도저히 용납되지 않는 곡들이 많다. 작곡과 편곡은 다르다. 시각에 따라 다르겠지만, 작곡이 일단 더 창의적이다. 아주 엄밀하게 구분되는 건 아니지만, 작곡은 예술적 작업이요, 편곡은 기술적인 작업이다. 한 예로, '아리랑'을 가져와서 그 선율을 거의 사용하고 있는 곡을 들겠다. 아리랑의 리듬을 좀 달리하고 악기편성을 좀 달리했을 뿐이다. 이건 누가 봐도 편곡이다. 그럼에도 북클릿과 리플렛에 버젓이 '작곡'이라고 적는다. 이건 불량한 표절행위다. "작곡인가? 편곡인가" 작곡가 저마다의 자기검열이 요구된다. 편곡의 가치와 편곡적인 능력을 간과하는 건 아니다. 작곡은 무에서 유를 만들어내는 거고, 편곡은 유에서 유로 변화시키는 거다. 전통음악은 앞선 시대의 산물이다. 이후 세대가 공유할 자산이다. 국악은 그간 '전통의 계승'이라는 차원에서, 타 분야에 비해서 모방과 표절에 너그러웠다. 기존 음악을 도용한 작품도, 기존 작품을 모방한 작품도, 국악의 외연을 넓히는 범주에서 포용했다. 그러나 이제는 안 된다. '이 작품은 전통에 충실했다' 작곡가 자신의 이런 해설을 본다. 어떤 곡은 실제 듣고 나서, 이렇게 말하고 싶어진다. '이 작품은 전통을 모방(표절)했을 뿐, 작곡가 개인의 창의성은 부족하다.'문학에 편역(編譯)이 있는 것처럼, 음악에 편작(編作)이 있을 수 있다. 새롭게 만들어진 편작엔 그 담당자의 구성력과 창작성이 존재한다. 그럼에도 1

  • [풍경이 있는 에세이] 소설 수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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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풍경이 있는 에세이] 소설 수업 지면기사

    학생들이 소설을 쓰기전에막연함을 걷어낼 수 있도록힘있는 말을 해주고 싶었지만문학의 모호함을 고백하며도대체 그런건 전달되는 것일까회의하면서 수업을 마치곤 한다봄이 되면서 십오 년 만에 모교로 돌아갔다. 이번에는 학생이 아니라 가르치는 사람으로. 스무 명 남짓한 대학생들과 소설 수업을 시작한 것이다. 대학을 졸업하고 인천에 있으면서도 학교 가는 것을 일부러 피하던 시간들이 있었다. 약속이 학교 앞에서 잡히면 가고 싶지 않고 슬쩍 장소를 바꾸곤 했다. 학교에 갈 수 없을 만큼 어마어마한 일이 있었던 것은 아니고 그건 뭐라고 요약하기 힘든, 하지만 분명하고 오래된 거부감이었다. 졸업 무렵의 학교는 뭔가를 얻은 곳이 아니라 잃은 곳이었다. 연애는 뜻대로 되지 않았고 준비도 부족한데 학교에서 나가야 하는 시간은 가까워졌다. 소설을 쓰고 싶었지만 결국 소설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르는 채 사회로 던져졌다고 생각했다. 어쩌면 패배감 같은 것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지금 보면 소설이란 충분한 경험이 필요한 것이고 그때는 너무나 많은 시간이 남아 있는 시기였는데, 모든 게 늦었다고 느꼈다. 그러니 정확히 말하면 모교가 아니라 나의 이십 대가 미웠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소설 수업을 나가면서 그때의 나에 대해 떠올리게 된 건 장소뿐만 아니라 강의실에 앉아 있는 학생들 때문이었다. 거기에는 십오 년 전의 나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멋있고 세련되고 인상도 좋은 학생들이 앉아 있었지만 왠지 거기에는 내가, 여전한 불만과 불안을 견디지 못해 창백해져 있는 내가 앉아 있는 것 같았다. 그러면서 대학 시절 문학 수업의 장면들, 내내 졸다가 갑자기 손을 번쩍 들어 '그러니까 우리는 나로서 '나임'을 찾는 동시에 '우리임'도 자각하며 살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하고 질문하던 선배의 모습이나, 문학은 약자를 위한 것이고 가장 가난한 자가 가장 선하다고 믿는다던 선생님의 모습을 떠올리는 것이다. 2011년에 우리 곁을 떠난 소설가 김용성 선생님이 그런 문학에 대해 가르쳐주신 분이었다. 선생님이 그렇게 말할 때 나는 분명 가슴이 뛰

  • [춘추칼럼] 알파고와 대국이 불공정 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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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춘추칼럼] 알파고와 대국이 불공정 하다고? 지면기사

    "천여명 훈수꾼 둔것이나 마찬가지" 주장 오해탓구글, 알고리듬 개선 치중했지만 하드웨어는 그대로CPU 규모도 유럽 세계체스챔피언 꺾을때와 같아열풍 정도가 아니다. 알파고 앞에서 북핵도 총선도 어딘가로 사라져 버렸다. 그래서 이슈 블랙홀이라고, 이게 우리 시대의 화두가 될 만하냐고 묻는 볼멘소리도 들린다. 정말 그럴까? 우리 눈 앞에서 벌어진 사건의 경중이 분명치 않다면, 역사적 시각으로 접근하는 게 도움이 된다. 30년 쯤 지나서 살아온 날들을 회고할 때, 인공지능이 다다를 수 있는 한계를 하루 만에 갈아엎은 알파고 대국을 기억할까, 아니면 선거를 앞둔 이합집산의 정치 양상을 기억할까? 넘쳐나는 보도와 분석으로 인한 알파고 피로감에도 불구하고 한마디를 더하게 되는 이유다. 첫 대국 때만 해도 그냥 화젯거리였다. 언론에 나온 딥러닝이라는 단어는 강 건너 마을 얘기 같았고, 몬테카를로 트리 서치 같은 어려운 말은 금기어였다. 쉬워 보이는 인공지능이라는 단어로 퉁치는 바람에 터미네이터를 연상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인간을 노예로 부리는 그 무시무시한 스카이넷이 나오는 영화 말이다. 어설프고 선정적인 인공지능의 인간지배 가능성 얘기 대신에, 스테판 호킹 박사가 던진 굵직한 화두인 '인공지능 시대의 자본주의와 부의 재분배' 같은 논의를 시작했으면 더 남는 게 있었을 텐데. 하지만 알파고의 연승이 이어지자 분위기는 가라앉았다. '어 이게 아닌데'의 느낌. 점입가경으로 공정성 문제도 튀어나왔지만, 즉시 나서서 이의 제기를 안한다고 잘라 말한 한국기원의 의연함은 존경받을 만하다. 하지만 알파고는 하드웨어가 아니라 알고리듬이다. 이 알고리듬을 분산처리 방식으로 구현하는 과정에서 많은 중앙처리장치(CPU)와 그래픽처리장치(GPU)를 연결하여 처리속도를 높인다. 보편목적 GPU는 여러 개의 계산을 동시 수행해야 하는 벡터수치계산에 탁월해서 그래픽과 무관한 계산용으로도 흔히 쓰인다. 저가로 슈퍼컴퓨터를 구축할 때 수천 개의 CPU를 모아서 구축한 클러스터로 평행 알고리듬을 돌리는데, 이런 클러스터는 세계 슈퍼컴 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