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 [기고] 역사의 정통성
    칼럼

    [기고] 역사의 정통성 지면기사

    국가의 권력은 정통성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권력은 국민이 자발적으로 받아들일 때 정당화 된다. 독일의 사회학자 베버는 정치적 정통성의 원천을 전통, 카리스마, 합법성 등 세 가지로 보았다. 민주주의 정치 체제에서 지도자는 선거를 통해 국민의 지지를 받고 정통성을 인정받는다. ‘가족’이라는 울타리도 정통성은 존재한다. 자식은 부모의 권위에 대체로 순응한다. 그것은 의지에 의한 것보다 관습과 카리스마에 의한 자발적인 것이고 가계의 연속성에서 채득된 것이다. 이러한 가계의 연속성은 자신의 혈연에 대한 자부심으로 그리고 조상에 대한 경의로 표현된다. 누구도 갑자기 세상에 생겨난 것이 아니라 오랜 그 가계의 연속성에 의해 태어났기 때문이다. 개인이 그 연속성, 즉 역사를 부정하는 순간 가치관을 잃은 가족은 해체 위기에 처할 것이다. 국가의 정통성은 그 국가의 역사와 권력 그리고 합법성에 있다. 이 세 가지 중에 하나가 가치를 상실한다면 그 국가는 체제를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할 것이다. 역사가 훼손되면 권력은 힘을 잃어버린다. 힘을 잃은 국가 권력은 국민의 비판과 외면에 직면하고, 결국 국가는 합법성마저 잃게 될 것이다. 역사와 권력 그리고 합법성을 모두 잃은 국가는 존립 할수 없게 된다. 그만큼 역사는 국가를 지탱하는 중요한 정통성의 가치를 지닌 것이다. 작금의 사회적 이슈인 ‘역사 왜곡 문제’는 수위가 도를 넘고 있다. 내용을 보면 이 교과서가 대한민국의 교과서인지, 북한의 교과서인지 알 수 없는 부분이 있다. 왜곡된 내용을 살펴보면 대한민국의 정통성이 부정되고 북한의 정통성이 은연중 강조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두산동아 출판사’ 교과서 273쪽에 ‘북한, 정부를 수립하다’를 보면 “북한은 남한에서 총선거가 실시되자 곧바로 정부수립에 나섰다. 8월 25일에는 남북 인구 비례에 따라 최고 인민회의 대의원을 뽑는 선거를 하였다”고 씌어 있다. 북한의 8월 25일 선거에 대하여 ‘남북 인구 비례’란 용어를 사용 남북한 전체 주민이 참여한 선거처럼 왜곡하고 있다. 당시를 목격한 월남 인사들이 공산당에

  • [특별기고] 이 땅에 중소기업인을 위한 정의는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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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별기고] 이 땅에 중소기업인을 위한 정의는 있는가? 지면기사

    환경관련 규제가 많은 광주시에는 예전부터 축사가 밀집된 지역이 있다. 축사에서 매일 나오는 닭과 오리 분뇨가 하천으로 흘러들어 심각한 환경오염 우려가 있을 때 한 기업인이 이들 분뇨에 톱밥을 섞어 친환경 비료를 생산하는 비즈니스를 시작했다. 그런데 10여 년 전, 환경도 보호하고 친환경 비료도 생산한다는 자부심으로 30년 가까이 경영해 오고 있는 이 기업인에게 재앙이 닥쳤다.하천 흐름이 변경돼 자신들의 땅을 지자체에 강제로 빼앗긴 뒤(?) 공유지 사용허가를 받아 하천 옆 땅을 사용하던 기업은 2년에 한번 씩 진행하는 갱신 신청을 했다. 그러나 담당 공무원의 잦은 보직변경으로 공무원 책상 밑에서 서류가 잠자는 동안 기간은 지나 버리고 졸지에 무허가 공장이 되어버렸다. 항의도 해봤지만 전임자가 처리한 일이라 난 모르는 일이란 답변뿐. 그래도 그 후 별다른 제재없이 부과금을 내며 그럭저럭 사업을 해오고 있던 이 기업에 본격적으로 어려움이 닥친 것은 올해다. 해마다 반복되는 홍수로 피해를 보고 있어 하천보수공사를 해달라고 지난 10년간 읍소한 것이 받아들여져 작년에 예산 24억원이 확보되어 사업이 추진되기를 기다리고 있는데 날벼락 같은 소식을 듣게 되었다. 주변 지역 민원이 많아 현재로서는 어렵다는 것.이러한 사정을 경기도청에 찾아가 사전컨설팅감사라는 내부 심의를 거쳤으나 광주시의 권고사항 등을 먼저 이행해야 예산을 집행하겠다는 일상적인 답변을 얻었다고 한다. 문제는 다른 조건은 기업체가 수용할 수 있으나 광주시의 권고사항은 기존 공장이 모두 불법이니 다 뜯어내고 철거하라는 것(원래 정식으로 허가받아 사용하던 것을 자기들이 행정처리 미숙으로 기한을 넘겨 무허가 시설이 된 것)이라 업체 입장에서는 도저히 들어주기 어려운 것. 하지만 울며겨자먹기로 업체가 공장을 뜯고 광주시가 원하는 자재로 새로 신축할 테니 하천부지 사용허가를 정식으로 내달라고 요청했으나 광주시는 그 건은 별도로 검토해야 할 일이라고 하니 참… 사안을 확인해 보니 문제는 한 두 가지가 아니었다. 이 업체에 인접한 바로 이웃 업체는 버젓이 관련 허

  • [열린마당] 도심 속의 바닷길
    칼럼

    [열린마당] 도심 속의 바닷길 지면기사

    갯골은 바닷물이 드나드는 갯가의 두둑한 땅이 조수(潮水)로 인해 땅 사이가 좁고 길게 들어간 곳입니다. 시흥 갯골생태공원이 바로 그런 곳이지요. 이곳은 전국에서 유일하게 내륙 깊숙한 곳까지 나선형으로 형성된 특이한 지형의 내만 갯골로 유명한 곳입니다. 또한 다양한 동식물의 서식처로 생태학적 보존 가치가 높은 지역으로 인정받아 정부의 습지보호구역으로 지정되어 있지요. 봄에는 화사하고 아름다운 벚꽃길이 장관을 이루고 여름에는 아이들이 다양한 체험과 함께 물놀이를 즐길 수 있는 곳입니다. 가을에는 순천만 버금가는 갈대숲이 바람 따라 노래 부르고 겨울에도 고즈넉한 산책길이 낭만적인 곳으로 사시사철 시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지요.이곳은 갯골을 끼고 양옆으로 드넓게 펼쳐진 옛 염전의 채취와 향수를 누리면서 걸을 수 있는 공간입니다. 생태계의 보존관리를 위해 둑방 길에서 자전거를 타거나 걷는 것만 허용되는 곳이지요. 갯골을 따라 걷다 보면 칠면초, 나문재, 퉁퉁마디 등의 염생(鹽生) 식물과 붉은발농게, 방게 등 많은 어패류, 양서류 등을 볼 수 있습니다. 또한 알게 모르게 슬그머니 부리를 움직여 먹이를 쪼는 이름 모를 물새들의 몸짓도 묘한 매력을 안겨주는 곳이지요. 갯골에는 소금을 생산하던 옛 염전을 일부 복원하여 천일염을 생산하고 있는데 평소에는 보기 힘든 하얀 눈 같은 소금 산을 볼 수 있고 갯골축제기간에는 소금생산 과정을 체험할 수도 있습니다. 일제강점기 이곳에서 생산된 대부분의 소금은 부산으로 옮겨진 후 일본으로 반출되었다고 합니다. 우리 민족사의 아련한 기억과 애잔한 아픔이 배어있는 곳이지만 옛 염전의 모습 그대로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곳이지요. 이곳에선 천일염 생산과정을 학습할 수 있고 방문객에게 무료로 천일염을 제공합니다. 또한 갯골생태공원 내의 갯물해안학습교실에서는 단체로 무료생태학습이 가능하지요. 높이 22m 6층 목조 전망대는 갯골의 바람이 휘돌아 들어오는 갯골의 변화무쌍한 역동성을 형상화한 경사로를 돌아 오르면서 곳곳을 조망할 수 있고 정상에선 전체 지형을 조망할 수 있습니다. 약간 흔들리는

  • [경제전망대] 가계부채의 민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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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제전망대] 가계부채의 민낯 지면기사

    인천 가구당 평균부채 6천만원부동산담보대출 비중 ‘전국최고’빚지고 사는 저소득층 40% 달해금리인상땐 시민부담 엄청날 것소비패턴 개선… 훗날 생각않고일단 저지르는 우 범해선 안돼기업도, 정부도, 가계도 엄청난 빚더미에 올라앉아 있는 우리는 가히 ‘부채의 시대’에 살고 있다. 안타까운 것은 규모도 규모지만, 어렵사리 마련한 돈을 흥청망청 쓰고 있는 것이다. 금년 6월말을 기준으로 은행이 기업에 빌려주었다가 부실화된 대출금이 22조원에 달하는데, 이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60%나 늘어난 수치다. 이에 따라 정상적인 영업활동으로는 이자도 못 갚는 좀비기업이 전체 기업의 20%를 차지하고 있다. 이런 형편이니 정부가 부실기업 구조조정에 정책의 최우선 순위를 두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고 하겠다. 기업만 구조조정을 하는 것이 아니다. 재정위기단체로 지정된 인천시도 비슷한 상황이다.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공공요금을 인상하고 세출을 조정하는 등 허리띠를 단단히 졸라매고 있다. 이 과정에서 시민들이 상당한 고충을 겪고 있지만, 긴 안목으로 보았을 때 올바른 정책 방향이라고 생각한다.그러나 정작 문제는 가계부채이다. 기업이나 정부가 구조조정에 명운을 걸고 있는 것과는 달리 가계부채는 폭주기관차처럼 엄청나게 늘어나 지난 6월에 1천100조원을 넘어섰다. 제대로 된 일자리는 갈수록 줄어드는 상황에서 이 많은 돈을 도대체 무슨 수로 갚아나가야 할지 걱정이 앞선다. 이렇듯 위험은 높아만 가지만, 우리 사회의 대출 불감증은 세월호 사건을 닮았는지 요지부동이다. 혹시나 이런 불감증이 ‘위기가 닥치면 다 같이 망할 테니, 정부나 국회가 어떻게 해주겠지’하는 소위 대마불사(too-big-to-fail)의 소산이라면 하나는 알고 둘은 모르는 것이다. 왜냐하면 위기는 가장 약한 고리에서 발생하고, 설사 나중에 조치를 하더라도 처음의 발화점은 사후약방문격으로 아무런 혜택(?)을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곰에게 잡혀먹히지 않으려면 친구보다 빨리 뛰어야 한다는 잔혹한 농담이 적용되는 경우라 할까. 별 차이가 없지만 경쟁자보다 취약

  • [기고] 상수원 갈등, 용인·평택은 ‘함께 갈 동반자’
    칼럼

    [기고] 상수원 갈등, 용인·평택은 ‘함께 갈 동반자’ 지면기사

    송탄상수원 보호구역 해제를 둘러싸고 용인시와 평택시간 갈등이 점입가경이다. 용인지역 주민들의 평택시청 집회에 맞서 평택시의회는 친환경 상생발전을 위한 연구 용역비 부담비용을 전액 삭감하는 등, 지역발전이나 지자체 간 공생의 논리보다는 감정과 정치적 논리가 지배하는 상황으로 흘러가고 있다. 문제의 발단은 지난 2004년 용인시에서 송탄경계 남사지역 일원에 첨단산업단지 조성계획을 세우면서 시작되었다. 예정지역이 송탄상수원 보호구역 상류에서 5km밖에 떨어져 있지 않기 때문에 ‘일반 상수원 보호구역 상류에서 10km이내 지역은 공업지역 개발 기준에서 벗어난다’는 규정에 의해 사전환경성 검토를 통과하지 못했고, 따라서 보호구역을 해제하지 않을 경우 산업단지조성은 물론 이 지역 종합개발 계획 자체가 무산될 상황에 놓이게 된 것이다.이와 관련해서 용인시는 강남대학교 도시연구원에 ‘송탄상수원 보호구역 조정방안 논리연구’ 용역을 의뢰하여 보호구역 해제로 얻는 사회적 이익이 보호구역 유지로 얻는 사회적 비용보다 크다는 결론을 도출하였고, 평택시는 평택시 대로 평택대학교에 학술용역을 의뢰하여 서로에게 유리한 결과만 내놓다 보니 갈등 해소에 도움은 커녕 갈등만 부추기는 용역 결과가 발표됐을 뿐 도시 간 상생 발전과는 거리가 먼 실정이다.상수원 보호구역 관리권자인 평택시는 용인시의 해제요구에 대응조차 하지 않고 있으며, 용인시는 보호구역 해제 없이는 주민들의 재산권 보호는 차치하고 지역발전 자체가 요원해진다는 절박감에 주민들을 움직이고 있는 모양새다.그러나 정부에서 불필요한 규제에 대한 획기적인 개혁을 지속해서 주문하고 있을 뿐 아니라, 하수처리 기술이 나날이 발전하고 있고 시민들의 환경의식도 날로 증대되고 있어, 과거와 같은 ‘상수원 보호구역에 의한 수질보전’ 패러다임 변화는 시대적 요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정부에서는 한강 팔당상수원 상류 개발규제 지역에 대해 물 이용 부담금이나 주민지원 사업 등 재정적 보상제도는 물론 수질오염 총량제를 통해 각종 입지규제를 완화하고 있다.송탄상수원 보호구역도 마찬가지이다. 보호구역 지

  • [특별기고] 경기도농업이 주목해야 할 시장 ‘할랄’
    칼럼

    [특별기고] 경기도농업이 주목해야 할 시장 ‘할랄’ 지면기사

    할랄은 아랍어로 ‘허용하다’라는 뜻으로 할랄식품이라고 하면 이슬람법(SGari’a)에 따라 허용된 것을 의미하며 모슬렘들이 섭취할 수 있는 식·음료품을 지칭하는 데에도 사용된다. 할랄을 언급한 이유는 최근 우리나라의 수입농산물증가로 국내 농가들이 피해를 보고 있는 가운데 우리 농산물이 공략할 수 있는 신흥시장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농축산물 수입액은 320억 달러(약 34조6천200억원)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특히 자유무역협정(FTA)체결국으로부터의 수입이 175억8천800만 달러로 전년보다 15% 늘어나면서 국산 농축산물의 가격하락으로 이어져 국내 농가피해가 컸다. 이런 상황에서 전 세계 인구의 25%(18억 명)를 차지하고 있는 할랄 농식품시장은 무시할 수 없는 존재다. 세계 할랄 식품시장의 80%는 비모슬렘 다국적 기업이 장악하고 있다. 스위스 네슬레社, 미국 사프론 초드社, 영국 타히라社 등이 주요한 기업이다. 아시아의 경우 말레이시아가 최대 할랄식품 수출국(2013년 98억 달러)이며, 태국과 인도네시아가 새로운 수출국으로 부상 중이다. 태국은 식품의 25%를 할랄제품으로 생산하고 있으며, 인도네시아는 올해부터 할랄산업센터 건립을 준비하고 있다. 현재 경기도의 할랄시장 인증업체는 30개 정도에 이르고 있다. 김포·파주인삼(천경삼)농협의 홍삼제품, 부천 한성푸드의 김치, 양주 (주)카페베네 커피, 오산 교촌에프엔비의 닭고기소스, 성남(주)맘모스제과의 쌀과자 등이 있다. ‘천하제일경기고려인삼’은 2009년 경기도와 경기농협이 함께 도내에 흩어져 있던 인삼브랜드를 하나로 통합해 만든 경기지역 인삼 공동브랜드다. 2013년 국내 최초로 인삼부문에 이슬람의 할랄식품인증을 획득하고 중국 일본 베트남은 물론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에도 홍삼과 홍삼가공품을 수출하며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할랄시장 진출을 위해 경기도는 매년 열리는 국제식품 박람회에 한국이슬람교중앙회(KMF), 말레이시아 할랄인증(JAKIM)을 취득한 김치, 면류, 차류, 인삼류, 소스류, 음료류 등 생산업체를 참여시켜

  • [경인칼럼] 우리는 언제 만나러 갑니까
    칼럼

    [경인칼럼] 우리는 언제 만나러 갑니까 지면기사

    실향민들 66년째 가족 생사조차 모르는 한많은 사연‘영변군 남송면 천수동 117’ 형은 동생 못보고 그만…상봉단에 누락된 ‘1세대들 만남’ 정부가 답해 줘야대문 앞에서 아버지 어머니가 손을 흔들고 있었다. 골목길 끝까지 따라왔던 동생이 형을 쳐다봤다. “형, 아무래도 안되겠어. 난 집에 갈래.” 잡았던 손을 스르르 풀며 동생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집으로 뛰어 갔다. 형은 뛰어가는 동생을 향해 외쳤다. “한달 뒤에 올게!” 1949년 여름 어느 날, 평안북도 영변군 남송면 천수동 117번지 앞에서 실제 일어났던 일이다. 형은 동생과 그렇게 헤어졌고, 한달뒤 돌아가겠다는 형은 66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이런 경우도 있었다. 대가족이 남쪽으로 내려오는데 포탄이 떨어졌다. 혼비백산. 가장 나이 많은 어른이 말한다. “아무래도 안되겠다. 반은 여기 남고 반은 내려가라. 그리고 곧 다시 만나자.” 그래서 가족의 반은 남쪽으로 내려오고 반은 그냥 고향으로 돌아갔다. 그게 마지막이었다. 그들도 지금까지 가족이 살았는지 죽었는지 알지 못하고, 그 나이 많은 어른 역시 세상을 떠난지 한참 지났다. 실향민 중 이 정도 슬픈 사연이 없는 집은 없을 것이다. 어린 시절, 몇 안되는 가족이 모이면 어른들은 고향에 계신 아버지 어머니 동생 이야기로 온종일 시간을 보냈다. 6·25 전쟁 얘기는 귀에 못이 박이도록 들었다. 어린 나로서는 도대체 이해할 수가 없었다. 어른들이 모이면 왜 무용담을 풀어 놓듯 오랜 시간이 지난 고리타분한 얘기로 하루종일 시간을 보내는지, 마치 장롱속에 먼지를 뒤집어 쓰고 처박혀 있는 빛바랜 사진들을 보고있는 느낌을 받았다. 그러나 지금 생각하면 그게 먼 옛날 얘기가 아니었다. 불과 10여년전에 끝난 전쟁 이야기였을 뿐이다. 지금 우리가 대한민국을 붉게 물들였던 2002년 월드컵으로 이야기 꽃을 피운다면 우리 아이들이 고리타분하다고 느끼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월드컵이 열린 지도 벌써 13년이 지났다. 그때 어른들도 불과 10여년전에 끝난 동족상잔의 비극을 어제 일처럼 얘기하

  • [사자성어로 읽는 고전] 이용위의:  의지할 것을 이롭게 활용한다
    칼럼

    [사자성어로 읽는 고전] 이용위의: 의지할 것을 이롭게 활용한다 지면기사

    우리나라의 삶에 관한 여러 가지 사항을 조사할 때 흔히 세계 각국과 비교를 해서 발표를 하곤 한다. 최근 발표된 자료에 따르면 다른 나라에 비해 의지할 친구나 친척이 없다는 응답이 많았던 것으로 나온다. 물질적 토대가 나아진 것에 비해 사회관계망은 더 나빠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고, 한국이 꼴찌 수준이라는 것이다. 의지한다는 뜻의 의(依)는 사람 인(人)과 옷 의(衣)자로 이루어져 있는데 옛날 글자를 보면 사람이 옷 속에 들어있는 모습이다. 사람이 태어날 때는 아기이기 때문에 강보에 싸여 외부환경으로부터의 해로움을 지켜준다. 그러므로 누구든 의지를 하지 않고 이 세상에 나온 사람은 없다. 나올 때만 그런 것이 아니고 태어나 자라면서 하늘의 사계절 기후에 의지하고 땅이 주는 여러 가지 이로움에 의지하고 부모를 비롯한 사람이 주는 은혜에 의지하면서 살고 있다. 맹자는 하늘의 기후(天時)가 주는 이로움과 땅이 주는 이로움(地利)을 잘 활용해야 하지만 가장 큰 이로움은 사람간의 관계가 조화로워야 한다고(人和) 하였다. 의지하고 기대는 것은 존재의 본질적 속성이자 존립의 근거이기 때문에 불경(佛經)에서도 상의성(相依性)이야말로 생명세계를 유지하며 상속시키는 원리임을 강조한다. 사람 인(人)자는 좌우가 서로를 의지하고 있는 모습으로 왼편(丿)이 무너지면 오른편(乀)도 무너지며 오른편(乀)이 무너지면 왼편(丿)도 무너져서 사람 인(人)자를 이룰 수 없다. 종일 ‘까똑’소리가 여기저기 들리는 데도 왜 의지할 사람이 없다는 조사결과가 나오는지 한번 생각해볼 일이다./철산(哲山) 최정준 (동문서숙 대표)

  • [수요광장] 말에는 귀신이 있다
    칼럼

    [수요광장] 말에는 귀신이 있다 지면기사

    인간은 자신의 말에 세뇌되며신기한 힘을 가지고 있다미래의 일은 알 수 없기에그 일이 이뤄질 수도 있고그렇지 않을 수도 있으므로기왕이면 희망적인 말이 좋다예로부터 말에는 귀신이 있어서 좋은 말을 하면 좋은 일이 일어나고, 나쁜 말을 하면 재앙이 일어난다고 믿어왔습니다.매 상황마다 부정적이고 절망적인 말을 입에 달고 사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런 사람은 신기하게도 그런 일만 일어납니다. 그런데 항상 긍정적이고 희망적인 말을 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 사람 역시 신기하게도 그런 좋은 일만 일어납니다. 그 이유는 말의 귀신은 뇌 속에서 내가 종일 내 뱉는 말을 녹음기처럼 한마디도 빼놓지 않고 자동 저장하고 실행하기 때문입니다. 좋은 말이든 나쁜 말이든 그대로 저장되고, 사람은 자기가 말한 그대로의 사람이 됩니다. 그래서 말을 조심해야 합니다. 특히 혼자 있을 때의 말을 조심해야 합니다. 사람들은 남들이 있으면 말을 그나마 조심하지만 혼자 있을 때는 남들이 듣지 않는다고 함부로 말을 합니다. 우리 조상들은 말을 극도로 조심해왔습니다. 남 앞에서 하지 못할 말은 혼자 있을 때도 하지 않았고, 낮말은 새를, 밤 말은 쥐를 경계하여 조심해왔습니다. 말이 갖고 있는 불가사의한 힘 때문입니다. 어떤 할아버지께서 주무시다가 허리가 너무 아파서 잠을 더 이상 이룰 수 없었고 화장실도 다녀올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할멈, 나 허리에 파스 좀 붙여줘요. 허리가 아파서 잠을 잘 수가 없어요.” 할머니는 주무시다 말고 파스를 찾아서 할아버지 허리에 붙여드렸고, 할아버지는 허리아픈게 거뜬하게 나아서 화장실도 다녀오시고 잠도 편히 잘 주무셨습니다. 그런데 새벽에 할머니는 자신이 할아버지 허리에 붙여놓은 파스를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허리에 붙어있는 것은 파스가 아니고 파스처럼 생긴 중국집 홍보용 스티커였습니다. 할머니가 눈이 어두워서 중국집 스티커를 파스인 줄 알고 할아버지 허리에 붙인 것 이었습니다.파스가 아닌 중국집 스티커를 붙인 할아버지의 허리가 나은 이유가 무엇일까요? 그렇습니다. 파스를 붙여달라고 한 자신의 말이 뇌 속에 녹

  • [국정교과서 논란을 바라보는 시선 · 반대] 강득구 경기도의회 의장
    칼럼

    [국정교과서 논란을 바라보는 시선 · 반대] 강득구 경기도의회 의장 지면기사

    정부가 지난 12일 발표한 역사교과서 발행 체제 개선 방안은 중학교 역사 교과서와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 발행 체제를 현행 검정에서 국정으로 전환한다는 내용이다. 역사교과서가 검정제로 완전 전환된 것이 2011년이었는데, 불과 몇 년만에 국정으로 다시 바꾼다는 방침에 뒤통수를 맞은 것 같은 충격이다. 대한민국 역사에서 역사교과서가 국정교과서로 전환됐던 것이 바로 1974년 유신시대에 있었던 일이기 때문이다. 역사교과서를 국정화 한다는 것, 국가가 소유한다는 것, 하나의 관점으로 단일화한다는 것은 ‘역사’의 의미로 옳지 않다. 역사적 사실은 불변하는 하나이지만 그 사실의 기록, 곧 역사는 시대와 관점에 따라 달리 표현될 수 있다. 그러므로 역사는, 그리고 역사 교육은 어느 누구의 소유물이 될 수 없다. 그것이 국가라고 하더라도 말이다.역사 교과서 국정화는 헌법 정신에도 어긋난다. 헌법은 제31조 4항에서 교육의 자주성, 전문성,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하고 있다. 현시점에서 참고할 만한 헌법재판소 판례도 있었다. 1989년 한 중학교 국어 교사가 국정교과서 제도가 부당하다며 헌법소원을 제기했고, 헌법재판소는 1992년 8대1 의견으로 국정 교과서 제도를 합헌으로 판단하면서도 한국사 교과서는 다양한 견해를 소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낸 바 있다. 역사 교과서 국정화는 시대 흐름에도 맞지 않다. 국제연합(UN)은 2013년 국가가 단일한 역사 교과서를 강요하는 것은 아동권리규약에 명시된 권리와 의사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며 국정 교과서를 강요하지 말라고 권고한 바 있다. 역사 교과서 발행 체제를 국정에서 검인정을 거쳐 자유발행제로 바꿔가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다. 현재 국정교과서를 채택하는 나라는 북한, 러시아, 방글라데시, 터키, 아이슬란드, 그리스 등 일부 국가에 불과하다.정부는 현재의 역사 교과서가 역사적 사실을 왜곡 과장하고 있다며, 국정 교과서를 통해 이를 바로잡겠다고 한다. 역으로 그런 편향적 사고 때문에 국정 교과서가 역사 왜곡 교과서가 될 것이란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 스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