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 [오늘의 창]자치분권 선도하는 광명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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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창]자치분권 선도하는 광명시 지면기사

    "주민자치 활성화가 곧 자치분권 강화라고 생각합니다."자치분권 선도 도시를 선언한 박승원 광명시장이 주민자치 활성화를 위해 계획된 행보를 거듭해 주목받고 있다. 박 시장은 지난 2018년 7월에 취임한 이후 줄곧 '소통-시민 시정 참여율 제고-주민자치 활성화-자치분권 강화'라는 로드맵을 가동하고 있다.시민과의 대화 등 소통이 생활화되면 행정신뢰가 높아지게 되고 행정신뢰가 이뤄지면 시정에 참여하고 싶어하는 시민들이 늘어나게 되면서 주민자치가 활성화돼 자연스럽게 자치분권이 강화된다는 의미다. 취임 2년째를 맞은 박 시장은 그동안 시민 500인과의 대화를 두 차례 가졌고, 매월 한 차례씩 각 동을 순회하면서 '우리 동네 시장실'을 운영하고 있는 등 시민들의 작은 소리에도 귀 기울이는 발 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시민들과의 대화뿐만 아니라 공무원들과의 소통도 눈에 띈다. 시청에서 열리는 주간 주요업무보고, 확대간부회의 및 동장회의(매월 2회), 시정 발전 아이디어 발표(매월 2회) 등을 시 VOD시스템을 통해 생중계해 공무원들이 시청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 지난해 1월에는 6급 이하 100명으로 '조직혁신팀'을 구성해 운영하는 등 공직사회에서 토론 문화가 정착되도록 힘쓰고 있다.시는 이와 함께 지난해 광명5·7동에서 주민자치회를 시범 운영한 데 이어 올해는 18개 동 전역으로 확대해 시행할 예정이다. 20~50명으로 구성되는 주민자치회는 주민의 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업무에 대한 협의, 주민총회 개최, 마을축제 개최 등 자치 영역에서 수행하는 업무를 할 수 있다. 주민자치회 활성화를 뒷받침하기 위해 '주민세 되돌려주기' 사업도 올해부터 시행한다. 세대별로 연간 1만원씩 납부하는 주민세를 주민자치회 마을공모사업 예산으로 지원해 주민들의 삶의 질을 한층 높일 방침이다. 주민자치 활동이 안착하면 박 시장이 평소 강조하고 있는 '시민이 주인'이고 '시민이 시장'이라는 진정한 자치분권이 실현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귀덕 지역사회부(광명) 부국장 lkd@kyeongin.com이귀덕 지역사

  • [오늘의 창]소멸위험지역 여주시의 행복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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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창]소멸위험지역 여주시의 행복론 지면기사

    지난해 11월 한국고용정보원은 '지방소멸 지수 2019'를 공개하면서 전국 228개 지자체 중 지방소멸 위험 지자체 97곳을 발표했다. 소멸 위험 지역에 경기도 내 양평·가평·연천을 비롯해 시에서는 유일하게 여주시가 포함됐다. 저출생 고령화가 문제다. 여주시는 상수원보호구역 등 각종 규제로 기업이 못 들어오고 일자리가 없어 젊은이들은 도시로 떠난다. 남아있는 인구는 고령화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새해를 맞아 이항진 여주시장은 12개 읍면동 '시민과의 대화'와 마을회관을 찾아 주민들과 숙식을 함께하는 '1박2일 소통투어'에 나섰다. 나름 '여주시 행복론'을 제시하는 이 시장에게서 절실함이 느껴졌다. 1970~80년대 여주는 전형적인 농촌지역으로 '두레'와 '품앗이'로 함께 일하고, 함께 밥상머리에 마주 앉아 한 끼 식사를 해결했다. 모두가 가난했지만 함께해서 행복했다. 그렇다면 우리는 지금 행복한가. 소득불평등 1위, 가계부채 증가율 1위, 자살률 1위, 세계 156개국 중 행복지수 54위의 대한민국이다. 이 시장의 행복론은 사람이 중심되고 공동체가 회복되는 사회다. 이것이 여주시의 목표다.여주시 행복론을 위해 이 시장은 그는 지난 1년 6개월 동안 여주역세권 학교시설복합화와 경기도 최초 농민수당 60만원 지급(농가당), 그리고 지난해 12월 올해 본예산에 통과는 안됐지만, 강북 오학동과 강남 구도심을 연결하는 '문화예술교' 건립을 통한 도시재생사업이 2월 중 예비타당성 결과가 나오면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공동체 회복 푸드플랜'과 '읍면동 시설 복합화'가 연계 선상에 있다. 이제는 이 시장이 추구해 온 '어르신 한 끼 식사'와 구조적 역할을 담당할 '농촌신활력플러스' 사업이 여주시 행복론의 요체인 셈이다. '농촌신활력플러스' 사업은 70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지역 내에서 친환경 농축산물 생산과 가공·유통·판매 기반을 마련하고, 이를 건강하게 소비하는 먹거리 공동체를 만드는 것이 목적이다. 기대효과는 로컬푸드의 생산-가공-유통 순환체계 구축과 소비자

  • [오늘의 창]민족 최대의 증후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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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창]민족 최대의 증후군 지면기사

    민족 최대 명절인 설이 순식간에 지나고 경자년 일상이 시작됐다. 올해도 어김없이 명절 증후군과 차례상 간소화 이슈, 연휴 해외여행 증가 소식이 뉴스면 한쪽을 채웠다. 그만큼 제례는 한국사회에서 무시하기 힘든 관습이다.농경사회와 비교해 가족 구성원 수가 줄고 주거형태나 식생활이 크게 변했는데도 여전히 상다리가 위태로워 보일 만큼 차례 음식을 준비하는 집이 적지 않다. 종갓집 수준까지는 아니더라도 구색은 맞춰야 하지 않겠느냐며 생전 당사자조차 즐겨 먹지 않던 음식이 올라오기도 한다. 그러나 정작 뼈대 있는 종갓집들은 제사상을 최소한으로 차린다는 사실이 최근 들어 언론에 자주 소개된다. 한 종가는 제철 과일과 떡 등 5종을 넘기지 않는다고 한다. 이들이 공통으로 강조하는 건 조상을 기리는 마음이다.한밤중 제사를 지내다가 조상들 드실 동안 예를 갖춘다고 한 시간씩 바깥에 나가 대기하는 등 엄격한 사례도 간혹 있다. 상에는 수십 종의 음식을 어른 허리높이까지 쌓아놓는다. 어지간한 집안은 비슷하게 흉내도 못 낼 절차와 규모다. 이를 보면 우리나라 대부분의 제사상은 어차피 약식이다.제사상 음식의 종류와 배치, 제사 순서 등은 어느 집안이 맞다 틀리다 할 게 아니라고 제례문화 연구가들은 입을 모은다. 각자 집안 상황에 맞춰 정성만 다하면 예의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후손들이 스트레스 받고 반목해가며 차려낸 음식을 기쁘게 받아들일 조상은 없다. 그 수단이 차례상이 됐든 단순한 가족모임이 됐든, 일 년에 몇 번 후손들이 진심으로 자신을 추모해주기만 한다면 조상들이 예의를 따질까 싶다.여행 다녀온 사람들에게 언제가 가장 좋았냐고 물으면 '준비할 때의 설렘'을 많이 꼽는다. 명절은 정반대로 '준비하는 과정'이 가장 괴롭다고들 한다. 음식 준비에 따른 육체적 정신적 부담을 덜면 덜수록, 명절을 기다리는 고통은 설렘으로 바뀌어 갈 것이다. 4차산업 혁명을 운운하는 이제는 바뀌기도 해야 한다. /김우성 지역사회부(김포) 차장 wskim@kyeongin.com김우성 지역사회부(김포) 차장

  • [오늘의 창]드라마보다 더 드라마같은 경기체육회장 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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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창]드라마보다 더 드라마같은 경기체육회장 선거 지면기사

    경기도체육회장 선거 투표가 종료된 지난 15일 오후 5시40분께 경기도 주요 언론사 취재진들이 경기도체육회 7층에 마련된 휴식공간에 모여 주고받은 얘기는 "선거 결과 안 나오는 게 의외의 결과라서 언론발표를 미루고 있는 것 아니냐. 경기도체육회장 선거관리위원회가 중심이 돼 당선무효 결정 등 대책 마련까지 하는 것 아닐까" 등 드라마 시나리오와 같은 우려였다. 전자투표 방식으로 당일 오후 5시까지 진행된 선거는 종료후 15분이면 결과가 나올 것이라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전언이 있었기 때문이다.개표 결과 기호 3번 이원성 당시 후보자가 174표를 받아 당선됐고, 초대 민간회장을 주축으로 경기도체육회는 순항 가도에 오르는 듯했다.하지만 지난 19일 밤 11시께 선관위는 이 회장에 대해 '당선무효'·'선거무효' 등을 의결했다. 지난 14일 당시 후보자인 이 회장은 선관위로부터 불법선거사무소를 운영하지 말라는 '시정명령'을 통보받은데 대한 억울함을 주장하는 문자메시지를 선거인단에 배포했다. 이를 놓고 선관위가 '허위사실 유포'로 판단한 게 당선무효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검찰과 경찰도 피해자와 피의자를 직접 불러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구체적인 혐의 적용 여부를 판단한다. 그러나 선관위는 체육회장선거관리 규정에 적시되어 있지 않다는 이유로 조직의 수장인 체육회장을 불러들이지도 않았다.선관위의 결정에 대한체육회와 취재진, 심지어 종목단체 관계자, 타 시·군체육회 관계자 모두 한목소리로 '선관위의 과도한 판단'이라고 지적하고 있다.아울러 선관위는 단 한 차례도 "당선무효라는 초유의 결정을 해 도민과 체육인에게 충격을 드려 죄송하다"는 말을 하지도 않았다. 한시적으로 운영되는 선관위이지만, 체육인이라는 조직의 특수성과 여론 등 기본을 더욱 챙겼어야 한다. /송수은 문화체육부 차장 sueun2@kyeongin.com송수은 문화체육부 차장

  • [오늘의 창]재개발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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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창]재개발의 의미 지면기사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4일 2020년 경자년 (庚子年) 신년 기자회견을 가졌다.기자회견 시작 전 회견장 안에서는 "싹 다 갈아엎어주세요. 머리부터 발끝까지…" 라는 입에 착 달라붙는 가사의 신나는 노래가 흘러나왔다. '유산슬'이라는 예명으로 활동 중인 유재석이 부르고 있는 '사랑의 재개발'이다.대통령 기자회견을 처음 경험하는 입장에서 뜻밖의 분위기에 다소 놀라움과 함께 '왜 이 노래를 선곡했을까'하는 궁금증이 컸다. 분명 청와대 관계자들은 이 노래를 통해 집권 후반기를 맞은 문재인 정부의 새로운 변화를 강조하고 싶었을 것이다. 무수한 논란과 갈등 속에 지친 국민들에게 변화와 혁신의 메시지를 던지고 싶었을 것이다.문 대통령의 차분한 말투로 시작된 기자회견은 청와대 출입기자들의 질문과 대통령의 대답이 이어지면서 온 국민의 이목을 집중시켰다.그러나 국가의 정책 방향과 결과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국민들의 생각과는 달리 현실을 외면한 듯한 인식에 결국 '말의 성찬'으로 끝나고 말았다는 부정적 평가가 일기도 했다. 대내·외 산적한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 내놓은 우리 정부의 대책이 그간 얼마나 실효를 거뒀는가 하는 물음에 대통령이 내놓은 답변에 선뜻 동의하기 어렵다는 것이다.그래서인지는 모르겠으나 문 대통령의 국정수행에 대한 부정평가가 50.9%를 기록하며 8주 만에 50%를 넘어섰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20일 나왔다. 신년 기자회견을 통해 국정 현안에 대해 진솔한 이야기를 전했지만 국정수행 평가에는 별다른 득이 되지 못했다는 것으로 보여진다. 문 대통령은 "임기 동안 전력을 다하고 임기가 끝나면 잊혀진 사람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말했다. 대통령이 성공해야 나라가 부흥하고 국민이 행복해진다. 노후되고 불량한 주거지를 새롭게 바꾸는 재개발처럼 집권 후반기를 맞은 문재인 정부가 그간 미진했던 정책 수행에 대해 과감한 재개발에 나서는 '경장(更張)'의 새해를 맞이하길 바란다. /이성철 정치2부(서울) 차장 lee@kyeongin.com이성철 정치2부(서울) 차장

  • [오늘의 창]공부 못한다고 함부로 대하면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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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창]공부 못한다고 함부로 대하면 안된다 지면기사

    2020학년도 인천지역 평준화 일반고 고입 전형에서 312명의 중학교 3학년 학생이 성적이 나쁘다는 이유로 탈락해 특성화고나 섬지역 학교로 가야 할 처지에 놓였다. 전체 지원자의 1.7%의 비율인데, 탈락 학생과 그 학부모의 마음고생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할 수 없지만, 깊은 고민에 빠져있을 게 분명하다.학령인구는 꾸준히 감소했고 학교가 없어졌다는 말도 듣지 못해 탈락자가 계속 생기는 것이 납득이 안됐다. 2015년과 2019년 교육통계를 비교해 확인해봤다. 인천 고교 학생 수는 2015년 9만8천764명에서 2019년 7만8천401명으로 2만363명(20.6%)이 감소했고, 학교 수는 2015년 123개교에서 125개교로 2곳(1.6%)이 늘었다. 교원 숫자도 7천683명에서 7천694명으로 11명(0.1%) 증가했다. 교사와 학교가 늘고 학생이 2만여명이나 줄었는데 탈락자가 계속 나오는 걸 보면 학급당 인원이나 정원을 줄였다는 결론이 나온다. 실제 한 학급당 인원은 2015년 29.2명에서 2019년 24.01명으로 17.7%가 감소했다. 그런데 탈락학생 비율은 2015년 2.4%(545명), 2016년 0.9%(209명), 2017년 1.8%(373명), 2018년 1.9%(332명), 2019년 1.2%(229명)로 올해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인천시교육청이 어떤 이유에서인지 매년 일정비율 학생을 떨어뜨리고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인천시교육청이 성적 하위 1% 학생을 학교 경영을 위해 희생시키고 있다는 의심이 든다. 아쉬운 것은 교육청을 비롯한 지역사회가 이를 해결하려는 문제의식과 진정성 있는 고민, 노력 등이 너무나 부족해 보인다는 점이다.당장 내년부터 고등학교 모든 학년으로 무상교육이 확대된다. 고교교육도 사실상 의무교육화하는 중이다. 학생이 공부를 못한다고 배움과 진로선택의 기회를 교육청이 박탈하고, 학생을 학교 경영에 희생시켜선 안 된다. 공부 못하는 1% 학생을 함부로 대하는 건, 도성훈 인천시교육감의 교육철학과 맞지 않는 것이다. /김성호 인천본사 사회부 차장 ksh96@k

  • [오늘의 창]'백승수 리더십'이 필요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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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창]'백승수 리더십'이 필요한 이유 지면기사

    요즘 TV에서 방영 중인 드라마 '스토브리그'의 인기가 뜨겁다. 화제의 중심에는 백승수 단장이 있다. 비야구인 출신이라는 선입견을 극복하며 만년 꼴찌인 팀을 정상화시키는 그의 캐릭터는 시청자들로 하여금 짜릿함을 넘어 희열마저 느끼게 한다. '백승수 리더십'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는 팀 내 간판타자인 임동규를 트레이드하는 과정에서 완벽한 데이터 분석을 통해 그동안 아무도 인지하지 못한 임동규의 문제점을 짚어내며 내부 직원들을 설득했다. 그러면서 임동규의 공백을 대체할 확실한 카드(강두기 영입)까지 제시하며 외부의 반발 여론까지 모두 잠재웠다. 그의 철두철미한 사전 준비와 치밀한 전략은 곧 그를 향한 신뢰로 쌓였다.최근 1호선 급행 전철 개편 이후 승객들의 반발이 거세다. 급행 운행을 확대해 더 많은 이용객들의 편의를 늘린다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그 이면의 역효과에 대한 충분한 고민과 검토 과정이 있었는지는 의문이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12월 중순 이번 급행 전철 확대로 국민 편의가 크게 개선될 것이라고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그러나 수도권 통근자들의 핵심 교통수단이었던 서울역 급행 노선이 폐지되는 점에 대해선 아무런 설명도 대안도 없었다. 결국 통근시간은 늘어났고 이용객들은 연일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이들의 반발은 예견된 수순이었다.반발 여론이 들끓자 한국철도공사는 긴급 TF팀을 꾸려 대안 마련에 나섰고, 결국 개편 열흘만에 기존 서울역 급행 일부 노선을 임시로 복원했다. 이용객들은 한편으론 다행이라면서도, 이럴 거면 왜 없앴냐는 냉소적인 반응도 보이고 있다. 신뢰를 주지 못한 데 따른 결과다.백승수 단장은 단순히 임동규를 내보내는 것에서 그치지 않았다. 그만큼 손실된 팀의 전력을 어떻게 메울지에 대한 전략도 동시에 세우면서 구체적인 해법을 찾았다. 국가의 정책을 계획하고 시행함에 있어 탁상행정이라는 비판으로부터 자유롭기 위해선 반드시 한 번쯤 고민해봐야 할 문제다. 대중교통과 같이 국민들의 생활과 직결된 부분이라면 더더욱이 그렇다./황성규 지역사회부(군포) 차장 homerun@kyeongi

  • [오늘의 창]인천유나이티드 '명예감독' 유상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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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창]인천유나이티드 '명예감독' 유상철 지면기사

    유상철(48) 감독이 지휘봉을 내려놓았다. 췌장암으로 투병 중인 유 감독이 인천유나이티드 구단에 사의를 표명했다. 새 시즌을 대비해야 하는 팀에 누를 끼치고 싶지 않다는 그에게 구단은 '명예감독'으로 예우했다.유 감독과 처음 마주앉아 대화를 나눈 것은 지난해 5월 20일 기자간담회에서다. 2002 한일월드컵 4강 신화의 주역인 그가 조별리그 첫 경기 폴란드전에서 쐐기골을 터뜨린 뒤 포효하던 장면이 눈에 선했다. 인천의 새 사령탑으로 부임한 그는 하루 전 대구FC를 상대로 데뷔전을 치렀다. 결과는 1-2 패배. 인천은 이날까지 10경기 연속 무승(2무 8패)에 그쳤다. '골 가뭄'을 겪던 인천이 8경기 만에 상대 골망을 흔든 것을 그나마 위안으로 삼아야 했다.당시 유 감독은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식사를 겸한 자리에서 숟가락을 뜨는 둥 마는 둥 했다. 인천 팬들이 자신을 썩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 걸 알고 있었다. 직전 시즌 전남드래곤즈에서 성적 부진의 책임을 지고 물러난 그에 대해 호의적일 리 없었다. "감독 제의를 받고 고심이 컸을 것 같다"고 그에게 질문했다. 옆에 앉아있던 이천수 구단 전력강화실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당시 팀 전력은 엉망이었다. 주축 선수들의 줄부상으로 공수 밸런스가 무너졌다. 새로 데려온 국내외 선수들도 대체로 부진했다. 이들의 영입을 주도한 이 실장까지 코너에 몰렸다. 꼴찌로 추락한 이런 팀을 맡는 건 더군다나 지도자로서 실패를 경험한 유 감독에겐 도박이었다. 자칫 인천이 강등이라도 되면 "다시는 K리그에 얼씬도 못하겠죠"라고 특유의 밝은 미소를 짓던 그였다.유 감독은 끝내 '1부리그 생존' 약속을 지켜냈다. 인천은 지난해 시즌 '끝장 승부'의 마지막 상대 경남FC와 공방 끝에 비겨 승점 1 차이로 경남을 따돌리고 최종 10위로 1부리그에 살아남았다. 유 감독은 아픈 몸을 이끌고 선수들, 그리고 홈팬과 했던 약속대로 끝까지 벤치를 지키는 투혼을 발휘했다. 그에겐 아직 한 가지 약속이 남았다. 건강한 모습으로 다시 돌아오겠다는 그 약속이다. /임승재 인

  • [오늘의 창]공존(共存)할 방법 찾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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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창]공존(共存)할 방법 찾기 지면기사

    인근 아파트단지 입주 예정자들과 갈등을 빚고 있는 하남 위례지구 상월선원(霜月禪院)에 대한 청와대 국민청원까지 올라오면서 북위례 입주예정자와 (재)대한불교조계종유지재단(이하 조계종)간의 갈등이 점점 깊어지고 있다. 지난 3일 '흙수저를 두 번 울리지 말아 주세요 신혼희망타운 지켜주세요'라는 제목으로 올라온 청원에서 청원자는 "흙수저 부부가 월세방에서 갓 태어난 아이와 두 번이나 쫓겨나는 서러움 속에 위례신혼희망타운은 희망이 되었지만, 상월선원의 소음과 주차대란 등을 보면서 아이를 안전하게 키울 수 있다는 꿈이 사라지고 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또 "신혼희망타운 특성상 전매제한과 5년이라는 의무거주기간이 있어, 이런 괴롭고 유해한 환경에서 아이를 다섯 해 혹은 그 이상을 억지로 자라게 해야 할까요"라고 되물었다. 현재 해당 국민청원은 불과 3일 만에 1천명을 넘어섰다.해당 부지는 종교시설 용지로, 불법 임시건물 형태의 천막사찰을 철거한 뒤 새롭게 건축허가를 받아 순수 포교원(사찰)으로만 신축한다면 전혀 법적인 문제는 없다. 법적인 문제가 없다고 하더라도 입주 예정자들을 님비(Not In My Back Yard)로 몰고 가는 것은 더더욱 잘못된 시각이다. 조계종 9명의 스님이 결사를 하는 동안 상월선원은 불교의 성지(聖地)로 주목을 받으면서 전국에서 수많은 불교 신도들이 몰려들고 있다.더구나 상월선원 부지에 들어설 예정이었던 불교문화유산보존센터가 화성 태안3지구 용주사 쪽으로 이전하고, 대신 상월선원 부지에 제2의 봉은사를 표방하는 대형 포교당을 건립할 경우, 상월선원 인근은 지금보다 더 심각한 교통난이 불가피하다. 또 스님과 신도들이 예불 등을 드리는 과정에서 나오는 소리는 누군가에겐 심리적 안정을 주는 소리일 수 있겠지만 다른 누군가에겐 스트레스를 느끼게 하는 소음이 될 수도 있다.조계종은 자승 전 총무원장 등 스님들이 결사하는 동안 아무런 대책을 내놓지 못한다고 했다. 한 달 뒤면 스님들의 결사도 끝나게 되는 만큼 공존 방안을 찾는 자리가 마련되기를 기대해본다. /문성호 지역사회부(

  • [오늘의 창]'기획취재' 도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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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창]'기획취재' 도전기 지면기사

    입사 이래 처음으로 편집국에 기획취재팀이 꾸려졌다.빡빡한 기자 인력 구조 안에서 기획취재팀이 구성된 건, 갈수록 치열해지는 언론의 생존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경인일보 편집국 안에 팽배했기 때문이다. 또 넘쳐나는 기사의 홍수 속에 경인지역 독자들이 읽을만한 '뉴스거리'가 부재하다는 절박감도 기저에 작용했다.일간지 기자로 10년을 일하며 경인일보를 보는 독자에게 늘 미안했다. 지면에 담은 나의 기사에 대해 나는 만족감을 느낀 적이 없었다.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가 많은데 다 전할 수 없는 지면의 아쉬움이 서러웠고, 늘 혼자 고군분투해야 하는 구조에도 지쳤다. 무엇보다 기사를 취재하고 작성할 때마다 넓게 바라보고 깊게 사고하며 정확하게 판단할 여유가 있다면 '소원이 없겠다'는 생각을 했다. '기자도 만족하지 못한 기사를 독자라고 만족할까.' 매일 기사를 송고하고 나면 이미 손을 떠난 기사를 보고 또 보면서 자괴감이 들었다.기자 개인의 부족함이 이유일 수도 있지만, 지나친 경쟁에 내몰려 '자극', '선정'만 남은 대한민국 언론환경도 무시 못할 원인이다. 수많은 기자들이 시간에 허덕이며 쏟아지는 이슈를 처리하기에 급급하고 기사 안에 깊이와 의미를 부여할 만큼 정신적 여유를 갖지 못한 것이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그런 현실 속에서 영광(?)스럽게도 10년 만에 깊이 있게 취재하고 고민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부여받았다. 그리고 한 달여에 걸쳐 '통큰기사 1월호'의 주제인 판교에 깊숙이 들어갔다. 판교 직장인들과 함께 출퇴근 버스를 오르내리며 들은 이야기, 판교의 과거를 찾아 임창열,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를 만나 들은 판교 개발의 뒷이야기, 이제 막 날개를 단 스타트업들이 전하는 가슴 벅찬 도전기에 감동 받으며 한 달이 금세 지나갔다. 그렇게 '판교 리얼리티'가 완성됐다. 우리가 전하는 새해 첫 선물이 독자에게 잘 전달되길 바란다. /공지영 사회부 차장 jyg@kyeongin.com공지영 사회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