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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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창]분노는 더 큰 분노를 낳는다! 지면기사
요즘 정치권을 보면 마틴 맥도나 감독의 '쓰리 빌보드'(2017)에서 "분노는 더 큰 분노를 낳는다"는 대사가 떠오른다. 분노의 내면에는 공정하지 못한 억울함이 있고, 잘못된 분노 표출은 증오와 고통으로 이어진다. 증오와 고통은 또 억울함으로 끝내 공동체의 붕괴로 이어진다.중앙 정치가 이러니 지방 정치도 만만치 않다. 지난 10월 10일 임시회에서 여주시의회가 내년부터 1만1천여 농가에 매년 60만원의 농민수당을 지급하는 조례안을 부결하면서 홍역을 앓았다. 여주시는 정례회에 부결된 조례안을 수정 없이 직접 재상정할 기세다. 악순환이다.올해는 동학농민혁명 125주년이다. 정부는 올해부터 5월 11일을 공식 기념일로 제정했다. 사람들은 동학농민혁명을 전라도와 충청도에서 주로 벌어진 것으로 생각하지만, 여기에 참여한 여주 농민군의 숫자도 만만치 않았다. 여주는 예로부터 농토가 비옥해 질 좋은 쌀을 생산했다. 그만큼 지주와 기득권의 가렴주구가 빈발했다. 3·1운동에 나선 민족대표 33인 중, 한 명이 바로 여주사람 홍병기 선생이다. 그는 여주 농민군을 이끌고 의암 손병희 휘하의 북접 간부로 농민혁명의 격전지 곳곳에서 활약했으며 교주 해월 최시형을 모셨다. 해월 최시형의 묘소가 여주 원적산 천덕봉 기슭에 모셔진 것도 동학과 농민과 여주의 인연을 떠올리게 하는 절묘한 배치인듯하다. 다시 말한다. "분노는 더 큰 분노를 낳는다." 여주를 이끄는 위정자들이 농민들의 분노와 억울함을 정쟁의 도구로 삼으면 공멸한다. 125년 전 동학 농민군들은 부패 척결과 반외세를 외쳤다. 조선이 국민의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농민의 외침을 외면하고 외세에 기대어 결국 나라가 망했다. 지금 여주는 경기도에서 농업인구 종사비율이 가장 높은 도농복합 도시이다. 여주시의회는 농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는지 궁금하다./양동민 지역사회부(여주) 차장 coa007@kyeongin.com양동민 지역사회부(여주)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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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창]도내 쓰레기산 뒤에 또다른 매립쓰레기 후폭풍 지면기사
지난해 경기도내 쓰레기산이 이슈로 떠올랐다. 폐기물로 처리해야 할 쓰레기가 누군가의 이익을 위해 나대지 등에 투기돼 산을 이룬 사건이었다. 다행히도 경기도와 일선 지자체가 행정력을 집중해 연내 처리를 앞두고 있다. 천만다행이다.이 같은 소식도 잠시 수원과 화성 외곽 지역에 1990년 이전에 만들어진 쓰레기매립장이 30여년 가까이 무방비로 방치돼오다 최근 민낯을 드러내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충격적인 사실에도 이렇다 할 답이 없다. 사유지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매립쓰레기가 발견되더라도 지자체는 나 몰라라 하는 식이다.취재결과 종량제가 시행된 2000년 이전. 도심권에서 발생한 쓰레기는 외곽지역 농지 등에 무차별 매립됐다. 매립쓰레기에서 배출되는 침출수에 대한 오염 방지대책은 전무했다.지자체가 관리해오던 비위생 매립지의 경우 지난 2007년 사용 종료됨에 따라 정부가 2013년 매립지 정비 및 사후관리 업무지침을 세웠고 그에 따라 관리됐다.경기지역의 경우 2008년 초 화성과 평택, 성남 등 13개 시·군에 운영됐던 30여곳의 매립지가 이 같은 지침에 따라 관리, 처리됐다.문제는 정부의 관리를 받지 못한 채 지금도 땅속에 묻힌 비위생 매립지가 존재하고 환경부와 지자체는 이렇다 할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데 있다.환경부의 입장은 '새롭게 발견된 매립지의 경우 소유자 등이 폐기물법관리위반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다. 매립장이 발견되면 토지주가 비용을 들여 처리하면 그만인 셈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이 또한 우리가 해결해야 하는 문제라는 것이다. 기자도 어린 시절 매립쓰레기장이 놀이터일 때가 있었다. 그곳에서 만화책을 읽었고, 장난감을 주워 놀곤 했다. 지금 기억으로 그곳에는 여전히 쓰레기 수백t이 묻혀 있다. 이 시점에서 옛날 우물가에서 펌프로 퍼 마시던 지하수가 생각나는 것은 왜일까. /김영래 사회부 차장 yrk@kyeongin.com김영래 사회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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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창]당신의 온도는 몇 도입니까? 지면기사
사람들은 나이가 들면서 시간이 빠르다는 이야기를 자주 하고는 한다. 그러면서 자신의 나이가 자동차 시속과 같다고 비유하고는 한다. 결국 나이가 들수록 시간이 빨리간다는 이야긴데 틀린 말은 아닌 것 같다. 하지만 시간 말고 자신의 온도에 대해 생각해본 사람은 얼마나 될까?연말이면 쉽게 보이는 사랑의 온도탑. 사람들은 온도탑을 보며 "세상이 각박해졌어" 또는 "그래도 아직 살만한 거야"라는 혼잣말을 하곤 했을 것이다. 물론 혹자는 그것조차 볼 시간이 없다고 강변하는 이들도 있겠지만. 어쨌든 사랑의 온도탑은 기부한 사람과 금액에 따라 조금씩 올라간다. 그것을 사랑의 온도라고 부른다.하지만 자신의 온도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있는가? 다소 생뚱맞은 질문이겠지만 세분화해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목적을 가지고 어떤 일을 추진하려는 과정에서 생겨나는 열정, 사랑하는 이를 생각하는 마음, 그저 하루하루를 버티기 위한 몸부림, 저마다 다르겠지만 모든 일을 대하는 자신의 감정을 온도로도 표현해보자는 것이다.예를 들어 '세상에 불가능이란 없다'고 말하는 사람의 온도는 얼마나 될까? 과연 불가능은 없을까? 이러한 명제를 던진 사람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일에 대한 막연한 기적을 바라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이루고 싶은 목표를 정하고 그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자신이 해낼 수 있는 일을 하나씩 하나씩 도전해나갈 것이다. 때문에 시련이 닥쳐도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방법을 고민할 것이고, 끝내 자신의 목표를 이뤄낸다. 그에게는 자신에게 주어진 시련에 멈추기보다 그 시련을 뛰어넘을 수 있는 열정의 온도가 있어 가능했던 것이다.하지만 필자를 포함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출근과 퇴근이라는 쳇바퀴 속에서 자신의 온도를 잊은 지 오래다. 지금의 내가 아닌 더 나은 나를 위한 생각 그리고 그것을 위한 행동을 하고 있습니까? 지금 당신의 온도는 몇 도나 됐을까요? /최규원 지역사회부(안양·과천) 차장 mirzstar@kyeongin.com최규원 지역사회부(안양·과천)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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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창]인천도호부대제 폐지, 당연하다 지면기사
인천시가 역사성 논란을 빚어 온 '인천도호부대제'를 폐지하기로 결정했다. 십수 년 전부터 인천시민의 날(10월 15일)을 맞아 관행적으로 해왔던 터라 없애기가 쉽지 않은 결정이었겠지만, 과감한 결단에 박수를 보낸다.애초부터 인천도호부대제는 전통문화 보존·계승과는 거리가 먼 정체불명의 행사였다. 오늘의 인천시장이라 할 수 있는 역대 인천 도호부사 351명의 공덕을 기리자는 취지로 2003년 처음 시작했는데 '대제(大祭)'는 왕이 직접 하는 제례이지 일개 부사가 하는 것은 아니었다. 또 행사에 나름 전통을 살린다고 도입한 식전행사의 '대취타(大吹打)'도 군악으로 임금이 행차할 때나 군대가 행진할 때 연주하는 것이다.전문가의 영역인 역사적 고증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인천시장이 공덕을 기린다는 역대 부사 351명 중 일부는 친일파와 탐관오리였다는 점이다. 1593~1594년 인천부사를 지냈던 김찬선은 부패한 관리로 백성의 지탄을 받았고, 1880~1882년 인천부사 정지용은 임오군란 당시 일본공사 일행을 보호했다는 기록이 있다. 1889~1891년 부사 박제순은 그 유명한 '을사오적' 중 하나다. 지금까지 이런 행사에 15년 동안 매년 4천만원의 시민 혈세가 투입됐다.논란이 이어지자 인천시는 올해부터 행사를 진행하지 않기로 하고, 인천도호부 관아 재현건물에서 시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전통 행사를 기획하기로 했다. 문학초등학교에 있는 인천유형문화재 1호인 인천도호부 관아와 인근의 재현건물, 무형문화재 전수교육관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프로그램을 기대한다.과거 임진왜란 당시 일본과 맞서 싸운 인천부사 김민선의 경우 훗날 마을 주민들이 문학산 정상에 사당을 지어 매년 2차례 제를 올렸다고 한다. 제사는 그의 호를 따 '안관당제'라고 불렀다. 전시성, 억지 행사를 만들지 않더라도 인천시장이 역사에 남을 만한 공을 세운다면 시민들이 알아서 그의 공덕을 기릴 것이다. /김민재 인천본사 정치부 차장 kmj@kyeongin.com김민재 인천본사 정치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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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창]일본 수출규제 道 장기적관점서 살펴야 지면기사
일본 수출 규제로 가장 먼저 우려가 됐던 곳은 바로 경기도다. 용인시와 이천시, 화성시, 평택시에 삼성과 SK하이닉스 등 세계적으로 관련 사업을 선도하고 있는 대기업뿐만 아니라, 성남 판교 등에 관련 업체들이 밀집해 있어 그 심각성을 더했기 때문이다.이렇듯 자칫 우왕좌왕할 수 있을 타이밍에 경기도는 빠르게 문제 해결에 나섰다. 사실상 정부보다 한발 앞서 관련 산업 살리기에 도가 사활을 걸었다. 도는 일본정부가 보복성 수출규제 움직임을 보이자마자 326억여 원 규모의 제3회 추가경정 일본수출규제 대응사업 예산안을 편성했다. 이어 경기도의회 본회의에서 만장일치로 의결됐다. 2회 추경 이후 50여 일 만에 신속하게 심의·의결됐다. 관련 주요 부서는 경기도청 경제실이다. 취재하면서 만난 경제실 주요 공무원들은 일본 수출 규제 피해 최소화를 위해 상당한 공부를 한 것이 눈에 보였다. 특히, 국내 대기업 반도체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일일이 확인하며, 어느 공정에 일본 부품 및 소재가 투입되고 있고, 관련 국내 산업이 어느 상황까지 와있는지 꼼꼼하게 살펴봤다. 관련 기업들을 만나며 어려움을 청취했고, 경기도가 어떻게 도와야 하는지도 살폈다. 판교에서 만난 한 반도체 부품 관련 중소기업 연구원은 "경기도의 이번 발 빠른 대처로 부품 개발은 물론, 그동안 큰 장벽으로 여겨졌던 대기업 납품이 국산화로 대체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나타냈다.부품·소재에 대한 개발은 1~2년 반짝한다고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최대한 빨리 서둘러야 하겠지만, 장기적 관점에서 도내 중소기업의 핵심소재, 부품, 장비의 '기술독립'을 위해 집중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서만 수입 의존도가 높은 분야의 도내 기업의 국산화 및 수입 대체재 개발을 달성할 수 있다. 일본의 수출규제에 경기도와 산하기관이 적극적으로 대응해 나가는 만큼 그 결실도 기대해본다. /조영상 정치부 차장 donald@kyeongin.com조영상 정치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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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창]서울시의 100번째 전국체전, 유의미했는지 지면기사
지난 4일부터 일주일 동안 제100회 전국체육대회가 서울시 잠실종합운동장 등 서울시 일원에서 치러졌다. 100년 체육사를 기리기 위해 수도 서울에서 열렸으나, 대회 운영상 미숙한 부분이 곳곳에서 포착되는 등 누구에게도 환영받지 못했다. 홍보 부족으로 아이돌과 유명 가수 등이 참여한 개막식을 제외하고 7일간 사용돼온 체전 경기장 대부분의 관중석은 텅 비었다. 선수들의 가족과 시·도선수단의 응원만이 대회장에 울려 퍼졌다. 서울에서 치르는데 중앙언론사의 취재진도 찾아보기 힘들었다. 주관 방송사인 KBS도 정규방송에 일부만 편성, 스포츠 뉴스에서도 밀렸다. 심지어 2019 KBO리그 준플레이오프 LG트윈스와 키움 히어로즈 간 3·4차전을 찾는 야구팬들에도 밀려 잠실운동장 주차장 사용에도 눈치를 봐야만 했다.전국체전 기간 중 우연히 만난 서울시체육회 한 관계자는 "너무 오랜만에 전국 규모 대회를 주관하게 됐는데, 대회 운영 등 주요 업무 처리 경험이 있는 인사가 없었다. 대회 준비가 미숙한 것은 잘 알고 있다"고 털어놨다.경인일보를 비롯해 여러 지방언론사의 지적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된 해명·사과도 없었다. 대회 운영과 관련한 문제점 파악, 피드백까지 서울의 전국체전은 낙제점에 가까웠다. 서울이 24년 만에 1위를 차지한 것은 축하할 일이다. 그러나 엘리트(전문) 체육의 대중화를 이루면서, 지역 주민과 함께 호흡하며 축제의 장을 이루는 목표는 실패했다. 대회 이틀째가 돼도 잠실 주변 택시기사들 마저 전국체전이 시작되는지 몰랐다는 후문이다.15일부터 같은 장소에서 5일간 제39회 전국장애인체육대회가 시작됐는데, 경기도 등 16개 시·도체육회의 컨테이너 상황실과 주차장 지원 문제 등은 그대로다. 장애인체전마저 공감 없이 서울만의 잔치로 마칠지 우려된다. /송수은 문화체육부 차장 sueun2@kyeongin.com송수은 문화체육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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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창]자라섬, 특정인 전유물 아닌 '공유물' 지면기사
재즈·캠핑·축제섬 등으로 널리 알려진 가평 자라섬이 주목을 받고 있다. 최근에는 경기도와 강원도가 추진하고 있는 광역적 관광특구 지정에 전국 최초로 가평 자라섬이 이름을 올리는 등 유명세도 떨치고 있다. 자라섬 명성만큼은 그야말로 파죽지세다. 가평읍 달전리 일원에 위치한 자라섬은 춘천 남이섬과 불과 800여m 떨어져 있음에도 관광지 남이섬에 비해 오랜 기간 빛을 보지 못했다. 수도권정비계획법상 자연보전구역, 하천법 규제 등으로 개발이 제한된 채 황무지로 방치됐기 때문이다. 규제의 형평성과 이에 따른 부당함을 호소했지만,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는 쉽지 않았다.하지만 일각의 고심은 계속됐다. 그런 가운데 자라섬 발전 방안이 제시되면서 물꼬가 트였다. 이 발전 방안이 바로 자라섬 국제 재즈페스티벌이다. 이때가 2004년 9월이다. 북한강과 재즈가 어우러진 자라섬은 이 페스티벌로 이내 대중의 시선을 모았고 현재까지 16년간 이어오고 있다. 이 축제는 날씨 등으로 우여곡절을 겪기도 했지만 다양한 축제와 문화 공연 개최 등 자라섬 활성화에 도화선이 되기도 했다. 2008년 세계 캠핑캐라바닝대회 유치를 통해 국제규격에 맞춘 캠핑장 시설을 갖추면서 자라섬이 캠핑의 대명사로 떠오르기도 했다.올해부터 조성하고 있는 자라섬 꽃동산과 오는 2022년까지 벌이는 경기도 정책공모 수상작 자라섬 수변 생태관광 벨트 사업 등도 자라섬의 수식어로 한몫 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관광특구로 지정되면 예산 지원은 물론 '차 없는 거리' 조성, 음식점 영업시간·옥외광고물 허가기준 등 제한사항이 완화되고 공원, 보행로 등에서의 공연·푸드트럭 운영 등도 허용된다. 이처럼 자라섬 활성화 기대 요소는 즐비하다. 하지만 일부의 주체들만의 제한된 자라섬 활성화는 경계해야 한다.자라섬은 특정인의 전유물이 아닌 지역 공동체 강화와 지역 경제 활성화 등 가평의 미래를 이끌 동력을 품고 있는 공유물이기 때문이다. /김민수 지역사회부(가평) 차장 kms@kyeongin.com김민수 지역사회부(가평)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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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창]나쁜 선례로 남지 않았으면 지면기사
수행평가 문제가 잘못됐다며 학교 측에 문제를 제기한 학생이 결국 자퇴서를 냈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는 적잖이 놀랐다.평소 공부를 열심히 했고, 학생회 활동도 했던 아이였다. 그런 아이가 갑자기 학교를 그만두겠다는 결정을 내린 데는 무언가 가슴속에 깊은 상처가 있는 것이 분명했다. 학교를 계속 다니면 그 상처가 아무는 것이 아니라 더 깊어질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런 결정을 했으리라는 확신이 들었다.'학교를 그만둔다는 것'은 초등학교 6년, 중학교 3년, 고등학교 3년을 거치며 내가 고민을 해보거나 경험해보지 못한 것이었다. 그게 어떤 어려움인지 내가 짐작조차 하지 못한 결정을 내려야 했던 그 학생이 어른으로서 걱정됐다. 학부모 측은 자퇴서를 내게 된 이유가 교사로부터 직·간접적인 압박을 받아서였다고 주장했다. 학생은 자퇴서에 "저의 이름을 물으며 꼭 기억하겠다는 말을 들은 후 공포스러운 마음에 하루도 맘이 편한 날이 없었다"고 써냈다.평가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학생이 입에 담아선 안 되는 말이라도 된다는 것인가. 아니면 그러한 행동이 학생이 해선 안 될 것이라는 건가. 어쨌건 교사는 학생을 품지 못했고, 학생은 맘고생을 겪고 학교를 떠나야겠다는 생각을 했다.현재 인천시교육청 고등학교 학업성적관리지침을 보자. "일정 기간을 정해 성적에 대한 학생들의 이의 신청 기간으로 운영한다","학교 학업성적관리규정에 지필평가·수행평가의 이의신청에 대한 세부 절차를 마련하고 이의 신청이 있을 때에는 면밀히 검토해 처리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이 학생과 학부모의 문제 제기는 지극히 정당했다. 이를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는 학교와 교사, 어른들의 몫이다. 부디 이번 신송고 사태가 해야 할 말을 했음에도 불이익을 당하는 '나쁜 선례'로 남지 않았으면 한다. /김성호 인천본사 사회부 차장 ksh96@kyeongin.com김성호 인천본사 사회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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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창]제100회 전국체육대회 지면기사
국내 최대의 스포츠 축제가 보름 앞으로 다가왔다. 올해로 100주년을 맞은 전국체육대회(이하 전국체전)가 다음 달 4일 서울에서 개막한다. 전국의 내로라하는 아마추어 스포츠 선수들이 총출동해 기량을 겨루는 최고 권위의 대회다. 선수와 코치·감독 등 체육인들이 한해 농사의 결실을 보는 셈이다.전국체전은 '종합 점수'로 전국 시·도별 순위를 매긴다. 영광의 금·은·동메달 외에도 순위 점수를 더해 산출하는 방식이다. 이 때문에 비록 메달은 목에 걸지 못했어도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고 투혼을 발휘한 선수들에게도 따뜻한 격려가 이어진다.전국 1위를 놓치지 않는 경기도는 기념비적인 이번 전국체전에서 '18년 연속 종합 우승'에 도전한다. 인천시는 '3년 연속 광역시 1위'(종합 7위) 달성을 기대하고 있다.시작이 좋다. 전국체전 개막에 앞서 사전 경기로 치러진 하키 종목에서 경기도 대표로 출전한 성남시청(남)과 평택시청(여), 인천시 대표로 나선 인천시체육회(여)가 나란히 공동 우승을 차지했다. 이들 팀은 지난 7일에 열릴 예정이던 결승전이 제13호 태풍 '링링'의 영향으로 취소되면서 금메달을 나눠 가졌다. 인천시체육회 남자하키팀은 동메달을 건졌다.핸드볼 사전 경기에서도 희소식이 있었다. 경기도 소속으로 뛴 경희대(남)와 SK슈가글라이더즈(여)가 각각 동메달을 수확했다. 여자핸드볼 전통 강호인 인천시청은 준우승을 차지하며 값진 은메달을 품에 안았다.올해 전국체전은 '한국 여자 복싱의 간판' 오연지(60kg급·인천시청) 등 내년 도쿄올림픽에 나설 국내 스포츠 스타들의 기량을 점검할 무대로도 관심을 끈다.흔히 스포츠를 '각본 없는 드라마'라고 한다. 선수들의 굵은 땀방울로 엮어낼 감동과 환희의 순간들, 그리고 그 누구도 예상치 못할 짜릿한 대반전이 연일 펼쳐지는 제100회 전국체전을 기대해본다. /임승재 인천본사 문화체육부 차장 isj@kyeongin.com임승재 인천본사 문화체육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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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창]'조국' 논란에 매몰된 '국회의 시간' 지면기사
정치권이 격랑에 휩싸였다. 그야말로 폭풍전야다. 그 중심에는 조국 법무부 장관의 임명이 있다.문재인 대통령의 임명 강행으로 조 장관의 거취가 정해지면서 여야 두 거대 정치집단은 극한 대치 상황속에 격랑에 휩싸이는 모양새다. 여당은 적격 인사 임명이라며 환영의사를 보였지만, 야당은 다시 특별검찰과 국정조사 카드를 꺼내들며 '정권 종말'까지 거론하고 나섰다.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정국의 연속이다.그러나 여야 의원들은 정작 자신들에게 주어진 '국회의 시간'은 잊은 듯해 안타깝다.지난 2일 100일간의 대장정에 들어간 '정기국회'야말로, 국민이 여야 의원들에게 부여한 가장 막중한 책임인 '국회의 시간'이다.일본의 수출규제 등 대내외 환경에 맞설 내년도 예산안 심사를 비롯해 운명의 갈림길에 서게 된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법안 처리 등이 예정돼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국회에 수북하게 쌓인 민생법안의 처리다.지난 1일 기준 국회에서 처리되지 못하고 쌓여있는 법안만 1만5천612건에 달한다. 20대 국회들어 2만2천479건이 발의됐는데 6천867건(30.5%)만 처리된 채 그대로 방치되고 있는 것이다.불행 중 다행으로 일단 여야는 정기국회 일정에는 합의했다. 교섭단체 대표 연설(9월 17∼19일), 대정부 질문(9월 23∼26일), 국정감사(9월 30일∼10월 19일) 등을 국민의 눈앞에서 펼치기로 했다.그런데 조 장관 임명에 따라 정기국회마저 파행될 수 있다는 우려가 곳곳에서 터져 나온다.이를 보는 국민은 그저 답답하고 한숨만 나온다. 제 할 일을 하지 않는 지금의 국회에 국민은 더 이상 기대할 게 없다. 만약 조 장관의 거취문제로 '국회의 시간'이 다시 멈춰 선다면, 국민들은 국회에 대한 배신감을 어떤 식으로든 표출할 것이다.이제 곧 심판의 날이 온다. 자신들이 금쪽같이 아끼는 '금배지'가 걸린 내년 총선이 얼마 안남았다. 300명의 의원이 언제까지 지금처럼 태연하게 굴지 지켜볼 일이다. /김연태 정치2부(서울) 차장 kyt@kyeongin.com김연태 정치2부(서울)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