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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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광장]'미래 먹거리'라는 이상한 말 지면기사
누군가 독점 큰수익 얻는 '데이터'누군가 먹고 누군가엔 먹히는 것우리는 모두 대지에 속한 존재한국 곡물자급률 23.8%에 불과식량자급률 OECD국가중 꼴찌정말 지켜야 할 미래먹거리 뭔지마을에서 주민들과 함께 자치와 자급 공부모임을 하고 있다. 한 달에 두 번 월요일 저녁마다 모여 책도 읽고 생각도 나누는 자리에는 먹거리도 빠지지 않는다. 여름에는 밭에서 딴 딸기며 참외며 수박, 찐 감자나 옥수수가, 겨울에는 감말랭이나 고구마말랭이 같은 말린 것들이 단골 메뉴다. 생각도 나누고 먹거리도 나누며 이웃의 삶도 함께 나눈다. 그저께 공부모임에서는 낯선 먹거리 용어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미래 먹거리'라 하는 것이다.요즘 계속 정치인이나 학자들이 미래 먹거리란 말을 쓰는데 저는 그 말이 너무 이상해요. 먹을 게 하나도 안 보이는데 왜 미래 먹거리래? 맞아요. 4차 산업혁명이 미래 먹거리를 만든다는데 하나같이 먹지도 못할 것이더만. 그렇죠? 나도 그랬어. 사람이 먹지도 못할 것을 왜 먹거리라고 해? 사람이 밥을 먹지 데이터를 먹고 사나? 먹거리가 공장이 아니라 저 컴퓨터 안에서 나온다는 거지. 야 공장에서 나온다는 것도 거짓말이다. 먹거리가 땅에서 나오지 어째 공장에서 나오냐. 말이 봇물처럼 터져 나왔다. 아 그런 거야? 난 어디서 보니 미래 먹거리가 '곤충'이라고 하기에 그건 줄 알았는데. 으악! 뭐라고? 하하하하! 박장대소로 끝났지만 웃음의 뒤끝에는 무엇인가 씁쓸함이 남았다. 마을의 글동무들에게선 가끔 예리한 직관이 번득인다. 삶으로부터의 통찰이다. 듣고 보니 다 맞는 말이다. 다시 머리를 맞대본다. FTA 할 때는 차 팔아서 쌀 사 먹고 살라고 하더니, 이제는 데이터가 돈이 되고 밥이 된다고 한다. 그러나 이런 생각 속에는 사람을 살리는 진짜 먹거리에 대한 고민이 어디에도 없다. 과거에도, 현재에도, 미래에도, 인간이 인간인 한 먹고 살 수밖에 없는 식량과 그 토대인 땅(자연, 지구)에 대한 고민이 말이다. 미래 대안 식량으로 '곤충'을 개발한다는 건 농업에 대한 포기를 전제하고서야 비로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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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광장]선진국, 선진국민? 지면기사
연초부터 여기저기서 잇단 사고제천참사 주차질서만 지켰어도많은 생명 구할 수 있었을텐데올해엔 모든 국민이 법과공동체 기본질서 제대로 지켜새롭게 시작하는 마음 가졌으면새해 들어서자마자 정부에서는 올해의 국민소득이 드디어 3만달러를 넘어서서 그야말로 우리가 꿈꿔오던 30~50그룹의 나라에 속하게 될 것이라는 희망찬 전망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지난 20여 년 동안 선진국 진입을 눈앞에 두고 소위 마(魔)의 벽(?)이라는 3만달러를 넘어서지 못하고 있는 것을 두고 정치계나 경제계는 물론 일반 국민들마저 매우 안타깝게 생각해왔다. 60여 년 전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에서 이제는 어엿한 경제대국으로 우뚝 선 우리나라는 아시아를 비롯한 세계의 여러 나라들이 부러워할 정도로 경이로운 발전을 이룩한 나라가 되었다. 물론 그 과정에서 여러 차례 정치적 혼란을 겪기도 했고, 경제적 위기도 맞았으며, 노동운동의 시련과 민주화의 고난을 거쳐 오긴 하였지만, 오늘의 한국사회를 이끌어온 힘은 누가 무어라 해도 바로 우리 국민들의 피와 땀과 눈물의 힘이라고 확신하고 있다.이처럼 오랜 세월, 온 국민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가 아직도 선진국으로 진입하지 못하고 있다는 자조적인 푸념을 늘어놓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그들은 정치적 후진성 때문에, 재벌의 횡포 때문에, 노조의 폭력적 저항 때문에, 심지어는 우리의 후진적 국민성 때문이라고 그 이유를 말하곤 한다. 그런가 하면 새로 권력을 잡은 쪽에서는 선진국이 되는 것보다는 먼저 통일을 해야 하고, 경제성장보다는 분배를 통한 공평사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그렇다면 우리가 바라는 선진국이란 과연 어떤 나라를 말하는가? 선진국에 대한 정의는 매우 애매하여 하나로 통일된 개념은 없지만, 대체로 산업이 고도로 발달하여 경제발전을 이루고, 이로 인해 정치, 문화, 교육, 복지 등이 골고루 발달되어 국민의 의식수준이나 삶의 질이 높은 나라라고 요약해서 말하고 있다. 유엔이나 OECD에서 발표하는 매우 다양한 지표들을 비교하여 매년 선진국 순위를 정하고는 있지만, 이것조차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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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광장]진정성의 힘 지면기사
누구든지 진심을 다해 호소하면상대방 감동시켜 솔직함과진정성 때문에 도와주려 애쓴다그게 '세상의 이치'다세계 어느 곳 어느 시대나 통하는대단하고 강력한 힘을 지녔다상담을 하다보면 말은 어눌하지만 표정과 기록에서 안타까움이 묻어나고, 계속 듣다보면 그 억울함이 전해져서 어느새 그 사람을 도울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 무엇일까 연구하게 만드는 사람이 있다.반면 말도 유창하고 표정도 진지하지만 뭔지 모르게 숨기는 것 같은 느낌을 주는 사람이 있을 때도 있다. 그래서 유능한 변호사일수록 의뢰인과 신뢰를 쌓기 전에 기록 검토와 여러 가지 질문을 통해 점검을 하고 진실을 파악한 후에야 의뢰인을 전적으로 믿고 문제를 해결하는 경우가 많다. 벌써 17여 년 전, 극빈자들을 위해 무료로 변론을 해주던 법률구조공단에서 근무할 때의 일이다. 가정을 꾸린지 얼마 안 된 사람이 자신의 이웃집에서 물건을 훔치다가 구속된 사건을 변호하게 되었다. 구치소로 절도 피고인을 만나러 갔더니 얼마 전 직장을 잃고 그 사실을 숨긴 채 생활비라도 집에 가져가야한다는 생각에 우발적으로 죄를 짓게 되었는데 피해자에게 너무 죄송하다고 진정으로 반성하는 모습을 보였다. 무엇보다 아무런 죄도 없는 자신의 처가 이웃집에 찾아가 문전박대당하는 것이 너무 속상하다며 울먹이기도 했다. 그의 처는 생후 10개월 된 아이를 포대기에 업고 날마다 찾아가 피해자와 합의를 하려해도 만나주지조차 않아서 합의를 하지 못하고 있다며 눈물을 흘렸다. 재판 받는 동안 절도범의 아내는 나와 특별히 할 이야기가 없어도 하루가 멀다 하고 아이를 업은 채 사무실에 들러서 어느 날은 음료수 1병이라도 어느 날은 빵 한 봉지라도 놓고 갔고, 매번 올 때마다 자신이 얼마나 남편을 사랑하는지, 친정의 반대를 무릅쓰고 결혼을 했는데 이런 모습을 친정에서 알게 되면 안 된다며 피해자와 합의할 수 있는 방법은 정말 없는 것인지 자신의 신세 한탄과 하소연을 담은 짧은 편지를 전해주고 갔다. 나는 그 가정을 진정으로 구해주고 싶었다. 직장을 잃은 젊은 가장의 절박함과 아내 사랑이 절절해서 없는 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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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광장]'入試 浪人'을 양산하는 사회 지면기사
현 입시제도는 고교 졸업하는청소년에게 재수생 굴레 씌우고대학 입학생들에 학교 적응보다반수생의 길로 들어서게 하는불합리한 제도라는 것 인식하고교육당국은 합리적 선택 해주길어제로 2018학년도 대입 정시 원서접수가 마무리 되었다. 전국 4년제 대학 기준으로 수시 전형 비중이 80%대에 육박한 가운데, 이번 정시 전형도 수험생들에게 있어 엄청난 부담이 되고 있다. 대입 정시모집 기간과 발맞추어 입시 학원들은 이른바 '재수 선행반'이라는 이름으로 개강을 했다. 이미 수시 전형에서 고배를 마신 학생들과 수능 점수가 기대치에 못 미친 많은 학생들이 내년 입시를 기약하며 학원에 몰리고 있다. 보통 2월에 고등학교 졸업식이 있으니 엄격히 말하자면 이들은 아직 고등학생 신분이면서 재수생 신분을 겸하는 셈이다.사실 재수생이라는 단어를 외국어에서 찾아보기란 쉽지 않다. 비교적 우리와 입시제도가 유사하다 할 수 있는 일본의 경우 낭인(浪人)이라는 단어로 재수생을 표현할 정도이다. 잘 알려져 있듯이 낭인은 옛날 일본의 방랑 무사를 일컫는 말인데, 세월이 흘러 일정한 직업 없이 이리저리 떠돌아다니는 사람을 지칭해 왔다.재수생에게 이러한 표현을 사용하는 것이 우리 사회에도 적용되고 있는데, 사법시험이 폐지된 이후 로스쿨 졸업생 중 변호사 시험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辯試 浪人', 약학대학 입시를 준비하는 'PEET考試 浪人',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公試 浪人' 등 다양한 신조어가 나타나고 있다. 일례로 변호사 시험의 경우 법무부는 매년 입학 정원의 75% 수준인 1천500명 선에서 합격자를 관리하고 있어, 불합격자는 2012년 214명에서 매년 200~300명씩 늘어나는 추세이다. 실제로 매년 '辯試 浪人'이 300명가량 증가하고 있어 금년에는 시험 불합격률이 50%가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2018학년도 수능 응시자 통계를 보면 재학생 44만4천874명(74.9%), 재수생 13만7천532명(23.2%), 검정고시 등 기타 1만1천121명(1.9%)으로 나타나 해마다 재수생 숫자는 줄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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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광장]시간을 잃어버린 세계에서 지면기사
연말연시 되면 성과 달성했는지대차대조표가 삶 성찰 대신한다그러면서 우리는 때를 모르고밤낮없이 무시간적 존재가 되어자본의 시간속으로 빨려 들어가어떻게 살 것인지 생각하게 한다새해에는 누구나 새해 계획을 세운다. 자연의 시간은 시작도 없고 끝도 없지만 그런 시간의 마디를 끊어서 생각할 수 있는 것은 인간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우리에겐 해가 있고 달이 있고 절기와 주기가 있다. '시간 앞에 선 존재'라는 말은 그런 의미다. 시간을 사유할 수 있는 존재란 뜻이고, 시간이라는 자기의식을 갖는 존재란 뜻이다. 살아있는 모든 존재들이 시간 속에서 살아가지만 인간만이 시간을 의식하며 시간 속에서 산다. 시간적 존재란 말의 의미는 곧 성찰적 존재란 뜻이기도 하다. 지난 한 해를 돌아보며 새로운 한 해를 계획하고, 지난 겨울을 생각해보면서 올 해 겨울을 비축한다. 앞날을 계획할 때 항상 우리는 지나온 길을 좌표로 삼는다. 지나온 시간 속에 쌓여있는 실패와 성공의 경험을 반성하고 정리하면서 말이다. 그런 점에서 지금까지 대부분 인류에게 가장 중요한 시간은 '과거'라는 시간이었다. 과거는 축적된 시간이며 다시 되돌아오는 시간이다. 그런데 오늘날은 이 과거라는 시간성을 급격하게 상실하고 있는 시대가 되었다. '혁신'에 의해서다. 혁신(innovation)이란 말은 '새로움 속으로(into-novus)', 새로움을 향해서 간다는 말이다. 새로움을 향해서 간다는 것은 낡은 것을 버리고 간다는 뜻이다. 그래서 그것은 늘 '창조적 파괴'이며 '파괴적 혁신'이다. 혁신에서 중요한 시간은 과거가 아니라 미래다. 새로운 것은 오직 미래에만 존재하기 때문이다. 미래를 예측하며 움직이라는 요구는 시간의 준거점이 과거에서 미래로 이동했음을 보여준다. 과거는 지식과 지혜의 보고가 아니라 단지 '낡은 것'이 되어버렸다. 대신 미래가 새로운 지식과 정보의 보고가 되었고, 누가 더 빨리 그 미래에 도달할 것이냐에 대한 경쟁은 과거를 돌아보지 않고 앞만 보며 달려가게 만들고 있다. 오늘날 미래는 마치 미지의 신세계와 같은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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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광장]치욕과 혼돈의 한해를 보내며 지면기사
촛불시위 위력에 대통령 탄핵북한 김정은의 핵미사일 도발정치권 진보·보수 떼몰이 싸움사회지도층 불·탈법·비리 오염내년엔 경제 전반에 미치는 정책정권 발목 잡지 않을까 걱정뿐2017년은 우리나라 헌정사상 가장 혼란스럽고 치욕적이며 시끄러웠던 한 해가 아니었나 싶다. 세월호 참사라는 여객선 전복사고로 숨진 어린 학생들의 영혼을 볼모삼아 정치적 헤게모니를 쟁탈하려는 진보세력의 끈질긴 투쟁이 계속되어 왔고, 여기에다 기름을 퍼붓듯이 최순실 국정농단사건이 불거지면서 거침없이 전국으로 퍼져나간 촛불시위의 위력 앞에 결국 대통령이 탄핵을 당하고,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면서 적폐청산이라는 가히 혁명적인 싹쓸이가 거침없이 자행되고 있다. 전직 대통령의 구속에 이어 전정권의 실세들이 줄줄이 수갑을 찬 모습으로 재판정을 오가는 장면이 텔레비전에 간단없이 비춰지고, 역사상 초유의 정보기관 수장 4명이 한꺼번에 구속되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어도 이번 정권에서 행해지고 있는 일련의 검찰수사에 대해 토를 다는 사람이 별로 없는 것은 아마도 감히 혁명군 앞에서 입바른 소리를 해봤자 신상에 별로 득 될 것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더구나 북한의 김정은은 핵미사일을 개발하고, 수차례에 걸친 시험발사를 통해 미국 본토를 공격할 수 있는 능력을 과시하면서 한반도에 전쟁의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어도 우리 정부는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북한과의 대화를 통한 평화정착 만이 해결책이라고 우기면서 미국과 일본과 중국, 러시아라는 세계 4대 강국의 틈바구니에서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으니 국민들은 불안한 상태를 넘어서 이제는 아무런 생각조차 할 수 없는 그야말로 아노미상태에 빠져버린 느낌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정치권은 하루가 멀다 하고 진보니 보수니 케케묵은 떼몰이 싸움에 여념이 없고, 내년 지방선거를 겨냥한 집권세력의 선심성 퍼주기 예산안 통과로 내년의 나라경제가 도무지 어떻게 견뎌 나갈지 불안하기 짝이 없다. 이런 와중에 세계열강들은 앞 다투어 자국우선주의를 내세우면서 법인세율을 인하하고 상속세를 폐지하는 등 우수기업의 유치에 열을 올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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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광장]한해를 마무리하며 지면기사
올 연초에 세웠던 계획 중몇가지 이룬 소소한 것들이 있다그래서 정말 좋고 감사할 뿐이루지 못했다는 낙심은 사치지금 갖고 있는 것에 집중하고실망하기 보단 새 희망을 꿈꾸자2017년 한해도 이제 십 여일 밖에 남지 않았다. 상가마다 오색찬란한 불빛들이 넘쳐나고 흥겨운 음악들도 들려오고 있다. 붉은 뺨에 연신 하얀 입김을 쏟아내며 가벼운 걸음으로 거리를 걷는 사람들에겐 2017년도 한해는 어떤 의미로 남아있을까. 이맘때쯤이면 다들 연 초에 세웠던 계획을 돌이켜보고 반성하는 시간을 가질 것이다. 연초에 "반드시 다이어트를 하고 말겠어. 공무원 시험 1차에 꼭 붙을 거야. 한 달에 한권 정도는 책을 읽어야지. 계절마다 한 번씩 여행을 다니겠어. 적어도 월10만 원 이상을 저축하겠어. 원하는 대학에 꼭 붙어야지" 라고 저마다 다짐했던 것들이 메아리가 되어 돌아올 뿐이고, 어느 하나 제대로 한 것이 없을지도 모른다. 아직 며칠 더 남았으니 달라질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한 달에 한번 씩 수원 관내 여성변호사들끼리 모여 점심식사를 하며 소소한 이야기들을 나누는데 연말 모임에서는 자신이 읽었던 책을 가져와서 서로 소개하고 나누는 행사를 겸하고 있다. 모임 때마다 매번 공통된 화제는 일과 가정의 양립이 어렵다는 점, 내가 이러려고 변호사가 되었나 하는 자괴감이 든다는 것들인데 이번 12월 모임에서도 여전히 그 주제가 빠지지 않았다. 비단 여성변호사뿐이랴. 이 땅의 수없이 많은 일하는 여성들이 겪는 공통된 관심사이자 공통된 성토 대상이다. 아직 다른 말은 제대로 못하는 두 돌 지난 아들이 "엄마 힘들어?"라고 하기에 자신이 얼마나 "힘들다, 힘들다"는 말을 했기에 아이가 그런 말을 할까 싶어 반성하였다는 어느 새내기 엄마 변호사의 이야기를 들었다. 육아 경험이 있는 다른 변호사들은 경험에서 우러난 실감나는 충고들을 한마디씩 해준다. "가사 일은 다른 사람이 대신 해줄 수 있으니 집에 오면 화장도 지우지 말고 모든 일을 뒤로하고 아이부터 안아주고 충분히 놀아줘라." "아이들에게 못해준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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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광장]수능제도 이제는 변해야 한다 지면기사
다양한 수시전형 있다지만결국 3년간 내신 성적에 근거해선발되는 전형이 주를 이뤄1년에 단한번 수능 학생에 큰 부담 최소한 상·하반기 2회 기회 주고수시편중 입시제도 빨리 바뀌어야어제 2018학년도 수능 성적표가 수험생들에게 배부되었다. 수능 당일 추위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맹추위가 기승을 부려 많은 수험생들의 몸과 마음을 힘들게 했을 것이다. 이번 수능은 시험 전 날 발생한 포항지역 지진으로 인해 수능 시작 12시간을 앞두고 시험 시행이 일주일 연기되는 초유의 사태를 겪으면서 치러졌다. 당혹감 속에서 수능을 치르고 고사장을 나선 수험생들은 대체로 어려웠다는 반응을 보였다. 수능 직후 학교별로 가채점이 이루어졌고, 지난해와 비슷한 '불수능'이라는 소문이 돌았다. 아울러 만점자에 대한 뉴스가 나오기 시작했고, 재학생은 대구의 강 모 군이 유일한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그러나 어제 발표된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최종 채점 결과를 보니, 수능 만점자는 모두 15명(재학생 7명, 졸업생 7명, 검정고시생 1명)으로 나타났다. 또한 과목별 표준점수 최고점이 대체로 하락해 난이도로 볼 때는 전년보다 쉬운 시험이었다. 그렇다면 수험생들이 체감한 난이도와 실제 채점 결과의 차이는 과연 어디에서 온 것일까? 입시 전문가들은 우선 사상 최대 규모의 수능 결시자 수에서 그 원인을 찾았다. 실제 올해 수능 지원자 수는 59만3천527명인데 결시율이 10.5%로 무려 6만2천여 명이 시험을 보지 않았다. 지난해 수능 지원자(60만5천987명)와 결시율(8.9%)을 비교해 보면 8천510명이 늘어난 셈이다.또한 평소 모의고사 성적을 기준으로 할 때, 중하위권에서 결시자 수가 많았다는 분석이다. 이로 인해 상대평가인 수능에서 원점수 커트라인이 상승하고, 절대평가인 영어에서도 응시자 중 90점 이상(1등급) 비율이 전년도의 2배가 넘는 10.03%로 나타났다.아울러 수능 응시자 중 졸업생 비율이 늘고, 재학생이 감소한 것도 원인 중 하나이다. 졸업생은 전년도 보다 0.9% 증가(2천412명)한 반면, 고3 재학생은 전년도 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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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광장]올가와 메카, 그리고 인간 지면기사
로봇에 의존해서 살면서도이성·몸이 없다고 학대하는 인간기계 아닌 여성·아동·빈곤층 등물음도 없이 폭력 대상될 수 있다 왜 다르고 함께 살 수 없는지?누가 질문하고 질문하지 않는가동네 중학생들과 책읽기 모임에서 '에이 아이(A.I.)'라는 영화를 보았다. 우리는 종종 SF소설이나 영화를 보면서 미래를 상상해보고 현실을 돌아보기도 한다. 요즘 쏟아져 나오는 미래학 도서들보다 이런 과학적 픽션에 근거한 작품들이 훨씬 더 깊이가 있다. 확률이 아니라 성찰에 근거한 미래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때로는 상상할 수 없는 질문을 받기도 한다. 이 영화에서 나온 "너는 올가인가, 메카인가"라는 물음도 그런 것이다. 올가는 유기적(organic) 존재를, 메카는 기계적(mechanical) 존재를 뜻하는 줄임말이다. 한 부부가 아들을 대신할 로봇을 입양한다. '엄마'라고 부르는 인공지능과 교감하며 차츰 정이 들게 된다. 영화의 주인공은 인간이 아니라 '데이빗'이란 이름을 가진 인공지능 로봇이다. 하지만 냉동 중이던 진짜 아들이 완쾌되어 집으로 돌아오자 데이빗의 자리는 위태로워진다. 어느 날 생일 파티에 온 아이들은 데이빗을 장난감처럼 취급하며 괴롭힌다. "넌 우리와 달라, 넌 가짜고 우리는 진짜야, 넌 메카, 난 올가라구!" 겁에 질린 데이빗은 "도와줘!"를 외치며 가짜 형제를 껴안은 채 물에 빠진다. 그 일로 데이빗은 인간 가족에게서 영영 버려진다. 진짜 인간들은 메카와 올가 사이에 넘을 수 없는 구분선을 그어 놓았다. 그리고 그것을 의심하지 않는다. 그러나 가짜 인간은 질문을 한다. 어째서 난 메카고 넌 올가지? 어째서 난 가짜고 넌 진짜지? 오직 로봇만이 왜냐고 묻는다. 아무도 의심하지 않는 다름에 대해서. 그의 질문은 왜냐고 묻는 것에서 그치지 않는다. 그럼 나는 어떻게 하면 진짜 인간이 될 수 있느냐고 묻는다. 어떻게 하면 엄마의 진짜 아이가 되어 함께 살 수 있느냐고. 그리고 그 방법을 찾아 나선다. 자신의 모든 지식과 경험을 동원하여, 자기에게 아무런 정보도 입력되어 있지 않은 낯선 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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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광장]초고층아파트, 왜? 지면기사
땅값 비싼 곳 개발밀도 높아많은 건축면적 확보 위해높게 짓는 건 당연한 경제 법칙고부가가치로 투자자도 몰려영향력 있는 사람들에 의한결정권 행사 관행 없어져야서울 강남의 재건축 아파트의 건물 높이를 두고 주민과 시 당국이 서로 의견 차이를 보이면서 사업추진에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주민들의 주장에 의하면 법적으로 허용된 최고 높이로 건축을 하겠다는 것이고, 시에서는 주변 환경과 경관을 고려하여 건물을 일정높이(35층)로 제한하겠다는 것을 두고 팽팽히 맞서다가 결국에는 주민들이 시의 주장에 승복하면서 이 문제는 일단락이 된듯하다. 그러나 아직도 몇몇 아파트단지에서는 시장이 바뀌면 시의 의견이 달라지기 때문에 그때까지 기다려보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라 생각하여 잠시 사업을 연기하는 곳도 있는 모양이다. 사실 건물의 높이에 대한 문제는 역사적 배경이나 내용이 그리 간단한 것이 아니다. 성경에 나오는 바벨탑이 신에 대한 인간의 도전을 응징하는 종교적 의미에서의 신의 노여움이었다면, 인간의 경제력과 기술의 상징으로 탄생한 마천루는 현대도시의 발전과 매력을 경쟁적으로 보여주기에 전혀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인류역사에 있어 건물의 규모나 높이는 그 시대의 정치적, 종교적 권력과 경제적 힘의 크기에 따라 비례해왔음을 알 수 있다. 고대의 피라미드나 왕궁, 중세교회의 첨탑과 돔, 성곽도시의 종탑과 망루, 산업혁명시대의 공장의 굴뚝 등이 바로 상징적, 실용적 목적에 의한 인간의 높이에 대한 열망을 보여준다. 철강 산업의 발달과 건축기술의 혁신적 발전으로 건축물의 높이는 더 이상 인간의 의지를 시험해보는 대상이 아니게 되어버렸다. 파리 만국박람회에 등장했던 에펠탑을 두고 당시의 지식인들 사이에서 많은 논란이 일어난 것이 불과 130년 전인 1889년이었고, 20세기에 들어서면서 시카고와 뉴욕을 중심으로 초고층건물들이 경쟁적으로 들어서면서 소위 마천루의 도시라는 이름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이때를 즈음하여 대도시의 관광상품으로 등장한 그림엽서에 초고층건물들이 즐비한 도시의 스카이라인이 즐겨 사용되었고, 지구촌의 유수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