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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요광장]외고와 자사고 폐지론에 대한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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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요광장]외고와 자사고 폐지론에 대한 단상 지면기사

    본래 설립목적 준수하지 않으면제도 개선후 폐지해도 늦지 않아일관성 있는 교육정책 위해정권 초월 '국가교육위원회' 같은기구 필요하다는 목소리 높지만신정부에선 논의 안돼 아쉬워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주요 공약 중 하나였던 외고와 자사고 폐지를 둘러싼 논란이 본격화되고 있다. 지난 18일 전국단위 자사고인 광양제철고, 민사고, 상산고, 포항제철고, 현대청운고 등 5개교 교장단은 "자사고의 본질을 편견으로 해석하거나 터무니없이 왜곡한다"며, '자사고에 대한 올바른 이해'란 반박문을 냈고, 전국 자사고 교장협의회는 자사고 폐지 반대 성명을 낼 계획이며, 자사고학부모연합회 역시 폐지 반대 성명 발표와 집회를 계획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린다. 최근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이 시도교육감 중에서는 가장 먼저 외고와 자사고 폐지를 거론한 바 있는데, 경기지역 내 외고와 자사고를 2020년까지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특목고의 폐지는 교육부 동의가 필요한 사안인데, 김상곤 교육부총리 내정자도 같은 입장이어서 폐지 가능성은 현실적으로 매우 높아졌다. 외고와 자사고의 폐지 논쟁은 2000년대 중반부터 불거진 문제로 이번 정부 들어 본격적으로 추진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외고·자사고에 대한 비판은 이들 학교에 우수 학생들이 몰리면서 일반고의 학습 환경이 상대적으로 나빠지는 것은 물론, 이들 학교가 본래의 설립 취지와 다르게 명문대 입학생을 늘리는 입시전문 기관으로 전락했다는 지적에서 시작되었다. 따라서 진보성향의 교원 및 학부모 단체에서는 외고·자사고 폐지가 일반고 교육 정상화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그러나 외고·자사고 폐지가 '일반고 위기론'을 잠재우고 고교 서열화를 해소할 방법인지에 대해서는 여러 의견이 맞서고 있다. 특히 일괄적인 폐지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하다. 외고·자사고를 전부 없앤다 하더라도 일반고에 배정되는 인원은 한 학급당 한 두 명 선에 그칠 것이고, 이 정도로 학습 분위기가 나아질 리 없다는 교육 전문가의 주장도 나오고 있다. 오히려 학생들 간 학업 능력의 격차가 커져 정상적인 교육이 어렵고 하

  • [수요광장]'쌍빠삐에', 대학 강사에게 교원의 지위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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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요광장]'쌍빠삐에', 대학 강사에게 교원의 지위를 지면기사

    '고등교육법' 개정안 2011년 통과세차례 유예끝에 내년 시행 앞둬수많은 강사들 대학서 쫓겨났고교원지위 회복 농성 3500일 넘어이제는 '돌려 달라'… 그래야만고용·임금·차별 문제도 개선 가능늦깎이로 시작한 공부의 길은 간단하지가 않았다. 국솥은 끓고, 업은 아이는 울고, 설거지가 가득 쌓인 싱크대 위에 간장물이 묻은 파르메니데스를 펼쳐 놓고 읽는 나는, 대통령이 선물 받았다는 소설 '82년생 김지영'과 같은 '70년생 김지영'이었다. 임신과 출산, 육아로 단절된 시간은 반복적으로 경력과 학업을 단절시켰다. 연구원으로, 시간강사로, 시민단체 활동가로, 엄마로, 아내로, 며느리로, 종종 거리면서 살았던 시간은 한 발만 삐끗하면 천 길 낭떠러지로 떨어질 것처럼 언제나 위태로웠다. 그러다 어느 날 정말 미끄러져 떨어지고 말았다. 내가 맡고 있던 모든 강의가 모조리 폐지 혹은 미개설로 통고 받은 것이다. 타당한 이유를 알 수 없었다. 그건 그냥 일방적인 해고였고 추방령이었다. 성실하게 공부하고 열심히 가르쳤으니 여기가 내가 발 딛고 설 대지의 일부라 여겼는데, 아니었다. 한국의 대학은 그런 사람이 부적격자가 되고 살아남지 못하는 곳이다. 아니 거기까지만 했으면 그냥저냥 대학에서 버틸 수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대학은 기업이 아니라고 말하지 않고, 대자보를 붙이지 않고, 언론과 인터뷰 하지 않고, 페이스북에 글을 쓰지 않고, 저널에 기고하지 않고, 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하지 않고, 동료 강사와 학생들과 함께 피켓을 들고 시위하지 않고, 왜 정당한 이유 없이 강좌를 없애느냐고 묻지 않고, 다음 학기든 그 다음 학기든 무슨 강의든 줄 때까지 기다리며 가만히 있었더라면 말이다. 그러나 그 모든 것을 해버린 이후에 대학에서 살아남기 힘든 부적응자는 이제 대학에 살려두면 안 되는 추방자가 되었다. 시민이 아닌 자가 시민적 행동을 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서 주위를 돌아보니 추방자는 한 둘이 아니었다. 각각의 사안은 달라도, 지금 대학과 싸우고 있는 모든 해직강사들의 공통된 '죄'는, 불복종의

  • [수요광장]도시재생과 미래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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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요광장]도시재생과 미래도시 지면기사

    상당수 지역 좋은 환경 경험없어개념 재정립과 사업 이해 필요골목 치장·겉보기식 개선보다삶의 질 높이고 미래 위해 설계정부 주도 특별사업 민간자본과주민들 자발적 참여로 추진돼야문재인정부가 들어서자마자 발표된 도시재생뉴딜정책은 10년 전 노무현정부 막바지에 발표된 도시재생사업을 좀 더 적극적으로 추진하여 도시를 활성화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도시재생활성화특별법에 의하면 도시재생사업은 기존의 낙후된 도시환경을 공공의 지원으로 자생적 기반을 확충하여 경쟁력을 강화하고 공동체를 회복하여 국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현재 도시재생사업은 6개 시범사업을 비롯하여 지금까지 46곳에서 사업이 추진되고 있으며, 이번 정부에서는 앞으로 5년 동안 약 50조원의 예산을 투입하여 500개 지구를 대상으로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한다. 정부의 지원으로 지금까지 각 지자체에서 진행하고 있는 도시재생사업을 지켜보면서 앞으로 막대한 국가예산을 들이게 될 도시재생사업이 과연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을지 우려되는 바가 적지 않다. 새 정부가 추진하려는 도시재생사업의 성공을 위해서는 현행 도시재생특별법의 제도를 비롯하여 지금까지 제기된 문제들을 다시 한 번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우선 도시재생사업에 대한 개념정립과 사업에 대한 이해가 올바르게 되었으면 한다. 도시재생이란 도시의 특정지역이나 시설이 쇠퇴하여 본래의 기능을 상실하였을 때 이를 회복시키거나 다른 기능으로 대체시켜 그 지역을 경제, 사회, 문화적으로 되살려 도시를 활성화시키는 것을 말한다. 기능을 상실한 조선소를 상업과 쇼핑으로 되살린 런던의 도크랜드나 요코하마의 미나토미라이 21, 쇠락한 탄광촌을 디자인 녹색도시로 변모시킨 독일 에센의 졸버레인, 폐쇄된 발전소를 미술관으로 탈바꿈시킨 런던의 테이트모던 미술관 등은 도시재생의 성공적 사례라 하겠다. 이번에 정부에서 제안하고 있는 도시재생뉴딜도 도시재생활성화특별법에 근거한 것으로 그 내용과 방법이 기존의 도시재개발이나 도시정비사업 등과 크게 다르지 않아 개념상 혼동을 가져올 우려가 있다

  • [수요광장]경청과 소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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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요광장]경청과 소통 지면기사

    선입견 없이 바른 태도로 집중눈 맞추고 맞장구 치며 들으면구체적 사례·에피소드 통해배경·배후·인격·인성 등 파악모든 문제해결 출발점은잘 듣고 공감하며 신뢰 쌓는것일을 하다보면 워낙 다양한 많은 사람을 만나고, 여러 이야기를 듣게 되니 특별히 상담학을 전공한 적이 없어도 상담 기술을 터득하게 되었다. 오래해서 얻은 노하우가 있다면 때론 미주알고주알 다 들어야 사건 이면에 있는 비밀까지 알 수 있고 그런 사소한 것이 실마리가 되어 문제해결로 이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사실이다. 듣는 사람 입장에서는 조급함이나 선입견 때문에 미리 결론짓고 속단하는 것을 피하면서 듣는 것을 계속 연습하다보면 주의 깊게 듣는 중에 상대방을 편하게 해주어 많은 이야기를 끌어 낼 수 있는 "경청"을 할 수 있게 된다. 또 경청만큼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며 공감하는 "소통"도 매우 중요하다. 소통이 이루어진 이후에는 신뢰관계가 형성되기 때문에 의뢰인의 약점이나 단점을 물어보아도 진실한 대답을 들을 수 있고 그래야 제대로 된 전문적이고 객관적인 조언이 가능하다. 굳이 변호사와 의뢰인 사이가 아니라도 많은 인간관계에 있어서 경청과 소통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없을 것이다. 역지사지하며 잘 듣다보면 자신을 돌아보게 되고, 서로 통하여 오해가 없으면 상대방을 신뢰하게 된다. 하나만 물어봐도 스스로 열을 알아서 이야기할 만큼 똑똑한 의뢰인도 있지만, 말이 어눌하여 사실관계조차 제대로 정리해서 말하지 못하거나 핵심적인 증거를 두고도 그것이 중요한지 몰라서 아예 언급조차 하지 않는 분들도 많다. 그러다보니 어떻게 하면 상대방의 마음속에 있는 이야기들을 끄집어내서 이야기하게 할까 고민을 하게 된다. 경청을 잘하는 것은 선입견 없이 바른 태도로 온전하게 집중하여 듣되 적절한 눈 맞춤과 맞장구를 치며 듣는 것일 테고 더 나아가서는 적절한 질문을 하여 구체적인 사례나 에피소드를 들음으로써 일의 배경, 배후, 관계자의 인격, 인성 등을 파악하는 것이 될 것이다. 얼마 전 귀가 어두운 어르신이 찾아오셨다. 토지관련 민사소송 1심 재판에서

  • [수요광장]대통령 취임 초기 언론과의 허니문 기간은 필요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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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요광장]대통령 취임 초기 언론과의 허니문 기간은 필요한가? 지면기사

    감시역할 위해 갈등 필요하지만허위·과장·길들이기 악용 안돼탄핵 정국속 조기대선 치러지고대내외적 어수선할 때 출범한새정부가 제대로 뿌리 내리도록조용히 지켜보는 인내심 필요제19대 대통령 선거일 바로 다음 날이었던 지난 10일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식이 있었다. 이번 대선은 전임 대통령의 탄핵 인용으로 봄에 치러져 장미 대선이라 불리기도 했는데, 당선과 동시에 임기가 시작되는 특이한 상황을 맞아 취임식은 국회의사당 내에 있는 로텐더홀에서 500여명의 인사가 참여한 가운데 매우 간소하게 진행되었다. 개인적으로는 대통령의 취임사 중 "국민과 수시로 소통하는 대통령이 되겠습니다. 주요 사안은 대통령이 직접 언론에 브리핑 하겠습니다"라는 대목이 눈길을 끌었다. 취임사 내용이 그대로 지켜진다면 언론과의 소통 역시 이전의 그 어떤 정권보다 나아질 것으로 기대된다.일반적으로 대통령 취임 초기, 정부와 언론과의 '허니문 기간(honeymoon period)' 이 중요하다고 한다.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대략 100일 정도 의회와 언론에서 대통령에 대한 비판을 자제해 주는 관행을 말하는 것인데, 신랑과 신부에게 허니문 기간이 있듯이 새 대통령 역시 정권을 이양 받은 임기 초반에는 서툴 수밖에 없으니 일정 기간 지켜봐 달라는 취지일 것이다. 미국의 대공황기였던 1933년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 취임 직후 시작된 의회 특별회기 100일 동안 대통령이 의회와 손잡고 많은 경제 위기 극복 법안을 통과시켜 위기 탈출의 토대를 닦았던 것이 '허니문 기간'의 원조라고 한다. 한편, 이번 취임식을 취재했던 국내 주요 언론들의 시각을 보면 신임 대통령과의 허니문 기간임을 확인시켜 주는 사례들이 많이 나타나는데, 신문의 경우 1면에 야권을 직접 찾아간 대통령의 협치 모습, 탕평 인사 실천, 대통령의 신선한 취임사 등을 부각시켰다. 과거 정부는 통상 12월 중순 당선 이후 다음 해 2월 25일 취임식까지 정권 인수위원회를 가동하는 기간 동안 2개월여의 허니문 기간을 거쳐 왔기에 인수위가 없는 이번 정부도 정권 출범 초기 당분간 이러

  • [수요광장]대학을 비판해야 대학이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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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요광장]대학을 비판해야 대학이 산다 지면기사

    기업화 된 대학 비용절감 위해서슴없이 강좌 줄이고 강사 해고교육도 인간도 비용으로 환산한국 고등교육 담당하는 실체지금 우리 대학에서 그 무엇보다절실한 것은 비판하는 정신이다스승의 날 아침, 문자 한 통. "선생님, 몸도 마음도 건강하시지요?" 라고 묻는 말에, 목이 콱 막힌다. 학생들 걱정 않도록, 몸도 마음도 건강해야 하는 것이 내 임무다. 나는 강단을 잃어버린 해직 강사이기 때문이다. 나는 2015년 크리스마스 이브에 메일로 45명의 다른 동료 강사들과 함께 해고를 통보 받고 11학기 동안 강의했던 대학에서 해고되었다. 많은 학생들이 탄원서를 쓰고, 작년 스승의 날에는 교내에서 인문정신의 죽음을 애도하는 행사까지 하며 선생님을 돌려달라는 요구를 했지만 소용없었다. 내가 일했던 경희대학교에서는 2012년 총강의수 8천243개에서 2014년 7천497개로 강의수가 746개나 줄어들었다. 강의수가 줄었다는 것은 그 강의를 담당하던 누군가가 자리를 잃었다는 뜻이다. 경희대에서 강사 수는 2014년부터 2016년까지 2년 동안 무려 197명이 줄어들었다. 이런 추세는 다른 대학들도 마찬가지다. 도대체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것일까. 대학 기업화의 결과다. 강좌 축소, 강사 해고는 모두 '효율적인' 비용 절감의 방법이다. 영리형 대학에서는 교육도, 인간도, 모두 비용으로 환원된다. 일반 상품에서도 원가 절감은 품질 하락으로 이어진다. 교육은 어떻겠는가. 학생 수는 그대로인데 강좌 수는 줄어드니 학기 초마다 '수강신청대란'이 일어나고, 학생들이 강의를 사고 파는 일까지 벌어진다. 세계 최고 수준의 등록금을 내는 대학에서 듣고 싶은 강의, 들어야 하는 강의를 들을 수 없다는 사실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100명 200명씩 수강하는 대형 강의실에서는 출석을 부를 시간도 모자라 전자출결시스템을 이용하고 대리출석을 방지한다는 명목으로 출석인증사진을 찍는 진풍경이 벌어진다. 이 이야기를 전해 준 학생은 매 시간 사진에 찍힐 때마다 마치 범죄용의자인 것처럼 채증을 당하는 것 같아 불쾌하다고 했다. 이런 강의가

  • [수요광장]새 대통령에게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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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요광장]새 대통령에게 바란다 지면기사

    5천만 국민들이 새로운 꿈 꾸며희망 가질 수 있도록 해주길 바라개헌통한 새 공화국 출범시켜재도약할 수 있는 기틀 마련 기대국민대통합·통일 정치적 슬로건너무 집착하지 않았으면 좋겠다오늘 우리나라는 열아홉 번째 대통령을 새로 맞이하는 날이다. 지난 정부에서 차마 눈뜨고 볼 수 없는 비리와 사익 추구로 대통령을 탄핵으로까지 몰아갔던 소위 최순실 국정농단사건의 재판이 채 끝나지도 않은 상태에서 불과 두 달여의 선거기간을 통해 새 대통령을 뽑은 셈이다. 선거기간 내내 국민들은 후보자들이 내놓은 선거공약과 정책들을 미처 살펴보기도 전에 투표장에 가야했었고, 전에 없이 혼탁한 후보자들 간의 자질검증과 거짓공방으로 여섯 차례의 토론회는 유권자들에게 많은 실망과 분노를 주었을 뿐이었다. 이제 선거는 끝났다. 지지후보를 중심으로 뿔뿔이 흩어졌던 민심과 주장들은 여느 선거 때와 마찬가지로 또 한 번 내 편, 네 편으로 갈라지는 현상을 보일 것 같아 자못 걱정스럽다. 하기야 민주국가에서 서로 다른 의견을 놓고 대립과 갈등을 하면서 의견을 하나로 수렴시켜 가는 것이 지극히 당연한 일임에 틀림없지만, 이 과정에서 국가의 이익과 국민의 안녕보다는 당리당략과 정치적 이해타산에 매몰된 광경을 너무나 많이 보아온 국민들로서는 이번의 대선 이후 정국에 대해서도 크게 기대를 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선거기간 내내 보여 온 각 당의 행태나 후보들의 자질 검증에서 나타난 국정수행능력과 공약이행에 대한 믿음에 신뢰가 가지 않기 때문이다. 새 대통령은 어쩔 수 없이 여소야대라는 정치적 환경 속에서 국정을 운영해야 하는 상황을 맞게 되었다. 새 정부가 또 한 번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단에 물들어 나라를 만신창이로 만드는 어리석음을 보여서는 안 된다. 새로 시작되는 정치판에 우리 국민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는 대선 결과로 말해주었다. 이제 나라의 운명은 새 대통령과 기존의 정치권이 얼마나 슬기롭게 나라를 끌고 가는가에 달려있다. 국민들은 새 대통령이 내걸었던 공약이나 정책들이 나라를 발전시키거나 민생문제를 해결해 줄 것이라는 생각보다는 5천만 국민

  • [수요광장]가정의 달을 맞이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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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요광장]가정의 달을 맞이하며 지면기사

    가끔 터지는 아동·노인학대 사건인간의 잔인함에 회의감 들 정도그러나 주변엔 자신처지 어려움속선의 베푸는 훈훈한 미담 더 많아오늘 하루 자녀들에게 고맙다고부모님께 감사하다고 전해보자울긋불긋 탐스런 꽃들과 하루가 다르게 녹음이 짙어가는 나무들을 보면 왜 5월을 계절의 여왕이라고 부르는 지 알 것 같다. 5월이 좋은 것은 날씨나 환경이 좋은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 쉬는 날이 많기 때문이다. 이번 달은 1일 근로자의 날, 3일 석가탄신일, 5일 어린이날, 9일 대통령 선거 날까지 공휴일이 많기도 하고 징검다리 휴일이라서 가족끼리 함께 할 시간이 다른 5월보다 더 많다. 이미 산으로 들로 아님 해외로 놀러 가신 분들도 많겠지만 연휴를 즐기기는커녕 공휴일에도 출근해서 일해야 할 사람들도 여전히 있다. 중소규모의 제조업체들은 대기업의 빡빡한 요구에 맞춰 제품 납기일을 채우느라 휴일도 정작 쉴 수가 없고, 맞벌이 부모들은 재량휴일이라 학교를 가지 않는 아이들이 집에 혼자남아 있는 걱정을 해야 할 지경이다.몇 해 전부터 잊을만하면 보도되는 아동 학대 사건들은 과연 인간이 어디까지 잔인해질 수 있나 하는 회의감이 들 정도다. 지금은 아동복지법 등 관련 법령이 많이 정비되어 있고, 사람들의 인식도 많이 달라지고는 있지만 여전히 아동학대 문제는 아이를 부모의 소유물로 생각하고, 되도록 남의 가정사에 끼어들려고 하지 않는 우리의 오랜 습관이 결합되어 나아지지 않았었다. 잘 드러나지 않는 방임이나 정서학대 및 성 학대부터, 외관상 표시가 나는 신체학대까지 아동학대의 모습은 다양하다. 아동학대처벌에관한특례법에서는 아동복지시설의 종사자나, 아동복지전담공무원, 유치원 원장, 교직원, 학원의 운영자, 의료원, 구급대원 등 아동학대를 발견할 가능성이 있는 영역의 거의 모든 종사자들에게 아동학대 의심 신고를 의무화 해놓았지만 아직도 여전히 신고율이 낮은 편이다. 2년 전 평택의 한 친부와 계모가 7세 된 아들에게 락스를 뿌리거나 굶기고, 때리는 등 무자비한 폭력을 가하여 사망한 '원영이 사건'이 세상에 알려졌다. 그 사건을 계기로 장기

  • [수요광장]19대 대선 TV 토론에 대한 소회
    칼럼

    [수요광장]19대 대선 TV 토론에 대한 소회 지면기사

    5명이 18분내 상대 후보에 질문자기방어·정책 설명 하다보니충분한 논의없어 유권자 혼란자신의 강점 내세우기 보다는상대 약점 공격 네거티브로 변질발언 팩트 확인 검증시스템 절실19대 대선이 10여일 앞으로 다가왔다. 사상 최초로 봄에 치러져 장미 대선이라 불리는 이번 선거에 유권자들은 대선 주자들을 한꺼번에 만날 수 있는 TV토론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가장 최근에 있었던 지난 23일 TV토론회 시청률이 40%에 육박했다고 하니 국민들의 관심이 어느 정도인지 알만하다. 하지만 이번 토론회도 후보자에 대한 지도자 자질이나 정책에 대한 검증은 실종된 채 상호 비방만 난무한 토론회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대선에서 후보자 TV토론이 본격화된 것은 1997년 제15대 대선부터이다. 1997년 11월 개정된 '공직선거 및 선거부정방지법'에서는 공영방송사인 KBS와 MBC 공동으로 대통령선거방송토론위원회를 설치해 후보자 중에서 1인 또는 여러 명을 초청하여 3회 이상 대담·토론회를 의무적으로 개최하도록 규정한 바 있다. 이 법에 따라 1997년 제15대 대선에서 한시적으로 구성된 대통령선거방송토론위원회가 토론회를 주관해, 일정한 초청요건을 충족시킨 대선 후보들을 대상으로 총 3회, 나머지 후보들을 대상으로 1회의 토론회를 개최했고 2002년 제16대 대선에서도 총 4회의 토론회를 열었다. 그러나 방송사가 주관한 대통령선거후보자토론의 중립성 문제, 획일적인 진행방식 등이 논란이 되었다. 이러한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각계의 의견을 수렴해 '공직선거 및 선거부정방지법' 개정의견을 국회에 제출했고, 2004년 3월 12일 법 개정을 통해 선거방송토론위원회를 상설화해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16개 시·도 선거방송토론위원회, 181개의 구·시·군 선거방송토론위원회를 설립한 바 있다.이번 19대 TV토론의 경우 중앙선관위가 주관하는 토론회는 총 3회 실시되는 데, 1차 토론회가 지난 23일 정치 분야를 주제로 '외교안보 및 대북정책', '권력기관 및 정치개혁 방안'에 대해 진행된 바 있다.

  • [수요광장]증오하는 힘
    칼럼

    [수요광장]증오하는 힘 지면기사

    불의 저지른 자 그 힘 두려워하며그것 해체하려고 온갖 수단 강구오늘날 정당한 증오 파편화 하고무력화 시키는 것은 웃음과 기쁨증오 못해 용서·관용 베푸는 동안부활해야 할 생명 돌아오지 못해봄은 잔인한 계절이다. 모순으로 가득 차 있기 때문이다. 메마른 땅을 적시는 봄비는 농부에겐 반갑지만, 거리에서 싸우고 있는 사람들을 생각하면 원망스럽다. 꽃들은 피어나고 나무는 춤을 추지만 오늘도 광화문 광장 광고탑 위에는 여섯 명의 노동자들이 '인간답게 살 권리'를 외치며 곡기를 끊고 서있다. 만물을 소생시키는 신의 시간 속에서 인간의 고통은 피어나는 꽃과도 싸워야 한다. 내가 사는 강원도 산골의 접경지역도 꽃무덤에 뒤덮인 골짜기마다 숨겨진 죽음들이 황홀경에 감춰져 있다. 향락의 시간이 된 봄은 죽음 앞에 선 인간을 외면하며 아름다움은 망각의 힘도 동시에 발휘한다. 살아남은 이들은 온 힘을 다해 기억의 투쟁을 해야 한다. 4·3, 4·16, 5·18… 아직도 끝나지 않은 6월의 전쟁까지, 숨 막히게 돌아오는 이 땅의 봄은 그렇게 화해할 수 없는 자연의 시간과 인간의 역사가 뒤엉켜 있다. 생명이 부활하는 봄이 죽음을 뒤덮으며 올 때 나는 휴머니즘에 대해 생각하곤 한다. 종종 휴머니스트들은 치유와 위로를 통해 고통을 중화시키려고 한다. 그러나 망각은 인간을 고통에서 구원하지 못한다. 고통으로부터의 해방은 오직 그 고통의 사회적 원인과 의미가 드러나고 역사화될 때에만 가능하다. 휴머니즘은 인간답게 살기 위해 싸우는 곳에서 시작된다.중학교 때 도시에서 온 영어 선생님은 영어에는 새가 운다는 표현이 없다고 했다. "버드(bird)는 크라잉(crying)하지 않아. '싱어송(sing a song)'이라고." 그랬던 것 같다. "얼마나 좋아? 응? 좀 밝게 밝게 살자. 응!" 하지만 나는 늘 '새가 운다'고 말했던 어머니와 할머니들의 존재가 부정당하는 것 같아 싫었고, '밝게 살라'는 말이 거북했다. 할머니의 이야기 속에서 들었던 새의 울음은 아름답고 처연했다. 새는 곳곳에서 들은 슬픈 사연들을 전하고 있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