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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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수요광장]희생자 vs 위선자 지면기사
조국사건 상반된 시각 '백서·흑서'흑서 필자들 대선서 '문재인 지지'집권세력 모든 의견 귀 기울여야지지하지 않았거나 철회한 사람들'한번도 경험 못해본 나라'서 살아조국 사건과 후임 추미애 법무부 장관 논란은 우리 사회의 여론분열현상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지난 14일 여당 대표와 법무부 장관은 과천의 정부청사에 마련된 공수처 입주 예정 사무실을 방문했다. 야당에 대해 공수처장 후보추천위원 선임을 압박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조국사건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상반된 시각에서 조국사건을 정리한 책이 출간되었다. 최민희 전 의원이 주도한 이른바 '조국백서'는 '검찰개혁과 촛불시민(오마이북·이하 백서)'이라는 이름으로 나왔다. 이어서 '민주주의는 어떻게 끝장나는가'라는 부제를 갖고 있는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천년의 상상·이하 흑서)'가 발행되었다. 흑서의 필진은 진중권 교수와 참여연대 출신의 회계사와 변호사 그리고 서민 교수, 강양구 기자 등 다섯 명이다. 이들 모두 지난 대선 때 문재인 후보를 선택한 사람으로 '추정'된다.백서와 흑서는 조국 전 장관을 각각 '희생자'와 '위선자'로 규정한다.백서는 희생자 입장이다. 검찰개혁을 완수하기 위해 민정수석이 법무부 장관으로 이동했다. 그러나 검찰은 완강히 저항했고 여기에 언론이 합세하여 조국 일가의 인권을 무참하게 유린한 것이 이들이 보는 사건의 본질이다. 아무 죄가 없는 조국을 지키기 위해서는 시민들이 나서야 한다. 조국사건은 검찰개혁이 왜 필요한지를 잘 보여준다. 이 과정에서 '김어준의 뉴스공장'과 '유시민의 알릴레오', '시사타파 TV' 등이 큰 기여를 했다. 언론은 개혁 대상이지만 이들은 예외다.흑서는 조 전 장관을 위선자로 본다. 현 집권세력은 적폐청산을 주장했다. 청산된 자리는 누가 차지하는가. 새 집권세력이다. 그들은 집권 이후 신적폐가 되었다. 그러나 자신들은 다르다고 한다. 민주화 운동을 했으므로 정의롭다는 것이다. 하지만 신구 모두 적폐인 것은 마찬가지다. 이제 기득권자가 된 그들에게 바꾸는 것보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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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기고]정책 결정권자는 숙의 민주주의 통해 시민 납득시켜야 지면기사
화장장 같은 기피시설 결정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소통·이해·공감 '상호협력' 필요이웃 지자체와 공존 상생 위해전략 짜는 고민 '공무원들의 몫'지난 12일 엄태준 이천시장은 하반기 정례 기자회견에서 이천시립화장시설 입지 경계지인 여주시와의 갈등에 대해 "이천시화장시설 설립은 인근 지자체 동의가 필요 없는 사항이라 법적 하자가 없다"며 "이천시립화장시설 설립을 위해 민주적인 절차를 거쳤다"고 말했다.또한 "기피시설인 이천시 호법면 소재 동부권광역자원회수시설을 여주가 함께 이용하므로 여주시 쓰레기 때문에 이천시민이 피해를 보고 있으며, 마지막으로 여주의 정책 지도자들이 시민들을 선동해서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엄태준 시장의 말대로 화장시설은 다른 기피시설과 달리 이웃 지자체의 동의를 얻을 필요가 없으므로 이천시립화장시설 설립은 법적 하자가 없다. 또 이천시는 공모사업을 통해 이천시립화장시설 입지 예정지를 결정했으므로, 사회적 갈등을 최소화하고 민관협력을 통한 민주적 협치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했다.하지만 공존과 상생의 지역 공동체를 발전시키기 위한 이천시장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부발읍 수정리 마을 대표들의 화장장 입지 철회를 접수하는 결과를 낳게 되어 안타까운 위로의 마음을 전한다.법적 하자가 없고 민주적 절차를 거쳤다지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은 화장장과 같은 기피시설은 정책 결정자와 행정 집행자들이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의 소통과 상호이해, 공감 능력을 발휘하는 상호협력을 필요로 한다는 것이다.이천시장의 발언대로 공공정책이 제도나 법적으로 적법하게 이뤄진다면 대한민국의 갈등 대부분은 존재하지 않아야 하거나 쉽게 해결돼야만 한다. 하지만 한국의 사회갈등 비용은 82조원으로 OECD 국가 중 네 번째로 사회갈등 비용이 많이 들었다.이제 대한민국은 대의민주주의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심의 민주주의, 참여 민주주의, 직접 민주주의 시대로 발전했다.정책 결정자의 의지에 따른 결정에 대해 다원화된 시민들의 가치와 광범위하게 확산한 권력과 정보력으로 다양한 이해당사자들이 자기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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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참성단]백신 공포증 지면기사
초등학교, 아니 국민학교 시절 예방주사 접종은 많은 아이들에게 공포였다. 뇌염, 콜레라 예방접종 날이면 열이 있다며 한사코 접종을 피하거나, 결석도 불사하는 아이들도 있었다. 나라가 어렵던 시절 1회용 주사기는 언감생심, 주사기 바늘을 알코올 램프 불에 소독해 한 반 전체를 접종했다. 기억도 선명한 불주사다. 불에 달군 주사기 바늘이 살에 꽂히는 공포를 무심히 넘길 동심(童心)은 드물었고, 지금도 아이들에게 주사는 공포체험이다.이물질의 신체유입에 대한 본능적 거부감 때문인지, 백신 접종을 거부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이유도 다양하다. 가장 논쟁적인 이유는 접종거부권이다. 종교적, 도덕적, 개인적 신념에 따라 접종을 거부할 권리를 막을 수 없다는 것이다. 종교와 양심과 신체의 자유를 앞세우니 강요할 명분이 궁해진다. 미국 대부분의 주에서 백신 접종 거부를 인정해 온 배경이다.터무니 없는 음모론도 있다.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은 백신을 무슬림을 불임으로 만들기 위한 서방의 무기로 믿는단다. 정통 유대교도들은 백신에 돼지 DNA가 들어있다며 접종을 거부한다. 1998년 영국에서 볼거리·풍진을 예방하는 'MMR백신'이 자폐증을 유발할 수 있다는 거짓 연구결과가 전 세계에 백신 거부감을 퍼트리기도 했다. 우리나라에선 예방접종은 물론 병원 투약을 거부하고 대체의학을 신봉한 '안아키(약 안쓰고 아이 키우기 모임)'라는 단체가 아동학대 시비에 오르기도 했다.이유와 음모론이 아무리 그럴듯해도 백신 접종을 거부한 대가는 참혹하고 황당하다. 당장 백신 없는 코로나19로 지구촌 전체가 신음 중이다. 2000년 홍역 종식을 선언했던 미국은 최근 몇 해 홍역이 재발해 홍역을 앓고 있다. 진원지는 백신 접종 거부운동이 활발한 지역과 난민 정착촌이다. 덕분에 백신 접종을 강제하자는 여론이 높아지는 모양이다.최근 독감백신을 접종한 청소년과 노인이 사망해 독감백신 공포증이 번지고 있다. 앞선 백신 상온유통 사태와 맞물려 독감백신에 대한 불신이 컸던 탓에 국민 불안은 더하다. 백신과 사망과의 인과관계 규명이 시급하다. 하지만 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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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사설]마침내 드러난 환경부의 속셈 지면기사
마침내 수도권매립지에 대한 정부의 속셈이 드러났다. 지난 19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환경부 자원순환정책관은 "3-1매립장의 사용연한이 2025년이라는 것은 합의된 내용은 아니고, 사용하는 기간을 추정했을 때 그 정도라는 것"이라고 밝혔다. "수도권매립지 3-1매립장이 5~6년 후 포화에 이르는 상황에서 인천시가 현 수도권매립지 사용 연한을 늘리거나 대체 매립지를 조성하는 일에 협조 하지 못하겠다고 선언했는데 환경부는 이를 해결하기 위한 획기적인 노력이 없다"는 여당의원의 지적에 대한 답변이다. 환경부의 얘기는 3-1매립장의 반입량 감축으로 사용 연한이 늘어날 수 있다는 것으로 들린다. 생활폐기물 반입총량제 강화와 건설폐기물 반입 감축으로 기존 수도권매립지의 수명을 연장하겠다는 속내다.수도권매립지 사용을 연장하려는 불순한 움직임은 또 있다. 환경부 산하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가 향후 사용할 차기 매립장 조성을 위한 행정절차를 추진하고 있는 것이 포착됐다(경인일보 10월14일자 1면 보도). 기존 수도권매립지의 가장 위쪽은 계획상 '제4매립장'이다. 388만㎡로 제2매립장과 비슷한 규모다. 이 중 김포 구역 162만㎡는 4자 협의체가 대체 매립지를 확보하지 못할 경우 잔여부지의 15%(106만㎡) 이내를 추가 사용할 수 있다고 한 2015년 합의서의 단서조항에도 딱 들어맞는다. 준공 후 경기도에 속하므로 인천시의 2025년 수도권매립지 사용종료 요구에도 대응 가능한 환경부, 서울시, 경기도 3자의 '히든카드'가 될 수 있다. 그 카드를 만지작거리기 시작했다.이쯤 되면 전체의 그림이 그려진다. 기존의 3-1매립장을 최대한 연장해 쓰고, 그 다음 3-2매립장까지도 사용하되 인천시의 강력한 반발로 그것이 여의치 않을 경우 제4매립장을 조성해 '오래오래' 사용하는 것이다. 그것이 환경부가 주도하고 서울시와 경기도가 동조하는 수도권매립지 연장사용의 '장대한' 구상 같아 보인다. 지난 2015년 합의서의 단서조항이 기어코 발목을 잡는 덫이 되지 싶다. 앞서 환경부의 노력이 부족하다고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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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사설]월성 원전 1호기 감사결과 존중해야 지면기사
월성 원전 1호기의 조기폐쇄 결정 과정에 하자가 있었음이 감사원의 감사로 드러났다. 감사원은 20일 월성 원전 1호기 조기폐쇄 결정 과정에서 경제성이 불합리하게 낮게 평가되었다는 조기폐쇄 결정 타당성 점검 감사결과를 내놓았다. 감사원에 따르면 한국수력원자력과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2018년 월성 1호기의 경제성을 평가하는 과정에 전년도 판매단가가 아닌 한수원의 전망단가를 적용하도록 회계법인에 요구했다. 또 산업부 직원들이 조기폐쇄 결정 과정에 관여해 경제성 평가의 신뢰성을 떨어뜨렸고 백운규 전 장관은 이를 알았거나 충분히 알 수 있었는데도 내버려두었다는 게 감사원의 지적이다. 사실상 조기 폐쇄 결정의 문제점을 인정한 셈이다.이러한 감사 결과가 나오기까지는 무려 1년 1개월여가 걸렸다. 지난해 9월 국회가 월성 원전 1호기 폐쇄 결정의 타당성을 따져달라고 요청한 지 385일 만에 나온 결론인 것이다. 1년을 훌쩍 넘긴 감사 기간 못지 않게 후유증 또한 상당기간 지속될 전망이다. 1차적으로는 우리나라 최대의 발전회사로 국가 에너지 안보를 책임지고 있는 한국수력원자력과 산업부에 대한 국민적 신뢰에 금이 갔다. 무엇보다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심각한 타격이 불가피해 보인다. 정부가 항상 내세우는 '공정'의 가치도 상처를 입게 됐다.아무리 정책 방향이 옳다 하더라도 그 정책을 합리화하기 위해 작위적인 방법을 동원해서는 안 된다. 이유야 어쨌건 숫자놀음으로 정책을 합리화 하려는 시도를 했다는 자체가 비난받아 마땅한 일이다. 정부와 한국수력원자력, 산업부의 향후 대응에 주목되는 이유다.정치권도 이번 감사 결과를 정쟁의 도구로만 이용해서는 안 된다. 사실 월성 원전 1호기의 조기폐쇄를 결정할 당시의 검토 사항은 운영환경, 경제성, 안정성, 지역수용성 등 4가지였다. 이번 감사원 감사결과는 경제성만 따진 것이다. 노후된 차를 운행할 때도 경제성만을 따져 폐차 여부를 결정하지는 않는다. 감사원이 종합적 판단에 한계가 있음을 인정하고 조기 폐쇄 결정 자체가 타당했는지에 대해 결론을 유보한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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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평
[경인만평 이공명 2020년 10월 21일자]또 올라가나? 지면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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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현장에서]수원지검장에 '윤상현 사건' 질의… 번지수 틀려 지면기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지난 19일 진행한 수도권 소재 검찰청 국정감사에서 법사위 소속 한 국회의원이 문홍성 수원지검장을 불렀다.해당 의원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는 무소속 윤상현(인천 동구·미추홀구을) 의원 사건을 설명하면서 "담당 검사가 누구였느냐"고 수원지검장에게 질의했다. 수원지검장은 당황한 듯 "윤상현 의원님 사건은 수원지검 사건이 아니고 인천지검 사건"이라고 답했다.이 사건은 인천지방경찰청과 인천지검이 수사해 최근 기소했다. 질의한 의원은 수사과정에서 검찰이 경찰에 윤 의원을 입건하지 말라고 지휘한 이후 검찰 수사 단계에서 직접 입건해 기소한 상황에 대해 지적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경찰과 검찰이 갈등을 빚는 모양새를 연출하기도 했다. 해당 의원은 "인천지검장을 잘못 얘기했다"고 설명한 후 고흥 인천지검장에게 질의를 이어갔지만, 질의 중 '디테일한 부분'에서 틀린 내용도 나왔다. 윤 의원 사건과 관련 상황을 제대로 숙지하진 않은 듯했다.매년 법사위 국감마다 지역사회에서 지적되는 '인천지법·인천지검 패싱(Passing)' 문제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다. 인천지법과 인천지검은 서울 소재 법원·검찰청과 함께 각각 국감을 받는다. 서울 소재 법원·검찰청이 다루는 정치 쟁점화한 이슈로 대부분 채워진다. 올해에도 어김없이 수도권 소재 검찰청 국감 이슈는 현재 여야 최대 쟁점인 '라임·옵티머스 사건'이었다. 20일 진행한 수도권 소재 법원 국감에서도 인천지법과 인천가정법원은 '유력인사 자녀 마약 사건' 외에 특별한 언급 없이 넘어갔다.대한민국을 휩쓸고 있는 '라임·옵티머스 사건'의 진상 파악은 매우 중요한 문제다. 그러나 헌법상 국민의 가장 중요한 권리 중 하나인 '신체의 자유'를 불가피하게 제한하는 기관인 검찰과 그 판단을 내리는 법원이 인천지역에서 제대로 역할을 하고 있는지 국감에서조차 살피지 않으면서 피해는 고스란히 인천시민에게 돌아가고 있다. /박경호 인천본사 사회부 기자 pkhh@kyeongin.com박경호 인천본사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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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경인일보 독자위 9월 모니터링 요지 지면기사
베이비부머 이야기 '58년생 김영수' 호평인현동화재 조형물 제막 사진처리 '씁쓸'인터뷰 '간호사…' 코로나상황 시의 적절경인일보 9월 지면을 평가하는 인천본사 독자위원회가 지난 12일 인천본사 회의실에서 진행됐다. 신희식((사)아침을여는사람들 이사장) 독자위원장, 양진채(소설가)·이동익(민주노총 인천본부 조직국장) 독자위원이 참석했다. 홍지연(책방 산책 대표) 독자위원은 서면으로 의견을 보내왔다. 이달 독자위원들은 원격수업 기간 중 화재 피해를 입은 미추홀구 용현동 초등학생 형제와 관련된 경인일보 연속 보도가 눈길을 끌었다고 입을 모았다.신희식 독자위원장은 "집에서 라면을 끓여 먹다 화재를 당한 이 형제와 관련된 경인일보 보도를 잘 지켜봤는데, 단독 보도인 데다 사회적 반향이 컸다. 전국 다른 언론도 모두 함께 살피는 사안이었고 또 돌봄 공백은 물론 아동보호 사각지대 전반을 돌아보는 계기를 만들어준 사건이었다"면서 "경인일보가 35건이 넘는 기사를 쏟아냈는데, 앞으로도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사를 지면에서 지속해서 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이동익 독자위원은 "소 잃고 외양간도 고치지 못한 후진국형 사고라는 점을 잘 드러낸 보도였다. 사건 과정을 보면 여러 행정 주체들이 개입을 했으나 결국 어느 누구 하나 끝까지 책임지지 못해 빚어진 참사였다"면서 "행정이 뒷북 대책을 내놓고 법을 만들겠다고 한바탕 난리를 쳤는데, 이번 사건이 근본적으로 뭐가 문제인지 잘 찾아보고 정말 실효성 있는 대책이 뭔지 경인일보가 찾아내는 역할도 중요해 보인다"고 했다.홍지연 독자위원은 "공교육의 역할이 수업과 학습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에 어떤 역할을 하는지 깨닫게 해준 기사였다"면서 "코로나19 방역에 집중하느라 우리 모두 이웃을 돌보지 못하는 것은 아닌지 생각하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양진채 위원도 "지속적인 보도로 문제점을 잘 짚어낸 보도였다"면서 "다만, 엄마뿐 아니라 아버지의 부재를 다루지 못한 점은 아쉽다"고 말했다.이달 통큰기사 <58년생 김영수-베이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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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경인칼럼]라면의 기억 지면기사
학창·군대·기자 시절 맛있게 먹었던 추억배고픔·결핍 채워주는 가장 원초적인 마법인천 어린형제에겐 치유하기 어려운 '악몽'어른들의 잘못 '일생의 트라우마' 어쩔건가해운대에서 '국민학교(현 초등학교)'를 다녔다. 자주 물난리가 났다. 도시의 배수시설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서였다. 만조와 집중호우가 겹치면 시장통과 주변 일대가 물에 잠겼다. 학교에선 수재의연금을 모았다. 우리 반도 성금으로 라면 세 박스를 샀다. 가장 피해가 컸던 아이가 그날 이후 등교하지 않았다. 남은 라면 한 박스를 우리 집 다락에 보관했다. 전기공사업 면허를 따내겠다며 어른들이 밤낮없이 출타 중인 까닭에 혼자 끼니를 해결해야 할 때가 많았다. 아무도 급장의 비밀을 몰랐다. 아주 오랫동안, 다락의 그 수재의연금 라면까지 포함해 정말 지겹도록 라면만 먹었다. 맛있는 음식도 질릴 수 있다는 걸 그때 알았다.중학교 2학년을 마치고 서울로 전학했다. 결혼한 큰누나 집에 얹혀산 지 삼년만이었다. 보광동 비탈진 동네에 어른들이 살고 계셨다. 서울 학생들은 까만 운동화나 구두를 신고 다녔다. 궁리하다 신고 있던 청색 운동화에 검정색 페인트를 칠했다. 덧칠하고 연탄아궁이에서 말리길 서너 달 했더니 끝내 '킹콩' 가죽신이 됐다. 깔깔 놀려대던 친구들과 함께 야채튀김을 얹은 라면을 사 먹었다. 지금의 서울지하철 4호선과 경의중앙선 이촌역 부근이었다. 배를 채운 우리는 삼각지를 지나고 남영동을 거쳐서 남산 소월로를 걸어 집으로 돌아왔다. 라면으로 바꿔먹은 버스회수권의 대가가 너무 컸다. 라면은 우정이란 걸 그때 처음 알았다.마지막 학기를 남겨두고 휴학했다. 왕십리의 후배 자취방에서 라면을 끓여 먹으며 해를 넘겼다. 2·12 총선을 앞두고 DJ가 귀국한다는 소식이 들렸다. 국내에선 YS가 신군부정권에 홀로 맞서고 있었다. 휴학 중인 대학생들이 1월에 대거 입영통보를 받았다. 논산훈련소에서 훈련병들은 기표한 용지를 일일이 중대장에게 보이고 투표함에 밀어 넣어야 했다. 그곳에서 증기로 익힌 라면을 처음 맛봤다. 밥 찌는 기계에 라면사리를 차곡차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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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창
[오늘의 창]수도권매립지종료, 인천 정치권이 나서달라 지면기사
인천시가 지난 15일 시민의 날을 기점으로 수도권매립지 2025년 종료에 배수진을 쳤다. 서울시, 경기도, 환경부 등 관련 기관에 대한 압박 수위도 최고조로 높이고 있다.박남춘 시장은 시민의 날 행사에서 수도권매립지 사용 연장을 시도하는 서울시와 경기도, 환경부를 정면으로 비판하며 "이것이 여러분이 외치는 정의이고 공정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시장은 정의롭고 공정한 사회를 외치면서 정작 쓰레기는 남의 땅에 버리는 서울, 경기 등의 이중적 행태를 비난하며 '쓰레기 독립'을 선언했다.인천시의 강경한 태도와 대조적으로 지역 국회의원 등 정치권은 매립지 종료 현안에 입을 굳게 다물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표'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광역철도망 구축이나 도로 개설, 부동산 문제 등 유권자들이 민감해 하는 현안에는 물불 가리지 않는 의원들이 인천시가 최대 현안으로 꼽고 있는 매립지 종료 문제에는 오히려 불똥이 튈까 전전긍긍이다. 매립지 종료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소각장 신설과 인천만의 자체매립지 조성 등에 대한 주민들의 반발을 지역 국회의원 등 정치권이 크게 의식하고 있는 탓이다. 최근 국정감사에서 인천지역 국회의원 등 정치권이 나서 매립지 종료 문제를 의제화할 수도 있었지만 어느 의원 하나 이를 들고 나온 이는 없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인천지역 의원들이 없다 보니 굳이 이런 문제를 끄집어낼 필요성도 느끼지 못한 것이다.산업 고도화 과정에서 지난 수십 년 간 인천은 서울의 배후 도시쯤으로 여겨졌다. 서울 사람들이 버리는 막대한 양의 쓰레기가 전부 인천으로 모였고, 인천 미세먼지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인천 영흥화력발전소에서 생산된 전력의 60% 정도는 모두 서울을 위해 사용된다. 서울에서 밀려 내려온 염색, 주물단지 등도 인천에 조성됐다.수도권매립지 종료는 정책적인 문제 이전에 인천의 자존심과 직결된 현안이다. 지금 바로 인천 지역 정치인들이 시민들의 자존심을 세워주기 바란다. /김명호 인천본사 정치부 차장 boq79@kyeongin.com김명호 인천본사 정치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