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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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정감록'과 기후위기 지면기사
'정감록'은 작가 미상의 도참서이자 조선왕조의 멸망과 새로운 세상에 대한 민중적 염원을 담은 예언서다. 주요 내용은 이심(李沁)이라는 인물과 정감(鄭鑑)이라는 사람이 금강산 비로대에서 서로 문답을 주고받는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주요 내용은 국운과 세상의 길흉화복을 다루고 있으며, 이씨가 망하고 정씨가 흥기할 것이라는 '진인출현설' 등의 반(反) 조선왕조적 예언들이 망라되어 있다. 여기에 풍수지리적인 상상력까지 가미되어 전란과 재해가 일어나도 안전을 도모할 수 있는 십승지(十勝地)에 대한 소개도 들어가 있다.필사본으로 유통되던 '정감록'은 1923년 동경에서 펴낸 호소이 하지메(細井肇) 본과, 같은 해 국내에서 김용주 본이 나오면서 출판물로 유통되기 시작했다. 이보다 앞선 1913년 아유가이 후사노신(鮎具房之進)이 '정감록'을 펴낸 바 있으나 인쇄본 '정감록'은 1923년부터 세간에 널리 퍼져나갔다. 가장 대중적이고 현대적인 판본은 김수산이 1968년 홍익출판사에서 펴낸 '정감록'으로 많은 이들이 언어에 대한 장애 없이 편하게 읽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규장각에 소장되어 있는 '비결집록'은 연구를 수행하는 전문가용이고, 가독성은 역시 김수산의 '정감록'이 발군이다. '정감록'은 '감결', '옥룡자기', '도선비결', '남사고비결' 등 수십 종의 비결서들의 총칭이며, 현존하는 이본만 해도 50여 종이 넘는다.'정감록'의 '감결'에 "계산석백 초포주행(鷄山石白 草浦舟行)"이란 말이 있다. 계룡산 돌이 하얗게 변하고 초포에 배가 다니는 날이 오면 천지개벽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이 말은 무슨 뜻인가. 초포는 논산과 연산 사이 남성천과 연산천이 합수되는 지점으로 그 인근에 황산벌이 있다. 초포에까지 바닷물이 들어와 배가 다니면 천지가 개벽하는 큰 변화가 일어난다는 말인데, 요즘 식으로 풀이하면 온난화로 극지방의 빙하가 녹아 해수면이 상승하는 상황이 아닌가 한다. 우리가 장마 기간이라 실감하지 못할 뿐 인도와 파키스탄은 연일 50도를 오르내리고 있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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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스타머, 르펜, 바이든 지면기사
최근 영국, 프랑스, 미국에서 벌어진 선거 결과나 과정은 권력의 비정하고 예측 불가능한 속성을 가감 없이 보여준다. 지난 4일 영국 총선에선 노동당이 과반의석을 훨씬 넘기는 압승으로 당 대표인 키어 스타머가 총리에 취임했다. 14년 만의 정권교체다. 노동당의 승리는 보수당 심판의 결과다. 누가 노동당을 이끌었어도 승리했을 선거라는 얘기다.그런데 노동당 내 좌파와 청년들의 지지를 받던 제레미 코빈 전 당대표는 안 보인다. 새로 대표가 된 스타머가 2020년 반유대주의 옹호 혐의로 그를 출당시켰기 때문이다. 테레사 메이, 보리스 존슨, 리즈 트러스, 리시 수낙으로 이어진 보수당 정권에 대한 국민적 반발을 감안하면 코빈 전 당대표도 얼마든지 집권 기회가 있었다.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서민형 이미지로 인기도 좋았다. 하지만 그는 당내 내부 투쟁에서 밀렸고, 정권교체의 빅벤은 키어 스타머 앞에서 종을 울렸다.프랑스에선 7일(현지 시간) 치러진 총선 2차 투표에서 극우 정당인 RN(국민연합)의 대약진이 예상된다. 마크롱 대통령이 야당 쪽에 총리를 내줄 판이다. RN의 지배주주(?)인 마린 르펜이 이번 총선을 발판으로 차기 대선에서 정권을 잡을지 유럽 정계가 신경을 곤두세운다. RN은 마린 르펜이 아버지 장 마리 르펜이 창당한 FN(국민전선)을 물려받아 개조한 정당이다. 개조 과정에서 반이민·반유대 극우 이미지를 탈색하려 아버지를 출당시켰다.대선을 앞둔 미국에선 민주당이 대선 후보 교체론으로 자중지란에 빠졌다. 당 후보인 바이든 대통령이 TV토론에서 무기력한 노쇠증으로 트럼프에 패한 직후, 후보 교체론이 대세가 됐다. 대안으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미셸 오바마 전 영부인까지 등장했다. 바이든의 권력 의지는 굳건하지만 민주당 내 후보 교체 의지도 도도하다. 미국 대선이 민주당의 후보 교체 여부에 달린 초유의 상황이다. 오히려 트럼프가 불안해졌다.나눌 수 있는 권력은 권력이 아니다. 또 의지만으로 가질 수도 유지할 수도 없는 것이 권력이다. 시대와 민심이 절묘하게 어우러진 별의 순간이 준비된 사람을 찾아낸다.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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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자라섬캠핑장 지면기사
한국인의 캠핑DNA는 대물림된 걸까. 고려 문인 이규보(1168~1241)의 시문집 '동국이상국집(東國李相國集)'을 보면 사륜정(四輪亭)이 등장한다. 네 개의 바퀴가 달린 이동식 정자로 오늘날의 캠핑카라 할 수 있다. 사방 6척(약 182×182㎝)의 사륜정 안에 주인이 자리를 잡고 그 옆에 거문고 연주하는 금객(琴客), 노래하는 가객(歌客), 시를 읊는 승려, 바둑 두는 기수(棋手) 등 여섯 명이 탑승해 명승을 유랑하며 산수를 즐겼다. 누정문화를 제대로 향유하고자 하는 창의와 실행이 기발하고 놀랍다. 조선의 실학자 서유구(1764~1845)의 '임원경제지(林園經濟志)' 중 '이운지(怡雲志)'편에는 현대판 캠핑용품들이 기록되어 있다. 휴대용 찬합인 제합(堤盒), 휴대용 화로 제로(堤爐), 휴대용 술통 생황호(笙簧壺)에서 소확행을 즐긴 조상들의 실용을 엿볼 수 있다.풍월주인(風月主人)의 후예답게 캠핑족 700만 시대다. 2022년 기준 전국에 등록된 캠핑장 수는 2천935개. 경기지역에만 710개(24.2%)가 운영 중인데 강원지역 575개(19.6%) 보다 많다. 인천에는 86개(2.9%)가 있다. 캠핑시장 규모도 2022년 5조2천억원으로 2009년(1천억원)과 비교하면 13년 만에 52배나 성장했다. 1980년대 가족단위 캠핑이 시작됐고, 2000년대 들어 주5일 근무제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의 인기에 힘입어 마니아층을 중심으로 동호회 붐이 일었다. 코로나19 팬데믹 영향으로 비대면 여가활동이 늘면서 '차박(차에서 숙박)' 트렌드가 대세로 자리 잡았다.'캠핑의 성지'하면 가평군 자라섬캠핑장이 단연 손꼽힌다. 2008년 세계캠핑캐라바닝대회 개최지로서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캐러밴 사이트 125개소, 오토캠핑장 191개소 등 총 316개소 규모를 자랑하는 '수도권 최대·최고 공공캠핑장'이다. 하지만 가평군이 '자라섬 수변생태관광벨트 조성사업'을 추진하면서 오토캠핑장을 없애고 주차장을 만든다니 캠퍼들은 황당하다. 주민들도 "16년 각고의 노력으로 만든 지역 대표 브랜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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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뉴진스 하니의 '푸른 산호초' 지면기사
대중가요 중에도 불멸의 명곡들이 즐비하다. 시대의 기호이자 상징이었던 곡들이다. 부르는 것만으로 당대(當代)의 기억과 감성이 소환되고, 당대의 사람들은 공감각의 감상과 희열에 빠진다. 국지적이고 민족적인 정서다. 문화적 이방인이 이 정서를 자극하면 지극한 환대를 받는다. 윤석열 대통령은 미국의 격변기를 서사한 올드팝 '아메리칸 파이'를 불러 미국 조야와 언론의 극찬을 받았다.K팝 걸그룹 뉴진스가 도쿄돔 공연으로 일본을 들었다 놨다. 정확하게는 '푸른 산호초' 현상이 맞겠다. 푸른 산호초는 일본 여가수 마쓰다 세이코가 1980년에 발표한 노래다. 세이코는 이 노래로 단번에 국민 아이돌로 시대의 기호가 됐다. 1984년 'J에게'로 혜성같이 등장해 가요계를 주름잡은 이선희를 떠올리면 된다.뉴진스 멤버 하니가 솔로무대에서 푸른 산호초를 불렀다. 스무살 하니가 단발머리와 마린룩으로 40여년 전 세이코로 변신해 무대를 활보했다. 일본 관객들은 마치 20대 세이코를 만난 듯 열광했다. 순식간에 벌어진 집단적인 시간여행에 혼이 나간 것이다. 지난달 새 앨범 홍보차 방한한 빌리 아일리시가 무대에서 이선희의 'J에게'를 열창했다고 상상하면 이해가 쉽다.일본이 감동한 포인트는 '존중'이다. 하니의 푸른 산호초는 세계 문화의 신주류인 K팝이 40여년 전 J팝을 향한 존중의 표시였다. 지금은 K팝이 대세이지만 한때 아시아 대중문화의 대표주자는 J팝이었다. 문화는 국경과 세대를 초월해 교류하며 영향을 주고받는다. 하니의 푸른산호초 무대는 J문화를 정중하게 존중할 정도로 성숙한 K문화의 포용력을 보여준다.하니의 푸른 산호초에 열광하는 일본 팬들과 언론의 헌사가 넘치는데 그 중 jtbc가 보도한 반응이 유독 의미심장하다. "호주 국적 베트남 소녀가 한국의 가수가 돼 일본 노래를 부르고 그걸 세계인이 함께 즐긴다. K팝이 만들어가는 미래다." 최근 K팝 그룹은 다양한 국적의 멤버들로 구성된다. 세계화된 K팝문화가 K팝 스타를 꿈꾸는 각국의 영재들을 흡수하고, 이들이 K팝의 세계화를 강화하는 선순환 구조가 정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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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인구전략기획부 지면기사
6명(1960년)→3.77명(1974년)→2.99명(1977년)→1.74명(1984년)→0.98명(2018년)→0.72명(2023년).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은 높아도 낮아도 국가적 위기다. 2021~2022년에는 전국 시군구의 80%가 인구 데드크로스에 직면했다. 사망자 수가 출생아 수보다 많아 인구가 자연 감소한 것이다. 2022년 1천61만명이던 청년 인구는 2052년에는 절반 수준인 484만명으로 줄어든다는 전망도 나왔다.국가 인구정책의 기조는 시대에 따라 달라졌다. 6·25전쟁통에 한국군 사망자만 13만7천명에 달하는 등 인구 부족 해결은 중대 과제였다. 당시 "3남 2녀로 5명은 낳아야죠"라는 표어는 58년 개띠 베이비부머의 탄생을 불러왔다. 10년도 채 안된 1960년대초에는 "덮어놓고 낳다보면 거지꼴을 못 면한다"라는 돌직구식 표어가 등장했다. 1970년대 "둘만 낳아 식량 조절"에 이어 1980년대에는 "일등 국민 하나 낳기"를 외쳤었다. 하지만 1996년부터 인구 억제정책을 폐기했고, 지금은 다자녀 부모는 애국자요, 다산의 여왕이 추앙받는 시대다.정부는 지난 1일 인구정책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부총리급 '인구전략기획부' 카드를 꺼냈다. 인구 관련 전략·기획과 조정 기능에 집중하고, 각 부처·지자체의 인구정책을 평가하는 막중한 임무를 부여받았다. 여기에 예산을 배분·조정하는 사전심의 권한까지 준다니 역대급 막강 부처다. 예산이 뒷받침돼야 민첩한 정책 실행이 가능한 건 당연하다. 하지만 재정기획부가 예산편성권을 순순히 넘겨줄지 장담하기 힘들다. 부처 간 공감대와 소통이 부족하면 또 다른 갈등으로 국민들의 피로감만 높일 수 있다. 1961년 박정희정권 시절의 '경제기획원'과 유사한 모델로 설계한다는 대목도 의아하다. 레트로가 유행이니 정책마저 63년 전 과거소환인가 쓴웃음을 짓게 된다.인구 소멸을 걱정해야 할 현실을 생각하면 전담기구 신설은 수긍이 간다. 인구정책은 이념·성별·세대를 떠나 국민적 동의가 크다. 정부 부처 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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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동요 '반달' 100주년 지면기사
'반달'은 한국을 대표하는 동요다. '반달' 말고도 '설날', '고향의 봄', '오빠 생각', '과수원길', '섬집 아기' 등 유명한 동요들이 많지만, '반달'은 한국 동요의 맏형격이요, 마중물이다. '반달'은 한국 동요의 개척자이자 대표 작가인 윤극영(1903~1988)의 작품이다. 윤극영은 '반달' 이외에도 "까치까치 설날은 어저께고요/ 우리우리 설날은 오늘이래요"로 시작되는 동요 '설날'과 윤석중이 작사하고 윤극영이 곡을 쓴 '기차길 옆 오막살이' 등 모두 142편의 동요와 동시를 쓰고 작곡했다.윤극영은 이종 형이었던 작가 심훈과 함께 3·1운동에 참여했을 만큼 민족의식이 투철했던 작가였다. 아동문학가의 길을 걷기 전까지 윤극영은 평범한 조선의 지식 청년이었다. 경성고등보통학교를 나와 경성법전에 다니다가 홀연히 일본으로 음악 공부하러 유학길에 올랐다. 도쿄 소재 동양음악학교에서 성악(테너)과 바이올린을 공부하던 중 소파 방정환을 만나 인생의 전환점을 맞게 된다. 소파의 권유로 이때부터 윤극영은 아동문학가이자 동요 작곡자로서의 길을 걷게 된다. '색동회' 창립을 위해 노력하는가 하면, 소파와 함께 '어린이날' 제정에 앞장섰다.그래도 윤극영하면, "푸른 하늘 은하수 하얀 쪽배엔/ 계수나무 한 나무 토끼 한 마리"로 시작되는 '반달'이다. '반달'은 그가 처음으로 쓴 동시 '설날'과 함께 1924년에 쓰고 발표한 작품이다. 그러니까 올 2024년은 '설날'과 '반달'이 나온 지 100주년이 되는 셈이다.한국아동문학의 개척자인 소파 방정환과 윤극영의 아동문학 운동의 모델이 된 사람이 있다. 일본 아동문학의 선구자인 이와야 사자나미(巖谷小波, 1870~1933)다. 방정환은 그의 작품을 좋아하여 이와야 사자나미의 이름 일부를 따서 '소파(小波)'를 자신의 호로 삼았다.지금은 사회적으로 옛날 동요가 잘 애송되지 않는다. 새로운 현대 동요와 외국 동요가 많이 나온 데다 유명 애니메이션의 주제가나 OST가 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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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난폭해진 장마 지면기사
장마는 차갑고 습한 오호츠크해 기단과 따뜻하고 습한 북태평양 기단 사이에 형성된 정체전선에서 발생하는 집중 강우 현상이다. 한반도에 정체전선이 걸치면 기상청은 장마전선이 상륙했다고 예보하고, 장마전선은 오르락 내리락하며 전국에 비를 뿌린다. 전선이 고착된 지역은 물폭탄을 감수해야 한다.우리 민족에게 장마는 고마운 하늘의 보시다. 한반도 강수량의 30%가량이 장마철에 집중된다. 적당한 장맛비는 벼농사의 필수 조건이다. 논에 가둔 장맛비는 어린 모를 키우는 소중한 자양분이다. 쌀로 연명하는 민족에겐 장마철이 생명줄이었다. 그래서 돌도 키우는 장맛비이고, 가뭄의 장맛비는 다디달다.하늘의 조화이니 인간의 뜻대로 부릴 수 없는 게 문제다. 칠년대한(七年大旱)에 비 안 오는 날 없고, 구년지수(九年之水)에 볕 안 드는 날이 없다 했다. 맞춤한 때에 적당한 기상은 사람들의 희망사항일 뿐이다. 장맛비도 과하거나 부족하길 수시로 반복한다. 하늘의 장마 전선(前線)이 땅의 전선(戰線)으로 변하면 사람의 삶은 전쟁터가 된다.사람 탓에 하늘이 변했다. 기후 격변의 시대에 장마도 예외가 아니다. 장마철 홍수와 가뭄의 반복은 반만년의 일상이지만, 최근 부쩍 장마의 변덕이 심해지고 심술은 흉포해졌다. 기억에는 인명을 앗아간 폭우 피해가 선명해도, 실제로는 마른 장마가 잦아졌다. 게릴라성 폭우가 관측 범위 밖에서 도깨비처럼 출몰해 간담을 서늘케 한다. 특히 장마전선이 철수한 뒤에도 국지성 기습 호우가 빈발하면서 학계에서는 '장마' 대신 '우기'(雨期)로 표기하자는 주장이 나올 지경이다.지난 주말에 제주도를 비롯해 전국에 강풍을 동반한 호우가 쏟아졌다. 본격적인 장마가 시작됐다. 이번 주 내내 장마전선이 비를 뿌릴 것이란 예보다. 2020년엔 긴 장마에 섬진강 제방이 무너지고 부산 초량제1지하차도가 물에 잠겨 막대한 재산과 인명피해를 남겼다. 2022년엔 포항 아파트 지하주차장 침수로, 지난해엔 청주 궁평지하차도 침수로 안타까운 많은 인명들이 희생됐다.장마의 양상이 변해 대응이 난감해졌다. 1년 강수량의 대부분을 쏟아붓는 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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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DMZ평화열차 지면기사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인 한국에서만 볼 수 있는 DMZ(De-Militarized Zone·비무장지대). 임진강 하구 경기도 파주시 정동리에서 강원도 고성군 명호리까지 총 248㎞다. 이름은 비무장이나 중무장 병력이 밀집된 냉전의 상징이자 적대의 공간이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평화를 바라는 민족의 염원이 가장 간절한 곳이기도 하다. 이 땅은 정전 71년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 민간의 발길이 닿지 않아 생태적 자산으로도 가치가 높다.경기도 DMZ평화열차가 내일 운행을 재개한다. 지난해 첫선을 보인 DMZ평화열차는 광명역을 출발해 용산역~일산역~임진강역~도라산역을 들렀다가 다시 광명역으로 돌아오는 왕복 코스다. 열차 안에서는 문화해설사가 탑승객들에게 30~40분간 역사 이야기를 들려준다. 또 통일 다큐멘터리 감독과 함께하는 토크 프로그램도 특별한 경험을 선사한다. 3천원이면 탑승할 수 있는 4량 규모 전동열차는 손님맞이 채비를 마쳤다. 오는 11월 16일까지 첫째·셋째 주 토요일, 모두 11회 운행될 예정이다.도라산역은 남쪽에서 보면 마지막 역이지만 통일이 되면 북으로 갈 수 있는 첫 번째 역이다. 열차에서 내리면 민통선 북쪽 지역을 둘러보는 민북관광을 체험할 수 있다. 버스로 통일대교를 건너 1978년 발견된 북의 군사 남침용 제3땅굴에 도착한다. 땅굴의 총 길이는 1천635m, 높이 2m·폭 2m의 아치형 구조다. 우리 군이 3개의 콘크리트 차단벽을 설치해 현재 265m만 도보 견학할 수 있다. 이어 도라산 전망대에 오르면 북녘땅 송악산·개성시·북한 선전마을인 기정동이 손끝에 잡힌다. 임진강역에서 하차하면 자유관광을 즐기게 된다. 6·25전쟁 납북자기념관과 DMZ생태관, 임진각 평화곤돌라, 캠프그리브스를 둘러보며 분단의 현실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북한은 대남 오물 풍선을 연속 살포한데 이어 동해상으로 탄도미사일까지 발사하는 등 연일 도발을 감행하고 있다. 오물 풍선이 인천공항의 항공기 운항을 방해하고 대한민국 수도 서울 하늘까지 날아들었다. 우리 군도 서북도서에서 해병대 스파이크 미사일의 화염을 내뿜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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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외국인 노동자 지면기사
영화 국제시장의 한 장면. 스리랑카 노동자로 보이는 젊은 연인이 스타벅스 커피를 놓고 밀어를 나누고 있다. 지나가던 불량 소년들이 대놓고 조롱하며 욕한다. 가난한 나라 출신 외국인 노동자 커플의 스타벅스 데이트를 멸시한 것인데 급기야 몸싸움으로 번진다. 이때 다리를 저는 노인 덕수가 학생들을 막아서며 호통을 친다. "와 남의 나라에 일하러 오마 커피도 몬 사묵나."덕수가 분기탱천해 학생들과 몸싸움까지 불사한 이유는 동병상련이다. 덕수도 가난한 집의 가장으로 독일 탄광과 베트남 전장에서 달러를 벌었던 외국인 노동자였다. 60·70년대 한국의 수많은 '덕수'와 '영자'(덕수 아내)들이 외국의 저임금 노동시장에서 품을 팔아 가난한 부모형제에게 달러를 송금했다. 소년들이 조롱한 외국인 노동자 커플은 청년 덕수였다.외국인 노동자를 대한 사회적 인식은 크게 변했다. 외국인 노동자가 없으면 한국의 1, 2차 산업은 붕괴한다. 제조, 건설 현장에서 외국인 작업반장들도 많아졌단다. 하지만 귀한 인력을 법으로도 귀하게 보호하는지는 의문이다. 외국인 노동자 대다수가 비전문취업 비자(E-9)로 입국한다. 최대 4년10개월 체류가 가능한데, 5년 이상 체류 조건인 영주권 신청을 제한하기 위해서다. 체류기한을 넘긴 외국인 노동자는 곧장 불법 노동시장에 갇힌다. 노동과 임금 착취에 속수무책이다.비자 만큼이나 불법적인 노동 관행도 외국인 노동자를 사지에 몰아넣는다. 지난 24일 리튬전지 제조업체 아리셀 화성공장 화재로 사망한 23명 중 18명이 외국인 노동자다. 불법 파견 노동 의혹이 불거졌다. 아리셀 공장은 파견 근로 대상이 아니다. 외국인 노동자도 직접 고용해야 한다는 얘기다. 합법적인 외국인 노동자를 불법적으로 썼다면 보통 일이 아니다.영화에서 외국인 노동자는 소년들에게 항변한다. "부산에 살면 부산 사람이다. 한국에서 살면 한국 사람이다." 문화적인 견해는 갈리겠지만 법으로는 맞는 말이다. 외국인 노동자들도 합법적인 체류 기간에는 한국인과 동등하게 법의 보호를 받아야 한다. 비자로 밀어내고 불법 노동현장을 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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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러브버그 지면기사
팅커벨이 떠나니 러브버그다. 지난 5월 일명 팅커벨로 불리는 동양하루살이가 사람들을 괴롭히더니 6월엔 러브버그(lovebug·붉은등우단털파리)가 떼로 출몰했다. 러브버그는 암컷과 수컷이 꼬리를 붙인 채 낮은 고도에서 비행한다. 수컷이 죽을 때까지 꼭 달라붙어 다니니 외도할 틈이 없다. 인간계로 치면 철저한 일부일처제다. 커플로 무리지어 다니면서 검은 머리와 가슴·붉은 배를 시도 때도 없이 들이대니 갑작스러운 대면에 사람들은 소스라친다.주로 산속에 서식하던 러브버그가 어떻게 도시로 진출했을까. 전문가들은 주요 먹이인 토양의 부식질과 낙엽이 썩을 때 나는 냄새가 배기가스와 유사해 본능적으로 자동차에 끌린 것이라 분석한다. 이제 도심 속 매장의 쇼윈도에 붙어있는 것도 모자라 내부까지 휘젓고 날아다니니 가뜩이나 불경기에 심기 불편한 상인들은 뿔이 난다. 차량 불빛에도 겁 없이 달려들어 사체가 유리창과 전조등을 뒤덮기도 한다. 오래 방치하면 부식의 원인이 되니 세차하기도 번거롭다.사람을 귀찮게 하는 러브버그는 벼나 보리를 갉아먹는 멸강나방, 토마토·감자 줄기에서 즙을 빨아먹는 꽈리허리노린재 등과는 달리 익충(益蟲)이라는 게 반전이다. 독성도 없고 사람을 물거나 질병을 옮기지도 않는다. 오히려 낙엽과 유기물을 분해하고, 꽃꿀을 먹고 꽃가루를 옮겨 수분을 돕는 쓸모 있는 벌레다.우리나라에서는 지난 2018년 인천에서 처음 발견됐다는 기록이 있다. 자연 유입보다는 무역 라인에 편승해 유입됐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4년 만인 2022년 수도권 서북부 지역에서 크게 늘더니 지난해에는 수도권 전역으로 퍼졌다. 작년 첫 러브버그는 6월 15일 서울에서 발견됐는데 올해는 이른 폭염으로 13일이나 빨라졌다. 지구온난화 심화로 한반도 기후가 아열대성으로 변한 탓이다. 서울은 러브버그가 서식할 수 있는 북방한계가 됐다. 이제 매년 초여름 불청객들과의 공존은 피할 수 없게 됐다.온라인에서 러브버그 퇴치 꿀팁들이 공유되고 있다. ▲밝은색 보다 어두운색의 옷을 입어라 ▲살충제 대신 물이나 빗자루 등으로 제거해라 ▲야간 조명의 밝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