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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不安메이커 아베 지면기사
지난달 11일 도쿄신문 칼럼 제목이 ‘不安倍增 略して 安倍’였다. ‘불안을 배(倍)로 늘림’의 준말이 ‘아베(安倍)’라는 거다. ‘인간이 그리할 수 있다고는 상상할 수 없는 행위를 아주 태연히 자행하는, 중동이나 북아프리카 과격파 조직의 만행이야말로 냉혹, 비도(非道), 무자비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한편 평화를 떠올린다면 일본도 불안감은 참기 어렵다. 군홧발 소리가 점점 가까이 들리는 듯한 암흑시대, 그런 공포다. 이 정체는 물론 현 정권이 조성하는 위태로운 분위기 탓이다’-참 언론인다운 지적이다. 하지만 동북아 트러블메이커 아베가 꿈쩍이나 할까? 일본에선 말썽꾼, 귀찮은 존재가 ‘얏카이모노(厄介者)’다. 화(禍)―액(厄)을 매개하는 존재다. 중국에선 말썽꾸러기가 ‘스페이징(是非精)’이다. 시비를 일으키는 정령(精靈), 요괴, 그런 분자라는 거다. 아베가 바로 그런 존재다.영어로는 Abe지만 구약성서 아브라함(Abraham)의 약칭이 Abe다. 이복누이 사라와 결혼, 고향 우르(Ur)를 떠나 조카 롯과 함께 하나님이 인도하는 가나안땅으로 간 히브리인의 조상이 아브라함이다. 그 하나님이 일본의 Abe도 젖과 꿀이 흐르는 그런 신비한 땅으로 인도 좀 하실 수는 없을까. 스페인 고속열차(AVE) 승객들도 같은 글자 ‘Abe’가 탐탁할 리 없다. 아베 정부는 올해 모든 일본 중학교 교과서에 ‘독도는 일본 영토’라고 못 박는가 하면 지난달 일본 외무성 홈페이지엔 ‘중국이 센카쿠(尖閣)제도를 일본 영토로 인식하고 있다’는 중국 정부 발행의 지도를 공표했다. 그러자 중국 외무부 훙레이(洪磊) 부보도국장이 강하게 반박했다. “중국에서 그런 지도를 본 적이 없다”고.지난 2월 호사카(保坂祐二) 세종대 교수가 일본 곳곳을 기행, 일본 고지도 고문서를 샅샅이 뒤졌지만 독도는 없었다. 그 KBS 특집보도를 아베 정권에선 아무도 못 봤을까. 일본은 또 해외 주요 도시에 광보(廣報) 거점인 ‘저팬하우스(JH)’ 개설에 열을 올린다. 영토 문제, 역사 인식 등 외교 공세에 대항하는 ‘키모이리(肝煎) 사업’이라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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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옥 호텔 지면기사
세계 7대 불가사의 건축물 말고도 기네스북에 오른 가장 아름다운 건물로 인도 타지마할(Tāj Mahal)부터 꼽힌다. 인도 아그라(Agra)의 이슬람교 묘당(廟堂)인 타지마할은 무갈 제국 제3대 황제 샤자한(Shah Jahan)이 왕비(마할)를 위해 1632년 착공, 21년 만에 완공한 페르시아 양식의 아름답기로 빼어난 건물이다. 그 밖에도 뛰어난 건축미를 뽐내는 건축물은 많다. 미국 미주리 주 캔자스시티 도서관은 먼발치서 봐도 wow! 입이 딱 벌어진다. 각기 두께와 색깔이 다른 거대한 책들을 나란히 꽂아 놓은 듯한 모양의 건축 양식이 기발할 뿐 아니라 도서관답게 얼마나 친근한 모습인가. 벨로루시 민스크(Minsk) 국립도서관은 또 어떤가. 꼭 사람의 어깨 부위와 목, 머리 등 상체 같고 특히 머리 부분의 건축미가 강조됐다. 불이 환히 켜지면 마치 번쩍이는 두뇌 활동이 활발한 상태 같기 때문이다.중국 베이징 국립극장과 캐나다 몬트리올의 바이오스페어(Biosphere→우주환경박물관), 영국의 ‘에덴 프로젝트’ 등도 유려한 원형 돔 건축미가 뛰어나고 아랍에미리트 두바이는 하늘 찌르는 마천루와 꽈배기 형 빌딩 군(群)인 Rotating Tower만 유명한 게 아니다. 아라비아 해(海)에 연한 아틀란티스 호텔은 경관은 물론 지붕 라인이 들쭉날쭉한 것도 특이하지만 건물 가운데가 아치형으로 뻥 뚫린 게 특징이다. 그리스신화의 해신 포세이돈이 세차게 몰고 오는 해풍의 통로를 확 틔워준 거다. 페루의 수도 리마의 태평양에 면한 절벽에도 쓰러질 듯 경사진 사각형 빌딩 가운데가 네모로 뚫린 호텔이 재작년 문을 열었다. 하지만 스페인 건축회사 OOIIO가 설계한 그 별난 모양의 호텔은 완공되자 격한 찬반 논란에 휩싸였다고 재작년 8월 30일 CNN이 보도했다. ‘멋지다’와 ‘저걸 호텔이라고 지었나’의 두 패로 갈린 거다. 최대 한옥 호텔이 내달 인천 송도에서 문을 연다는 보도였지만 한옥 건축미야말로 어디 내놔도, 얻다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 날아오를 듯 멋진 지붕 끝 곡선과 독특한 조형미, 대들보와 도리, 서까래, 격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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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르시아 후예 지면기사
‘별을 보고 점을 치는 페르샤 왕자/ 눈 감으면 찾아드는 검은 그림자/ 가슴에다 불을 놓고 재를 뿌리는/ 아라비아 공주는…’ 노래의 페르샤 왕자로부터 영감을 얻었을까, 아니면 페르시아신화의 지혜의 신 아흐라 마즈다의 계시라도 받았을까. 이란이 지난 3일 미 영 독 불 중 러 6개국과 역사적인 핵 협상을 타결했다. 12년간 지구촌 골칫거리였던 이란 핵 문제가 해결됨으로써 고대 페르시아제국 후예인 이란 국민이 열광했지만 이란이 선뜻 합의한 이유가 뭘까. 진정 중동 평화와 이란 경제를 위함일까 다른 이유도 있었을까. 3일자 미국 월스트리트저널 지는 ‘미 국방부가 이란 중부 포르두의 지하 핵 시설을 겨냥한 신형 지하 관통 폭탄인 벙커버스터(bunker-buster)를 개발, 지난 1월 중순 투하 실험을 했다’고 보도했다. 그렇다면 그 정보를 이란이 캐치했던 건 아닐까.이란 최고지도자 하메네이(Khamenei)와 로하니(Rowhani) 대통령 등 국가 지도자가 관건이다. 아흐마디네자드 전 대통령 같은 강경파라면 핵 협상은 어림도 없었을 게다. 중도 온건파이자 개혁파인 로하니가 재작년 대통령이 된 건 이란 국민에게 축복이었다. 산스크리트어로 ‘고귀한, 고귀한 사람’이라는 뜻인 ‘ārya’에서 온 ‘Iran, 이란 사람’! 이제 페르시아 자존심으로 돌아갈 차례다. 하지만 이란인의 열광은 곧 식을지도 모른다. 6월 말 최종 합의까지 길은 험난하기 때문이다. 로하니 대통령은 “6개국 합의가 지켜지는 한 우리도 약속은 지킨다”고 했고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장관)도 “이란 핵 담판 마라톤은 이미 진입, 스퍼트 단계(伊朗核談判馬拉松 已進入冲刺階段)”라고 말했다. 그러나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4일 연설에서 “성공은 보증되지 않았다. 최종합의까지는 일체의 합의가 안 된 거나 같다”고 선을 그었다.이란 핵이 6월말 완전 타결되면 유일하게 남는 건 북한 핵 문제다. 하지만 북한은 이란 핵 협상 따위엔 관심도 없다고 했고 “우리의 핵은 나라의 자주권과 민족의 존엄을 수호하고 세계 평화와 안전을 담보하는 보검(寶劍)”이라고 외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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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밍 라이츠 지면기사
네이밍 라이츠(naming rights). 사전적 정의는 문화·스포츠시설, 프로구단, 건물 등의 명칭에 기업명 또는 기업의 브랜드명을 붙여 사용할 수 있는 권리다. 명명권(命名權)인 셈이다. 명칭사용권 또는 이름사용권이라고도 한다. 우리에겐 생소한 용어지만 외국에선 상상할 수 없는 큰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최근 프로야구때문에 네이밍 라이츠가 관심사로 등장했다. 기아차가 광주야구장 건립비용으로 300억원을 부담하는 대신 구장명칭을 ‘광주-KIA 챔피언스 필드’로, 수원 kt 위즈는 ‘수원 kt 위즈 파크’로 사용권을 따냈다. 한화도 대전 한밭 야구장 시설 개·보수를 약속하고 야구시즌에만 ‘한화생명 이글스 파크’로 사용키로 했다.메이저리그의 긴 역사를 가진 시카고 컵스의 홈구장으로 잘 알려진 리글리필드는 네이밍 라이츠 계약의 첫사례로 꼽힌다. 리글리는 미국 시카고에 기반을 둔 껌 회사로 1926년 계약을 체결했다. 콜로라도 로키스의 쿠어스필드, 밀워키 브루어스의 밀러 파크,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부시스타디움은 ‘미국 3대 맥주’로 꼽히는 쿠어스·밀러·버드와이저가 나란히 후원하는 구장이다. 시애틀 매리너스 홈구장인 세이프코 필드의 세이프코는 보험회사, 시카고 화이트 삭스의 US 셀룰러 필드의 US 셀룰러는 통신회사, 농구팀 LA 레이커스와 LA 클리퍼스가 홈구장으로 사용중인 스테이플스 센터의 스테이플스는 거대 사무용품 회사로 명칭사용에 거액을 투자했다.오는 6월 완공을 앞둔 수원시립미술관 명칭을 두고 미술관을 지어 기부채납한 현대산업(현산) 측과 예술단체들 간의 갈등으로 뜨겁다. 현산과 수원시가 ‘수원시립아이파크 미술관’을 고집하는 반면, 사회단체가 ‘사용불가’를 내세우며 크게 반발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현산의 미술관 기부채납 협약을 ‘순수한 기부행위’로 봐야 하는 지가 쟁점(爭點)이다. 인천도 문학야구장을 ‘인천SK행복 드림구장’으로 바꿨지만 논란에 휩싸였다. 문학(文鶴)이라는 의미있는 이름을 놔두고 인천과 무관한 SK라는 기업을 내세우는 것은 문제라며 인천시민들이 반발하고 있다. 네이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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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향 KTX 지면기사
세계 최초의 도쿄~오사카(550㎞) 고속철도인 신칸센(新幹線)이 개통된 건 도쿄올림픽이 열렸던 1964년 그 해였다. 이어 1981년 프랑스의 TGV(테제베), 1991년 독일의 ICE(이체), 1992년 스페인의 아베(AVE)가 개통됐고 우리 경부선 KTX 개통은 2004년 4월이었다. 그러니까 KTX가 일본 신칸센에 40년 뒤진 거다. 그런 일본이 아직도 건설 중인 게 고속철도다. 경부 KTX 거리의 4배가 넘는 홋카이도(北海道)~카고시마(鹿兒島) 2천150㎞ 남북 종단 신칸센 개통이 내년으로 다가왔고 중부 지역인 나가노(長野)~가나자와(金澤) 228㎞의 호쿠리쿠(北陸) 신칸센 개통은 바로 지난달 14일이었다. 좀 뒤졌지만 중국 고속철도 건설도 한창이다. 중국 2대 도시인 베이징과 상하이 간 1천318㎞ 고속철도는 2011년 6월 개통됐고 경부 KTX의 약 5배 길이인 2천298㎞의 베이징~광저우(廣州) 남북 종단 고속철도 개통은 2012년 12월이었다. 그 덕에 2~3일 걸리던 명절의 베이징→광저우 귀향길이 8시간으로 단축됐다.중국은 또 북부 내몽골과 남부 끝인 하이난(海南) 섬을 잇는 대륙 종단 철도 계획을 ‘21세기 해운 실크로드’ 건설의 일환으로 지난 1월 발표했을 뿐 아니라 대륙 동북쪽 끝인 하얼빈(哈爾濱)에서 모스크바를 거쳐 독일 베를린에 이르는 철도 노선과 남녘 쿤밍(昆明)에서 베트남→태국을 돌아 뉴델리→테헤란→터키→베를린 노선 등 유라시아 대륙을 타원형으로 연결하는 지상 최장의 철길을 2025년까지 완공한다는 거다. 박근혜 대통령이 2013년 9월 상트페테르부르크 G20 정상회담 때 러시아 푸틴 대통령에게 밝혔던 ‘철도 진출의 꿈’을 중국이 보란 듯이 펼쳐 보이고 있는 것이다. 그때 박대통령은 부산에서 출발, 북향 북녘철도로 러시아를 거쳐 유럽으로 가는 게 꿈이라고 했다.어제 서울~포항 KTX 개통에 이어 오늘 드디어 호남선 KTX가 역사적인 운행을 시작한다. 이제는 남향에 그쳤던 KTX 철마(鐵馬)가 북향 북녘으로 치달릴 차례다. 고속이 아닌 저속 완행이면 어떤가. 불과 20~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