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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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한국 압력? 지면기사
19일자 일본 요미우리(讀賣)신문에 기분을 잡쳤다. ‘慰安婦問題, 朴政權にクギ…米が韓國ヘ異例壓力’ 기사였다. ‘위안부 문제, 박 정권에 못(을 박다)…미국이 한국에 이례적인 압력을 가했다’는 소리다. 정말? 누가 그랬다는 건가. 18일 내한한 케리(Kerry) 미 국무장관이 박 정권에 못을 박고 압력을 행사했다는 것이고 역사문제에 대한 강경 자세의 변화를 촉구했다는 거다. 바꿔 말해 굳건한 한·중·일 동맹을 위해선 한국의 유화적인 대일(對日) 자세가 긴요하다는 소리다. 케리 장관의 한국에 대한 그 ‘이례적인 압력’이 사실이라면 그거야말로 아베 일본 총리에게 행사했어야 했던 거 아닐까. “당신, 참으로 쩨쩨하고 후안무치한 사람 아닌가! 왜 일본 사무라이 기질로 화끈하게 위안부 문제를 사과하지 못하는가. 그럼 어디가 덧나나? 인격 장애(personality disorder)도 아니고 성격 파탄자가 아닌 바에야…” 그런데 도리어 한국 쪽을 압박하다니! 꺽다리 케리 할아버지(72), 한국이 그리도 만만한가.이달 들어 전 세계 저명 역사학자 187명이 위안부 문제를 강력 비판, ‘편견 없는 역사 청산’을 촉구하는 성명을 냈어도 아베의 귀는 마이동풍이었고 그 동조 학자가 500명에 달한다는 걸 케리 장관은 알고나 있는 것인가. 1995년 일본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오에 겐자부로(大江健三郞)가 “아베 총리의 지난달 미국 의회 연설은 온통 거짓말이었다”고 질타한 사실 또한 케리는 듣고 있었던가? 오에는 지난 3일 아베 정권의 집단자위권 문제, 평화헌법 9조 수호 집회에 참가해 그렇게 말했다. 그런데도 아베 정권은 이른바 ‘전쟁 헌법’을 국회에 제출했고 그 사실을 16일자 중국 신화사통신은 ‘표주박에 가득 채우는 화약’에 비유했다. 무모하고 위험한 짓이라는 거다.케리 장관뿐 아니라 웬디 셔먼(Sherman) 국무부 정무차관, 대니얼 러셀(Russel)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 애슈턴 카터(Carter) 국방장관도 잇따라 ‘과거보다는 미래를 주시하자’며 한국보다 일본 입장을 두둔하는 듯한 발언을 하지 않던가. 그게 바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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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명 동굴 지면기사
몇 번을 봐도 볼 때마다 감동을 주는 영화가 있다. 로버트 저메키스의 1994년작 ‘포레스트 검프’가 그런 영화다. 톰 행크스가 아이큐 75인 저능아 ‘포레스트 검프’역을 맡아 감동을 배가시켰던 ‘추억의 명화’다. 흥행에도 성공해 전 세계적으로 6억7천만달러의 수입을 올렸다. 제 67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는 13개 부문에 노미네이트 되고, 작품 감독 각본 남우주연 편집 등 주요 6개 부문을 석권했다. “인생은 초콜릿 상자와 같은 거야. 다음에 무엇이 잡힐지 아무도 모르거든”이라는 명대사도 남겼다.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를 창업해 시장 가치 2천300억달러(약 240조원) 규모로 키운 마윈(馬雲)이 한국을 찾았다. 영어교사 출신으로 16년 전 고작 8천500만원으로 알리바바를 창업한 그는 재산이 356억달러(약 39조원)로 중국 부자 1위다. 그는 한 언론사가 주최한 콘퍼런스 기조 연설에서 포레스트 검프가 새우잡이로 성공한 내용을 언급하며 “고래잡이로 돈 버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새우잡이의 꿈을 10년 지키면 돈을 번다”며 틈새시장의 중요성에 대해 말했다. 평소 “잘생기지도 않았고, 백그라운드도 좋지 않고, 돈도 별로 없었다”던 그가 비록 영화지만 성실함 하나로 성공한 영화속 주인공에게 크게 공감을 했던 모양이다. 그의 말이 가슴에 와닿는 것은 그의 성공이 열악하기 이를 데 없는 환경에서 새로운 기업을 창조해낸 눈물겨운 경험에 기반하고 있기 때문이다.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는, 그저 베드타운이었던 광명시에 그나마 40여년간 방치된 폐광(廢鑛)이 있었다는 건 놀라운 일이다. 이 폐광이 기적을 일으켰다. ‘가학산(駕鶴山) 동굴’로 불려지는 광명동굴 얘기다. 1912년 개발된 이 광산은 1972년 채산성이 떨어지면서 폐광이 됐다. 그나마 소래포구 새우젓 저장시설로 이용되다 광명시가 매입해 2012년 7월 시민들에게 개방했다. 그러던 중 올 들어 3개월간의 리모델링을 끝내고 20개의 테마공간을 갖춘 뒤 지난 4월 유료화로 새롭게 문을 열었다. 그런데 개장 44일 만에 벌써 10만명이 다녀갔다. 광명시와 양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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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의 날 지면기사
같은 ‘夫婦’도 한국에선 부부, 중국에선 ‘푸푸’, 일본에선 ‘후후’로 흥미롭다. 영어로는 ‘夫婦’ 같은 압축 표현이 불가능, ‘husband & wife’일 뿐이다. 일신동체(一身同體), 이신동심(二身同心) 같은 말도 영어 등 서양어로는 길게 설명할 수밖에 없다. 부부란 ‘살아서는 같은 방을 쓰고(生時同室) 죽으면 같은 무덤에 묻힌다(死後同穴→詩經엔 死則同穴)’고 했다. 함께 늙어 같은 무덤에 든다는 ‘해로동혈(偕老同穴)’도 비슷한 말이다. 요즘에야 화장해 뿌려지면 사후별리(死後別離)가 되지만…. 이상적인 부부상을 백낙천(白樂天)이 읊었다. 죽어서 ‘하늘을 나는 새가 되거든 비익조가 되고(在天願作比翼鳥) 나무가 되거든 두 가지가 연해 있는 나무가 되자(在地願爲連理枝)’고. 날개가 하나인 비익이라는 상상의 새는 두 마리가 합쳐져야 날 수 있고 뿌리가 다른 나무의 연리는 그 뻗은 가지가 닿아야 수리(樹理)가 통한다는 거다. 금슬(琴瑟)이라는 말 또한 멋지다.‘부부의 날’이 오늘이다. 둘(2)이 하나(1)가 된다고 해서 가정의 달 21일로 정했다는 거다. 그런데 둘이 하나가 되려면 서로가 반쪽씩으로 줄어드는 수밖에 없지만, 영어 better half는 아내를 뜻하고 남편은 worse half(보다 나쁜 반쪽)란다. 이런 말이 무색할 만큼 가슴 뭉클한 부부애가 있다. 작년 5월 14일 일본 교토(京都)대 부속병원에선 40대 여성의 상한 왼쪽 폐에 남편의 오른쪽 폐 일부를 떼어 이식하는 수술을 한 것이다. 좌우의 폐를 반대로 생체이식 수술을 한 건 세계 최초라는 거다. 그만큼 어렵다고 집도의인 다테(伊達洋至) 교수는 말했다. 2010년 8월 독일에선 또 사회민주당(SPD)의 슈타인마이어(Steinmeier·54) 원내의장이 만성 신부전증인 아내에게 신장을 떼어줬다. 그야말로 피까지 나눈 부부애다.하지만 부부가 내내 화합하기란 쉽지 않다. ‘밀년(蜜年)’도 아니고 겨우 ‘밀월(蜜月)’이라고 했다. 서로가 ‘보다 나은 반쪽’→2분의 1로 양보하고 용서, 화합하는 게 최선이다. 가정의 달 5월 끝 날(3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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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절벽’ 지면기사
‘인구 절벽(demographic cliff)’은 미국의 경제학자 해리 덴트(Harry Dent)가 쓴 말이지만, 인구가 절벽에서 떨어지듯 급격히 감소함을 뜻한다. 그런데 한국의 인구 절벽이 불과 3년 뒤인 2018년에 온다고 했다. 세계에서 가장 낮은 1.18명의 출산율이 지속되면 70년 후엔 한국 인구가 절반인 2천500만으로 줄고 120년 후에는 1천만으로, 2300년이면 한국인은 지구상에서 멸절된다는 거다. 미래학자 토마스 프레이(Frey)도 비슷하게 내다봤고 어느 학자는 전쟁보다도 무서운 게 출산율 급감이라고 했다.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은 또 작년 10월 ‘일본의 새로운 난치병이 인구병(人口病)’이라며 선진국 중 유례가 없다고 진단했고 에르도안(Erdogan) 터키 대통령은 작년 12월 어느 결혼식 축사에서 더 무서운 말을 했다. 피임이 ‘국가반역죄’라는 거다. 그는 “경제적, 정신적으로도 혈통보전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터키의 출산율은 한국보다 훨씬 높은 2.06명인데도…. 그런데 프랑스는 역설적으로 출산아기 울음소리가 두렵다는 거다. 재정 적자를 줄여야 하는데도 어린이집 입학연령을 3세→2세로 낮추는 등 보육 예산이 크게 늘어나기 때문이다. 프랑스 출산율은 2.01명으로 EU 28개국 중 아일랜드(2.05명) 다음으로 높다. 일본은 출산율 저하 방지를 위해 전담 장관까지 두고 있지만 별 효과가 없다. 일본에선 출산율 저하를 ‘少子化(쇼시카)’라 부르고 중국에선 출산율이 아닌 ‘생육률(生育率:성위뤼)’이다. 출산은 생산, 산출이란 뜻으로 ‘생육’과 다르다는 거다. 산부인과도 중국선 ‘부산과(婦産科:푸찬커)’다. 그런데 중국은 두 자녀를 허용치 않아 해외 원정출산이 늘어간다지만 인구 폭발에도 속수무책인 나라들도 있다. 아프리카와 아시아 일부 빈국들이다.한국의 ‘인구 절벽’이 불과 3년 후에 닥친다는 건 큰 문제다. 결혼~출산 장려 등 인구병 치유가 급선무고 그보다는 당장 산부인과 병원 감소가 문제다. 지방 중소도시엔 산부인과 병원이 없어 가정출산 중 숨지거나 멀리 병원으로 이송 중 출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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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디 인도 총리 지면기사
인도라면 간디와 타고르부터 연상할지 모르지만, 헤밍웨이의 수염과 머리에다가 치마를 즐겨 입는 사람이 나렌드라 모디(Modi) 인도 총리다. 작년 9월 시진핑(習近平) 중국 주석 방문 때도 내내 치마 차림이었고 ‘간디의 집’에서 물레를 돌려 보일 때도 그랬다. 그런데 인도의 경제 부흥 등 그의 기세는 대단하다. 라가르드(Lagarde) 국제통화기금(IMF) 전무는 지난 3월 ‘인도의 내년도 경제성장률이 7.5%로 중국의 7.2%를 넘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녀는 인도의 활력, 그 근원으로 모디 정부의 개혁과 경기 활성화를 꼽았지만, 이를테면 ‘모디노믹스(Modinomics)’ 덕이다. 인구 12억5천만명 중 25세 미만이 약 반수로 매년 약 1천200만명의 새로운 노동력을 경제 활력에 끌어들이고 있는 거다. 브릭스(BRICS) 선도국인 중국에도 그는 당당하다. 작년 9월 뉴델리 정상회담 때는 기대에 못 미치는 중국의 투자계획과 모디의 완강한 국경 문제 제기로 공동성명도 내지 못했다.그런 모디 총리가 어제 내한했다. 중국에선 ‘막적(莫迪)’이라 표기하지만, 발음은 ‘모디’고 한·중·일의 ‘印度’ 표기는 글자 뜻과는 상관없는 India의 음역(音譯)이다. India는 고대 그리스어 Indos에서 왔고 Indos는 페르시아가 인도를 지칭한 Hindu가 기원이다. 그런데 인도인들은 자국(自國)을 1949년 제헌의회가 채택한 국명인 ‘바라트(Bharat)’라고 부른다. 고대 인도의 아리안 족이 최초로 설립한 나라의 왕이 바라타(bharata)였고 ‘바라타 민족의 나라’를 뜻하는 말이 ‘바라타 바르샤(Varsa)’이기 때문이다. 한국과의 인연은 신라의 고승 혜초(慧超)가 5개 천축국(인도)에 갔던 게 시초 같지만, 그보다 더 오래다. 인도 공주 슈리라트나가 가야의 김수로 왕과 결혼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6·25참전의 혈맹국이 인도다.1913년 시성(詩聖) 타고르도 한국을 찬양했다. ‘일찍이 아시아의 황금시기에 빛나던 등촉(燈燭)의 하나 코리아/ 그 등불 다시 한 번 켜지는 날 너는 동방의 밝은 빛이 되리라’고.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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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음 콤플렉스 지면기사
북한의 잦은 처형이 김정은의 젊음 콤플렉스로 인한 반발이라고 했다. 그가 애송이긴 하다. 애동대동하고(매우 젊고) 배젊고(나이가 썩 젊고) 잗젊다(나이보다 젊다). ‘젊은이 망령은 홍두깨로 고친다’고 하지만 그는 세상 무서운 줄 모르고 주책없이 날뛰는 천둥벌거숭이 같다. 그런 젊은 철부지를 일본에선 ‘세켄시라즈’라고 한다. ‘세상을 모른다’는 뜻이다. 젊음 콤플렉스가 없더라도 중국에선 또 젊은 시절을 가리켜 ‘짜오쑤이(蚤歲:조세)’라고 한다. 벼룩처럼 날뛰는 시절이라는 거다. 젊은이들에 대한 우리말 존칭은 ‘젊으신네’다. ‘젊은이’ 역시 존칭이다. 벼룩처럼 날뛸 줄도 모르고 천둥벌거숭이도 아닌 의젓한 청년을 지칭한다. 김정은이 그런 젊은이라면 오죽 다행일까 마는…. 그런데 그를 북한에선 ‘위대한 지도자, 빼어난 천재’라고 칭송한다. 그런데도 나이 콤플렉스라니!그대처럼(?) 위대한 천재였던 마케도니아의 알렉산더대왕은 20세에 왕위에 올랐고 헬라스연맹의 맹주(盟主)가 됐는가 하면 마케도니아 군과 헬라스연맹 군을 거느리고 페르시아 원정에 나섰던 게 스물두 살 때였다. 나폴레옹도 30세에 제1통령, 35세에 황제가 됐고 칭기즈칸 역시 몽골 씨족연합 맹주에 추대돼 ‘칭기즈칸(成吉思汗)’ 칭호를 받은 게 27세 때였다. 기타 왕조시대의 세습이야 언급 가치도 없지만 현대사에도 20~30대에 대권을 잡은 예는 흔하다. 1971년 아이티에 19세 대통령이 등장했던 건 독재자 뒤발리에가 20세 이상만이 될 수 있는 공무원법을 뜯어고쳐 그의 아들을 세습하도록 했기 때문이었고 도(Doe) 육군상사가 1980년 쿠데타를 일으켜 라이베리아의 이른바 ‘서전트(육군상사) 대통령’이 된 것도 28세 때였다. 리비아의 카다피 또한 1969년 쿠데타로 권력을 잡은 게 27세 육군 중령 때였다.위대한 천재 지도자라는 김정은! 러시아에선 그를 ‘뽀로쓸 바좌크’라 부른다. 그냥 ‘젊은 지도자’라는 뜻이다. 툭하면 측근 실세를 총살하고 말끝마다 전쟁 준비를 끝내라는 그대! 제발 젊으신네 지도자의 정도(正道)를 가기 바란다. 핵을 버리고 인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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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당 서정주 지면기사
미당(未堂) 서정주에 대한 평가는 극과 극이다. 오직 시(詩)만 가지고 논할 때 그의 이름 앞에는 ‘시성(詩聖)’ ‘시의 정부(政府)’라는 온갖 찬사가 따라 붙지만, 친일·친독재 전력에 이르면 그의 이름은 다쓰시로 시즈오(達城靜雄)가 되고 전두환 칭송 시인으로 폄하된다. ‘꽃’의 시인 김춘수(金春洙)는 “미당의 시로 그의 처신을 덮어버릴 수는 없다. 미당의 처신으로 그의 시를 폄하할 수도 없다. 처신은 처신이고 시는 시다”라는 말로 그의 전력에 안타까움을 토로했지만, 상반된 평가는 그의 시 화사(花蛇)처럼 그의 숙명(宿命)인지도 모른다. 비극의 역사가 만들어낸 또 다른 비극이다.여기 한편의 시가 있다. ‘동천(冬天)’이다. ‘내 마음 속 우리 임의 고운 눈썹을/즈믄 밤의 꿈으로 맑게 씻어서/하늘에다 옮기어 심어 놨더니/동지 섣달 날으는 매서운 새가/그걸 알고 시늉하며 비끼어 가네’. 한국 시사에서 가장 빼어난 현대 시 중 하나다. 칼날 같은 바람이 부는 매우 추운 겨울. 들판엔 눈이 쌓여 있고, 겨울 하늘에 걸려 있는 초승달. 딱 한편의 동양화다. 어느 것 한자도 넣을 수도 없고 뺄 수도 없을 정도로 군더더기 없는 완벽한 시어(詩語). 그래서 서늘하다. 가슴이 미어진다. 참고서에 실려있는 이 시의 해석은 대충 이렇다. ‘일체의 설명적 요소를 배제하고 고도의 압축과 상징으로 이루어진 난해한 상징시다. 짧은 시 형식과 상징이라는 표현 기법을 통해 강렬한 언어 긴장을 이루며 인간 본질의 탐구라는 무거운 주제의식을 효과적으로 드러내고 있다는 점에서 정제된 미의식을 드러낸다’. 미당은 이런 시인이었다.미당은 첫 시집(1941년) ‘화사집’에서 관능이 꿈틀대는 탐미주의적 세계를 보여주었고, ‘귀촉도’(48년), ‘동천’(68년)에서는 ‘신라정신’으로 대표되는 영원성의 형이상학적 미학을 파고들었다. 75년 ‘질마재 신화’에서 그의 시는 절정을 이룬다. 질펀한 해학이 돋보이는 산문체 시편들로 고향 마을 곳곳에 서린 옛이야기들을 걸죽하게 풀어냈다. 오는 18일은 미당 탄생 100주년이 되는 날이다. 그러나 전력(前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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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억원 ? 지면기사
검은 돈 흰 돈, 깨끗한 돈 더러운 돈, 목숨 뺏는 돈 목숨 살리는 돈 말고도 명예로운 돈과 불명예스런 돈도 있다. 그 명예로운 돈이 바로 ‘아너 소사이어티(honor society)’의 1억원이다. 본래의 뜻인 ‘우등생 사교클럽’이 아니라 불우이웃 또는 자선단체에 1억원 이상을 기부하면 자동 가입된다는 그 아너 소사이어티 말이다. 그렇다면 그 반대는 뭘까. dishonor 또는 disgrace society(불명예 망신 그룹)’다. 홍준표 경남지사의 1억원이 검은 돈으로 밝혀지면 그는 그 멤버가 돼버린다. 1억원 가치가 명예 불명예로 확 갈리는 거다. 2007년 12월 출범한 아너 소사이어티는 그다음 해 회원이 6명이었던 게 지난해 가입자만 272명이었다고 했다. 방송인 현영, 배우 수애, 가수 현숙 인순이 소녀시대 윤아, 걸 그룹 수지, 축구선수 박지성 등도 가입했고 팝페라 가수 임형주는 지난달 800번째였다.그저께 7.3의 지진이 또 났다는 가엾은 땅 네팔에도 스타들의 1억원 기부는 답지했다. 배우 김혜자와 송일국, 피겨 스케이팅 스타 김연아 등. 그들의 1억원 역시 아너 소사이어티 기부금이긴 마찬가지다. 그런데 레알 마드리드의 축구 천재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0)는 무려 500만 파운드(약 85억원)를 네팔에 기부했다고 영국 데일리메일 지가 지난 9일 보도했다. 1억원의 아너 소사이어티 멤버 피(fee)를 85배나 냈고 그래서 85배나 명예로운 인간임을 과시한 셈이다. 그는 2012년 소말리아 빈곤 아동들에게도 3천만달러(약 320억원)를 기부했다고 했다. 영어 dough는 가루 반죽, 굽지 않은 빵이지만 돈이라는 뜻도 있다. 그러니까 반죽을 익히기 전엔, 바꿔 말해 돈이란 쓰기 전엔 가치가 없다는 거다. 하지만 소시민들에게 1억원은 큰 돈이다.가장 듣기 거북한 말이 ‘돈 먹었다, 뇌물 먹었다’는 거다. 돈맛, 돈독(毒), 돈벼락도…. 중국에선 더러운 놈, 역겨운 놈을 ‘취화(臭貨:처우후이)’라고 한다. ‘냄새나는 돈’이라는 뜻이다. 불명예로 더럽혀진 추명(醜名) 역시 ‘냄새나는 이름(臭名)’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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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문화유산 지면기사
바로 인천 건너편이 중국 산둥(山東)성이고 그곳 취푸(曲阜:곡부)는 공자의 고향이자 세계문화유산인 쿵먀오(孔廟:공묘)가 있어 관광객이 끊이지 않는다. 그 쿵먀오와 더불어 공자 후손이 사는 쿵푸(孔府), 공자 일족의 묘지인 쿵린(孔林) 또한 ‘삼공(三孔)’이라 불리는 관광 명소지만 거기 무료입장 케이스가 있어 흥미롭다. 공자의 말씀이 담긴 논어에서 다섯 가지 관용구(phrase)를 암송 암창(暗唱)할 경우 세 군데 입장료 150元(약 2만5천원)이 무료라는 거다. 이를테면 ‘공자는 온화(溫) 어짊(良) 공손(恭) 검약(儉) 사양(讓) 등 다섯 가지 덕성으로 그 지위와 인격을 이룩했다’ ‘아는 걸 안다 하고 모르는 걸 모른다 하는 게 아는 거다(知之爲知之 不知爲不知 是知也)’ 등 다섯 문구를 암송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놀라운 건 2013년 서비스 시작 후 무려 1만2천명의 중국인이 공짜 통과를 했다는 거다. 꽤 유식한 사람들이다.어마어마한 세계 최장 문화유산도 중국에 있다. 한당(漢唐)의 도읍지 장안(長安→지금의 西安)~낙양(洛陽)~천산회랑(天山回廊)이라 불리는 루트~중앙아시아까지 장장 5천㎞의 실크로드 유적군(遺蹟群)이 작년 6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거다. 그런데 참 별난 유적지도 있다. 하늘에서 보면 꼭 군함처럼 생겼다고 해서 ‘군함도(軍艦島:군칸시마)’인 일본 남쪽 나가사키(長崎)현의 그 폐허 쓰레기에 불과한 섬까지도 세계문화유산 신청을 했다는 거다. 더구나 그곳 하시마(端島)탄광은 한국인 다수가 강제 노역에 시달리다 죽어간 지옥 아닌가. 그런데도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1850~1910년 메이지(明治) 산업혁명의 보편적 가치에 주목, 추천한 것”이라며 한국의 이의 제기에 불쾌감을 표시했고 시모무라(下村博文) 문부과학장관도 일본 근대산업유산은 1910년 일제강점 이전 얘기라며 잡아뗐다.세계문화유산만 해도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그따위 폐허 잔재인 일본 군함도까지도 세계문화유적으로 신청된 반면 이라크 북부 도시의 세계적인 문화유산인 모술(Mosul)박물관 유적과 사라예보 모스타르(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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法의 두 얼굴 지면기사
검찰의 범죄 피의자 소환 수사엔 강한 의문점이 솟는다. 한결같이 오전에 출두시켜 오후~밤샘 수사 끝에 이튿날 새벽에야 풀어준다는 그 점이고 보통 17~19시간이다. 그건 보통사람 보통상식으론 이해 난(難)도 아닌 납득불가다. 검찰 소환 시점이면 의심 정황 선을 넘어 확증 수집이 거의 된 단계 아닌가. 그렇다면 두세 시간이면 충분한 거 아닐까. 피의(被疑)가 확실하든 아니든 그건 인간이 야간수면을 누릴 권리와 자유를 껴 잡아 침탈 박탈하는 인권 유린행위다. 그러는 철야검사의 체력은 또 뭔가. 모두가 철인인가? 영화 ‘터미네이터(끝내는 사람)’의 철갑 두른 아널드 슈워제네거와 같은 기계 인간들인가. 아니면 작금 돌풍을 일으키는 ‘어벤저스(복수자들)’의 최강의 적인 울트론(Ultron) 같은 존재들인가. iron man이든 ultra man(超人) 체력도 좋지만 그런 밤샘 몰아치기 강압수사로 자살한 피의자가 작년에만 22명이었다는 건 문제다. 그래서 ‘사법치사(致死)’라는 말까지 불거졌다.법이란 강력한 야누스→두 얼굴이어야 한다. 하나는 서릿발이 허옇게 비낀 이른바 추상(秋霜)같은 얼굴이고 다른 하나는 인권을 하늘처럼 존중, 억울함을 풀어주는(解寃) 따사로운 얼굴이다. 세월호 선장 등이 상고심까지 간다는 게, 그들을 변호랍시고 한다는 게 가당키나 한 것인가. 인도네시아 자바 섬 교도소는 지난달 29일 외국인을 포함한 마약사범 7명을 총살 집행했고 게리 하버드 미국 유타 주 지사는 사형집행 약물 입수가 부진하자 지난 3월 총살형 부활을 승인했다. 미국 32개 사형제도 주 중 총살형은 유타 주가 처음이다. 국제인권단체 앰네스티 인터내셔널은 지난 4월 1일 ‘작년도 사형집행자가 607명이었지만 중국 벨로루시 베트남 등은 포함되지 않았다’고 했다.대한민국 법은 너무 헐렁하고 무른 데다가 분별없이 남발하는 대통령 사면권 따위도 문제고 무리한 강압수사도 탈이다. 이선애 전 태광그룹 상무의 경우 88세의 치매에도 구속됐었다는 건 피도 눈물도 없는 처사다. 그런 사람을 중국에선 ‘철석인(鐵石人)’이라고 한다. 서릿발 같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