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 소리 없는 살인자
    참성단

    소리 없는 살인자 지면기사

    자동차 업계가 비상이 걸렸다. 오는 9월부터 디젤차 배기가스 규제단계가 ‘유로 6’으로 높아지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국내에서 판매되는 모든 차량은 ‘유로 5’ 기준보다 입자상 물질(PM)은 50%, 질소산화물(NOx)은 80% 가량을 줄여야 한다. 이 조건에 맞지 않는 모든 차량은 생산이나 수입이 전면 금지된다. 새로운 엔진을 개발하거나 기존 엔진을 촉매법 등을 이용해 개선하지 않으면 발을 붙일 수 없다는 얘기다. 유럽연합이 자동차 배기가스 기준에 이토록 목을 매는 것은 ‘미세먼지’ 때문이다.통상 10㎛를 미세먼지라고 한다. 약 60㎛인 머리카락 지름의 6분의 1이다. 2.5㎛ 이하의 먼지는 초미세먼지라고 부른다. 2013년 덴마크의 연구진은 유럽 9개국 30만명의 건강자료와 암환자를 분석한 결과, 미세먼지가 폐암발병과 연관이 있다는 것을 입증했다. 미세먼지가 10 마이크로 그램 상승할 때마다 폐암발생 위험이 22% 증가한다는 것도 밝혀냈다. 그해 국제 암연구소는 디젤차의 매연을 기존 2급에서 1급 발암물질로 상향 조정했다. 그래서 미세먼지를 ‘소리없는 살인자’라고 부른다.자연현상에서 비롯되는 황사와는 달리 미세먼지는 순전히 인공적으로 만들어지는 물질이다. 미세먼지 발생원인 중 하나가 디젤 차가 내뿜는 매연이다. 특히 오래된 디젤 차는 미세먼지의 주범이다. 지난해 파리 시장에 출마했던 안느 아달고는 ‘디젤차 추방’을 공약으로 내세워 당선됐다. 70%가 디젤차를 소유하고 있음에도 파리시민은 그에게 아낌없이 표를 던졌다. 공약대로 2020년까지 파리에서 오래된 디젤차는 모두 사라진다.최근 인하대병원 직업환경의학과 임종한 교수팀과 아주대 환경공학과 김순태 교수팀이 공동으로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 등의 대기오염(분진)이 수도권지역 거주자의 사망에 미치는 영향도’ 조사결과는 충격적이다. 미세먼지 등 대기오염 때문에 수도권지역에서 한해 30세 이상 성인 1만5천여 명이 기대수명을 채우지 못하고 사망한다는 것이다. 이는 수도권 연간 사망자수(30세 이상)의 15.9%를 차지하는 비율이다. 유럽에는 디젤차가 급

  • 징크스
    참성단

    징크스 지면기사

    ‘머피의 법칙(Murphy’s law)’이라는 게 있다. 미국 에드워드 공군기지의 머피 대위가 처음 사용한 말로 ‘일이 풀리지 않고 갈수록 꼬이기만 하는 경우’다. 예컨대 경사 때마다 비가 온다, 애인만 만나면 감기가 든다, 버스만 타다가 모처럼 택시를 탔더니 사고를 당했다, 코피 터지도록 시험공부를 했더니 거들떠보지 않던 문제만 나왔다, 뒤로 넘어져도 코가 깨진다 등 액운이 겹치거나 운수 사나운 경우다. 다시 말해 화불단행(禍不單行)―화가 겹치거나 꼬리를 무는 거지만 반대로 경사가 겹치는 경우도 있어 그걸 ‘샐리의 법칙(Sally’s law)’이라고 한다. 미국 라이너(Rob Reiner) 감독의 1989년 영화 ‘해리(Harry)가 샐리를 만났을 때’에서 유래한 말로 불행한 일만 겹치다가 결국 해피엔딩을 맞는 여주인공이 샐리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머피든 샐리든 그런 법칙이 귀신의 장난 또는 행운의 여신 덕분인가 아니면 100% 우연의 일치일까.머피의 법칙과 비슷한 게 또 징크스(jinks)다. 징크스를 중국에선 회기(晦氣:후이치) 또는 상기(喪氣:쌍치)라고 하지만 晦는 ‘그믐 회’자로 캄캄한 암흑이고 ‘회기성(晦氣星:후이치싱)’은 불행을 관장하는 신이다. jinks가 난장판, 야단법석이라는 뜻도 있어 아무튼 기분 나쁜 말이다. 서양에선 거울을 깨면 7년간 재수가 없고 사다리 밑으로 지나가면 죽는다는 속설이 있지만 1993년 7월 10일자 영국 로이터통신의 ‘코리아 징크스’ 기사가 불쾌하게 웃겼다. 부시 미국 대통령은 한국 음식으로 배탈이 났고 영국의 찰스 다이애나 부부는 한국 방문 후 완전 별거에 들어갔다는 따위였다. 그런 정도 불행이 아닌 거국적인 징크스도 있다. 필리핀의 독재자 마르코스의 부인 이멜다 여사는 해외에서 귀국만 했다 하면 화산이 터지고 대홍수로 7천여명이 죽기도 했다는 거다.그녀와는 반대로 박근혜 대통령은 해외만 나갔다 하면 국내에서 불미스런 사건이 터진다. 이번 이완구 사퇴 건도 예외가 아니다. 머나먼 중남미 순방의 성과라도 크다면 좋으련만…. YS의 13차례 해외순방 비용은 49

  • 춘곤증 졸음운전
    참성단

    춘곤증 졸음운전 지면기사

    춘곤증 졸음운전 사고가 과속운전 사고의 2배가 넘고 겨울보다 봄철 사고가 16% 많다는 게 최근 5년간 도로공사 조사 결과였다. 중국엔 ‘춘곤추핍(春困秋乏:춘쿤치우파)’이라는 말도 있다. 봄엔 졸리고 가을엔 노곤하다는 거다. 그럼 여름과 겨울엔? 일본에선 춘곤증이 ‘게다루사’→‘어쩐지 나른함’이다. ‘어쩐지’는 무슨! 그런데 고속도로 졸음운전뿐 아니라 비행기 조종사가 비행 중 꾸벅꾸벅 존다면 어떨까. 2012년 9월 그리스 아테네에서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으로 날던 네덜란드 저가항공 트랜사비아(Transavia)의 보잉737기가 이륙 약 2시간 반 후 기장이 화장실에 다녀오자 부조종사는 쿨쿨 잠들어 있었다. 자동항법 장치가 없다면 어떻게 됐을까. 2004년 3월 23일 일본 하네다(羽田)공항→야마구치(山口)현 우베(宇部)시로 향하던 보잉767―300 비행기도 고도 1만2천m 상공에서 기장이 꾸벅꾸벅, 부기장이 깨웠지만 몇 분 후 다시 고개가 늘어졌다.고속열차도 예외는 아니다. 2003년 2월 26일 일본 오카야마(岡山)역에 진입하려던 신칸센(新幹線) 히카리(光)126호는 정차 위치보다 100여m 못 미쳐 자동열차제어장치(ATC)에 의해 멈춰 섰다. 춘곤증이 아니라 ‘하곤증(夏困症)’도 문제다. 2011년 8월 중국 시아먼(廈門)→닝보(寧波)의 시속 195㎞ 열차 조종사가 조는 모습이 남방일보(南方日報)에 실려 화제가 됐고 그 해 11월에도 시아먼→원저우(溫州) 고속열차 조종사의 옆으로 꺾인 고개 모습이 인터넷에 올라 말이 많았다. 졸음 방지책은 없을까. 서울 지하철공사(1~4호선)가 한 해 구매하는 승무원용 졸음 방지 껌이 약 13만 통이라고 했다. 껌을 씹으면 대뇌를 자극, 졸음을 쫓는 효과가 있다는 거다.국제회의에서도 조는 사람은 있다. 우즈베키스탄 카리모프(Karimov)대통령의 2~3초 조는 동영상을 방영했다는 이유로 그 나라 국영TV 총재의 목이 날아갔다는 게 2003년 5월 15일자 이즈베스티야(Izvestiya)지 보도였다. 불경(阿含經)에 나오는 아니룻다(阿那律)라는 사람은 이를 악물고 졸음

  • 불태워진 태극기
    참성단

    불태워진 태극기 지면기사

    세월호 시위대가 태극기를 불태웠다. 그것도 대한민국 심장부인 광화문 광장에서 그랬다는 거다. 참으로 쇼킹, 소름 끼치는 사건이 아닐 수 없다. 어떻게 대한민국 우리나라 우리 국민이 신성한 우리 땅에서 나라의 심벌이자 낯이며 국가 브랜드, 마크, 로고그램(부호)인 태극기를 불태울 수 있다는 건가. 그들은 조국, 모국이란 발음만 들어도 가슴이 뭉클 미어질 듯 벅찬 대한민국 국민도 아니고 결코 공동체 ‘우리’의 일원이 아닌 우리 밖 존재들 아닌가. 일제에 나라 잃은 설움을 뼛속까지 통절히 경험한 세대, 6·25 전쟁의 적화 공포로부터 나라를 지켜낸 노년 세대, 그들은 휘날리는 태극기를 쳐다보기만 해도 얼마나 감격스러웠던가. ‘흙 다시 만져 보자/ 바닷물도 춤을 춘다…’는 광복절 노래도 그랬고 ‘돌아오네 돌아오네 고국산천 찾아서/ 얼마나 그렸던가 무궁화 꽃을/ 얼마나 외쳤던가 태극 깃발을…’ 일제 징용에서, 강제노역으로부터 귀국할 때 목청껏 외쳤던 ‘귀국선’ 노래도 감격이었다.‘조국은 부모보다도 조상보다도 귀하며 숭고하고 신성하다’는 게 소크라테스 말씀이었다. 그런 조국의 얼굴인 태극기를 국기가 아니라며 경례를 거부한 이석기 같은 부류, 공식행사 때 애국가도 안 부르는 집단도 엄연히 존재하긴 하지만 엊그제 광화문에서 태극기를 불태운 시위대에겐 국기 부정, 거부 정도를 넘어 아예 태워버려야 할 천 조각으로 여긴다는 건가. 만약 북한 금수산궁전 앞에서 북한의 국기인 인공기(人共旗)를 불태운 자가 있다면 어떻게 될까. 즉각 처형장으로 끌려갈 거다. 대한민국 우리 땅! 얼마나 신성하고도 자유로운 곳인가. 태극기는 만국기 중에서도 가장 독특하고 의미심장 심오하다. 흰 바탕은 백의민족, 가운데 원형은 음양의 창조 정신, 가장자리 4괘는 무궁과 광명 정신 등.‘태극기를 불태우면 5년 이하 징역, 또는 금고에 처한다’는 게 형법 105조 규정이다. 하지만 처벌 사례는 없다고 했다. 그 범인들을 광화문 광장에 세워 ‘나는 자랑스러운 태극기 앞에 자유롭고 정의로운 대한민국의 무궁한 영광을 위하여 충성을 다할 것을…’이라는 ‘국

  • 식물 총리
    참성단

    식물 총리 지면기사

    일본에선 수상(首相:슈쇼) 또는 ‘총리대신(總理大臣:소리다이진)’을 줄여 ‘총리’라고 하지만 국회에서 총리를 부르는 소리가 ‘sorry, sorry’처럼 들리기도 하고 강아지 부르는 소리 같기도 하다. 중국서는 또 대통령을 ‘총통(總統:쭝퉁)’, 국무총리를 ‘총리(總理:쭝리)’라고 해 마치 總자 돌림 형제 이름 같다. 그런데 지금 대한민국에선 이완구 총리 소리로 귀가 따갑고 식물 총리니 시한부 총리라는 등 분분하다. 3천만원 뇌물 설과 경망한 말투로 만인지상 총리가 ‘만인지하(萬人之下)’로 곤두박질쳤고 박근혜 대통령이 27일 남미 순방에서 귀국 즉시 그의 감투는 벗겨진다는 거다. 18일자 도쿄신문도 ‘한국수상 裏金의혹 사임농후, 취임 2개월에’라고 보도했다. 裏金(이금:우라가네)이란 뒷거래 돈이다. 원래 구두창에 박힌 징이 ‘裏金’이다. 탭(tap) 댄서의 달가닥 소리 요란한 그 구두 밑바닥 쇠붙이다. 그런 걸 이 총리가 왜 받았다는 건가.식물 총리란 대통령 책임제 국가는 다 그렇지만 썩 드문 예도 있긴 있다. 대통령→총리→대통령인 러시아의 푸틴은 총리 때도 대통령(메드베데프) 머리 위에 앉아 있었다. 그러니 현재의 메드베데프 총리야말로 대표적인 식물 총리가 아닌가 싶다. 총리 책임제 국가의 대통령 또한 식물 대통령이긴 마찬가지다. ‘독일의 대처’라는 메르켈 총리 밑(?)의 가우크(Gauck) 대통령이나 모디(Modi) 인도 총리 휘하(?)의 대통령 무커지(Mukherjee)도 그렇고 아주 딱한 관계가 나폴리타노(napolitano) 이탈리아 대통령과 마테오 렌치(Renzi)총리로 각각 90세와 40세다. 실권 없는 국왕 역시 다를 바 없다. 의원내각제 국가인 영국 일본 네덜란드 등의 국왕은 상징적인 존재다. 식물로 치면 된통 비싼 난초 같은….취임하자마자 부정부패를 일소하겠다며 도끼날을 치켜들었던 이 총리가 ‘제 발등’부터 찍을 줄이야! 도쿄신문은 그걸 도끼가 아닌 돌멩이로 여겼던지 던진 돌이 ‘튀어 되돌아온 격’이라고 했다. 그래도 “총리의 소임을 한 치의 오차 없이 운운”했다. 3.3㎝가 한 치다

  • 거짓말
    참성단

    거짓말 지면기사

    우리 조상들이 사용한 욕(辱)중 가장 심한게 뭘까. 금방 떠오르는 건 ‘육시(戮屍)랄 놈’이다. 육시란 옛날 형벌의 하나로 죽은 사람의 시신을 묘에서 파내 머리를 베고, 팔 다리 몸을 6조각으로 다시 가하는 참형이다. 부관참시(剖棺斬屍)와 같다. 생각만 해도 끔찍하지만 우리 조상들은 ‘성(姓)을 갈 놈’을 가장 심한 욕이라고 생각했다. 전통 씨족 사회에서 동네 어른들이 ‘성을 갈아야 할 놈’이라고 하면 그 마을을 떠나야 했기 때문이다. 미국사회에서 가장 심한 욕은 ‘거짓말쟁이’다. 미국인들은 거짓말을 가장 싫어한다. 거짓말쟁이로 한 번 낙인이 찍히면 직장에선 왕따를 당한다. 닉슨이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도중하차 한 것도, 사건 자체도 용서받지 못할 일이었지만, 무엇보다 ‘거짓말한 것’에 국민들은 등을 돌렸다. 링컨의 별명은 ‘어네스트(honest·정직)’였고, 대통령직을 물러날때 닉슨의 별명은 ‘라이어 (liar·거짓말쟁이)’였다. 영국도 다를 바 없다. ‘거짓말쟁이’로 낙인찍히면 모든 것이 끝이다. 영국의회에는 금기어가 있다. 동료의원들에게 ‘강아지’ ‘돼지’ ‘반역자’라는 말을 써선 안 된다. ‘바보’ ‘바리새인’ ‘악당’ ‘위선자’ ‘비겁자’라는 말을 써서도 안 된다. 특히 그중 ‘거짓말쟁이’라고 비난을 하면 그건 끝이다. 생사를 가르는 결투신청을 받아들여야 하기 때문이다.‘돈봉투’의 효시를 ‘드 바레이예의 송금봉투’라고 보는 사람이 많다. 드 바레이예는 루이 14세때 특허를 내고 우편함을 설치해 우체국 장사를 했다. 그는 자기 회사 우편봉투를 사용한 것만을 우편물로 받았다. 그러다가 돈을 송금해 주면서 더 많은 수수료를 챙겼다. 배가 아팠던 라이벌 업자가 생쥐를 우편함에 넣어 돈을 갉아 먹게 만들었다. 이때 사라진 ‘돈봉투’. ‘배달사고’의 기원설이다. 돈봉투냐 음료수 박스냐, 직접 받았냐 배달사고냐를 두고 우리 정치판은 이미 쑥대밭이 되었다. 줬다는 사람은 50여분의 녹취록과 55자의 메모만 남겨두고 스스로 목숨을 버렸다. 녹취록과 메모에 거론됐던 정·관계 인사들은 사실을

  • 쿠바의 선택
    참성단

    쿠바의 선택 지면기사

    중국에선 쿠바(Cuba)를 ‘구빠(古巴:고파)’라고 한다. 쿠바 하면 ①사탕수수공화국 ②누런 두루마리 시가(담배) ③미국 다음으로 오랜 1878년 시작해 올림픽 금 3번, 월드컵대회 우승 25번 등 야구의 나라 쿠바부터 연상할지 모르지만 카스트로의 연인이자 혁명동지인 나탈리아 레부엘타(89)가 지난 2월 사망했다. 그녀와 함께 ‘쿠바의 인물’이라면 단연 카스트로 형제다. 89세의 털보 형 피델 카스트로(Fidel Castro), 그 사회주의 혁명가는 노환 중이고 현 국가원수인 국가평의회의장은 84세의 동생 라울(Raul) 카스트로다. 그가 지난 11일 아들뻘인 54세의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그야말로 ‘역사적인 악수’를 했다. 그 날 남북 아메리카와 카리브 해 제국 등 35개국의 제7회 미주 서미트가 중미 파나마 수도 파나마에서 열렸고 거기서 미국과 쿠바 정상이 1961년 케네디 정권 때의 국교 단절 후 59년 만에 화해의 악수와 회담을 한 것이다. 그 역사적인 악수를 중국 언론은 ‘미국과 쿠바가 얼음을 깼다(美古破冰)’ ‘미주가 개벽, 한 조각 푸른 하늘이 열렸다’고 했다.스페인의 식민지 쿠바를 독립시켜 준 미국을 배반, 형 카스트로가 사회주의 혁명을 일으킨 건 1959년이었다. 그로부터 소련과 제휴, 미사일기지를 구축하는 등 전쟁 위기가 고조되자 수십만 쿠바인이 일의대수(一衣帶水) 플로리다 해협을 건너 미국으로 탈출했다. 그 플로리다 주 출신인 상원의원으로 지난 13일 대선 출마를 선언한 공화당의 43세 마르코 루비오(Rubio)도 그때의 이주민 후예다. 히스패닉계 대표 정치인인 그의 패기가 미·쿠바 화해 무드를 탄 것이다. 두 나라는 이제 국교 재개 수순을 밟고 오바마 대통령은 쿠바의 테러 지원국 해제도 선언했다. 이란 핵 타결에 이은 거창한 업적이 아닐 수 없다. 이제 북한만 남았다.역사적인 악수야 한반도에서도 없지 않았다. 2000년 DJ와 김정일, 2007년 노무현과 김정일 등. 그 덕에 DJ는 노벨상을 탔지만 그와 노무현이 안겨준 도합 10조원으로 김정일은 핵을 만들었다. 그쪽도 고인의 생일

  • 디지털 디톡스
    참성단

    디지털 디톡스 지면기사

    미국의 조사회사 해리스 인터랙티브((Harris Interactive)가 성인 2천명을 조사한 결과 20~30대의 10%가 섹스 중에도 스마트폰을 들여다본다고 했다. 그 뉴스를 기다렸다는 듯이 발표한 의학 연구 보고서는 ‘하루 4시간 이상 스마트폰에 집중할 경우 남성의 정자 25%가 운동을 멈추고 9%의 유전자가 손상을 입는다’는 것이다. 그럼 난자는? 정자 마중을 안 나가는 게 아닐까. 스마트폰 중독 증후군이 심각하다. 허깨비 잡듯 이름도 거창한 ‘미래창조과학부’와 한국정보화진흥원(NIA)이 13일 발표한 실태조사 결과 역시 PC중독은 줄어드는 대신 스마트폰 중독은 100명 중 14명이 위험 단계라는 거다. 길거리서 충돌, 부상하는 것쯤은 문제도 아니다. 순간 영상 감지능력은 뛰어난 반면 논리적 인지능력 등이 떨어지는 이른바 ‘디지털 치매’에 걸리는가 하면 시력 혹사로 젊은 녹내장 환자까지 발생한다는 거다.일본에선 스마호, 중국에선 즈넝서우지(智能手機→지능손기계), 북한에선 ‘똑똑한 손전화’인 스마트폰! 그게 없으면 극도의 불안감에 빠진다는 ‘노 모 포비아(No mo phobia→노 모바일 공포증)’가 문제고 부작용과 폐해도 문제다. 그렇다고 사용금지령을 내릴 수도 없고 뾰족한 해결책은 없을까. 그래서 벌어지기 시작한 계몽(?)운동이 ‘디지털 디톡스(detox)’고 이미 3년 전부터다. detox는 ‘독을 제거한다’는 의학용어 detoxicate의 준말로 인체의 유해 물질을 해독한다는 뜻으로 쓰이지만 세계적인 IT기업인 구글의 에릭 슈미트(Eric Schmidt) 회장이 2012년 5월 20일 미국 보스턴대 졸업식 축사에서 강조했다. “인생은 모니터 속에서 이뤄질 수 없다. 하루 한 시간 만이라도 휴대폰과 컴퓨터를 끄고 사랑하는 이의 눈을 보며 대화하라”고.디지털 기기 중독에서 독을 제거하는 디지털 디톡스는 좀 필요한 정도가 아니라 필수다. digital의 원뜻은 ‘손가락, 손가락 모양’이고 피아노나 오르간 건반의 건(鍵)이다. 그러니까 디지털 독(손가락 독)을 제거하지 못하면 손가락이 마비, 스마트

  • 인생 4季
    참성단

    인생 4季 지면기사

    지는 벚꽃이야 내년 봄 또 피고 비발디 ‘4계(季)’와 글라주노프(Glazunov), 하이든 등 4계도 언제든 연주는 가능하다. 하지만 단 한 차례 인생의 봄과 4계는 다시 올 수 없다. 그런데 올봄에도 눈물겹도록 놀라운 광경이 일본 중부 기후(岐阜)현 모토스(本巢)시에서 벌어졌다. 천연기념물 ‘우스즈미(淡墨) 사쿠라’가 만개한 거다. 벚꽃나무 수령이 무려 1천500년이 넘고 나무 둘레가 9.9m나 되는 거목으로 사방에 지팡이처럼 버팀목을 잔뜩 받치고 서 있는데도 해마다 봄이면 벚꽃이 만개한다. 1천500년이 넘게 살고 있다면 동로마제국 시절부터, 백제 무령왕릉 시대부터 그 자리에 버티고 서 있었고 미개한 왜국이 백제로부터 선진 문물을 받아들이던 그 모습부터 묵묵히 지켜보고 있던 연륜 아닌가.나무가 얼마나 오래 살고 해마다 4계를 멋지게 누리는지를 알면 숨이 멎을 것 같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 시에라네바다 산맥 서쪽 산록인 해발 2천m 고지엔 ‘시쿼이어 자이갠티어(Sequoia Gigantea)’라는 나무의 제왕이 버티고 서 있다. 둘레가 45m, 키 120m의 그 나무는 수령이 물경 3천600년이다. 석가모니가 눈을 감아 열반에 들 때 이미 1천살이 넘었고 예수 탄생 때도 1천600살이 넘었다. 그 나무가 얼마나 유명한가는 ‘시쿼이어 국립공원’이라는 이름이 그 나무 이름에서 왔다는 것만으로도 증명한다. 인간은 일회용 인생 4계를 고이, 온전히 누린다 해도 100년에도 못 미친다. 이 인생 4계를 그런 고목들이 굽어본다면 얼마다 가소롭다, 긍휼히 여길 것인가.3천600살? 더 오랜 고목도 있다. 일본 남쪽 가고시마(鹿兒島)현 야쿠시마(屋久島)엔 더더욱 놀랍게도 7천200년이나 된 ‘죠몬스기(繩文杉→새끼줄무늬 삼나무)’가 있다. 사진만 봐도 입이 벌어진다. 우리 땅에도 울산 떡갈나무, 울릉도 향나무는 2천살이다. 동물도 오래 산다. 심해조개 400년, 고래 200년, 거북 177년이다. 한 번뿐인 인생 4계. 그나마 여름, 가을로 끝내기엔 너무 짧고 허망하다. 그런데 ‘새가 죽을 때 그 울음이 슬프고 사

  • 돈+권력 유착
    참성단

    돈+권력 유착 지면기사

    돈 없으면 정치도 못하고 권세가 밀어주지 않으면 기업 발전도 더디다. 그래서 들러붙게 마련이지만 찰떡 정도야 후딱 떨어지면 그만이지만 수술이 불가피한 건 유착 상태다. 그런데 정경유착의 ‘유착(癒着)’이라는 말은 의학 용어다. 외과 의사들이 수술 때 또는 회진(回診) 때 저희끼리 수군수군 주고받는 암호 같은 말이 어드히전(adhesion)이니 니팅(knitting)이고 그게 바로 ‘유착’이다. 모체의 태반이 자궁벽에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는 상태가 ‘태반 유착’이듯이 하나의 장기, 기관(器官)이 생리적으로 관계없는 다른 장기 또는 다른 기관에 조직적으로 얽히고설키는 결합, 그런 상태가 유착이다. 머리끼리, 배끼리, 등끼리 붙은 샴쌍둥이의 이신동체도 다름 아닌 유착 상태다. 거기에 연결 고리 따위는 따로 없다. TV 앵커나 토론회 참가자들이 걸핏하면 일컫는 정경유착의 ‘고리’란 있을 수 없다.그런데 유착이라는 말이 한국과 일본(유차쿠)엔 있지만 중국엔 없다. 그럼 돈+권력 유착이 중국엔 없을까. 목하(目下) 유착수술을 기다리는 인물은 전 최고 지도부의 일원이자 정치국 상무위원이었던 저우융캉(周永康)이고 그가 뇌물수수로 불린 재산은 900억元(약 16조2천억원)이라고 했다. 공개재판, 바꿔 말해 돈+권력 유착 분리수술을 공개한다니까 피깨나 흘리는 몰골을 구경할 참이지만 우리 정부가 선언한 부패 척결의 ‘척결’은 더 무서운 말이다. 생선처럼 뼈를 발라내고 살을 긁어낸다는 뜻이다. 그러자면 그 또한 피깨나 흘릴 게 뻔하다. 초등학교 중퇴로 2조원대의 기업을 일으켰고 국회의원 금배지까지 달았던 입지전적 인물 성완종! 산야에 봄꽃 흐드러지고 녹색 이파리 다투듯 돋아나는 희망찬 이 계절, 64세 한창나이의 자살이 너무 안타깝다.하지만 그의 자살 후폭풍이 만만찮다. 어느 TV에선 ‘핵폭탄’이라는 소리까지 불거졌지만 핵폭발은 몰라도 미제(製) 토네이도 급? 더욱 아슬아슬한 건 성완종 뇌물 리스트에 오른 여권 실세 8명 중 ‘1원이라도 받았다면 정계를 은퇴하겠다’는 홍문종의원의 장담이다. 그리고 또 한 사람, “어어, 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