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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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적(符籍) 지면기사
부적(符籍)의 사전적 의미는 ‘잡귀를 쫓아내고 재앙을 물리치기 위해 붉은색으로 글씨를 쓰거나 그림을 그려 몸에 지니거나 집에 붙이는 종이’다. 보부(寶符)·신부(神符)·음부(陰符)·주부(呪符) 모두 같은 의미로 쓰인다. 부적의 기원은 헤아릴 수 없을 만큼 오래됐다. 우리 조상이 바위나 동굴에 주술적인 그림을 그리던 원시시대의 암각화(岩刻畵)가 그것이다.종이에 붉은 글씨를 쓴다고 해서 모두 부적으로서의 효험을 갖는 것은 아니다. ‘한국 민족문화 대백과사전’에 따르면 부적을 만드는 사람은 아침 일찍 일어나 세수하고 깨끗한 의복으로 갈아입고 동쪽을 향하여 정수(淨水)를 올리고 분향한 뒤 이를 딱딱딱 세 번 마주치고 주문을 외운다. 그런 다음 부적을 ‘그린다’. 재료는 경면주사(鏡面朱砂)나 영사(靈砂: 수은을 고아서 만든 약재)를 곱게 갈아 기름이나 설탕물에 잘 개서 쓴다.부적은 목적과 기능에 따라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첫째가 관직·입학·건강·수명연장이 목적인 부적으로 칠성부(七星符)·소망성취부(所望成就符)·초재부(招財符)·재수대길부(財數大吉符)·대초관직부(大招官職符)·합격부(合格符)·생자부(生子符)·가택편안부(家宅便安符)·만사대길부(萬事大吉符)가 여기에 포함된다. 둘째로 사(邪)나 액(厄)을 물리침으로써 소원을 이루는 부적으로 재앙을 예방해 주는 삼재예방부(三災豫防符), 악귀를 물리치는 귀신불침부(鬼神不侵符)·벽사부(僻邪符)·사마제압부(邪魔制壓符)·축사부(逐邪符)·비수불침부(飛獸不侵符)·야수불침부(野獸不侵符)·상문부(喪門符)·오귀살(五鬼殺)·귀문관살부(鬼門關殺符) 등이 있다.우리나라 사람들은 부적을 좋아한다. 한국사람의 70%가 부적을 가져 본 적이 있으며 그중 30%가 부적의 힘을 믿는 것으로 조사된 적이 있다. 종교에 따라 호·불호가 분명히 다르지만 부적에 대한 믿음이 식지 않는 것은 원시적 주술(呪術) 신앙이 한국인의 잠재의식 속에 뿌리내려 있기 때문이다. 요즈음 부적을 몸에 지니고 다니는 사람이 크게 늘고 있다고 한다. 인터넷에 ‘부적’이라도 치면 관련 광고가 수십 개가 뜬다. 배가 침몰하고,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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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만송이 장미 지면기사
인명이야 하늘에 달렸다. 메르스 따위 전염병에 걸려 죽을까 두려운가. 미세먼지도 없는데 마스크 따윈 벗어던지고 냉큼 가 볼 데가 있다. 부천 백만 송이 장미공원이다. 거기 새빨간 장미의 강렬한 향기에 아뜩하게 취해보는 건 어떨까. 어느 듀엣의 노래 ‘어쩌면 당신은 장미를 닮았네요…’나 네메시스(Nemesis)의 ‘베르사유의 장미’―‘바람 한 점 없어도 향기로운 꽃/ 가시 돋쳐 피어나도 아름다운 꽃…’이라도 흥얼거리며…. 일본 가수 스즈키 히로코(鈴木宏子)의 노래 ‘베르사유의 장미’도 있다. ‘와다시와 바라노 사다메니 우마레타/ 하나야카니 하게시쿠 이키로토 우마레타…(나는 장미의 운명으로 태어났다/ 화려하고 맹렬하게 살아가도록 태어났다…)’ 아니면 그리스신화의 미청년 아도니스(Adonis)부터 상상해 본다든지…. 그가 사냥에서 멧돼지에 받혀 죽자 그의 피에서는 아네모네가, 그를 사랑한 여신 아프로디테의 눈에서는 장미가 피어났다고 하지 않던가!오페라 ‘여름의 마지막 장미’를 기억해도 좋다. 영국의 시인 토머스 무어(Moore)의 시집 ‘아일랜드 가곡집(Irish melodies)’에 수록된 민요 ‘여름의 마지막 장미’를 가곡화한 그 오페라 말이다. 하지만 그 오페라는 ‘마지막 장미’ 그 말이 슬프다. 여름 막바지, 가을 문턱에 단 한 송이만 남아 쓸쓸해 보이는 장미에 애정을 퍼부은 노래가 ‘마지막 장미’다. 그러니까 ‘여름의 마지막 장미’ 한 송이 고고히 남기 전에 백만 송이 장미공원으로 달려가 깡그리 사열하듯 진한 향기에 취해 보는 게 어떨까. 로마자를 쓰는 대부분의 서양 장미는 거의가 rose(스페인은 rosal)고 러시아도 ‘로자’로 비슷하지만 일본에선 장미를 한자음 ‘쇼비’보다 ‘바라’라고 부른다. 중국에선 또 ‘메이꾸이(매괴:매괴)’라고 한다. 우리말에선 해당화가 매괴지만.세상은 삭막하고 살벌하고 불안하고 추악하고도 메스껍다. 세상만사 접어두고 밀쳐둔 채 백만 송이 장미향기 가득한 장미축제 공원에나 가 보라고 재촉하고 싶다. 그래서 정신이 아찔하고 아뜩하도록 향기에 취해 보라고. 그리고 연인을 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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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질 괴병 지면기사
조물주가 인간을 진흙(?)으로 빚어 만들 때 질병도 함께 만든 건 왜? ‘그거야 병원 의사들을 먹여 살리려고’가 우스개 답이라지만 ‘사백사병(四百四病)’이라고 했다. 인간의 5장(五臟)에 있는 각각 81종의 병을 합친 405종의 병 중 ‘죽는 병’을 제외한 404종의 병을 일컫는 말이다. 다시 말해 인간은 죽는 병을 빼고 404개 질병을 앓는다는 거다. 그렇다면 그 404종의 병은 왜 생기는가. 인간은 지수화풍(地水火風) 4대 조화로 이뤄지는데 그 조화가 깨지는 게 원인이라고 불교에선 말한다. 그럼 판도라상자에서 쏟아진 질병의 가지 수는? 그것도 그쯤 될지 모르지만 별난 건 이집트신화엔 병을 맡은 역병의 신 세크메트(Sekhmet)가 있고 반대로 불교의 위태천(韋太天)은 병마 퇴치를 담당한 신이라는 그 점이다. 그럼 둘이 싸우면 누가 이길까. 끝도 없는 승부, 인류의 종말까지 계속될 싸움 아닐까.그런데 2002년 7월 어느 생명보험회사가 창구에 내건 인간의 질병은 6천656가지였다. 그 많은 질병과 사고를 다 보장한다는 상술 표시였지만 지금은 더 늘어났을 거다. 2012년 첫 사례가 기록됐다는 중동호흡기증후군 따위 신종 전염병뿐 아니라 별의별 괴질 괴병이 잇달아 발생하기 때문이다. 드디어 중동인도 아닌 한국인들이 중동 호흡병으로 죽었고 언제쯤 괴질의 기세가 꺾일지는 아무도 모른다. ‘병불이신(病不離身)’이라고 했다. 생로병사까지 ‘질병이 몸에서 떠나지 않는다’는 말이다. 그런데 더 유별난 사람도 있어 종교개혁자 마르틴 루터는 평생 24가지의 중병을 앓아 ‘움직이는 병원’이라 불렸다. 시성 두보(杜甫)도 말라리아만 3년을 앓았고 폐렴 소갈병(당뇨) 관절염 신경통 등에 시달렸는가 하면 세종대왕도 고혈압 당뇨 수전증(파킨슨병) 등창(피부병) 요도염 방광염에다가 안질도 실명에 가까웠다.생로병사에서 ‘병’을 건너뛰어 살 수야 없겠지만 유별나게 평생 병추기(병주머니)로 살지 않는 것만도 다행인지 모른다. 그 많은 위인 천재가 시달렸던 정신병은 또 어떤가. 눈만 뜨면 TV에 뜨는 멀쩡해 보이는 정신질환자 또한 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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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國害의원’ 지면기사
엊그제 신문 광고면에 ‘國害의원’이라는 말이 떴다. 나라에 해만 끼치는 ‘국해’의원이라는 뜻이겠지만 원래의 놀고먹는 국회, 절뚝거리는 파행(跛行) 국회, 비척거리는 ‘낭창 국회’가 ‘국해’의원으로까지 국민의 눈에 비친 것인가. 내친김에 이런 조어들은 또 어떤가. 게처럼 가로만 기는 ‘국해(國蟹)의원’, 뇌물이나 바치는(발키는) ‘국회(國賄)의원’, 핑곗거리 찾아 (해외) 외유나 즐기는 ‘국회(國徊)의원’과 ‘국회(國廻)의원’ 등. 徊는 ‘노닐 회’자, 廻는 ‘돌 회’자다. 나라를 그르치는 ‘국회(國誨)의원’, 나라를 훼손, 망가뜨리는 ‘국훼(國毁)의원’은 또 어떻고. 이런 평가라면 우리 국회의원뿐만은 아니다. 어느 나라 국회든 민생은 뒷전이고 당파싸움과 이권싸움에만 이골이 난, 결코 선량도 아닌 ‘악량(惡良?)’들이 지배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the Lower House가 하원(下院)이고 ‘최저(lowermost)의 집’ 구성원이 국회의원들이다.미국 정치 전문지 Politico가 매년 갤럽의 ‘의회 업무수행 지지도 조사’를 인용, 발표하지만 그 지지도 10%를 넘기도 어렵다. 2013년 11월 조사 결과도 9%였고 작년에도 10%에 불과했다. 심지어 현 집권당인 민주당 당원들의 자기네 당 지지도조차도 다를 바 없다. 그럼 대한민국 국회의 국민 지지도는 몇 %쯤 될까. 단 5%도 넘지 못할 게다. 이권에 얽히기 쉬운 국회의원 법안 발의라는 것도 거의가 엉터리 규제를 담고 있는 데다가 크게는 나라 경제 활성화정책 등을 사사건건 태클, 저해하고 있지 않은가. 엊그제 공무원연금 개혁안 등 67개 안건을 통과시켰지만 대통령이 목마르게 재촉한 경제활성화 법안들은 하나도 처리되지 않았다고 했다.이번 국회법 개정안만 해도 행정부의 시행령이 국회 모법 취지에 어긋난다고 해서 깡그리 개정을 요구한다면 3권 분립 원칙이 오버랩되는 거 아닐까. 그런 국회법 개정안을 공무원연금 개혁안에 끼워 통과시킨 야당이나, 그 부실한 공무원연금법을 엉뚱한 법 따위와 빅딜한 여당이나 난형난제 아닌가. 수출과 내수경기 등 경제지표도 안 좋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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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東호흡기증후군 지면기사
이건 또 뭔가. 중동호흡기증후군(Middle East Respiratory Syndrome)―메르스(MERS)라면 중동에서의 호흡이 다른 지역 호흡과는 다르다는 건가. 고열과 밭은기침, 호흡곤란이 주 증상이라는 메르스는 바레인을 다녀온 70대 남성이 지난달 15일 첫 확진 판결을 받은 후 환자가 점점 늘어 방역 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게다가 홍콩 경유, 중국에 출장 간 40대 남성이 26일 광둥(廣東)성 후이저우(惠州)시 병원에서 메르스 감염이 확인돼 중국 TV가 뉴스시간마다 ‘중국 확진, 첫 수입성 중동호흡기증후군(中國確診 首例輸入性 中東呼吸綜合征)’을 보도하는가 하면 홍콩도 18명을 격리 중이라고 했다. 중동호흡기증후군은 2003년 홍콩서 발생한 중증 급성호흡기증후군인 사스(SARS)처럼 코로나(Corona) 바이러스에 의한 전염병으로 2012년 첫 인간 감염 사례가 기록된 바 있다.얼마 전까지는 또 전 지구촌 촌민을 바짝 긴장시켰던 게 서아프리카의 에볼라(Ebola)였다. 무려 2만7천13명이 감염, 1만1천134명이 사망한 에볼라는 금년 상반기로 종결 처리될 거라는 전망이었지만 세계보건기구(WHO)의 에일워드 사무국장보는 26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회견, 에볼라 출혈열 종식을 금년 말까지로 내다봤다. “지난주에도 아프리카 기니와 시에라리온에서 신규 에볼라 감염 사례가 12건이나 발생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미국 질병대책센터(CDC)는 또 뉴저지 주의 한 남성이 지난달 20일 서아프리카 라이베리아에서 귀국한 후 라사(Lassa)열 바이러스 감염이 확인돼 치료를 받았지만 25일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1969년 나이지리아 라사에서 발견된 출혈열 질환인 라사가 에볼라와 비슷한 전염병이라면 이번 중동호흡기증후군은 사스와 4촌간인 질병이다.아프리카와 중동 다음엔 어느 지역 전염병이 창궐할 참인가. 알렉산더대왕은 33세에 열병으로 죽었고 최초로 동력 비행기를 발명한 라이트(Wright) 형제 중의 형 윌버 라이트도 45세에 장티푸스로 숨졌다. 조선조 연산군과 현종 경종도 전염병으로 가셨고…. 괴질 전염병을 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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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라미 전술 지면기사
사랑에도 기술이 있듯, 협상(協商)에도 다양한 방법들이 있다. ‘협상의 성공학’ ‘협상 이렇게 하라’ 등 서점에 가면 협상을 주제로 한 책들이 한 서가를 가득 메울 정도로 협상은 세일즈에 기본이다. 우리가 가장 많이 들어 본 협상은 단연 ‘벼랑 끝 전술 ( Brinkmanship )’이다. 말 그대로 더 이상 물러설 수 없는 벼랑 끝에 서서 협상하는 것으로, 막다른 상황에서 초강수를 띄워 위기에서 탈출하는 특유의 협상전술이다. 상대방을 겁먹게 만들어 목적을 달성하는 것으로 주로 북한이 쓰는 전술(戰術)이다.‘니블링(nibbling)’이라는 것도 있다. 협상의 마지막 단계에서 작은 것 하나를 더 받아 내는 기술이다. 큰 물건을 매입하기로 했을 때, 좀 치사한 방법이지만 작은 물건 하나를 덤으로 요구하는 경우가 그것이다. 하지만 상대방이 더 노련한 협상가일 경우, 난감한 일이 발생하곤 한다. 그쪽에서 ‘카운터 니블링( Counter nibbling ) ’으로 맞대응하는 경우가 종종 있으니까 말이다. “덤을 줄테니 이거 하나 더 사가라”하는 식이다.‘벼랑 끝 전술’이 대화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책략이라면, ‘살라미(Salami) 전술’은 협상 과정에서 의제를 자신에게 유리하게 전개하기 위한 전술이다. 이탈리아의 소시지 살라미에서 따온 말로, 하나의 과제를 두고 부분별로 세분화해 쟁점화 함으로써 하나씩 해결해 나가는 협상 전술이다. 협상 테이블에서 목표를 단숨에 관철시키는 것이 아니라 단계를 최대한 잘게 나누어 차례로 각각에 대한 대가를 받아냄으로써 이익을 극대화해 나가는 전술이다. 다만 지지부진한 협상으로 화가 나고 울화 터지게 만드는게 큰 단점이다.이번 공무원연금법 협상에서 새정치민주연합은 ‘살라미 전술’을 들고 나왔다. 연금법을 통과시키는 조건으로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 퇴진을 요구하다가, 느닷없이 세월호특별법 시행령 수정안을 들고 나왔다. 그것도 세월호 조사 1과장 교체를 요구하는 것은 그 어느 협상 지침서에도 나오지 않는 이해 불가한 편법이다. 야당이 ‘발목잡기’를 ‘살라미 전술’로 혼동하고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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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폭염특보 지면기사
인도 사람은 더위엔 강하지만 추위엔 약하다. 2003년 1월 인도 북부 우타르프라데시(Uttar Pradesh)와 동부 비하르(Bihar)주엔 영하 5도의 한파(?)가 몰아쳐 자그마치 232명이 죽었다. 반대로 웬만한 더위엔 끄떡도 없지만 더위도 더위 나름이다. 요 며칠 인도 남부인 봄베이 남쪽 망갈로르(Mangalore), 마드라스(Madras), 방갈로르(Bangalore) 일대의 기온이 무려 48도까지 치솟았다. 아무리 더위에 강한 인도인들도 극복하기 어려웠던지 어제 낮 1시 현재 1천100명이나 숨졌다고 중국 CCTV가 보도했다. 한국인들은 상상할 수 없는 살인 폭염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우리 한반도 땅도 엊그제 밀양이 35.5도 등 폭염특보가 내려졌다. 예전엔 없던 ‘30도 넘는 5월 더위’가 2010년 이후 매년 왔다는 것이고 연평도 바다 수온까지 높아져 어족 자원에 비상이 걸렸다.8천700명이나 사망한 지난달의 네팔 대지진을 비롯해 지구 자연재해가 끊이지 않는다. 중국 남부 윈난(雲南) 꾸이저우(貴州) 광시(廣西) 후난(湖南) 장시(江西) 광둥(廣東) 푸젠(福建)성 등엔 지난 중순부터 폭우로 수십 명이 죽고 수십만이 수해를 당했다. 장시성은 50년만의 홍수라고 했고 꾸이저우성 꾸이양(貴陽)에선 산사태로 9층 아파트가 붕괴, 10여명이 실종됐다. 남미 콜롬비아 수도 보고타 북서쪽 265㎞의 안데스산맥 안티오키아(Antioquia)현에서도 지난 18일 산사태에 61명이 매몰됐고 미국 남부 텍사스 주에서도 샌 마르코스의 블랑코(Blanco)강이 범람했다. 폭우뿐이 아니다. 텍사스 주 휴스턴엔 엊그제 시속 160㎞의 토네이도가 휩쓸었고 미국 중서부엔 지난 2주간 30여 개의 토네이도가 몰아쳤다. 그저께 멕시코의 시우다드 아쿠나(Ciudad Acuna)시도 휩쓸어 10여명이 죽었고….베이징 등 중국 북녘과 몽골은 또 미세먼지, 모래폭풍으로 눈뜨기도 어렵다. 일본 열도는 지진 공포에다 여름엔 태풍 걱정이고…. 대한민국, 이 정도 5월 더위쯤은 아무것도 아니다. 그보다 북위 33~43도, 동경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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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 인정 나이 지면기사
옛날엔 70세가 상노인이었다. ‘널감(관에 들어갈 나이)’으로 여긴 것도 70세였고 지게로 산속에 져다 버린 고려장(高麗葬) 나이도 70이었다. 아직 체온만은 지닌 채 걸어 다니는 시체라고 해서 ‘미랭시(未冷屍)’라 비하했던 파파노인 기준도 70세를 넘지 못했다. 그러기에 당나라 시인 두보(杜甫)는 ‘곡강(曲江→長安 동남쪽)’이라는 시에서 ‘인생칠십고래희(人生七十古來稀)’를 읊었지만 이마로부터 턱까지 드리운 늙음, 그 ‘수로(垂老)’ 연령 또한 70이었다. 그만큼 10대에 혼인, 증손까지 보며 70까지 살기란 하늘의 별 따기였다. 그 단적인 증거가 있다. 송강(松江) 정철(鄭澈)이 그의 ‘관동별곡(關東別曲)’에서 ‘백발도 하도할샤’라고 해서 백발 많음을 한탄한 나이가 45세(1581년) 때였고 송강보다 25년 연하인 노계(蘆溪) 박인로(朴仁老)가 그의 ‘선상탄(船上嘆)’에서 ‘늙고 병든 몸을…’ 배 위에서 한탄했던 나이도 45세였다.요즘이야 100세 시대다. ‘구구팔팔이삼사’라는 건배사도 ‘구구팔팔이삼일’로 바뀐 지 오래라고 했다. 구구팔팔 2~3일 앓다가 죽는 게 아니라 99세(白壽) ‘白’자에 선 하나 그어 백수(百壽)를 채우기 위해 다시 일어난다는 거다. 그래서 환갑잔치는커녕 고희연도 생략, 팔순 또는 88세 미수연(米壽宴)으로 미룬 채 여행 등을 즐기는 노인들도 많다. 그러니까 요즘의 하로(下老) 중로(中老) 원로(元老)는 각각 70대 80대 90대인 셈이다. 그런데 노년 생활여유와 건강도 그렇지만 매사 긍정적인 사고도 필수다. 조선시대 대학자 성호(星湖) 이익의 ‘성호사설’엔 ‘노인 육쾌(六快)’라는 게 있다. ①머리가 빠져 감고 빗질하기 좋고 ②이가 없어 치통 없이 푹 잘 수 있어 좋고 ③귀가 먹어 세상 잡사 안 들려 시빗거리 없어 좋고…등. 노인 기준 나이를 높여야 한다는 여론에 반대해온 대한노인회가 65→70세로 올리는 문제를 공론화하기로 결정한 건 당연하고도 어쩔 수 없는 시대적 추세다. 직장 정년도 연장되고 연금 수령연령 등도 늦춰야 하는 판에…. 65세가 코앞인 노인들이야 당장 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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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 관광객 지면기사
중국인 관광객인 ‘유객’은 ‘遊客’이 아니라 ‘游客’이다. 원래 글자 뜻이야 遊는 ‘놀 유’자고 游는 ‘헤엄칠 유’자지만 중국어에서는 遊와 游를 같은 글자로 인정하되 실제로 쓰는 건 두 글자 중 游자 하나로 통일해 버린 것이다. 따라서 떠돈다는 뜻의 유람(遊覽)하다, 유동(遊動)하다, 주유천하(周遊天下) 따위의 遊자 대신 중국서는 모두 游자를 쓰고 있다. 떠도는 먼지라는 뜻의 ‘유진(游塵·여우천)’이나 ‘유세(游說·여우수이)’하다, ‘유목생활’의 遊자 역시 游자를 쓴다. 그러니까 중국인 관광객도 ‘遊客’이 아니라 ‘游客’이고 발음도 ‘유커’가 아니라 ‘여우커’다. 정확히는 ‘여우커’와 ‘요우커’의 중간 발음쯤 되지만 우리말로 정확히 표기하기란 불가능하다. 그런데 시위 데모대를 ‘유행(游行·여우싱)’이라 부르는 건 좀 안됐다. ‘노는 행렬’이라니! 컴퓨터 커서(cursor)도 ‘유표(游標·여우뱌오)’라고 부른다.중국인 관광객이 그들 말투로 전 지구(全球)를 뒤덮고 있다. 우리 땅 서울, 제주도만 해도 그야말로 구름 같다. 그런데 정말로 입이 딱 벌어지는 규모의 중국인 단체 관광객이 있어 화제였다. 중국 복합기업체인 톈스그룹(天獅集團)이 창업 20주년 기념으로 무려 6천400명의 전 종업원을 몽땅 이 달 초 4박5일 프랑스 단체여행을 시켰다는 것이다. 그들이 파리와 프랑스 남부 관광지에 머무는 동안 칸(Cannes)과 모나코 사이의 79개 호텔 4천760개 객실이 예약됐고 투어 버스만도 146대가 동원되는 등 여행 경비로 1천500만달러(약 170억원)를 썼다는 게 프랑스 AFP통신을 인용한 CNN의 5월 12일자 뉴스였다. 그 거금을 재벌 리진위엔(李金元) 회장(마치 ‘이씨 김씨 원씨’ 같은 별난 이름의)이 몽땅 지불했고 게다가 6천400명 전 여행객에게 녹색 모자와 상의 유니폼까지 입혔다.그 뉴스를 일본 정치권에서 들었던 것인가. 자민당 총무회장 니카이 도시히로(二階俊博)―‘2층씨’를 비롯한 3천명이 유화 제스처로 23일 중국을 방문했다. 우리 경기도도 그런 대규모 관광객과 방문단을 유치해 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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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한국 압력? 지면기사
19일자 일본 요미우리(讀賣)신문에 기분을 잡쳤다. ‘慰安婦問題, 朴政權にクギ…米が韓國ヘ異例壓力’ 기사였다. ‘위안부 문제, 박 정권에 못(을 박다)…미국이 한국에 이례적인 압력을 가했다’는 소리다. 정말? 누가 그랬다는 건가. 18일 내한한 케리(Kerry) 미 국무장관이 박 정권에 못을 박고 압력을 행사했다는 것이고 역사문제에 대한 강경 자세의 변화를 촉구했다는 거다. 바꿔 말해 굳건한 한·중·일 동맹을 위해선 한국의 유화적인 대일(對日) 자세가 긴요하다는 소리다. 케리 장관의 한국에 대한 그 ‘이례적인 압력’이 사실이라면 그거야말로 아베 일본 총리에게 행사했어야 했던 거 아닐까. “당신, 참으로 쩨쩨하고 후안무치한 사람 아닌가! 왜 일본 사무라이 기질로 화끈하게 위안부 문제를 사과하지 못하는가. 그럼 어디가 덧나나? 인격 장애(personality disorder)도 아니고 성격 파탄자가 아닌 바에야…” 그런데 도리어 한국 쪽을 압박하다니! 꺽다리 케리 할아버지(72), 한국이 그리도 만만한가.이달 들어 전 세계 저명 역사학자 187명이 위안부 문제를 강력 비판, ‘편견 없는 역사 청산’을 촉구하는 성명을 냈어도 아베의 귀는 마이동풍이었고 그 동조 학자가 500명에 달한다는 걸 케리 장관은 알고나 있는 것인가. 1995년 일본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오에 겐자부로(大江健三郞)가 “아베 총리의 지난달 미국 의회 연설은 온통 거짓말이었다”고 질타한 사실 또한 케리는 듣고 있었던가? 오에는 지난 3일 아베 정권의 집단자위권 문제, 평화헌법 9조 수호 집회에 참가해 그렇게 말했다. 그런데도 아베 정권은 이른바 ‘전쟁 헌법’을 국회에 제출했고 그 사실을 16일자 중국 신화사통신은 ‘표주박에 가득 채우는 화약’에 비유했다. 무모하고 위험한 짓이라는 거다.케리 장관뿐 아니라 웬디 셔먼(Sherman) 국무부 정무차관, 대니얼 러셀(Russel)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 애슈턴 카터(Carter) 국방장관도 잇따라 ‘과거보다는 미래를 주시하자’며 한국보다 일본 입장을 두둔하는 듯한 발언을 하지 않던가. 그게 바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