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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를 넘어서 지면기사
프로레슬링은 ‘쇼’라고 경기 하다 말고 외마디 소리를 지른 레슬링 선수가 있었다. 오래전의 일이어서 정확한 장면은 잘 기억되지 않지만, 아마 당시 박치기로 유명했던 ‘김일’이란 강자에게 그 박치기를 당해 패전했던, 그 무렵 프로레슬링계의 2인자쯤 됐던 사람이 ‘링’ 밖으로 내려 서면서 그렇게 고함쳤던 걸로 회상된다. 그뒤로 한껏 인기를 끌던 프로레슬링이 차츰 낙조(落照)의 길로 빠져들기 시작한 걸로 나로선 기억된다. 그럴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선수들의 동작 하나씩이 터져 나올 때마다 환호하던 대중들로서 그게 죄다 '미리 짜고 치는 고스톱’처럼 ‘쇼’였을 뿐이라는 걸 알고 난 뒤에 어찌 허탈감과 함께 배신의 느낌을 받지 않을 수 있었겠는가. 나는 지금 왜 난데없이 ‘쇼’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인가. 누구라 할 것없이 이땅의 모든 성인(成人)들이 눈들이 아플 만큼 목격하고 있는 노릇이지만, 요즘 세상이 온통 진실이라곤 없는 허위의 ‘쇼’들로만 미만되어 가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이러다가 이 사회가 오로지 허위의식들로 가득한, 가공의 잿빛 연극무대로 전락하여 사람들마다 가령 꼭두각시 인형극 배우 흉내를 내게 되는 건 아닌지 나로선 별의별 망령의 그림자가 다 연상됨을 고백해 두고 싶다. 어차피 인생은 한편의 연극일 뿐이라고 셰익스피어는 말했다지만, 연극도 연극 나름이지 사람들의 삶의 행간엔 그래도 좀 '페이소스’ 같은 것들이 숨 쉴 수 있을 만큼 진실들이 묻어 나와야 할 걸로 생각하는 건 필자만의 감상일까. 각설하고, 두달 뒤면 또 다시 대통령을 뽑아야 한다는데 그 이른바 대권경쟁이란 것에서도 나는 도무지 ‘진실’같은 걸 체감하기가 어려움을 말해 두고 싶다. 후보들마다 수사(修辭)들이 화려하다. 또 그 캠프들 마다에서 뿜어내는 변설과 공약들이 휘황찬란하여 누구를 뽑아도 나라가 곧 ‘유토피아’로 떠오를 듯한 환각마저 일으키게 한다.이야기를 뒤집으면, 결국 모두가 진실이라곤 없는 불꽃놀이 ‘쇼’ 같은 환영(幻影)만을 대중에게 투사하고 있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아마도 이렇듯 대선(大選)경쟁이 일관되게 허위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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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 안정은 복지문제다 지면기사
부동산 투기, 특히 집값 안정 문제처럼 정부가 자주 그리고 꾸준히 대책을 내놓는 과제는 그리 흔치 않을 것이다. 그런데도 부동산 문제처럼 정부대책이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효과가 금방 떨어지는 사례도 그리 많지 않을 것 같다.정부는 지난 주말 투기지역내 부동산 거래의 양도세를 실거래가를 기준으로 부과하는 것을 골자로 한 투기대책을 내놓았다. '9·4부동산대책'을 발표한지 한달이 조금 넘어 나온 대책이다. 그런데 집값은 9월에 가장 많이 뛰었다. 국민은행이 발표한 '9월 도시주택 가격동향 조사'를 보면 주택매매값이 8월보다 2.4%나 올랐다. 이렇게 되면 정부가 잇따라 내놓은 부동산 안정대책이 무색해진다.그러나 집값 안정이 아무리 어려운 문제라 해도 이를 결코 포기할 수는 없다. 우리사회에 무주택자 수가 줄지않고 있기 때문이다. 주거안정이 이뤄지지 않으면 나라와 사회가 불안해진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전국 주택보급률은 98.3%를 기록했다. 주택보급률은 전체 주택수를 총가구 수로 나눠 산출한다. 건설교통부는 올해 건설경기 활황으로 주택공급이 크게 늘어나 연말이면 전국 주택보급률이 100%를 넘을 것으로 내다 보고 있다. 우리나라 모든 가구들이 각각 자기 집을 가질 수 있을 만큼 주택수가 늘어난다는 얘기다. 그래도 자기 집을 갖지 못한 무주택자 수는 줄지 않고 있다.통계청 조사를 보면 도시근로자 가구의 평균 주택소유 비율은 외환위기 직후인 98년에 56.93%였는데 지난해에는 56.99%로 나타났다. 건설되는 주택 수가 해마다 크게 늘었는데도 이처럼 주택소유 비율이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는 것은 그 만큼 가구수도 늘었겠지만 근로자들이 돈을 모아 집사기가 점점 더 어려워졌다는 것을 말해준다.이런데 한편에서는 일부 여유있는 사람들이 주택을 투기와 재산불리기의 대상으로 삼아 아파트를 사들이고 금리가 낮은 것을 계기로 은행돈을 빌려 무리를 해서라도 주택을 사고 집크기를 늘리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집값 급등을 부추기고 있다. 이런 바람에 소득이 없다는 전업주부가 아파트를 26채나 갖고 있는가 하면 미성년 어린이가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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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질된 국감 지면기사
‘친애하는 국민 여러분. 나는 우리 조국의 평화와 통일, 그리고 번영을 희구하는 국민 모두의 절실한 염원을 받들어 우리 민족사의 진운을 영예롭게 개척해 나가기 위한 나의 중대한 결심을 국민 여러분 앞에 밝히는 바입니다’. 이렇게 시작된 박정희 대통령의 특별선언은 당분간 헌법 일부의 효력을 중지시키는 ‘비상조치’로서 ‘국회 해산, 정당 및 정치활동 금지, 비상국무회의 구성’을 밝히면서 끝을 맺었다. 30년 전인 1972년 10월17일 저녁의 일이다. 곧바로 비상계엄령이 선포됐고 모든 정치집회가 금지되었다. 열흘 뒤인 10월27일 비상국무회의는 새로운 헌법개정안을 의결했고, 이 새 헌법(유신헌법)은 11월21일 국민투표에 붙여져 91.9%의 투표율과 91%의 찬성률을 기록했다.유신헙법은 대통령의 임기를 6년으로 늘리고 중임제한을 없앴으며, 대통령 선거는 통일주체국민회의에 의한 체육관 선거로 대체했다. 게다가 대통령은 긴급조치권을 행사할 수 있고, 국회의원 3분의1을 지명할 수 있는 무소불위의 권한까지 갖게 했다. 전통적인 입법 사법 행정의 3권분립체제가 졸지에 무너져 내렸음은 물론이다. 특히 주권재민(主權在民)의 중심축이어야 할 국회는 아예 손과 발이 완전히 묶인 꼴이 되고 말았다. 정원 3분의1을 허수아비로 만든데다 입법권 예산심의권과 함께 국회의 고유한 3대 권한중 하나로 불리던 국정감사권마저 빼앗겼기 때문이다.국회가 잃었던 권한과 기능, 특히 국정감사권을 되찾기까지엔 무려 16년이란 긴 세월을 참고 기다려야 했다. 한국 정치의 암흑기라는 유신시대가 종말을 고하고도, 이어 등장한 신군부의 독재정치까지 한차례 더 겪어야 했던 것이다. 하지만 그마저도 국회 스스로의 힘이라기보다는 오로지 국민의 힘에 의해서였다. 1987년 온 국민이 들고 일어났던 6월 민주항쟁 승리의 열매였던 것이다.16년만에 부활된 국정감사가 올해로 14년째를 맞으며 ‘국민의 정부’ 마지막 감사 20일간을 모두 마쳤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변질되기 시작한 국감이 급기야 올해는 아예 ‘한건주의 정치쇼’ ‘사상 최악의 국감’이었다는 혹평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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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과 정상배의 차이 지면기사
“정치가는 다음 시대를 생각하고 정상배는 다음 선거를 생각한다”고 말한 사람은 JF 클라크이다. 정치인이 하는 일은 국리민복과 백성을 편안하고 잘살게 하는 일이고 정상배가 하는 일은 권력을 이용하여 사사로운 이권을 챙기는 일이란 것을 생각할 때 이처럼 정치인과 정상배를 잘 구분해놓은 명언도 없다는 생각이 든다. 영어에서도 사리와 당리당략만을 위해 일하는 사람을 'Politician'이라고 한다. 진정한 의미의 정치인을 뜻하는 'Statesman'에 비해 다소 경멸적인 표현이다. 우리가 흔히 자신을 남에게 잘 보여 일을 성공시키거나 이득을 얻으려면 '정치'를 잘해야 한다고 말하듯이 미국에서도 'Politic'(정치역학관계)을 잘해야 한다고 표현한다.정상배는 어느시대 어느나라에도 있어 왔다. 흑인의 노예해방문제로 촉발된 미국의 남북전쟁이 끝나고 남부로 가서 새로 해방된 남부의 흑인들과 손을 잡고 정치적 경제적 이득을 취한 것도 북부인 정상배들이었다. 일본에서도 메이지 유신때 총을 팔아 거부가 된 오쿠라는 당시 대표적 정상배라 할수 있다. 오쿠라는 1876년 강화도 조약이후 조선에서 정치적 후견인을 자청하며 친일 매국노 송병준을 앞세워 부산에서 고리대금업과 무역업을 하며 떼돈을 번 케이스다. 이처럼 정상배는 제사보다 젯밥에 더 신경을 쓰는 부류다.2002년 대선을 앞두고 국감에서 보여주는 한국의 정치판과 정치인들의 행태는 어떤가.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국가 경제와 민생을 걱정하며 잘못된 정책을 지적하고 이를 시정하는 노력을 보여주는 그런 모습을 처음부터 기대한 것은 아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상대방 흠집 내기와 책임 덮어씌우기, 막가파식 공격에 저격수와 나바론팀 구성 등 전쟁용어까지 등장하는 살벌한 정치판을 두고 누가 정치인의 행동이라고 하겠는가. 이제 국민들은 그런 정치행태에 신물이 나 있다. 여야 정치인들의 눈에는 오로지 대통령 선거만이 보일 뿐이기 때문이다. 정당의 목표 가운데 가장 큰 것은 정권쟁취다. 따라서 정당이 선거에 이기기 위해 노력하는 것을 나무랄 수는 없다. 그러나 이러한 정당의 목표가 국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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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凍土의 왕국'은 녹고있는가? 지면기사
얼어붙은 '동토(凍土)'엔 두 가지 뜻이 있다. 지리적인 동토와 이데올로기적인 동토다. 전자가 에스키모의 땅 북극권의 그린란드와 바로 엊그제 높이 100m의 거대한 빙하가 무너져 110명이나 묻혀버린 북 오세티아 공화국의 카프카스 산맥을 포함한 러시아 땅 시베리아, 그리고 '위대한 대륙'을 뜻하는 '알예스카(Alyeska)'에서 유래한 북미 대륙 마지막 변경(Last Frontier) 알래스카와 이름 자체가 동토인 아이슬란드 등을 떠올리게 한다면 후자, 즉 이데올로기적인 동토는 어디였던가.고르바초프의 페레스트로이카(개혁)와 글라스노스트(개방) 선풍이 일기 전의 철의 장막 소비에트 연방과 죽의 장막 중공 대륙이 그 곳이었고 브란덴부르크 장벽이 무너지기 전의 동독 땅과 '프라하의 봄' '부다페스트의 봄'바람이 불기 전의 동구 땅 거기였다. 그런데 그런 이데올로기적인 동토는 '…였다'는 과거 시제 그대로 80년대 끝자락부터 앞서거니 뒤서거니 개혁과 개방, 노보에미슐레니(新思考), 데모크라티자티아(민주화)에 철철 녹아 도도한 세계화 물결에 합류해버렸다. 그런데도 지구상에 유독 한 군데만은 '동토였다'는 과거 시제를 거부하는 현재진행형이 아닌가.'동토의 왕국'은 언젠가의 TV 드라마 제목이었다. 한데 그 '동토의 왕국' 밑그림과 프로파일 묘사가 아직도 그대로다 싶은 우리의 북녘 땅이 드디어 녹기 시작했다는 것인가. 미국도 찬동하는 '햇볕정책'과 일인들도 긍정적인 '태양정책'이 드디어 마지막 이데올로기적인 동토를 철철 녹이는 상승 온도가 됐다는 것인가.남북의 혈맥인 철도와 도로의 접합수술이 군부의 마취제로 시작됐고 KBS 교향악단이 평양 무대에 서고 앉아 사라사테의 '치고이네르바이젠' 그 집시 풍의 선율이 장영주양의 바이올린으로 자지러지는가 하면 고이즈미(小泉) 일본 총리를 불러들여 그 '위대한' 머리를 조아린 채 일본인 납치를 사과했다. 나진·선봉 지구에 이어 신의주를 홍콩식 독립 특구로 개방한다고 선언했고 핵사찰도 수용하겠노라고 고이즈미 편에 유화 제스처를 전파했다.과연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국명 그대로 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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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휘슬'소리 지면기사
내가 어렸을 적 지방의 한 소도시에서 열렸던 좀 기괴한(?) 축구경기가 요즘 자주 머릿속에 떠오른다. 전반전 내내 심판이 좀처럼 ‘휘슬’을 잘 불지 않았다. 그렇다고 양팀 선수들이 경기규칙을 잘 지킨 것도 아니었다. 오히려 한쪽 팀에서 거친 플레이를 더 많이 구사(驅使)하여 관중들의 야유를 샀던 걸로 지금 기억된다. 그러다가 후반전에 들어서 심판의 태도가 표변했다. 숨 돌릴 틈 없이 빈번하게 호루라기를 불어댔다. 경기가 거의 끝나 갈 무렵에 이르러 그의 ‘휘슬’은 더 한층 불을 뿜었다. 아마 짐작하기에, 그 심판은 당초 호루라기를 자주 불면 경기가 재미없어 진다고 판단하여 그걸 자제하다가 관중들의 반발에 부딪치자 태도를 바꾼다는 것이 이번엔 과도하게 ‘휘슬’을 남발하는 결과를 빚게 된 걸로 보인다.이렇게 좀 이상한 ‘휘슬’소리가 요새 국내 사회에 범람하는 듯하여 짜증도 나고, 또 좀 안타깝기도 하다. 그 임기라야 채 반년도 남지않은 김대중(金大中)정부를 향해 이른바 소신발언이란 너울을 쓰고 무차별적인 공격들이 감행되고 있다. 야당 정치인들의 각종 비난의 목소리는 으레 그런 것이려니 치고, 보수(保守)성향의 언론 논객들에, 또 각양각색의 학자군(學者群) 발언에 이르기까지 말 그대로 정부 두들겨 패기에 이골들이 나 있다. 예서 더 가관(可觀)인 건, 정부출범 초기만 해도 납짝 엎드려 있던 기업계 사람들 마저 눈초리를 팽팽히 한 채로 정부쪽에 대들기 시작했다는 사실이다. 서둘러 분명히 해 둔다면, 나는 여기에서 정부비판의 사실 그 자체를 흠잡으려는 것이 아니다. 어찌하여 전반전에선 ‘휘슬’ 근처에도 손을 가져가지 않다가 후반전, 그것도 정권의 해가 다 저문 임기말에 이르러서야 이러니 저러니 호루라기 소리를 시끄럽게 하느냐는 것이다.지금 김대중 정부에겐 마지막 책무 한가지만 남아 있다는 것이 필자의 의견이다. 아직 정리가 다 안된 경제현안의 실타래들을 어서 정리하고, 연말의 대통령선거를 중립의 입장에서 원만하게 치러내는 일이라 할 만하다. 이런 이른바 ‘레임덕’정권을 겨냥하여 어떤 경영자단체의 장(長)은 고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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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 '루사'의 교훈 지면기사
추석이 열흘 앞으로 다가왔다. 전국이 태풍 '루사'가 몰고 온 폭우에 흠뻑 젖고 특히 영동과 경남 일대는 유례없는 극심한 물난리를 겪었지만 한가위 풍경은 여전하다. 지난주부터 주말과 휴일이면 성묘길이 몰리는 차들로 붐비고 있다. 다음주에는 여느해와 마찬가지로 '민족의 대이동'이 벌어질 것이다. 한쪽에서는 수재민들의 비통함과 분노·좌절이 있지만 보름달은 어김없이 떠 오를 것이다.겨레의 큰 명절인 추석은 어느 명절보다 풍성하고 넉넉한 여유를 주는 날로 꼽힌다. 그래서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라는 말이 있지만 올해는 이런 소리를 차마 입에 담지 못하게 됐다. 태풍 '루사'가 남기고 간 상처와 고통이 너무 크다. 그러지 않아도 최근 들어 명절의 즐거움과 푸근함 뒤에는 알게 모르게 명절 스트레스를 겪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지난해 9월 추석을 앞두고 한국갤럽이 여론조사를 한 결과 “추석이 즐겁다”고 응답한 사람이 60%, “즐겁지 않다”고 한 응답자는 40%로 나타났다. 최근 한 신문이 우리나라 가정에서 고부간 모두가 심각한 '명절 증후군'에 시달리고 있다고 분석, 보도한 내용은 충격적이다.추석 명절이 있는 9월을 싫어하는 시어머니와 며느리가 너무 많다는 것이다. 직장 다니는 며느리가 추석 전날 회사 당직을 도맡아 하는가 하면 추석때마다 남편과 해외여행을 떠난다는 시어머니들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이런 명절 기피증이 확산되고 있는데 엎친데 덮친 격으로 태풍마저 한반도를 강타했으니 올 추석 분위기는 어느해 보다 울적하게 됐다.막대한 인명피해와 재산손실을 입은 수재민들에게 추석 차례와 송편 빚는 일은 옛날 얘기가 됐다. 집이고 세간살이고 모두 물에 떠내려가고 잠자리마저 여의치 않은 이재민들에게 한가위 보름달이 제대로 보일리가 없을 것이다. 더욱 망극한 일은 조상이나 부모님 묘소가 폭우로 유실된 경우가 적지 않다니 성묘할 곳마저 잃은 이들의 비통한 심정을 달래줄 것이 무엇인가.그러나 '루사'가 우리에게 고통과 슬픔만 준 것은 아니다. '루사'는 우리에게 많은 교훈을 남겨주기도 했다. 태풍 일과(一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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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인력의 위기 지면기사
‘아들 딸 구별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 30~40년 전엔 어딜가나 흔히 듣던 귀에 익은 구호다. 사실 그때만 해도 한 가정에 5~6남매, 심지어 9~10남매씩의 자식을 두던 게 예사였다. 너나없이 지지리도 가난해 제대로 먹이지도 입히지도 못했지만, 지금처럼 피임이나 임신중절 등은 엄두도 못냈다. 하늘이 점지한 자식을 억지로 피하는 건 순리에 어긋날 뿐 아니라 조상님께 대한 엄청난 불경으로 여겼다. 그래서 가족계획 요원들이 집집마다 찾아가 피임약 등을 주어가며 산아제한 홍보를 해도 좀체 들으려고도 안했다. 십중팔구 문전박대를 당하거나 심할 경우 동네 어른들에게 뭇매를 맞기도 했다.그러나 당시 그런데엔 순리를 지키려는 뜻 외에도 나름대로 또 다른 속사정이 있기는 했다. 지금처럼 의학이 발전 못해 질병에 의한 영·유아 사망률이 높다 보니, 될 수 있는 대로 많이 낳아야 그중 몇 자식이라도 건질 수 있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던 것이다. 여기에 훗날 노동력을 불린다는 현실적인 이유도 한몫을 했다.지금은 그때처럼 몇 남매씩 두고 있는 가정을 어디서도 찾아보기 힘들다. 국민의식이 많이 깨어있는데다 끈질긴 가족계획 홍보 덕도 있겠지만, 의학이 발전해 질병 사망률 또한 크게 줄어 굳이 많이 낳을 필요성이 그만큼 줄었기 때문이리라. 특히 경제활동에 참여하는 여성들이 늘면서 육아문제가 큰 장벽으로 작용, 출산율이 떨어졌고 결혼연령이 높아진 것 또한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산아제한은 절로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하지만 역시 지나침은 모자람만 못한 것. 지금은 되레 출산율 급감이 더 큰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지난 1970년대 4~5명이던 평균 출산율이 83년 2.1명, 99년 1.42명으로 급격히 낮아지더니 급기야 지난 해엔 1.3명에 그치고 말았다. 이는 현재의 인구구조를 유지할 수 있는 출산율, 즉 대체출산율 2.1명에 크게 미달함은 물론 이런 추세라면 2020년 이전에 인구 감소가 시작될 전망이라고도 한다. 그러다 보면 결국 노동력 부족이 불가피해지고 덩달아 국가경쟁력도 뒤처질 수밖에 없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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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는 환경경영의 시대다 지면기사
'어느해 4월 초, 지난 10여개월 전부터 나타나기 시작한 일본열도의 균열 침몰현상은 이제 막바지에 이르고 있다. 이미 전국에 비상사태를 선포한 일본은 동남아 남미등 세계 각지에 국민 대철수령을 내리고 선박과 항공기를 총동원, 수송작업에 돌입한다. 일본열도가 서서히 바닷물에 잠기고 이러한 와중에 전역에서 매그니튜드 8.5의 대지진이 발생한다. 사망자는 약 3천여만명, 해외철수 인원 7천만∼8천만명에 이르고 이들은 해외에서 기나긴 유랑생활을 한다. 피해는 한국에도 있다. 일본의 피난민이 한국에 비상 수송되고 한국의 남해안 일부가 물에 잠기는 대신 서해안은 융기현상이 일어나 새로운 국토가 생긴다'. 이는 일본의 작가 고마쓰 사쿄(小松左京)가 지난 1973년에 쓴 SF소설 '일본침몰'의 줄거리다. 이 소설에서 고마쓰는 일본침몰의 원인은 판구조론에 의한 지층의 대변동이라 분석하고 이에 관한 그의 지질학에 관한 지식을 설득력 있게 설명하고 있다. 이 소설의 내용이 얼마만큼 리얼했는지는 당시 베스트셀러기록 외에도 이 소설 출간후 일본인들이 언젠가는 일본이 정말 바닷속에 침몰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갖게 됐다는 사실에서도 잘 알 수 있다.그런데 불행하게도 오늘날 세계는 어쩌면 이러한 불안감이 정확한 과학적 근거를 토대로 현실로 다가올지 모른다는 두려움으로 변해 해가 갈수록 고조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산화탄소와 메탄가스 프레온가스 아황산질소등 온실가스 배출과 각종 환경파괴·오염 때문이다. 비단 일본 침몰현상뿐이 아니다. 농산물 감산과 수자원 고갈, 지구의 사막화 등으로 인류는 장차 대재앙을 맞게 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지난 26일부터 10일간 예정으로 남아공의 요하네스버그에서 열리고 있는 '지속 가능한 개발에 관한 세계 정상회의'(WSSD)는 바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세계 각국이 지속적으로 경제는 발전시키되 자연환경을 파괴 또는 훼손하지 말고 후손에게 물려주자는 취지에서 열리고 있는 것이다. 10년 전 리우회의에서 합의한 200여개 환경협약이 그동안 잘 지켜졌는지 점검하고 새로 보완할 내용을 찾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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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스타의 회고록 지면기사
인기야 있든 없든 미국 대통령이 퇴임 보따리를 싸 백악관을 나섰다 하면 횡재부터 만난다. 요즘 말로 대박, 왕대박을 노린 출판사들이 자서전을 써 달라, 회고록을 써 달라며 벌떼처럼 달라붙기 때문이다. 재직 때 별 볼 일 없던 카터만 해도 퇴임하자마자 회고록 출판 계약서에 서명, 계약금으로 자그마치 200만달러(약 24억원)를 챙겼다.미국 대통령만 그런가. 흐루시초프 옛 소련 공산당 서기장도 만년에 구술(口述)을 통해 회고록을 썼고 전 동독 국가평의회 의장 호네커도 '옛날이 훨씬 좋았다'는 회고록을 냈다. 대처 영국 총리가 낸 회고록 제목은 '다우닝가의 세월'이었고 프랑스의 미테랑 대통령과 지스카르 데스탱 대통령의 회고록은 각각 '두 목소리로 된 회고'와 '권력의 삶'이었다. '대통령적(的) 총리'로 불렸던 나카소네(中曾根)는 '대지유정(大地有情)'을 펴냈고 고르바초프는 “통독은 전혀 예상치 못했다”는 내용 등을 회고록에 썼다. 남아공의 만델라도 27년간의 감옥 생활을 '자유에의 긴 여정'에 담았고 35세에 이슬람 국가 최초의 여성 총리가 된 파키스탄의 부토는 그 이전에 벌써 자서전을 썼다.아돌프 히틀러는 어떤가. 그가 흐루시초프처럼 구술을 통해 썼다는 '나의 투쟁(Mein Kampf)'은 물경 780만라이히스마르크(RM)를 벌었다. 1RM이 5∼8달러였으니까 780만×6만 쳐도 4천680만달러, 약 560억원이다. 이 달 말 독일 국영 ARD 방송 전파를 탈 다큐멘터리 '히틀러의 재산'을 제작한 인고 헬름 감독은 말한다. “그는 자신을 인정받지 못한 천재로 여겼고 그런 자신의 콤플렉스를 달래기 위해 재산 부풀리기에도 집착했다.” 그러니까 히틀러야말로 '거물→회고록→왕대박' 공식의 가장 대표적인 예가 아니었나 싶다.또 하나의 비슷한 공식은 '인기인→자서전→대박'이다. 미국 여우 캐서린 헵번과 프랑스 여우 브리지트 바르도는 약속이나 한 듯이 각각 62세에 자서전을 냈고 소피아 로렌은 55세에, 커크 더글러스는 44세에 내는 등 할리우드 스타 치고 자서전을 내지 않으면 오히려 이상할 정도다. 회갑 때인 9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