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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손 콤플렉스와 후세인 지면기사
2001년 지구촌 지구도시를 통틀어 가장 유명한 사람은 9·11 미국 테러의 주범인 오사마 빈 라덴이었고 2003년 지구 행성에서 가장 고명한 사람은 단연 사담 후세인이다. 역사상 가장 몸값 비싼 사람 역시 그들이다. 2001년 10월7일 아프간 전쟁 개시와 함께 빈 라덴 체포에 내건 현상금은 2천500만달러(약 300억원)였고 지난 1일 체포된 그들 테러 조직의 제3인자 모하메드 검거 제보자에게 주는 보상금만도 2천700만달러(약 325억원)다. 그러니 제1인자 빈 라덴 체포에 제보를 했더라면 650억원쯤은 받을 것이다. 아니, 그를 잡기 위해 벌인 아프간 전쟁 비용 600억달러(약 72조원) 전부가 빈 라덴의 몸값이 아니고 무엇인가.후세인의 몸값은 더욱 드높다. 91년 걸프전에 이은 이번 전쟁 비용은 상상을 초월한다. 91년 개전 첫날 5억달러(약 6천억원)의 전비(戰費)를 들이부었듯이 이번 전쟁 첫날인 지난 20일 역시 5억달러를 중동 사막 거친 바람 속에 쏟아 부었다. 지난달 15일 뉴욕타임스가 예상한 이번 전쟁 비용은 물경 6천800억달러(약 820조원)다. 그러니까 두 차례에 걸친 그 어마어마한 전비가 모두 후세인 한 사람을 잡기 위한 돈, 바꿔 말해 그의 몸값이 아니고 무엇이란 말인가.한데 이런 저질적인 놀라움을 뚫고 솟구치는 두 갈래 궁금증이 있다. 먼저 미국 쪽이다. 그들은 과연 '악독한 독재자 후세인 제거, 세계 평화를 위협하는 대량 살상무기 제거' 등 겉으로 내세우는 다섯 가지 명분과 오직 그 대의(大義)만을 위해 그렇게 엄청난 돈을 낭비하고 '자유의 방패 작전'이니 '충격과 공포'니 해 가며 저토록 생때같은 수많은 청춘들을 저승으로 보낼 수가 있는가 하는 점이고 '오일을 위한 전쟁은 안된다'는 저 숱한 전 세계 반전 외침처럼 꿍꿍이 실리를 취하기 위한 전쟁이라고 치더라도 저토록 어마어마한 전쟁비용을 결산하고도 떼돈이 남을 만큼 반대급부를 챙길 수가 있는가 하는 점이다.후세인 쪽은 어떤가. “당신 한 사람만 이라크를 떠나 주면 전쟁은 없다”는 미국의 제의는 물론 사우디, 바레인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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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호칼럼]폭발위험 안은 가계부채 지면기사
미국이 이라크 침공을 개시했다. 사태진전에 따라 국제유가가 폭등하면 국제경제를 침체의 심연으로 빠뜨릴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다 북핵위기가 고조되는 가운데 SK글로벌 분식회계 사건이 터져 국가신인도가 흔들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 잠복해 있는 내채위기(內債危機)가 시한폭탄처럼 위태로운 형국을 하고 있다. 새 정부의 급선무는 가계의 집단파산을 어떻게 막느냐 하는 일이다.1997년 외환위기는 예견된 일이었다. 은행과 종금사들이 해외에서 돈놀이한다며 국제시장에서 돈을 빌려 이자차익을 따먹고 있었다. 동남아에서 외환위기가 돌림병처럼 번지자 현지에서 대출회수가 불가능해졌다. 일본계 은행들이 만기연장을 거부하면서 외환위기가 발단했다. 도화선에 불이 붙었으나 경제부총리는 경제체질이 튼튼하다는 소리나 되뇌며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그 결과 국가경제가 파탄나고 경제주권을 상실하는 참혹한 사태가 일어났다.6년 전의 상황을 되풀이해서는 안된다. 정부는 사태의 심각성을 직시해야 한다. 최근 외환보유고가 23개월만에 감소세를 나타냈으나 3월15일 현재 1천235억달러로 비교적 넉넉한 편이다. 외환위기와 같은 극한상황을 상정하지 않아도 될 듯하다. 하지만 이번에는 내채위기를 우려할만큼 눈덩이처럼 불어난 가계부채를 염려하지 않을 수 없다. 중첩한 불안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 의외의 사태로 발전할 수 있는 국면이다. 이라크 전쟁의 장기화로 외국인 투자가 빠져 나간다면 금리와 환율을 자극한다. 이 경우 금융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하면 가계부채의 뇌관을 건드릴 수 있다.작년말 현재 가계부채는 439조원으로 1년새 30% 가까이 증가했다. 1999년 12월말의 214조2천억원에 비해서는 2배 이상 늘어난 규모이다. 이런 추세로 나가면 금년말에는 500조원을 넘을 듯하다. 가계부채의 급증세를 타고 신용불량자가 양산됐다. 지난 2월말 현재 284만명으로 사상 최대의 규모이다. 여기에다 규모를 알 수 없는 엄청난 사채가 도사리고 있다. 전세금도 따지고 보면 집주인이 갚아야 할 빚인데 그 규모도 100조원이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집값이 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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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정부의 '받아쓰기(?)' 언론관 지면기사
'신문없는 정부와 정부없는 신문중 어느 한 쪽을 택해야 한다면 나는 주저하지 않고 정부없는 신문을 택하겠다'. 신문의 순기능을 얘기할 때 자주 인용되는 미국 3대 대통령 제퍼슨의 경구다. 그러나 임기말에 들어서는 아이러니컬하게도 한 신문기자 지망생에게 보낸 편지에서 '신문을 보지 않는 사람이 오히려 정보에 더 잘 접한다. 아무 것도 모르는게 차라리 잘 못 하는 것보다 진실에 가깝다'는 신문불신론을 폈다. 요즘 말이 많은 참여정부의 언론관을 보노라니 시사해주는 바가 큰 대목이다. 어느 시대,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언론의 비판기능이 살아있는 한 집권자들은 언론에 불만을 갖게 마련이다.초대 대통령 이승만 박사도 노(老)대통령의 건강을 걱정한 참모들이 아예 국내 신문을 멀리 하도록 했다. 신문비판에 대한 불만은 없어졌지만 그만큼 세상물정에서 점점 소외됐음은 물론이다. 박정희 대통령은 고급 정보를 보고받으면서도 신문을 꼼꼼히 챙겼고 비판적인 기사에 대해서는 장관들을 야단쳤다. 자연스럽게 권력기관에서는 대통령의 심기를 건드리는 기사를 틀어막는데 큰 비중을 두어 '남산'에 끌려가 곤욕을 치르는 언론인이 많았던 시절이다. 전두환 정권때는 언론통폐합과 언론인 숙정을 통한 언론통제의 체계화 시대로 이른바 '땡전 뉴스'가 정형화됐던 암울한 시대라 할 수 있다. 그러던 것이 언론자율화를 이룬 노태우 대통령에 이르러 대통령에 대한 직접적인 비판이 되살아나는 등 그야말로 언론의 자유를 구가하는 시대까지 이르게 된다. 김영삼·김대중 정부에 이르러서도 아픈 비판에 대해 불쾌감을 표시하기는 했으나 그런대로 잘 참아낸 편으로 평가된다.노무현 대통령은 취임전 '정권과 언론의 유착관계를 완전히 끊겠다'하고 취임후에는 또다시 '악의적 오보에는 차별 대응을 하겠다'고 했다. 노 대통령은 당선자 시절인 지난 달 23일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옛날에는 정권에 불리한 보도가 나오면 그 보도를 ‘좀 빼달라' '고쳐달라'해왔고 앞으로 우호적인 기사를 써줄 것을 기대해서 자주 만나 소주파티를 하고 향응을 제공하는 등의 로비 방법으로 대응해 왔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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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춘칼럼]검찰독립과 국민의 검사 지면기사
“내가 검사가 된 것은 사회정의를 구현하기 위해서다. 각종 범죄자들이 많지만 가장 사악(邪惡)한 것은 권력과 권한을 악용해 뇌물을 받고 국민의 혈세와 회사의 공금을 횡령해 부정축재한 정치인, 고위 공무원, 기업인 등 거악(巨惡)들이다. 사회와 국가를 병들게 하고 국민을 울리는 정경유착범, 권력형 범죄자들인 거악들을 퇴치하는 게 나의 필생의 목표다.”“검찰은 늘 배가 고파야 한다. 그리고 사회를 감시하는 날카로운 눈을 지녀야 한다. 검찰은 국민과 시대가 무엇을 요구하고 있는지 파악해야 한다. 국민의 관점에서 매와 같은 날카로운 눈으로 정치·사회의 움직임과 경제의 흐름을 지켜보면 반드시 거악들의 모습은 드러나게 마련이다.”1988년 5월15일. 일본 국민들은 60대 노신사의 부음을 전해듣고 깊은 슬픔에 잠겼다. 마치 국왕이 서거한 듯 애도의 물결이 전국으로 번졌다. 바로 수년전 오히라 마사요시(大平正芳) 총리가 선거운동중 심장마비로 사망했을 때도 국민들은 한 정치지도자, 한 정치파벌 보스의 사망 정도로 여겼지만 이번 경우는 전혀 달랐다. 국장을 치르도록 해야한다는 국민적인 애도의 분위기를 반영하듯 언론들은 연일 고인의 업적을 기리는 특집을 보도했다.고인의 이름은 이토 시게키(伊藤榮樹).대학을 나와 사법고시에 합격, 검찰에 발을 디딘후 40여년간 검사로 봉직, 검사총장(검찰총장)을 끝으로 정년퇴직했다가 몇개월 만에 사망한 것이다. 사실 이토처럼 검사로서의 외길을 걸은 사람들이 많음에도 국민들이 유달리 그를 추모하는 것은 평생을 어떤 압력에도 굴하지 않고 정경유착 등 권력형 범죄자들을 때려잡는 일에만 열중했기 때문이다.신문들은 그에 대해 현역 시절에는 '국민의 검사, 면도칼 이토'라는 별명을 붙였고 사망하자 '국민의 검사 눈을 감다', '진짜 검사 별세', '거악들의 염라대왕 가다' 등의 큰 제목을 붙였다. 앞에 인용한 글은 퇴임후 이토가 신참검사들에게 '검사의 바른 길'이라는 제목으로 행한 특강의 내용으로서 국민을 대신한 법의 수호자, 집행자로서 검사의 자세와 해야할 일들을 의미있게 지적하고 있다.신임 법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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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 불감증과 불가사의 지면기사
'불가사의(不可思議)'라는 단어는 항상 사람들의 흥미를 일으키기에 충분한 요소를 가지고 있다.언제나 예외적인 것을 더 알고 싶어하는 인간의 본능을 자극한다. 우리가 알고있는 불가사의의 어원은 본래 불교에서 말로 표현하거나 마음으로 생각할 수 없는 오묘한 이치 또는 가르침을 뜻하는 말이다.세계 7대 불가사의 중에 피사의 사탑이 있다. 정상적이지 못하고 수직에서 10도 정도 기울어져 유명해진 이 탑은 이탈리아의 작은 도시 피사에 있어 관광으로만 적지 않은 돈을 벌어들이고 있다.불가사의는 사물에만 한정된 게 아니다. 안전불감증 또한 불가사의한 문제다. 망각이 심해서일까? 항상 되풀이되는 문제에 대처하지 못한 채 잊기 십상이고, 소를 잃어버리면서 외양간을 버팀목 하나로 지지하는 허술한 수리를 하여 다시 소를 잃는 인간의 습성 또한 불가사의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단지 불가사의라고 말하고 미뤄두기엔 너무도 엄청나 방치해둘 수 없는 사건, 사고들이 곳곳에서 연이어 일어나고 있다.1994년 10월21일 서울 성수대교 붕괴로 인한 32명 사망, 1995년 6월29일 삼풍백화점 붕괴사건으로 502명 사망, 1999년 6월30일 화성 씨랜드 화재로 유치원생 포함 25명 사망, 1999년 10월30일 인천 호프집 화재 참사로 55명 사망 등 후진국형 대형 참사들이 아직도 잊혀지지 않은 아픔으로 많은 이들의 가슴에 상처로 남아 있다.사실상 매번 사건, 사고가 일어날 때마다 우리는 안전불감증의 심각성을 지적하면서 그에 맞는 대책과 대비 안을 내놓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잊혀지며 유사한 비극을 다시 겪는 어리석음을 반복해왔다.2003년 2월18일 대구 지하철 참사는 안전불감증에 무뎌진 우리로 하여 다시금 경종을 울리는 사건이었다. 대구 지하철은 이미 8년 전에 가스폭발로 100명이 넘는 희생자가 나왔고 그 뒤에도 몇 차례의 사고를 거쳐왔음에도 불구하고 또 발생한 만큼 경악하지 않을 수가 없다. 새로운 정부 출범 불과 1주일을 앞두고 늦은 아침에 들려온 비보는 '그것 봐, 그럴 줄 알았어' '예고된 일이야' 등 자조의 탄식 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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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수지 덜미 잡는 해외관광 지면기사
해외여행에도 유행이 있나보다. 한때는 동남아에서 보신관광이니 매춘관광이니 해서 말썽을 빚더니 요즈음은 명품관광이 붐이라고 한다. 파리나 로마에서는 한국인들이 떼지어 유명 상품을 싹쓸이하느라고 난리란다. 여기에다 철따라 피서여행이니, 골프여행이니 해서 공항은 연일 붐빈다. 방학 중에는 대학생의 배낭여행마저 늘어나 공항은 만원사례다. 달러화의 약세로 환율이 떨어지자 해외여행이 더욱 기승을 부린다. 봇물 터진 해외여행 탓에 작년 12월 경상수지가 적자로 돌아섰단다. 지난 3년 사이 해외여행자가 급증하고 있다. 2000년 550만8천명, 2001년 608만4천명이었는데 지난해는 712만3천명으로 전년보다 100만명 이상 늘어났다. 이에 따라 여행수지 중에서 일반여행 부문의 적자가 크게 증가했다. 2000년 2억9천760만달러, 2001년 12억3천300만달러로 증가추세를 보이다 작년에는 37억7천380만 달러로 3배 이상 급증했다. 여기에다 유학·연수 부문의 적자 14억920만달러를 합치면 지난해 여행수지 적자규모는 51억8천300만달러로 늘어난다. 세일한다는 소문만 나면 유명 상표 사재기에 나선 한국인들로 매장마다 북새통을 이룬단다. 값, 모양, 크기, 색깔을 가리지 않고 싹쓸이한다고 한다. 루이비통 같은 상품은 한 사람에게 한 개씩만 팔기 때문에 배낭여행하는 학생들에게 수고비를 주고 사달라고 부탁하는 진풍경도 연출한단다. 관세청에 적발된 여행자 휴대품을 보면 쇼핑여행이 얼마나 극성을 부리는지 짐작된다. 작년 한해 동안 세금을 안내고 휴대품으로 반입하려다 적발된 고가사치품이 무려 60만4천565건이나 된다. 전년보다도 23.2% 늘어난 사상 최대 규모란다. 카메라 11만1천420건, 보석 및 귀금속 2만2천475건, 핸드백 5만7천475건, 고급주류 22만5천655건 등이다. 이 중에는 수백만원을 호가하는 상품이 수두룩하단다. 그런데 문제는 미국의 이라크 침공설을 타고 국제유가가 요동친다는 점이다. 전쟁이 터지면 국제유가가 1배럴당 50달러까지 뛴다는 비관적인 예측도 나오고 있다. 한국경제가 치명타를 입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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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춘칼럼]대통령과 친인척 지면기사
리콴유(李光耀) 싱가포르 전 총리의 부친 리친군(李進坤)옹은 아들이 나라의 제 1인자로 30여년간 재임하는 동안 친구와 함께 시내 상가에서 조그만 시계방을 운영했다. 아들 내외 및 손자 손녀들과 총리관저에서 함께 생활한 이 옹은 매일 아침 관저앞에서 버스편으로 가게에 나갔다. 1959년 아들이 말레이시아로부터 독립된 싱가포르의 총리로 취임하자 시계방에는 검은 돈 등 뇌물을 싸들고 각종 이권과 인사를 청탁하려는 사람들이 줄을 이었다. 이 옹은 이들에게 “억만금을 준다해도, 고급 시계 1천개를 팔아준다 해도 아들의 명예를 훼손하는 일은 절대로 하지 않겠다”고 단호히 거절했고 뇌물, 검은 돈, 청탁 등을 불구대천의 원수로 여기는 이 총리는 매주 청탁자와 청탁 내용을 국민에게 공개한 후 모조리 구속, 엄벌하겠다고 선언, 청탁은 그날부터 근절됐다.총리직을 고촉통(吳作棟) 총리에게 물려주고 원로장관으로 내각에 참여하고 있는 리콴유에 대해서는 '독재자'와 '싱가포르를 눈부시게 발전시킨 공로자'라는 평가가 엇갈린다. 하지만 그가 싱가포르를 아시아에서 가장 부정부패가 적은 나라로 만들었다는데는 모두가 평가하고 있다.1970년초 사업가인 닉슨대통령의 동생이 방한하자 정부의 고위층과 몇몇 재벌들이 혹시나 백악관과 선을 댈 수 있을까 하는 기대속에 칙사대접하듯 환대하자 동생은 눈치를 채고 “나와 형이 하는 일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잘라말해 우리측 인사들을 무안하게 했다.선진국에서 권력자의 친인척 관리는 엄격하다. 만의 하나 권력의 위세를 빌려 이상한(?) 행동을 할 경우 언론·여론은 가차없이 채찍질을 한다. 카터 대통령의 동생이 리비아로부터 환대를 받았고 클린턴의 배다른 동생이 여러나라를 다니면서 마이클 잭슨 등 유명 연예인의 공연을 떠벌리다 혼쭐이 난 것이 대표적인 예다.반면 한국은 대통령 친인척들에게 있어 천국이나 다름없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의 형제들이 인사와 이권에 개입하고 새마을운동중앙회장이 되어 재벌들로부터 이상한 모금을 했는가 하면, 노태우 전 대통령의 처조카, 처남, 동서 등의 권력을 빙자한 위해행각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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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변화의 주체로 거듭나야 지면기사
대북송금사건 특검법안을 둘러싼 여야 갈등이 한창이다. 해결책으로 노무현 대통령과 여야중진이 머리를 맞대는 '청와대 회동'이 거론되는 모양이다. 특검법안이 국회를 통과한 것이 지난달 26일이다. 대화와 타협을 전제한 다수결 존중이라는 의회민주주의 원칙이 이번에도 예외없이 정쟁앞에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 시대가 열렸어도, 개혁과 변화가 대세인 사회가 개막됐어도 우리 국회는 여전한 구태의 늪에서 허우적대고 있다. 특검법안을 둘러싼 여야 갈등이 노 대통령의 중재로 해소될지, 아니면 여야 전면전으로 비화할 지는 지켜볼 일이다. 다만 분명히 짚고 넘어갈 것은 정당 스스로 국회의 권위와 역할을 포기하는 행태를 보이고 있는 점이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국회는 국민권력의 한 축이다. 국회는 국민이 선출한 최고통치자인 대통령을 견제할 유일한 국민대표기관이다. 국회는 입법과·예산심의·동의권을 발휘해 대통령의 국가 운영을 견제하고 협조함으로써 당면 국가과제나 현안에 대한 국민의사를 관철해야 한다. 대통령제를 채택한 국가이든 내각책임제를 실시하는 나라이든 국민대의기구인 의회가 제역할과 권위를 상실하면 통치권의 전횡과 정쟁만 횡행하게 된다. 또 '국민의 대표'라는 명예를 포기한 채 집권세력의 통법부로 전락한 국회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전가된다. 의회가 제대로 작동하는 정치선진국에서는 대구지하철 참사와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 각종 참사의 후진성은 우리 정치의 후진성을 고발하는 처절한 증거들이다. 시대가 변화와 개혁을 원하고 있다. 방법과 절차에 대한 견해차에 불구하고 '이대로 안된다'는 슬로건 앞에선 보수와 진보의 구분이 없다. 노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반칙과 특권이 용납됐던 시대의 종식'과 '정의가 패배하고 기회주의자가 득세하는 굴절된 풍토의 청산'을 강조한 것은 시대의 요구에 부응한 것이다. 국정원, 국세청, 검찰, 경찰 등 특별한 권력을 행사하던 기관의 정상화를 강조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마찬가지로 국회도 변해야 한다. 아니 변하는 것이 아니라 본연의 기능을 정상화하는 것이다. 의회 존재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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混血 국가' 건설을 앞당기자 지면기사
사자+호랑이의 튀기 '라이거'는 사자도 호랑이도 아닌 열성(劣性)이다. 수나귀와 암말 사이에서 태어난 '노새'도 그렇고 암나귀와 수말 사이의 잡종이자 노새와는 사촌간인 '버새'도 그런가 하면 수퇘지+암소의 혼혈인 '매기'도 마찬가지다. 사람과 가까운 개만 해도 중앙선을 넘어 혈통이 섞이면 그 몰골부터가 기품이 떨어지고 질적으로도 한두 단계 팍 떨어지게 마련이다. 그러나 사람은 다르다. 백인과 흑인 사이에서 출생한 튀기 2세가 다시 흰둥이와 결혼해 태어난 혼혈아, 즉 4분의 1로 유전인자가 희석된 '쿼터 튀기' 중엔 유달리 수재와 천재 우성(優性)이 많다는 것이다. 이른바 '카드룬'이라는 혼혈 수재, 잡종 천재들이다. 흑백 혼혈뿐이 아니다. 뉴욕의 브로드웨이엔 백, 흑, 황, 갈, 회색 등 무려 1천여 인종의 온갖 혼혈 2세, 3세들이 도도한 인파를 이룬다. 그런 미국을 '인종의 도가니(melting pot of races)'라 일컫는다. 한데 미국의 힘은 바로 그 '혼혈의 용광로'에서 솟구친다. 미국을 또 '샐러드 사발'이라고 하는 것도 가지가지 채소가 범벅이 돼야 맛도 좋고 영양가도 높은 까닭이다. 다시 말해 그 숱한 인종의 아종(亞種)과 변종(變種)의 도가니에서 나오는 힘이 오늘의 미국을 이끄는 것이지 이른바 와스프(WASP)라는 순수 백인들만으로는 어림없는 얘기다. 그러니까 88년 대통령 후보였던 그리스계 듀카키스 같은 비(非) 백인이 미국 대통령이 되는 것은 시간 문제다. 미국과 맞섰던 옛 소련의 파워도 그 수가 절반도 안되는 슬라브 민족을 비롯한 150개 인종의 도가니로부터 철철 넘쳐흘렀다. 그곳 역시 90년 소련 대통령 선거에서 '발렌틴 최'라는 한국인이 보리스 옐친과 경합을 벌였듯이 비 슬라브계가 러시아 대통령이 될 수도 있다. 캐나다, 중국 등 다민족 국가도 크게 다를 바 없다. 페루의 후지모리, 미크로네시아의 나카무라 같은 사람이 어느 나라 대통령으로 튈지도 모르는 일이 아닌가. 우리는 단일 민족이다. 그래서 곤란하고 그래서 안된다. 우리는 뭔가 부족하고 어딘가 늘 모자란다. 개별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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春來不似春(춘래불사춘) 지면기사
봄이 어느새 우리 곁으로 성큼 다가섰다. 제주에서부터, 땅끝에서부터 봄소식은 들려온다. 더 이상 갈데가 없어 갈두(葛頭·칡머리)라 했던가. 황톳길 구비구비 따라 더 이상 갈 곳 없는 마지막 땅 해남 땅끝에 서있노라면 그 곳에서 떨어져나온 조각 섬들 사이에 갈매기들이 끼룩대고 일손 바쁜 뱃사람들의 거친 숨소리도 파도에 실려오는 곳이다.지난 주말 다녀온 땅끝과 시선(詩仙) 윤선도가 거닐던 반도의 파라다이스 보길도에 동백꽃이 활짝 피다 못해 시들어가는 따스한 봄이 성큼 찾아왔다. 예송리 바닷가 하늘 중턱에 걸려 있던 정월 대보름달이 고기잡이 배들과 함께 평화스런 정경을 보여주고 자갈밭 해변에 부딪치는 파도소리는 가슴 속을 잔잔하게 파고든다. 응달진 계곡에 아직도 쌓여 있는 눈밑으로도 봄의 소리가 들려오고 두껍게 얼었던 강물도 따뜻한 햇살과 훈풍 앞에 맥없이 녹아 춘심(春心)을 실어나르며 유유히 흐른다. 정도전은 '봄은 봄의 출생이며, 여름은 봄의 성장이며, 가을은 봄의 성숙이며, 겨울은 봄의 수장이다'고 했다. 이런 시귀(詩句)가 아니더라도 봄은 모든 사물의 소생을 의미하고 생명의 경이와 신비감을 일깨워주는 환희의 계절이다. 농부들은 씨앗을 뿌릴 준비에 여념이 없다. 남도(南道)에서부터는 화신(花信)이 들려오고 양지바른 곳에도 목련의 꽃망울이 잔뜩 부풀어 있다. 19일은 겨우내 얼어 붙었던 대동강 물도 풀린다는 우수다. 그러나 우리 마음 속에는 봄같지 않은 봄이다. 춘래불사춘이랄까. '胡地無花草 春來不似春(오랑캐 땅에는 꽃도 없고 풀도 없으니 봄이 와도 봄같지 않다)' 당나라 시인 이백은 한나라 원제(元帝)의 명령으로 흉노족에 팔려간 한 아름다운 궁녀의 심정을 이렇게 읊었다. 봄이 분명히 오고 있음에도 봄같이 느껴지지 않는 것은 웬일일까. 서민층의 마음들은 아직도 한겨울처럼 썰렁하다. 집값과 전셋값·사글세가 치솟고 각종 물가가 천장 높은 줄 모르게 뜀뛰기 경쟁을 하는 데다가 국제정세마저 어지러우니 화사한 봄을 느낄 수가 있겠는가. 새대통령의 취임식도 얼마 남지 않았지만 요즘 우리 사회는 너무 어렵게 돌아가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