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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DJ의 결단, 용단을 고대한다. 지면기사

    1972년 6월17일은 미국의 역사를 뒤바꾼 사건, 즉 워터게이트 사건이 발생한 날이다. 대통령 선거를 5개월여 앞두고 이날밤 수도 워싱턴의 워터게이트 빌딩에 있는 민주당 전국위원회 사무실에 5명의 괴한이 침입했다가 체포된 것이다.백악관의 돈·지글러 대변인은 '단순한 3류 절도사건'으로 평가절하 했지만 수사결과, 전직 중앙정보국 요원도 포함된 범인들의 침입목적이 도청장치의 설치임이 밝혀지자 경찰과 검찰은 긴장했다. 이어 워싱턴 포스트의 우드워드와 번스타인 두 기자의 잇단 특종보도 등 언론의 끈질긴 추적으로 범인들이 닉슨대통령의 3대 핵심참모이자 비선조직의 총책인 찰스 콜슨의 부하임이 밝혀지자 하마터면 단순절도 사건으로 묻힐 뻔했던 이 사건은 권력의 불법공작사건으로 번졌다. 사실 당시의 국민과 여야는 이들의 범행동기를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닉슨은 여러차례의 대국민 성명과 회견을 통해 자신은 워터게이트 사건을 전혀 모르며 백악관과는 무관한 일이라고 강조했으나, 국민의 의혹이 날로 심상치 않자 연일 참모회의를 열어 진화대책을 서둘렀다. 그런데 사건 은폐의 책임자였던 존 딘 백악관 법률고문이 면소(免訴)를 조건으로 상원청문회에서 닉슨이 범인들의 입막음용 자금지원 등 불법적인 은폐를 지시했고, 그 사실은 백악관의 녹음테이프에 수록돼 있다고 폭로해 국민을 분노케 했다.닉슨은 이를 부인하고 CIA로 하여금 FBI(연방수사국)의 수사저지를 지시하고 의회와 대법원과 아치볼드 콕스 특별검사에 완강히 맞섰으나 압력이 더욱 강화되자 테이프 제출, 봅 할데만 비서실장과 존 엘리히만 보좌관 등을 해임하며 변명에 급급했으나 끝내 20여명의 참모들의 유죄판결로도 해결이 어렵자 1974년 8월8일 대통령직을 사임, 권좌에서 내려왔다.미국 국민들이 닉슨에 대해 가장 분노한 것은 온 국민의 스승이요, 사부(師父)인 대통령이 거짓말을 식은 죽 먹듯해 국민을 속인 것과 누구보다 앞장서서 법을 준수해야 할 인물이 불법을 저질렀다는 점이다. 당시 닉슨의 연설문 작성자이자 훗날 포드, 레이건, 부시, 클린턴 대통령의 보좌관을 지낸 데이비드

  • 소비는 사랑의 촉매제 지면기사

    사랑의 촉매제로서 소비를 얘기하면 오해받을지도 모르겠다. 마치 소비를 부추기는 듯한 인상을 주니까 말이다. 그러나 소비를 적절한 타이밍으로 잘 활용하면 사랑의 매개체로서 더없이 고마운 수단이다.한 번은 밸런타인데이를 맞아 가르치는 대학생들에게 질문을 해 보았다. “여러분, 요즘 밸런타인데이는 여자가 남자에게 초콜릿을 선물하는 날 맞지요?” 라고 물었더니 학생들, 특히 여학생들이 일제히 “네!”하는 것이었다. 이번에는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져 보았다. “이번 밸런타인데이 때 초콜릿을 선물했는데, 만약 상대방이 다음 번 화이트데이 때 아무 것도 선물하지 않으면 어떡할래요. 계속 만날 겁니까, 아니면 절교하겠습니까?”했더니, 대다수의 여학생들이 이구동성으로 “뭣하러 만나요. 당장 절교할거예요”라고 대답하는 것이었다. 물론 대답은 그렇게 했지만 선물 하나 안한 걸로 절교까지 갈 것으로 여겨지지는 않았다. 그러나 초콜릿 선물에 대한 보답으로 사탕이라도 받아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면 두 사람 사이의 관계가 더 좋아질 것으로는 생각되지 않았다.간혹 연인들 사이, 부부사이에 싸움이 일어날 때가 있다. 이 때도 소비행위를 어떤 식으로 하느냐에 따라 사랑을 회복시킬 수 있고 그렇지 못할 수도 있다. 싸움 끝에 화풀이로 술을 엄청나게 마신다든가, 가재도구를 때려 부순다든가 하는 행위는 사랑을 더 악화시킬 수 있다. 그러나 약간 다른 방법으로 소비행위를 이용하면 사랑을 더욱 강화시킬 수 있다. 예를 들어 오래 전부터 젊은 세대 사이에 유행한 것이 커플상품이다. 커플 티셔츠나 커플 귀고리에서부터 커플 청바지, 커플 팬티까지 다양하다. 싸움 끝에 서로 감정이 악화된 연인이나 부부 중 어느 한 쪽이 용기를 내어 커플상품을 선물해보자.약간의 서먹함도 잠시, 오히려 사랑은 싸움 전보다 더욱 강화되는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사회이론에 보면 테크놀로지(Technology)결정론이라는 것이 있다. 이 이론은 사람들이 유사한 상품을 사용하다 보면, 서로 다른 의식일지라도 한 방향으로 의식이 수렴된다는 이론이다. 이론을 증명하는 예로서

  • 불확실성 해소가 급선무다 지면기사

    우리 사회에 불확실성이 증폭하고 있다. 예측이 불가능할 정도다. 나라 밖으로는 미-이라크 전쟁의 전운이 고조되고 있으며 내적으로는 북핵과 현대상선 대북비밀송금, 주한미군 감축문제와 같은 민감한 악재들이 지뢰밭처럼 깔려 있다. 이에따른 지정학적 리스크가 상승하면서 우리의 경제가 침체되고 불안감은 쌓여 가고 있다. 급기야 11일에는 세계 3대 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사로부터 우리의 국가 신용등급이 2단계 하향되는 사태까지 빚어졌다. 그렇다고 이런 난제들이 일시적으로 해결될 것 같지 않다는 점에서 우려는 더해지고 있다.위기 아닌 위기가 아닐 수 없다. 점증하는 불확실성이 우리의 미래를 어둡게 하고 있다. 이런 현상 한 가운데는 분명 북한변수가 도사리고 있다. 천문학적인 돈을 북한에 보내고 우리는 북한의 핵개발로 뒤통수를 얻어 맞았다. 우리사회 한쪽은 대북 비밀 송금에 대해 진실을 밝히라고 연일 떠들고 그 와중에 비밀송금의 한 주역은 금강산 육로관광의 길을 뚫어 역사적인 일을 해냈다고 눈물을 흘렸다. 참 아이러니한 얘기여서 혼돈스럽고 어리둥절할 뿐이다.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이젠 우리는 그 진실의 실체를 알아야 한다. 그래야 대책을 세우고 마음을 가다듬어 우리에게 다가오는 불확실성을 제거할 수 있지 않겠는가. 현재 우리 국민들은 너무 모르는 것이 많다. 북핵의 실체가 그렇고 대북 비밀 송금 문제도 그렇다. 우리는 몇달째 북핵위기를 걱정하면서 정작 북핵의 실상을 모르고 있다. 북한의 핵폭탄 유무는 물론이고 북한이 농축우라늄 핵폭탄을 정말 만들 것인지 협상용인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아전인수격인 해석만 분분할 뿐이다.핵문제 뿐만 아니다. 북한은 남북대화에서도 속을 열지 않는다. 일방적으로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필요한 제안, 필요한 합의만 하고 있다는 인상이다. 대화를 하면서도 언제 그 대화를 중단할지, 또 다른 조건을 내세울지 항상 알 수 없는 것이 북한의 태도이다. 북측이 약속을 깨든 말든, 비난받을 짓을 하든말든 간에 우리는 대화에 우선을 두고 있다. 심지어 서해에서 우리 함정을 격침하고 우리 장병을 살해

  • '대박'꿈에 '피박'쓰는 나라 지면기사

    양담배 이름으로 유명한 '러키 스트라이크'(lucky strike)라는 말이 있다. 번역하면 '행운타'(幸運打)이지만 무슨 뜻인지 선뜻 떠오르지 않는다. 시쳇말로 옮긴다면 '대박'이라는 말과 뜻이 통한다. 지금 이 나라에는 로또 광풍이 몰아쳐 온 국민이 대박 꿈에 흥분해 있다. 저마다 돈벼락을 맞겠다며 로또를 합창하며 그 행렬에 뛰어든다.19세기 중반 미국의 서부지역 곳곳에는 '골드 러시'가 벌어졌다. '노다지'를 찾아 금광업자와 광부들이 벼락부자의 꿈을 안고 몰려 들었다. 신흥촌에는 술집과 도박장이 들어서고 도둑과 창녀가 들끓었다. 사기꾼과 사채꾼에다 총잡이까지 끼어 들었다. 서부 영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장면이다. 그런데 어느날 금맥이 끊기면서 찬 바람이 몰아치고 하나 둘씩 떠나기 시작했다.그 황량한 폐광촌에 웬 사나이 둘이 나타났다. 술집에 들러 어디 가면 금이 있느냐고 소리쳐 묻자 술잔으로 시름을 달래던 어떤 건달이 이렇게 대꾸했다고 한다. 저 산꼭대기에 가보라고 말이다. 금은 다른 물질보다 비중이 높아 지층이 낮아야 나온다고 한다. 그 말을 믿고 그곳으로 달려간 얼간이들이 괭이로 치자 금이 쏟아졌다고 한다. 금이 안나올 곳에서 나왔다고 해서 '러키 스트라이크'라는 말이 생겼단다.로또도 '러키 스트라이크'를 닮은 모양이다. 당첨확률이 벼락 맞은 나무가 또 벼락 맞을 확률보다 낮단다. 1등 당첨확률은 0.00001%라니 뒤집어 말하면 탈락확률이 99.99999%이다. 일확천금의 꿈은 언제나 헛꿈으로 돌아오게 마련이다. 당첨확률이 영(零)에 가까우니 1등 당첨자가 연속해서 안나오고 당첨금은 눈덩이처럼 불어 1천100억원에 육박한다. 그 도박판이 지금 로또를 사면 고층 빌딩의 주인도 될 수 있다고 손짓한다.IMF 사태이후 빈부격차가 가위곡선처럼 점점 더 벌어진다. 허리가 휘도록 일해도 살기가 버겁다. 저축한들 금리가 낮아 돈이 불지 않는다. 집값은 천정부지로 올라 내집 마련의 꿈은 무지개처럼 멀어졌다. 마흔만 넘으면 언제 백수대열에 낄지 모른다. 봉급의 절반을 과외비로 쏟아 부어야 아들, 딸을 대학

  • 아름다운 퇴장을 위하여… 지면기사

    “우리의 단풍은 이미 아름답게 물들어 국민들에게 보여졌으며 이제 마지막 잎새는 21일이 남았다. 그 마지막 잎새들이 낙엽으로 떨어져 노무현 정부의 밑거름이 되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박지원 청와대 비서실장이 4일 비서실 월례조회에서 한 말이다. 김대중 정부의 업적에 대한 자부(自負)를 느낄 수 있다. 또 역사의 순환을 깨달은 사람의 달관도 엿보여 듣기에 좋다. '국민의 정부'를 표방한 김대중 정부에 헌신한 박지원 실장이기에 가능한 귀거래사다. 국민들은 박 실장의 표현대로 김대중 정부의 마지막 잎새가 아름답게 추락하기를 바란다. 그리고 내일의 희망을 잉태하는 숭고한 소멸이기를 원한다. 그러나 어찌하랴. 5년 임기중 20일만을 남겨놓은 지금 김대중 정부의 마지막 잎새는 '대북송금' 의혹의 광풍을 만나 아름다운 나선형 추락이 힘들게 됐다. 그 잎새가 노무현의 대지 위에 떨어지는 그 순간의 비장함, 숙연함을 공감하기 어렵게 된 것이다. 지금 정치권에서는 대북송금 의혹 해결을 위한 다양한 방안이 속출하고 있다. 처음에는 검찰수사에 모두 동의한 듯 보였다. 그러다 문희상 새정부 대통령 비서실장 내정자가 정치적 해결을 제안하더니,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는 국회에서 진상조사 방법을 결정하라고 최종적인 입장을 밝혔다. 야당은 특검제, 국정조사를 들먹이며 이 문제를 대선패배의 고통을 상쇄할 절호의 계기로 삼으려 하고 있다. 청와대 입성을 앞두고 있는 사람들은 자신들의 손에 피를 묻히지 않겠다며 어정쩡한 태도를 보이는 반면 야당은 분열된 전열의 수습 차원에서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형국이다. 정치권이 이렇듯 들썩이자 정작 법질서의 마지막 수호자인 검찰은 수사를 유보하겠다며 강 건너 불보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 그런데 대북송금 진상규명을 놓고 벌이는 작금의 혼란이 불가피한 것인지 의문이다. 대북송금의 진실을 알고 있는 사람들이 분명히 있는데도 이를 알아내기 위해 정치권이 논쟁을 벌이고 국민적 에너지를 낭비해야 할 이유가 전혀 없다는 얘기다. 더군다나 새정부 출범을 앞두고 있는 시점이 아닌가. 김대중 대통령이 직접 말해야

  • 김대중 대통령의 아름다운 퇴장을 위하여... 지면기사

    “우리의 단풍은 이미 아름답게 물들어 국민들에게 보여졌으며 이제 마지막 잎새는 21일이 남았다. 그 마지막 잎새들이 낙엽으로 떨어져 노무현 정부의 밑거름이 되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박지원 청와대 비서실장이 4일 비서실 월례조회에서 한 말이다. 김대중 정부의 업적에 대한 자부(自負)를 느낄 수 있다. 또 역사의 순환을 깨달은 사람의 달관도 엿보여 듣기에 좋다.'국민의 정부'를 표방한 김대중 정부에 헌신한 박지원 실장이기에 가능한 귀거래사다. 국민들은 박 실장의 표현대로 김대중 정부의 마지막 잎새가 아름답게 추락하기를 바란다. 그리고 내일의 희망을 잉태하는 숭고한 소멸이기를 원한다. 그러나 어찌하랴. 5년 임기중 20일만을 남겨놓은 지금 김대중 정부의 마지막 잎새는 '대북송금' 의혹의 광풍을 만나 아름다운 나선형 추락이 힘들게 됐다. 그 잎새가 노무현의 대지 위에 떨어지는 그 순간의 비장함, 숙연함을 공감하기 어렵게 된 것이다.지금 정치권에서는 대북송금 의혹 해결을 위한 다양한 방안이 속출하고 있다. 처음에는 검찰수사에 모두 동의한 듯 보였다. 그러다 문희상 새정부 대통령 비서실장 내정자가 정치적 해결을 제안하더니,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는 국회에서 진상조사 방법을 결정하라고 최종적인 입장을 밝혔다. 야당은 특검제, 국정조사를 들먹이며 이 문제를 대선패배의 고통을 상쇄할 절호의 계기로 삼으려 하고 있다. 청와대 입성을 앞두고 있는 사람들은 자신들의 손에 피를 묻히지 않겠다며 어정쩡한 태도를 보이는 반면 야당은 분열된 전열의 수습 차원에서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형국이다. 정치권이 이렇듯 들썩이자 정작 법질서의 마지막 수호자인 검찰은 수사를 유보하겠다며 강 건너 불보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그런데 대북송금 진상규명을 놓고 벌이는 작금의 혼란이 불가피한 것인지 의문이다. 대북송금의 진실을 알고 있는 사람들이 분명히 있는데도 이를 알아내기 위해 정치권이 논쟁을 벌이고 국민적 에너지를 낭비해야 할 이유가 전혀 없다는 얘기다. 더군다나 새정부 출범을 앞두고 있는 시점이 아닌가. 김대중 대통령이 직접 말해야 한다.

  • 대북 거액지원의 미스테리 지면기사

     독일 패망 이후, 분단 44년동안 서독은 동독을 소련의 허수아비로 단정, 철저히 무시하는 정책으로 일관해 왔다. 그러나 이런 상황은 1969년 사민당의 브란트가 자민당의 도움으로 집권하면서 돌변했다. 브란트는 서독의 안정과 번영은 공산권과의 우호협력이 필수적이라고 보고, 소련·폴란드·체코 등과 우호조약을 맺고 동독에게도 손을 내밀었다. 하지만 1970년 3월19일 동독의 에르푸르트에서 첫 총리회담을 열었을때, 빌리 슈토프 동독총리가 즉각 수교와 함께 서독이 동독의 발전을 가로막았다며 300억달러의 보상금 지원을 요구하고 두달 뒤 서독의 카셀에서 있은 2차회담서도 억지주장을 되풀이하자 브란트는 에곤 바르 보좌관을 내세워 동독과 비밀협상에 착수하여 수교, 유엔가입 및 상호대표부 교환 등을 골자로 한 기본조약을 완성했다. 1970년대 초부터 통일될 때까지 서독이 동독에게 지원한 것은 대체로 4가지 방법으로 약 62조원에 달한다. 동독에 있는 친척을 만나러 갈 때 안내비 등으로 지불한 입국료, 약 3만4천여명의 동독정치범들을 석방해 인수받으면서 낸 비용, 동독의 기업지원을 위한 차관제공, 그리고 동독의 농산물을 애써 비싸게 수입해서 유럽공동시장에 판매한 것 등이다. 62조원이란 거액이지만 60% 정도가 기업지원을 위한 차관이어서 실제 제공한 것은 30조원 미만이다. 문제는 비밀협상은 물론, 어떠한 지원과 차관도 야당에 모두 알려주고 협의해서 결정을 했다는 점이다. 여야는 소위 동독에 대한 초(超)당파적 정책으로 4가지 원칙을 설정했다. 검은 돈을 주지 않고 뒷거래를 하지 않으며 원칙과 명분이 없는 지원을 금하며 모든 교섭내용을 국민에게 알리기로 한 것이다. 설 직전에 드러난 거액의 대북지원사실로 정치권이 긴장하고 국민들 역시 어리둥절해 하고 있다. 감사원이 소위 현대 상선의 4천억원 행방 논란을 감사한 결과, 그중 2천235억원(2억달러)이 2000년 6월 남북정상회담 직전에 북한에 제공됐다고 밝힌 것이다. 대북거액지원은 의문점과 해괴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첫째, 남북정상회담 직전에 산업은행으로부터

  • 국민이 대통령입니다? 지면기사

    요즘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가 좌정(坐定)할 때마다 등뒤로는 어김없이 '국민이 대통령입니다'라는 자막이 보인다. 그런데 그 말이 도무지 무슨 뜻인지 아둔한 머리로는 영 헤아리기 어렵다 못해 고통스럽다. 도대체 '대통령'이면 대통령이고 '국민'이면 국민이지 '대통령이 국민'이라니?그럼 앞집 아저씨도, 뒷집 아줌마도 대통령이고 4천몇백만 대한민국 국민이 깡그리 대통령이란 말인가. 그렇다면 대통령 선거는 거창하게 날 잡아 따로 왜 하고 '대통령 당선자'라는 호칭은 왜 생뚱맞게 숱한 입들에 오르내리는 것인가. 혹여 4천몇백만 국민이 모두 대통령은 대통령이로되 노무현 당선자가 대표 대통령, 수석 대통령, 대통령 중 대통령이란 그런 뜻인가. 그러면 '대대통령' 또는 '대중대통령(大中大統領→대통령 중 대통령)'이라는 호칭쯤이 어떨까. 하기야 대통령 당선자도 국민의 한 사람이니까 뒤집으면 '국민이 대통령입니다'라는 말도 괜찮을지 모른다.하지만 '국민이 대통령입니다'라는 표어는 속된 말로 입술에 침도 안 바른 입에 발린 소리처럼 들린다. 요즘 애들 말로 느끼하고 썰렁하다 못해 닭살 돋는 말이고 멀쩡한 국민을 우롱하고 약을 올리는 말 같기만 하다. 물론 국민이 주인이다, 국민을 받들겠다, 국민 위에 군림하지 않겠다는 비슷한 취지로 지어낸 말인지는 모르지만 노 당선자가 5년차 수련 대통령이자 전문 대통령으로 큰 일을 하기 전에 우선 해야 할 일은 실소를 자아내는 그런 쓸데없는 조어(造語)부터 없애는 게 어떨까. 왜 그래야 하는가. '대통령'이라는 말뜻이 무엇인지 단 한 번이라도 염두에 두었더라면 그런 표어는 만들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대통령'이란 '크게(大) 통치(統)하고 영도(領)하는' 사람이다. 한 마디로 대단한 사람이며 그야말로 '대권(大權)'에나 어울릴 엄청난 사람, 어마어마한 사람이다. 중국의 '대총통(大總統)'이나 '총통'이라는 호칭도 비슷한 뜻이다. 일본이 근대화 과정에서 서양 문물을 수입하면서 영어 프레지던트(president)를 '大統領'으로 번역, 표기하면서 비롯된 말이 '대통령'이다. 그런데도, 그

  • 相生의 정치, 막(幕) 오르나 지면기사

    '국회의 다수당인 야당 여러분에게 간절히 부탁드립니다. 오늘의 난국은 여러분의 협력 없이는 결코 극복할 수 없습니다. 저도 모든 것을 여러분과 같이 상의하겠습니다. 나라가 벼랑 끝에 서 있는 금년 1년 만이라도 저를 도와주셔야 하겠습니다'. 김대중 대통령이 98년 2월25일 제15대 대통령에 취임하면서 한 말이다. 거창한 국정 청사진으로 가득 차는 게 보통인 대통령 취임사에서 ‘읍소’에 가까울 정도의 표현으로 여야 협력을 당부하던 모습이 인상적으로 남아있다. 그러나 실상은 정쟁의 연속이었음은 물론이다. 중간 중간 대화와 타협은 있었지만.노무현 대통령 당선자도 새 정부의 총리 내정사실을 야당에 통보하고 서청원 한나라당 대표에게는 회담을 제의하는 등 대야(對野) 관계에서 이런 식의 ‘낮은 자세’가 일단 국민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엊그제는 양당의 총무도 만나 국정협력 합의도 했다. 유세 때부터 노 당선자는 낡은 정치를 깨고 새 정치를 시도하겠다고 누차 강조한 것을 실천하려는 의지로 풀이되고 있다. 국민들은 정치에 모처럼 생기가 돌 것 같은 기대를 걸고 있는 것이다. 이번 만큼은 5년 내내 대권을 잡기 위해 선거운동을 하는 식의 정치는 이제 곤란하다는 인식이 여·야 모두에게 깔려 있는 듯도 하다. '섀도 캐비닛'을 두고 정책을 세워나가면서 공통적인 국가적 사안에는 여야가 머리를 맞대야 한다는 이상적인 의회정치의 모습을 꿈꾸고 있는 것은 매우 바람직한 일이 아닐 수 없다.우리는 여태까지 의회민주주의보다는 정치판에서 일상화된 투쟁의 역사(?)에 익숙해 있었다. 텔레비전 화면에서 늘상 보는 것은 정치인들이 마치 유도선수 아니면, 시정잡배들처럼 치고 받고, 멱살잡이 하는 등 살벌한 모습들 뿐이었다. 요즘도 여당은 살생부 파동으로, 야당은 당내 개혁 등으로 일부 의원들의 경우 목숨을 건 투쟁에 나선 전사들과 다름 없다. 이전투구(泥田鬪狗)하느라 민생은 제쳐두었고 국정은 난맥이라는 질타와 탄식의 소리를 늘 들어왔지만 마이동풍(馬耳東風)일 뿐이었다. 그 속에서도 대화와 타협의 정치, 상생(相生)의 정치를 해야 한다는 소

  • 북핵문제와 우리의 자화상 지면기사

    나라가 하루도 편안한 날이 없다. 북한의 돌연한 핵개발프로그램 언급에 이어 계속되는 핵위협은 우리를 긴장시키기에 충분하다.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에 이은 미사일 발사까지 언급하는 북한의 돌출행동에 그저 아연실색할 뿐이다. 북-미간의 긴장이 고조되면서 우리의 안전에도 비상이 걸렸다고 볼 수 있다. 조만간 유엔안보리는 이 문제에 대한 협의에 나선다고 한다. 따라서 우리의 염려는 더욱 깊어지고 있다.이럴 경우 북한핵 문제는 북-미 간의 양자간 분쟁에서 국제적 문제로 바뀌면서 북한은 국제사회로부터 규탄받는 공동의 적이 될 것은 분명하다. 이것이 북한이 원하는 것인지 그들이 주장하는 벼랑끝 전술의 각본에 포함되어 있는지 우리로서는 알 수 없는 일이다.현실이 이런데도 북한은 상식을 넘는 모험주의 환상에 빠져 무모한 행동으로 일관하고 있다. 평양에서는 100만명의 군중이 모여 미국을 규탄하고 자신들의 정당성을 확보하는 어처구니 없는 행동을 하고 있다. 박길연 유엔주재 북한대사는 유엔안보리의 제재가 북한에 대한 선전포고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으며 이에 동조한 북한의 언론매체들은 적과의 대결에서 배짱이 중요함을 강조하고 불바다론을 주장하고 있다. 누구를 불바다로 만들겠다는 것인지 그들의 주장은 실로 충격적이지 않을 수 없다. 불바다론의 재등장은 우리의 안보를 깰 수도 있다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고 해석된다.그러나 대결의 직접 당사자인 미국은 의외로 조용하다. 물론 언론과 의회지도자들의 발언은 날로 격화되고 있지만 정작 이 문제를 다루는 그들의 모습은 일관되고 차분하다고 하겠다. 우리는 이 점에서 미국의 합리성과 실용주의적인 면을 찾아 볼 수 있다. 여기서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은 찬미(讚美)를 위한 것은 아니며 그들의 장점을 귀감으로 삼기위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우리는 지난 9·11테러 당시의 미국정부와 국민들의 위기 수습 국면을 지켜본 바가 있다. 복잡하고 다양한 인종과 문화가 뒤섞여 있는 미국민들이 위기에는 일치단결하고 스스로의 애국심에 불타 오르는 모습을 보았다. 또 미 정부의 위기 수습의 조치들을 보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