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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정치, 월드컵에서 배워라 지면기사

    객석이 텅빈 무대에서 대사를 읊어야 하는 배우는 얼마나 외로울까. 관중이 없는 그라운드에 선 비인기종목 선수의 비애는 또 얼마나 클까. 6·13 지방선거를 앞둔 한국정치가 관객없는 배우, 관중없는 경기 꼭 그 꼴이다. 유권자의 관심이 모두 월드컵으로 쏠렸기 때문이라고 변명을 하지만 과연 그럴까. 한국정치가 국민들로부터 외면당하는 이유는 단 하나다. 경쟁력이 없기 때문이다. '퇴출의 벼랑'에 간신히 매달려 있는 '부도난 정치'이기 때문이다. 아니 정치보다는 월드컵이, 정치인들 보다는 축구스타가 좋다는데야 할말이 없는 것 아닌가.국민입장에서 생각해보자. 월드컵은 화합과 상생과 활력을 제공하는 이벤트다. 16강을 향한 염원으로 한국인은 '우리는 모두 하나'라는 뿌듯한 화합의 기쁨을 맛보고 있다. 97년 매서운 북풍을 타고 IMF위기가 급습했을 때 첫애 돌반지까지 달러로 바꾸면서 우리가 하나임을 느꼈던 벅찬 감동 이후 모처럼 맛보는 '하나'의 기쁨이다. 더구나 그때는 살기 위해서 하나가 되어야 했지만 이번에는 '업그레이드 코리아'를 위한 하나이니 감동의 차원이 더 높을 수밖에 없다. 또 이번 월드컵은 88서울올림픽 이후 모처럼 우리가 주인이 된 세계인의 축제다. 이번 월드컵을 통해 우리는 한반도와 아시아를 벗어나 명실공히 지구촌의 떳떳한 일원으로 등장했다. '한국'이라는 폐쇄적인 공간에서 '세계'라는 열린 공간으로 진입해 지구촌 모든 국가와 민족과의 상생(相生)을 꿈꾸고 있는 것이다.'우리가 하나'라는 감격적인 자기확인을 바탕으로 '세계인과의 상생'을 꿈꾸는 한국인은 그래서 요즘 활력이 넘치고 있다. '붉은악마'들의 정열적인 응원을 보라. 한반도에는 그 어느때 보다 국민적 에너지가 용솟음치고 있는 중이다.그러면 한국정치는. 시쳇말로 게임이 안된다. 월드컵이 국민에게 제공하는 화합의 기쁨, 상생의 희열, 미래를 향한 활력. 이중 하나도 제공하지 못한 채 거추장스러운 퇴물 취급을 받고 있다. 유권자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자기네들 마음대로 텃밭을 나누어 표를 독점하려는 분열의 상혼(商魂)을 보이고 있다. 각 정당 지

  • 지방선거, 축제의 장으로 지면기사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했던가. 그동안 우여곡절의 과정을 거쳐 지방자치가 출범한지도 10여년의 세월이 흘렀다. 그러나 선거판만큼은 변한 것이 없는 것 같다. 조기과열과 혼탁이라는 단어는 선거때마다 등장하는 단골메뉴다. 선거문화가 갈수록 조금이라도 나아져야 하는데 더욱 타락하고 있다는 것이 중론이다. 최근까지 불법선거운동 등으로 입건됐던 지방선거사범은 모두 530명으로 지난 98년 지방선거를 한달 앞둔 시점의 40명보다 무려 14배 이상 늘었다. 현역 광역 및 기초지방자치단체장 16명도 불법선거운동을 한 혐의로 입건되기도 했다. 때문에 지방자치가 반드시 필요한가에 대한 회의도 생겼고 그동안 적지않은 사람들이 지방자치제도를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는 극한적인 주장까지 등장했다.검찰도 지난 13일 대검청사에서 전국 공안부장검사 회의를 열고 금품선거, 흑색선전, 공무원선거관여, 공직수행빙자 금품수수 등 '공명저해 4대 선거사범'을 집중 단속키로 천명했다. 검찰이 선거사범에 대한 철저한 단속과 공정한 처리를 통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초석으로 삼겠다고 벼르고 있는 것이다. 선거때마다 나오는 검찰의 발표이지만 선거현장이 어떻게 달라질지는 두고 볼 일이다. 선거사범을 뿌리뽑기 위해서는 우리 스스로가 선거문화를 바꾸는 것이 근본 해결책이지만 선거과열을 막기 위한 공명정대하고도 단호한 조치는 일단 검찰과 경찰 그리고 선거관리위원회의 몫일 수밖에 없다.특히 정치권에서 지방자치의 취지가 무색할 정도로 지방선거를 항상 대선의 전초전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도 과열, 혼탁의 요인이 되고 있다. 여·야도 잇따라 지방선거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6·13선거에 전력투구하고 있다. 이미 당 지도부가 총출동한지 오래여서 선거분위기는 과열되고 있다.아직 역사가 길지 않은 우리나라 지방자치제도의 정착과 발전을 위해서라도 지방선거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구태여 풀뿌리 민주주의니 민주주의의 훈련장이니 하는 얘기를 끌어다대지 않더라도 지방선거는 성격상 전국선거인 총선이나 대선과는 여러 면에서 구별된다 할 것이다. 지역을 위해

  • 월드컵을 기회로 지면기사

    현재 우리의 위치는 어디에 있을까? 한마디로 불안과 희망이 교차하는 대로(大路)의 사거리에 서있다고 할 수 있다. 정치·경제는 물론이고 사회적으로도 무엇인가가 크게 폭발할 것 같은 불안과 위기감이 느껴지는 시점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국가적 큰 잔치인 월드컵이 목전에 놓여 있어 희망도 접할 수 있다. 그런데도 왜 이런 생각을 뇌리에서 떨쳐 버릴 수가 없는지 모르겠다. 우리에게는 아직 비전과 문제해결 능력이 있기 때문에 분명 그것은 아닌 것 같은데 말이다.우리는 당장 대통령 아들까지 개입된 권력형 비리, 지방선거, 월드컵개최, 탈북자 문제, 국가 경쟁력 상실 우려등 큰 몇가지 문제로 몸살을 앓으면서도 돌출된 문제의 해결을 위해 몸부림치고 있다. 최근 여론의 집중 비난을 받고 있는 최규선게이트와 분당 파크뷰 사전분양사건, 타이거풀스 로비사건 등은 우리 서민들이 감히 엄두도 낼 수조차 없는 비리 덩어리로 비춰지고 있다. 여·야를 넘나든 최규선씨의 녹음테이프 하나에 온나라가 벌집을 쑤셔 놓은 듯 술렁이고 있다. 대통령 아들까지 구속되는 일도 벌어졌다. 타이거풀스라는 도박사업을 벌이기 위해 이들이 벌인 로비 행각에 정치권은 진공 상태에 빠져들고 있으며 구태의연한 폭로정치가 극성을 부리고 있다. 이런 일들이 너무 많아 우리 서민들은 헷갈릴 정도며 갈피를 잡을 수가 없을 지경이다.우리를 더욱 곤혹스럽게 하는 것은 탈북자들에 대한 문제 제기다. 이 문제는 주변국과의 외교적 마찰로까지 비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으나 정부는 해결책마저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외국 인권 단체들은 월드컵 경기기간동안 1천500여명을 실은 탈북 난민선을 공해상에 띄워 놓고 탈북자 문제를 국제 이슈화할 태세를 갖추고 있다고 공공연하게 밝히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속수무책이다. 정말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바로 목전에 다가온 지방선거도 문제다. 경기·인천지역에서 많은 정치지망생들이 나름대로 열의를 갖고 뛰고 있다. 지역개발이나 지역 경제의 활성화, 주민 민원 해결 등을 약속하면서 한 표를 호소하고 있다. 또 주민들은 이들의 인물 됨됨

  • 우리시대의 영웅 지면기사

    5월은 신록의 계절이다. 새로 돋아난 나뭇잎들의 푸르름과 싱그러움을 볼 때마다 자연의 신비와 아름다움에 감탄하게 된다. 그러나 시국이 돌아가는 것을 보면 5월의 풋풋함을 느끼기는커녕 한탄이 절로 나온다. 자고 나면 새로운 '게이트'가 등장하고 하루가 지나면 또다른 비리가 터지고 다음날이면 유명한 아무개가 검찰에 소환되고 또 누구 누구가 사법처리될 것이라는 뉴스에 머리가 어지럽다.쉴틈없이 터져 나오는 각종 부정과 의혹들이 너무 많이 그리고 오래 계속되다보니 뭐가 뭔지 모를 지경이다. 서민들은 평생 만져보지도 못할 큰 돈을 몰래 받고도 “대가성 없는 돈”이라고 우기고 검찰에 출두하면서 죄가 없다고 고개를 들고 카메라 플래시를 받는 정치인들이나 유명인사들이 며칠후면 대부분 구속되곤 했다.이들 중에 고개를 숙이고 부끄러워 하거나 얼굴을 가리는 '사회지도층' 인사들이 별로 없다는 것은 무엇을 말하는가. “나만 죄가 있느냐. 너희들은 깨끗하냐”는 무언의 항변 아니면 “재수가 없어서…” “모함에 걸려서…”라고 남을 탓하고 반성할 줄 모르는 몰염치 때문이 아닐까. 계속되는 '게이트'시리즈 속에 한쪽에서는 카드빚 몇백만원 때문에 꽃다운 나이의 여성들을 며칠사이에 몇명씩이나 죽이는 끔찍한 연쇄살인 사건이 일어나고 있다. 인명재천(人命在天)이란 말은 이제 우리 사회에서는 설 땅을 잃은 것이 아닌지 두려운 생각이 든다.그러나 이러한 암울한 세상에서 우리를 감동시키는 또 다른 사람들이 있어 우리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고 있다.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 아시아판은 최근 25명의 '아시아의 영웅들'을 선정, 발표했다. 우리나라에서는 김해공항 중국 여객기 참사 당시 20여명의 승객을 구한 설익수씨가 뽑혔다. 25세의 관광회사 직원인 설씨가 한국의 대표 영웅이 된 셈이다. '타임'은 설씨를 “옳은 일이라는 이유로 엄청난 일을 해낸 가장 순수한 의미의 영웅”이라고 평했다.설씨처럼 공인된 영웅은 아니지만 이에 못지않은 큰 일을 하는 인물들이 그래도 우리사회에 적지않게 탄생하고 있는 것은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보통 사람들은 생각할 수도

  • '집으로…' 가는 길 지면기사

    아픔 없이 가족의 이름들을 홀로 나직이 부를 수 있는 사람은 행복하다. 과거의 아픈 기억이든, 오늘의 찢어진 관계든, 미래의 불안이든 가족은 생각만으로도 엷은 물기가 촉촉하다. “아버지 된 입장에서 도움이 되지는 못할 망정 이렇게 너의 행복과 전정(前程)을 가로막는 결과만 빚고 있으니 어찌 마음이 아프지 않겠느냐.” 어디서 잘못된 걸까. 신록이 사랑스레 푸르른 오월이 가정의 달인 것이 차라리 잔인하다. 모든 못난 아비 어미와 불효자는 카네이션이 눈물겹다.영화 '집으로…'가 벌써 관객 200만명을 넘어섰다. 극장 안은 어린 아들 손을 잡은 아빠 엄마로 가득하다. 저게 원래 가족이야. 켄터키 치킨과 백숙은 도저히 어울릴 수 없지만, 그래도 소통은 가능하단다. 휴대용 전자오락기 뒤에 붙인 외할머니의 2천원처럼, “보고싶다”는 상우의 미리 그린 엽서처럼…. 어른들은 울음을 목울대가 아프게 삼키고, 팝콘을 손에 든 아이들은 을분할매의 꼬꼬댁 수화가 우습기만 하다. '집으로…'는 깨져가는 가정에 대한 헌사일까. '모든 외할머니에게 바치는 영화'를 보고 나오는 마음이 묵직하다.지난달 '사이버 팸'의 기사가 체증인 듯 명치께를 누른다. 사이버와 패밀리의 합성어란다. 어느 포털사이트 한곳에서만도 사이버 팸이 2천 가족을 넘어섰다고 했다. 또래가 엄마고 아빠고 삼촌이고 누이고 형제다. 소꿉놀이라기엔 서글프다. 사이버 팸을 만들었던 여고생 일행이 오프라인에서 만나 성매매로 돈을 벌었다고 했다. 어떤 환경이 이들을 유사가족에게 더 애착을 갖게 만들었을까. 그들을 결코 칭찬할 수는 없지만, 사이버 팸에게서 정을 찾아야 했던 아이들의 외로움만은 또렷하다. '전통가족'은 이미 무너진 걸까.'즐거운 곳에서는 날 오라 하여도…'. '홈 스위트 홈'을 지은 존 하워드 펜은 평생 독신으로 살았다고 했다. 얼마나 가족이 그리웠으면 그런 노래를 다 만들었을까. '젊은 사슴에 관한 은유'(박범신)에서 이 대목을 읽는 순간 '사이버 팸'들의 정처 잃은 마음들이 또한번 아프게 다가온다.소설가의 아버지가 속병을 고치려 '똥물'을 마시고, 충치 어

  • 우리를 지겹게 하는 것들 지면기사

    1. 이번 달 이사를 가는 직장 선배가 출근하면서 “지겨워, 지겨워”를 연발한다. 손없는 날이라고 해서 이사날짜와 이삿짐 업체까지 정해놓았는데 이사업체가 느닷없이 웃돈을 요구하더라는 것이다. 정도를 걸으며 살아왔던 선배는 업체의 터무니없는 요구에 응해야 할지 고민하다 결국 정해 놓은 날짜에 이사하기를 포기했다. 아주 하찮은 얘기일지 모르겠지만 이삿짐 업체의 이같은 비윤리적인 상도덕은 지금 우리사회의 일그러진 현상의 단면을 보여준다. '손없는 날'은 이삿짐업체의 대목일 것이다. 그런 날 한 밑천을 잡으려는 일부업체들의 얄팍한 상혼은 이사로 들떠있는 선배와 가족들의 마음에 상처를 주었다.2. 얼마전 주가가 40포인트가 넘게 폭락했다. 객장의 개미투자자들 입에서 “지겨워, 지겨워”라는 탄식이 쏟아져 나왔다. 미국주가의 약세로 외국인들의 줄기찬 매도공세 때문이었지만 그날 우리나라 굴지의 재벌그룹의 L화학이 계열사인 L석유화학의 주식을 대량매입하기로 결정한 것도 한 원인이었다. 그룹사가 대주주에게 상장 전에 L석유화학의 주식을 싼값에 팔았다가 상장 후 비싼 값에 재매입함으로써 결과적으로 대주주에게 막대한 이득을 안겨주었다는 의혹이 불거졌기 때문이다. 이런 대기업의 부도덕성이 개미투자자는 물론 기관투자가, 외국인투자자들에게 기업의 투명성에 대한 회의를 불러일으켜 결국 그날 특히 개미투자자들은 금전적으로나 심리적으로 엄청난 상처를 입었다. 치욕적인 IMF를 경험한 후 기업의 투명성이 나아졌다는 평가가 내려진 상황에서 재벌의 이같은 행위가 많은 이들을 지겹게 만들었다.3. 역 대합실. 어느 중년의 남자가 신문을 보다말고 갑자기 “에이, 지겨워”라고 소리치며 신문을 내동댕이 쳤다. 그리고 이어지는 “이런 세상에서 어떻게 살겠어”라는 그의 푸념. 그러면서 그는 갑자기 시무룩해졌다. 그 중년사내가 벌컥 화를 낸 것은 군포 4인조 강도 기사 때문이었다. 살인사건의 범인을 잡고 여죄를 추궁한 결과, 두 달여 동안 7명을 살인한 것 외에 여러건의 살인사건을 더 저지른 것이 밝혀진 것이다. 이번 사건은 한때 사회를 전율케 만들었

  • 한국은 대박공화국? 지면기사

    'Don't-Ask-Investment'. 우리나라 증시에서 '묻지마 투자'가 성행할 때 아시안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를 그대로 직역, 대박만 쫓으며 냄비 끓듯하는 한국인들의 투자모습을 다룬 특집제목이다. 주식이나 부동산 카지노 경마 벤처 등이 '돈 된다'는 입소문만 나면 앞뒤 가림없이 달려드는 한국민 성향을 꼬집은 기사다. 또 영국의 BBC방송은 전반적인 경기불안에도 불구, 한국에서는 카지노와 복권 등 각종 도박산업에 큰 돈이 몰리는, 이해못할 기현상(?)에 대해 금년초에 집중 보도한바 있다. 이때 BBC는 정부 국영인 경마는 지난 한햇동안 평균 25%이상 매출액이 증가했고 경륜은 같은 기간에 50%나 급성장했다고 전했다.맞는 지적이다. 사실 여부를 떠나 확인되지도 않은 보물선이나 금광을 발견했다는 '설' 하나로 관련업체들의 주가가 천정부지로 치솟다가 돌연 급전직하하는 바람에 막차를 탄 개미군단만 울린다. 돈이 될성 싶다고 판단되면 폭탄 돌리기식 머니게임에 뛰어들어 '돈놓고 돈 먹기'란 심정으로 부나방처럼 덤벼든다.개장한지 1년반이 된 정선의 강원랜드 카지노는 하루 평균 3천명 이상이 몰려 베팅액이 무려 10억원을 넘는 대호황을 누리고 있다. 이 카지노는 연평균 25%의 신장률에 총 입장인원이 1천300만명에 달하고 매출액은 5조원을 돌파했다. 정부에서조차 전혀 예측치 못한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이곳 주변에는 일확천금을 노리다 퇴직금이나 전재산을 날리고 집으로 돌아가지도 못하는 '카지노 노숙자' 들마저 생겨 길거리를 떠돌고 있다. 과천의 경마장을 비롯한 전국 일원의 경마·경륜중계소들의 상황도 정선카지노장이나 크게 다를바 없다. 대박을 쫓다가 쪽박을 차는 사람들중 상당수는 사실상 폐인으로 전락, 가정뿐아니라 사회문제화 되고 있는 것이다.'한국인 셋만 모이면 고스톱을 친다'는 말처럼 유난한 우리의 도박성향은 70년대 부동산투기 붐에서 잉태한 것으로 보여진다. 그 투기습성이 주식시장과 경마 벤처투기로 이어졌고 최근에는 복권과 도박사이트로 번지고 있는 추세이다. 여기에 대박 선호현상에 편승하여 세수를 올리려는

  • 富者의 도리 지면기사

    최근 신문을 보면 화제성 기사로 부자들 얘기가 심심치않게 나와 눈길을 끄는 경우가 많았다. '부자뉴스'가 독자들에게 전하는 메시지도 중요하지만 기사행간에 배어있는 의미를 새겨 보는 것도 흥미있는 일이라 생각된다. 무엇보다 우리에게 충격을 준 기사는 “심심해서 물건을 훔쳤다”는 어느 부유층 부인의 절도행각이다.이 부인의 집은 서울의 60평짜리 아파트다. 남편은 수십억원대의 부동산을 가진 회사사장이다. 이런 부인이 지난 한해 서울의 백화점 명품관을 돌며 외제 고가품만을 훔치다 네차례나 붙잡혀 처벌을 받았다. 그런데 지난3월 또 백화점에서 고가의 수입 실크 스카프를 훔치다 붙잡혔다. 이 부인은 “세상사는 재미가 없을때 명품을 훔치면 위안이 됐다. 그래서 심심하면 백화점에 훔치러 나갔다”고 말했다.부족한 것 없이 남부럽지않게 살만한 중년부인의 상습 절도행위를 어떻게 보아야 할까. 정신적 결함이 있다고 보아야 하지만 먹고 살기 힘들어 심심해할 틈이 없는 서민들에게는 도무지 이해가 안가는 일일 것이다. '행복한 부자는 드물다. 그러나 부자가 되길 바라지 않는 가난뱅이도 없다'는 말이 있지만 부자는 아무나 되는 것이 아니다.삼성금융연구원은 최근 우리나라의 부자숫자를 추정한 연구보고서를 내놓았다. 금융연구원이 정의한 부자의 범주는 부동산을 빼고 대략 10억원이상의 금융자산을 가진 사람이다. 이 정도면 여유있는 삶을 살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원이 여러통계를 근거로 계산한 결과 우리나라 전체 가구의 약 1%인 14만 가구가 이 기준에 맞는 부자로 추정했다. 금융자산이 많은 사람들은 부동산도 많이 소유한 계층일 가능성이 높다.어느 조직이나 구성원 가운데 상위 1%안에 들어간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본인의 능력과 노력이 있어야 하지만 행운도 따라야 한다. 이들은 어떤 의미에서 선택받은 존재로서 주목의 대상이 되고 있다. 앞서 말한 중년부인의 단순한 절도행위가 신문에 보도된 것은 부유층 부인이기 때문이다. 평범한 사람이 백화점에서 물건을 훔쳤다면 뉴스거리가 안된다.이렇게 보면 부자는 공인이라 할수 있다. 뉴스의 대상이 되고

  • 어떤 교육감을 뽑을 것인가 지면기사

    의왕 정원고가 결국 1학년 없는 학교가 됐다. '이 학교가 싫다'며 등록을 거부해온 학생 가운데 94명에게 지난 4일밤 전학서류가 발급된 것이다. 전체 배정학생 258명 가운데 '먼 곳에 사는' 100여명은 이미 지난달 전학을 갔다. 남은 학생 36명도 곧 전학을 가야 한다. 이제 정원고는 경기도교육청으로부터 수십억원의 특별지원을 받는 한편 특수목적고인 외국어고로 개편된다. 정녕 이런 해결책밖에 없었을까. 우리 교육의 모순과 끝없는 미봉을 복합적으로 보여주는 이번 사태를 도대체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가슴이 답답하다.고교 재배정 파동이 시작된 지 두달. 한편에선 사임한 교육감의 후임을 뽑는 선거전이 치열하다. 지난 8일 7명의 후보가 공식등록하기 이전에도 10여명의 자천타천 인사들이 뜨거운 물밑경쟁을 벌여왔다. 오늘(10일) 지역언론이 공동개최하는 후보 초청토론회를 기점으로 각 진영은 막바지 공식 득표전에 돌입하게 된다. 오는 18일 2만명 가까운 선거인단 1차투표에서 과반수 득표자가 없을 경우 이틀 뒤인 20일 결선투표를 통해 새 교육감이 선출될 예정이다.비록 선거에 참여하는 학교운영위원은 아니지만 지역언론인의 한 사람으로서, 아니 학부모의 한 사람으로서 결과가 자못 궁금하다. 각 후보의 사진과 프로필이 게재된 지면을 다시 들여다 보기도 하고, 교육계에 떠도는 소문을 얻어들어볼까 귀를 세워보기도 하지만 적임자 판단이 쉽지 않다. 경력만 봐서는 여러 후보의 우열을 가리기 힘든데다 후보들의 교육관과 능력을 가늠해 볼만한 기회가 없었기 때문이다. 선거인단도 이렇게 답답해 할까.교육감 선거방식에 대한 불만이 터져 나오는 걸 보면 아마도 그런 모양이다. 선거기간이 짧고 후보들이 자신을 알릴 수 있는 기회도 제한돼 있다는 것이다. 후보는 후보대로, 선거인단은 선거인단대로 선거공보와 6개 선거구별로 1회씩 열리는 소견발표회, 언론기관 및 단체의 초청 대담·토론회 만으로 어떻게 적임자를 가릴 수 있겠느냐고 불평을 털어놓는다.일각에서는 교육감 선거전이 과열되는 원인을 선거방식 탓으로 돌리기도 한다. 초등교사 출신이

  • 벤처신화 신기루였나 지면기사

    세상에는 비밀은 없다. 아무리 감추려고 발버둥쳐도 언젠가는 모든 사실이 밝혀지는 법이다. 아무도 없는 방안에서 단 둘이 소곤거려도 벽에 있는 귀를 통해, 바람을 타고 세상에 알려지는게 만고의 이치다. '여인천하'에서 문정왕후와 경빈이 벽에 귀가 있다며 소곤거려도 결국 궐내에 말들의 성찬이 벌어지는 것을 그토록 보아오지 않았던가. 단지 시간이 좀 걸릴 뿐. 결국 모든 진실은 낱낱이 밝혀진다. 세상에는 비밀이란 없다. 최근 마치 봇물 터지듯 쏟아지는 벤처와 관련된 추악한 커넥션을 보라. 기업주, 금감원직원, 국책은행관계자, 벤처캐피털 직원, 그리고 약방의 감초로 등장하는 정치인들. 이들이 모여 쑥덕공론하며 마치 떡 주무르듯이 하며 코스닥에 상장해 주가를 조작해도 결국 진실은 밝혀져 이들은 줄줄이 구속되지 않던가.4년전으로 돌아가 보자. 그때는 나라전체가 경제불황으로 자금마련을 하기가 꽤나 어려웠던 시절. 언론사 인터넷에 들어가 기사 검색란에서 한때 잘나간다던 '벤처기업'을 검색해보면 마치 약속이나 한듯 그 회사의 CEO들이 화려하게 지면을 장식하고 있다. 4년전이라면 혹독한 IMF이후로 우리 경제가 불황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던 때다. 인터넷 광고 대행업으로 시작했던 G사. 벤처의 신화를 만들었던 기업이다. 대부분기업들이 자금마련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을 때 이 회사는 온라인 공모주 청약을 실시해 10억원 가량의 자금을 마련했다. 자사의 홈페이지에 실린 기업광고를 클릭하면 그에 해당하는 금액을 적립했다가 일정액에 이르면 회원들의 계좌에 입금시켜주는 이 기업은 불과 12억원의 매출액 중 적자는 절반인 6억원을 기록했으나 코스닥 바람이 거세면서 주가는 무려 2천%나 급등했었다. 당시 금감위가 주가 조작에 대한 조사에 나섰으나 결국 무혐의로 처리됐고 기업사장 K씨는 적반하장으로 “주가 조작이란 있을 수 없다. 더 오를것”이라고 큰소리를 쳤다. 사장의 공언대로 주식은 더 올랐다. 7만8천원이던 이 회사의 주가가 불과 한달 보름만에 30만7천원까지 급등했으니까.기업인수 합병의 전문가라고 알려진 J. 주당 8천원,